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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말이 아닌 행동"…유엔서 '힘을 통한 평화' 전면에

이란엔 "합의 아니면 궤멸"…연설 뒤엔 "관계 진전"
우크라 종전·쿠바 체제변화·그린란드 군사력 확대까지

트럼프 "말이 아닌 행동"…유엔서 '힘을 통한 평화' 전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무대에서 이란을 향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궤멸(annihilate)'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강경 발언이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실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계가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도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군사적 대치에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합의 아니면 궤멸"…연설 뒤에는 "관계 진전"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이란에 사실상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그는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이 다시 일어서 이전보다 훨씬 위대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합의할 것인가, 아니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궤멸시킬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나는 (중간)선거 직후 우리가 합의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들이 합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에는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킬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군사 행동과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자 이란 대표단 대부분은 연설 도중 회의장을 떠났다.

그러나 연설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회담한 뒤 취재진에게 "그들은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한다"며 "오늘도 우리와 대화했고 관계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이 결국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도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고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할 경우 7일 이내에 걸프 지역을 오가는 선박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주 중재국을 통해 이 같은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NBC '투데이'에 출연해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며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분명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별도의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와도 만날 의향이 있다"면서도 이란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최고지도자라고 지적했다.

'평화 중재자' 자처하면서 군사력 과시

이날 약 35분간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자신을 '평화를 만든 대통령'으로 규정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미국의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외교 기조가 동시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이 말만 할 때 나는 행동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평화를 말할 때 나는 평화를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이 위협을 외면할 때 나는 맞섰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지쳐 있다며 종전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다. 쿠바에 대해서는 공산주의 정부가 결국 무너질 것이라며 "쿠바에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를 '완전히 실패한 국가'라고 규정하고 체제 변화를 언급하자 쿠바 대표단도 항의 표시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베네수엘라와의 석유 개발 협력도 미국의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성과로 제시했다. 그린란드에서는 미국의 군사적 존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덴마크·그린란드 측과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그린란드에 대규모 미군 기지 2곳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인공(artificial)'이라는 표현 대신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라는 명칭을 정부 문서에서 사용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결국 이날 연설은 이란과 쿠바에는 군사·경제적 압박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중재를 내세우는 한편, 그린란드와 베네수엘라에서는 미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성과로 제시한 자리였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