[하루 평균 194건의 성인 실종 신고]
전단과 제보 전화에 매달리는 실종자 가족들
경찰이 지난달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6.8.24 /연합뉴스
성인 실종 신고는 해마다 7만건 안팎 접수되지만, 일반 성인은 아동·치매환자와 다른 기준으로 관리된다. 제주 장미란씨 사건을 계기로 실종 신고 이후 가족들이 직접 제보를 찾아 나서는 현실과 초기 안전 확인의 공백을 살펴봤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제주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 신고 이후 가족들이 직접 제보를 찾아 나서는 현실이 다시 부각됐다. 해마다 7만건 안팎의 성인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지만, 일반 성인은 법률상 실종아동·치매환자와 다른 기준으로 관리된다. 초기 수색과 안전 확인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나온다.
장씨는 지난 5월 15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104일 만인 지난달 24일 제주시 한림읍 한 야자수 농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내용으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실제로는 장씨의 소재와 안전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정황이 파악됐다.
실종 신고 이후 가족들이 가장 먼저 붙드는 것은 제보 전화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 당시 옷차림, 신체 특징, 사진을 적은 전단을 만들어 거리와 상가, 버스정류장에 붙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같은 내용을 올린다. 경찰 신고와 별개로 가족들의 수색은 사실상 전단을 출력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실종자가 성인일 때 가족의 불안은 더 커진다. 연락이 끊긴 이유가 단순 잠적인지, 사고인지, 범죄 피해인지 초기에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거나 평소 생활 반경에서 벗어난 흔적이 있어도, 성인이라는 이유로 자발적 이동 가능성이 먼저 검토되는 일이 적지 않다.
성인 실종 하루 194건
성인 실종 신고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일반 성인 실종 신고는 2022년 7만4936건, 2023년 7만4847건, 2024년 7만1854건, 2025년 7만814건이었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약 194건이 접수된 셈이다.
올해도 7월까지 일반 성인 실종 신고 4만1894건이 접수됐다. 전국에서 매일 200명 가까운 성인의 가족이나 지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알린 것이다. 실종 신고가 들어온 뒤 1시간 안에 해제된 사건은 지난해 48.1%였다. 하루 안에 해제된 사건은 89.4%, 30일 안에 해제된 사건은 99.0%였다.
대부분의 신고는 짧은 시간 안에 귀가나 소재 확인으로 끝난다. 다만 장씨 사건 이후에는 사건을 해제하기 전 실제 소재와 안전을 확인했는지, 가족이 알린 위험 신호가 충분히 검토됐는지, 종결 뒤 다시 확인할 장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가족들이 거리와 온라인으로 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종 초반에는 "비슷한 사람을 본 것 같다"는 짧은 전화 한 통이 이동 경로를 좁히는 단서가 된다. 편의점, 택시, 버스, 병원, 숙박업소처럼 일상 동선 안에서 나온 목격담이 다음 수색지를 정한다.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제보와 추측성 댓글도 함께 들어온다. 가족은 전화를 받을 때마다 기대와 불안을 반복한다.
전단 들고 거리로 나선 가족들
성인 실종은 단기간에 해제되는 비율이 높지만, 숨진 채 발견되는 사례도 해마다 이어진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실종신고 및 실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실종 신고 이후 사망한 채 발견된 성인은 2022년 1200명, 2023년 1084명, 2024년 1112명, 2025년 931명이었다. 올해도 7월까지 478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 접수 건수 대비 사망 발견 비율도 성인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성인 실종자의 사망 발견 비율은 1.1∼1.6%였다. 같은 기간 18세 미만 아동은 0.02∼0.06%였고, 장애인과 치매 환자는 1.0% 미만이었다. 실종 신고 대부분이 단기간에 해제되더라도, 일부 사건에서는 초기 위험 판단과 소재 확인이 늦어지면 생존 확인과 수색 범위 설정도 늦어진다.
실종 신고 접수 이후 5년 이상 해제되지 않은 성인 실종 미제 사건도 5000건에 육박했다. 연락 두절이 단순 잠적이나 일시적 가출로 끝나는 경우가 많더라도, 장기 미제와 사망 발견 사례가 이어지면서 성인 실종 초기 대응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 실종은 법률상 아동·치매환자 실종과 다르게 관리된다. 실종 당시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는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다. 사전등록, 실종경보문자,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 같은 제도도 여기에 붙어 있다.
1인가구 증가도 실종 신고 이후 확인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9일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였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 연락 두절을 즉시 확인할 동거인이 없는 경우도 늘어난다. 떨어져 사는 가족은 마지막 통화 시점과 문자 확인 시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성인 실종 대응 법안은 국회에 올라와 있다. 국회 국민참여입법센터에 공개된 '실종성인의 발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실종성인정보시스템 구축, 개인위치정보와 이동경로정보 조회, 유전자 검사와 대조 등 발견 활동의 근거를 두는 내용을 포함한다. 다만 성인의 사생활 보호, 제3자 신고 악용 가능성, 경찰 권한 확대 문제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함께 따져야 할 대목이다.
"처음 신고 때 위험 신호 봐야"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
전문가는 성인 실종 신고를 단순 가출 가능성으로만 좁혀 처리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4일 본지와 통화에서 "경찰은 관련 법률에 따라 공무를 집행하는데, 성인 실종을 다루는 법적 근거가 약하면 신고가 들어와도 단순 가출로 처리되는 구조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나 회장은 장씨 사건에 대해 "원칙대로 했다면 기본 수사는 했어야 한다"며 "오랫동안 살던 곳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어디 갔겠지, 들어오겠지'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 초기에 가족 진술, 마지막 위치, 휴대전화 상태, 평소 생활 반경, 신변 위험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종 업무 담당자의 전문성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 회장은 "미아·가출 담당은 1년, 2년 있다가 다른 부서로 가는 일이 많다"며 "실종 업무도 경험이 쌓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종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단서가 사라진다. 처음 신고가 들어왔을 때부터 위험 신호를 가려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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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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