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출근길에 집 주변 벽에 적혀 있는 '거지 동네'라는 낙서를 보고 어린 딸이 볼까 두렵다는 부모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한민국 빌라에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을 '오래된 구축빌라에 살고 있는 30대'라고 소개하며 사연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쿠팡 JK지역'이라는 글 밑으로 '못 사는 거지 동네'라고 적혀 있는 낙서가 보인다. A씨는 "저는 서울 다세대 빌라, 소위 빨간 벽돌집이라고 하는 오래된 구축빌라에 살고 있다"라며 "오늘 아침 출근길 집 계단 안쪽 벽 낙서를 보고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적었다. 이어 "물론 누가 보기에는 거지 같을 수도 있고, 그저 '피해 망상이다, 과대해석이다, 이상한 사람의 질 나쁜 장난이다' 생각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월요일 아침부터 화가 나고 나 자신이 창피하고 지금까지 노력한 제 삶이 참 멋없게 느껴진다"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제 막 초등학교 들어간 딸이 이 낙서를 보고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두렵고 머리가 복잡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넋두리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힘내야겠다"라며 글을 끝마쳤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딴 글에 신경 쓰지 마라" "저런 글 쓰는 사람들 피해 의식 있고, 과대망상 있는 거다" "무시해라" "어디 살든 그곳의 가치는 거기 사는 사람들이 정의하는 거다" 등의 댓글을 달며 A씨를 위로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4-09 07:53:47[파이낸셜뉴스]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는 30대 여성이 남자친구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가 "집값 딱 절반 해오면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3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는 남자친구와 1년 6개월 교제 중인데 지난 주말 남자친구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러 갔다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남자친구는 공기업 다니고 있고, 저는 ○○○○(금융권) 재직 중이다. 연봉은 남자친구 8000만원, 저 5000만원 정도"라며 "현재까지 모은 돈은 남자친구 1억5000만원, 저 9000만원이고 양가 도움은 따로 없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둘 다 강원도 거주 중이라 수도권만큼 집값이 비싸진 않다. 보통 2~3억이고 좋은 신축아파트는 3~4억 선이라 모은 돈 합치고 대출 끼고 준비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 어머님 아버님 뵈러 가는 자리였는데 남자친구 어머니가 식사를 하던 중에 '둘 다 30대 중반인데 집은 바로 매매할 거지?'라고 물으셨다"라며 이에 A씨가 "요즘 전세나 매매나 별 차이 없어서 대출 껴서 매매할 거 같다"고 하자 어머니는 다시 '30대 중반이고 여자 애들은 다들 부모님 집에 같이 살면서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니 남자보다 돈 모으기도 수월하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A씨는 "큰돈은 아니지만 조금 모아 놨다고 대답했더니 (어머니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집값 딱 절반 해오면 되겠다'고 하셨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 말 듣고 표정 관리가 안 돼서 말없이 밥만 먹고 있는데, (어머니는) '아파트가 어느 동네가 좋더라'며 다시 말을 꺼내려 했다"며 "내가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딱 잘라 말하니 더 이상 얘기 안 하시더라. 옆에서 아버님이 그만하라는 듯이 쿡쿡 찌르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부모님집에서 나온 뒤 A씨는 남자친구에게 "집이고 돈이고 우리 둘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지 첫 만남에 대놓고 절반 해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차라리 내가 맘에 안 든다고 하시지"라고 화를 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엄마가 왜 그랬을까"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더 화가 난다고 전했다. A씨는 "반반 결혼이 대세라지만 나도 나름 열심히 모아놓은 돈이다"라며 "남자친구가 저보다 6000만원 더 많다는 이유로 내가 저런 대사를 들을 줄은 몰랐다"라며 "기분 좋게 추석 전 인사 간 건데 어머님 말 한 마디로 다 망쳐버렸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나 같으면 엎을 거다" "반반할 테니 명절 처가 시가 번갈아 먼저가고, 애는 내가 1년 임신해서 낳으니 육아휴직은 남자보고 쓰라고 해라" "남친이랑 엄마가 사전에 입 맞춘거 같다" "'어머님은 결혼하실 때 절반해오셨나요?'라고 물어봐라" 등 의견을 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3 08:34:25'개그콘서트'에 100% 웃음을 보장하는 새로운 캐릭터와 신선한 얼굴들이 출격한다. 오는 19일 방송하는 KBS2 '개그콘서트' 1076회에서는 '심곡파출소'부터 '소통왕 말자 할매',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다채로운 코너들이 시청자들에게 끝없는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상해 씨, 반 10세 미아, 닭살 커플 등 이상한 사람들과 함께 '노잼'을 체포하는 코너 '심곡파출소'에선 홍현호, 오정율이 새 캐릭터를 선보인다. 두 사람은 동네를 지키기 위한 자율방범대에 지원하는 형제로 등장한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독특한 말투로 등장부터 웃음을 유발한 두 사람은 동네를 지키기 위한 기본 지식이 있는지 테스트를 본다. 동생 오정율은 정답을 떠먹여 주는 듯한 난도의 문제에도 엉뚱한 답을 외쳐 웃음을 유발하고, 엉터리 대답에 크게 당황하는 형 홍현호의 반응이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여기에 묘한 중독을 부르는 반복적인 대사는 홍현호, 오정율의 강력한 존재감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새로운 유행어 탄생을 예고했다. '소통왕 말자 할매'에는 다국적 보이그룹 판타지 보이즈가 출연해 숙소 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민을 '말자 할매' 김영희에게 털어놓는다. 이들은 고민 상담에 이어 타이틀곡 '분명 그녀가 나를 보고 웃잖아' 무대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껏 띄울 계획이다. 또 '말자 할매' 김영희는 MZ들을 사로잡은 '소녀 감성' 크리에이터 김선 씨를 소개한다. 김영희는 '개그콘서트' 개그맨들도 '김선 감성'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김 씨에게 '개콘 감성'을 평가받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뜻밖의 감성 평론가가 등장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거지들의 품위 있는 대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바람막이를 주운 이광섭, 조현민의 티키타카를 조명한다. 서로 바람막이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두 사람이 어떻게 대화합을 이루게 됐는지, 또 이광섭이 발견한 큰돈을 거머쥘 방법은 본 방송에서 공개된다. 이밖에 '금쪽유치원', '알지 맞지', '레이디액션', '미운 우리 아빠', '데프콘 어때요', '마지막 출근' 등 다양한 코너가 시청자들의 웃음꽃을 피울 준비를 마쳤다. 한편, '개그콘서트'는 매주 일요일 밤 10시 35분 KBS2에서 방송한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사진=KBS2 '개그콘서트'
2024-05-17 11:11:50#.서울 종로구에서 15년째 김밥집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김밥용 어묵을 볶고 있었다. 그는 다음달까지만 김밥 장사를 하고 가게를 접을 계획이다. 송씨는 "재료값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손님에게 내놓는 가격(소비자가격)을 올릴 수 없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보게 된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힘에 부쳐서 더는 못 해 먹겠다"라고 말했다. 어묵과 참치캔, 커피 원두 등 서민용 식료품 원자재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음식 재료값이 올랐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를 수시로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폐업을 고려해도 대출 때문에 적은 이윤이라도 장사를 지속하는 업자들도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김밥집 사장 "가격 쉽게 올릴 수 없어"16일 한국소비자원의 다소비 식품 가격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34개 품목 가운데 20개 품목의 평균 가격이 지난 1월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묵(100g)이 지난 1월 평균 947원에서 지난달 평균 1074원으로 13.4%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참치캔(100g)은 2070원에서 2300원으로 11.1%의 상승률을, 간장(100㎖)은 782원에서 862원으로 10.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밥집 등 서민용 식자재로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송씨는 "이 근처에 김밥집이 여럿 있고, 김밥이란 식품 자체가 가격에 민감한 종목이므로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또 다른 김밥집을 운영 유모씨(50대)는 "요즘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가격이 모두 뛰었지만 소비자 가격을 못 높이고 있다"면서 "이곳에 오는 손님들 상당수가 돈을 아끼려고 김밥 1줄에 라면 1그릇 먹고 가는 사람들인데 여기서 가격을 올리면 바로 손님 방문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커피집 운영해"동네 커피숍도 마진이 급감중이다. 최근 1년새 원두값은 46.7% 급등했다. 약 2년 전부터 종로에서 비(非)프랜차이즈 커피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1년 사이 이율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1년 전에는 매출의 45~50%가 이윤으로 가져갔다면, 지금은 30~25%만을 이윤으로 가져간다"라며 "테이블 10개 이상의 홀까지 마련된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질 좋은 원두를 써가며 아메리카노 1잔을 3000원대 초반에 팔고 있는데 이 정도 이윤율 가지고는 생활하기도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종로에서 프랜차이즈 커피를 운영하는 오모씨(30대)는 "소비자 가격은 본사에서 결정하는 거지만, 이렇게 커피집이 많은데 본사에서 쉽사리 커피 가격을 올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주변만 해도 커피집이 10곳 가까이가 되는데, 가격 경쟁력을 챙기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에서 납품하는 원두 가격은 최근 원두 동향에 따라 비싸졌는데, 결국 박리다매를 해서 먹고 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5-16 18:25:29[파이낸셜뉴스] #.서울 종로구에서 15년째 김밥집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김밥용 어묵을 볶고 있었다. 그는 다음달까지만 김밥 장사를 하고 가게를 접을 계획이다. 송씨는 "재료값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손님에게 내놓는 가격(소비자가격)을 올릴 수 없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보게 된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힘에 부쳐서 더는 못 해 먹겠다"라고 말했다. 어묵과 참치캔, 커피 원두 등 서민용 식료품 원자재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음식 재료값이 올랐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를 수시로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폐업을 고려해도 대출 때문에 적은 이윤이라도 장사를 지속하는 업자들도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김밥집 사장 "가격 쉽게 올릴 수 없어" 16일 한국소비자원의 다소비 식품 가격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34개 품목 가운데 20개 품목의 평균 가격이 지난 1월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묵(100g)이 지난 1월 평균 947원에서 지난달 평균 1074원으로 13.4%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참치캔(100g)은 2070원에서 2300원으로 11.1%의 상승률을, 간장(100㎖)은 782원에서 862원으로 10.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밥집 등 서민용 식자재로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송씨는 "이 근처에 김밥집이 여럿 있고, 김밥이란 식품 자체가 가격에 민감한 종목이므로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또 다른 김밥집을 운영 유모씨(50대)는 "요즘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가격이 모두 뛰었지만 소비자 가격을 못 높이고 있다"면서 "이곳에 오는 손님들 상당수가 돈을 아끼려고 김밥 1줄에 라면 1그릇 먹고 가는 사람들인데 여기서 가격을 올리면 바로 손님 방문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커피집 운영해"동네 커피숍도 마진이 급감중이다. 최근 1년새 원두값은 46.7% 급등했다. 약 2년 전부터 종로에서 비(非)프랜차이즈 커피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1년 사이 이율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1년 전에는 매출의 45~50%가 이윤으로 가져갔다면, 지금은 30~25%만을 이윤으로 가져간다"라며 "테이블 10개 이상의 홀까지 마련된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질 좋은 원두를 써가며 아메리카노 1잔을 3000원대 초반에 팔고 있는데 이 정도 이윤율 가지고는 생활하기도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종로에서 프랜차이즈 커피를 운영하는 오모씨(30대)는 "소비자 가격은 본사에서 결정하는 거지만, 이렇게 커피집이 많은데 본사에서 쉽사리 커피 가격을 올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주변만 해도 커피집이 10곳 가까이가 되는데, 가격 경쟁력을 챙기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에서 납품하는 원두 가격은 최근 원두 동향에 따라 비싸졌는데, 결국 박리다매를 해서 먹고 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5-16 14:13:06사방이 꽃으로 가득했던 밤, 제자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 봄을 어쩌면 좋아요" 무슨 사정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취해 우는 그 앞에서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 돼 있었다 제자는 다음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꽃길을 걸으며 되는 일 없는 자신이 떠올랐다 했다. 아름다움은 상처를 건드린다. 이 꽃이 지고 녹음이 오면 그 마음도 단단해지리라 지난해는 4월에 비가 내렸다. 막 피어 오르던 꽃들이 봄비에 젖어 흘러내려 화사한 봄꽃을 제대로 못 본 것 같다. 젖은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올해는 너무 화려하다. 여기저기 눈길이 가는 곳에는 꽃이 있다. 올해처럼 완벽한 봄을 보는 일은 큰 행복이다. 우리 동네는 효성고등학교 옆에 벚꽃동산이 있는데, 외출할 때나 산책을 하다 보면 거의 전교생이 나와 선생님이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본다. 왜 이리 설레는가. 개나리는 지금도 남아 있고, 조팝나무도 하얗게 고개를 내밀고 멀리서 산벚나무들의 연한 봄빛이 너울거리고 있다. 내 작은 정원에는 할미꽃, 명자나무꽃, 돌단풍, 수선화들이 피어 있다. 모란은 곧 터질 것 같은 봉오리를 지어 올리고 있다. 풀을 뽑다가 꽃 피운 풀은 뽑지 않는다. 그것도 봄의 한가락에 음악의 한 곡조가 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날 밤이었다. 11시쯤 전화가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 울리는 것은 위급뿐인데, 서둘러 받았는데 제자 민식군이었다. "선생님 봄이 왔어요. 이 봄을 어쩌면 좋아요." 그는 취해 있었다. 아마도 술에 취하고 봄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봄에는 남자가, 가을에는 여자가 취한다고 듣긴 했지만 그에게 무슨 절박한 사정이라도 있는가 나는 그것부터 걱정했다. 그만큼 나는 현실적이 되어버렸고, 아직 그는 봄에 취해 울었던 것이다. 남자는 울어선 안 된다고 어른들은 가르쳤다. 우리 어머니도 외아들인 내 동생에게 오직 한가지 울면 회초리를 들었다. 울음을 허락받지 못한 남성들은 미세한 감정을 어디다 풀어버리는지 모르지만 사실 인간은 울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강한 남자로 보이려면 눈물은 허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남자에겐 거의 철칙이었다. 이 세상에는 절벽 같은 좌절이 있고, 얼음 덩어리 같은 냉대도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은 주고 싶은데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벚꽃잎처럼 후다닥 떨어져 가벼워지면 좋겠지만 온몸을 털어도 달라붙어 있는 홀로라는 외로운 병은 함께 살아가는 몸속의 장기 같기도 한 것이다. 그다음 날 그는 말했다. 온 천지에 꽃들이 피어나고 봄은 온통 사람 마음을 흔들고 있는데 되는 것이라곤 없고 뼛속까지 외로운데 늦게 친구들과 헤어져 잎이 자욱이 쌓인 분홍빛 꽃길이었다고 한다. 한 발짝 한 발짝 걷다가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나왔고 순간 '사나이의 울음'에 대한 내 강의를 떠올렸는지 모른다. 눈물이 터질 때 그의 운동화에는 연분홍 꽃잎들이 묻어 있었을 것이고, 그의 눈에는 자신의 눈물방울로 보였을 것이다. 꽃잎은 지고 신록이 눈부시다가 곧 녹음으로 변하고 검푸른 녹음으로, 짙푸른 녹음으로 변하면서 민식이도 마음이 단단해지리라 생각한다. 젊은 날 꽃잎 위를 걸으며 봄에 취하고 술에 취해 한번 울었다는 것, 아름다운 일이라고 나는 말해 주었다. 그다음 날도 민식이는 다시 전화를 해 죄송했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다 아니야 내게 잘했어, 그런 순간에 전화하고 싶은 선생이 되어 나는 많이 기뻤어 그리고 걱정도 되고. 세번이나 신춘문예에 떨어졌지만 반드시 기회는 올 거야. 넌 이미 시인이다. 이번엔 그가 웃었다. 술에 취해 언, 골목길을 걷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단다. 가끔 아름다움은 우리들 상처를 건드리지. 외로움을 툭 차기도 하지. 그러면서 그 아름다움을 힘으로 다시 살아가는 거지. 네 가슴속에 쌓인 꽃잎들이 하나하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오면 너의 글은 사람들을 위로하게 될거야. 난 널 믿는다. 딸이 프리지어 한 다발을 사 왔다. 식탁에 놓으니 집이 환하다. 밤에도 낮에도 전등불 같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밖은 꽃들이 피어나 거리를 환하게 하지만, 아직은 집 안에 두는 꽃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는 꽃을 자주 사는 편이다. 내가 사는 집 앞에는 언제나 꽃을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눈길을 주게 하였다. 꽃은 혼자 보는 게 아니다. 함께 보고 함께 웃어주는 것이 꽃에 대한 예의다. 꽃을 바라보면서 찡그리는 사람은 없다. 아주 옛날에 고향 마당 뒤편은 화려한 꽃밭이었다.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아버지, 어머니가 얼굴이 붉어지고 한바탕 싸움이 지나가고 나면 어느 시간엔 아버지가, 어느 시간엔 어머니가 그 꽃밭에 서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화를 다스리느라 그 꽃밭에 계셨다는 것을. 내가 남편과 싸우고 나서 알았다. 내가 마흔쯤이었을 때 우리 집은 한 오십평의 정원이 있었다. 집안이 바위에 짓눌린 듯 무거워지면 때로는 남편이 그 정원에 서 있고, 그가 들어오면 내가 그 정원에 서 있었다. 자신을 견디느라 남편과 나도 그 정원이 어머니 같은 곳이었다. 산수유와 개나리, 진달래, 목련과 작약과 모란이 피어나는 그 정원에서 참 오랫동안 눈물을 견디었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만 시끄러워도 정원에만 나가면 어머니의 쓰다듬는 손길이 있고, 함께 웃어 주는 어머니의 미소가 있었다. 그 정원을 떠나왔지만, 그래서 아파트에서도 빌라에서도 살았지만 언제나 꽃을 안고 살았다. 산다는 것은 견디는 일이다. 그 견디는 힘을 나는 참 많이도 꽃에 의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는 그를 반려라고 하지만 나는 꽃이 반려다. 너무 시간이 짧다고 친구는 말하지만 꽃이 피려는 준비기간에도, 몽우리로 바시시 얼굴을 내밀려는 순간에도 개화에서 지는 과정이 다 인생사다. 꽃이 지고 그것을 쓰레기봉투에 담을 때도 한바탕 나에게 행복을 안겨준 그 사랑 때문에 빈자리를 견디어 낸다. 고맙다고 말하면서. 기다림을 배우면서. 지금은 꽃의 계절이다. 민식이가 꽃처럼 피어나는 생의 계절이 오기를….
2024-04-16 18:26:49[파이낸셜뉴스] 성인이 어린이용 돈가스를 주문하는 것이 민폐일까? 온라인 커뮤니티에 질문글이 올라오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이 같은 내용의 글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소식 스타일이라 어린이용으로" vs "어른 이용은 불가"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인이 어린이 메뉴 시키면 민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A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동네 아파트단지 돈가스 전문점에서 겪었던 일을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가게를 찾은 30대 여성이 사장에게 “소식 스타일이라 어른용 돈가스를 시키면 양이 너무 많아 반 정도 밖에 못 먹는다”며 “어른용을 시켜 남기면 음식쓰레기도 생기고, 버리기도 아깝고, 남은 것 가져가기도 뭐하니 어린이용 돈가스로 달라”고 주문했다. 이 가게의 일반 돈가스 가격은 1만2000원, 어린이용 돈가스는 6000원이었다. 사장은 ”어린이용은 말 그대로 어린이용으로 마진을 덜 남기고 어린이와 같이 오시는 손님들께 서비스 차원으로 드리는 거라 어른에게 어린이용은 죄송하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여성은 “먹는 양이 정말 적어서 그런다”며 거듭 요청했다. 이에 사장도 거듭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이 여성은 “그러면 할 수 없네요”라며 가게를 나갔다. A씨는 “이런 경우 적게 먹는 손님에게 어린이용 돈가스를 팔아야 할까요? 다른 분들 의견도 궁금해서요”라며 글을 마쳤다. 네티즌들 또 왈가왈부…"이런 문제까지 올라오나" 27일 오후 현재 이글 밑에는 270여개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일부 네티즌은 “초등학생보다 몸무게가 가볍다고 대중교통 요금을 그 가격으로 할인해 주는 건 못 봤다”, “뷔페 가서도 적게 먹는다며 어린이 요금 낼 거냐”라는 목소리를 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각자 사정이 있는 거지, 물어보지도 못하느냐”, “떼를 쓴 것도 아니고 그냥 갔다는데 민폐까진 아닌 것 같다”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어른용 돈가스를 주문해서 먹기 전에 절반 정도 포장하면 되는 거 아니냐”, “성인 가격 내고 반만 가져가라” 등의 묘안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같은 '민폐 판단'을 요청하는 게시글 자체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런 문제까지 우리가 판단해줘야 하나", "다들 편하게 삽시다" 등의 의견도 이어졌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3-27 20:58:16한 사람이 달려갑니다. 다시 한 사람이 달려갑니다. 그 뒤를 또 한 사람이 달려갑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들을 따라 역시 달려갑니다. 왜? 왜? 왜? 그것은 모릅니다.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모든 사람들이 달려갑니다. 남자도 여자도 달려갑니다. 반드시 바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모두 달려갑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듯합니다. 달리는 사람 뒤에 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흔히 집단적 흥분이라고 합니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어느 외국인이 호텔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깜짝 놀라 짐을 챙겼다는 이야기는 이미 식상한 이야기입니다. 불이 난 줄 알았다는 거지요. 사람들이 마치 위기에 몰린 사람들처럼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면서 언제나 저는 달리고 있는 기분을 면치 못합니다. 하나를 놓치면 하나는 곧 도착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넉넉할 때도 제 걸음은 언제나 지금 떠나는 지하철을 놓치면 실패할 것 같은, 아니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재빨리 걸음을 옮깁니다. 아니 달려갑니다. 헐떡거립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내가 타는 지하철의 역에 대해 설명하라면 도저히 상세하게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백번도 더 탔을, 아니 이백 번도 더 탔을 그 지하철 역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아닙니다. 하나는 정확히 압니다. 신문 파는 아저씨가 있나 없나는 정확히 압니다. 버릇처럼 지하철을 탈 때 신문을 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신문을 사면 내릴 때까지 신문을 들여다보다가 하차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내 옆에 내가 인사해야 할 이웃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역 주변에 새로운 그림이라고 붙여 놓지는 않았을까요. 그런 모두를 그냥 스쳐 지나 온 것은 아니었을까요.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죠?" 그렇게 인사해야만 하는 이웃집 어른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나만 바라보고 살아오지는 않았을까요. 지지리도 못나고 지겨운 자기 인생 하나를 붙잡고 절절매며 달려가고만 있지는 않았을까요. 가끔은 하늘하고도 손잡고 인사를 하고 국화 한 송이에게도 손잡아 주고 예쁘다고 말해주고 동네 나무들에게도 잘 컸다고 여름을 잘 지나왔다고 인사해야만 되지 않았을까요. 우리 동네는 좌판을 깔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얼굴은 익숙한데도 늘 지나쳐 오곤 했습니다. 생각하면 눈물겨운데 그들에게 인사하는 일은 흘려 버리곤 했습니다. 왜 그리 바쁘게 달려 왔는지요. 어느 날은 지하철을 타려고 묵묵히 빠르게 걷고 있는데 어느 이웃 여자분이 어깨를 살짝 치면서 "언제나 아주 급하게 가고 계세요. 아주 바쁘신가 봐요"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 사람 말로는 나를 여러 번 집 주변에서 보았는데 언제나 빠르게 걷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래 나는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가. 급하지 않고 여유로운 날도 있었습니다. 아니 심심하다고 느끼는 날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난 산책길조차 달리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젊음의 뒤안길은 지나갔습니다. 새로운 젊음의 뒤안길을 벗어나 정면으로 제 인생 앞에 서야 할 때입니다. 이제 거울 앞에서 진정으로 가야 할 길을 진정으로 바라볼 때입니다. 아주 천천히 말입니다. 인생의 노후를 살고 계신지요? 지금부터 다시 달려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조금 속도조절이 필요합니다. 바로 옆 사람에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마음을 살피며 달려가야 하지 않을는지요. 아니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며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벌써 한 해가 다 가고 있습니다. 새해인사를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그 인사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더 천천히 걸어가야지요. 손을 내밀어 보세요. 악수를 청해 보세요. 상대방은 마음을 열고 다가올 것이 분명합니다. 한 해가 다 가고 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손을 잡으면 우리들 언 마음까지 따뜻해지지 않겠습니까. 12월입니다. 또 한 번 마지막이란 말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별수 없다고 단정하고 포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꼭 밥을 사고 싶은데 지금도 미루고 있습니다. 일기 쓰는 일도 미루고, 운동하는 일도 미루고, 외국어를 공부하겠다고 벼르던 일들을 하지 못하니까 '별수 없다'고 단정해 버렸습니다. 할 수 있다고, 별수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좀 더 다가갔으면 사람도 내 편이 될 사람이 더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더 이해했으면 서로의 마음의 벽이 없을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약점만을 기억하고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시간은 힘이 강합니다. 누구에게나 승낙 없이 앞으로 밀고 가는 것이 시간 아닙니까. 한 해를 나지막하게 더 천천히 모든 사물과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제 비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발에 꼭 맞는 구두도 다른 사람의 발은 아플 수 있습니다.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되는 삶의 비결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고요히 천천히 그리고 진심을 다하여 새로운 시간을 맞이합시다. 지난 한 해 쌓인 상처와 아픔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세요. 그 미소는 나의 얼굴로 그리고 우리들 주변 얼굴로 나타날 것입니다. 지난 시간이여, 고마웠어요. 안녕. 우리들의 굳건한 내일의 발걸음을 봐 주세요. 안녕. 신달자 시인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3-12-19 18:18:58지난 3월 죽은 듯 아득히 멀었던 나뭇가지들이 새의 혀 같은 새순을 내밀었을 때 나는 살아 돌아온 어머니같이 소리를 질렀다. 와, 아아, 얘 살아 왔네, 우리 엄마 같아. 나는 좀 과하게 소동을 피웠다. 봄이 왔다. 눈엽(嫩葉)이라고 했다. 이 눈엽이 신록이 되고, 그 신록이 녹음이 되고, 그다음은 낙엽이 된다. 계절은 약속의 신이다. 그 겨울의 영하를 녹이고 우리 집엔 모란이 꽃잎을 열고, 그 겨울의 20도를 녹이고 기어이 고광나무의 하얀 꽃을 피우게 했다. 꽃은 차례대로 피우지 않았다. 땅 위로 가지 위로 새순을 밀어올리는가 싶더니 산수유, 영춘화, 생강나무, 목련, 매화도 지고 개나리도 아득히 지고 철쭉과 명자나무가 뜰을 밝히고 있다. 벚꽃이 철 이르게 활짝 피우다가 또한 멀어져 갔다. 4월 꽃이 아니라 3월 꽃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봄꽃들의 아름다움은 무리 지어 피는 데 있다. 조금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도 무리 진 꽃들 앞에 서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꽃이 지면 잎이 온다. 자연은 우리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다. 인간과 인간이 왜 실수를 하지 않겠니. 가족은, 친구는, 동료는, 이웃은 '이해'라는 거대한 감정으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 3월에 동네 벚꽃을 친구들과 보다가 한 친구가 말했다. 그것도 시큰둥하게 자기를 비하하며 말한다. "넌 좋겠다. 시인이라서 늙어도 시인은 살아 있잖아. 난 뭐하고 살았는지 몰라." 꽃을 보다가 그 친구는 자신을 되돌아 보았을까. 나는 꽃 앞에서 실례라고 꽃 앞에서 나이 불문 꽃이 되어 보라고 웃으며 말했다. 공직자의 아내로 3남매를 길러 결혼 잘 시키고, 손주 봐주고, 손주 결혼시킨 그 업적을 바닥으로 내모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기분은 알겠다. 우리 나이에 돌이켜 보면 뭘 했는지 희미하고, 시집을 낸다는 친구가 좀 다르게 보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절대로 자기 자신의 지난날에 왕관을 씌우진 못해도 자기 비하는 금물이다. 꽃을 보고 놀라고, 향기를 맡고 꽃 앞에서 자신을 불러내어 자기 모습을 보았다면 너도 시인이야. 아, 80의 강을 건너 왔네. 비오는 날 커피를 마시며 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전화로 낮게 이야기해주던 너는 시인이야. 이 세상에 엄마만 한 시인이 어디 있겠니. 사랑, 희생, 기도 이것을 완벽하게 실천한 엄마는 아무래도 시인이라고, 예술가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다만 문자로 남기거나 등단의 절차를 밟지 않은 것뿐이다. 침묵의 예술가라고나 할까. 가족으로 살아 보았다면 너는 시인이야. 가족은 사랑으로 존재하지만 가끔은 그 사랑에 금이 그이기도 하는 거지. 사랑도 때로는 헛딛고 지칠 때가 있는 거야. 표현할 수 없는 금이야 아프고 절망감도 있지만 그런 빗금이 수만개 온몸에 그려지지만 사랑이라는 지우개로 천천히 지우면서 자기 손으로 자기 아픔을 어루만지며 살아가는 거, 그러다가 아주 작은 가족의 기쁨으로 수만개의 빗금이 사라지는 체험을 했다면 너도 시인이야. 가족이란 사랑 더하기 미움이 존재할 수 있는 거야. 그럼 백번 그렇지. 인간이니까. 인간과 인간이 왜 실수를 하지 않겠니. 그래서 가족은, 친구는, 동료는, 이웃은 '이해'라는 거대한 감정으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깨닫는다. 지루함을 벗어야 하지. 세상에 바라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아름다움과 음악을 찾는 너는 분명 시인이라고. 가족으로 살아 보았다면 너도 시인이야. 어느 순간 사랑의 기둥으로 세워져 있다는 그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사랑이 잘 보이지 않아 사랑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쓸쓸하고 외롭다가도 어느 한순간 어느 가족이 "엄마!" 하고, "여보!" 하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목소리로 간절히 부르면 아무것도 없고 사랑만 보이는 이상 경험을 했다면 너는 시인이야. 가족 누구도 모르게 홀로 어떤 문제를 안고 괴로워한다면 실제로 가슴이 아프고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아프다가 세상은 참 외로운 것이구나 생각했다면 너도 시인이야. 그래 맞아. 가족이 아니라 인생이, 삶이 외로운 것이지. 왜냐하면 인생이, 삶이 너무 거대하고 살아갈수록 잘 모르는 것이기도 해서. 사실 그래서 가족은 가장 필요한 것인지 몰라. 수수께끼투성이이지만 조금은 자기를 낮추고 배우는 심정으로 인생에 다가가면, 그러다가 느끼는 수만가지의 감정이 있다면. "이 감정은 뭐지?"라고 생각했다면 너도 시인이야. 홀로 울어 보았다면 너도 시인이야. 그리고 툴툴 털고 운 흔적을 지우며 방긋 웃으며 가족을 대한다면 너도 시인이야. 인생은 대광야라고 한다. 나는 인생을 용서하는 사람이야. 그래 이 정도면 좋은 거지, 이 정도면 탁월한 거지, 참을 만한 거지. 그렇게 덤을 준단다 인간에겐 인간이 해명할 수 없는 함정이 있어. 마음과 몸과 생각이 다르게 돌아가는, 그래서 스스로도 놀라는 행동에 갇히는 경우도 있지. 슬프기도 해. 쓸쓸하거든. 굶주린 느낌도 들거든. 이런 것을 정서적 허기라고 부르지. 아마도 우리 나이면 다 경험의 이름으로 통과된 지난 길이었을 것이고 우리 앞에 남아있기도 해. 정서적 허기는 약이 없어. 약이 있다면 좋은 일을 하는 거야. 사물과 친해지는 거야. 부정적 사고를 버리고 긍정의 사고로 오늘 이 하루의 이 시간을 바라보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너는 그래서 시인이야. 나는 깨닫는다. 지루함을 벗어야 하지. 세상에 바라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 하늘이 가진 것, 땅이 가진 것, 허공이 가진 것, 계절이 가진 것 그리고 사람들 그 사람들과 귀한 책들…. 너는 아침 라디오 음악을 듣다가 내게 전화한 적이 있지. 나는 생각했다. 지루함에서 벗어나서 아름다움과 음악을 찾는 너는 분명 시인이라고 말이다. 모두 말 잘하는 것을 배우는데 너는 언제나 침묵도 배워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래! 너야말로 시인이야. 그럼! 너는 대시인이야.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3-04-18 18:19:22[파이낸셜뉴스] 스터디 카페에서 제공하는 무료 간식을 마구 가져가는 손님들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 스터디 카페 사장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는 손님들을 위해 좋은 마음으로 무료 간식을 제공했지만 얌체족들 때문에 더 이상 간식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동네 스카 사장님의 눈물' 글 올린 손님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동네 스터디 카페 사장님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동네가 학원가 근처라서 학생들이 많이 오긴 하던데 이 정도인지 몰랐다. 성인들도 간식 많이 가져간다는 거 보고 좀 놀랐다"며 "예전에 사장님과 대화해 보니 사람이 참 좋은 분인 것 같던데 안타깝다"면서 스터디 카페에 부착된 안내문을 공개했다. 안내문은 해당 스터디 카페 사장이 작성한 것으로 "1월 1일부터 카페를 인수해 벌써 (운영한 지) 4개월에 접어든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갖가지 종류의 좋은 간식을 챙겨 먹이고 싶은 마음에 늘 신경 쓰고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지나가다 간식만 먹고가는 사람도 있어 사장은 무료로 제공한 간식을 마구 가져가는 얌체 손님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무리 자유롭게 드시도록 두었다지만 한두 개도 아니고 5~6개, 그 이상도 싹 (가져갔다)"며 "개인 사물함에 챙겨가는 분, 뒷사람 배려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많이 먹고도 퇴실 시 호주머니 한가득 넣어 가시는 분, 지나가는 길에 간식만 드시거나 가져가는 분들, 하다 하다 학원 가는 길에 들러 간식 챙겨가시는 분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장은 스터디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열심히 공부하다가 잠깐씩 힐링하라고 간식을 준비했는데, 간식 때문에 카페존에 손님들이 모여 어수선한 분위기도 잦아졌다며 스터디 카페에 공부하러 오는 게 아니라 어느새 친구랑 간식 먹으러 오는 분위기가 됐다고 푸념했다. "거지도 아니고, 선 넘었다" 네티즌들 쓴소리 이어 "많은 고민 끝에 앞으로는 간식을 매일 의무적으로 내놓지 않기로 했다"며 "주 2~3회 정도 무작위로 내놓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밤늦게 학원에 다녀오는 회원들의 간식까지 넉넉히 준비해 놓고 퇴근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정말 오랜 시간 카페에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회원들은 간식을 구경하지도 못할 만큼 싹쓸이를 해가시는데, 간식이 갑자기 없어져 서운하시더라도 자리가 조금 잡힐 때까지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스터디 카페가 무슨 시식코너냐", "자영업에 종사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이상한 고객들이 많더라. 편의점에서도 젓가락이나 빨대를 수십 개씩 집어가지 않나", "거지도 아니고 왜 적당한 선에서 이용할 줄을 모르나", "꼭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4-07 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