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강릉=김기섭 기자】 혈관,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엄나무순(일명 개두릅)이 강릉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됐다. 7일 강릉시에 따르면 이달에만 한시적으로 맛볼 수 있는 지역 농산물을 포함해 다양하고 특색있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추가 선정했다. 답례품으로 추가된 ‘강릉 개두릅’은 임산물 지리적표시 제41호로 등록되어 있는 강릉의 대표적인 봄철 산나물로 짧은 기간에만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강릉 개두릅은 지난 6일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 처음 공개되자마자 큰 호응을 불러일으켜 기부자들의 많은 선택을 받고 있으며 향후 3주 정도 채취, 신선함을 담아 순차적으로 배송될 예정이다. 수확과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활용한 강릉산 감자에 새로운 맛과 멋을 부여한 상품인 '포파칩' 또한 새로운 답례품으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강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미역, 사과, 오징어, 말린생선세트 등 각종 지역 특산품 뿐 아니라 강릉을 직접 방문해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각종 이용권도 추가된다. 탁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어디서든 자유롭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강릉 워케이션 서비스(일로오션) 관광상품을 비롯해 연곡솔향기캠핑장 이용권, 강릉오죽한옥마을 숙박권 등이 기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한편 강릉시 답레품선정위원회는 최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15개 품목을 추가해 총 43개 답례품으로 고향사랑 기부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동율 강릉시 특별자치과장은 “앞으로 강릉의 로컬 콘텐츠를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과 서비스 상품을 답례품으로 선정, 강릉을 재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2023-04-07 09:03:22[파이낸셜뉴스] 종근당이 국내 최초로 말초신경병증 치료 성분 메코발라민과 간기능 개선 성분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60mg을 동시에 함유한 고함량 활성비타민 ‘벤포벨 에스’를 출시한다. 26일 종근당은 최근 고함량 활성비타민 벤포벨 시리즈의 신제품 벤포벨 에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해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개정을 통해 일반의약품에 쓰이는 신규성분을 추가하고 1일 최대분량을 확대한 바 있다. 이번에 출시한 벤포벨 에스는 개정사항을 반영해 기존 제품 대비 비타민 B군을 강화하고 육체피로, 간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성분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손상된 신경세포를 재생해 말초신경병증을 치료하는데 전문의약품으로 처방되던 메코발라민 성분을 500㎍ 추가하고, 활성비타민 벤포티아민 100mg 외에도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의 에너지 대사에 도움을 주는 비스벤티아민 30mg을 동시에 함유하고 있다. 담즙 분비를 촉진하고 간세포를 보호하는 약물로 알려진 우르소데옥시콜산의 함량을 비타민 표준제조기준 최대인 60mg으로 높이고 타우린, 메티오닌, 오르트산 등도 함유해 간 기능 저하로 인한 육체피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종근당 관계자는 “벤포벨 에스는 스트레스, 음주, 흡연, 영양불균형 등으로 현대인들에게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 B군과 간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하루 한 알로 보충해주는 제품”이라면 “성분과 함량을 강화해 피로회복 효과를 극대화 벤포벨 에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고함량 활성비타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2-07-26 15:06:53최근 글루코사민이 퇴행성관절염 완화에 효과가 없다는 외국 연구결과가 발표됐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글루코사민의 기능성을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0일 스위스 베른대학 연구팀이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을 복용한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서 통증 감소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식약청은 내부회의를 열고 이같은 의견을 모았다. 식약청 오혜영 식품기준부장은 "스위스 베른대학이 발표한 이번 연구서는 직접 실험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련 연구서 10편에 대해 통합분석한 내용"이라며 "10편의 논문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 부장은 "베른대학 발표결과에 따라 당장 글루코사민의 기능성을 취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글루코사민을 건강기능식품에서 퇴출하려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청은 향후 글루코사민의 효능에 대한 용역 연구의 실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보건복지부 소속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지난 2월 글루코사민 성분의 관절염 치료 효과에 대한 기존 임상연구 37건을 통합분석한 결과 치료 효과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어 글루코사민의 효능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2010-09-24 10:39:46간질환은 성인 1000명당 8.06명으로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 진황에 이어 국내 주요 만성 질환 가운데 4위를 차지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과다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잦은 술자리로 현대인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야쿠르트의 ‘쿠퍼스’는 발효유의 기능성을 간까지 확대한 새로운 개념의 발효유다. 이 제품에는 알코올성 간질환을 억제하고 간기능을 활성화시키는 4종의 유산균과 기능성소재 Y-Mix와 LS, 간염 유발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하는 초유 항체가 들어있다. 유산균이 간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 대한보건협회가 주최한 ‘유산균과 간’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들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미코 살라스프로 교수는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더스 같은 유산균들은 술과 담배에서 나오는 독소인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능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산균이 장내 알코올 대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독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순천향대 의과대 남해선 교수는 유산균 발효유의 간 기능 개선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만성 간기능 저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쿠퍼스’를 8주간 음용한 그룹의 GOT, GPT, 그리고 γ-GTP 간 기능 수치가 섭취 전보다 75%, 82%, 88% 수준으로 각각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남해선 교수는 “‘쿠퍼스’에 들어 있는 4종의 유산균과 기능성 소재 Y-Mix와 LS, 그리고 베타인, 복합비타민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간 기능을 현저하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쿠퍼스’에는 베타인, 비타민 B군 6종, 항산화 비타민 2종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총 5종의 혼합과즙이 들어 있어 맛까지 우수한 발효유이다. 또한 이 제품은 발효유로는 최초로 스크류캡을 사용, 고급스러움과 함께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쿠퍼스’라는 브랜드는 간에 존재하는 면역관련 세포를 발견한 쿠퍼박사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3년간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면서 5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 ‘쿠퍼스’는 현재 하루 25만개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올해에만 13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한국야쿠르트는 ‘쿠퍼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확산시키기 위하여 판소리 수궁가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쿠퍼스’ TV 광고 수궁가 2탄을 최근 선보여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허철성 박사는 “‘쿠퍼스’를 매일 규칙적으로 음용할 경우 피로회복은 물론이고 간 질환까지도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요즘 발효유 시장은 기능성 요구르트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쿠퍼스’와 같은 기능성을 특화한 제품들은 앞으로도 꾸준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여,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발효유 전체시장은 올해 6% 정도 신장한 1조 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2005-09-26 13:43:18[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옛날 한 각로(閣老)에게 부인이 있었다. 각로는 조정에서 내각대신이나 대학사를 지낸 고위 관료를 말한다. 각로의 부인은 원래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고관대작의 부인이라는 지위까지 있어서 기고만장했으며 자존심이 강했다. 어느 날 부인은 마당에서 하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늙은 여종과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부인은 아직 젊었기에 경험이 많은 여종 앞에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부인은 기절하듯이 쓰려졌고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날 밤 부인은 억울함을 참다못해 각로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이르듯이 들려주었다. 그러나 각로는 늙은 여종의 편을 들면서 부인을 나무라듯이 꾸짖었다. 그날 밤부터 부인은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고 아팠고,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이 생겼다. 식은땀을 물처럼 흘리고, 소변을 가리지 못하며, 대변도 설사기가 있었다. 계속해서 입이 굳어지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꺼풀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이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먹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부인의 증상은 이러한 상태가 이미 열흘이 넘었다. 각로의 부인에게 병이 났다는 소문이 나자, 주위의 여러 의원들이 나섰다. 일부는 출세의 발판으로 삼을까 하여 줄을 대서 끼어들기도 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중풍(中風)입니다.” 혹은 “풍(風)이 오장을 침범한 것입니다.”라 하며 중풍 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이미 다른 의원들이 치료하지 못한 것을 보고는 “아주 위중한 병증이니 치료가 어렵습니다.”라고 포기하기도 했다. 각로는 걱정이 많았다. 각로는 수소문 끝에 한 명의에게 진료를 부탁했다. 명의가 진찰해 보더니 말했다. “부인은 중풍이 아닙니다. 만일 풍(風)에 의해 증세가 나타난 것이라면, 그 화(禍)는 손바닥 안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순식간일 터이니, 중풍의 양상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명의는 부인의 안색을 살펴보니, 부인의 얼굴은 붉고 눈빛은 충혈되어 있었다. 얼굴은 때때로 푸른 기운이 돌기도 했다. 맥을 좌측 촌관척(寸關尺) 삼부맥이 모두 흥분되고 빨랐으며, 특히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간맥(肝脈)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심한 열증이나 화병을 의심할 수 있는 맥상이었다. 명의는 각로에게 물었다. “혹시 최근에 대감께서 부인에게 심하게 화를 내셨거나, 부인에게 이루지 못한 억울함이 있었습니까?” 각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얼마 전, 나이든 여종이 부인에게 대들어서 내가 부인을 나무란 적이 있었소.” 명의가 다시 물었다. “혹시 여종이 부인에게 대드는 광경을 누가 봤습니까?” 각로는 불쾌한 듯 답했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가? 당시 많은 하인들이 늙은 여종이 대드는 것을 보았소.” 명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바로 그 점이 핵심입니다. 남들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부인의 분함이 더 심했고, 대감께서 여종의 편을 들어서 그 억울한 감정이 더욱 극심해진 것입니다. 부인의 증상은 중풍이 아니라, 간의 기운이 막혀서 나타나는 기울병(氣鬱病)입니다. 간의 기운은 풀려야 하는데, 울분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근육 경련, 상열감, 식은땀, 대소변 실금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것은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기역증(氣逆症)입니다. 지금은 식사를 잘 하시는 것 같지만, 더 심해지면 간기(肝氣)가 비토(脾土)를 치게 되어 식사도 제대도 드시지 못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명의는 곧바로 서각산(犀角散) 4첩을 써서 복용하게 했다. 서각산은 서각, 생지황, 작약 등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간열(肝熱)에 기인한 출혈이나 경련, 식은땀, 정신 혼미 등을 다스린다. 부인이 서각산을 복용하자 경련이나 마비 증상이 사라졌다. 그러나 가슴이 답답하고 옆구리가 결리면서 열이 오르는 증상은 여전했다. 명의는 이어서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을 처방했다. 가미소요산은 당귀, 작약, 복령, 백출, 시호, 목단피, 치자 등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울화, 흉협창통, 월경불순, 안면홍조, 불면, 신경불안 등에 쓰이는 명방이다. 가미소요산을 복용하자 부인의 증상은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또다시 늙은 여종이 자신을 무시하는 일이 생겨, 울화와 분노를 겪은 뒤 비슷한 증상이 또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발열과 구토가 더해지고, 음식을 먹으려는 생각이 줄어들었으며, 자궁 출혈이 생겼고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각로는 명의를 다시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명의는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간목(肝木)이 성하여 비토(脾土)를 극함으로써, 비가 혈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각로는 다급히 처방을 요청했다. 그런데 명의는 처방을 하지 않고서 “지금은 약으로만은 어렵습니다. 대감께서 부인과 하인들이 보는 앞에서 여종을 붙잡아 크게 혼내 주셔야 합니다. 부인에게도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일부러라도 부인의 편을 들어 여종을 꾸짖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부인의 억울함을 약이 아닌 마음으로써 풀어주고자 한 것이다. 각로는 명의의 말대로 여종을 붙잡아 와서 부인이 보는 앞에서 크게 혼내 주었다. 이후 명의는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을 처방했다. 가미귀비탕은 비기허(脾氣虛)로 인해 출혈이 멈추지 않고, 심혈허(心血虛)로 불면, 건망, 피로가 함께 있을 때 기혈을 보하고 지혈하는 데 쓰는 처방이다. 그리고 다시 가미소요산을 보조로 처방했다. 그러자 부인의 증상은 모두 사라졌다. 부인은 이후에도 종들에게 매번 분노한 뒤나, 혹은 잠자는 중 손발이 경련을 일으킬 때가 종종 있었지만, 이때마다 가미귀비탕과 가미소요산을 복용하여 곧바로 회복되었다. 부인의 병은 중풍이 아니라 기병증(氣病症)이었다. 기병증은 요즘으로 치면 화병이나 신체형 장애에 속한다. 신체형 장애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신체화되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히스테리성 반응인 전환장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전환장애는 신체적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신경학적 손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 진단된다. 쉽게 말해, 심리적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는 실제 고통스러움을 느끼는데, 기절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은 관심받기나 책임회피 등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심리상태를 반영한다. 부인의 증상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수치심과 남편마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억울함이 겹쳐 더욱 심해졌다. 이런 마음의 병은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먼저 마음을 풀어주지 않으면 낫기 어렵다. 욕치기신(欲治其身)하려면 선치기심(先治其心)하라. 몸을 치료하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부인의 치료에 적합했던 것 같다. * 제목의 ○○○은 ‘기병증(氣病症)’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교주부인양방> 靳閣老夫人, 先胸脇脹痛, 後四肢不收, 自汗如水, 小便自遺, 大便不實, 口緊目瞤, 飮食頗進, 十餘日矣. 或以爲中臟, 公甚憂. 余曰非也. 若風旣脫, 惡症旣見, 禍在反掌, 焉能延之? 乃候其色, 面目俱赤, 而面或靑, 診其脈, 左三部洪數, 惟肝尤甚. 余曰, 胸乳脹痛, 肝經血虛, 肝氣否塞也. 四肢不收, 肝經血虛, 不能養筋也. 自汗不止, 肝經風熱, 津液妄泄也. 小便自遺, 肝經熱甚, 陰挺失藏也. 大便不實, 肝木熾盛, 克脾土也. 遂用犀角散四劑, 諸症頓愈. 又用加味逍遙散, 調理而安. 後因鬱怒, 前症復作, 兼發熱嘔吐, 飮食少思, 月經不止, 此木盛克土, 而脾不能攝血也. 用加味歸脾湯爲主, 佐以加味逍遙散, 調補肝脾之氣, 淸和肝脾之血而愈. 後每遇怒, 或睡中手足抽搐, 服用前藥卽愈. (진씨 각로의 부인은 처음에는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고 아팠고, 나중에는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으며, 식은땀을 물처럼 흘리고, 소변을 가리지 못하며, 대변도 무르기만 하고, 입이 굳어지고 눈꺼풀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은 제법 잘 먹었으며, 이러한 상태가 이미 열흘이 넘었다. 어떤 이들은 중풍이 장에 침범한 것이라 하여 위중한 병으로 여겼고, 각로께서도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이에 내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풍의 병이 이미 빠져나갔고, 악성의 증세가 드러난 것이라면, 그 화는 손바닥 안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순식간일 터이니, 어찌 이처럼 오래 지속되었겠습니까?” 곧바로 환자의 안색을 살펴보니, 얼굴과 눈빛이 모두 붉었고, 때로는 얼굴에 푸른 기운이 돌기도 하였다. 맥을 진찰해 보니, 좌측 삼부맥이 모두 홍삭하며, 특히 간맥이 더욱 강하였다. 이에 내가 말하였다. “가슴과 유방이 불러 오르고 아픈 것은 간경의 혈이 허하고, 간기의 소통이 막힌 탓입니다.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간경의 혈허로 인하여 근육과 힘줄이 제대로 자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며,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 것은 간경의 풍열이 진액을 흩뜨려 무절제하게 빠져나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은 간경의 열이 극심하여, 음부의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간직하는 기능이 무너진 것입니다. 대변이 무른 것은 간목이 왕성하여 비토를 억제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곧바로 서각산 4첩 써서 복용하게 하니, 여러 증상이 모두 곧바로 나아졌다. 이어서 가미소요산을 사용하여 몸을 조리하자 안정되었다. 그러나 이후 울화와 분노를 겪은 뒤, 앞서의 증상이 다시 나타났고, 동시에 발열과 구토가 더해지고, 음식을 먹으려는 생각이 줄어들었으며, 월경도 그치지 않았다. 이는 곧 간목이 성하여 비토를 극제함으로써 비가 혈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에 가미귀비탕을 주된 처방으로 삼고, 가미소요산을 보조로 써서 간비의 기를 조화롭게 보익하고, 간비의 혈을 청화하게 하니 병이 나았다. 이후에도 매번 분노한 뒤나, 혹은 잠자는 중 손발이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앞서 썼던 약을 복용하면 곧바로 회복되었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6-03 12:45:175월과 6월은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로, 기온과 습도의 변화가 뚜렷해진다. 갑작스럽게 오르는 기온과 습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칠 수 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임에도 '몸이 무겁다', '피로가 쌓인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때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계절의 전환기를 '운기 변화'라 하며, 자연의 흐름에 따라 인체 내부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기혈의 순환, 비위(소화기) 건강, 정서적 안정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초여름은 양기(陽氣), 즉 따뜻한 기운이 점차 왕성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체온 조절이 원활하지 않으면 두통, 불면, 피로감,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얼굴과 가슴 쪽으로 열이 몰리는 '상열감' 증상이 흔히 발생한다.단순히 찬 음식을 섭취하거나 냉방에 의존하기보다는 한의학에서는 인체 내 기의 흐름을 조화롭게 조절하여 열을 다스리는 방식을 우선시한다. 침, 뜸, 약침 등의 방법으로 상체에 몰린 열은 내려주고 하체의 순환을 도와주는 치료가 효과적이다.여름철에는 입맛이 줄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의학적으로 비위의 기능이 더위에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시기에는 소화가 잘 되는 따뜻한 음식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 찬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습관은 위장에 냉기를 남겨 비위의 기운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여름 내내 피로와 무기력을 유발할 수 있다. 한의학 고전에는 "열을 다스리되 기운은 해치지 말라(治熱勿傷氣)"는 말이 있다.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력을 잃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식이와 함께 한방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5~6월은 일과 학업 모두 바쁜 시기로 스트레스가 누적되기 쉬운 시기다. 한의학에서는 감정 변화 역시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혈이 원활히 순환하지 못해 생기는 생리적인 반응으로 본다. 화가 나거나 쉽게 짜증이 나는 상태는 간의 기운이 울체된 상태, 즉 간기울결(肝氣鬱結)로 해석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침 치료와 함께 간의 기운을 순조롭게 풀어주는 청간해울(淸肝解鬱) 한약 처방이 효과적이며, 정서적 안정과 함께 육체적 피로를 개선할 수 있다. 기후 변화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함께 가져온다. 초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몸을 단련하기보다, 몸속 기운의 흐름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으로 체질과 계절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통해 건강을 지켜내자.안덕근 자황한방병원장
2025-05-22 18:19:20[파이낸셜뉴스] 지난 1·4분기 실적 쇼크에 더해 당분간 수익성 개선을 내다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메리츠증권이 해성디에스 적정주가를 2만4000원으로 내렸다.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7일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5년과 2026년 EPS 추정치를 각각 30.4%, 16.3% 하향조정했다"며 "기판 업종 내 동사 강점은 Roll-to-Roll 공정을 기반으로 한 원가 경쟁력과 견조한 수익성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해당 강점이 희석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낮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연간 실적으로는 매출액 5980억원, 영업이익 369억원을 전망했다. 각각 연간 0.8%, 35.1% 낮아진 수치다. 해성디에스는 지난 1·4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매출액 1375억원(-5.5%), 영업이익 4억원(-95.9%)을 기록한 바 있다. 반도체 기판은 주요 고객사가 DDR4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면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리드프레임은 전장용보다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어 전장에 강점이 있는 해성디에스에는 불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 연구원은 "종합적으로 동사의 양 사업부문 모두 간기간 내 수익성 회복을 주도하기 어렵다"며 "투자 매력도가 재부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5-05-07 08:47:00[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마을 어귀에 사는 한 부인이 이유도 모르게 깊은 슬픔에 잠기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부인의 울음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하품과 기지개를 수없이 반복하더니 급기야 말없이 앉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다. 급기야 마을 사람들은 “부인께서 사수(邪祟)를 입으신 게 분명하네.” 혹은 “귀신이 붙은 거 아니오? 그렇다면 굿이라도 올려야 하지 않겠소?”라고 수군거렸다. 사수란 과거에 귀신이나 외부 재앙 탓으로 여겼던 단어다. 가족들은 굿을 했고 집 안은 연기와 북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부인의 울음은 멎지 않았다. 부인의 울음은 오히려 점점 깊어졌다. 부인은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자주 하품하며 날이면 날마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부인의 가족은 끝내 명의로 소문난 한 의원을 찾아 나섰다. 그날 저녁, 의원은 초가집 안으로 들어서며 조용히 부인의 맥을 짚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의원이 “이건 장조증(藏燥證)이오.”라고 말하자 가족들은 어리둥절했다. 의원은 “장조란, 마치 귀신에 씐 듯 슬픔이 복받쳐 울고 싶고, 자주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는 증이오. 마음이 조잡하고 기운이 허해서 생긴 것이지 귀신 때문이 아니오.”라고 했다. 의원은 가족들을 모두 밖으로 나가게 한 후, 부인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하도록 했다. 부인은 울면서 넋두리하듯이 의원에게 한참을 이야기했다. 의원은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부인의 등을 토닥토닥거렸다. 부인의 울음소리는 더욱더 커졌다. 의원은 이어서 부인의 손목에 있는 신문혈과 영도혈, 손바닥의 소부혈에 침을 놓았다. 그리고서는 가족들을 들어오게 한 후 약방문을 적었다. ‘감초 한 냥, 부드럽게 볶은 부소맥(浮小麥) 세 홉, 대추 일곱 개’가 처방이었다. 의원은 “이것은 바로 감맥대조탕(甘麥大棗湯)이오. 하루에 한 첩씩, 온기로 복용하게 하시오. 부인은 마음의 병이요. 힘든 일이 있다면 털어놓고 이해해 주도록 노력하시오.”라고 했다. 진료를 마친 의원이 대문을 나서자, 곁을 따르던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장조증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도대체 어찌하여 그 단순한 약이 이토록 효험이 있습니까?” 그러자 의원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이 부인은 마음이 허하고 기운이 막혀서 생긴 병이다. 하품은 기운이 막혔다는 신호고 울음은 심(心)이 허해졌다는 증거가 된다. 이는 곧 심기(心氣)와 간기(肝氣)의 실조 증상인 것이다. 이때는 감맥대조탕이 적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날 밤, 부인은 감맥대조탕을 한 사발 마셨고, 사흘 만에 울음을 그쳤다. 감맥대조탕(甘麥大棗湯)은 감초, 부소맥(浮小麥), 대추 등 단출한 세 가지 약재지만 그 안엔 허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힘이 담겨 있다. 감초는 부드럽고 완만한 약성으로 긴장된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부소맥(浮小麥)은 기운을 북돋고 진액을 생하게 하여, 마음이 마르고 번조한 상태를 해소한다. 또한 대추는 불안 초조하고 허약해진 심혈을 안정시키며 정서적 위안과 안정감을 유도한다. 참고로 부소맥은 도곡하지 않은 소맥(小麥, 밀)을 물에 넣었을 때 물 위로 뜨는 미성숙 알곡을 약용하는 것이다. 물에 떠서 부소맥이라고 했고, 보통 볶아 사용한다. 한의서에 보면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식은 땀을 그치게 하며 가슴이 허번(虛煩)하여 잠들지 못하는 것과 심장이 벌렁거리는 증상에 쓴다고 했다. 그러나 부소맥은 우리가 흔하게 먹는 밀가루와는 다르다. 밀가루는 단지 정제 탄수화물로서 혈당을 올리고 도파민 반응을 유도해서 일시적으로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이것은 일종의 학습효과로 반복되면 중독성으로 인해서 더욱 우울해진다. 빵을 예로 들면 우울했을 때 빵을 먹고 혈당이 오르면서 세로토닌이 증가해서 기분이 좋아졌다가 이후 혈당이 떨어지면 다시 우울해지면서 더욱 피로해지고 다시 빵을 찾는 악순환에 빠진다. 감맥대조탕은 현대 의학적 관점에서도 불안감 해소, 감정 안정, 자율신경계 조절, 혈압 안정, 불면증과 우울증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부인은 처음으로 하품 없이 깊은 잠을 이루었다. 가족들도 부인의 마음을 잘 살폈다. 한 번은 마을의 대감댁에서 급히 의원의 약방에 사람을 보냈다. “의원님, 대감댁의 애기 마님이 하루아침에 말을 잃고 정신을 놓았습니다. 부디 살펴주십시오.”라고 했다. 의원은 곧장 달려갔다. 애기 마님은 혼절한 채 숨소리만 남아 있었다. 눈꺼풀은 떨리고 손은 덜덜 떨렸다. 진맥을 해본 의원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의원은 나지막하게 “맥이 불규칙하며, 빠르고 엉켜있다. 현맥(弦脈)이구나. 이는 깊은 상심이 간기(肝氣)를 흔들었기 때문이구나.”라고 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마님의 서방님이 관직을 따라 먼 지방으로 갔는데, 거기서 기생과 정을 나누고 있다 합니다. 그 얘기를 들은 이후로 마님이 밥도 안 먹고 울기만 하셨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여종의 이야기를 들은 의원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오늘 애기 마님의 서방님을 관청의 약방에서 보았소이다. 그 서방은 약을 지어 보내며 이르기를, 집안 사정이 급해 곧 돌아온다 했소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의원은 “이건 서방께서 보내신 약재요.”라고 하면서 감맥대조탕 세 첩을 건넸다. 그 말을 듣자 애기 마님의 눈꺼풀이 떨리고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대감집을 나온 이후 제자가 “스승님, 애기 마님의 서방을 본 것이 정말이십니까? 그리고 그 감맥대조탕은 제가 약방에서 조제해 온 것이 아닙니까”하고 의아해했다. 그러자 의원은 “허허, 나는 먼저 병자의 심경(心經)을 흔들어 희기(喜氣)를 터뜨리고 그 다음 약으로 간기(肝氣)를 풀어주고자 했을 뿐이다. ‘욕치기신하려면 선치기심하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병은 마음에서 시작되었기에 먼저 그 마음을 다스린 것이다.”라고 했다. ‘욕치기신(欲治其身)하려면 선치기심(先治其心)하라’는 ‘몸의 병을 치료하고자 하면 먼저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날 밤 부인은 감맥대조탕 처방을 달여서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는 미음을 먹기 시작했고, 다시는 울지 않았다. 다행히도 며칠 후 서방도 와서 다시 화목함을 이루었다. 이후에도 의원은 감맥대조탕으로 부인들의 장조증을 여럿 치료했다. 한번은 어떤 과부가 열병처럼 앓고 있었고, 음문(陰門)이 가렵고 때때로 욕설을 하면서 망언을 내뱉었다. 의원은 시호억간탕과 연근즙을 먼저 투약한 후, 불면과 허한(虛汗)이 남아 감맥대조탕과 온담탕을 합하여 마침내 완쾌되었다. 또 한번은 밤낮으로 정신을 잃고 망상에 시달리던 부인에게 심풍(心風)을 가라앉히고자 주사안신환과 감맥대조탕을 병용처방하였다. 부인은 열흘 만에 제정신으로 되돌아왔다. 이처럼 감맥대조탕은 부인들의 다양한 장조증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마음을 메마르게 만드는 병, ‘장조(藏燥)’는 곧 현대의 우울증이었다. 장조증은 마음이 아픈 병이었다. 그리고 그 치료는 먼저 그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 제목의 ○○○은 ‘우울증’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 ○ 藏燥證. 婦人藏燥, 悲傷欲哭, 象如神靈所作, 數欠伸, 甘麥大棗湯主之. 有自哭自笑者, 紅棗燒存性, 米飮調服. (장조증. 부인의 장조증이란 귀신에 홀린 것처럼 슬퍼하여 울려고 하고 자주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감맥대조탕을 주로 쓴다. 혼자 울거나 웃을 때는 붉은 대추를 약성이 남게 태워 미음에 타서 먹는다.) ○ 鄕里有一婦人, 數欠, 無故悲泣不止, 或謂之有祟, 祈禳請禱, 皆不應. 予急治甘麥大棗湯, 服三貼而愈. (마을에 어떤 부인이 있었는데 자주 하품하고 공연히 슬퍼하여 울음이 멎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사수라고 여겨 재앙을 물리치는 제사를 지내고 기도하였으나 모두 낫지 않았다. 내가 급히 감맥대조탕으로 치료하였다. 3첩을 먹고 나았다.) ○ 甘麥大棗湯. 甘草 一兩, 小麥 三合, 大棗 七枚. 右剉作一貼, 水二升煎至一升, 溫服. 産前産後, 皆可用. (감맥대조탕. 감초 1냥, 밀 3홉, 대추 7개를 썰어 1첩으로 하여 물 2되에 1되가 남을 때까지 달여 따뜻할 때 먹는다. 산전이나 산후에 모두 쓸 수 있다.) ○ 浮小麥. 養心, 同大棗煎, 止盜汗. 治大小人骨蒸肌熱, 婦人勞熱. 微炒用之. (부소맥/밀쭉정이. 심을 길러주니. 대추와 함께 달이면 도한을 멎게 한다. 어른과 아이의 골증열이나 피부의 열감, 부인의 허로로 인한 열을 치료한다. 약간 볶아서 쓴다.) <상한경험방> ○ 一宰相家年少婦人, 昏窒不省, 諸醫不敢用藥. 召我診之, 脈無倫次而甚促結. 余問: "有何思故?" 傍人秘言: "病祟於新郎病, 在其親任所, 其所眄妓, 久不來故, 癈食呻痛, 仍至此症." 余高聲曰: "某卽今日, 余逢着於某防藥科中, 謂有衙中憂患, 今當製藥送之, 卽來娉家云耳." 仍以甘麥大棗湯三貼, 其病得差. 此欲先醒心經, 發出喜氣, 以散虛痰之心, 繼以湯藥, 緩肝氣之衝也. (어떤 대감집의 나이 어린 부인이 혼절하여 인사불성이 되니, 여러 의원들이 감히 약을 쓰지 못하였다. 나를 부르기에 진맥을 해보니, 맥이 불규칙적이면서 매우 빠르고하고 결하였다. 내가 “누구를 그리워해서 입니까?” 물으니, 곁에 있던 사람이 몰래 “이 병은 신랑에게서 빌미가 된 병입니다. 그는 부친이 부임한 곳에 있는데 그곳에서 기생과 정을 통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서 부인이 식음을 전폐하고 신음하며 고통스러워하더니 이러한 증세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였다. 내가 소리를 높여 “아무개를 오늘 내가 모 지역의 약과에서 뵈었는데, 관아에 우환이 있어 지금 당장은 약만 지어 보내지만 곧 집에 돌아올 것이라 하더이다.” 하고는, 감맥대조탕 3첩을 썼더니 그 병이 나았다. 이것은 먼저 심경을 일깨우고 기쁜 기운을 터뜨려 심의 허담을 흩어버린 뒤, 이어서 탕약으로 간기가 치받는 것을 이완시켜 준 것이었다.) ○ 一婦人晝夜昏塞, 醒則邪思妄念, 一身動搖, 氣血若存若無. 余診之, 六脈不疏不數無倫次. 此肝心經風邪, 朱砂安神丸各一戔, 合甘麥大棗湯, 日再服十貼而安. (어떤 부인이 밤낮으로 혼절하였는데, 깨어나면 삿되고 망령된 생각을 하며 온몸을 흔들었으며 기혈이 있는 듯 없는 듯하였다. 내가 진맥을 해보니, 육맥이 소하지도 않고 삭하지도 않으면서 불규칙적이었다. 이는 간경과 심경의 풍사이니, 주사안신환각 1돈을 감맥대조탕에 합하여 하루 2차례로 하여 10첩을 먹이니 편안해졌다.) ○ 一女子寡病, 似瘧似虛勞, 時妄語, 或笑或哭, 陰戶痒痛. 診之, 六脈虛數, 勸用柴胡抑肝湯, 調蓮根汁半杯, 二十貼, 諸症皆差, 而有虛汗恐㥘, 晝夜不睡. 更診, 脈昏微數, 按之無力. 急用甘麥大棗湯, 合溫痰湯, 十貼而快愈. (어떤 과부가 병을 앓았는데, 학질 같기도 하고 허로 같기도 하며, 때로 함부로 말을 지껄이고 웃거나 곡하였으며, 음문이 가렵고 아팠다. 진맥을 해보니 육맥이 허삭하였다. 시호억간탕에 연근즙 반 잔 섞은 것을 권하여 쓰게 하였더니 20첩 만에 온갖 증세가 모두 나았으나 환자는 허한과 공포감으로 밤낮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다시 진맥을 해보니 맥이 분명하지 않게 미삭하며 눌러보아도 힘이 없었다. 급히 감맥대조탕에 온담탕을 합하여 10첩을 썼더니 깨끗이 나았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4-25 11:00:37환절기에는 기온 및 기압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이에 따라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한다. 특히 일교차가 큰 날씨나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기혈(氣血) 순환 정체로 증상이 심화되기 쉬우며 이는 일상생활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단순한 일시적 불편감이 아닌 신체 내부의 불균형 신호로 해석해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신체 기능의 정상화를 도모한다. 환절기 두통 및 어지럼증의 주요 원인은 기혈 순환 장애, 간기울결(肝氣鬱結), 습담(濕痰), 신경계의 불균형에 있다. 특히 담습(痰濕)이 중초(中焦)에 머물러 청기(淸氣)가 머리로 상승하지 못하거나 혈허(血虛)로 인해 뇌를 자양하지 못할 때 어지럼증과 함께 두통이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이진탕(二陳湯)과 사물탕(四物湯)을 기반으로 한 한약 치료가 적용된다. 이진탕은 습담을 제거하고 중초의 기운을 조절해 담으로 인한 두통과 어지러움을 해소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반하, 진피, 복령, 감초 등의 약재가 포함돼 있어 위장 기능을 조절하고 담습을 말리는 데 효과적이다. 사물탕은 혈허로 인한 두통, 현훈(眩暈)에 자주 활용되는 보혈제이며 숙지황, 백작약, 당귀, 천궁으로 구성돼 있어 혈을 보충하고 순환을 도와 전반적인 기혈 조화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 이 두 처방은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단독 또는 병용 투여되며 두통의 병인별 접근을 통해 개별화된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자하거(紫河車) 약침 치료는 신경계 안정과 면역력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며 최근 다양한 신경계 증상의 한방 치료 보조 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하거는 인체 태반을 가공한 생약으로 풍부한 단백질, 성장인자, 면역조절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체내 항상성 유지에 기여하며 특히 자율신경계 기능 회복과 뇌 혈류 개선, 염증 억제 작용 등에 효과적이다. 두개천골요법은 두개골과 천골 사이의 미세한 리듬을 조절해 뇌척수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중추신경계의 균형을 맞추는 한방 수기요법이다. 이 요법은 신체의 긴장을 해소하고 신경계의 자율 조절 기능을 회복시켜 두통, 어지럼증, 불면, 만성피로 등의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 환절기 두통과 어지럼증을 예방하고 증상의 재발을 줄이기 위해 평소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기온 변화가 심한 날에는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온에 신경 써야 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생강, 대추, 마늘, 계피 등)을 섭취하면 좋다. 자율신경 안정 및 스트레스 관리에는 충분한 숙면도 보약다. 또한 백회(百會), 태양(太陽), 풍지(風池) 등의 혈자리를 지압하면 두통 완화에 효과적이다. 환절기 두통과 어지럼증은 단순한 환경적 반응이 아닌 신체 내부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혈순환의 회복과 자율신경계 안정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며 이진탕과 사물탕을 활용한 한약 치료, 자하거 약침, 두개천골요법을 병행할 경우 보다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안덕근 자황한방병원장
2025-04-17 19:08:05[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한 약방에는 다양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찾아왔다. 그 약방에는 왕청임(王清任)이라는 의원이 있었다. 그 의원은 모든 질환을 어혈(瘀血)로 보고서 치료했다. 어혈이란 혈액이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응고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한의학에서 각종 만성 질환, 통증, 심혈관 문제, 정신적 증상 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간주된다. 어느 날, 왕의원의 약방에 문을 열고 한 남성이 들어왔다. 남성은 머리를 감싸 쥔 채 신음을 했다. “의원님, 이 두통이 사흘째 이어집니다. 약을 먹어도 나아지질 않습니다.”라고 했다. 왕의원은 진맥을 해보니 맥은 거칠고 길었으며, 혀는 약간 어둡고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더니 “보아하니 표증도 없고, 기허도 아니네. 만약 다른 처방으로도 듣지 않았다면, 이건 어혈 때문일 가능성이 크겠네.”라고 했다. 그리고서는 혈부축어탕(血府逐瘀湯)을 처방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자가 “스승님, 어혈이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왕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혈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머리 쪽에서 막히면 통증이 생길 수 있지. 이럴 때 혈부축어탕을 쓰면 한 번에 풀린다.”라고 했다. 남자의 증상은 요즘으로 보면 뇌혈류 장애나 혈관성 두통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양상이었다. 혈부축어탕(血府逐瘀湯)은 청대 말경에 활약한 왕청임의 저서 <의림개착(醫林改錯)>에 수록된 활혈거어(活血祛瘀)의 대표 처방으로 기혈울체로 인한 어혈을 풀어준다는 목적을 지닌 방제다. 주로 흉중의 어혈로 인한 흉통, 두통, 오래된 통증, 불면증 이외에도 어혈로 인한 다양한 병증에 응용된다. 그날 오후, 가슴을 움켜쥐며 한 노인이 찾아왔다. “의원님,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 힘듭니다. 때때로 찌르는 듯한 통증도 있습니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왕의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맥을 짚고, 가슴을 촉진해 보았다. 그리고 곁에서 지켜보던 제자에게 말했다. “이 환자의 증상은 심장의 혈류가 막혀서 그런 것이다. 원래는 의원들이 흔하게 쓰는 처방들이 있지만, 갑작스럽고 강한 흉통이라면 어혈을 먼저 풀어야 한다.” 노인의 증상은 협심증이나 관상동맥질환과 유사한 양상이었다. 제자는 다시 “스승님, 그렇다면 흉통도 어혈 때문입니까?”라고 물었다. 왕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다. 심장은 끊임없이 혈액을 순환시키는데, 어혈이 막히면 흐름이 방해를 받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이 생길 수 있어. 혈부축어탕을 쓰면 혈맥이 뚫려서 통증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며칠 후, 노인은 통증이 사라졌다며 다시 약방을 찾아와 고마움을 표했다. 밤늦게, 누군가 약방 문을 급하게 두드렸다. “의원님, 의원님!!! 제 아이가 밤마다 울어 잠을 못 잡니다.”라고 하면서 젊은 어머니가 품에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왕의원은 “다른 병은 없었소?”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이 아이는 낮에는 멀쩡한데, 밤만 되면 이렇게 보채서 죽겠습니다.”라고 울먹였다. 왕의원은 아이의 혀와 호구상관맥을 살펴보더니 나지막이 “이건 어혈 때문이군. 태어날 때 충격이 있었거나, 혹은 기혈이 막혀서 그런 것이 분명하오.”라고 했다. 제자가 다시 눈을 크게 뜨며 “스승님, 소아 야제도 어혈이 원인일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왕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흔히 신경이 예민해서 그런 줄만 아는데, 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꿈이 많아지면서 울게 되는 거지. 혈부축어탕을 적절히 조절해서 사용하면, 아이가 밤에도 울지 않고 곧 편안하게 잠을 자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정말로 그 아이는 혈부축어탕을 복용한 후부터 밤마다 편안히 잠들었다. 이는 신생아의 자율신경 불균형이나 출산 당시의 외상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며칠 후, 또 한 명의 젊은 여인이 방문했다. “의원님, 전 이상하게도 가슴에 누군가 앉아야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낮에는 증상이 없는데, 밤에만 나타납니다.”라고 했다. 제자가 놀라며 “스승님, 저런 증상도 있습니까?”라고 스승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왕의원은 침착하게 “그렇다. 혈이 막혀 기혈의 조화가 깨지면서 몸이 이상한 감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밤에 심해진다는 것도 어혈이 원인이다. 혈부축어탕을 쓰면 해결될 거다.”라고 했다. 정말로 그 여성도 혈부축어탕을 복용한 지 사흘 만에 증상이 사라졌다. 이 여성의 증상은 심인성 흉부 압박감, 불안장애, 혹은 자율신경 실조증과 관련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 또한 어혈로 보고 혈맥을 소통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데, 때로는 이러한 처방이 실제 임상에서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어느 날은 딸꾹질을 멈추지 않는 남자가 찾아왔다. 이미 여러 약방에서 진피죽여탕, 도기탕, 정향시체탕, 부자이중탕 등으로 치료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다고 했다. 왕의원은 “혈부에 어혈이 쌓이면 기도가 압박되오. 그 결과 숨이 막히고 딸꾹질이 발생하지요. 어혈이 심해지면 기도가 완전히 막히면서 기가 통하지 않게 되고, 결국 질식할 수도 있소. 과거에는 이 병의 원인을 알지 못했으나 혈부축어탕을 사용하면 가벼운 증상이든 심한 증상이든, 한 첩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요.”라고 했다. 그렇게 처방한 후 남자의 딸꾹질은 며칠 만에 사라졌다. 한 환자는 겉은 차갑고 속은 뜨겁다고 호소했다. 왕의원은 “이것은 등룡병(燈龍病)이오. 내부에 어혈이 있기 때문이지요. 등룡병을 허열(虛熱)로 오인하여 보익(補益)하면 어혈이 더욱 쌓이고, 실화(實火)로 오인하여 청열(淸熱)하면 혈이 응결됩니다.”라고 했다. 왕의원은 혈부축어탕을 처방했고, 속에서 열불이 나던 것이 가라앉고 겉에는 온기가 돌았다. 74세 노인은 밤에 가슴을 이슬에 노출시키고 자면 편안한데, 얇은 천만 덮어도 눌린 듯해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이 상태가 7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했다. 왕의원은 진찰한 뒤 혈부축어탕 5첩을 복용시키자, 노인은 완전히 나았다. 한 남자 환자는 도한(盜汗)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도한은 밤 사이 자면서 땀이 흐르는 증상이다. 이미 다른 의원들에게 보익(補益), 고표(固表), 자음(滋陰), 강화(降火)등의 방법으로 치료해도 효과가 없다. 왕의원은 남자가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 전 멍석말이를 당한 후, 가슴이 답답하고 도한이 심해졌다. 왕의원은 이것을 어혈을 원인으로 보고 혈부축어탕을 처방했고, 증상이 사라졌다. 한 부인은 자주 초조하고 답답함을 느꼈다. 알고 보니, 예전에 지붕에서 떨어진 이후로 그런 증상이 생긴 것이었다. 부인은 “밤에 꿈을 많이 꿔서 잠꼬대도 심합니다.”라고 했다. 왕의원은 이 또한 어혈로 보고 혈부축어탕을 처방했고, 부인은 편안한 밤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약방에는 많은 환자들이 찾아왔고, 혈부축어탕을 통해 어혈을 풀어 다양한 증상을 치료할 수 있었다. 제자는 감탄하며 “스승님, 이렇게 많은 병이 어혈 때문이었다니,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라고 했다. 왕의원은 웃으며 “어혈은 몸속에 숨어 있는 병의 원인이 되곤 한다. 표면적으로는 두통, 흉통, 불면증, 초조감 등으로 나타나지만, 본질적으로는 혈의 흐름이 막혀서 생긴 증상이 많지. 이를 바로잡으면 많은 병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법이지. 원인은 한 가지 어혈이지만 그로 인해서 나타나는 증상은 만가지가 넘는다.”라고 했다. 제자는 스승의 지혜를 되새기며, 한의학의 깊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피는 돌고 돌아야 산다. 우리 몸에서 혈액이 막힘없이 흐르는 것, 그것이야말로 건강의 기본이다. 어혈은 단순히 멍이나 혈전의 개념을 넘어서 미세 순환의 장애와 기혈의 불균형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모든 질환의 원인을 어혈로 치부할 수는 없겠지만, 건강은 어혈이 없는 피의 흐름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 제목의 ○○은 ‘어혈(瘀血)’입니다. 오늘이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의림개착> 血府逐於湯. ○ 血府逐瘀湯所治症目. 血府逐瘀湯所治之病, 開列於後. ○ 頭痛 頭痛有外感, 必有發熱惡寒之表症, 發散可愈. 有積熱必舌乾. 口渴, 用承氣可愈. 有氣虛, 必似痛不痛, 用參耆可愈. 査患頭痛者, 無表症, 無裏症, 無氣虛痰飮等症, 忽犯忽好, 百方不效, 用此方一齊而愈. ○ 胸疼 胸疼在前面, 用木金散可愈. 後通背亦疼, 用瓜蔞薤白白酒湯可愈. 在傷寒用瓜蔞陷胸紫胡等, 皆可愈. 有忽然胸疼, 前方皆不應, 用此方一付, 疼立止. 胸不任物 江西巡撫阿霖公, 年七十四. 夜露臥胸可睡, 蓋一層布壓則不能睡, 已經七年, 召余診之, 此方五付全愈. ○ 胸任重物 一女二十二歲 夜臥, 令僕婦坐於胸方睡, 已經二作. 余亦用此方, 三府而愈. 設一齊問病源, 何以答之. ○ 天亮出汗 醒後出汗, 名曰自汗. 因出汗醒, 名曰盜汗. 盜散人之氣血, 此是千古不易之定論. 竟有用補氣固表滋陰降火, 服之不效, 而反加重者 不知血瘀亦令人自汗盜汗, 用血府逐瘀湯, 一兩付而汗止. ○ 食自胸右下 食自胃管而下, 宜從正中食入咽, 有從胸右邊嚥下者, 胃管在肺管之後, 仍由肺葉之下轉入肺前, 由肺下至肝前, 出膈膜入腹, 肺管正中, 血府有瘀血, 將胃管擠靠於右. 輕則易治, 無礙飮食也. 重則難治, 擠靠胃管, 灒(?)而細, 有礙飮食也. 此方可效, 全愈難. ○ 心裏熱名曰燈龍病 身外涼, 心裏熱, 故名燈龍病, 內有血瘀. 認爲虛熱, 愈補愈瘀. 認爲實火, 愈涼愈凝. 三兩府血活熱退. ○ 暓悶 卽小事不能開展, 卽是血瘀. 三府可好. ○ 急躁 平素和平, 有病急造, 是血瘀. 一二府必好. ○ 夜睡夢多 夜睡夢多是血瘀. 此方一兩府全愈, 外無良方. ○ 呃逆俗名打咯忒 因血府血瘀, 將通左氣門, 右氣門, 歸並心上一根氣管, 從外擠嚴. 吸氣不能下行, 隨上出, 故呃氣. 若血瘀甚, 氣管閉塞, 出入之氣不通, 悶絶而死. 古人不知病源, 以橘皮竹茹湯, 承氣湯, 都氣湯, 丁香柿蒂湯, 附子理中湯, 生薑瀉心湯, 代赭旋覆湯, 大小陷胸等湯治之, 無一效者. 相傳咯忒傷寒, 咯忒溫病, 必死. 醫家因古無良法, 見此症則棄而不治. 無論傷寒瘟疫雜證, 一見呃逆, 速用此方, 無論輕重, 一付卽效. 此余之心法也. ○ 飮水卽嗆 飮水卽嗆, 乃會厭有血滯, 用此方極效. 古人評論全錯, 余詳於痘症條. ○ 不眠 夜不能睡, 用安神養血藥治之不效者, 此方若神. ○ 小兒夜啼 何得百日不啼, 夜啼者, 血瘀也. 此方一兩付全愈. ○ 心跳心忙 心跳心忙, 用歸脾安神等方不效, 用此方百發百中. ○ 夜不安 夜不安者, 將臥則起, 坐未穩又欲睡, 一夜無寧刻, 重者滿床亂滾, 此血府血瘀. 此方服十餘付, 可除根. ○ 俗言肝氣病 無故愛生氣, 是血府血於, 不可以氣治, 此方應手效. ○ 乾嘔 無他症, 惟乾嘔, 血瘀之症, 用此方化血, 而嘔立止. 晩發一陳熱 每晩內熱, 兼皮膚熱一時, 此方一付可愈, 重者兩付. (혈부축어탕. ○ 혈부축어탕이 치료하는 증상 목록. 혈부축어탕으로 치료하는 병증을 아래에 나열한다. ○ 두통. 두통 중 외감이 있는 경우, 반드시 발열과 오한의 표증이 있으며 발산하면 나을 수 있다. 축열이 있는 경우, 반드시 혀가 마르고 입이 마르는 증상이 있으므로 승기탕을 사용하면 나을 수 있다. 기허가 있는 경우, 반드시 통증이 있는 듯 없는 듯한데는 인삼, 황기를 사용하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두통이 있는데 표증도 없고, 리증도 없으며, 기허나 담음 등의 증상도 없는 경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어떠한 처방도 효과가 없는 경우, 이 처방을 사용하면 단번에 나을 수 있다. ○ 흉통. 흉통이 앞쪽에 있는 경우, 목금산을 사용하면 나을 수 있다. 등이 함께 아픈 경우, 과루해백백주탕을 사용하면 나을 수 있다. 상한으로 인한 경우, 과루함흉탕, 자호탕 등을 사용하면 나을 수 있다. 만약 갑자기 흉통이 나타나고, 위의 처방들이 모두 듣지 않는 경우, 이 처방을 한 첩 사용하면 즉시 통증이 멈춘다. ○ 가슴이 무게를 견디지 못함. 강서 순무 아림공, 74세. 밤에에 드러난 채로 자면 가슴이 편안하고 잠을 잘 수 있었으나, 한 겹의 천을 덮어도 눌린 듯하여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러한 상태가 이미 7년 동안 지속되었다. 내가 진찰한 후, 이 처방을 5첩 복용하니 완치되었다. ○ 가슴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야 잠을 잘 수 있음. 22세 여성 환자. 밤에 눕고 나면 반드시 하녀가 가슴 위에 앉아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러한 증상이 두 차례 발생하였다. 내가 이 처방을 사용하여 3첩 복용 후 완치되었다. 이 병의 원인을 자세히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 새벽에 땀이 남. 잠을 자고 난 후 땀이 나는 것을 이라고 한다. 땀이 나서 깨어나는 것을 이라고 한다. 도한은 사람의 기혈을 소모시키는 병증으로, 이는 천고에도 변하지 않는 정론이다. 이에 보익, 고표, 자음강화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혈부에 어혈이 있어 사람이 자한, 도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처방을 1~2첩 복용하면 땀이 멈춘다. ○ 음식이 가슴의 오른쪽으로 내려감. 음식은 위관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정상적으로는 음식이 중간을 따라 삼켜져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위관은 폐관의 뒤에 위치하며, 폐엽의 아래를 거쳐 폐의 앞쪽으로 이동한 뒤, 횡격막을 지나 복부로 들어간다. 그러나 혈부에 어혈이 있으면 위관이 밀려 오른쪽으로 쏠리게 된다. 가벼운 경우 치료가 쉬우며, 음식 섭취에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심한 경우 치료가 어렵고, 위관이 좁아져 음식 삼키기가 어려워진다. 이 처방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으나, 완전히 치료하기는 어렵다. ○ 심부 열감. 몸의 겉은 차갑고, 속이 뜨거운 병을 등룡병이라고 한다. 이는 내부에 어혈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허열로 오인하여 보익하면 어혈이 더욱 쌓이고, 이를 실화로 오인하여 청열하면 혈이 응결된다. 이 처방을 3~6첩 복용하면 혈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열이 사라진다. ○ 답답함과 초조함. 작은 일에도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혈부에 어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처방을 3첩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평소 온화한 사람이 병이 나면서 갑자기 조급해진다면, 1~2첩 복용하면 반드시 효과가 있다. ○ 밤에 꿈을 많이 꿈. 밤에 꿈이 많으면 혈부에 어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처방을 1~2첩 복용하면 완치되며, 다른 좋은 처방이 없다. ○ 딸꾹질. 혈부에 어혈이 쌓이면 좌기문과 우기문이 심상의 한 개의 기도로 몰리면서 기도가 압박된다. 그 결과 숨을 들이쉬려 해도 기도가 막혀 공기가 위로 올라오면서 딸꾹질이 발생한다. 어혈이 심해지면 기도가 완전히 막히면서 기가 통하지 않게 되고, 결국 질식하여 사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여, 진피죽여탕, 승기탕, 도기탕, 정향시체탕, 부자이중탕, 생강사심탕, 대소함흉탕 등으로 치료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혈부축어탕을 사용하면 가벼운 증상이든 심한 증상이든, 한 첩만으로 즉효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4-09 1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