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법원도 "석연치 않다" 했지만…CCTV 속 손동작만으론 부족했다[사건실화]

용산 클럽서 사라진 가디건…옆자리 남성 절도 혐의 기소
法 "가디건인지 불분명…다른 사람이 가져갔을 가능성도"

법원도 "석연치 않다" 했지만…CCTV 속 손동작만으론 부족했다[사건실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9월 21일 새벽께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 술을 마시고 자리를 뜬 피해자 A씨는 집에 돌아간 뒤에야 소파에 가디건을 두고 온 사실을 떠올렸다.

A씨가 다시 클럽으로 돌아갔을 때 시가 50만원 상당의 가디건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A씨는 클럽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성이 가디건을 가져간 것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CCTV에는 A씨 옆에 나란히 앉아 있던 B씨가 일행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선 자세에서 두 손을 아래로 한 채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이동하면서 이를 접어 정리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검찰은 이 장면을 근거로 A씨가 주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A씨의 가디건을 가져갔다고 봤다. B씨가 가디건을 자신의 옷 배 부위에 숨겨 몰래 들고 갔다는 취지였다.

B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법원도 이 대답이 자연스럽지만은 않다고 봤다. 자신이 들고 있던 물건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B씨가 "잘 모르겠다"고 답한 점은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심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었다. CCTV에 B씨가 무언가를 들고 접는 듯한 모습은 찍혔지만, 그것이 A씨의 가디건인지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가디건을 옷 안에 숨겼다는 검찰 주장도 재판부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품의 형태와 부피를 고려하면 옷 안에 숨겼을 경우 의복에 부자연스러운 굴곡이나 부피 증가가 나타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CCTV에는 이후 B씨가 의자에 앉아 다른 여성과 대화하는 장면도 담겼다. 당시 B씨의 두 손은 비어 있었지만, 옷의 모양새나 태도는 무언가를 숨겼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사건 장소가 어두운 클럽 내부였던 점도 고려됐다. 당시 클럽 안에는 여러 사람이 술을 마시거나 이동하고 있었다.
법원은 B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디건을 자신의 물건으로 착각해 가져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7형사단독(이태영 부장판사)은 지난 7월 9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소유의 가디건을 가져가 절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