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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 어게인 '내로남불'

[강남視角] 어게인 '내로남불'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 관료의 부동산 투자(?)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공직자재산신고 과정에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지분을 매입한 것이 드러난 것. 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아 25억원 상당의 지분(복합건물) 소유주가 된 것이다.

문 정부는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17년 '6·19 대책'부터 무려 27차례 고강도 규제 강화를 쏟아냈다. 국민들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면서 정작 정책을 입안한 주인공의 이 같은 행위는 '내로남불'에 불을 지폈다. 서울 아파트값은 문 정부 임기 내 무려 62% 폭등했다. '벼락거지' 신조어가 이때 탄생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청와대에서 물러나면 집도 절도 없는 상태여서 집을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가 투기다. 저는 그 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투기와 투자의 개념까지 설명했다.

내로남불 원성은 장관 후보자 낙마로 이어졌다. 2019년 당시 문 정부 2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A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것. 그는 첫 내부 출신으로, 노조도 이례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하지만 '알짜 지역'에서 다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사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 낙마는 국민들의 축적된 '내로남불' 불만이 극에 달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추억이 새 정부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당사자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는 그렇지가 않다.

첫 단초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책사인 전 국토부 차관이 제공했다. '갭 투자' 논란이 불씨를 지폈다. 여기에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는 발언까지 겹쳤다. 결국 그는 지난해 6월 30일 취임 117일 만에 퇴진했다. 사퇴 소식에 차관이라는 '직' 대신 보유하고 있는 '집'을 택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열린 장관 인사청문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모 장관 후보자는 영끌 논란에 대해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 20년 정도 오랜 전세살이에 지쳐 집을 매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자는 아들 7억원대 상가 매입과 철거민 특별공급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17년 전 매입한 수도권 한 아파트에 두 차례, 총 4개월만 거주한 후보자도 나왔다.

이번 청문회에 등장한 '딱지' '영끌' '갭 투자' 등은 현 정부가 전쟁의 대상인 '부동산 투기'로 선포한 유형들이다. 결국 일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논란에다 다른 의혹 등으로 인해 자진사퇴 길을 걸었다.

새 정부는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 등을 부동산 정책 논의 및 입안 과정에서 배제하고 있다.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책'부터 지금까지 강도 높은 규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내세운 대원칙은 '부동산 정상화'이다. 용지를 복사하는 직원조차 다주택자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부동산 투자는 배척 대상이 아니다. 집을 사고 건물을 짓는 것도 넓게 보면 '생산적 금융'의 한 종류이다. 또 투기와 투자를 특정 기준을 내세워 구분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일반 국민의 갭투자와 영끌 역시 정부 고위 관료들처럼 다 사연이 있다. 정부 관료들만 그들만의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복잡한 사정과 현실 대신 정부는 '실수요'와 '투기'로 갈랐다. 하지만 실수요 개념도, 투기 개념도 명확하지 않다. 비거주 1주택자 역시 정부가 정하는 '합당한 이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다시 슬금슬금 나오는 '내로남불'은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에 폭발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믿음을 잃으면 어떤 정책도 지지를 얻지 못한다.

[email protected]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