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빅토리, 라이온, 오스카, 리베라, 백양, 쌍마, 아리랑, 도라지···. 흡사 담배 이름 같지만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판매됐던 국산 위스키들의 이름이다. 말이 위스키지 위스키 원액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짝퉁이며 가짜다.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 같은 문인들이 서울 명동의 시음장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대취하곤 했던 그 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위스키는 '도라지 위스키'다.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이라는,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1995)'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가사에 나오는 대로 도라지 위스키는 당시 다방에서도 마실 수 있었다. 주정에 일본에서 수입한 위스키향과 식용색소를 첨가해 만든 합성주였는데, 도수는 40%로 위스키와 같았다. 도라지 위스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위스키 '산토리'와 관련이 있다. 극히 일부였지만 전후 한국인들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위스키 맛을 볼 수 있었다. 미군들은 가까운 일본에서 들여온 산토리의 '토리스 위스키'(Torys Whisky)를 많이 마셨다고 한다. 1956년 5월 부산 토성동에 있던 '국제양조장'이 토리스 위스키를 흉내 내어 '도리스 위스키'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토리스'의 일본식 발음이 '도리스'다. 1960년 왜색 불법상표 논란이 제기됐고 국제양조장 사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도리스가 '도라지(Torag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이름을 바꾼 뒤 도라지 위스키의 인기가 더 올라가자 다른 위스키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도라지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도리스나 도라지 위스키의 광고에는 '전국 국산품 심사회에서 재무부장관 특상을 수상했다' '외국인도 즐겨 마신다'라고 홍보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가짜 위스키이긴 하지만 완전히 국내에서 만든 국산 제품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광고 속의 병에 적힌 표기를 보면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돼 있다(경향신문 1973년 5월 1일자·사진) 1960년대 후반 도라지 위스키의 제조사인 국제양조장은 경기 안양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던 태진물산을 합병한 뒤 공장을 부산에서 서울 하월곡동으로 옮겼다. 도라지를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아 1973년에는 회사 이름을 '도라지양조 주식회사'로 바꾸며 사세를 확장했다. 그때가 '짭' 위스키 도라지가 마지막 불꽃을 태운 시기였다. 곧바로 퇴출의 운명이 닥쳤다.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한 위스키 원액을 첨가해 만든 조지 드레이크, JR 등의 진짜 위스키들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도라지 위스키는 1976년 보해양조에 면허를 매각하고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보해는 위스키를 제조하려 한 것이 아니라 '기타 재제주' 제조면허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3-11-23 18:33:54[파이낸셜뉴스]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 및 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소속 위원들이 23일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과 만났다. 최근 검찰 수사 도마에 오른 김 센터장은 준신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준법경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카카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카카오 공동체 전반이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상황에서 준신위 역할 한계 등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OBJECT0# 김소영 전 대법관(위원장)을 비롯해 7인의 위원들로 구성된 준신위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모 사무실에서 첫 회동을 갖고 카카오 쇄신을 위한 준법경영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달 초 공식 출범한 준신위는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 체계를 일신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기구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각 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친 후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인 위원회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는 김 센터장과 김 위원장을 포함해 △김용진 착한경영연구소 소장(프리챌 공동창업자)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은행법학회장)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이지운 서울신문 전략기획실장(전 편집국장)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 등 위원이 참석해 향후 일정 및 운영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 관계사들이 준법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해당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준신위의 목표”라며 "연말까지 준신위가 선정한 아젠다에 대해 논의를 착수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활동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속도를 중요시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다”며 “지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준신위 구성을 결정하게 됐고 흔쾌히 수락해준 위원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준신위의 독립적 운영을 존중하며 전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테니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 등 각종 사법 리스크로 경영 위기를 맞이한 카카오에서 준신위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총 상위권에 있던 카카오가 최근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지자 급조한 준신위 구성과 역할에 의문이 많다"며 "과거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 해체'처럼 카카오 역시 계열사 분리와 자산 매각 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높은 지금, 워룸(War room, 전시상황실) 수준의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3-11-23 14:18:19【 도쿄=김경민 특파원】지난해 인수합병(M&A)이나 주주 환원을 기업에 요구해 주가를 높여 이익을 챙기는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4년 만에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금융긴축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동시에 침체되면서 '기업사냥꾼'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약점을 파고들며 공격적인 경영 간섭을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헤지펀드, 빅테크·플랫폼 조준 13일 미국 투자은행(IB) 라자드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제안·요구한 건수는 전년 대비 36% 증가한 235건으로 집계됐다.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다였던 2018년(249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미국 135건, 유럽 60건, 아시아태평양 지역 40건 등이었다. 내용별로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 매각 등 M&A 관련 제안이 100건에 조금 못 미치는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채용을 늘린 빅테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테크 분야 제안 비중이 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2021년 평균(16%)을 웃돈다. 영국 TCI펀드매니지먼트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 인력 감축과 자율주행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미국 얼티미터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메타에 인력 감축을 요구했다. 올해도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고객관리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세일즈포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스타보드밸류도 세일즈포스 주식 보유를 공표하면서 경영진을 압박했다. 세일즈포스는 M&A로 몸집을 키웠지만 수익성이 오르지 않자 결국 직원의 10%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주인 이들 펀드의 요구를 수용한 사실상 백기선언이다. 사업 구조조정 요구도 눈에 띈다. 미국 블랙웰 캐피털은 피트니스 기기업체인 펠로톤 인터랙티브에 회사 매각과 경영진의 해고를 요구했다. 미국 서드포인트는 월트디즈니에 스포츠방송 사업의 분리를 요구했다가 철수했다. 또 다른 펀드인 트라이안 파트너스는 이사 파견을 요구했다가 디즈니가 인력 감축을 결정하면서 요구를 철회했다. 역시 펀드의 요구가 반영된 사례다. ■헐값에 '기업 흔들기' 쉬워져 행동주의 펀드는 2020~2021년에는 비교적 잠잠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으로 이른바 '돈 풀기'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주가가 급등해 이들 펀드의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각 정부가 금융 긴축으로 정책에 변화를 주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싼값에 기업들을 흔들기 쉬워진 토양이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기업설명(IR) 재팬에 따르면 일본에 참가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8개로 3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라자드의 아키야마 켄타는 "도시바 등의 사례를 통해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은 일본에서도 서양식의 적대적 주주 제안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학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실적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테크 분야 등에서 인력 조정이 아직 부족하다는 견해가 있는 만큼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계속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m@fnnews.com
2023-02-13 18:34:37중국 부동산의 23년 불패 신화가 코로나19와 함께 본격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 이후 수년 간의 정부 경고를 읽지 못한 헝다(에버그란데)로부터 2021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해에만 헝다를 비롯한 100여개에 부동산 개발업체가 구조조정 혹은 파산에 들어갔다. 부동산 활황에 문어발식 확장을 했지만 정부가 대출규제 등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하자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족쇄가 됐다. 버틸 여력이 없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중국 경제를 옭아매는 덫으로 파생됐다. 부동산은 연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만큼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였다.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2년여 만에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제로코로나를 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부동산마저 시장의 외면을 당하니 다른 방도가 없었다. 각종 부양 조치를 꺼내들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이미 깨진 상태였다. 언제 다시 규제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비와 부동산이라는 쌍두마차로 경기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나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다. 전문가들도 중국 부동산이 올해 안에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이 더욱 구체적이고 대규모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자금조달 등 공급 측면의 강력한 지지가 수요 측에 전달될 때 소비심리도 회복될 것이라는 취지다. 반면 부동산업계 관련 주가는 오름세다. ■뒤늦은 '부동산 살리기' 안간힘 8일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지난 한 해 발표한 부동산 부양 정책은 핵심적인 것만 20여개에 이른다. 주택 수요 진작과 부동산 기업 자금조달 지원, 주택 완공 인도 지원 등 부문별로 다양하다. 주택 소비를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차례에 걸쳐 0.35%포인트 낮췄다. 지역별 금리 하한을 한시적으로 인하·철폐했다. 또 주택공적금(도시 근로자·기관·기업 등이 납부하는 의무성 장기저축제도) 대출 금리는 2015년 8월 이후 처음으로 0.15%포인트 내렸다. 같은 지역에서 주택 매각 후 1년 내 새로 구입하면 개인소득세를 환급해 주기로 했다. 부동산기업 자금조달 차원에선 △6개 국유 은행당 부동산 금융지원 1000억위안(약 18조5000억원) 확대 및 부동산 기업과 1조6000억위안 신용공여 업무협약 체결 △인민은행 재대출을 이용한 민영기업의 2500억위안 규모 채권 발행 지원 △부동산 기업 대출 연장 등 16개 금융지원 조치 시행 △부동산 기업의 인수합병(M&A)후 상장 허용 및 비공개 증자 허용 등을 제시했다. 주택 완공 인도의 경우 관련 4000억위안 규모의 관련 특별대출과 무이자 재대출을 지원하며, 각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고 미완공 프로젝트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한 것이 골자다. 올해 정책도 부동산에 방점이 찍혀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류궈창 부총재는 지난해 12월 중순 2022~2023년 중국경제 연차포럼에서 "부동산이 주민 생활과 재산, 거시경제 순환, 산업사슬 안정, 정부 재정,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다"며 "민생안정을 지향점으로 금융 감독 관리 제도를 최적화하고 지원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민영기업과 국유기업의 차별을 없애고 은행 대출채권 발행, 비공개 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모두 허용할 방침이다. 주택완공 인도 지연 문제가 부동산 시장 전반적인 신뢰를 하락시켜 주택구입 수요를 위축시킨다는 판단에 따라 공사가 중단된 프로젝트의 빠른 재개를 지원할 계획이다.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등 소비 촉진 대책도 병행한다. ■꽉 막힌 유동성, 채무 눈덩이 부동산기업의 자금난은 채무불이행 현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채권의 경우 2021년 61건(686억위안)이었으나 2022년엔 166건(1966억위안)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외화 채권도 같은 기간 11건(57억달러)에서 50건(186억달러)로 급증했다. 2020년 기준 판매순위 30개 상위기업 가운데 헝다, 롱촹, 스마오, 쉬후이, 진커, 양광청, 중량지주, 롱신그룹, 푸리부동산, 쟈자오예 등 12개 기업이 지난 2년 동안 채권의 원리금 상황에 실패했다. 위안화 채권시장 채무불이행에서 부동산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9.5%에서 2021년 23.9%, 2022년 76.8%로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자금난은 공사 미완공 증가와 부동산 개발투자 증가율 하락, 소비자의 외면을 양산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2021년 1~2월 이후 20개월째 떨어진 마이너스(-) 9.8%였다. 주택완공 면적은 19.0% 감소했다.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12월 신규주택 판매율은 전년동기 대비 30.8% 감소했다. 루진그룹 단웨이뱌오 회장은 "지난해 전국 분양주택 판매액은 지난 7년 간의 지속적인 성장에 작별을 고하는 등 업계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앞으로 시장 규모가 합리적으로 하락할 수 있어 새로운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부동산기업 자금조달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선공급 안정·후 소비 활성화라는 논리다. 주징 상쿤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비교적 취약하고, 신뢰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부동산기업의 자금 유동성 문제는 더 정교한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일보는 사설을 통해 "부동산기업은 자금이 부족하고 주택은 미완성인 경우가 많다. 현재 분양 상황에선 한번 사면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또 "부동산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등 공급 측면의 강력한 지원은 주택 구매자에게 부동산 시장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낙관론 펼치는 中정부·매체 2년여에 걸친 정부의 부동산 살리기 정책에도 속도감 있는 회복은 사실상 힘들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2009년 6월(4.34%) 이후 최저 수준인 4.30%까지 하락했어도 신규 주택 판매(1~11월 -26.6%)는 여전히 부진하다. 주택가격상승 기대율 역시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인 15%대로 떨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는 낮은 상황이다. 게다가 은행별로 부동산 대출이 증가하고 상환기간 연장 대출을 정상대출로 인정한 것은 금융기관 건전성과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대표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부문은 지난해 큰 폭의 투자 감소와 판매 부진으로 역성장한데 이어 올해도 개선이 지연되면서 GDP 성장률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수시로 부동산 부양 정책을 강조하고 일부 관영 매체는 연말과 연초 주요 도시 신축 주택 거래면적과 고객의 영업소 방문 단기적 증가했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하며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전망보다는 기대에 가깝다. 지에미엔신문은 "2023년 부동산 시장은 U자형의 바닥 상승 단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회복은 느릴 것이며 시장과 기업 자체의 유동성이 회복돼야 외부자금도 수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영향을 받아 지난 1개월 동안 거리부동산 62.21%, 신화롄 25.16%, 산샹인샹 11.69% 등과 같은 부동산기업의 주가가 올랐다. 이쥐기업그룹의 딩주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마지막 날 공개 강연에서 "분양주택 거래액은 13조30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업계 전체 매출 규모는 2015년으로 돌아갔다"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부동산시장의 압력은 높다. 6월이 안정의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jjw@fnnews.com
2023-01-08 18:48:49[파이낸셜뉴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주류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과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28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명단을 동의 없이 공개해 논란이 된 인터넷 매체 ‘민들레’에 칼럼을 기고해 이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정치적 호소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언론 유명세를 타 유명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 민주당을 내부에서 비판하는 시끄러운 정치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이사장은 박 전 위원장이 지난 7월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의 마이크 파워나 유명세로 따진다면 제가 그 두 분(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동연 경기지사)께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내용을 소개했다. ‘박지현이 본인을 이준석이나 김동연 급으로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김남국 의원의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유 전 이사장은 그러면서 “한마디로 오늘의 박지현에게 대중은 관심이 없다. 박지현 씨는 그저 언론에서 시끄러운 정치인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도 왜 자신(박지현)의 마이크 파워가 이준석이나 김동연 못지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라며 “착각이다. 언론에 많이 나오면 마이크 파워가 크다고 믿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의미의 마이크 파워를 키우는 게 목표라면, 그 목표를 손쉽게 이루는 방법을 안다”며 “문재인과 이재명과 민주당에 해가 될 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소신파들이 유명세를 얻기 위해 민주당 내부 비판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유 전 이사장은 이어 “‘조금박해’의 언행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그들은 박지현 씨와 비슷한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슨 나쁜 마음을 먹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오로지 민주당에 해가 되는 말과 행동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그런 말을 할 뿐인데도 언론이 그것만 대서특필하니까 오로지 그런 일만 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것”이라며 “기자들은 그들이 근거가 없거나 논리에 어긋나는 말을 해도, 심지어 민주주의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해도 비판하지 않는다. ‘쓴소리’ ‘소신’ ‘용기’ 같이 멋진 말로 치장해준다. 정치하는 사람이 어찌 유혹을 느끼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그렇지만 ‘조금박해’의 모든 행동을 용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이 민주당과 민주당의 다른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처럼 다른 정치인이나 시민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이사장은 또 언론 지형이 민주당에 크게 불리하게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우리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과 이재명을 거의 50:50으로 지지했다”며 “그런데 언론은 어림잡아 90퍼센트가 친윤석열이고, 나머지 10퍼센트가 공영방송을 포함한 중립 성향 언론사들이다. 친민주당 또는 친이재명 성향 신문 방송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자기편이 아니라고 MBC를 적대시한다. 확실하게 편들어주지 않는다고 YTN의 공공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려 한다. 김어준이 ‘쓴소리’를 많이 한다고 교통방송의 돈줄을 끊었다”며 “우리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태도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대했다”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2-11-29 08:51:25【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애플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맨유 구단주인 미국 글레이저 가문은 현재 맨유 구단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태인데 만약 애플이 맨유를 인수한다면 맨유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클럽이 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데일리스타에 따르면 애플은 맨유 인수 딜에 관심을 표명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맨유 인수에 따른 효과를 검토하고 있다 맨유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돈은 58억 파운드(약 9조3710억원)로 예상된다. 애플의 최근 1년(2021년 10월∼2022년 9월) 매출액이 3943억 달러(약 524조8133억 원), 순이익은 997억 달러(약 132조7000억 원)인 점을 고려할 때 애플의 맨유 인수는 큰 무리는 아니다. 애플은 첼시의 매각을 담당했던 미국 투자회사 레인 그룹을 비롯해 이번 맨유 매각 작업에 관여하는 금융기관들과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스타는 애플이 맨유를 인수한 뒤에는 세계 최고의 경기장을 건설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은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해 본 적은 없다. 애플은 내년부터 애플 TV를 통해 미국 프로축구 리그(MLS)를 독점 중계하고 지난 7월에는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 입찰에도 뛰어드는 등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편, 애플은 영국 본사 사옥으로 런던의 랜드 마크이면서 39년 전 폐쇄된 배터시 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를 리모델링해 내년에 이곳으로 입주하는 등 영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2-11-25 07:29:40【도쿄=조은효 특파원】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구조개혁으로 '조연' 신세로 전락한 소니그룹의 전기전자(일렉트로닉스)사업이 최근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것인지 관련 업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정체 국면을 맞이한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대신해 일렉트로닉스 분야의 기술·서비스 약진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재료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그룹은 지난 4월부터 전자사업 개혁을 본격화하며, 사업단위 명칭을 '엔터테인먼트·테크놀로지&서비스(ET&S)'로 변경했다. 단순한 가전 사업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접목시킬 기술, 서비스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가을 이탈리아 축구 1부 리그 '세리에A'는 소니 전자사업의 차세대 서비스로 밀고 있는 3차원 영상(3D)의 '일렉트로닉 퍼포먼스 트래킹 시스템(EPTS)'을 도입했다. 고도의 화상 처리 기술로 선수의 경기 모습을 어느 각도에서든 3차원 영상(3D)로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소니는 향후엔 메타버스 서비스에도 이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서비스 사업의 기술은 장래 가상 공간에서의 스포츠 관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소니의 전자사업이 흑자로 전환한 것은 2015년이다. TV사업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이와 동시에 소니의 무게 중심도 게임,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옮겨졌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이 "더이상 전자 기업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강조하면서, 전통의 전기전자 기업으로서의 정체성도 약화돼 왔다. 그랬던 소니그룹 내에서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전자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한 대형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닛케이에 소니의 전자사업에 대해 "그동안 성장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미래 전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전자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말 2%에서 최근 9%까지 올랐다. 이미지 센서와 게임 사업이 주춤하면서 예전 만큼의 성장성을 구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터에, 전자사업의 변신 노력이 더해지면서 새삼 다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생긴 것이다. 소니의 주가는 미국의 금리인상이란 대외 변수에 게임·이미지센서 사업 부진으로 1월 연초 고점 이래 30% 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새 성장동력으로 탈각의 노력을 진행한 전기전자 사업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소니는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TV, 미러리스 카메라, 휴대폰 등을 출시하면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ET&S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2-08-29 16:38:02【도쿄=조은효 특파원】 최근 관광 재개 분위기 속에 '엔저 바람'이 가세하면서 중국·홍콩 등 해외투자가들의 일본 부동산 쇼핑이 두드러지고 있다. 호텔, 고급 여관 등 숙박 시설뿐만 아니라 도쿄·오사카·삿포로 등의 맨션(한국의 아파트 격)투자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토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홍콩, 상하이 등지에서는 엔저(달러당 엔화가치 하락)가 심화 여파로 일본 부동산 투자 문의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로 일본 현지 방문이 어렵자, 온라인 영상으로 도쿄, 삿포로 등지의 맨션 투자 물건을 확인한 후, 적정 매물이다 싶으면 곧바로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엔저로 사실상의 가격 할인이 이뤄진데다 본격적인 경기회복 직전의 선행투자라는 점에서 일본 부동산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교토의 호텔, 고급 여관, 별장 등으로도 해외 자금이 돌기시작했다. 이날 교토신문은 중화권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일본 부동산 정보 어플리케이션인 '신교뵤산'을 열면 수천만엔에서 1억엔이 넘는 교토 시내 매물들이 즐비하다고 보도했다. 주요 매도자는 중국의 3040대들이다. 이들 역시, 물건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대출없이 전액 일괄 지불하곤 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화권 투자자들은 중국 상하이 등 대도시에 비해 일본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보고, 장기 운용 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미국 투자펀드 그룹, 싱가포르 펀드까지 일본 호텔 매입에 나섰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지난 2월 세이부 홀딩스의 호텔, 스키장 등 총 31개 시설을 약 1500억엔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오다큐 전철이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도쿄 하얏트 리젠시 호텔 및 인근 오피스 빌딩 입찰에는 현재 복수의 외자계 펀드들의 입질이 한창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JLL은 올해 일본 호텔 매매 거래액이 전년대비 20%증가한 25억 달러가 될 것으로 시산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일본의 저렴한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사실상 물가가 오르지 않은데다 엔저까지 더해지면서 '싼 일본'이 됐다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2-06-29 15:49:49【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미·중 갈등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위기에 봉착했다.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직원을 줄이는 등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지만 경기하방 압력이 거세 이런 대책만으론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최대''1위' 호칭을 가진 업계 대표기업들의 고전은 불안감을 더한다. 하지만 대응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들은 거래처의 다변화와 상품의 단순화 등을 주문한다. 또 업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발등에 불, 글로벌 IT 업계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정보통신(IT) 업계다. 팬데믹 이후 중국과 다툼을 이어가던 미국이 화살을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로 돌리면서 촉발됐다.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산 반도체에 대해서만 대화웨이 수출에 제동을 걸었던 기존 조치에서 '미국산 장비나 소프트웨어, 기술이 들어간 해외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수출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조치는 화웨이 본사는 물론 하이실리콘 등 화웨이 자회사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업체에도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해외기업과 화훼이가 미국의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거래하거나 반도체 설계를 활용할 경우에도 모두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조건을 맞춰 승인을 받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 하지만 미국이 국가 안보(화웨이 장비를 이용한 중국의 감청)를 이유로 대부분 반려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로 인한 파급이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웨이 제품의 미국산 부품 비중은 크지 않지만 미국 기술이 들어간 해외기업을 적용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현재 세계 반도체 생산 기업 중 미국 기술을 쓰지 않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에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 등의 제품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재가 오는 9월부터 본격 발동되면 반도체 거래에 앞서 미국의 허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TSMC도 이를 감안해 미국의 제재 발표 며칠 만에 화웨이의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또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4조8100억원)를 투자해 5㎚(㎚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TSMC는 스마트폰 중앙연산처리장치(CPU)나 5G 기지국 전용 부품 등 화웨이가 자체 설계한 반도체 제품의 제조를 맡아 왔다. TSMC의 전체 매출 중 화웨이와 거래 비중은 10%에 달한다. 즉 TSMC는 미·중 갈등 속에서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화웨이를 버리고 미국을 선택하면서 생존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화웨이 입장에선 당장 위기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언제 효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스마트폰 생산 공장 자체를 멈춰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화웨이는 급한 대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전 계열사를 통해 7억달러(약 8664억원) 규모의 재고 확보에 나섰다. TSMC가 화웨이 계열사의 발주를 수용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의 파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5G 이동통신장비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둔 반도체 및 관련 부품기업 모두 전례 없는 경영 불확실성에 놓일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국, 일본 등 각국 전자 부품기업에 부정적 영향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ZTE(중싱통신) 등 중국 다른 통신업체들은 미국 내 판매금지 행정명령 1년 연장의 사정권에 이미 들어왔다. 중국의 반격 대상에 오른 애플, 시스코, 보잉 등도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흔들리는' 최고·최대·1위 기업 코로나19가 글로벌 이동을 차단하면서 가장 출혈이 심한 곳 중 하나가 항공업계다. 항공업계의 비명소리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퍼지고 있다. 영국 항공기엔진 메이커 롤스로이스 홀딩스는 전체 직원 5만2000명 가운데 9000명을 감원하고 공장 일부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의 경우 관리직 직원 최소 3400명 정리해고를 위한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경영난을 겪던 태국의 국영항공사 타이항공은 코로나19 사태를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착수했으며 호주 1위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수요절벽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 지역항공사인 플라이비는 자국 항공사 버진애틀란틱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글로벌 항공사들의 매출 손실을 최대 1130억달러(약 139조5200억원)로 보고 있다. 비행기가 뜨지 않으니 공항도 적자다. 세계 최대 공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국제공항은 1분기 이용객이 전년동기 대비 19.8% 줄었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데이브 캘훈 최고경영자(CEO)는 "항공 산업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국 주요 항공사들이 폐업에 내몰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식 및 여행업계에서 각각 글로벌 1위를 달려온 코카콜라와 익스피디아도 흔들리고 있다. 코카콜라는 4월 기준 전세계 매출이 1년 전보다 25% 감소했으며 익스피디아는 자금난 때문에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 규모의 자사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할 계획이다. 200여년 전통의 독일 대기업인 티센크루푸는 기업의 모태 사업인 철간 부문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인수합병(M&A)도 거론된다. 건설업체도 코로나19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4월 신규주택 착공수는 전달보다 30.2% 급락했다고 미 상무부는 전했다. 1959년 이후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중국의 영세 주택 건설업체 100여곳은 코로나19 발병 후 2개월 이상 모든 공사가 중단되면서 주택 선분양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파산신청을 했다. 세계 최대 음료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미 CN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이제 막 시작됐으며 경제 회복은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jw@fnnews.com
2020-05-24 15:34:22[파이낸셜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이 매입한 경기도 안성 소재 위안부 피해자 쉼터 거래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당선자는 18일 "제가 한 일은 후보지를 소개한 것이 전부"라며 "매매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거나 어떠한 이득도 취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앞서 정의연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지난 2013년 경기도 안성에 7억 5000만원에 쉼터를 매입했지만 최근 이보다 3억원 가량 낮은 4억원대에 쉼터를 매각한 것이 확인되며 '고가 매입' 의혹을 받았다. 당시 지역신문 대표였던 이 당선자가 해당 건물 매입을 주선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당선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의기억연대 힐링센터와 관련해 언론사에서 많은 전화가 왔다. 저는 질의에 사실대로 입장을 밝혔으나 해당 언론사들은 본인의 말을 선별적으로 발췌하고 왜곡보도를 일삼았다"고 주장하면서 "지역언론사 대표로 재직하고 있던 2013년, 정대협이 힐링센터로 삼을 곳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지역사회에도 좋은 일이라고 보고 세 곳을 소개해줬고, 정대협은 그중 한 곳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그는 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정의연 측이 전원주택을 소개한 이 당선자에게도 수수료 명목으로 적잖은 금액을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이 말을 한 사람은 미래통합당 관계자라고 적혀 있다"며 "근거도, 사실 확인도 없이 상대 당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싣는 저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저와 저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신 안성시민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아닐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당선자는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를 조장하는 일부 언론사에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왜곡보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미래통합당에도 경고한다. 근거 없는 발언으로 본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마지막으로 안성시민 여러분께 잠시나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이규민, 거짓과는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0-05-18 10:5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