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투옥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2일(현지시간) 유로뉴스는 EU의 외교장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대러시아 추가 제재에 합의했으며 러시아 고위 관리 4명에 대한 자산동결과 EU 회원국 입국 금지를 포함하는 제재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외교장관들은 지난해 12월 인권 침해에 개입된 인물에 대한 자산동결과 입국 금지하는 유럽판 ‘마그니츠 법’을 채택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1-02-22 23:40:12[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유럽 정부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체포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무조건 석방을 요구했다. BBC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 당국의 나발니 체포에 유감을 표하면서 “자신감 있는 정치 지도자는 반대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정치적 적수를 상대로 폭력 행위나 무고한 구금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나발니를 “어떠한 조건도 달지 않고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미 차기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조좌관으로 지명된 제이크 설리번도 트위터에다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를 공격한 것은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려는 러시아 국민들을 모욕하는 행위다”고 적었다. 이날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 모두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으며 영국 정부는 그의 체포가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는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를 박해하기 보다 러시아 영토에서 어떻게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났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료를 위해 독일에서 약 5개월간 머물던 나발니는 17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됐다. 앞서 현지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2014년 이미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집해유예 상태인 가운데 무단으로 출국했다며 귀국 즉시 체포하겠다고 예고했다. 나발니에 대한 법정 심리는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며 그는 형이 확정될 경우 3년 6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국제 인권운동가들은 나발니가 러시아에서 치료를 받으면 신변이 위험하다고 주장했고 푸틴은 나발니 부인의 탄원을 받아들여 독일 이송을 허락했다. 이후 독일 의료진은 나발니에게서 옛 소련시절 개발된 신경 화학무기인 노비촉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1-01-18 16:39:25임기를 4개월 남겨둔 21대 국회 민낯이 볼썽사납다. 이해는 간다.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목숨줄'인 공천이 최우선 가치이니 민생이고 나발이고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4년 전 한 표가 아쉬워 '민생의 공복'(公僕·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을 외칠 땐 언제고, 다시 총선이 다가오니 이젠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지금 영세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다. 오는 25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83만명 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다. 상황을 보니 여야 간 중대재해법 유예안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유예 2년 추가 연장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표류 중이다. 영세 사업장이라도 근로자 안전 확보에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여건이 녹록지 않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련법 적용 2년 유예를 읍소했겠나.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현장의 영세한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코로나19와 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인 영세 사업장의 형편이 어려우니 2년만이라도 준비기간을 더 주자는 거다. 실제 중소·영세 사업장 80% 이상이 법 시행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이들은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강행 시 줄도산 또는 폐업에 따른 해고 등으로 오히려 근로자 고용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토로한다. 무엇보다 재해예방 관련 시설과 인원 확보에 따른 경영부담 가중,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하며 법 적용 유예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말 그대로 영세 소상공인은 바람 앞에 등불이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물건 팔아 번 돈으로 대출이자 갚기조차 버거운 좀비기업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자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중소기업의 취약기업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8.9%였다. 중소기업 100곳 중 약 60개가 한계기업이라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정치권은 네탓 공방만 벌인다. 여당은 야당의 비협조를 탓하고, 야당은 노동계 눈치를 보며 개정안 처리에 소극적이다. 경제문제에 4월 총선이라는 정치 변수가 끼어드니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배가 산으로 간다. 정치권이 표 계산을 위한 주판알을 튀기는 사이 민생은 곪아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여야가 대치 중이다. 대장동 50억클럽 뇌물 의혹 및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이른바 쌍특검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 가관인 건 총선이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과 비례대표 선출방식 등 선거구제 개편을 확정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안 되니 정치 신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본인이 뛸 운동장 크기를 모르니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까지 달려야 할지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 자신들 이름 석자라도 알린 현역 의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1대 국회는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쟁만 일삼아왔다. 정부 권력을 쥔 집권 여당과 입법 권력을 틀어쥔 거대 야당은 틈만 나면 싸웠다. 현실정치의 묘미인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한 표가 아쉬운' 의원들은 지역구 선거운동에 매달리게 된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어느 정도 국정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여권으로선 총선 승리가 절박하다. 정권교체의 기반 마련을 위해 중간심판론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권력 유지가 최상의 목표다.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던 여야는 막판까지 민생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만 앞세우는 꼴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고작 4개월 남았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제발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하나씩 챙기길 바란다. 그게 공복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haeneni@fnnews.com
2024-01-22 18:25:51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한·러 외교장관 회담으로 마주 앉는다. 23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라브로프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러 양국 현안 및 한반도 정세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외교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이 중국을 거쳐 방한하는 만큼 북핵 문제와 함께 중국의 입장, 러시아의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의견,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중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충돌한 이후 중국이 "북한과 협력할 예정"이라는 독자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고, 중·러가 미국의 동북아 외교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기 위해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어 한국 정부로서는 이번 한·러 회담이 또 하나의 외교적인 시험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시진핑의 구두 친필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같은 편이 되자는 일종의 도원결의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역시 미 대선 개입과 나발리 암살 논란이 불거지며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를 본국 소환조치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또한 중·러는 공동성명에서 미국을 향해 "인권문제 등 내정간섭을 그치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어 한국을 상대로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한·미가 2+2 회담에서 포괄적인 동맹강화를 선언하면서도 민감한 '한반도비핵화·중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한·러 회담에서도 '친러·친중'의 의사를 담은 메시지를 고스란히 반영하기는 불가능하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중국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지정학적 입장을 고려할 때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관계 회복을 위한 중·러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외교의 중심으로 삼으면서 압박하면 (북·중·러의) 공동대처 필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저녁 전용기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24일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양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양국 외교부가 주최하는 '한·러 상호교류의 해' 개막식에 참석한다. 양 장관은 25일 오전 회담을 하고 회담 내용을 설명할 것하는 언론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2박3일 일정을 마치는 25일 오후 러시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2021-03-23 18:17:51지금껏 러시아 정부의 삭제 요구에 순순히 응하던 미국 IT 업체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정부 산하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Roskomnadzor)은 내달로 예정된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38) 지지시위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에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현재 트위터나 유튜브에서는 나발리 지지 시위 게시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페이스북은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웹페이지 한 곳을 차단했지만, 오히려 차단 사실이 더 큰 관심을 끌며 유사 웹페이지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트위터는 "러시아 당국이 지목한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다"며 대신 해당 사용자에게 당국의 지시 사항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WSJ에 말했다. 페이스북은 유사 웹페이지를 건드리지 않은 채 당국 요구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 IT 업체들이 삭제 요구를 따르지않고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러시아 당국의 인터넷 검열 시도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대한 경계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업체로서는 지시를 수용하고 이용자를 늘려 성장을 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권을 억압하는 러시아 정부의 협력자'라는 이용자들의 비판도 의식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의 유사 웹페이지 중엔 '나발리 지지시위에 참가하겠다'고 밝힌 사용자가 3만3천명이나 되는 곳도 있다. 한편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 대변인은 당국의 삭제 지시가 "조만간 행동에 옮겨질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나발니는 2011년 총선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검찰이 19일 횡령혐의로 나발니에게 징역 10년형을 구형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구명 운동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2014-12-27 15:55:14복대박은 맥주집 입구에서 석고상처럼 한참이나 서있었다. 이즈음의 여느 읍내가 다 그러하듯 그 맥주집의 아크릴판은 술에 취한 듯 깜박거리고 있었으며 환락스러움이 칙칙하게 배어 있었다. 대박은 고개를 삐죽 내밀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대낮부터 들어가기가 좀 그랬던 것이다. 문틈으로는 흐벅진 엉덩이를 살살 흔들며 교태를 부리는 술집아가씨들의 비음이 권태롭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던 대박은 달리 마땅하게 갈 곳도 없어서 비실비실 걸어 들어갔다. 입에는 성냥개비를 물고 주윤발 폼을 내면서 걸었다. 대박은 사실 짜증이 났다. “크아악… 에이 시팔!” 실상 도시화, 현대화라는 말이 연상이 되면 사람들은 버릇처럼 이러한 시골 읍의 다방과 맥주집을 떠올리게 되고 그 다음엔 비위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은 것같이 속이 뒤틀리며 역겨워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대박이 그런 메스꺼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하여간 스스로 뭘하고 있나 싶어 괜히 울적해진 것이었다. 맥주집 문을 밀고 들어가니 손님이 없어서 하품을 하며 무언가를 굽고 있던 여자가 반색을 한다. 대박이 연탄불에 익어가는 꼼장어 연기를 맡으며 싱겁을 떤다. “으 죽인다… 꼼장어 냄새.” “아이구 오빠요. 얼매만인교? 퍼떡 오이소.” “오빠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아따! 우리 모두 다 언니 오빠지… 뭐 그래요? 자, 여기 앉으이소.”�� 입술이 얄팍하고 딸기코를 달고 있는 여자는 술냄새에 절어 있는 의자를 밀면서 자리를 권한다. 대박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소주나 한 병도. 내 퍼떡 마시고 가봐야 된다. 빨리 도고.” “아따, 오빠는 오자마자 닥달이고… 사람 정신좀 채리고 봅시더. 안주는 예?” “안주가 뭐 필요하나? 나발 불마 그만이제.” “앗따 짜기는 소금장사 하나? 안주 없으마 손가락 빠나?” “오야, 알았다. 이기 뭐고? 냄새 좋네… 이거 묵자… 꼼장어 아이가?” “맞심더. 둘이 묵다가 한 놈이 죽어도 모른다 아입니꺼?” “년이 아이고?
2004-06-23 11: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