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과 국민소득의 관계는 흔히 '역U자' 형태를 띤다고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이를 '환경 쿠즈네츠곡선'이라고 하는데,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초기에는 환경오염이 증가하나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는 패턴을 말한다. 따라서 자연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이에 따른 삶·환경의 질에 대한 요구가 늘고, 경제규모에 상응하는 환경투자가 이뤄진다.부산시 또한 '2030년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생활 속의 공원녹지 확보를 비전으로 주민 1인당 공원면적 6㎡ 이상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녹지 확보에 노력하고 있고 있다. 이 중 낙동강 하구 지역은 2002년부터 을숙도, 삼락, 염막, 화명, 대저지구 등 5개 구역에 무분별하게 방치됐던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를 정비해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시민에게 휴식·여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조성된 생태공원들이 체육시설을 비롯한 여느 강변 둔치에 지나지 않으면서 낙동강 유역의 문화와 역사성을 제대로 담아냈는지에 대한 의문이 큰 게 현실이다.■'천년 곳간' 만든 순천시, 울산시2013년 전남 순천시의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대성공과 2015년 순천만 국가정원 지정은 전국 각 지자체의 공원녹지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경우 한 해 200만명 넘는 관광수요를 창출하고 있고, 전남대학교 조사연구에 따르면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매년 4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관광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정원산업에선 관련 일자리 250여개가 창출되고 있으며, 도시 브랜드 상승 등의 부가가치는 덤으로 따라오니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이를 뒤쫓아 후발로 나선 울산시는 올해 7월 태화강정원의 '제2호 국가정원' 타이틀을 따내면서 산업도시와 더불어 생태문화도시로의 도시 브랜드 '투트랙'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주목해야 할 점은 이 두 지자체 모두 심각한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순천만과 태화강을 수십년에 걸쳐 복원해내고, 행정당국의 결단과 추진을 바탕으로 최종 산림청 국가정원에 등재한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가 있었다.특히 이 지역 시민들은 환경정화를 통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환경보전운동에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성이 돋보였으며, 이를 행정당국이 정원산업과 결부시켜 대규모 정원부지를 확보한 뒤 국가정원으로 등재한 과정이 일맥상통했다.이에 따라 국가정원에 따른 경제적으로 달콤한 열매만 볼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었던 무수한 마찰과 갈등의 목적이 국가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환경을 보전해 자연과 사람이 공생한다는 순수함이 밑바탕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무궁무진한 가능성…둔치도 등 거론현재 낙동강 하구는 2000년대 이후 개발사업으로 인한 공업단지, 주거지 조성과 항만개발 등이 주로 서남쪽 해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제1의 철새도래지 등 생태복원적 사업으로 을숙도, 삼락, 화명, 맥도, 대저 5개 지역을 정비하고 자연친화적으로 복원해 시민에게 휴식과 여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런 도시공원들이 낙동강 하구의 농경문화역사, 자연생태환경, 나루터로 대표되는 강 유역 물류문화 등을 오롯이 잘 담아내기엔 부족함이 크다.이에 먼저 낙동강의 수질개선과 함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지역경제에 새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태관광을 염두에 둔 정원화 사업이 대두되고 있다.여운상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순천만의 경우 갈대가 주요 상품화를 이루고 있지만 낙동강 하구에는 이보다 더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구 삼각지에서 비롯된 갈대와 습지, 철새도래지 등의 생태적인 요소와 더불어 농경문화, 가락국, 나루터 중심의 물자이동 등 이런 주제들을 바탕으로 정원을 만들어낸다면 상당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이 중 낙동강 하구 유역에서 정원으로 추진할 만한 곳은 △대저·삼락생태공원 부지 일부 △평강천~맥도강 합류지점 일대, 국제산업물류단지조성사업에서 유보된 △둔치도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대저와 삼락생태공원 일부 부지는 이미 인근 지역들의 친수공간으로 활용성이 높아 주민 수용성 문제가 크며, 평강천과 맥도강이 만나는 지점은 현재 철새생태습지 대체서식지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지난 2018년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도시공사는 평강천~맥도강 합류지점에 사업비 2851억원을 투입해 100㎡ 면적의 자연생태습지를 조성하고 맥도생태공원 간 다리 연결을 통해 국가정원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추진되진 않았다.둔치도의 경우 2016년 시민단체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에서 국가도시공원 지정 등을 포함한 대규모 정원 조성방안이 실제로 수행되기도 했다. 단체는 울산에서 일어난 100만명 서명운동, 시민땅 사기 운동 등과 마찬가지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벌여 시민 공론화 토대를 마련하는 등 현재도 이런 사회운동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승환 단체 공동운영위원장(동아대 조경학과 명예교수)는 "낙동강 하구는 면적도 넓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한데 모여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잘 보전된 습지환경을 바탕으로 정원화를 통해 자연환경 보전, 지역균형발전, 자율적인 경제계획 만들기, 환경복지, 일자리 창출 등 생태·문화·환경복지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낙동강 하구에 걸쳐 있는 다양한 관계법망과 시민단체·행정당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또한 공론화를 거치더라도 실제 정원조성사업을 추진하기에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만큼 백년대계를 위한 걸림돌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2019-12-09 19:04:47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더 많은 국민들이 국내 여행을 떠나 지역 곳곳에 활력을 더할 수 있도록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캠페인 기간 한시적으로 개방하거나 신규 개장을 앞둔 '숨은 관광지' 3곳을 최근 공개했다. 평소 일반인 접근이 어려웠던 장소인 만큼 낯선 장소로 훌쩍 떠나 여행이 주는 매력을 새롭게 발견해보자. ■'장애물 없는' 태백산 하늘전망대 강원도 태백 하늘전망대는 태백산의 새로운 명소다. 전국 23개 국립공원 중 최초로 조성된 하늘전망대로, 지난 1월 19일 임시 개장했다. 무장애 탐방시설로 설계돼 휠체어와 유아차 접근이 어렵지 않다.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는 탐방지원센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곧장 하늘탐방로에 진입할 수 있다. 전체 구간 평균경사는 3.6도로 완만하다. 탐방로 폭 또한 2.8m로 휠체어 교행이 가능하다. 하늘전망대는 하늘탐방로가 닿는 가장 안쪽으로, 소나무 사이로 솟은 33m 정상까지 나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전망대 오르는 길은 이동형 전망대나 다름없다. 방향을 틀 때마다 장면이 바뀌며 기대감을 높인다. 하늘전망대 정상에서 보는 주변 산세에서는 태백산의 영험한 기운이 절로 뿜어져 나온다. 발 아래로는 나무의 우듬지가 내려다 보이고 먼 산으로는 능선이 장엄하고 아득하다. 하늘전망대의 공식 개장은 이달 31일이며, 태백산 하늘전망대 미디어아트관 역시 공식 개장에 맞춰 문을 연다. 인근 여행지로는 태백산 소도야영장과 태백석탄박물관을 꼽는다. 태백산 하늘탐방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생태 탐험' 고성독수리생태체험관 해마다 몽골에서 수많은 독수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로 날아오는데 그중 상당수가 경남 고성으로 모여든다. 약 25년전 고성 철성고등학교 김덕성 선생님이 학교 인근 논밭을 찾은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한 일이 계기가 됐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독수리 먹이 주기 활동을 이어온 결과 매해 수백 마리가 고성을 찾는다. 이후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태테마관광 육성 사업을 통해 독수리 생태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겨우내 독수리식당 인근에 독수리생태체험관을 임시 설치하고 독수리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오는 21일까지 진행한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독수리 생태관광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생태 해설사가 쌍안경과 카메라를 나눠준 후 조를 나눠 관람객을 탐조대로 안내하고, 두세 가족당 생태 해설사가 1명씩 동행해 탐조를 돕는다. 또 야외에 마련된 독수리 둥지 포토존에서 독수리 날개를 달고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갓 구워낸 독수리 빵을 먹으며 몽골에서 독수리가 온 사연을 담은 영상도 관람한다. ■'신비한 온돌방' 칠불사 아자방 경남 하동의 칠불사 아자방(온돌방)은 지난 1월 22일 경남도유형문화재에서 국가민속문화재로 승격 지정됐다. 이를 기념해 올해 부처님오신날인 5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문을 연다. 빗장을 풀고 관람객을 맞이한 건 복원공사 시작 후 꼬박 8년 만이다. 공개 기간 중 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3시, 오후 4시에 30명 한정으로 스님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칠불사는 지리산 반야봉(해발 1732m) 남쪽, 해발 800m에 자리잡고 있다. 1세기경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외삼촌인 인도 승려 장유보옥선사를 따라와 수도한지 2년만에 모두 성불해 '칠불사'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다신전’과 ‘동다송’을 지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경내에 있는 아자방(亞字房)은 스님들이 벽을 향해 수행하는 선방이다. 방안 네 귀퉁이를 바닥 면보다 한 단 높게 올려 ‘버금아(亞)’ 모양으로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다. 축조 당시 아궁이에 한 번 장작불을 지피면 스님이 수행하는 100일간 그 온기가 유지된다고 해서 전설의 구들, 신비한 온돌방이라 불렸다. 한편, 이번에 소개한 3곳 외에도 전북 남원 광한루원, 경남 거제 관광모노레일, 제주 중문골프장 선셋투어 등 또 다른 숨은 관광지 정보를 '여행가는 달'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종택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3월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계기로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 고유의 매력을 담은 여행지를 새롭게 발굴하고, 국민에게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로컬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국내 여행을 통해 지역 곳곳에 봄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3-18 18:48:23[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하동 칠불사 아자방 온돌’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지리산 반야봉 남쪽 자락에 있는 칠불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로, 1세기경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출가해 성불했던 암자인 칠불암이 이어진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칠불사 경내에는 이른바 ‘아자방’으로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선방(禪房)이 있는데, 이는 스님들이 벽을 향해 수행할 수 있도록 방 안 네 귀퉁이를 바닥면보다 한 단 높게 구성함으로써 ‘아(亞)’ 모양의 아자형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다. 아자방 온돌은 신라시기 때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진행된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고려시대의 유물(와편, 기단석, 확돌 등)과 함께 기타 여러 기록 자료에 의하면 아자방 온돌은 선종 사찰의 선방으로서 그 기능을 유지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옛 선비들이 지리산을 여행하고 남긴 각종 지리산 유람록, 일제강점기 발행됐던 신문 기사 등 당시의 자료들을 통해서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청 측은 “아자방 온돌은 우리나라 전통 온돌문화와 선종 사찰의 선방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유산”이라며 “불교사와 건축사 등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고, 현존하는 사례 중 희소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지정 가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2-22 11:00:15[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은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경남 하동 칠불사 아자방 온돌'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과 의견 수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아자방 온돌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아자방 온돌은 우리나라 전통 온돌 문화와 선종 사찰의 선방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신라 때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리산 반야봉 남쪽 자락에 위치한 칠불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관리를 받는 말사로, 1세기경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출가해 성불했던 암자인 칠불암이 이어진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칠불사 경내에 있는 '아자방(亞字房)'은 독특한 형태의 선방(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을 하는 방)이다. 스님들이 벽을 향해 수행하는 면벽수행을 위해 방안 네 귀퉁이를 바닥면 보다 한 단 높게 구성함으로써 '亞' 모양의 평면을 이룬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다. 이 온돌은 만든 이래 1000년을 지내는 동안 한 번도 고친 일이 없다고 전해진다. 불만 넣으면 상하온돌과 벽면까지 한 달 이상 따뜻하다. 지난 2017년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와편(깨진 기와 조각)·기단석(건축물이나 비석 따위의 기초로 쌓는 돌)·확돌(아궁이 문을 고정하는 용도의 홈이 파여져 있는 돌) 등 고려시대 유물, 기타 여러 기록 자료에 의하면 아자방 온돌은 참선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중요시 하는 불교종파인 선종 사찰의 선방으로서 그 기능을 유지해 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0-06 14:40:27【김해(경남)=정순민 기자】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2년부터 2년 주기로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을 선정·발표해오고 있다. 관광지에 대한 일반 평가와 지방자치단체 추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최종 선정지를 정하는데, 몇몇 여행지의 경우는 2~3곳을 묶어 발표하는 경우가 있어 딱 100곳은 아니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는 지난 2012년 이후 6회 연속 선정된 14곳을 포함해 총 100곳의 관광지가 이름을 올렸다. 이중 청와대 앞길과 서촌마을,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이상 수도권), 한밭수목원(충청권),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호남권), 김해 가야테마파크(경상권) 등 33곳은 이번에 처음 등재된 여행지다. 그중 경남 김해에 있는 가야테마파크와 인근 관광지 몇 곳을 둘러봤다. ■김수로왕의 전설을 찾아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알아둬야 할 이야기가 있다. 삼국유사에 전해져 내려오는 금관가야(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 공주 허황옥 스토리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먼 옛날 낙동강 주변의 평야 지역(지금의 김해)에는 왕이 없이 9명의 부족장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하늘에서 황금알 여섯 개가 내려와 그중 가장 먼저 깨어난 알에서 나온 이가 왕이 되었다. 그가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이다. 또 김수로왕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붉은 깃발을 단 배를 타고 온 여인과 혼례를 올렸는데, 그녀가 김수로왕과 백년해로하며 금관가야를 강성하게 한 김수로왕의 비(妃) 허황옥이다.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러브스토리는 김해 가야테마파크 내 가야왕궁 메인 건물인 태극전에서 시작된다. 가야왕궁 안에는 TV드라마 '김수로'(2010년) 세트장으로 쓰였던 건물이 일부 남아 있는데 2층 높이의 건축물인 태극전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부터 허황옥과의 혼례까지 모든 이야기를 직접 손으로 터치하며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증강현실(AR)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흥미롭다. 주말에는 가야 왕과 왕비 옷을 입고 어좌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도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에 좋다. ■김해의 '노을 뷰 맛집' 분산성 김해에 왔다면 꼭 둘러봐야 할 곳 중 하나가 분산성(사적 제66호)이다. 해발 382m의 야트막한 분산 정상에는 두툼하게 석탑 띠를 두르듯 돌을 쌓아올린 산성이 있다. 이곳은 최근 '김해의 만리장성'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을 뷰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곳이다. 김수로왕과 혼인을 한 허황옥이 고향 아유타국을 그리워하며 거닐었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분산성은 정확한 축조 시기를 알 수 없다. 허왕후 전설이 깃든 해은사(海恩寺)가 인근에 있어 가야시대부터 축조를 시작했다고 추정하지만, 삼국시대는 물론 청동기 시대의 흔적도 발견된다. 고려와 조선시대, 그리고 최근까지 오랜 세월 여러 차례 증축과 복원을 거쳐 지금의 반듯한 모습으로 꾸며졌다. 총둘레 929m 중 서북 30m 구간은 성곽이 무너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역사의 숨결을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봉수대로 오르기 직전 성곽을 따라 탁트인 전망을 보며 고즈넉한 산책을 해도 좋다. '왕후의 노을'이라고 불리는 분산성의 노을은 운명의 짝을 찾아 이역만리 타국 땅으로 온 허황옥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산에 올라 바라보았던 노을이다. 기암괴석과 숲이 섞여있는 좁은 산길을 지나면 분산성과 김해 전경이 다시 펼쳐지는데, 동문 쪽에서 바라본 풍경보다 아늑하고 정겹다. 왜군의 침입을 연기로 알리던 봉수대는 지난 1999년 복원돼 분산성 반대편 김해 시내를 지켜보고 있다.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능 김해 가야테마파크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수로왕릉이 있다. 높이 5m의 원형 봉토 무덤인 수로왕릉을 이곳 사람들은 납릉(納陵)이라고 부른다. 납릉 정문의 화반 위에는 석탑을 가운데 두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마주 보고 있는 문양(쌍어문·雙魚文)이 있다. 김수로왕의 비인 허황옥이 인도에서 왔다는 증거 중 하나라는 쌍어 문양이다. 납릉 옆 숭정각에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표준 영정이 있다. 수로왕은 붉은색, 허왕후는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 낮에는 문이 열려 있어 영정을 볼 수 있다. 숭정각의 영정은 분산에 있는 해은사 영정을 토대로 그린 것이다. 가락유물관에는 가야시대의 철기 문명과 고대 유물들이 전시 중이다. 춘추대제 때 제례 상차림의 모습과 제례복 등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수로왕비능은 수로왕릉에서 북쪽으로 1㎞ 남짓한 곳에 있다. 가야 건국 설화가 전해지는 구지봉과 인접하고 동쪽으로 분산성을 바라보는 위치다. 왕비능이 수로왕릉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 것이 특이한데, 전해지는 이유도 다양하다. 원래는 수로왕을 위한 자리였는데, 허왕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수로왕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명당을 내어주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한 허왕후의 세력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김해시민들의 휴식처, 수릉원 수로왕과 허왕후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상상되는 수릉원은 왕가의 품위가 느껴지는 생태공원이다. 옛 공설운동장 자리에 수로왕릉과 가야왕들의 묘역인 대성동 고분군을 이어주는 단아한 숲을 만들었다. 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을 테마로 조성되어 동쪽의 산책로는 김수로왕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구실잣밤나무, 상수리나무 등 곧게 뻗은 나무들이 서 있고 서쪽의 산책로는 대성동 고분군을 지나 허왕후를 위한 공간으로 이어진다. '허왕후를 위하여'라는 이름이 붙은 길에는 감, 살구, 개복숭아 등 열매를 맺는 유실수를 심어 여성적인 느낌의 산책로를 조성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대나무 사이 나무데크를 통해 보이는 언덕에는 허왕후의 고국인 인도와 불교를 상징하는 피나무 군락이 있다. 정원의 연못은 해상왕국인 가야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옛 가야시대 습지에서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시연꽃이나 노랑어리연꽃 등을 심었다. 신록이 우거진 봄부터 단풍이 물드는 가을까지 김해 시민들의 피크닉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3-04-06 18:41:15['낙동강 하구'를 국가정원으로下 - 편집자 주]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 계기로 공공정원과 정원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후대를 위해 지켜내야 할 환경보전적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세계적 생태자원을 홍보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순천시는 ‘정원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면서 고루한 지역 이미지를 탈바꿈 시켰고, 울산은 태화강을 우리나라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관광문화도시로서의 모멘텀(성장동력)을 마련했다.그 사이 부산은 해안을 중심으로 한 해운대-광안리-부산항 북항 벨트에 치중하면서, 낙동강 하구-금정산 내륙벨트에는 이렇다 할 변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타 지자체의 사례를 바탕으로 부산의 공원녹지 정책에 대한 현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찾아본다. 【파이낸셜뉴스 부산】 환경오염과 국민소득과의 관계는 흔히 ‘역U자’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이를 ‘환경 쿠즈네츠곡선’이라고 하는데,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초기에는 환경오염이 증가하나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시간이 갈수록 감소한다는 패턴을 말한다. 따라서 자연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이에 따른 삶·환경의 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게 되고, 경제규모에 상응하는 환경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부산시 또한 ‘2030년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생활 속의 공원녹지 확보를 비전으로 주민 1인당 공원면적 6㎡ 이상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녹지 확보를 노력하고 있고 있다. 이중 낙동강 하구 지역은 2002년부터 을숙도, 삼락, 염막, 화명, 대저지구 등 5개 구역에 무분별하게 방치됐던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를 정비해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시민에게 휴식,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조성된 생태공원들이 체육시설을 비롯한 여느 강변 둔치에 지나지 않으면서 낙동강 유역의 문화와 역사성을 제대로 담아냈는지에 대한 의문이 큰 게 현실이다. ■ ‘천년 곳간’만든 순천시, 울산시 2013년 전남 순천시의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대성공과 2015년 순천만 국가정원 지정은 전국 각 지자체의 공원녹지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경우 한해 200만 명이 넘는 관광수요를 창출하고 있고, 전남대학교 조사연구에 따르면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매년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관광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정원산업에선 관련 일자리 250여 개가 창출하고 있으며, 도시 브랜드 상승 등의 부가가치는 덤으로 따라오니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를 뒤쫓아 후발로 나선 울산시는 올해 7월 태화강정원을 ‘제 2호 국가정원’ 타이틀을 따내면서 산업도시와 더불어 생태문화도시로의 도시 브랜드 ‘투트랙’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두 지자체 모두 심각한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각각 순천만과 태화강을 수십 년에 걸쳐 복원해내고, 행정당국의 결단과 추진을 바탕으로 최종 산림청 국가정원에 등재한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가 있었다. 특히 이 지역 시민들은 환경정화를 통해 후대에 물러주어야 한다는 환경보전운동을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성이 돋보였으며, 이를 행정당국이 정원산업과 결부시켜 대규모 정원부지를 확보한 뒤 국가정원으로 등재한 과정이 일맥상통했다. 이에 따라 국가정원에 따른 경제적 달콤한 열매만 볼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었던 무수한 마찰과 갈등의 목적이 국가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환경을 보전해 자연과 사람이 공생한다는 순수함이 밑바탕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무궁무진한 가능성... 둔치도 등 거론 현재 낙동강하구의 경우 2000년대 이후 개발사업으로 인한 공업단지, 주거지 조성과 항만 개발 등이 주로 서남쪽의 해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제1의 철새도래지 등 생태복원적 사업으로 을숙도, 삼락, 화명, 맥도, 대저 5개 지역을 정비하고 자연친화적으로 복원해 시민에게 휴식과 여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도시공원들이 낙동강하구의 농경문화역사, 자연생태환경, 나루터로 대표되는 강 유역 물류문화 등을 오롯이 잘 담아내기엔 부족함이 크다. 이에 먼저 낙동강의 수질개선과 함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지역경제에 새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생태관광을 염두에 둔 정원화 사업이 대두되고 있다. 여운상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순천만의 경우 갈대가 주요 상품화를 이루고 있지만 낙동강하구에는 이보다 더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구 삼각지에서 비롯된 갈대와 습지, 철새도래지 등의 생태적인 요소와 더불어 농경문화, 가락국, 나루터 중심의 물자이동 등 이러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정원을 만들어 낸다면 상당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중 낙동강하구 유역에서 정원으로 추진할 만한 곳은 △대저·삼락생태공원 부지 일부 △평강천-맥도강 합류지점 일대, 국제산업물류단지조성사업에서 유보된 △둔치도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대저와 삼락생태공원 일부 부지는 이미 인근 지역들의 친수공간으로 활용성이 높아 주민 수용성 문제가 크며, 평강천과 맥도강이 만나는 지점은 현재 철새생태습지 대체서식지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지난 2018년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도시공사는 평창강-맥도강 합류지점에 사업비 2851억 원을 투입해 100m² 면적을 자연 생태습지를 조성하고 맥도생태공원 간 다리 연결을 통해 국가정원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추진되진 않았다. 둔치도의 경우, 2016년 시민단체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에서 국가도시공원 지정 등을 포함한 대규모 정원 조성방안이 실제로 수행되기도 했다. 단체는 울산에서 일어난 100만 명 서명운동, 시민 땅 사기 운동 등과 마찬가지로 내셔녈트러스트 운동을 벌여 시민 공론화 토대를 마련하는 등 현재도 이러한 사회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승환 단체 공동운영위원장(동아대 조경학과 명예교수)는 “낙동강 하구는 면적도 넓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한데 모여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잘 보전된 습지환경을 바탕으로 정원화를 통해 자연환경 보전, 지역균형발전, 자율적인 경제계획 만들기, 환경복지, 일자리 창출 등 생태·문화·환경복지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낙동강하구에 걸쳐있는 다양한 관계 법망과 시민단체-행정당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또한 공론화을 거치더라도 실제 정원조성사업을 추진하기에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만큼 백년대계를 위한 걸림돌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2019-12-09 15:30:47【김해=오성택 기자】 경남 김해시가 가야문화유산 중 하나인 ‘장군차’(將軍茶)를 지역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 육성한다. 20일 김해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수확을 시작한 장군차 햇차 수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최고 품질의 장군차 생산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장군차는 48년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가락국 시조 수로왕에게 시집오면서 예물로 가져왔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도 신라 30대 법민왕이 신유년(661년)에 가락왕묘에 제향을 올리도록 조칙을 내리면서 제물로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 신증동국여지승람 불우조는 김해 금강사에 차나무가 있는데 충렬왕이 가마를 멈추고 장군(將軍)이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전한다. 이 같은 기록들이 역사학계의 인정을 받을 경우, 장군차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전래된 차(茶)가 된다. 장군차는 중국 북방이나 일본계통의 일반적인 중엽류 녹차와는 달리 잎이 크고 두꺼운 남방계통 대엽류에 속한다. 잎이 크고 두꺼운 만큼 차의 주요 성분인 카테킨을 비롯한 아미노산과 비타민류, 미네랄 같은 무기성분의 함량이 풍부해 국내·외 권위 있는 차 품평회에서 연속 수상했다. 지난 2008년 세계차연합회(WTU)가 격년제로 개최하는 ‘국제명차품평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해까지 연속으로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특히 한국차인연합회가 차의 날 기념행사로 개최하는 차품평회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올해의 명차’로 선정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시는 장군차를 김해 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군락지 조성과 재배지 확대, 차문화 체험시설 건립, 차 생산시설 확충, 기능성 차 개발 및 품질 향상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부가가치 높은 장군차 산업을 적극 육성해 우리나라 최초 차 전래지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이라며 “김해 전통 문화유산이자 건강에 좋은 장군차를 많이 애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장군차는 온라인 쇼핑몰 ‘가야뜰’과 김해장군차영농조합, 김해시청 구내매점 및 장군차 시범찻집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2019-05-20 11:56:10【김해=오성택 기자】 인도 학생들의 수학여행단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2000년 전 인연을 순례하기 위해 경남 김해를 찾을 전망이다. 김해시는 한국관광공사 뉴델리지사와 공동으로 인도 학생들의 수학여행 유치를 위한 현지답사단 초청투어를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진행된 인도 학생 수학여행 현지답사단 초청투어는 인도 중·고교 수학여행 결정권자와 수학여행 취급 여행사 대표 등 15명이 참가해 김해를 비롯한 서울· 울산·부산 경유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번 팸투어는 한국관광공사 뉴델리지사의 마케팅사업의 하나로 인도 현지 한류 열풍과 더불어 자동차, 휴대폰 같은 선진 산업현장 방문, 다양한 문화에 대한 체험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수학여행 코스 개발을 위해 기획됐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현지답사단은 3일간 서울지역 학교와 한류명소·관광지 등을 방문한 뒤, KTX를 이용해 울산으로 이동, 현대자동차 공장 등을 둘러봤다. 방한 4일차인 지난 24일 김해로 이동한 현지답사단은 인도 아요디아에서 건너와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한 허왕후릉과 가야테마파크 등을 둘러본 후 부산으로 이동했다. 인도 학생들의 해외 수학여행은 대부분 유럽이었으나 최근 한류열풍 등으로 인해 한국으로의 수학여행이 학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제 시 관광과장은 “허왕후로 맺어진 2000년 전 인연으로 김해가 인도 학생들의 수학여행코스에 포함돼 의미가 크다”면서 “인도 단체 및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도 음식점 발굴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현지답사단의 방문이 끝나는 대로 인도의 각급 중·고교에 수학여행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고, 현지에서 신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인도 수학여행단이 김해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2019-04-25 15:14:58【김해=오성택 기자】 경남 김해시가 가야문화유산 중 하나인 ‘장군차’를 시가지 곳곳에 심기로 했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는 시내 공공용지와 공원 등을 대상으로 장군차 식재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고 4일 밝혔다. 먼저 올해 가야테마파크와 국립김해박물관, 연지공원 및 분성산 생태숲 일원에 장군차 묘목 4650주를 심고 연차적으로 식재 장소와 면적을 확대해 오는 2023년까지 6㏊에 달하는 장군차 군락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해 장군차는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결혼 예물로 인도에서 가져왔다고 전해지며, 장군차란 이름은 고려 충렬왕이 김해 금강곡에 자라던 차나무를 가리켜 ‘장군수’라고 이름 지은 것에서 유래했다. 장군차는 대엽류로 다른 차나무와 비교해 잎이 크고 두꺼워 차의 주성분인 식물성 항균물질인 ‘카데킨’ 함량이 높고 찔레 향기 같은 상큼한 향이 난다. 지난해 한국차인연합회의 차 품평회에서 용상과 봉상을 수상하면서 10년 연속 ‘올해의 명차’로 선정됐으며, 세계차연합회(WTU)의 국제명차품평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로부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은 김해의 문화유산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장군차를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인 장군차를 많이 애용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번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2019-04-04 13:45:27‘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의하면 6개의 알에서 가장 빨리 태어난 김수로왕은 가락국(또는 금관가야)의 시조이며 김해김씨의 시조이다. 대가야 지배계층의 아이 무덤에서 가락국 건국신화가 투영된 유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2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대가야 지배계층 무덤이 모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에서 ‘건국신화 그림 6종’이 새겨진 토제방울이 출토됐다. 대동문화재연구원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발굴 조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5세기 말부터 6세기 초 사이에 조성된 대가야 시대 소형 석곽묘 10기와 석실묘 1기가 확인됐다. 그중 낮은 곳에서 확인된 제1호 석실묘의 경우 6세기 초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데, 고령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이른 시기의 횡혈식 무덤이다. 대가야 시대의 묘제는 수혈식(구덩식)에서 횡혈식(굴식)과 횡구식(앞트기식)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변천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매우 큰 학술적 의미를 갖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유물은 5세기 말경 조성된 대가야 소형 석곽묘에서 나온 토제방울 1점이다. 토제방울은 어린아이가 묻힌 석곽묘에서 발견됐다. 석곽묘 규모는 길이 165cm, 너비 45cm, 깊이 55cm정도로, 조성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당시 유물의 부장양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토제방울 외에 소형 토기 6점, 쇠 낫 1점, 화살촉 3점, 곡옥(曲玉) 1점 등과 어린아이의 치아와 두개골 편이 함께 출토됐다. 함께 묻힌 토기나 철기가 대가야 물품인 것으로 보아 생활용품으로 제작된 이 토제방울 역시 대가야의 것으로 추정된다. 직경 5cm가량의 토제방울에는 거북, 관을 쓴 남자, 춤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등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6개의 독립적인 그림(선각그림)이 방울 표면에 선으로 새겨져있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의하면 가락 지역에서 3월 어느 날, 하늘의 명을 받아 9간(九干)과 부족원 수백 명이 구지봉에 올라가 제사를 지내고 춤추며 노래하자, 하늘로부터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빛 그릇이 내려왔다. 그 속에는 6개의 알이 들어 있었는데 12일이 지난 뒤에 알에서 차례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중 가장 먼저 태어난 아이를 수로라고 했다. 주민들은 수로를 가락국의 왕으로 모셨고, 다른 아이들은 각각 5가야의 왕이 됐다. 선각그림 6종은, 남성성기(구지봉)부터 거북(구지가), 관을 쓴 남자(구간),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금합을 담은 자루까지다. 이번 발굴로, 알에서 시조가 태어났다는 난생설화(卵生說話)는 가야지역 국가들의 공통적인 건국신화에 담긴 핵심요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토제방울에 새긴 그림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여러 가야의 건국신화를 재조명할 증거자료로서, 우리나라 고대사 특히 가야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19-03-20 09: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