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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ICC 제재…유럽 "대화로 풀자"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ICC 제재…유럽 "대화로 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수 시간 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전경.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며 관세 덕분에 세계 전쟁을 줄였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댄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발표했다. ICC 재판관 출신이자 인권법 전문가로 지금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인 나비 필라이(85)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수 시간 뒤 나온 조처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위원회와 필라이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유했다.

미국의 ICC 제재에 대해 유럽은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ICC 보호 조처 마련에도 착수했다.

ICC 자산 동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ICC 제재를 발표했다. 미 관할 지역 내 ICC의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 기업과 개인은 6개월 내에 ICC와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루비오 장관은 ICC를 '불량 재판소'라면서 미군이 주둔하는 동맹국들에 제재 동참을 압박했다.

그는 "미군 병력에 의존하고 있는 동맹들이 불량 재판소 제재에 나서주길 기대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미국은 미국인이 더는 위협받지 않을 때까지 ICC를 산산조각 내는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벨평화상 불발에 '긁혔나'

트럼프는 수상자 발표 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필라이 재판관과 노벨위원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별도 설명 없이 트루스소셜에 공유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해당 게시물은 필라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증오하는 인물"이라면서, 노벨위원회가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시절에 이어 2기 들어서도 노벨평화상을 자신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7일에는 자신이 전쟁 8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는 ICC 제재가 이전부터 준비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필라이 수상에 대한 불만이 방아쇠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대화로 풀자"…ICC 수호 총력

유럽연합(EU)과 주요국들은 ICC 제재에 우려를 나타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ICC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로마규정 당사국들과 협력해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제시한 6개월의 유예기간을 언급하고 "대화의 여지가 있다"며 협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ICC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의 롭 예턴 총리도 제재 발표 전까지 대화할 시간이 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대화로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트럼프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 6개국과 덴마크는 외교장관 공동 성명을 통해 ICC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유럽 국가들은 아울러 미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법적 조처도 논의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외교장관은 제3국의 제재를 역내 기업이 따르지 않도록 강제하는 'EU 차단규정' 발동을 요청했다.
다음 주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일본 출신인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도 동영상 성명에서 "미국의 조처는 재판소를 설립한 주권 국가들에 대한 공격으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ICC는 또 미 기업과 거래 중단에 대비해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독일 공공 프로그램인 '오픈데스크'로 교체하고 금융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자체 대비책을 가동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