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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여름, 찬 음식·냉방 의존하면 안돼… 열보단 기운 다스려 더위 극복해야[한의사 曰 건강꿀팁]

이른 여름, 찬 음식·냉방 의존하면 안돼… 열보단 기운 다스려 더위 극복해야[한의사 曰 건강꿀팁]
안덕근 자황한방병원장

5월과 6월은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로, 기온과 습도의 변화가 뚜렷해진다. 갑작스럽게 오르는 기온과 습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칠 수 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임에도 '몸이 무겁다', '피로가 쌓인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때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계절의 전환기를 '운기 변화'라 하며, 자연의 흐름에 따라 인체 내부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기혈의 순환, 비위(소화기) 건강, 정서적 안정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초여름은 양기(陽氣), 즉 따뜻한 기운이 점차 왕성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체온 조절이 원활하지 않으면 두통, 불면, 피로감,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얼굴과 가슴 쪽으로 열이 몰리는 '상열감' 증상이 흔히 발생한다.

단순히 찬 음식을 섭취하거나 냉방에 의존하기보다는 한의학에서는 인체 내 기의 흐름을 조화롭게 조절하여 열을 다스리는 방식을 우선시한다. 침, 뜸, 약침 등의 방법으로 상체에 몰린 열은 내려주고 하체의 순환을 도와주는 치료가 효과적이다.

여름철에는 입맛이 줄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의학적으로 비위의 기능이 더위에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시기에는 소화가 잘 되는 따뜻한 음식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 찬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습관은 위장에 냉기를 남겨 비위의 기운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여름 내내 피로와 무기력을 유발할 수 있다.

한의학 고전에는 "열을 다스리되 기운은 해치지 말라(治熱勿傷氣)"는 말이 있다.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력을 잃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식이와 함께 한방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5~6월은 일과 학업 모두 바쁜 시기로 스트레스가 누적되기 쉬운 시기다. 한의학에서는 감정 변화 역시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혈이 원활히 순환하지 못해 생기는 생리적인 반응으로 본다. 화가 나거나 쉽게 짜증이 나는 상태는 간의 기운이 울체된 상태, 즉 간기울결(肝氣鬱結)로 해석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침 치료와 함께 간의 기운을 순조롭게 풀어주는 청간해울(淸肝解鬱) 한약 처방이 효과적이며, 정서적 안정과 함께 육체적 피로를 개선할 수 있다.

기후 변화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함께 가져온다. 초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몸을 단련하기보다, 몸속 기운의 흐름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으로 체질과 계절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통해 건강을 지켜내자.

안덕근 자황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