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친구에게 교제할 당시 촬영했던 나체사진을 전송한 경우 촬영이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상대방 의사에 반해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행위는 죄가 되지만 해당 사진을 다른 사람이 아닌 피해 당사자에게 협박 등 의사 없이 단순히 전송한 행위에 대해선 추가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 이용촬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38)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씨는 2016년 5월 새벽 1시께 술에 취한 상태에서 헤어진 전 여자친구 A씨가 운영하는 주점에 찾아가 A씨가 헤어진 후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A씨의 나체사진을 손님들에게 보여 주려하자 이를 제지하는 A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에게는 폭행 당시 속옷만 입고 있는 A씨의 신체를 A씨 의사에 반해 휴대전화으로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 이용촬영)와 이 사진중 1장을 A씨 휴대전화로 전송한 혐의도 적용됐다. 1,2심은 이씨의 폭행 혐의는 유죄로 봤지만 이씨가 촬영한 사진 일부가 A씨 동의하에 이뤄졌다고 보고 성폭력처벌법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특히 1심 판단에 더해 A씨 의사에 반해 촬영한 사진 1장을 A씨 휴대전화로 전송한 행위도 무죄로 봤다.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피해자 본인에게 전송한 것은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제공'의 상대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이 조항의 ‘제공’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2심은 이를 근거로 “입법자의 의사와 대법원 판결 취지는 ‘촬영대상자를 제외한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규제하고자 ‘제공’이라는 구성요건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피해자가 사용하는 휴대폰으로 피해자 사진을 전송하면서 간접적으로라도 타인에게 유포되도록 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8-08-21 13:40:38[파이낸셜뉴스] 피해자들에게 나체 사진을 보내라고 한 뒤 대출을 해주고 '시간 초과 시 10분당 10만원'의 초고이율을 매긴 불법 대부업자 일당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22일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정영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징역 4년을, 나머지 일당 3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또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3월 7일부터 4월 18일까지 불법 대부업을 하면서 여러 피해자들에 수천만원을 빌려주고 연 9125%의 고이자를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급전이 필요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나체 영상을 촬영해 보내주면 대출을 해주겠다'라고 접근했다. 피해자가 나체 사진을 보내면 돈을 빌려주고 만기 시 원금 2배를 요구하며 5일이 지난 후로는 10분당 10만원의 이자를 요구하는 등 악랄한 수법을 사용했다. 5일간 연 9125%의 이자를 물린 피해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나체 사진을 가족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부모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재판부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형편에 놓인 피해자들의 궁핍한 상황을 이용해 고액의 이자를 수취하고, 나체를 촬영한 사진 등으로 협박까지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라며 "범행이 조직적으로 이어졌고 범행 규모로 볼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라고 판시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22 13:54:23경찰이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해 전국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에 전담수사팀을 설치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통해 "불법 사금융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강력한 단속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는데, 말뿐인 단속으로 끝나선 절대 안 될 것이다. 불법 사금융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을 짓밟고, 어린 자녀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악질 범죄다. 당국은 매번 근절과 척결을 입에 올렸지만 결과는 시원하지 못했다. 이번엔 더 확고한 의지로 공권력을 발동해 불법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경찰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을 추진해왔지만 서민층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10월까지 피해건수는 27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9월엔 혼자 딸을 키우며 살던 30대 여성이 불법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사채의 덫에 걸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성은 돈을 갚기로 한 시간보다 1분이 늦을 때마다 10만원씩 더 내라는 압박을 받았는가 하면 딸이 다니는 유치원까지 협박 대상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금융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서민금융 지원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주문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지시를 한 바 있다. 그런데도 별반 나아지지 않은 원인을 따져보고 이번에는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불법 사금융이 활개 치고 있는 것은 경기불황과 고금리 장기화 탓도 크다.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연 20%) 규제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업황이 어려워졌다. 고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은 늘었지만 대출 최고금리는 정해져 있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업체 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30% 이상 줄었다. 사라진 합법 대부업체들이 최고금리 상한을 피해 불법 사금융 업체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철저히 가려내 철퇴를 내려야 할 것이다. 불법 대부업자들의 횡포는 목숨을 끊은 싱글맘의 사례처럼 악랄하기 이를 데 없다. 수천%, 수만% 이자로 대출해주고 연체 시 나체사진을 성인 사이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붙잡힌 일당도 있다. 불법 사금융의 피해를 보는 이들이 1·2금융권은 물론이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 이른 취약계층인 것이 더 문제다.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가 9만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 중 78%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이용했다. 기댈 곳 없는 이들의 마지막 자금줄이 불법 사금융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빚을 갚지 못했다고 인격을 말살하고 노예처럼 부린 업자들은 모조리 찾아내 엄벌해야 마땅하다. 불법 사금융판이 더 커지지 않도록 제도 손질도 서둘러야 한다. 대부업 최고금리 수준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합법적인 업체가 쪼그라들지 않는 수준으로 금리를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약계층의 정책금융 실효성도 높이고 전체 안전망도 더 보강돼야 한다. 민생이 다른 데 있지 않다.
2024-11-14 18:28:10[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초 한 불법 대부업체는 피해자 212명에게 5억여원을 빌려줬다. 연이율은 5214%에 달했다.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고, 급전이 필요했던 피해자들은 매일 급격히 불어나는 이자를 당연히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업체의 대응은 내정했으며, 가혹했다. 돈을 갚지 않는다고 당사자 얼굴과 다른 사람의 나체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을 피해자 지인들에게 유포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 30대 싱글맘이 불법 채권추심에 시달리다가 숨지는 사건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검찰과 법무부, 금융위원회에 이어 경찰도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특별단속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배경이다. 전문가들 역시 불법 대부업체 강력 단속에는 의견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법정금리를 지나치게 낮추는 것은 합법적인 대부업체의 고사시켜 결국 ‘불법’이 기승을 부리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민간 자율성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불법사금융 단속 건수는 16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62건) 대비 44% 늘었다. 검거 인원은 1824명에서 300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범죄수익환수액은 37억원에서 169억원으로 4.6배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피해 건수는 지난해 1만2884건으로 2020년(7350건) 대비 1.8배 늘었고, 올해는 10월 말 기준 1만1875건이 접수됐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서민 대상 불법 사금융을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특별단속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2022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예정됐던 관련 전국 특별단속은 내년까지 1년 연장하고 전국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에 '불법사금융 전담수사팀'을 설치키로 했다. 수사·형사·사이버 전 기능을 합쳐 총력 대응하고 악질적 조직을 검거하는 등 우수 사례는 즉시 특진시킨다는 방침이다. 우 본부장은 “불법 영역의 경우 조금만 경계를 낮추면 금방 다시 심각한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는 만큼 불법사금융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강력한 단속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겪었을 힘들고 괴로웠을 상황에 안타깝고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번 전국적 특별단속을 통해 불법사금융을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정부는 이미 지난 2022년 8월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테스크포스(TF)' 구성했다. 범정부 합동이다. 1년 만에 전년대비 기소인원 38%, 구속인원 107% 각각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도 올해 6월 내놨었다. 하지만 결국 30대 싱글맘 사건과 같은 비극은 막지 못했다. 피해자가 고통을 겪은 시기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으나, 사망 시점을 역산하면 정부의 TF합동 단속 기간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불법사금융의 문을 두드리는 피해자 대부분은 1·2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이라는 점을 감안한 분석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대부 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가 최대 9만1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들 중 77.7%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대부 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74.1%였다. 또 법정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합법적인 대부업체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며 업계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정최고금리는 대부업법에 따라 연 27.9%를 넘길 수 없고, 이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에 의해 최고금리를 정하게 돼 있다. 2021년부터는 연 20%가 적용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면서부터 합법적인 대부업체가 신용대출을 줄일 거라고 처음부터 예측됐었다. 수익성 때문에 영업을 안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낮은 대부업체 등록기준을 강화하되 분기별로 민관이 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업계가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11-14 15:59:58[파이낸셜뉴스] 뚝섬한강공원 수영장 남성 탈의실에서 불법촬영을 한 4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10일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 3일 오후 2시 40분께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한강공원 수영장 남성 탈의실에서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장면을 목격한 다른 이용객이 A씨를 신고하면서,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휴대전화로 남성 2명의 나체를 몰래 촬영했는데,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는 등 여죄를 확인했지만 추가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4-10-23 14:55:15[파이낸셜뉴스] 학부모 단체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라고 지적하며 “전국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전학연은 22일 “청소년 유해 매체물은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전학연은 “한강 작가의 저서를 읽어보지 않은 국민 대부분은 실제 작품의 내용은 알지 못하면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소식만으로 대단히 기쁜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강의 책을 읽은 사람 중에는 어른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대단히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인 ‘채식주의자’에서 형부가 처제의 나체에 그림을 그리고 촬영하며 성행위 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처제는 갑자기 채식을 한다며 자해하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나무가 되겠다고 굶어 죽는 기이한 내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학연은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려는 시도에 학부모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보호법 제9조1항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이 포함되어 있고, 이에 해당하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여야 한다”라며 "'19금 성인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해서 '청소년 관람 가능'한 영화가 될 수는 없다. 영화에 관람 불가 등급이 있듯 도서에도 미성년 보호를 위해 연령 제한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학연은 “(22일 오후 7시 기준으로) 하루 만에 1만474명이 서명했다”라며 교육부와 산하 시·도 교육청,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를 향해 '채식주의자'가 초·중·고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아동·청소년 서가에 비치되지 않도록 바로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0-23 10:23:03[파이낸셜뉴스] "'채식주의자'는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美 뉴욕타임스) 지난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이어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는 상처 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 상상력의 강렬한 결합을 정교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한 작가만의 방식으로 완성한 역작이다. 영혜, 육식 거부..폭력에 저항하다 이 소설은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되며 영혜는 단 한번도 주도적인 화자의 위치를 얻지 못한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 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의 경지는 모든 세대 독자를 아우르며 더 크나큰 공명을 이룬다. 영혜가 채식을 하게 되는 계기 중 하나는 동물에 대한 폭력이다. 이는 채식을 선택하게 된 이후 아버지가 영혜에게 가하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면서 폭력과 폭력적 시선 속에 살게 되다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다. 곡기를 끊으며 자신을 '나무'라고 말하는 영혜의 모습이 '정상'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졌을 만하다. 영혜 매제·언니 시점서 전개..인간 연약함 '폭로' 이 소설은 영혜의 매제 시점에서도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영혜의 변화를 이해하고 그녀에게서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특히, 영혜의 몸을 캔버스로 삼아 나체에 꽃무늬를 그리는 장면은 예술과 욕망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로, 주인공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대상화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억압이 발생한다. 이 파트에서 한 작가는 예술과 인간 욕망의 관계, 그것이 어떻게 여성의 몸을 이용해 표현되는지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이밖에 영혜의 언니 인혜의 관점에서도 전개된다. 인혜는 동생을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 영혜가 정신적으로 파괴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틀 사이의 충돌이 한 사람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특히 영혜가 채식주의에서 나아가 나무가 되겠다는 비현실적인 결심을 하고 몸이 쇠약해져 가는 모습은 인간이 사회적 규범과 자신의 본성 사이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산문 혁신가" 한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 스웨덴 한림원은 '채식주의자' 등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어 "한 작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며 노벨 문학상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림원의 평가처럼 그간 한 작가는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 등의 작품을 썼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0-18 18:44:37[파이낸셜뉴스] 독일에서 공연된 한 오페라의 수위가 너무 높아 관객들이 구토를 하고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한 일이 벌어졌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보던 관객 18명이 메스꺼움 등을 호소하다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이 관람한 오페라는 ‘성스러운 수산나’(Sancta Susanna)로 억압된 틀에서 벗어나려는 한 수녀의 여정을 다룬 작품이다. 힌데미트가 1921년 작곡해 192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해당 작품은 당시에도 엄청난 논란을 일으키며 “우리의 문화 기관에 대한 모독”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다만 음악적으로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로 금기시됐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극에서는 예수 역을 맡은 배우가 반나체 여성을 때리거나 수녀끼리 성관계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진짜 피와 신체 상해 등의 모습도 담겨 선정성 논란과 신성모독 논란이 동시에 일고 있다. 그렇게 충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메스꺼움과 쇼크 증상을 호소하며 현장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오페라 공연 관계자는 “토요일에는 8명, 일요일에는 10명을 치료를 받았다”며 “몇 차례에 걸쳐 의사가 치료를 위해 공연장으로 오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연됐을 당시에도 오스트리아 교회 인사들로부터 신성모독이라는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잘츠부르크 대주교 프란츠 라크너는 “신자들의 종교적 감정과 신념을 심각하게 손상함으로써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성스러운 수산나’는 11월 3일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에서 공연되며, 이후 베를린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공연들은 전석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13 18:54:13[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태닝숍을 운영하던 남성이 30년간 100명이 넘는 여성 손님의 나체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9일 아사히 신문 등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도쿄의 한 태닝숍에서 여성 손님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점주 야마모토 히로키(62·남)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지난 8월 6일 오후 4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태닝숍에서 나체 상태로 태닝 기계 안에 들어가 있던 20대 여성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 여성은 과거에도 해당 태닝숍을 방문했던 고객이다. 당시 커튼 여는 소리나 셔터음이 들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이후 재방문했을 때 휴대전화를 미리 설치해 뒀는데, 여기에 야마모토가 자신의 발밑에서 불법 촬영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여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야마모토는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내 취향인 손님을 촬영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야마모토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야마모토는 “약 30년 전 가게를 오픈할 때부터 비디오카메라나 휴대전화로 (여성 손님을) 불법 촬영했다”며 “손님 100명 정도를 촬영한 것 같다. 들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압수한 야마모토의 휴대전화에서 여성 손님의 나체 사진 400여장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야마모토가 손님과 둘이 있는 시간을 노리고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9-09 19:57:15[파이낸셜뉴스] 서울경찰청이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 성범죄 근절을 위해 28일부터 7개월간 '허위영상물 집중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허위영상물 집중대응 TF 총괄 팀장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이 맡는다.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사건을 전담해 수사하는 3개팀과 사이버프로파일링 1개팀, 디지털포렌식 1개팀, 지원부서 1개팀 등 총 6개팀으로 운영된다. 허위영상물 집중대응 TF는 자동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생성하는 '텔레그램 봇'과 관련 8개 프로그램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텔레그램 봇이란 사진을 올리면 사진 속 얼굴과 타인의 나체를 합성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또 '지인 능욕' 등 허위영상물이 유통되는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 대한 첩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피해 사례 확인 시 즉각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허위영상물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중대한 범죄"라며 "허위영상물 집중대응 TF를 중심으로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제작과 유포를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8-28 17:4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