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시원한 계곡에서 백숙과 삼겹살 등을 판매하는 유명 맛집이 손님들에게 "SNS에 사진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이유가 밝혀져 화제다. 22일 충북 진천군 등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식당이 'SNS에 제발 사진 좀 올리지 말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계곡에서 영업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테이블 10여 개가 놓여 있었고, 손님들은 테이블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글을 쓴 A씨는 "요즘시대에 홍보하지 말아달라는 것을 보니 홍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라 그런가보다"했다며 "그래서 얼마나 맛있는지 해당 지역 군청에 문의했다"고 밝혔다. 진천군청은 A씨가 제기한 민원에 "해당 식당은 영업신고를 한 면적 외의 장소를 객석 등으로 사용해 영업하고 있었다"며 "영업장의 면적을 변경하고 변경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식품위생법 제37조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진천군은 또 "해당 계곡에 테이블 등 시설물을 설치한 행위에 대해 소하천정비법 제17조에 의거 행위자에게 원상복구 명령 조치를 했다"면서 "미이행 시 관련 규정에 따라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해당 식당은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이후에도 영업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군청이 지난달 29일까지 원상복구 할 것을 명령했으나, 해당 식당에는 지난 15일까지 손님의 후기가 남겨져 있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불법 영업) 맛집으로 판명났다. 식품위생법과 소하천정비법까지 착실하게 (위반한) 맛집”이라고 비꼬면서 “행정처분은 단순 벌금이나 과태료 정도라 돈 내고 버티는 것 같고, 원상복구는 해당 날짜에 가게 문 닫고 테이블만 치운 거 보여줘 넘어간 거 같다”고 했다. 이어 “제대로 확인 안 하니까 바로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진천군청은 해당 식당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식당을 소하천정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등은 영업장의 면적을 변경할 경우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식당 외부의 옥외 장소를 영업장으로 추가 사용하려는 경우에도 별도로 옥외영업신고를 해야 하며, 신고 없이 건축물 외부에 임의로 테이블을 설치하고 영업할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시정명령 또는 영업정지 7~15일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22 05:17:23[파이낸셜뉴스] "나 지금 행복해" "정말?" "그래" "나도" "내가 여기 있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게 기뻐. 너의 나쁜 점을 말해줄 사람을 내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도 말야" 1996년 개봉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내용 중 일부다.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 비엔나로 향하는 제시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빠져들고, 둘은 같이 비엔나에서 내린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2004년에는 '비포 선셋'이, 2013년에는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한다. 여행은 나를 전혀 다른 낯선 환경에 던져놓는 일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환경에서 나는 필요에 의해, 혹은 자발적으로 나라는 자아를 해체하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나는 소개팅에서 상대방과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찐따였지만, 이상하게도 이국의 어떤 나라에서는 낯선 이성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거는 인싸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누가 봐도 '이환주'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일본에서는 '와타나베'가 되고 미국에서는 '제임스'가 되는 것 같은 상황이다. 일상과 단절된 여행지에서의 선택은 일상의 나(이환주)와는 다른 여행자의 선택이다. 평소와 다른 선택이 모여 여행의 과정은 일상과 다른 특별하고 재미있는 무언가가 된다. 긴 여행을 마치면 여행의 피로가 쌓이는데 이걸 '여독(旅毒)'이라고 한다. 7박 8일의 발리 여행 뒤 내 얼굴은 새까매졌고, 약하게 화상을 입은 얼굴과 팔, 다리의 피부는 허옇게 뜨고 며칠간은 각질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여행 뒤의 피로감과 함께 즐거움도 남았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하는 이 즐거움을 나는 '여흥(旅興)', 여행 뒤에 남은 즐거움의 잔향이라고 부른다. 착한 원숭이 보러 '상에 원숭이숲'으로발리에서 아침을 맞는 첫 날의 첫 일정은 '상에 원숭이숲' 방문이었다.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에 '몽키 포레스트'가 있었지만 유튜브 후기를 통해 '몽키 포레스트'의 원숭이들은 공격적이라고 들었다. 조금 멀리 가더라도 더 온순하다는 '상에 원숭이숲'의 원숭이들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전날 렌트한 오토바이를 몰고 '럭키 패밀리 커피&푸드'라는 식당을 찾았다. 아기자기 한 소품과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다양한 그림이 걸려 있는 흥미로운 식당이었다. 메뉴 판을 보고 비주얼이 예쁜 호박수프, 미고랭(볶음면) 한 개를 시켰다. 디저트로 색과 모양이 초코 푸딩처럼 보이는걸 하나 시켰는데 알고 보니 팥죽 비슷한 국물에 밥알이 들어가 있는 현지 디저트였다. 한동안 오토바이를 몰아 상에 원숭이숲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내니 원숭이에게 줄 수 있는 땅콩 주머니와 생수 1병씩을 받을 수 있었다.숲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걷는데 현지 직원 같아 보이는 분이 말을 걸고 우리와 발걸음을 맞췄다. 그 아저씨는 "상에 원숭이숲에는 총 700여 마리의 원숭이가 있고 약 3개의 그룹이 있다"며 이동하는 중간 중간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고, 사진도 찍어줬다. 원숭이 무리 중에는 유독 덩치가 크고 공격적인 녀석(한 무리의 대장이었다)이 하나 있었는데 녀석이 다가오면 돌멩이가 없는 새총으로 위협 사격과 함께 '쉿, 쉿'하는 소리로 쫓아내 주셨다. 원숭이들은 땅콩을 손 위에 놓으면 얌전히 땅콩을 받아갔다. 또 일부 작은 원숭이들은 특정 스팟에서 내 어깨 위에도 올라와 땅콩을 받아가기도 했다. 공원에서 먹이를 주는 시간이었는지 한 공간에서는 오이 수백개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원숭이들이 오이를 주워 먹었다. 원숭이가 오이를 먹는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다양한 원숭이 동상과 여러 동상을 볼 수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안내를 해 주신 분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5만 루피아(4200원)를 건넸다. 공원 입구에서 그분이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물어봤다면 경계심을 가졌겠지만 너무도 스무스하게 동선에 합류해서 별다른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아저씨가 "땡큐 쏘 머치"라며 연신 손을 모아 인사를 해주시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고아 가자(코끼리) 사원 다음 목적지는 '고아 가자' 사원이었다. 코끼리 사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도깨비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동굴의 입구 사진을 보고 찜해둔 곳이었다. 힌두교 신의 석조 조각으로 유명한 이 동굴은 9세기에 만들어 졌다고 한다. 사원의 입구로 들어가는 곳에는 실제로 코끼리 동상이 있었다. 발리에 있는 동안 여러 사원과 유적지를 갔지만 이곳은 세 손가락 안에 들만큼 맘에 들었다. 우선 덜렁 사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원과 함께 연못, 사원을 둘러싼 계곡과 트레킹 코스 등 부지가 넓어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 둘러볼만 했기 때문이다. 사람 모양의 동상이 항아리를 들고 있고 항아리에서 물이 나오는 연못에는 현지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힌두교 동굴 안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며 종교 활동을 하는 현지인을 보거나 안에 있는 여러 조각품을 볼 수도 있었다. 작은 폭포를 보고 계곡을 따라 산책로를 한동안 걷는 것도 좋았다. 사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나오니 더운 날씨 탓에 땀이 흠뻑 났다. 특히 사원에 입장할 때 반바지를 가릴 수 있는 천을 받아 치마처럼 두르고 다녔는데 이것 때문에 더 더웠다. 목이 너무 말라 사원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를 한 잔 먹었는데 관광지 안이라 확실히 밖에서 먹는 것보다 비쌌다. 참고로 이곳을 포함한 발리의 여러 사원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이 생리 기간에는 입장을 금지하고 있었다. 사원을 둘러 보고는 바로 근처에 있는 '따만 베지 그리야' 폭포를 찾았다. 하지만 이 폭포는 입구에서 해도해도 너무 하다 싶은 비싼 입장료를 요구했다. 폭포를 보는 것을 금지하고 일종의 무슨 힐링(종교) 프로그램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음 속으로 욕을 하며 그냥 돌아 나왔다. 다음으로는 현지인이 찾는 바비 굴렁 맛집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의 이름은 'Warung Babi Guling Pande Egi'라는 곳이었다. 바비 굴링은 어린돼지를 돌려가면서 구워낸 바삭한 돼지껍질 요리다. 베이징덕 껍질의 돼지 버전인 셈이다. 식당에서 먹은 정식은 두 조각의 작은 바비 굴링과 돼지 고기가 나오는 음식이었다. 정식과 함께 돼지고기 꼬치도 시켰는데 둘 모두 차갑게 식은 상태로 나왔다. 복수의 후기에서 해당 식당을 극찬해 기대를 하고 갔는데 개인적으로는 맛도 그닥 이었다. 다만 식당이 위치한 곳이 논 바로 인접해 논 바람을 맞으며 푸른 논을 배경으로 밥을 먹는 분위기는 참 좋았다. 현지인 맛집인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스타 필수 명소 칸토람포 폭포 밥을 먹고 바로 인근에 있는 칸토 람포 폭포로 향했다. 칸토 람포 폭포는 층층이 쌓인 계단 형태의 검은색 암벽 위로 폭포가 쏟아지는 곳인데 해당 암벽 위에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실제로 여러 사진을 통해서 비키니를 입은 각국의 여성들이 검은색 암벽 위에서 모델처럼 찍은 사진을 여럿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왜 구글 리뷰에 "이곳에 가려면 반드시 아침 일찍 가세요"라고 적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인스타 명소로 유명한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매우 긴 줄을 만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인스타 명소인 폭포 말고도 뒤쪽의 오솔길을 따라 산길을 좀 걸었다. 약간 높은 언덕 지형에 올라 폭포를 내려다보며 수백 명의 사람 구경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는 재미있었다.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티부마나 폭포'였다. 티부마나 폭포는 폭포 그 자체보다는 폭포를 보러 가는 길이 더 좋다는 후기를 봤는데 실제로 그랬다. 여러가지 열대 식물과 형형 색색의 꽃 등을 볼 수 있었다. 티부마나 폭포는 마치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스케치북에 그린 것처럼 정확하게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몇몇 관광객들은 폭포 아래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했지만 수질 상태가 도저히 들어가고 싶은 상태는 아니었다. 티부마나 폭포의 반대편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계곡의 바위 위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누워 한동안 휴식을 취했다. 이후에는 오토바이를 몰고 숙소에 도착했다. 발리의 기후는 한국의 여름처럼 습하고 더웠기 때문에 여러곳을 이동하는 동안 땀에 절어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또 이동 대부분을 오토바이로 하다보니 헬멧을 썼음에도 숙소에 도착해 얼굴을 씻자 검은 검댕이 묻어 나왔다. 저녁은 숙소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와렁 폰독 마두(Warung Pondok Madu)'라는 식당에서 먹었다. 아웃백에서 유명한 돼지폭립이 유명한 곳으로 발리에서 먹었던 저녁 중에는 2번째로 맛있었다. 사이드로 시킨 버섯 탕수 튀김도 훌륭했고, 하루 종일 땀을 흘린 뒤 먹는 빈땅 맥주는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음식을 먹는 동안 비가 내렸는데 창가 좌석에 앉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나름으로 운치있었다.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6-17 21:05:44[파이낸셜뉴스] 맥도날드가 연말연시에 소중한 사람들과 들러보면 좋을 특별한 ‘뷰 맛집’ 매장 지도를 공개한다고 14일 밝혔다. 맥도날드가 공개한 지도는 유명 여행지에 인접한 매장뿐 아니라 특별함을 갖춰 그 자체로 하나의 명소가 되는 매장도 함께 소개돼 더욱 눈길을 끈다. ■서울 근교 드라이브 경유지 맥도날드 포천DT점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의 경유지로 꼽히는 포천에는 드라이브 중간 잠시 들러 한 끼를 해결하기 좋은 곳에 맥도날드 포천DT점이 위치해 있다. 맥도날드 포천DT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국도를 따라 이동하면 곧 백운 계곡에 다다를 수 있으며, 백운 계곡을 지나 더 달리다 보면 춘천, 가평으로 이어져 근교 여행을 원한다면 추천하는 코스다. 포천DT점은 44대 주차가 가능한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매장 내 좌석 수도 162석으로 충분해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도 제격이다. ■에버랜드 인근 인공폭포가 흐르는, 맥도날드 용인DT점 용인DT점은 올해 3월 처음 문을 연 매장이다. 에버랜드 인근에 자리 잡아 놀이동산을 방문하기 전후에 든든한 끼니를 해결하는 탁월한 휴식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매장 바로 앞 인공폭포가 가동돼 더욱 특별한 매장 경관을 자랑하며, 이곳에는 2대의 차량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탠덤 드라이브 스루’와 메뉴가 제공되기 전까지 잠시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대기차량공간도 마련돼 있어 바쁜 일정 속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다. ■ 충주호 겨울 낚시 이후 몸 녹이기 좋은 맥도날드 충주교현DT점 충청북도에 위치한 충주호는 국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호수이며, 주변 산세와 경관도 뛰어나지만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꾼들의 명소로도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충주호에서 겨울 낚시를 즐기고 인근의 맥도날드 충추교현DT점에 방문하면 따뜻한 맥카페 한 잔으로 언 몸을 녹이거나 버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영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맥도날드 포항북부DT점 맥도날드 포항북부DT점은 포항의 명물, 영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특별한 경관을 자랑한다. 야간에 방문할 경우엔 영일대해수욕장의 화려한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창가에 자리를 잡으면 영일대해수욕장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버거를 즐길 수 있으며 배부른 식사 이후 해수욕장을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즈넉한 한옥의 매력, 맥도날드 경주용강DT점 경상도하면 떠오르는 맛의 고장, 경주에는 외관이 매우 특별한 맥도날드가 있다. 경주용강DT점은 전국 유일 한옥 레스토랑으로 경주의 고즈넉함을 즐길 수 있어 한옥 맥도날드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많다. 겉은 고요하고 유려한 한옥이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세련되고 깔끔한 현대식 인테리어를 마주할 수 있어 두 가지 매력을 고루 갖춘 곳이다. ■해수욕장에서 맞이하는 새해 첫 일출, 맥도날드 울산일산DT점 일산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맥도날드 울산일산DT점은 이미 연말 연초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장소다. 울산일산DT점에서 대왕암까지 대중교통으로는 약 30분,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주차장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떠오르는 해돋이를 보고 나서 유려한 절벽이 형성된 대왕암을 들러보기 좋다. ■수평선이 보이는 동해 바다, 맥도날드 속초DT점 강원도 속초는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모두 근접해있어 겨울 산행과 겨울 바다 등 취향에 따라 즐기기 좋은 관광의 요지다. 속초DT점은 수평선이 보이는 남다른 동해바다 뷰를 자랑하며, 맥도날드가 강원도 지역에서 첫 번째로 선보인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기도 해 편리한 D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내에도 1층과 2층으로 넓은 좌석이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24시간 운영돼 여행 중간 휴식이 필요할 때 편히 쉬어가기 좋다. ■동해 일출 해돋이 명소, 맥도날드 강릉점, 동해DT점 경포대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맥도날드 강릉점 역시 수많은 여행객의 발길이 닿는 곳이다. 강릉은 연말 연초에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한 바다 해돋이 명소로 손꼽힌다. 강릉 시내에 위치한 맥도날드 강릉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포장해 인근의 해수욕장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매장에서 강릉 송정 해수욕장, 강문해변, 안목해변, 경포해변 등 강릉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 모두 자동차로 이동 시 15분 남짓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 또, 동해로 새해 해돋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24시간 운영되는 동해DT점에서 편안하게 떠오르는 해를 기다릴 수도 있다. 인근의 한섬 해수욕장은 도보 15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아 차량 없이도 이동이 용이하다. ■여행 전 든든하게 한 끼, 맥도날드 목포남악DT점·여수학동DT점 전라도의 항구도시, 목포와 여수의 대표적인 여행지 인근에도 든든한 한 끼를 채우기 좋은 맥도날드가 있다. 맥도날드 목포남악DT점은 약 1천 개 이상의 섬이 있다는 다도해 부근에 있어 여행 전 들르기 좋으며 여수학동DT점은 24시간 운영되는 매장으로, 여수밤바다의 낭만을 즐기기 전후 주린 배를 채우기 안성맞춤이다. ■제주 파노라마 오션뷰를 즐길 수 있는 맥도날드 제주외도DT점 전 국민이 즐겨 찾는 대표 여행지, 제주도에서도 맥도날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제주외도DT점은 가장 최근 오픈한 신규 매장으로 제주도의 탁 트인 바다를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는 매장이다. 세계 최초로 건물 내부와 외부에 달을 형상화한 ‘루나’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했다는 특별한 의미도 지녔다. 루프탑에는 맥도날드의 요소를 가미한 깜찍한 돌하르방이 있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남길 수 있고, 실내에는 80여 석이 마련돼있어 대규모 인원 방문 시에도 비교적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맥도날드 매장 중 최초로 급속 전기차 충전기도 설치해 매장 방문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했다.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맥도날드 제주중문DT점 맥도날드 제주중문DT점도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매장으로 손꼽힌다. 제주중문DT점은 독특한 자연경으로 잘 알려진 제주 중문관광단지 입구에 위치했으며 매장 앞 드높은 야자수가 자리하고 있어 동남아 여행을 온 듯한 이국적인 매력을 풍긴다. 따뜻한 계절에는 한쪽 벽면을 대신한 폴딩 도어를 활짝 열어두어 제주도의 맑은 공기와 함께 메뉴를 즐길 수도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12-14 14:41:29[파이낸셜뉴스] 여행의 목적이 '장소'가 아닌 '사람'인 경우 계획표가 좀 더 느슨해진다.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니고, 이집저집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옛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새로 만난 친구와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다보면 그 자체로 어떤 여행보다 즐거운 추억이 되기도 한다. 4년 전 8월, 태국 남부 해안가 휴양지인 끄라비를 처음 찾았다. 대학시절 모교에서 한국어 도우미로 만났던 태국인 친구가 당시 끄라비에서 살고 있었다. '미성'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그녀는 한국에서 공부하며 만났던 캐나다인 남편과 끄라비에서 지내고 있었다. '미성'도 보고, 휴가도 즐길 겸 필자는 2017년 '프라추압 키리 칸'이라는 태국 중부의 소도시를 방문하기도 했었다. 그녀는 끄라비에 살기 전 이곳에 살았다. '프라추압 키리 칸'은 당시 한국인에게는 매우 낯선 도시였다. 구글과 네이버에 한글로 검색해도 거의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프라추압 키리 칸'은 몇몇 여행 상품도 개발되고 한국인도 종종 찾아가는 어엿한 관광지가 된 듯 하다. 아무도 모르지만 내 마음속에는 훈장처럼 '한국인에게 이 도시를 처음 알린 것은 내가 아닐까'라는 믿음이 있다. 4년 전 찾았던 끄라비를 올 8월 다시 찾았다. 4년 전에는 4식구 모두 찾은 가족 여행이었지만, 이번에는 혼자였다. 개인적으로 15개국 40여개가 넘는 도시를 여행하면서 가장 최고로 꼽는 곳이 끄라비였다. 콘크리트보다 자연을, 쇼핑몰보다 지역 시장을, 산보다 바다를, 바다보다 물(계곡)을 품을 산을 더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최적의 여행지였다. ■태풍 카눈과 함께 2박 연속 공항 노숙 언제나처럼 여행의 시작은 최저가 항공권 찾기부터 시작됐다.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서 요리조리 검색을 하던 중 목적지로의 단순 왕복이 아닌 '서울(인천)→끄라비→방콕→서울' 등 다구간 여행지 설정을 통해 표를 샀다. 저렴한 비행기 표를 찾다 보니 첫날 인천에서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가는 일정이었다. 또 주말 출발 비행기표는 비쌌기 때문에 금요일(11일)에 출발해 다음주 목요일(17일)에 한국에 오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비행기표는 48만원 정도였다. 인천 출발 시간이 금요일 아침 7시35분이었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공항에 오는 것도 부담되고 여차하면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목요일 밤 캐리어를 들고 공항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노트북에 미리 내려받은 영화를 보고 공항 벤치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새벽 4시30분, 티켓 창구가 열려 가보니 웬걸, 비행기는 태풍 '카눈'으로 연착돼서 이날 오후 2시 출발로 바뀌었다. 티켓 창구에는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있었다. 에어아시아 항공 직원들은 인근 호텔 숙소에 방을 잡아 놨으니 오전 11시까지 쉬다 올 수 있다고 안내했다. 새벽 5시가 좀 지나 공항터미널로 버스가 왔고, 6명은 인천공항역에서 3정거장 떨어진 운서역의 한 호텔에서 잠시 쉴 수 있었다. 호텔 조식도 이용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밤에 잠을 설친 탓에 잠을 자느라 조식은 먹지 못했다. 11시에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팅을 하며 미리 받아둔 1만원 식사 쿠폰으로 터미널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탑승 수속을 마쳤다. 비행기 출발 시간인 오후 2시 전에 착석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에어아시아 항공편은 또 다시 출발이 지연됐다. 잠시 눈을 붙이고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이미 한번 지연된 출발 시간보다 3시간이 지난 오후 5시를 지나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비행기 안전 점검에 만전을 다하느라 출발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납득이 가지는 않았다. 마침내 오후 5시 40분경 비행기는 활주로를 떠나 경유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했다. 준비해 온 영화를 1편 반 정도 보자 몸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중동 출신 외국인이 앉아 있었는데 영어로 말을 건네니 바로 한국말로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에이스침대 공장에서 침대를 만드는 노동자 3명이 주말을 맞아 태국으로 휴가를 간다는 것이었다. 비행기는 오후 11시가 지나서야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연착에 대한 부분은 화가 났지만 오전 인천공항에서 버스 대절, 호텔 제공, 무료 식사 쿠폰을 준 대응이 떠올라 쿠알라룸푸르에서 예정에 없던 1박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말레이시아에 도착 후 에어아시아 측은 지연에 대한 어떠한 공지도 보상도 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당황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목적지인 끄라비행 비행기는 다음날 오전 8시에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시간상 수화물 검사 등을 하고 공항 밖에서 1박을 하는 것보다 공항에서 다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날 묵기로 한 끄라비 호텔의 숙박비는 4만원 정도로 비싸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대로 날려버린 터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배가 고파 쿠알라룸푸르 현지식을 먹고, 허기가 차지 않아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하나 더 사먹었다. 버거킹에서는 이날 아침 운서역 호텔에서 잠시 같이 쉬었던 인도네시아 친구가 있어 잠깐 대화를 나눴다. 그 친구도 배가 고팠는지 햄버거 세트를 앉은 자리에서 2개 먹어치웠다. ■대 자연이 만든 끄라비의 보물 '타폼 클롱송남'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늦은 11일 오전 10시경에 끄라비 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예정 도착 시간은 9시10분 정도였지만 이번에도 또 연착이었다. 끄라비 공항에서는 태국인 친구 '미성'이 나를 태워다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한국 다이소에서 미성의 어머니에게 주기 위해 '황토찜질팩'을 3개 정도 준비해서 왔지만 인천공항 수화물 검색대에서 압수당했다. 과거에는 분명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 '황토찜질팩'을 기내에 들고 가려고 하니 '액체'나 '젤' 타입으로 의심된다며 들고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로 붙이는 위탁 수화물로는 보내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렇게 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이었으므로 포기해야 했다. 끄라비 현지의 편의점에서 8일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현지 유심침을 500밧(2만원)에 장착했다. 이어서 현지 식당인 '홈린다'에서 첫 끼를 해결했다. 끄라비는 태국 남부에 위치한 도시지만 이곳에서는 태국 북부의 대표 음식인 '카우쏘이'를 팔고 있었다. 진한 카레 국물에 큼직한 닭다리와 면, 그리고 튀긴 에그 누들을 더해 바삭한 식감까지 살아있는 면요리 였다. 또 해당 식당에서만 파는 다양한 음료, 고기와 쌈채소가 같이 나오는 음식, 태국식 덮밥을 함께 시켜먹었다. 허기를 채우고 첫 번째 목적지인 '타폼 클롱송남'으로 향했다. '타폼 클롱송남'은 현지에서 유명한 맹그로브 숲이었다. 4년전 찾았던 에메랄드 풀이 있는 곳과 비슷한 인상이었다. 울창한 맹그로브 숲을 둘레길처럼 산책할 수 있는 코스였다. 또 맹그로브 숲을 가로 질러 흐르는 강이 있어 카약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울창하고 튼튼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 맹그로브 나무에 걸터앉아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산책을 하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처마 같은 곳에서 비를 피하며 옛 친구와 잠시 옛날 이야기를 나눴다. 숲길 코스의 마지막에는 수영을 할 수 있게 조성된 곳도 있었다. 현지 아이들 몇몇이 엹은 빗방울을 맞으며 헤엄을 치고 놀고 있었다. ■현지인 추천 끄라비 핫플 '카오통 힐' 카페 타퐁 클롱송남을 지나 다음 목적지인 '카오통 힐' 카페로 향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현지인들에게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인듯했다. 주차를 하고 내리자 처음에는 볼품없는 기념품 가게가 하나 보여 생각보다 별로인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명당 입장료 명목으로 50밧을 내자 언덕 높은 곳에 있는 진짜 카페로 안내하기 위한 교통 수단인 썽태우를 탈 수 있었다. 왕복 비용이 20밧이고 표를 받아 카페에서 음료를 사먹을 때 30밧을 할인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카오통 힐 카페는 끄라비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곳이자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한 듯 했다. 음료의 가격은 한국돈 6000원 내외로 싼 편은 아니었지만 탁 트인 바다 뷰와 여러 섬들을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하고, 사진을 찍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썽태우를 탔던 기념품 가게에는 "끄라비와 사랑에 빠질 준비를 하세요"라는 글귀가 영어로 적혀 있었다. 과연 그 말 그 대로였다. 이날 저녁은 평소와 달리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좋은 곳에서 먹기로했다. '더 힐탑 아오낭'이라는 식당으로 역시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끄라비의 야경을 보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와인 한 병과 요리 2접시를 시키니 한국 강남에서 먹는 것과 큰 차이 없는 가격이 청구됐다. 구글 지도에는 해당 장소에 대한 주요 정보로 '밤 문화를 즐기기에 좋음', '커플에게 인기 있음'이라고 적혀 있는데 과연 그러한 듯 했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 채로 끄라비에서 첫 밤이 지나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8-21 20:44:51【 울산=최수상 기자】 "도다리는 봄철에 가장 맛있지요?" "아닙니다." "예?" "365일 맛있습니다."(웃음) 너스레웃음도 잠시. 길고 날카로운 회칼이 몇 차례 번득이더니 순식간에 싱싱한 도다리회가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인다. 비교적 두툼하게 썰린 도다리 회는 미색이지만 표면에는 영롱한 빛깔이 감돌았다. 이보다 더 신선할 수 없을 것이다. 입맛이 떨어지는 봄철, 미식가들이 결코 지나칠 없는 게 도다리 회다. 한참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 온 아주머니 두 분. 회가 도시락 포장지에 담겨 자신들의 손에 건네지자 얼굴에는 옅은 웃음기가 가득해졌다. 다른 한 손에 신선한 상추와 깻잎, 달콤새콤한 초장이 담긴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도다리 회무침을 상상하자 군침을 주체할 수 없었다. 4월 장날에 울산 울주군 온양읍 남창옹기종기시장은 제철을 맞은 도다리뿐만 아니라 돌문어, 전복, 멍게 등 울산 앞바다에서 잡았거나 양식장에서 갓 출하된 싱싱한 해산물로 가득하다. 길이가 100m에 달하는 시장통 한가운데는 방금 따 온 것 같은 각종 제철 나물과 채소가 풍성한 할머니들의 노점이 장사진을 이뤘다. 풋고추가 가득한 실린 리어카를 끌고 경쟁에 나선 한 장사꾼이 "고추가 살아있다. 고추가 살아있다"라며 다소 야릇한 말로 이목을 집중시키자 할머니들은 오히려 재밌다고 웃는다. 한편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꽃무늬 블라우스 봄바람에 살랑거렸고, 맞은편에는 말끔한 광택을 자랑하는 ㈜태화의 말표 고무신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많은 상품과 각종 먹거리들은 3보 앞을 나아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참을 구경하고 나서야 시장통 끝 지점에 다다랐음을 알았다. 하지만 여기는 또 다른 남창옹기종기시장 여행의 시작점이었다. ■국밥 한 그릇을 위해 어르신도 '웨이팅'은 기본 세계 유명 맛집들의 공통 특징은 줄 서기 즉 '웨이팅'이다. 특별한 맛을 경험하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 기다리는 것쯤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현재 남창 장날에서는 젊은 세대가 아닌 60대 전후의 중장년층과 어르신들의 웨이팅을 쉽게 볼 수 있다. 남창장 중간 지점에는 국밥 식당이 늘어서 있다. "무슨 경품을 주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줄을 선 줄 알았습니다. 백종원도 부럽지 않겠어요." 아기를 안고 나온 30대 부부가 내막을 알고는 놀란다. 부산 해운대에 거주하는 이들 부부는 남창 국밥이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국밥집 한 곳은 오전 10시를 갓 넘겼는데 벌써부터 대기 줄만 35명에 달했다. 식당 문을 들어서자 한 그릇 9000원 하는 선지 국밥이 침샘을 자극하는 특유의 냄새를 풍기를 뜨겁게 반긴다. 따로국밥, 내장국밥, 소머리곰탕과 소머리국밥, 각종 수육까지 즐길 수 있다. 장터 인근에 울산 제과제빵의 최고 장인이 운영하는 '구떼 과자점'의 빵 맛도 기가 막힌다. 기다림이 힘들다면 장터 곳곳에서 판매하는 국수, 부추전, 튀김, 족발, 묵 등을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기대 이상의 맛이다. 부추전에 막걸리 한 사발은 아픈 다리를 조금 쉬게 할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된다. ■3.1 만세운동 벌어진 유서 깊은 창고 마을짚고 넘어 갈 것이 있다. 남창옹기종기시장은 위치한 곳은 행정구역상 '울주군 온양읍 남창리'이다.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남창(南倉)'이라는 지명이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남쪽 창고라는 뜻이다. 울주군에 따르면 온양읍 일대의 옛 지명은 공수현이다. 조선 숙종 때인 1679년 공수현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백성들로부터 거둔 곡식을 임시 저장하기 위한 창고가 만들어졌고, 고령 김씨 공수파가 집단으로 거주하며 창고관리와 관련 업종에 종사했다고 전해진다. 시장 주변에 오래전부터 온양읍사무소, 남창역, 우체국, 경찰파출소 등이 주요 기관이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창 5일장은 지난 1916년부터 문을 열었다. 3일과 8일에 장이 섰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전개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매년 4월 8일 장날에는 당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남창장이 발전한 것은 창고가 들어선 배경과 같다. 내륙과 해안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 공업화 이후 따른 농어촌 인구의 유출 등으로 남창장도 위기에 처했다. 자가용을 중심으로 한 교통수단의 발달은 온양읍 주민들까지 울산과 부산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이용을 부추겼다. 워낙 큰 장이기 때문에 명맥을 유지할 정도는 됐지만 시설 노후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다행히 동해선 광역전철이 개통되면서 반전의 기회가 찾아 왔다. ■동해선 철길 위에 장이 섰다, 역시 전철 역세권 남창옹기종기시장의 장날은 웬만한 대형마트를 능가할 정도를 인파가 몰린다. 한 번 들어선 시장 안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을 정도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을까? 남창옹기종기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장날이면 시장 바로 옆 동해선 남창역에는 부산과 울산에서는 광역전철을 타고 온 손님들이 쏟아져 나온다. 남창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은 지난 2021년 12월 28일 부산 부전역~울산 태화강을 운행하는 동해선 광역전철이 개통하면서부터다. 앞서 부산~울산간 고속도로 개통이 있었지만 남창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철길이 역할을 넘겨 받았다. 김규백 상인회 회장은 "매시간 부산과 울산에서 온 관광객들이 도착하고 떠나고를 반복하면서 예전에는 오후 4시면 장이 마쳤지만 이제는 저녁 무렵까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철이 생긴 후 평일 장날에는 3000명가량이 찾고 주말과 휴일이 겹치면 1만명이 넘는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국에도 꾸준했다고 한다. 남창이 전철 역세권을 형성하자 온양읍 인구도 증가해 3만명까지 늘어났다. 인구감소 속에 시골지역 인구가 늘어난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상인회 측은 현재 장터가 비좁다고 판단해 울주군에 공간 확장을 요청했고 원만한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 ■5월 초 울산옹기축제, 대운산과 울산수목원도 인기 남창장 상인들이 김칫독과 간장독 등으로 사용하는 옹기는 울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의 특산물이다. 이 마을은 옹기 제작에 쓰이는 흙의 품질의 전국에서 가장 좋다고 평가 받아 예전부터 전국 각지의 장인들이 모여든 곳이다. 남창역에서 자가용으로 3분, 걸어서 20분이면 도착하는 약 1.5㎞ 거리에 있다. 우리나라 옹기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옹기장이 실제 거주하고 있고 가마와 생산 공장이 가동 중이다. 어린이날인 오는 5월 5일~7일까지 울산옹기축제가 개최된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구경거리가 풍성하게 준비됐다.5km 떨어진 곳에 울산 12경 중 하나인 내원암 계곡을 품고 있는 대운산도 유명하다. 울산수목원과 국립 치유의 숲이 있다. 5월에 철쭉제가 열리고 여름철에는 피서 인파로 가득 찬다. ulsan@fnnews.com
2023-04-23 18:36:31【파이낸셜뉴스 순천=황태종 기자】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순천시가 '봄을 닮은, 봄을 담은 순천 먹거리'를 소개하며 박람회와 함께 하는 미식 여행 안내에 나섰다. 특히 순천은 '맛의 고장 남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맛을 자랑하는 곳이어서 제철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순천 봄맛 여행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8일 순천시에 따르면 순천 봄맛 여행의 첫 번째는 청정 순천만에서 난 맛조개를 활용한 무침과 탕이다. 순천만 맛조개는 알이 굵고 쫄깃한 육질을 자랑하며 특유의 담백한 풍미가 일품이다. 잘 해감된 맛조개를 찜기에 넣고 찌면 맛조개찜이고, 여기에 물만 부어 끓여주면 그 자체로 시원한 맛조개탕이 된다. 살짝 데친 맛조개 껍데기를 일일이 까는 수고로움이 살포시 더해지면 새콤달콤 갖은 양념에 버무린 맛조개무침이 완성된다. 순천 낙안이나 도사 땅에서 자란 아삭한 오이나 풍미 좋은 순천만 미나리, 어느 쪽과 함께 버무려도 맛의 화룡점정을 찍을 순천만의 봄맛이다. 향긋한 봄향이 가득한 순천만미나리김치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희귀 철새와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공존의 터전이다. 지난 50년 세월 함께 해온 순천의 전통 작물이 있으니 바로 친환경 농산물 순천만 미나리다. 순천만 일대 60여 농가가 농사짓는 순천표 미나리는 꼬막미나리초무침, 미나리떡갈비, 미나리삽겹살, 오리탕 곁들임 메뉴 등 다채롭게 사랑받는 농작물계 미다스 손이라 할만하다. 한데, 순천에선 이 팔방미인 미나리를 오래전부터 '김치'로 즐겨왔다. 펄펄 끓는 물에 넣고 살짝 데친 미나리를 찬물에서 재빨리 씻어내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후 물기를 꾹 짜준다. 미나리김치 양념의 포인트는 젓갈이다. 갈치나 멸치액젓에 고춧가루를 풀고 마늘, 새우젓 등을 잘 섞어 되직하게 준비한다. 양념에 미나리를 살살 풀며 조물조물 무쳐주면 향긋하고 아삭한 순천만미나리김치가 완성된다. 올봄 순천여행길에 미나리김치를 맛보고 싶다면 오래된 로컬 밥집을 찾아가길 추천한다. 봄의 별미로 꼽히는 도다리쑥국이나 정어리쌈밥도 순천에서 유난히 맛나다. 바다의 내음을 담은 도다리와 땅의 기운을 품은 쑥이 만나 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도다리쑥국은 생선뼈 우린 육수로 진하게 끓여도 좋고, 은은한 된장에 들깨가루 풀어 구수하게 끓여도 그만이다. 사계절 중 정어리가 최고로 연하고 맛있다는 계절인 봄철 정어리찜도 별미다. 냄비에 잘 삶은 고사리를 푹신하게 깔고 살 통통하게 오른 정어리를 양껏 올린 후 특재 양념장을 골고루 덮어준다. 송송 썬 대파에 양파, 칼칼한 맛 더할 청양고추는 덤이다. 정어리의 비린 맛 잡을 토종허브 방아잎은 덤 중에 덤이다. 순천의 닭구이는 K-치킨의 재발견이다. 전국적으로 닭 관련 지명이 83개로 가장 많다는 전남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순천이다. 특히 스토리가 더해져 더욱 흥미(味) 진진하다. 닭의 다리 모양을 닮아 이름 붙여진 계족산(鷄足山) 자락, 순천 서면 청소골에는 한양으로 가는 '옛길 관문길'이 있었는데,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들르는 청소골 주막에선 그들의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마늘과 소금 등의 간단한 양념을 한 닭구이를 내었다 전해진다. 이후 산새 좋은 청소골에는 풍경 좋은 계곡마다 산장들이 들어서며 청소골은 순천 대표 먹자거리 닭구이골이 됐다고 한다. 순천식 닭구이는 싱싱한 생닭에 마늘과 소금 등의 양념을 발라 재어뒀다가 숯불에 올려 즉석으로 구워 먹는다. 지글지글 맛난 소리와 함께 닭 한 면이 노릇노릇해지면 뒤집어가며 익히는데, 양념을 바른 닭은 타기 쉬우니 자주 뒤집어가며 익혀야 한다. 잘 익은 닭구이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주인장 손맛 밴 깻잎장아찌에 돌돌 말아 먹으면 별미 중에 별미다. 기력을 보충해 줄 녹두를 넣은 닭죽도 잊지 말고 꼭 챙겨 먹어야 한다. 순천 조계산에서 난 산채로 만든 정식과 비빔밥은 웰빙 푸드로 꼽힌다. 해발 887m의 조계산은 천년고찰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은 불교의 성지다. 호남 3대 명산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매년 수많은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 중에 명소다. 산새만큼 유명한 것이 조계산의 맛이다. 산이 내어준 나물들은 등산 후 필수 코스로 통하며 조계산 아래 자락의 맛집 지도를 완성시켰다. 산새 좋은 조계산의 대표 메뉴는 여느 댁 한정식이 부럽지 않은 산채정식이다. 봄이면 고사리에 머위대, 두릅에 버섯류 등 수십 종류의 웰빙 식재료를 찌고, 볶고, 데치고, 지져낸 오색찬란한 한 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나하나 이름을 물어가며 먹다가 어느 순간 참기름 두른 면기에 흰쌀밥이나 보리밥 취향대로 골라 싹싹 비벼 산채비빔밥으로 즐기면 형형색색 정원의 도시, 순천의 매력이 입으로 전해진다. 순천 특산물 매실로 만든 차와 디저트를 음미하며 매실에 진심인 도시 순천을 느끼보는 것도 즐겁다. 순천에는 600년 된 매화꽃이 피는 선암사, 전국에서 가장 먼저 홍매화가 피는 탐매마을, 순천 매실의 효시인 이택종 선생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는 향매실마을 등 매실과 인연이 깊은 곳이 많다. 특히 대통령실 추석 선물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3년 숙성 매실청, 매실곤약젤리, 매실호떡 등은 미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K-순천의 이름을 알리는 효자상품이다. 매실에 대한 순천의 애정은 매실차를 시작으로 매실와인, 매실찰보리빵 등을 만들어냈고, 순천 청년창업자들이 연구·개발한 매실젤라또, 매실휘낭시에, 매실양갱, 매실초콜릿, 매실수제맥주, 매실사이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순천시 관계자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으로 순천을 여행할 '맛'이 생겼다"면서 "제철 순천산 농수축산물을 활용해 제대로 만든 '순천의 맛'도 함께 즐겨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4-07 15:33:46'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헤드카피를 내세운 카드회사 광고가 있었다. 이 카피와 나란히 놓인 이미지는 차창 밖으로 쭈욱 내민 손이다. 사람들은 통상 드라이브만으로도 힐링의 순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속도가 주는 쾌감과 내차를 타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즉흥성·편의성 때문이다. 대지가 깨어나고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 봄,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보자. 때마침 한국관광공사가 '설레는 봄 드라이브 여행지' 5곳을 선정, 발표했다. ■인천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서쪽 끝에 인천이 있다. 이른바 정서진(正西津)이다. 정동진 일출이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면, 정서진 일몰은 낭만과 그리움을 대변한다. 해질 무렵 정서진은 드넓은 서해가 넉넉한 품을 벌리고, 주홍빛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떠있다. 조약돌 모양을 본뜬 '노을 종'과 고즈넉한 아라빛섬, 아라타워 전망대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국적인 경인아라뱃길을 끼고 달리는 길에 정서진의 노을까지 더해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언제든 자동차를 멈추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공원도 많다. 경인아라뱃길을 발 아래 두고 걸을 수 있는 아라마루전망대와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 폭포인 아라폭포가 특히 볼만하다. 저녁이면 알록달록한 조명이 훤히 불을 밝혀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낸다. 자동차에서 바라보는 경인아라뱃길도 아름답지만, 유람선을 타고 상쾌한 강바람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다. 아이와 함께라면 녹갈색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녹청자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녹청자박물관도 추천한다. ■강원 정선 연포분교 가는길 강원도 정선에서 연포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정선읍에서 동강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신동읍 예미리에서 물레재를 넘는 길이다. 후자가 연포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오래된 길로,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예미역에서 출발하면 유문동, 고성터널, 물레재 등을 차례로 지나는데,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 찾아가는 기분이다. 험준한 물레재를 넘는 길에는 동강 일대 최고봉인 백운산이 있다. 소사마을에 닿으면 동강의 상징인 뼝대(바위로 된 높고 큰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세월교를 건너면 동강이 휘감는 지점에 연포마을이 폭 안겨 있다. 연포분교는 지금은 폐교돼 캠핑장으로 바뀌었지만, 푸른 동강과 웅장한 뼝대가 어우러진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다. 동강 주변의 명소도 둘러보자. 정선고성리산성은 동강과 백운산 일대 산세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은 이름은 휴양림이지만, 캠핑장만 운영한다. 널찍한 전망대에 서면 백운산 아래로 흐르는 동강이 장관이다. ■충북 보은 말티재 충북 보은 말티재는 꽤 험준한 길이다.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IC에서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열두굽이 말티재가 나온다. 이름부터 산의 꼭대기를 의미하는 마루의 준말인 '말'과 고개를 뜻하는 '재'를 합쳤다.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도 말티재에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말티재에선 지금 황매화 1만8000그루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속리산 법주사로 향하는 이 험준한 고갯길을 신라 사람도, 고려 왕건도, 조선의 세조도 걸었다. 돌고 도는 굽잇길마다 켜켜이 쌓인 역사를 알면 드라이브가 새롭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말티재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있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속리산테마파크도 둘러볼 만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목탁봉 정상에 오르면 속리산 풍경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말티재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법주사와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을 만날 수 있다. 인근에 있는 난공불락의 백제 요새 삼년산성까지 보은에는 볼거리가 많다. ■경북 봉화 국도 35호선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서 태백 초입에 이르는 국도35호선 구간은 세계적인 여행 정보서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일찌감치 별 하나를 부여한 길이다. 그 가운데 봉화 법전~명호 구간은 꾸밈없이 아름다워 마치 계절의 전령이 숨겨둔 비밀의 장소 같다. 익숙해서 놓치고 지난 우리 산하의 비경이 잠시나마 숨가쁜 일상을 잊을 수 있게 한다. 이 길을 맘껏 즐기기 위해선 사미정계곡 부근에서 남하하는 것이 좋다. 호젓한 도로는 낙동강과 황우산, 만리산, 청량산 등이 주거니 받거니 열어놓은 여로를 지나며 새봄을 실감케 한다. 샛길로 접어들어 만나는 마을과 사람 풍경 또한 고향의 향취를 닮아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범바위전망대는 낙동강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고,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과 예던길 선유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산책로다. 또 무인 카페 '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는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 맛집'이다. 백두산 호랑이를 만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의 누정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역시 반가운 여행지다. ■경남 남해 물미해안도로 "누구나 이동의 절대적 필요성을 느낀다. 그것도 특정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필요성을." D H 로렌스가 '바다와 사르디니아'라는 책에 남긴 이 문장은 해마다 봄이면 하릴없이 '남쪽'이 떠오르는 한 가지 이유가 된다. 볕이 좋고, 산의 초목이 산뜻하며, 꽃이 가장 먼저 피는 남쪽. 남녘의 여러 도시 중 경남 남해는 이국적이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여 전국의 상춘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남해는 또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지난 2010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해안누리길에 이름을 올린 물미해안도로가 있어서다. 이 길은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약 15㎞의 드라이브 코스로, 일부 가파른 암벽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와 굽이진 길을 지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섬이 인상적이다. 초전몽돌해변과 항도몽돌해변,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등 스치고 만나는 곳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금산 보리암을 비롯해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독일마을 등도 꼭 둘러볼 것을 권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3-03-30 18:43:17'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헤드카피를 내세운 카드회사 광고가 있었다. 이 카피와 나란히 놓인 이미지는 차창 밖으로 쭈욱 내민 손이다. 사람들은 통상 드라이브만으로도 힐링의 순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속도가 주는 쾌감과 내차를 타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즉흥성·편의성 때문이다. 대지가 깨어나고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 봄,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보자. 때마침 한국관광공사가 '설레는 봄 드라이브 여행지' 5곳을 선정, 발표했다.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드라이브 코스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서쪽 끝에 인천이 있다. 이른바 정서진(正西津)이다. 정동진 일출이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면, 정서진 일몰은 낭만과 그리움을 대변한다. 해질 무렵 정서진은 드넓은 서해가 넉넉한 품을 벌리고, 주홍빛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떠있다. 조약돌 모양을 본뜬 ‘노을 종’과 고즈넉한 아라빛섬, 아라타워 전망대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국적인 경인아라뱃길을 끼고 달리는 길에 정서진의 노을까지 더해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언제든 자동차를 멈추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공원도 많다. 경인아라뱃길을 발 아래 두고 걸을 수 있는 아라마루전망대와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 폭포인 아라폭포가 특히 볼만하다. 저녁이면 알록달록한 조명이 훤히 불을 밝혀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낸다. 자동차에서 바라보는 경인아라뱃길도 아름답지만, 유람선을 타고 상쾌한 강바람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다. 아이와 함께라면 녹갈색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녹청자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녹청자박물관도 추천한다. ■동강 샹그릴라, 정선 연포분교 가는 길 강원도 정선에서 연포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정선읍에서 동강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신동읍 예미리에서 물레재를 넘는 길이다. 후자가 연포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오래된 길로,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예미역에서 출발하면 유문동, 고성터널, 물레재 등을 차례로 지나는데,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 찾아가는 기분이다. 험준한 물레재를 넘는 길에는 동강 일대 최고봉인 백운산이 있다. 소사마을에 닿으면 동강의 상징인 뼝대(바위로 된 높고 큰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세월교를 건너면 동강이 휘감는 지점에 연포마을이 폭 안겨 있다. 연포분교는 지금은 폐교돼 캠핑장으로 바뀌었지만, 푸른 동강과 웅장한 뼝대가 어우러진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다. 동강 주변의 명소도 둘러보자. 정선고성리산성은 동강과 백운산 일대 산세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은 이름은 휴양림이지만, 캠핑장만 운영한다. 널찍한 전망대에 서면 백운산 아래로 흐르는 동강이 장관이다. 휴양림에서 내려오면 가수리까지 동강을 끼고 쌩쌩 달릴 수 있다. ■열두굽이 봄을 깨워 달리는 보은 말티재 충북 보은 말티재는 꽤 험준한 길이다.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IC에서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열두굽이 말티재가 나온다. 이름부터 산의 꼭대기를 의미하는 마루의 준말인 ‘말’과 고개를 뜻하는 ‘재’를 합쳤다.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도 말티재에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말티재에선 지금 황매화 1만8000그루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속리산 법주사로 향하는 이 험준한 고갯길을 신라 사람도, 고려 왕건도, 조선의 세조도 걸었다. 돌고 도는 굽잇길마다 켜켜이 쌓인 역사를 알면 드라이브가 새롭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말티재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있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속리산테마파크도 둘러볼 만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목탁봉 정상에 오르면 속리산 풍경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말티재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법주사와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을 만날 수 있다. 인근에 있는 난공불락의 백제 요새 삼년산성까지 보은에는 볼거리가 많다. ■국도 35호선 봉화 법전~명호 구간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서 태백 초입에 이르는 국도35호선 구간은 세계적인 여행 정보서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일찌감치 별 하나를 부여한 길이다. 그 가운데 봉화 법전~명호 구간은 꾸밈없이 아름다워 마치 계절의 전령이 숨겨둔 비밀의 장소 같다. 익숙해서 놓치고 지난 우리 산하의 비경이 잠시나마 숨가쁜 일상을 잊을 수 있게 한다. 이 길을 맘껏 즐기기 위해선 사미정계곡 부근에서 남하하는 것이 좋다. 호젓한 도로는 낙동강과 황우산, 만리산, 청량산 등이 주거니 받거니 열어놓은 여로를 지나며 새봄을 실감케 한다. 샛길로 접어들어 만나는 마을과 사람 풍경 또한 고향의 향취를 닮아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범바위전망대는 낙동강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고,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과 예던길 선유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국도35호선의 대표적인 산책로다. 또 무인 카페 ‘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는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 맛집’이다. 백두산 호랑이를 만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의 누정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역시 반가운 여행지다. ■미조항서 물건항까지, 남해 물미해안도로 “누구나 이동의 절대적 필요성을 느낀다. 그것도 특정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필요성을.” D H 로렌스가 '바다와 사르디니아'라는 책에 남긴 이 문장은 해마다 봄이면 하릴없이 ‘남쪽’이 떠오르는 한 가지 이유가 된다. 볕이 좋고, 산의 초목이 산뜻하며, 꽃이 가장 먼저 피는 남쪽. 남녘의 여러 도시 중 경남 남해는 이국적이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여 전국의 상춘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남해는 또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지난 2010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해안누리길에 이름을 올린 물미해안도로가 있어서다. 이 길은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약 15㎞의 드라이브 코스로, 일부 가파른 암벽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와 굽이진 길을 지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섬이 인상적이다. 초전몽돌해변과 항도몽돌해변,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등 스치고 만나는 곳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또 물미해안도로 주변에 있는 금산 보리암을 비롯해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독일마을 등도 꼭 둘러볼 것을 권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3-03-28 15:51:02[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일본 여행 인기가 뜨겁다. 이에 부킹닷컴은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년 간 현지인이 가장 많이 예약한 일본 여행지 100곳 중 전년 대비 증가율이 높은 상위 7곳을 선정했다. 북적거리는 관광지를 벗어나 조금 더 현지 감성을 느끼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추천할만한 여행지다. ■삿포로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의 수도 삿포로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명물을 가지고 있어 현지인들에게도 미식 여행지로 손꼽힌다. 삿포로를 대표하는 테마거리인 ‘다누키코지’ 상점가에는 약 200개 이상의 상점이 즐비해 있어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현지 영화에 등장한 전통 깊은 라멘 가게가 있는데, 홋카이도산 밀가루와 연어를 사용해 쫄깃쫄깃하고 풍미 넘치는 특산 라멘을 만나볼 수 있다. 저녁이면 화려한 네온사인과 함께 활기를 띠는 일본 3대 번화가 ‘스스키노’ 또한 다양한 맛집을 즐길 수 있어 현지 주민들이 모여드는 장소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삿포로 맥주와 함께 성게알과 연어알부터 살이 꽉 찬 털게 요리까지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길 추천한다. ■오타루 오타루는 삿포로에서 열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현지에서 당일치기 일정으로 가볍게 방문하기 좋은 여행지다. 오타루의 상징인 오타루 운하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석조 창고와 로맨틱한 가스 가로등이 줄지어 있어 걷기만 해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특히, 해가 지면 60여 개의 가스 등이 일제히 켜지는데,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인기다. 중후한 건물이 매력인 오타루 오르골당은 일본 최대 규모의 오르골 전문점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여행객은 들어서는 순간 수집 욕구가 불타오를 것이다. 또한, 서정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오타루 기타이치 유리공방거리에서는 오타루의 특산품인 유리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주부 일본인들이 최근 가장 많이 찾기 시작한 여행지 주부는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문화를 감상하기 좋은 지역이다. 특히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주부의 명소로 웅장한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의 북알프스 다테야마를 관통하는 아시아 최대 산악 관광 코스인데, 매년 봄 딱 두 달간 만 거대한 설벽인 ‘눈의 대계곡’이 나타나 진귀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주부에는 일본 3대 유명 정원인 ‘겐로쿠엔’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카야마 갓쇼즈쿠리 마을’, 국가 문화재인 가나자와 3대 찻집 거리 ‘히가시차야 ‘ 등 다양한 문화 명소들이 있어 발걸음 가는 곳마다 일본 전통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시라하마 예로부터 온천마을로 정평이 난 시라하마는 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온천을 사랑하는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여행지다. 아리마 온천, 도고 온천과 함께 일본 3대 고천으로 불리는 시라하마 온천은 8세기에 편찬된 일본서기에도 등장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노천탕과 공동 욕탕, 족욕탕 등 다양한 온천을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며,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 만큼 탁 트인 태평양 전망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평화롭게 즐길 수 있다. 온천 바로 옆에 위치한 시라하마 해변은 희고 고운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로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해 인기 휴양지로 꼽힌다. ■미시마 도쿄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미시마는 일본의 예스러운 분위기와 푸르른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곳으로 도시에 사는 현지인들이 휴식을 위해 방문하기에 용이하다. 일본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인 ‘미시마 스카이워크’에서는 후지산의 대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300m 길이의 짚라인 액티비티를 이용하면 더욱 가까이서 눈부신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 3대 청류 중 하나인 카키타가와 강이 흐르는 카키타가와 공원도 미시마의 숨겨진 명소로, 코발트블루빛의 오묘한 블루홀인 ‘와키마’가 이 공원의 하이라이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미시마의 빼어난 자연 풍경과 꼭 곁들여야 할 명물로는 장어가 있다. 미시마의 장어는 후지산의 눈 녹은 물에서 자라 비린내와 흙내가 없으며, 장어 붕어빵, 장어 크로켓, 장어 덮밥 등 다채로운 장어 요리로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도쿄 도쿄는 한국인 여행객에게 가장 친숙한 일본 대표 여행지지만, 현지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찐’ 명소로도 가득하다. 관광 명소로 유명한 시부야와 신주쿠 바로 인근에 있는 ‘기치조지’는 도쿄에서 살기 좋은 동네 중 하나로 선정된 곳으로, 기치조지역을 중심으로 문화 시설과 상점 등이 모여 있어 여행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기치조지의 남쪽에 펼쳐져 있는 ‘이노카시라 온시 공원’은 아름다운 호수 공원으로 현지 드라마와 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곳이며, 공원 내에는 지브리 미술관이 있어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도쿄 서부에 위치한 타치카와도 애니메이션의 배경 도시로 유명한데, 타치카와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국영 쇼와 기념공원’은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튤립,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운치 속 인생사진을 남기기 좋다. ■미야코 섬 오키나와 섬 아래에 위치한 미야코 섬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섬에서 힐링하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인 곳이다.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맑고 투명한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이 섬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스나야마 비치, 파이나가마 비치, 시기라 비치 등 많은 해변이 있어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같은 해양 레저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며, 그중 요나하마에하마 비치는 반짝이는 바다와 은색빛 긴 백사장으로 해변을 따라 걷기만 해도 마치 지상낙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현지의 신선하고 달달한 과일은 지나칠 수 없는 특산물인데, 미야코 섬에서 생산된 망고와 멜론은 진한 향과 달콤함이 일품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3-02-13 07:38:39【 함양(경남)=이환주 기자】 10년쯤 여행 작가를 했던 지인에게 가본 중 최고는 어디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전남 여수 안도라는 섬에 있는 '동고지마을'과 경북 영주 '무섬마을' 두 곳을 꼽았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가 좋아 근처를 지날 때면 무작정 1박을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전과 같지는 않다"고 했다. 여행 기자의 안 좋은 점을 한 가지 꼽자면 '나만 알고 싶은 그곳'을 알려야 할 의무랄까. 최근 자기만 알고 있던 숨은 맛집에 가수 출신 미식가 유튜버가 다녀갔다며 아쉬워했던 선배가 떠올랐다. 경남 함양의 1박 2일은 나만 알고, 몰래 또 오고 싶은 추억이 됐다. ■500년 전 선비도 반한 농월정 계곡 조선 전기 성리학자이자 영남학파의 거두 남명 조식(1501~1572)은 함양 농월정 계곡을 유람하고 시를 남겼다. 1000여가지 모양을 한 바위와 구름, 만 개의 베틀로 짠 듯한 푸른 숲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그는 "다는 묘사하지 말게나 / 내년에 은거하러 올지니"라고 썼다. 농월정 계곡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알지 못하도록 절제한 것이다. 함양은 '선비와 산삼' 고을로 유명하다. 선비의 마을 답게 정자와 누각이 100여개 넘게 있다. 정자와 누각을 따라 걷는 '선비문화탐방로'는 대표적인 관광 코스다. 농월정터-동호정-군자정-거연정을 잇는 탐방로는 나무다리를 따라 6.2㎞까지 이어진다. 농월정은 '달을 희롱하는' '달을 마음먹은 대로 다루는 누정'이라는 의미다. 화강암을 따라 맑은 개곡물이 흐르고 보름달이 뜬 밤, 개곡물에 비친 달과 선비들이 술잔을 나누던 곳이다. 동호정은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등에 업고 의주로 피난했던 장만리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지은 정자다. 장만리 선생은 관직에서 물러나 현재 정자가 있던 곳에서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동호정 앞에는 '해를 덮을 만큼 큰 바위'라는 뜻의 '차일암'과 짙푸른 숲,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거연정은 농월정과 함께 선비문화 탐방로의 시작 혹은 끝이 되는 장소다. 거연정에 다다르는 나무 다리 밑으로 계곡 물이 흐르는데, 계곡 물빛은 고려 제일의 청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깊고 푸르다. 수심이 수 미터 되는 계곡물은 너무도 맑아 바닥을 헤엄치는 민물고기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다. 함양군은 현재 생활관광 프로그램 '함양 온(on) 데이'를 운영 중으로 사전에 신청하면 동호정에서 전통 국악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소리 장인의 가야금과 함께 푸른 숲과 맑은 계곡 물을 보며 전통의 소리를 들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미스터선샤인' 속 그곳 개평한옥마을 함양읍에서 8㎞, 지곡면에 있는 개평한옥마을은 우리 한옥을 온전히 감상하기 더 없이 좋은 장소다. 지은 지 100여년이 넘는 크고 작은 한옥 60여채가 모여있다. 한옥마을이 유명한 일부 지역이 과도하게 상업화된 것과 달리 함양의 한옥은 실제 마을 주민이 거주하고 살아가는 장소다. 함양을 대표하는 문인 '일두 정여창'은 이황, 조광조, 이언적, 김굉필 등과 함께 '조선조 5현'으로 칭송되는 인물이다. 개평한옥마을에는 정여창의 생가인 '정여창 고택'이 있다. '정여창 고택'은 현재 민속자료 제186호로 지정돼 있으며 '일두고택' '정병옥 가옥'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은 과거 드라마 '토지' '다모' '미스터선샤인' '연모'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개평한옥마을은 골목마다 종가와 고가가 자리잡고 그 후손들이 현재 살고 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오담고택, 풍천노씨 대종가 등의 가택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일로당 한옥스테이, 남계한옥스테이, 지리산 태고재 등 3곳에서 한옥민박을 운영 중이다. 최대 45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며 전통 한옥에서 고즈넉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일로당과 남계한옥스테이는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주방시설과 세면시설을 갖췄다. 지리산 태고재는 경남 전통 식단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구절판, 인삼 튀김, 문어 숙회 등 자부심 넘치는 주인장의 손맛을 맛볼 수 있다. 함양에는 한옥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의 서원도 만나볼 수 있다. 서원은 조선시대 사설 교육기관이자 선현들을 모시고 제향을 올리는 곳이다. 남계서원은 일두 정영창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추모하고 후학을 교육하기 위해 1552년 설립됐다. 정여창을 모신 서원은 전국에 9곳에 달하며 그 중 으뜸이 남계서원이다. ■솔송주 칵테일, 압화 만들기, 산삼캐기까지 함양의 유일한 단점은 아직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KTX로 이동하고 이후 전세버스를 빌려 90분가량 더 달려 함양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이지만 함양군과 주민이 함께 운영 중인 다양한 체험행사를 통해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솔송주 칵테일 만들기 체험이다. 박흥선 솔송주 명인이 운영하는 체험장에는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의 사인과 사진이 걸려있다. 솔송주는 청와대 만찬주로도 왕왕 사용됐다. 박흥선 명인은 하동 정씨 집안 며느리로 시어머니에게 솔송주 빚는 법을 전수 받았다. 솔송주 원액에 라임, 탄산수 등을 섞어 한 잔 마시면 이후 여정까지 발걸음에 알 수 없는(?) 힘이 실린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라면 '압화 체험'도 해볼만 하다. '압화'는 풀꽃과 들꽃 등을 압축시켜 액자나 부채 등에 붙여 작품을 만드는 체험이다. 카페를 겸하는 압화 체험 공간에서 야생 들꽃차와 함께 압화를 만들고 기념으로 가져가면 두고두고 함양을 추억할 수 있다. 산삼캐기 체험은 함양이 아니면 하기 힘든 귀중한 경험이다. 함양군의 생활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에 신청해야 하며 인근의 산상 농장에서 실제로 산삼을 캐고 가져올 수 있다. 함양은 국토의 약 80%가 산으로 과거부터 산삼이 유명했다. 산삼캐기 체험의 경우 야생 산삼의 씨를 받아 키운 '산양삼'이다. 보통 10년 이상된 산양삼을 캐는 데 10년의 시간 동안 자란 산삼 뿌리는 기껏해야 어른 중지 만한 사이즈다.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저렴하게 산삼을 추가로 구매할 수도 있다. 1박 2일의 함양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 함양 생활형 관광 체험 프로그램 이름처럼 마음속으로 '함양 또 온 데이'를 되뇌게 된다. hwlee@fnnews.com
2022-10-13 18: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