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멈춰 선 소방 안전법
6년째 국가직 재정전환 제자리
안전강화 법안은 몇개월째 계류
정치권 약속에도 현장체감 요원
소방관이 또다시 화마 속에서 목숨을 잃자 정치권이 뒤늦게 입법 경쟁에 나섰다. 여야 모두 소방공무원 인건비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2020년 국가직 전환 이후 6년간 이어진 재정 책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소방관의 현장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들도 국회 상임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사고 때마다 처우 개선과 예산 확충을 약속하면서도 생명을 지킬 제도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뒤늦게 국가 책임 확대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소방공무원 인건비의 최소 80%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소방재정지원 및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9일 소방공무원 인건비에 대한 국가 일반회계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같은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경기 부천 공장 화재로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한 이후 여야가 잇따라 소방 재정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에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소방공무원 인건비 총액의 80% 이상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소방안전교부세 지원분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부담액을 일반회계에서 지원하고, 정부의 예산안 반영도 의무화했다. 이 의원은 "소방공무원의 처우와 현장 대응 역량이 지방의 재정 형편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국가 책임을 강화해 지방재정 부담을 덜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직 전환의 취지에 맞춰 인사권까지 국가로 이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의원은 "국가직 전환의 취지를 살리려면 국가가 소방공무원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소방 인사의 국가 이관 시기와 범위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재정 구조는 여전히 지방 중심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체 소방예산 8조 1478억원 가운데 국비는 8696억원으로 10.7%에 불과하다. 국가가 신분을 일원화했지만 예산의 약 90%는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셈이다. 소방 인력과 장비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계기로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이 지방재정에 주는 부담을 설명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의원도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인사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지방이 책임지는 제도적 불일치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도 뒤에 남은 입법 과제
정작 소방관의 생명과 직결되는 현장 안전 입법은 더디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소방시설법 개정안 28건 가운데 화재 현장 소방관의 안전을 직접 다루는 법안은 2건으로 분류된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화재 현장에서 건축물 설계도면과 위험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고소 작업시설 화재 진압에 드론을 활용할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지난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계류 중이다.
정치권의 약속은 잇따르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소방관의 안전한 근무 환경 마련과 지원 강화를 약속했고, 한병도 원내대표도 희생과 헌신에 합당한 예우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소방 예산과 국가 지원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식 국회의장도 "소방관이 안전해야 국민이 안전하다"며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여야의 약속이 실질적인 법률 개정과 예산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가의 인건비 부담을 확대하려면 추가 재정 지출이 불가피해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줄어들더라도 절감된 예산이 현장 인력 확충과 노후 장비 교체로 이어지도록 하는 장치도 과제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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