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첫삽 뜬 주택 87.5%가 민간
정부 '닥공' 외치지만 한계 뚜렷
결국 민간에서 속도내야 공급 효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풀어야
서울에서 올해 첫 삽을 뜬 주택 중 민간사업을 통한 주택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닥치고 공급(닥공)'을 내세우며 공공재개발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 등 공공 주도 공급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민간사업의 획기적인 규제완화 없이는 '제한된 닥공'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착공 88%…공공 주도 한계
20일 서울시 부동산정책센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 착공된 주택 2만679가구 중 민간주택은 1만8094가구로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공공주택 착공은 2585가구(12.5%)에 그쳤다.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을 강조해왔지만,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이 공급을 견인하는 서울에서는 공공 중심 공급대책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는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1만가구)와 옛 주한미군 주둔지인 캠프킴(2500가구), 노원구 태릉CC(6800가구) 등이 포함됐지만 사실상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업의 근거가 될 특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거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한 전문가는 "공공 주도 공급이 헛바퀴를 돌고 있어 기대감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사이 서울 공급의 90% 가까이를 민간이 끌고 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공공, 민간 할 것 없이 모든 공급사업의 걸림돌을 확실하게 제거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도 "민간 정비사업의 활성화가 서울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1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정비 사업이든 신도시 개발이든 공공 주도 공급은 이를 뒷받침하는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착공 가로막는 '양도 제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존 관행과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택지 조성부터 각종 인허가와 착공에 소요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최대한 단축해서 공급 전격전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도 민간사업에 적용되는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데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8·13 대책을 통해 이주비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산정기준을 종전자산평가액에서 종후자산평가액으로 바꿨고, 재개발조합 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췄다.
다만 여전히 주요 암초로 꼽히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완화하는 데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행 제도상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사실상 매매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거나 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은 주택을 처분하고 나갈 길이 막힌다. 이는 조합 내 갈등과 사업 지연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정부가 조합원을 '투기꾼'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출구를 막아놓고 정비사업 활성화나 주택 공급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한시적으로 3년만 해제해 주면 조합 내 갈등요소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며 정부에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정부는 민간개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120%)까지 추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교수는 "완화책을 내면서도 특정 지역을 빼는 등 조건이 달린다면 '제한된 닥공'이 될 수 있다"며 "조건 없이 규제를 푼 뒤 문제가 생기면 사후 대응하는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전민경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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