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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건 삼성 아니라 나였다"…'매수 실탄' 바닥난 개미, 무너진 방어선

코스피 7.57% 폭락 마감…7거래일 연속 하락에 시총 1170조 증발
美 CPI 쇼크·빅테크 급락에 양대 시장 20분간 '서킷브레이커' 발동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름새 20~30% 폭락…'투톱' 주도 하락장

"망하는 건 삼성 아니라 나였다"…'매수 실탄' 바닥난 개미, 무너진 방어선
코스피가 454.59포인트(7.57%) 하락한 5554.22에 마감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외국인의 거센 매도 공세 속에 국내 증시의 최후 방어선 역할을 해오던 개인투자자의 매수 '실탄'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8% 넘게 폭락하며 5500선마저 위협받았고, 양대 시장에는 매매를 강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 7.57% 급락 마감…삼성전자·SK하이닉스 일제히 '폭락'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57% 폭락한 5554.22에 장을 마쳤다. 지난 13일 5%대 급락에 이어 불과 이틀 만에 또다시 기록적인 폭락세가 연출됐다. 지수는 장중 한때 8.06% 밀린 5452.51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 모두 지수 급락으로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시장 전반에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지수 급락은 시총 '투톱'인 반도체 대형주가 이끌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9.48% 내린 21만원에 장을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1.06% 폭락한 126만2000원을 기록했다. 9월 말 종가와 비교하면 불과 보름 만에 삼성전자는 21.79%, SK하이닉스는 28.94%나 곤두박질쳤다.

코스피는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으며, 이 기간 증시에서 허공으로 증발한 시가총액만 11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美 CPI 충격과 빅테크 한파…연준 긴축 공포가 '트리거'


이날 글로벌 증시를 덮친 직접적인 뇌관은 미국발 물가 불안과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었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다시 자극했다. 고금리 부담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은 AI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실적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88% 밀렸고, 오라클과 코어위브 등 주요 AI 인프라 주도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국내 '서학개미'들이 대거 매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3배 레버리지 ETF(SOXL)가 하루 만에 13.35% 폭락(110.54달러 마감)하는 등 반도체 업황 전반에 차가운 냉기류가 확산됐다.

'외인 매도' 받아내던 개미 실탄 소진…수급 방어선 '와해'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국내 수급 방어선의 붕괴'를 꼽는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를 개인이 온몸으로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했으나, 최근 자금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AI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지난 5~6월 외국인이 하루 1조원 이상 순매도한 26거래일 중 코스피가 하락한 날은 11일에 불과했고 15일은 상승 마감했다. 당시 외국인이 하루 3조7000억원대 매물을 쏟아낸 날에도 지수는 견조하게 상승했다. 개인이 하루 평균 3조5620억원을 순매수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9~10월 들어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외국인이 1조원 이상 순매도한 15거래일 중 14일 지수가 하락했다. 이 기간 개인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1조5450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기관마저 등을 돌렸다. 5~6월 외국인 1조원 순매도 시 하루 평균 2800억원을 사들였던 기관은 9~10월 들어 390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연기금 역시 9월 4331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

거래대금 감소세도 뚜렷하다. 5~6월 일평균 50조3000억원에 달했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9~10월 21조4000억원으로 57% 급감했다. 지난 5월 29일 기록한 고점(80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70% 이상 쪼그라들며 극심한 거래 침체를 겪고 있다.

7000~8500선 물린 개미들 '망연자실'…"추가 반등 쉽지 않아"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지수 7000~8500선 구간에서 대거 매수에 가담한 탓에, 추가 매수(물타기)에 나설 여력조차 완전히 고갈된 상태다.

LS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2024년 7월 이후 약 195조원을 증시에 투입했다. 이로 인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유동성 자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요 증권 커뮤니티와 포털 종목토론방에는 연일 원금 손실을 호소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수익금을 다 반납하고 마이너스 1000만원이 넘었다", "대출금도 못 메우는데 추가 매수할 자금조차 없다", "손실 3000만원을 감수하고 눈물을 머금고 손절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개인과 국내 기관 모두 매수 여력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외국인의 순매도가 주가 하락 변동 폭을 고스란히 키우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여의도 증권가 한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줄 매수 주체가 완전히 실종된 수급 공백 상태"라며 "거래대금 급감은 저가 매수세마저 시장 진입을 꺼리고 있다는 뜻인 만큼, 글로벌 기술주 불안과 외국인 매도 압력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증시의 추가 레벨다운 압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