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2024년도 ‘창작주체지원사업’을 통해 하반기 총 229개의 주요 창작주체의 활동을 지원한다. 올해 신설된 이 사업은 기존 개별 작품지원에서 나아가 핵심 창작주체를 다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예술위는 현장업무보고에서 제기된 복잡한 공모사업의 문제점과 긴 호흡 및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예술 현장의 의견을 수용해, 공연·문학·시각·다원예술 분야에서 다분화되어 있던 창·제작, 공간, 축제, 비평 사업을 창작 영역으로 통합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신설된 ‘창작주체지원사업’은 기존의 단년 프로젝트 중심 지원 방식을 ‘다년도 핵심 플레이어 집중 육성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예술단체가 자율적으로 기획한 중장기적 프로젝트를 다년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6월 중순 창작주체 별도 공모를 마지막으로 중대형 공연장의 기획 프로젝트가 지원사업에 추가 선정되면서, 예술위의 지원을 통해 총 229개 공연·문학·시각·다원 분야의 예술 활동이 전국적으로 진행된다. ■ 전국에서 진행되는 229개 주요 단체의 예술 프로젝트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연극제, 한국뮤지컬어워즈, 전국무용제, 통영국제음악제 등 대규모 공연예술축제부터 전통예술과 메타버스를 결합한 공연제작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시도를 더하는 주요 창작주체를 지원한다. 특히 올해는 별도 공모를 통해 중대형 공연장의 기획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공연이 더욱 안정적으로 기획되고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 담론이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연극/뮤지컬), 댄스포럼(무용), 모임 오작(음악) 등 장르별 비평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창작과 비평의 선순환을 꾀한다. 문학 분야에서는 문학 창작활동의 중요한 토대인 문예지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국의 집필 공간(시설) 운영을 지원한다. 나아가 ‘비평 아카이브 이음새’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문학비평 아카이브를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김윤철 작가, 박혜수 작가, 아트선재센터, 대안공간 루프 등 주요 중견작가와 전시공간을 지원한다. 특히 기존 사립·민간 전시공간 외에도 레지던스, 창작촌 등 특성화 공간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다원예술 분야는 콜렉티브A, 오민 작가, 퓨플스튜디오 등 주요 창작주체 및 기술 인프라가 갖춰진 공간을 지원한다.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창작활동뿐만 아니라 기존 정통 장르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다양한 실험적 작품, 기술 결합 작품들을 주목해 볼만하다. 한편 해당 프로젝트들의 주요 홍보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고와 함께 창작주체지원사업 로고가 표기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7-01 16:35:47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후이늠’(Houyhnhnm)으로 1726년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 4부에 나오는 '말들의 나라'를 가리킨다.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고자 주제를 정했다"고 밝혔다. ‘후이늠’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통찰해 볼 강연·전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특히 도서전 첫날인 26일에는 김연수 소설가가 다시 쓰고, 강혜숙 작가가 그림을 더한 ‘걸리버 유람기’를 처음 선보인다. 육당 최남선이 1909년 번역·번안한 ‘걸리버 유람기’의 문체를 그대로 쓰고, 육당이 번역하지 않은 3부 ‘라퓨타’와 4부 ‘후이늠’을 더했다. 올해 66회를 맞이한 도서전에는 19개국 452개사(국내 330·외국 122)가 참가한다. 전시,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45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오는 27일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이자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리드보컬인 미셸 자우너가 ‘기억으로 이어지는 레시피’를, 29일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 생태적 감수성’을 주제로 무대에 나선다. 30일에는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자인 오만의 소설가 조카 알하르티와 은희경 작가, 허희 문학평론가의 북토크가 진행된다. 한편,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예년과 다르게 정부 지원 없이 진행된다.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익금 정산 문제로 지난해부터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이번 도서전은 문체부 지원금이 10원 한 푼 들어가지 않았다"며 "걱정이 많았지만 참가사들의 호응이 있어서 다행이다. 문화를 만드는 주체들이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6-20 09:45:11[파이낸셜뉴스] 북한이 4일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이 한반도 정세를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로 낸 '미국이 직면한 현 대외적 위기는 행정부의 실패한 대내외 정책의 반영이다' 제하 글에서 한국을 '괴뢰'로 지칭하며 "미일괴뢰 3각 군사동맹 강화 책동은 조선반도 정세를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된다"고 언급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한미일 협력을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성과로 꼽은 것에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철은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중동 사태에 이어 조선반도 정세가 악화되는 경우 미국이 해소하기 힘든 전략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예평하고 있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미행정부가 자화자찬하는 반동적인 동맹 정책이 미국 자체를 전략적 궁지에 몰아넣는 기본 인자로 작용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또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관계도 모순을 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점으로 향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통한 핵 잠수함 협력에 대한 프랑스의 불만 등을 사례로 거론했다. 김명철은 "현실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미국의 지위는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침식되고 있으며 미국의 국력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쇠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3-11-04 10:18:31[파이낸셜뉴스]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화국)가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중동과 남미, 아프리카 6개국의 가입을 승인했다. 회원국 권한의 발효 시기는 내년 1월 1일이다. 2009년 출범한 '브릭(BRIC)'은 2010년 남아공이 가세하며 현재의 '브릭스'가 됐다. 브릭스가 새 회원국 가입을 승인한 것은 13년 만이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경제 블록으로 자리를 잡았다. 브릭스 5개국의 인구는 전 세계 42%에 해당하며, 국내총생산(GDP)은 25%를 차지한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약 15%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가입으로 세계 석유 생산량의 31%를 보유하게 됐다. 또 인구는 46%. GDP는 36%에 이를 전망이다. 신규 가입 6개국은 중국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와 파키스탄 등 22개국이 가입을 공식 요청했고, 멕시코 등 40개국이 가입을 추진하는 형편이다. 브릭스는 향후 국제 관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 주요 7개국(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에 필적할 전망이다. 그러나 인도와 브라질 등은 브릭스가 ‘반서방 동맹’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는 G7이나 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와 중동 반미 세력의 근거지이자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란의 가입은 브릭스를 ‘서방 대항마’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역사적인 회원국 확장이며 더 넓은 신흥국 세계의 통합과 협력”이라고 자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새 회원국 가입 결정은 G7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브릭스의 확대를 추진한 중국의 승리를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브릭스 확대는 서방과 지정학적, 경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브릭스 확대 압박을 넣은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릭스는 매우 다양한 국가로 구성돼 있어 중요한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라며 “미국의 지정학적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할만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주도 금융 질서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창시했던 영국출신 경제평론가 짐 오닐은 언론 기고를 통해 ”세계 금융에서 미국 달러의 역할이 과도하다. 미국 통화당국이 확장적, 수축적 통화정책을 펼 때마다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드라마틱하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달러 패권은 다른 나라의 달러 표시 채무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 자신의 통화정책을 불안정하게 하며 미국 통화당국의 결정이 각국의 통화정책 결정보다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라고 달러 대체 화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제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주도의 틀에서 벗어나 다극화된 글로벌 질서를 확립하는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저조하고,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우리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안보적 측면에서 한·미·일 협의체와 서방을 중심으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브릭스 국가들과 다자적인 관계 설정을 꾀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인도나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미국과 협력할 때 하면서도 브릭스와의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보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경제외교 스탠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3-08-25 14:44:43[파이낸셜뉴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는 5일 북한이 위성 발사 전 통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결의문 채택 등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IMO는 북한이 위성 발사 전 통보 의무 이행을 거부할 것임을 예고한 데 대해 경보 발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통보시 결의문 채택, 회람 발행 등의 대응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밝혔다. 이날 나타샤 브라운 IMO 언론정보 서비스 담당관은 ‘북한이 위성을 쏘더라도 IMO에 사전 통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VOA의 서면 질의에 “IMO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결의문을 채택하고 회람을 발행하며 IMO 기구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답변했다. 브라운 담당관은 “IMO는 국제 규제 기관으로 규정과 권고를 채택한다”고 밝히고 회원국의 규정 준수 의무를 상기시키면서 “해상 항해에 대한 모든 위험은 전 세계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를 통해 전달되고 경보가 발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IMO가 지난달 31일 열린 107차 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는 결의문을 사상 처음으로 채택하고 “적절한 사전 통보 없이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힌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결의문에 북한에 세계항행경보제도에 따른 ‘사전 통보’ 규정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긴급히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국제해사기구 회원국인 북한은 다른 회원국 선박들의 항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 전에 반드시 기구와 관련국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 의무를 지켜야 한다. 브라운 담당관은 또 IMO가 사상 처음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문을 채택한 것을 북한이 비난한 데 대해서는 북한의 입장이 이사회에 전달되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브라운 담당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사상 첫 결의문을 채택했던 지난달 31일 제107차 회의에서도 결의문 논의 과정에서 북한이 IMO를 정치적 기구라고 비난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문은 회원국들의 입장과 반응이 담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례처럼 “회원국의 우려 사항이 IMO 기구에 전달되면 해당 IMO 기관은 적절하게 언급하거나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의 글을 인용해 IMO가 지난달 31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한 것에 대해 “국제해사기구가 우리의 위성 발사 사전 통보에 반공화국 결의 채택으로 화답한 만큼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사전 통보가 더 이상 필요없다는 기구의 공식 입장 표면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보도했다. 통신은 “앞으로 국제해사기구는 우리가 진행하게 될 위성 발사의 기간과 운반체 낙하 지점에 대해 자체적으로 알아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IMO는 해운·조선 관련 국제규범 제·개정과 이행을 촉진하는 유엔 산하 전문 기구로, 북한은 1986년에 이 기구에 가입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6-06 10:47:13[파이낸셜뉴스] 4일 북한 관영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에 이어 북한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대남·대외 부문 총괄을 맡고 있는 김여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단독 안건으로 논의한 것을 두고 "유엔헌장의 정신에 대한 모독이고 왜곡"이라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그녀는 이날 담화에서 "안보리가 미국이 하자는 대로 걸핏하면 북한의 주권적 권리 행사를 문제시하는 데 대해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안보리의 대북 제재들이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우리는 언제 한 번 불법적인 제재 결의들을 인정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 백번 천번 가한다고 해도 이런 입장은 절대 불변"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한켠에서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고 다른 한켠에서는 집단적으로 달라붙어 압력을 가하는 이러한 불균형적인 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미국의 편에 서지 않고도 자기의 국위를 빛내이고 안전을 담보할수 있는 방도가 얼마든지 있으며 실지로 그러한 자주적인 나라들도 적지 않다"며 다른 나라들에 미국 편을 들지 말라고도 했다. 그녀는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을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지루함을 느낄 때까지, 자기들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자인할 때까지 시종일관 강력 대응할 것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멈춤 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은 이날 앞으로 위성을 쏘더라도 IMO에 사전 통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제해사기구(IMO)가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데 반발했다. 특히 통신은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의 글에서 "국제해사기구가 우리의 위성 발사 사전 통보에 반(反) 공화국 '결의' 채택으로 화답한 만큼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사전통보가 더 이상 필요없다는 기구의 공식 입장 표명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통신은 "앞으로 국제해사기구는 우리가 진행하게 될 위성 발사의 기간과 운반체 낙하 지점에 대해 자체로 알아서 대책해야 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묻건대 북한이 발사한 위성 운반 로켓의 잔해물이 해상 안전에 위협이 된다면 미국이나 남조선이 발사하는 로켓의 잔해물은 바다에 떨어지지 않고 솜털처럼 하늘에 떠돌고 있겠는가"라며 IMO를 비난했다. 이어 "앞으로 국제해사기구는 우리가 진행하게 될 위성 발사의 기간과 운반체 낙하 지점에 대해 자체로 알아서 대책해야 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통신은 "묻건대 북한이 발사한 위성 운반 로켓의 잔해물이 해상 안전에 위협이 된다면 미국이나 남조선이 발사하는 로켓의 잔해물은 바다에 떨어지지 않고 솜털처럼 하늘에 떠돌고 있겠는가"라며 IMO를 비난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이라며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렸으나 이는 제대로 비행하지 못하고 서해에 추락했다. 이에 대해 안보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본부에서 북한의 비확산 문제에 대한 공개회의를 열었으나 중국·러시아 반발로 공식 대응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IMO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도발을 감행한 직후 영국 런던 본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6-04 17:02:38[파이낸셜뉴스] 지난 11일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이용관 BIFF 이사장이 "BIFF 사태 수습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개막 5달 앞둔 부산영화제가 어떻게 치르질지 우려를 자아낸다. 15-16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15일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건의 발단이 된) 조종국 운영위원장 임명은 그대로 두고, 허 위원장 복귀를 설득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초 올해 영화제를 마치고, 2023년을 끝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조기 사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사퇴 시기는 이번 사태가 정리되는 대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부터 집행위원장을 역임해온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BIFF가 지난 9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종국 영화진흥위원회 전 사무국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하고, 공동 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것과 관련하여 비난이 거세지자 자진 사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9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갈 운영위원장으로 조종국 씨를 위촉했다"라고 밝혔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초청작 선정과 영화제 행사 기획을 총괄하여 한국과 아시아의 유망한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 내고 전 세계 영화의 큰 흐름을 조망하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며,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법인 운영 및 일반 사무, 행정, 예산을 총괄하며 조직 운영에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이사장 측근인 신임 위원장에게 행정, 예산 관련 등 주요 권한을 이전했다고 봤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허문영 위원장 복귀" 촉구 부산국제영화제 인사 논란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부산영화평론가협회는 "허문영 위원장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15일 '부산국제영화제는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허문영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제목의 설명서를 통해 "지난 9일 부산영화제가 조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선임한 후 이틀 후의 전격 표명이다. 올해 영화제를 단 5개월 앞두고 벌어진 일들이라 영화인들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이용관 이사장은 “조직이 커진 영화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결정으로 허 위원장과도 논의를 마친 사안”이라고 주장했는데 왜 허문영위원장은 “어떻게든 버티다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라고 하며 9일 총회 이틀 만에 사의를 표명 했는가"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허 위원장의 사의 원인이 사실상의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만들어낸 지난 9일의 부산영화제 총회결정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허 위원장의 사의 표명 이후 여론이 들끓자 부산영화제는 SNS를 통하여 5월 15일 부산지역 언론인 간담회를 포함하여 향후 영화인 및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 공청회를 예고하며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고 지적했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부산영화제가 우선 해야 할 일은 급조된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사실상의 공동위원장체제를 돌이켜서 허위원장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간담회가 ‘오해를 불식하고 해명’ 하는 자리보다는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허위원장의 복귀를 위한 노력을 천명’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2021년부터 영화제를 이끌어온 허문영위원장은 영화계 안팎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 대다수의 영화인들은 그가 앞으로도 한동안 부산영화제를 이끌어나가야 할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조중국 운영위원장 위촉 철회 및 이용관 이사장 사퇴 촉구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역시 공식 SNS에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위원장 위촉과 집행위원장 사퇴에 관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영화제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이용관 이사장은 사퇴하고, 허문영 위원장의 복귀하도록 노력하며,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위촉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5월 9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종국씨를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하였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의 구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만한 방식이었다. 운영위원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임시총회까지 열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조종국씨가 이용관 이사장과 함께 해왔던 속칭 ‘이용관 라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은 더욱 문제다. 6개월 전부터 논의했다던 운영위원장 자리에 왜 조종국씨를 위촉하게 되었는지, 또 왜 영화제 개최가 5개월 남짓 남은 이 시점에 무리해서 인사를 강행한 것인지 이용관 이사장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제 측에서는 행정과 네트워킹 분리의 일환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집행위원장이 행정이나 예산 부분에 관여할 수 없다면, 영화제의 실권은 사실상 이사장의 측근인 운영위원장이 쥐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경우 코로나 상황에서도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영화인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이미 행정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따라서 행정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영화제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결정적으로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출근한 첫날, 5월 11일에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운영위원장 위촉이 내부 조율을 전혀 거치지 않은 상태로 강행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부산영화평론가협회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이용관 이사장에게 세 가지를 촉구했다. "지역 영화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운영위원장 인사를 철회하고 영화제를 다시 정상화하기 위하여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운영위원장의 위촉과 관련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측근 인사로 영화제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용관 이사장의 명확한 책임을 밝히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이사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운영위원장 신설은 허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내부 인사들과 공유했다"고 답했다. 또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즉각 사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 이사회에서 조 이사장의 사퇴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5-17 09:01:44[파이낸셜뉴스] 공공기관 임원의 정치권 낙하산 논란은 정권마다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의 공공기관 임원 임명은 필요하다는 것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대체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 낙하산 인사 중에 공공기관과의 업무 연관성이나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않은 채 선거 운동을 함께한 대선 공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낙하산 인사가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패한 낙하산 인사의 임명 과정을 조사해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이른바 '한국판 플럼북'을 도입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공개적으로 추천하고 임명하는 전면적인 프로세스 개선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더 민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한국판 플럼북 도입 2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낙하산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기는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국판 플럼북 도입을 주요 대안으로 제안했다. 플럼북(Plum book)은 미국 대통령의 인사지침서로,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 연방정부 9000여개 직책을 열거하고 각 직책의 임명 방식과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를 한국식으로 차용해 인사혁신처가 국가 주요직 관한 직무, 자격조건, 임명 방식·절차, 임기, 보수 등을 명시한 '국가 주요직위 명부록'을 만들고 대선 다음날 이를 공개하자는 것이다. 플럼북이 발간되면 부처 장관, 공공기관장 뿐만 아니라 정치권 낙하산의 '꽃보직'으로 불리며 가장 많은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는 감사나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 임명 절차를 비공개로 하는 비상임이사 등도 전문성을 갖췄는지 DB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추천할 수 있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한국판 플럼북 도입을 법제화하는 '국가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한국형 플럼북 법안이 통과되면 대선 이후 반복되어 온 '정실주의'에 의한 낙하산 인사 논란을 해소하는 한편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도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추천을 책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른바 '낙하산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추천하는 사람이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해야하는데 지금은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임추위, 공관위에서 걸러서 사실상 내정된 상태로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주무 장관이 '이 사람'을 하자고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부적격 낙하산, 무자격 낙하산이 문제인 것이지 낙하산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관장이나 감사는 경영평가를 받는데 D나 E를 받았는데 공운위나 임추위에서 찬성표를 던졌다면 그 사람들을 해촉시키는 등 용기를 가지고 막을 이유를 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 공공기관 민주성·독립성 '병행' 공공기관 운영의 민주성·독립성 확립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현재의 임추위 추천→공운위 심의·의결→대통령·장관 임명 구조는 사실상 정부의 '코드 인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임추위와 공운위 구조가 현재보다 더 민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나 노동계 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와 같은 주요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청문 선임 철차 과정을 밟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공운위에 일종의 인사청문 소위원회를 두고 시민사회는 물론 각 분야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열린 구조로 검증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은 "임추위가 구성되지 않는 곳은 의무가 없기 때문인데, 이 의무를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해 임명 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임원 추천과 선임 과정에서 일종의 시민 청문회 같은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안이 낙하산 관행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에 준용할 수 있는 취업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공직에 있던 사람이 재취업을 하는 것은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면 되지만 정치권 인사는 그런 것조차 쉽지 않다"면서 "독립성과 전문성은 당연히 필요하고 이런 것들을 엄격하고 명확하게 심사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권 말 '알박기 인사' 악습 막아야 역대 정권마다 반복되는 소위 '알박기 인사'의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서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본지가 370개 공공기관 임원 3086명(당연직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됐던 야권 인사 508명 중 지난해 1월부터 5월 사이 임기를 시작한 친민주당계 인사들은 52개 기관에 7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선이 열리기 두달 전 임명된 이른바 '알박기 인사'인 셈이다. 이에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안이 여권에서 발의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공공기관장 임기를 2.5년으로 하고 연임이 가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면서 "대통령 임기 5년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완전히 일치시키고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새 정부 공공기관장을 일괄 임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 일치 역시 정치권 낙하산 고리를 끊기에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임기 일치는 알박기 방지는 될 수 있지만 낙하산 방지 용도는 되지 않는다"며 "결국 공공기관장이나 이사들의 자격 요건을 강화시켜 전문성을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서영준 정경수 기자
2023-04-27 17:11:06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새해 벽두 미국의 '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가 한국의 종합국력을 일본과 프랑스를 상회한 세계 6위로 평가했다. 세계는 대한민국을 세계 최상급 국가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국내정치는 나라가 금방이라도 두 동강 나고 해체될 것 같은 아비규환이다. 통상 1945년 이후의 현대사를 건국, 산업화, 민주화의 단계적 이행으로 규정한다.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고, 단계마다 존망의 위기를 헤쳐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이 단계론적 이행으로 단순화될 수 없는 실존과 역사의 드라마를 만들어 온 것이 아닌가. 대다수 우리 국민 그리고 세계는 '한강의 기적'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의 피와 땀이 어린 삶의 체험으로 만든 기적이 이뿐이랴! 얼마 전 재야 평론가 선배와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었다. 한국 현대사를 사회과학적 도식을 넘어 한국인의 삶의 체험을 함축한 '기적의 역사'를 상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서로 공감했다. 1945년부터 1960년까지 우리는 '불길의 기적'을 일으켰다. 일제 식민지가 현대 민주공화국이 되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전쟁의 불길을 이겨냈고, 잿더미 폐허를 딛고 주권적 입헌정부와 자유 국민을 만들었다. 한미동맹을 맺어 국제정치적 격랑을 막아냈고, 자유·공화 청년의 혁명적 희생으로 민주 정신이 응결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4·19 의거에 희생된 청년 학생의 주검을 목도한 후 "청년의 기백이 살아있는 한 대한민국은 멸망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러고는 하야(下野)하여 홀연히 하와이로 떠났다. 1961년부터 1992년까지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지도자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떨쳐 일어나 오천년 가난을 벗어났다. 산업화를 이루고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했다. 이것은 대한민국을 풍요롭고 민주적인 나라로 만드는 데 반석이 되었다. 이 시기에 택한 중화학공업 육성, 자주국방 전략은 미소 냉전 격화와 미중 화해, 북한 위협으로 인한 안보위기, 석유파동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뚫고 나가게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자신이 구축한 국가주도 경제체제를 시장화 체제로 전환했다. 시해의 비극적 운명을 맞았지만 그것은 '신의 한 수'였다. '한강의 기적'은 전두환 정부의 안정화 정책과 고도성장, 노태우 정부의 민주화와 탈냉전 이행 질서까지 이어졌다. 1993년부터 2021년까지의 우리는 냉전 종식으로부터 발진(發進)한 '세계화'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 시기 대한민국은 물질적 차원의 선진국으로 변모했지만 정신과 선한 습속은 급속히 타락했다. 따라서 이 시기는 '반쪽의 기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여야 간의 민주적 정부교체,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국가로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근본주의적 이념대립, 물질과 지위 추구에 혈안이 되고 친북·종중의 망상까지 겹쳐 정신은 피폐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 '반쪽의 기적'마저 산산조각 낼 뻔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어떤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았는가. 그것은 '부활과 감응(resurrection and resonance)의 기적'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사의 기적을 이끈 선한 습속과 창조적 정신을 부활시켜 핵심 문명국가로서 인류보편에 감응하는 가치와 문명의 기적을 일궈야 할 것이다.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2023-02-14 18:14:52[파이낸셜뉴스] 튀르키예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 이후 정부의 부실 대응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판론'에 직면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튀르키예에서 이미 2만명 이상 사망자를 낸 강진으로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고 경제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며 생존자들과 국민 사이에서 정부의 지진 대응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튀르키예가 오는 5월 14일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총선도 6월 18일 이전에 치러질 예정이어서 성남 민심이 선거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고 NYT는 평했다.. 1999년 강진 이후 이전 정부의 지진 대응 부실에 대한 분노에 편승해 2003년 총리가 된 에르도안 대통령이 20년 만에 지진 대응 부실이라는 같은 이유로 자신의 정치 미래에 대한 심판론에 직면한 셈이다. 이와 관련 복수의 국제정치 평론들은 이번 지진이 많은 사람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이 20년 전 집권하며 약속한 국가 개혁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사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기간 시민권을 약화시키고 외교부와 중앙은행 같은 국가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해 나라를 독재정치로 몰고 갔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가 경쟁자들을 약화시키고 통제권을 중앙집중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과 충성파 중용 등으로 정부의 지진 대응 능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본인도 지난 10일 동남부 아디야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너무 많은 건물이 파손돼 불운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신속하게 개입할 수 없었다"며 강진 발생 후 처음으로 정부 잘못을 인정했다. 지진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진 발생 직후 피해 주민들이 대피소를 찾아 헤매고 붕괴 건물 잔해 속에서 가족을 구하려 애쓰는 동안 어디에서 국가는 없었다며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원인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1999년 강진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군의 기능을 제한한 점을 꼽았다. 당시 위기센터장을 맡았던 투르커 에르투르크 예비역 해군제독은 "에르도안 정부가 군의 기능을 제한해 재난 대응 계획과 훈련이 없어졌다"라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모든 결정을 상부가 내려줄 때까지 기다린다"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들은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진 대응 기능을 적신월사 같은 전문기관 대신 재난관리국(AFAD)에 부여하고 중요 직책에 충성파들을 앉혀 역량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 간 누적된 부실 공사가 건물 붕괴와 사망자 발생 원인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1999년 강진 후 내진 설계 강화 법규가 생겼음에도 이후 건설된 건물이 이번 지진에서 다수 붕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무부가 지진피해 10개 주에 '지진 범죄 수사대' 설치를 지시한 뒤 건설업자 100여 명이 부실공사 혐의로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진 대비와 대응에서 정부의 많은 부실이 드러나면서 정권 교체를 노리는 6개 야당 연합은 벌써 이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2일 기준 튀르키예 당국과 시리아 인권단체 등 집계에 따르면 지진 발생 엿새째인 이날 양국의 지진 사망자는 2만80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2-12 22:5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