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축구협회장은 '국민욕받이'"라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지난 업적에는 "10점 만점에 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정 회장은 지난 26일 발행된 자서전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통해 "12년 동안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잘못된 판단에 대한 질책도 있었고 오해에서 비롯된 공격도 있었다”면서 “때로는 아프게 반성한 적도 있었고, 간혹은 악의에 찬 왜곡에 서운한 적도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축구협회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높은 수준의 역량과 도덕성 외 인내심과 참을성이다"라며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면 온 국민의 원성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종목도 국가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라며 "이럴 때마다 축구협회장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민욕받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대한축구협회가 승부조작 축구인에 대한 사면을 발표, 3일 만에 번복한 '사면 파동'에 대해서도 담았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 한국 축구를 위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과거의 잘못으로 징계 받았던 축구인들 가운데 충분히 벌을 받은 이들에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동참하고 봉사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의 사면 결정에 대해서 팬들과 언론이 강하게 반대했다. 반대의 강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셌다"라며 "용서하지 못하는 자는 사랑도 못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아이돌도 학창 시절의 ‘학원폭력’ 논란으로 퇴출되는 세상이다"라며 "나는 승부조작 사태를 직접 겪었기에 이때의 구체적 정황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막도 알만큼 알고 있다. 이런 사건의 성격상 완전한 적발과 척결은 있기 힘들다"고 했다. 정회장은 "승부조작을 한 선수들을 축구계에서 단절시키는 것만으로 어른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것은 위선적 측면이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사면심사위원회의 판단과 일반 팬들의 눈높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 사면을 고민했던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정회장은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며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 평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31 22:27:45첩첩산중. '국민 욕받이'로 전락한 대한축구협회가 파행의 연속이다. 6월 27일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유력 후보였던 김도훈 임시감독마저 대표팀 감독을 고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표팀의 발걸음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을 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잘못된 인사가 가져온 파행이었다.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손흥민·이강인의 탁구 게이트가 화제였다. 영국 매체 '더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해당 사건은 전 세계로 퍼지며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다. 당시 협회는 "다툼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사건에서 손을 뗐다. 결국 이를 마무리한 것은 이강인을 보듬어 안은 손흥민이었다. 그런데 협회는 또다시 과정을 무시한 선택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3월 북중미 월드컵 예선 태국전을 이끌 임시 사령탑으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 가장 큰 문제는 파리 올림픽 준비와 3월 태국전이 겹친다는 점이었다. 한국은 해당 대회에서 전체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올림픽에 전력투구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데, 황 감독은 3월 내내 국가대표 외도를 해야 했다. 태국을 잘 아는 박항서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맡고, 올림픽 이후 황 감독이 자리를 이어받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계속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협회는 이런 의견을 무시했고,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과 황선홍이라는 지도자를 모두 잃어버렸다. 여기에 '카지노 칩' 사건, '홈 유니폼 비리' 의혹까지 터지며 도덕성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정작 이를 수습하는 과정은 '지금만 넘기자' 느낌의 근시안적인 대처가 대부분이다. 뒤늦게 한국은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며, 싱가포르·중국을 꺾고 제1포트에 진입했다. 그리고 일본, 이란, 호주를 피한 최상의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 조편성을 선물받았다. 협회는 이번에도 최대한 빠르게 새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는 말을 앞세우고 있다. 예선만 어떻게든 잘 넘기면 되겠지 하는 마음인 듯하다. 하지만 합리적인 절차가 무시된 결과로는 결코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과거 아시안컵 8강의 벤투 감독은 지지를 받고, 4강의 클린스만 감독이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은 대중이 결과만을 좇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분과 과정이 더없이 중요한 시대다. 이 사실을 외면하면 협회는 팬들의 비난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설령 운이 좋아 최상의 결과를 낸다고 해도 말이다. jsi@fnnews.com
2024-06-30 19:43:14[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국민들의 성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3∼4차전을 앞두고 요르단 원정길에 오른다. 특히 'EPL 듀오'로 손꼽히는 손흥민(토트넘) 부재와 황희찬(울버햄프턴)의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떠안고 있어 부담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후 11시 인천공항에서 소집돼 7일 오전 1시 30분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요르단 암만으로 향한다. 3차 예선 3차전은 요르단과 10일 오후 11시 요르단 암만에서 진행되며 4차전은 이라크와 15일 오후 8시 한국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개최된다. 홍명보호는 9월에 치러진 3차 예선 B조 1, 2차전에서 1승 1무의 성적표를 거뒀지만 약체들을 상대로 화끈한 승리를 따내지 못해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출석하는 곤욕까지 감수해야 했다.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얽히며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홍 감독은 3차 예선 3~4차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전력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요르단(68위)과 이라크(55위)는 3차 예선 B조에서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팀이다. 특히 요르단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한국에 치명적인 패배를 안긴 상대다. 3차 예선 1, 2차전에서 1승 1무로 한국과 승점이 승점(4점)과 골 득실(+2)이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홍명보호는 이번 3차 예선 3∼4차전을 통해 조 선두 자리를 꿰차겠다는 각오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캡틴' 손흥민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국 대표팀의 10월 월드컵 3차 예선 2경기에서 빠지게 된 것이 가장 뼈아프다. 손흥민은 직전 오만 원정에서 한국이 따낸 3골에 모두 관여하면서 홍명보호의 위기 탈출에 핵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손흥민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부재를 황희찬과 배준호(스토크시티), 이재성(마인츠) 가운데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팬들의 격렬한 비난에 더해서 손흥민의 공백이라는 이중고를 만난 홍명보호가 10월 A매치 2연전의 첫 상대인 요르단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 팀 전력 안정화와 함께 팬들의 신뢰도 되찾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10-06 13:51:08넘쳐나는 뉴스, 딱 '쓸만한 이슈'만 씁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다양한 이슈를 새로운 시선에서 뾰족하게, 삐딱하게 탐구합니다. <편집자 주> 며칠 전 기자의 계좌에서 7890원이 자동인출됐다는 알림이 왔습니다. 쿠팡이 드디어 인상된 멤버십 가격을 수거(?)해가기 시작했나 봅니다. 탈쿠팡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오랜 고민 끝에 기자는 쿠팡에 남기로 했는데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나치게 편리하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간·쓸개 다 빼줄 것처럼 잘해주더니 흑자도 났겠다 냉큼 가격을 올려버린 괘씸한 쿠팡을 떠나셨나요? 아니면 천리길도 이웃으로 만들어주는 쿠팡을 택하셨나요? '로켓' 로켓배송을 필두로 내세운 로켓와우와 제트배송 등 쿠팡의 배송 서비스는 그야말로 '혁명'이었습니다. 지금 주문하면 몇 시간 뒤 가져다준다는데, '빨리빨리'의 韓민족들이 이걸 어떻게 지나치겠습니까. 편리함과 신속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쿠팡에 몰려들었고 쿠팡과 같은 '풀필먼트 배송서비스'를 차용해 컬리와 쓱닷컴 등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출했지요. 이어 G마켓과 옥션, 마침내 네이버까지 빠른배송 서비스에 뛰어들었습니다. 약 1400만명(2023년 12월 기준)의 와우 멤버십 회원을 품에 안은 쿠팡은 2021년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합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브스, 파이낸셜타임스까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쿠팡의 세계 진출에 주목했는데요. WSJ의 경우 "2014년 알리바바그룹의 블록버스터 데뷔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쿠팡은 2022년 국내 쇼핑몰 업체 거래액 및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에서 네이버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고요. 같은 해 추정 거래액 또한 40조원을 넘기며 다시 한 번 네이버를 앞질렀습니다. 다음 해인 2023년 1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이마트의 매출을 넘기고 국내 유통업 점유율 1위 업체 로 우뚝 서게 됩니다. '58%' 이렇듯 소비자들의 안녕한 쇼핑에 혁혁한 공을 세운 쿠팡은 어느 날 '국민 욕받이 기업'으로 전락하게 되는데요. 지난 4월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무려 58%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배달서비스도 함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에도 소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요. '사용하지도 않는 서비스를 울며 겨자먹기로 구독해야 한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이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참여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는 쿠팡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기에 나섭니다. "쿠팡이 일방적으로 와우 멤버십 가격을 58% 가량 인상하면서 별개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지요. 결국 공정위까지 나서는데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쿠팡이츠·플레이 끼워팔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위원장은 "수수료 등 가격에 대한 문제는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독과점 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역할' 쿠팡은 현재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부당 우대했다는 공정위의 제재에 따라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내게 된 상황입니다. 공정위가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의결서에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리뷰를 통해 PB 상품이 우수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키고,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전문가들이 해당 과징금 부과 명령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부분입니다. 한 전문가는 "상품 진열은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이자 근간으로 전 세계적으로 정부에서 상품 진열 순서를 가지고 규제한 적은 없다"고 분석했는데요. 다른 전문가 또한 " 판매 증대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은 유통업체들의 핵심 역량에 따른 것으로 정부 당국이 이를 규제하는 건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결국 국가기관까지 나서 개입하게 된 쿠팡의 이번 '58% 인상' 사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것이 당연한 기업이, 마땅히 지켜야 할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되는데요. '훌륭한 기업'이란, 산업을 발전시켜 국가 경제에 막강한 도움이 되는 곳일까요? 아니면 더딘 성장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비자의 입장과 의견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꾸준히 정진해가는 곳일까요? 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8-27 07:31:52【 도쿄=김경민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집권 3년은 정치적 위기와 경제적 난관 속에서 일본의 미래를 재설정하려는 시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정책들은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 했다. 수개월간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 지지율을 전전긍긍하던 기시다 총리는 결국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여당의 수장이 총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의 불출마는 곧 재임 포기 선언과 다름 없다. 내달 27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시다 내각 3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본다. ■ 장기 집권했지만 인기 없는 총리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21년 10월 4일 일본 총리로 취임한 이후 약 3년 동안 재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000일 이상 재임한 35명의 총리 중 8번째로 장기 집권한 인물로 기록된 기시다 총리는 아베 신조와 고이즈미 준이치로에 이어 21세기 들어 가장 긴 재임 기간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위치는 자민당 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점점 약화됐다.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24년 9월 말에 종료된다. 하지만 그는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과 대중의 신뢰 저하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7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8%에 그쳤다. 아소 다로 내각 이후 최저까지 내려간 지지율은 자민당의 정치적 균열을 더 심화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재임 1000일을 맞이해 "정치 개혁, 경제 재건, 재난 복구와 같은 미룰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나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상태에서 그는 자민당 내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결국 총재 선거 출마 포기로 이어졌다. ■양날의 검 '엔저' 기시다 편은 아니었다기시다 내각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경제 개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했다.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0% 증가하며 2021년 이후 3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일본 경제는 여전히 엔화 약세, 물가 상승 등 구조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10월 내각 출범 당시 환율은 '1달러=110엔' 정도였지만 지난달 161엔을 넘겨 약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싼 값에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는 수출 기업은 환호했지만 문제는 내수였다. 원자재값 급등, 엔저(엔화약세)로 수입을 하는 내수기업의 부담이 커졌고, 이는 국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그럴수록 기시다 내각을 향한 불신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기시다 내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다. 2023년 중앙 최저임금 협의회는 전국 평균 시급을 1054엔으로 인상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인상이었다. 또 춘계 노사 협상을 통해 이뤄진 임금 인상은 근로자들의 소득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이 물가상승률은 이를 웃돌았다. 물가상승을 뺀 실질 임금은 26개월간 마이너스(-)였다. 지표상 임금은 올랐지만 실제로는 일본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졌다는 뜻이다. 일본의 출산율 문제는 경제적 도전 과제 중 하나였다. 2023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치인 1.20명으로 떨어졌다. 기시다 내각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아동수당 확대, 육아휴직 급여 확대, 유치원 제도 개선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및 지방 정부에 추가 예산을 투입하고, 2026년까지 매년 3조6000억엔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출산율 저하는 기시다 내각이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해외에선 리더, 일본선 '욕받이 리더'기시다 총리는 외교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재임 기간 동안 총 32개국을 방문하며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G7 정상회의를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며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이 회의에서는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개발도상국들을 초청해 일본의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미국과 관계 강화는 기시다 외교의 핵심 중 하나였다. 그는 취임 후 8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양국 간의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4월에는 일본 총리로서 9년 만에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기시다는 미국과 협력을 바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안보 협력도 심화시켰다. 그는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도 중요하게 다루면서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전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시다 내각은 안보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추진했다. 2022년 일본 정부는 국방비를 GDP의 1% 미만에서 2% 수준으로 인상했다. 관련 예산은 기시다 내각 이전 약 5조엔에서 2024년 8조9000억엔으로 증가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마지막까지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 ■물러날 때까지 챙기는 한일 관계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한일 관계 개선을 꼽았다. 이미 퇴임을 발표한 총리이지만 그는 이례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기시다 총리는 총재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성과로 들며 "자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면서 차기 총리에게 한일 관계 정상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퇴임을 앞두고 내달 초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9월 6~7일을 축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윤 대통령과 개선시켰다며 "퇴임 전 거듭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방침을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3월 '셔틀 외교'를 12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셔틀 외교의 일환이 된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강제징용 소송 문제로 악화된 한일 관계 정상화와 함께 퇴임 전 안보 분야를 비롯해 협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m@fnnews.com
2024-08-25 18:54:10뜨거운 여름이었다. 불볕더위로 장기간 이어진 폭염 때문만은 아니다. 올림픽의 열기가 더해진 여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로 인해 지연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그리 높았던 것도, 우리나라의 성적이 엄청났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금메달 7개, 종합순위 10위'라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뉴스가 올림픽 폐막을 장식했다. 물론 여자 양궁 단체전의 9연패 신화나 메달리스트들의 성과는 대단하다. 과거와 다른 점은 우리 국민이 메달에만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의'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큰 박수를 보내고 올림픽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경기를 즐기는 선진 국민의식이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특히 관심을 끈 종목은 여자배구였다. 세계랭킹 13위의 한국이 세계 5위 일본과 4위인 터키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아쉽게도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국민적 응원을 받은 '졌잘싸'의 대표 사례다. 세계적 기량을 갖춘 김연경 선수를 보유했지만 불과 얼마 전 일부 주전 선수의 이탈로 어수선한 터라 성적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한 팀으로 뭉친 선수들의 노력에 국민은 응원으로 화답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기대만큼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박정아 선수의 활약에도 큰 박수가 쏟아졌다. "'리우 욕받이'에서 '클러치 박'으로"라는 기사 제목은 이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박정아 선수는 신체조건이나 기량 면에서 2016년에도 이미 국내에서는 우수한 선수였다. 속된 말로 국내 대회에서는 잘 통하는 선수였지만 월등한 체격조건을 갖춘 외국 대표팀과 경기에서는 먹히지 않는 국내용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물론 국내에도 외국인 선수를 용병으로 활용하는 제도가 있다. 국내 팬들의 관심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몰빵 배구'와 그로 인해 토종 선수 육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제도가 가진 장단점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에서의 경쟁력과 글로벌 경쟁력의 차이. 이는 비단 운동선수 한 명이나 여자배구 한 종목 또는 체육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계경제 환경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인하는 리쇼어링 정책과 함께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구축하려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래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K-뉴딜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건은 무엇보다 정책과 제도의 조화이다. 국내 산업을 키우는 정책과 함께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 국내 일자리 창출과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 외국인 선수제도처럼 외국인 투자도 양면의 날이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최대한 살리고 부정적인 측면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용한다면 국내 기반의 공급망과 시장의 글로벌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투자(FDI)가 역대 2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좋은 소식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위기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혁신과 핵심 공급망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에 더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세계대회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치열하다는 양궁이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단체전 9연패의 신화를 이루고 5개 중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1-08-24 18:37:21【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미국 국적 가수 유승준씨가 모종화 병무청장의 발언에 분노를 드러냈다. 유씨는 자신의 입국 금지와 관련한 국방부나 국회의원, 병무청의 입장이 나올 때마다 유튜브에 반박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씨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모종화 병무청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유승준씨가 분노를 쏟아낸 이유는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열린 모종화 병무청장의 발언 때문이다. 모 청장은 “스티브유(유승준)의 행위는 단순히 팬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닌 병역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스티브유는 병역 의무 본질을 벗어나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티브유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활동해 영리를 획득하고 국내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입영통지서까지 받은 상태에서 미국 시민권을 딴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티브유 본인은 병역 면제자라고 하는데 이는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면제자는 병무청에서 신체검사 5급을 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모 청장은 이어 “스티브유는 당시 국외여행허가신청서를 낼 시에 여행목적을 ‘공연’이라고 적고 며칠 몇 시까지 다녀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출국했다”며 “이를 어기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명백한 병역 기피자”라고 덧붙였다. 당시 국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도 유씨에 대해 ‘병역 면탈을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병역 기피자’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에 대해서도 “그래서 내가 소송을 하는 것”이라며 “말장난 하느냐”고 발끈했다. 유씨는 그러면서 “내 잘못이라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이탈 또는 상실하는 외국 국적 동포에게는 만 41세가 되는 해까지 재외동포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만 41세 이후에는 비자발급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게 법”이라며 “그 법 안에 ‘유승준만 빼고’라는 말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씨는 “저는 비자 발급은커녕 나라에서 입국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그것도 법적인 아무런 판단을 받지 않은 채 20년간”이라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람 취급 하면서 한 개인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언론 선동해 국민 왕따, 국민 욕받이로 만들었다. 그런데 사라져줬으면 좋겠는데 팩트체크 하고 법적으로 따지고 들어오니 이젠 불안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유승준은 지난 12월 19일에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역 기피 방지 5법’을 발의하자, 40분 분량의 영상을 올려 “제가 정치범이냐 공공의 적이냐”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2021-02-27 22:41:03[파이낸셜뉴스] 16개월 영아가 양부모에 의해 사망한 '정인이 사건' 이후 고충을 토로하는 일선 학대예방경찰관(APO)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함께, 대중의 비난으로 인한 '이중고'가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조직 내부에서 APO의 사기진작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도 "각 부서에 APO의 사기 진작 방안 의견을 받고 있다"고 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특진을 포함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강구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력과 성 인지력을 갖춘 직원, 아동·청소년 관련 학위나 자격증을 갖춘 직원을 APO로 뽑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찰 내부에서 이같은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은 '정인이 사건'후 APO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APO 2명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이미 두 번이나 있었던 것을 알고도 세 번째 신고에 부실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인이가 사망에 이르게 된 데 경찰의 책임론이 떠오르면서, 학대 여부 확인 책임이 있는 APO가 일차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선 APO들은 그간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업무상 고충을 겪어 왔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경찰은 현장 상황만 놓고 판단해야 하는데, 부모가 고소한 뒤 재판에서는 (법원이) 전후 판단을 통해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며 "소극행정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APO들이 극심한 여론의 비판을 겪고 있어 '이중고'를 겪는다는 것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국민 욕받이가 됐다'고 자조하고 있다"면서 "인사이동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동료 APO의 소식을 전했다. 이에 경찰 조직 내에서도 일선 APO 직원들에게 '사기 진작 방안을 검토 중이니, 힘을 내서 일해 달라'는 요지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APO를 올해 669명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원 628명(지난해 10월 기준)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수사계(여청계) 조직 확대를 통해 아동학대전담팀을 만들어 13세 미만에 대해 접수된 아동학대전담팀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2021-01-13 15:27:07SBS TV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청파동 골목 “출연자 섭외” 논란에 이어 이번엔 뚝섬편 출연자들의 “악의적 편집” 폭로가 나왔다. 골목식당 뚝섬편에 출연했던 장어구이집 사장 박병준 씨는 지난 28일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간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골목식당’ 뚝섬편은 지난해 6~7월 방영돼 장어구이집, 경양식집, 샐러드집, 족발집이 전파를 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게 사장들의 태도가 문제 됐다. 이들은 “~가게 빌런(악당)이라고 불리며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았다. 박씨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제작진이 “누가 봐도 사기꾼으로 보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편집의 피해를 봤다고 설명한 것은 당시 논란이 됐던 ‘방송용 미역국’과 ‘장어 원재료 폭리’ 문제였다. 그는 “방송 준비가 늦어져 만들어 놓은 재료가 다 남았다. 평소처럼 미역국에 고기를 더 푸짐하게 담았는데 방송에서는 속인 것처럼 표현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촬영 전 제작진에게 이 부분을 설명해 제작진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장어 원재료 가격 논란과 관련해서도 “내가 사용한 재료와 방송에서 비교한 재료는 다른 것이다. 방송에서 계속 설명하려고 했지만 제작진이 그러지 못하게 말을 돌렸다”고 했다. 그는 방송을 촬영하며 제작진이 연출하고자 하는 상황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전했다. 같은 회에 출연한 경양식 가게 사장도 이와 비슷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악의적인 편집이 너무 많아 구체적으로 꼽지 못할 정도”라며 방송과 실제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청자의 오해를 풀기 위해 뚝경 TV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자신을 향해 있던 논란이 악의적 편집에 의한 것이었음을 설명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냉랭했다. 그들의 해명 영상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다른 가게들도 똑같은 상황에서 촬영했고, 방송의 특성 상 편집을 거치긴 하지만 실제로 한 말과 행동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일각에서는 편집과는 별개로 프로그램 구성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지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골목식당”의 포맷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골목식당’은 일반인 출연자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처럼 프레임을 짜고 있다. 방송이 되고 나면 댓글은 온통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비난이다“라며 일반인 출연자를 향한 지나친 비난의 목소리를 걱정했다. 이어 “일반인이 방송에 부적합한 모습을 보이면 편집하는 게 보통이다. '골목식당'은 개인의 삶을 국민욕받이로 만든다. 왜 우리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 같이 욕을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골목식당’은 회기동 벽화골목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주변에 종합대학과 병원, 먹거리 골목까지 자리 잡은 이곳에서 촬영하는 것이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방송 취지와 맞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골목식당’의 제작진은 이어지는 논란에 추후 해명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목식당 #악의적편집 #뚝섬 #황교익 김홍범 인턴기자
2019-01-29 12:53:06#백종원 #수요미식회 #친일 #야끼니꾸 #떡볶이 #교이쿠상 #황교안 최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겸 작가를 포털에 검색하면 부정적인 수식어가 적지 않다. 황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오며 이름을 알렸지만 그만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에 대해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글쟁이다. 글쟁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기 때문에 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다"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황 작가에게 맛 칼럼니스트가 어떤 직업인지, 백종원 대표와 관련된 논란은 왜 일어나는지, 정치 성향은 어떠한지 등을 약 3시간에 걸쳐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3회분으로 나눠 전한다. -백종원 대표와 관련한 물음을 빼놓을 수 없다.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설탕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방송 윤리다. 백 대표는 방송에서 그렇게 설탕을 집어넣고 '괜찮아유'하지 않나. 그런데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서 내가 지적했다. 백 대표를 저격한 게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 뿐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골목식당'은 백 대표를 우상화하고 일반인 출연자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처럼 프레임을 짜고 있다. 방송이 되고 나면 댓글은 온통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비난이다. 연예인은 전문 출연자이기 때문에 비난할 수 있지만 일반인에 대해 그렇게 하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나. 그런데도 무슨 대단히 좋은 프로그램인 양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그렇다면 '골목식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편집방식을 유지한다면 폐지가 답이다. 일반인이 방송에 부적합한 모습을 보이면 편집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골목식당'은 사회적 의미도 없고 개인의 삶인데 일반인을 국민욕받이로 만든다. 왜 우리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 같이 욕을 하는지 스스로 반성이 필요하다. -'골목식당'의 좋은 점도 있지 않겠나? ▲없다. 백 대표가 가게 운영을 가르쳐 주는 게 대중에게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교육은 반복적인 것이기 때문에 TV를 잠깐 본다고 해서 체득할 수 없다. 위생도 전문기관에서 철저히 교육 받아야 한다. 한 사람이 나서서 가르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공적시스템이 작동하게 하는 게 먼저다.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인데? ▲방송 출연만으로 골목이 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방송에 나오지 않은 식당은 가지 않는다. 방송으로 골목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은 외식·경제 컨설팅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잘 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를 내세워 방송한다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다. 결국 '골목식당'이 방송을 통해 무엇을 남길 수 있나. 백 대표에 대한 우상화와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혐오, 대박 난 맛집뿐이다. -백 대표가 황 작가에 대한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더라 ▲백 대표가 서운해할 수 있지만 내 직업이 그런 것이다. 나는 음식과 관련된 사람과 사회 현상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본업에 충실히 하고 있는데 서운해하면 안 된다. 내가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서운하다고 말한 적 없지 않나. -값이 싼 음식, 흔히 '가성비가 좋다'는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적정한 가격, 평균치의 가격보다 높게 받으면 그 사람은 비도덕적인가? 아니다. '가성비만 갑이다'는 내용을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음식의 질로 승부하는 많은 작은 가게들에 대해 폄하하는 것이다. 물론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 철학은 그것만의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은 그것을 따라 해도 된다. 하지만 방송에 나와서 가성비가 최고인 양 말해선 안 된다. 그것은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홍보이자 변명이 될 수 있다. 한국외식사업이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외식사업,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은 어떤가? ▲프랜차이즈 가게는 처음에 열면 장사가 잘되지만 얼마 못 가 문 닫는다. 그리고 또 다른 프랜차이즈가 생긴다. 이건 한국 외식산업의 비극이다. 한 자리에서 10년은 해야 가맹점주가 먹고살 만한데 수명이 너무 짧다. 가맹점주는 끝없이 인테리어를 바꿔야 한다. 파리목숨이 됐고 1~2년 버티다 사라지는 구조 안에서 생존해야 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한국의 프랜차이즈업자들이 브랜드를 수도 없이 만들어서 시장에 던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그것에 적응해버렸다. 사실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별 차이가 없는데 소비자들이 브랜드만을 소비하는 시장이 됐다. -백 대표에 대한 지적 탓인지 황 작가에 대한 비판도 늘고 있다 ▲백 대표는 1400개 정도의 가맹점을 가지고 있다. 그 가맹점에는 백 대표의 얼굴이 걸려있다. 백 대표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은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백 대표에 대한 비판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분들이 하나씩만 댓글을 단다고 생각해봐라. 하지만 그들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생존 윤리이고 누구나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나에게 달리는 댓글도 여러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생존 윤리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은 적도 있었다. 황 작가가 받는 오해도 있을 거 같은데? ▲일부에서 내 말의 앞뒤를 자르고 프레임을 만든다. 그중 하나가 친일 프레임이다. 근거 없는 자료로 짤을 만들고 언론은 내가 마치 그런 말을 한 사람인 양 보도했다. 아주 나쁜 짓을 했다. 불고기 논쟁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까. 나는 불고기라는 말이 야끼니꾸에서 '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언론은 '황교익이 불고기라는 말이 일본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도배했다. 이후 온라인에서 친일, '교이쿠상'이라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정보를 날조해서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망가뜨렸다. 나는 이런 상황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법적인 처벌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사회와 언론이 얼마나 병들어있는가에 대한 증거자료로 삼고 있다. ■ [황교익 일문일답] 글 싣는 순서 ① "나는 글쟁이…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어" ② "골목식당 좋은 효과 없어…혐오만 남길 뿐" ③ "총리님 이리오세요" 황교안에게 손 내민 사연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혜진 기자
2019-01-24 16: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