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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 지분 품는 韓…美 원전시장 진출 교두보 만든다

[파이낸셜뉴스]한국이 미국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다. 미국이 새로 짓는 원전 8기 가운데 한국형 원전(APR1400) 2기뿐 아니라 웨스팅하우스 노형인 AP1000 6기에서도 국내 기업이 일감을 따낼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형 원전 2기 수출'이 아니라 미국의 대규모 원전 건설시장 전체에 국내 원전 생태계가 올라타는 구조인 셈이다.

1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지분율은 협의를 거쳐 정해진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채 부담을 고려해 상징적인 최소 수준으로만 참여하고, 국내 민간기업들도 함께 들어간다.

상한을 10%로 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10%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선이기 때문이다. 다만 웨스팅하우스 측은 한국이 이사로 참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실제로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은 더 많은 지분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지분이 만들어낼 연결고리다. 웨스팅하우스는 AP1000 설계 지식재산권은 갖고 있지만 정작 사업을 맡길 만한 설계·조달·시공(EPC) 기업과 기자재 업체를 구하지 못해 왔다. 미국 내 원전 공급망이 무너진 탓이다. AP1000 6기 건설에 한국 시공사와 기자재 기업이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미국 신규 원전 8기는 2기, 4기, 2기 순으로 단계적으로 건설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초기 사업에 자리를 잡으면 후속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건은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타협협정(SA)을 어떻게 손질하느냐다. SA 때문에 그동안 APR1400의 미국 진출은 불가능했다. 이를 어기면 소송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프레임워크에는 대미 투자 자금을 활용해 미국에 APR1400 2기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SA를 개정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개정 대상은 기술사용료와 건설 관련 비용, 핵연료 등 세 항목이다. 미국 시장에 들어가는 데 따른 대가인 만큼, 기술료 부담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지분을 확보하고도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다. 건설 관련 비용과 핵연료 공급 조건은 국내 기업이 가져갈 몫을 좌우한다.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미국 시장에만 있지 않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APR1400이 들어가기 어려운 유럽 등에서 AP1000 공급망에 올라타면 국내 기업의 일감이 늘어난다. 대형원전을 넘어 소형모듈원전(SMR) 시장까지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웨스팅하우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브룩필드와도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브룩필드 지분은 51% 수준으로, 인수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지분을 계속 보유하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발표가 곧 사업 추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임워크는 큰 틀의 협력 방향을 정한 것으로, 미국이 구체적인 부지를 제시해야 사업비와 상업성을 따질 수 있다.
암반 상태와 용수 접근성, 수요처까지의 거리에 따른 전력망 구성에 따라 사업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4분기 중 개별 프로젝트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투자의 성패는 지분 확보 자체가 아니라 그 지분이 APR1400 2기를 넘어 AP1000 6기와 SMR까지 한국 기업의 진출 통로로 작동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