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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숫자보다 가족 이야기에 집중… 고객 뜻 담은 신탁 설계하죠"

곽종규 KB국민은행 신탁부 변호사
미성년 자녀 승계로 찾아온 고객
누구에게 회사 경영 맡길지 고민
수탁자의 의결권 관여 방식 제안
재산분배 넘어 가족 미래도 살펴

[fn이사람] "숫자보다 가족 이야기에 집중… 고객 뜻 담은 신탁 설계하죠"
곽종규 KB국민은행 신탁부 변호사 KB국민은행 제공
"재산 목록보다 가족의 이야기를 먼저 듣습니다."

KB국민은행 신탁부에서 유언대용신탁 업무를 맡고 있는 곽종규 변호사(사진)는 자신의 상담 원칙을 이같이 소개했다. 고객의 노후와 상속, 가족의 돌봄에 필요한 신탁을 설계하려면 재산을 물려주려는 뜻뿐 아니라 배경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2013년 KB국민은행에 입행했다. 법무실과 WM투자자문부에서 일했고 현재 은행 신탁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은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곽 변호사는 5일 "법률 검토에 앞서 금융 거래와 고객 업무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경험하고 싶었다"며 "고객과의 금융 거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실무자의 입장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이 고객의 생애 동안 종합자산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제공해 줄 가장 완벽한 툴(tool)이 신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고객이 원하는 삶의 방식이 계약서의 문구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맡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은 미성년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던 비상장기업 운영자와의 상담이었다. 주식을 남긴다는 유언장은 마련했지만,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누가 맡을지가 문제였다. 곽 변호사는 생전에 주식을 신탁해 사후에는 자녀가 배당을 받고,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수탁자의 의결권 행사에 관여하는 구조를 함께 검토했다.

그는 "신탁업자의 주식 의결권 행사 제한과 세법상 가업상속공제 적용 문제 등 현행 제도 아래에서 풀어야 할 쟁점이 남아 있고, 필요한 법 개정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도 고객의 승계 목적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능한 범위를 확인하고, 제도 개선과 실무상 해법을 함께 찾아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상담 현장에서 마주한 질문들은 '신탁, 상속의 기준을 바꾸다'라는 책을 쓰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책에서도 강조한 것은 재산의 분배를 넘어 가족의 생활을 살피는 일이었다.

곽 변호사는 "상담을 하다 보면 신탁이 유언이나 후견과 어떻게 다른지, 사망 후 재산을 나누는 문제와 생전의 돌봄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집필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재산을 누가 받을지뿐 아니라 언제, 어떤 목적으로, 누구의 도움을 받아 쓸지를 미리 생각해야 남겨진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지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데 이 책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경험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꿨다. 곽 변호사는 "예전에는 재산을 누구에게 얼마나 남길지에 먼저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그 재산이 가족의 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까지 생각한다"며 "재산을 남기는 일에는 남겨진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살피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현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계약과 상품을 만들고, 제도상 풀어야 할 문제는 글과 강의, 정책 논의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