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독일 검찰이 독일연방군 장교 한 명을 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 러시아를 위한 간첩활동을 한 혐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독일 검찰 발표를 인용해 독일 연방군에서 장비·정보기술(IT) 서비스를 담당하는 장교인 토마스 H가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장교는 민감한 자료들을 러시아 스파이들에게 넘긴 혐의로 지난해 8월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의 코블렌츠에서 체포됐다. 토마스 H가 일하던 부서는 독일 연방군에서 가장 중요한 기밀 일부를 다루는 곳이다. 군사장비 제원, 부족한 성능, 미래 무기 구매 계획 등을 다룬다. 냉전시대 간첩 색출 열풍이 유럽에서 몰아치는 가운데 독일군 장교가 러시아 간첩혐의로 기소됐다. 유럽에서는 때 아닌 간첩색출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순항 미사일을 보내는 문제를 논의한 독일 공군 고위 장교들간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 서방 정보 관계자는 "고양이와 쥐 게임이 다시 부활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이...냉전시대 만큼이나 또는 그보다 더 활발해졌다"고 경고했다. 세번째 소식통은 "러시아 정보기관은 거대한 기계"라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활동을 재개했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1주일이 멀다하고 간첩 음모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영국에서 티호미르 이바노프 이반체프라는 불가리아인이 러시아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간첩혐의로 체포된 6번째 불가리아인이다. 이반체프 체포 2주 전에는 지난해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가 스페인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심장을 비롯해 온 몸이 총알세례를 받았다. 또 이 일이 있기 1주일 전에는 프랑스에서 올해 유럽 선거를 겨냥해 가짜뉴스를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193개 웹사이트가 적발됐다.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2주 전에는 유럽의회가 라트비아의 유럽의회 의원에 대한 러시아 간첩혐의 조사를 시작했다. 정보소식통들에 따르면 냉전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중립국에서 러시아 대사관 직원으로 파견된 스파이들이 대사관 밖에서 '합법적'으로 간첩활동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정보당국자들에 따르면 현재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는, 신분이 노출된 러시아 스파이들만 약 150명에 이른다. 제3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러시아 유럽 정보전의 약 3분의1이 오스트리아 빈과 스위스 제네바에 '안전 거점'을 마련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3-20 02:48:28[파이낸셜뉴스] 2023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군사관련 주요 이슈를 통해 신냉전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글로벌 군사외교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지를 2회에 걸쳐 정리, 전략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선 지구촌 패권을 둘러싸고 경쟁을 펼쳤던 미∙중은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양국 간 정상회의를 열고 군사 소통 재개 등 일련의 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전략 경쟁의 핵심 원칙이 분리와 배제를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위험 감소·완화·관리를 의미하는 디리스킹(de-risking) 단계로 진입하려는 가운데 美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강경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초당적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전방위적으로 불씨는 산재해 있어 갈등이 재점화할 우려도 안고 있다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은 지지부진하고 러시아가 북한에까지 손을 내밀며 전쟁지속능력 확충을 모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덧 1년 10개월째 소모전 양상을 보이면서 유라시아 지정학적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패권 질서가 약화하는 틈을 타 무장 정파 하마스의 선제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 전쟁은 67일째 이어지면서 피의 보복을 다짐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가자지구는 인권 측면에서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반도에선 북한이 신냉전 구도의 틈새를 역이용해 북러 거래를 통해 정찰위성을 이용한 핵강압에까지 나섰다. ■피로도 쌓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다시 불붙은 중동 화약고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관여해 온 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군부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쟁의 흐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초대형 사건이었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 붕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의 지도력에 큰 흠집이 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반란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 프리고진은 사건 2달 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바그너그룹은 존재감을 크게 상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여전히 여러 전선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0월 터진 중동 분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미국에선 전쟁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일부 영토를 포기하고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친러시아 정부가 들어선 슬로바키아는 전임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안을 폐기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도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유럽의 안보와 세계 안보에 중대한 핵심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나토 외교장관들도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 두 개의 큰 전쟁을 보면서 근본적인 차이점을 짚어 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선제 기습 공격을 당했지만 사실상 외부의 큰 도움이 없어도 언제든 싸울 수 있는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춘 반면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의 원조가 없으면 전쟁을 지속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나타냈던 미국 정부도 인질들의 석방과 가자지구 민간인의 인도적 위기를 들어 이스라엘 설득에 나섰지만, 이스라엘은 이번엔 반드시 하마스를 섬멸하겠다는 초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北 핵 집착 한미일 겨냥한 타격능력 과시, 이룰수 없는 꿈...핵보유국 지위 강압 북한은 개성 등 일부 대도시에서의 아사자 발생설 등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더욱 집요한 '핵 집착'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러 간 밀착·연대의 흐름이 확대·강화될 가능성 있단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며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와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진단하고 있다. 올해 북한 도발의 특징은 한미동맹의 주요전력과 일본에 위치한 유엔사 후방기지를 특정해 자신들의 핵 및 미사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동원한 전략·전술적 동시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 7월 19일 새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변칙 기동이 가능한 최고 고도 5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 550km를 비행한 뒤 떨어졌는데 이는 방향을 돌릴 경우 전날 부산에 기항한 美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인 '켄터키'함(SSBN 737)을 겨냥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사전 준비가 짧고 기습 발사가 가능한 다양한 사거리의 고체연료기반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운반 기술은 계속 발전 중이며 미국 본토가 북한의 공격 범위에 들어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제재가 그들의 핵 고도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과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려는 강압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북한의 순항미사일 및 탄도미사일 도발 횟수는 11월 22일,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가 개시된 날 심야에 동해상을 겨눈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실패한 발사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24회에 이른다. 또 3차례에 걸친 수중드론(핵 어뢰 주장) 발사와 2번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와 1번의 궤도 진입 성공이 있었다. 4월에는 고체형 연료를 도입한 ICBM ‘화성-18형’과 소량화·경량화·규격화돼 다양한 전술핵 투발수단에 장착 및 탈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카트리지형 신형 핵탄두 ‘화산-31’ 등 신무기체계를 선보였다. 아울러 북한은 올해 이례적으로 1년에 3번의 열병식을 벌이기도 했으며, 지난달 21일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이용한 발사체를 쐈고 우리 정부는 대응 차원에서 '9·19합의' 중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효력 정지를 발표하자 북한 국방성은 다음날 9·19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한미 정보 당국의 관측에 따르면 신포급 잠수함의 잇단 정비 동향이 포착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북 억제력 달성 위해 역동적인 군사외교전략 이어가야 전문가들은 이처럼 격변기 과정에 있는 신냉전 시대를 맞아 한국은 어느 때보다 강화된 '대북억제력' 태세를 갖춰야 하며, 특히 미중 간 패권경쟁 속 국제사회에서의 책임과 역할에 중심 잡힌 역동적인 군사외교전략을 세우고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패권을 다투기엔 아직도 중국의 국방력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내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도 미국과의 경제협력이 필수적이어서 신냉전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짚었다. 손 교수는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조하지만 북한과의 협력이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진영대결 구도가 고착화 될 것을 우려해 북러와의 협력을 경제 영역으로 제한하고 있는 중"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예를 들어 지난 7월 27일 북한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리홍중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파견함으로써 급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북한 전승절 40주년과 60주년엔 각각 그보다 영향력이 있는 후진타오와 리위안차오를 파견했던 것에 비해 급을 낮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올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5주년에도 경제를 담당하는 인사인 류궈중 중국 부총리를 파견함으로써 북중 협력을 안보 영역보다는 경제 영역으로 선을 그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손 교수는 "반면 북한에 있어 신냉전의 대결 구도의 강화·고착화는 오히려 생존 도모에 유리한 중러의 원조 확보 환경을 조성하고 양국의 비호하에 추가적인 유엔 제재 없이 핵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현재의 국제정세를 이례적으로 신냉전으로 규정하면서 중국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로 양국 간의 안보협력을 확대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올해 한국은 복잡한 군사외교 함수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역대급 수준으로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 아키텍처(Architecture=지극히 현실적인 의미의 청사진)를 설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도전을 상쇄하고자 했다"며 "나아가 유사입장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토-AP4 협력도 정례화 수순을 밟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2024년에도 신냉전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더 강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다만 미국과 중국이 디커플링을 바라지 않고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정상급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신냉전 구도 완화를 위한 청신호도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중 정상회의에 청신호가 켜진 것도 신냉전 구도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4년에 한국은 미국, 일본과 유엔 안보리에서 활동하게 되는 국제정치적 모멘텀을 잘 살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에 기여하고 한반도에서 대북 억제력 제고도 달성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복잡한 함수를 풀어내는 역동적인 군사외교전략을 꾸준히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12-10 15:26:56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외교·안보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복합위기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탈냉전 시대는 종말을 눈앞에 두고,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펼치고 있는 패권경쟁은 신냉전 시대로 전환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국 사이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신냉전 시대 한국이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본다. ■尹정부, 한·미·일 3각축 경제·안보외교 성공적 데뷔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동맹은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한미동맹 복원을 외교정책 1순위에 올려놨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취임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각종 다자회의를 계기로도 한미 정상은 시간을 쪼개가며 만남을 가졌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미를 계기로 한층 더 강력한 동맹으로 거듭났다.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은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핵과 그에 따른 전략계획을 논의하며, 북한이 제기하는 비확산 체제에 대한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핵협의체(NCG)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무엇보다도 해당 선언은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최초의 서면 보증을 의미한다"며 "전술핵무기의 실제 배치 이슈를 제외한다면 해당 협정은 미국이 나토 파트너와 맺는 핵 공유협정과 충분히 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한 공급망 협력에도 손을 잡기로 했다. 기존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지털, 바이오 등 외에도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AI), 양자 분야에서 한미는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관계개선은 단순히 양국 관계의 정상화 외에도 한·미·일 협력의 토대까지 제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두달에 걸쳐 3차례 만남을 갖고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교두보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완화, 수출간소화 조치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 복귀 등 경제적인 성과를 올렸다. 안보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사일 방어 정보 공유에 대한 협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실시간 데이터 공유에 대한 합의를 한국, 미국, 일본이 진행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이뤄진다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 시스템을 통해 양국의 레이더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동맹과 한일협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과제도 존재한다. 미국의 2024년 대선, 일본의 정치적인 변화로 민족주의와 보호주의가 강조돼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바뀔 가능성이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한미동맹은 윤석열 정권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경색된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 첫해에 이룬 최대의 실질적 성과"라며 "윤 대통령은 정치적인 용기를 발휘해 막대한 정치자산을 써가며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 관계로 전환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악화된 한중 관계, 실리외교 토대 마련이 관건 한·미·일 3국 공조가 깊어지면서 중국에 대한 관리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띠며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실제 중국은 한국 수출의 1위 시장이기도 하면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후 중국과의 관계는 과거보다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만 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거론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사거나 인도태평양전략과 한·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남중국해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에 반대를 표명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한중 관계의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의 대미 밀착외교 기조를 비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했고,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김영호 국방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확실한 미국 편향성과 역내 안보역할 확대 의지를 감안할 때 중국이 거칠게 반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복조치까지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정책이 관계분리이든 위험축소이든, 해당 분야는 모두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보복행위를 방어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매우 신중하고 기민한 외교적 행보와 경제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 중인 러시아와는 안정적 관계 관리에도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에는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실제 한국은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1억3000만달러를 추가로 약속했다. 한국이 전쟁 발발 초기에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1억달러의 원조에 추가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상 中 리스크 관리 중요성 부각 대통령실이 최근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고 기술돼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목받고 있는 곳이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변화를 겪고 있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곳으로 인도양 지역과 아태 지역을 전략적으로 통합된 단일 지역으로 보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에 한국도 독자적인 인태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인도 등 인태 지역 주요 국가들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저마다 독자적인 인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인태전략 추진은 전임 정부가 취했던 미·중 간 균형외교 기조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이 그동안 균형외교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중국 리스크 관리의 문제는 인태전략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3-06-21 18:52:44[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간 긴장이 세계 질서를 뿌리 채 뒤흔들어 기업환경을 냉전시대보다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경고했다. 5월 3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다이먼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JP모간의 비공개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다이먼은 중국과 미국, 그리고 동맹들간 관계, 이견 속에서 잘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복잡성은 2차 세계대전 후로는 실제로 경험한 적이 없다"면서 "심지어 냉전시대 상황도 지금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할 정도다"라고 우려했다. 다이먼은 중국 제조업 둔화세 하강이 확인된 이날 이같은 우려를 내놨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아 경기둔화를 예고했다. 다이먼은 아울러 중국 당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먼은 한 경제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면...이는 그저 외국인직접투자(FDI)에만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라며 "이곳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 자신의 자신감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다이먼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최근 컨설팅업체를 비롯해 외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 기술부문 옥죄기 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요인으로 미국 등 서방과 갈등을 꼽을 수 있지만 중국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먼의 이번 중국 방문은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저조한 중국 제조업 PMI는 중국의 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편 다이먼은 이날 자사 컨퍼런스에서 비록 미국에서 자국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미국 금융시스템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명성, 투자자 보호, 법치, 대규모 시장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능력, 적절한 부패 대응 규정 등 이 모든 것들이 미국, 미 금융시장, 또 자본시장에 정말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JP모간 상하이컨퍼런스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로빈 리 바이두 최고경영자(CEO) 등 약 3000명이 참석했지만 언론에는 대부분 행사가 공개되지 않았다. 자산기준 미 최대은행인 JP모간은 중국 본토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금융발전을 위해 외국 금융사들에 문을 열면서 JP모간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6-01 04:06:09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외교·안보 위기를 맞닥뜨린 가운데 신냉전 및 경제안보 시대에 대비한 외교안보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동북아의 국제질서도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만큼 이른바 '대탈동조화(Great decoupling)'에 대비한 외교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탈동조화'란 최근 도래한 신냉전 시대로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이 해체되고 정체성과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윤 정부는 소위 신냉전·경제안보(Economic Security)의 시대에 적합한 외교·안보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은 해체되고 정체성과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동맹 역할에는 아직 명확한 합의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한미동맹의 지역적 역할은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로, 양국은 차제에 동맹의 지역적 역할에 대한 합의를 구하는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미가 오는 21일 첫 한미정상회의를 계기로 공급망 강화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지만 미리 어느정도 한·미 경제안보 정책을 조율하고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지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이어 대북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은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대결적으로 나올 것은 자명하므로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라며 "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를 강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 공유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확장억지의 틀 안에서 가동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선 한국정부가 선도적 역할을 하되 핵심가치와 정체성을 공유하고, 러시아 침공으로 자주권과 영토를 유린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더욱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대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5-09 18:24:512021년 3월 18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은 모두발언부터 정면으로 충돌했다. 예정된 시간을 한시간 이상 넘겨 진행된 공개 세션에서 미국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수호와 국제정세의 안정성에 중국이 위협요인이라고 한 반면 중국은 바이든 정부에 내정간섭 등 마지노선을 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신냉전시대의 서막일까? 시계를 돌려 20년 전인 2001년 9월 17일 스위스 제네바. 마이크 무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중국의 WTO 회원 가입 협상의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다자무역체제의 역사적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중국의 WTO 가입 작업반이 설치된 지 15년 만에 143번째 회원국 가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중국의 회원 가입으로 국제기구로서 WTO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규범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를 통해 글로벌 경제협력의 버팀목 역할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에스트라공: 가자. 블라디미르: 안돼.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오래 전 관람한 연극'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열 번도 넘게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연극이 끝날 때까지 고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실망인지 허무인지 모를 감정을 안고 소극장을 나섰던 기억이 난다. 중국이 WTO 회원국으로 가입할 때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기존의 국제통상질서에 편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마치 이들 주인공이 고도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신냉전시대의 개막 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중국의 WTO 가입 당시의 장밋빛 환상에 대한 미국의 실망과 위기감은 분명해 보인다. 기존의 통상질서에 그대로 편입되는 대신 중국은 지난 20년간 국가자본주의에 기초한 독자적인 방식으로 국제통상 시스템과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게다가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기술굴기 등 중국의 야심찬 정책들이 미국의 이익과 부딪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문제에 대한 의도적 외면하기를 중단하고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관세전쟁으로 시작해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포함한 기술패권 경쟁으로 발전했다.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미국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정부하에서 미·중 패권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탈중국화를 추진하기 위해 동맹과의 연대 전략과 다자주의를 활용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이 일부 국가 중심의 '선택적 다자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이유다. 코로나19와 미·중 패권경쟁 심화로 국제통상 환경은 당분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가 우방국의 이익을 지켜줄 거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중국을 압박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편 반도체와 배터리 등의 공급망을 검토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행정명령은 제조업과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과 안정성 확보에 방점이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통상정책도 혁신에 필수적인 집단 역량을 의미하는 산업공유지(industrial commons) 개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1-03-23 17:27:58【베이징=정지우 특파원】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중국은 냉전시대 옛 소련보다 어떤 면에서 서방에 더 나쁜 위험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를 인용,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체코 상원 연설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냉전 2.0이 아니다. 저항하는 중국 공산당의 도전은 어떤 면에서 더 악화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은 이미 옛 소련에 없었던 방식으로 우리 경제, 정치, 사회에 얽혀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러시아가 허위 정보 유포와 사이버 공격으로 민주주의와 안보를 저해하고 있지만 더 큰 위협은 중국 공산당과 이들의 강압 및 통제 활동”이라며 “중국의 세계 지배는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체코를 시작으로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동·중유럽 4개국 순방일 정을 소화하고 있다. SCMP는 “체코 상원이 이달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대만을 공식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며 “방문단에는 40개 이상 체코 기업 대표들이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0-08-13 14:22:05【베이징=정지우 특파원】'G2(미국·중국)'가 사실상 신냉전 시대로 들어서면서 주변국들이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고 있다. 새로운 양극체제 아래에서 미중 양국은 승기를 잡기 위해 우방국 확대에 공을 들이고 주변국들은 이를 자국 이익의 극대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양상이다. 다만 미중 양국에 안보와 경제의 운명이 걸린 우리나라에게는 중대한 외교적 딜레마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든 다른 쪽에서 외교, 경제 등 전방위로 보복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존’에 방점을 찍고 미래 모색을 주문했다. ■美와 같이 걷는 유럽·일본 2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 무역·투자·자본·정보통신(IT) 갈등, 대만 분쟁, 홍콩 국가보안법 등에서 영국과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일찌감치 미국편에 섰다. 이들은 전날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깊은 우려나 비판 목소리를 잇따라 냈고 영국은 미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미중 갈등의 시발점인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 매체 빌트는 “중국의 최대 수출 히트상품은 코로나19”라는 원색적 비판도 내놨다. 코로나19 책임론에서 신중했던 일본도 가세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세계로 퍼졌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코로나19와 홍콩 문제가 감염 피해정도나 정권 지지도, 금융·자본·수출시장 변화 등 자국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줄서기’라면 화웨이는 미국의 동참 요구의 ‘줄 세우기’ 성격이 더 강하다. 영국과 일본은 곧바로 줄 대열에 합류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내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화웨이 참여를 배제할 것을 지시했고 일본 역시 중국산 통신기기 배제책을 중앙정부에서 거의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키로 했다. 일부 유럽국이 화웨이의 5세대(5G) 장비를 채택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국은 한중일 등 주변국과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최대 정치 행사 양회를 전후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중일 역내 경제협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발언하거나 △기업인 신속통로를 한국 외에 일본,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위스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도 이런 속내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보다는 중국에 우호적이다. ■급해진 中, 한중일 협력 강조 한국의 고민은 이 같은 양극체제의 존재 자체다. 중국 소식통은 “한국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생존해 왔는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결정 불가능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2017~2018년 사드 때 중국으로부터 심각한 보복을 당했다. 당시 롯데마트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과 상인들이 중국에서 철수했으며 국내 무역기업들도 피해를 겪었다. 베이징 한인식당은 사드 시절 매출의 90%이상 줄었다고 지금까지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미중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주변국 줄 세우기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전략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중국은 홍콩보안법에 대해 한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것으로 믿는다며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안보를 미국에, 경제를 중국에 각각 의존하는 만큼 한쪽 편에 기울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우러진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것은 난관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신뢰를 다소 잃더라도 국가 생존이 걸린 사항이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이후 우리와 비슷한 국가의 전체 흐름을 보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모호성은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원칙을 세운 후 외교당국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과 안보·경제적 소통을 추구하고 중국과는 연대를 주문하는 목소리 역시 제기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0-05-27 12:07:39【 서울·베이징=박종원 홍창기 기자 정지우 특파원】 "각국 정부와 국제조직은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히 대량생산해 세계 모든 국가가 무료로 구할 수 있게끔 보장하라." 지난 14일(현지시간) 세계 전·현직 정상 140명은 유엔 웹사이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가주의를 내세우지 말고 세계가 상생하자는 호소였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공허하기만 하다. 특히 코로나19 책임 공방으로 '신냉전'에 들어선 미국과 중국은 돈이 얼마가 들든지 상관없이 상대보다 먼저 백신을 개발해 정부의 유능함을 입증하고, 백신외교를 통해 국제적 신뢰와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 투자사인 롱카인베스트먼트를 세운 브레드 롱카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현재 백신개발 경쟁은 마치 미국과 소련의 우주탐사 경쟁과 비슷하다. 냉전시대를 다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美, 전례 없는 국가주도 개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올해 연말까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초고속 개발팀'을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AF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할 수 있다면 연말까지 백신을 얻기를 바란다"면서 "아마 그 이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백신개발 대표를 지낸 몬세프 슬라위를 최고 책임자로, 미국 육군 군수사령관인 구스타프 페르나 장군을 최고운영책임자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작전을 2차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꾸려진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했다.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과거 백신 개발을 민간에서 주도했던 현지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집계에서 세계적으로 78개의 백신이 공식 개발 중이며 이 중 임상시험에 들어간 약제가 8개라고 밝혔다. 8개 가운데 2개는 미국 업체 제품으로 개발 속도는 타국에 비해 빠르다. 가장 완성에 가까워진 백신은 모데나가 개발 중인 '전령RNA(mRNA)-1273'으로 이미 3월에 세계 최초 1차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이달에 2차 시험 허가를 받았다. 업체 측은 오는 6~7월에 3차 시험을 예상하고 있다. 다른 업체인 이노비오 제약도 지난달 자사의 'INO-4800'을 가지고 1차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CNN은 지난 13일 미국 국립보건원(MIH)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초고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약업체들을 모아 3차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 개발기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제약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中, 1월부터 백신 연구 박차 중국은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지역인 만큼 백신 개발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중국일보는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진 사흘 뒤인 1월 26일에 "중국 질병통제센터 쉬원보 소장이 성공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리해 백신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즈음 홍콩에서 이전에 개발했던 인플루엔자 백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백신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상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첫 지역이다. 다만 임상시험까지는 1년여가 걸릴 것이라는 전제가 달렸다. 중국도 곳곳에서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상하이 퉁지대학이 바이오기업과 손잡고 백신 개발을 시작했고, 전염병 전문가인 리란쥐안은 이르면 1개월 내에 백신 제조에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중국 질병통제센터 등을 잇달아 찾아 백신 개발을 독려했다. 이후 중국 과학기술부 생물센터 등에서도 백신 개발에 들어갔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으며 2월 중순에는 저장 과학기술부가 첫 코로나19 백신으로 동물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이어 중국 톈진대는 경구백신 개발에 성공했으며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라고 2월 말께 주장했다. 3~4월에도 중국 백신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착수하면 곧 최종 승리의 서광이 비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백신 개발 착수나 성과 보도는 중국 매체를 타고 끊임없이 세계로 홍보됐다. 그러나 중국 제약사들은 무성한 개발 소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완성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지난 13일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가 미국의 백신 개발정보를 해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美中에 휩쓸릴까 초조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중국 다음으로 겪은 유럽도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미·중에 비하면 속도가 느리다. WHO가 확인한 임상시험 백신 8개 가운데 2개가 유럽에서 개발되고 있으나 온전히 유럽 자본으로 탄생한 백신은 영국에서 옥스퍼드대학과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차드옥스1(ChadOx1 nCoV-19)'가 유일하다. 나머지 하나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BNT 162'으로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공동개발한 것이다. 첫 임상시험 역시 이달 미국에서 진행됐다. 바이오엔테크는 지난 3월 중국 포선제약과도 코로나19 백신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은 이처럼 백신 개발에서 뒤처지자 훗날 백신 주도권을 쥔 미·중에 끌려다닐까 우려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3월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연구하는 자국 제약사 큐어백을 인수하려 한다며 미국의 백신 독점 시도를 규탄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3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가 코로나19 백신 완성 시 가장 먼저 후원한 미국에 백신을 먼저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격노해 사노피 경영진을 소환키로 했다. 사노피는 GSK와 손잡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백신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0-05-17 15:46:55【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국가별 체제논쟁은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낳는 기폭제기 됐다.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중국 사이의 체제논쟁은 서로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군사 등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냉전시기다. 1957년 10월4일 구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우주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하지만 1969년 7월21일 미국은 아폴로 11호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착륙시키며 반격했다. 주고받았던 체제경쟁이 꿈의 영역이었던 '우주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시킨 것이다. 우주개발을 위해 창공으로 쏘아올린 로켓의 활용도는 미지의 지역 탐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로켓에 무엇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양 강대국이 로켓에 탐사선 대신 탄두를 장착하면서 대륙을 넘어 적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로 이어졌다. 냉전시대에 군사기술 발전이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바다 속으론 잠수함 전도 치열했다.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은 북극해에 항상 전략핵잠수함을 순찰시켰고 상대국보다 진보된 군사장비와 기술을 수시로 선보이며 체제를 자랑했다. 1991년 구소련의 붕괴가 일어난 이후에도 체제경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검증을 중국이 이어받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미·중 양국 역시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체제경쟁에 집중했고 우주과학이 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십 년 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격차만큼 우주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른바 '우주굴기'다. 중국이 우주를 향해 독자개발 첫 로켓을 쏟아 올린 것은 1970년 '창정1호'와 인공위성 '둥팡홍 1호'를 각각 발사하면서다. 이후 1999년 첫 우주선 '선저우 1호'를 띄우며 우주전쟁에 뛰어들었다. 2003년에는 중국 최초 우주인 양리웨이가 나왔다. 2007년엔 탈 탐사선 '창어 1호', 2011년엔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를 각각 발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도 성공했다. 미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미국은 내년 7~8월 역대 최대 탐사선인 '마스 2020'을 화성에 보낸다. 마스 2020은 NASA의 차세대 임무로, 화성에서 과거 미생물 생명체의 징후를 찾고 화성의 지질과 기후를 조사할 계획이다. 마스 2020는 지구를 출발하면 7~8개월 뒤인 2월18일에 화성에 착륙하게 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작년 말 캘리포니아에서 마스 2020로버의 첫 주행을 마쳤다. 미중 경쟁은 우주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중국 업체 '화웨이'로 상징되는 5G이동통신, 반도체, 스마트폰 운영체제 등 과학기술 경쟁도 가속화 중이다. 중국의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전략), 제조업 20205도 미국과 주도권 경쟁에서 등장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할 백신 개발을 놓고도 미중 양국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04-12 17: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