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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50대에 정년 걱정 덜어주니… 고난도 연구 온전히 집중"

정운룡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국내 최초 정년연장 조기결정 시행
연구역량 황금기에 5년은 긴 시간
미국은 6070 석학들이 혁신 주도
과학기술 발전 위해 정년연장 필요

[fn이사람] "50대에 정년 걱정 덜어주니… 고난도 연구 온전히 집중"
정운룡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포스텍 제공
"50대 초반에 연구 연속성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연구자의 역량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를 여는 일입니다."

국내 대학 최초로 '정년연장 조기결정제도'를 시행한 포스텍(POSTECH)의 정운룡 교수(신소재공학과·사진)는 1일 제도 시행 1년을 넘기며 가장 큰 변화로 '연구의 시간'을 꼽았다. 정 교수는 정년연장 제도의 첫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정년연장 조기결정제도는 만 50세 무렵 우수 교원의 정년을 기존 65세에서 70세까지 연장하는 것을 미리 확정해주는 제도다. 단순히 정년을 5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 역량이 정점으로 향하는 시기에 장기간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정 교수는 "연구 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조·부교수 시절의 5년과, 20~30년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이 정점에 달한 시기의 5년은 연구 성과의 질적 가치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연구의 호흡을 장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구조적 안정감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실제 연구 방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 교수는 "이번에 확보된 5년이라는 귀중한 시간 덕분에 단기 상용화 연구에 안주하지 않고 신경전극 및 변형 디스플레이와 같은 고난도 원천기술 분야로 연구 역량을 본격적으로 결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인체 신경 신호를 장기간 정밀하게 측정하고 자극을 인가할 수 있는 '고밀도 신경전극'과 형태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트레처블(변형) 디스플레이'다. 혁신적인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넘어 제품화와 상용화까지 완수하는 것이 목표다.

정 교수는 "그동안은 긴 호흡과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대형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정 교수는 유연성과 신축성을 지닌 차세대 전자 소재 개발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신축성 전자소자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용 전자피부와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의 상용화에도 주력해왔다.

그는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목도하는 것이야말로 공학자에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원천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 기반 실험실 창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로봇용 전자피부 기술의 상용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관련 제품이 출시되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독자적인 기술을 조기에 실용화해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양한 전자·기계 결합에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접합 소재 실용화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장기 연구가 필요한 신경전극과 변형 디스플레이의 실용화 기반까지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정 교수는 "미국에서는 연구 역량이 무르익은 50대를 지나 60~70대까지 학문적 일가를 이루며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막대한 변화를 주도하는 석학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며 "정년연장 제도 같은 혁신적인 시도가 널리 확산돼 대한민국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