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 압축된 수요 가능성 경계"
AI·로봇 확산할수록 전력이 핵심 생산요소
ESS·재생에너지·송배전 등 '전력 밸류체인' 주목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 에셋플러스운용 제공.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값싼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될 겁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사진)은 17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인공지능(AI) 시대의 다음 투자처로 '전력 밸류체인'을 지목했다. 생성형 AI가 촉발한 반도체 호황 이후 데이터센터와 로봇 확산 과정에서 전력이 새로운 병목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강 회장은 최근 반도체 호황에 대해 수년간 발생할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된 '압축된 수요' 가능성을 경계했다. 중국 반도체의 공급 확대 역시 중장기 변수로 꼽았다. 그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것은 일종의 압축된 수요"라며 "지금의 높은 마진이 장기간 유지된다는 가정만으로 반도체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반도체 이후 주목하는 산업은 '전기에너지'다. 과거 세계 경제의 성장 방정식이 중국과 인도의 막대한 노동력과 소비시장에 있었다면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생산의 핵심 투입요소가 사람에서 전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AI와 로봇은 결국 전기를 먹고 움직인다"며 "미래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값싼 전기에너지를 확보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지형도 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봤다. 발전 설비와 송배전망을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재생에너지 등 전력의 생산·저장·전송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반이 AI 시대의 구조적 수혜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LS그룹 등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강 회장은 이 같은 판단을 실제 상품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실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기존 '대장장이' ETF의 브랜드와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아직 확정된 리밸런싱안은 아니지만 산업재와 소재·부품·장비 중심에서 ESS와 재생에너지 등 AI 시대 전력 밸류체인을 보다 폭넓게 담는 방향이다.
국제유가와 금리는 중장기적으로 하향 안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지정학적 갈등이 완화되면 유가가 내려가고 금리 역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현재의 높은 시장금리는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을 압박하는 변수로 봤다.
결국 강 회장이 보는 AI 투자 사이클의 중심축은 '칩'에서 이를 가동하는 '전력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다. AI 반도체가 초기 수혜를 받았다면 데이터센터와 로봇이 확산되는 다음 단계에서는 이를 24시간 가동할 전력의 생산·저장·전송 능력이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강 회장은 "AI 시대에 반도체가 두뇌라면 결국 그 두뇌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전기"라며 "다음 투자 사이클은 그곳에서 찾아야 한다"고덧붙였다.
한편 강 회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종잣돈을 주식에 투자해 1년여 만에 100억원대 자산을 일군 것으로 유명한 국내 1세대 가치투자자다. 당시 투자로 약 167억원을 벌어들인 일화로 'IMF 투자 대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투자자 윤정학 캐릭터의 모티브 가운데 한 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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