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빈곤 포르노 화보'라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의 발언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빈곤 포르노 화보' 발언을 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고하기로 했다. 반면 장 최고위원은 "빈곤 포르노란 단어는 이미 언론과 사전에 다 있는 용어"라며 "캄보디아를 병든 국가 이미지로 만든 외교 결례"라고 역공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경태 의원은 지난 14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캄보디아 정부가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배우자들을 위해 마련한 앙코르와트 방문 대신 심장 질환 아동의 집을 찾아간 것에 대해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장 의원은 지난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마치 (국가가) 병들고 아픈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떤 국가가 좋아하겠느냐"며 "외교적 결례에 대해 정중한 사과를 하고 오는 게 낫다"고 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도 "(김 여사가) 비밀 행보를 하고 나서는 그 결과를 사진으로 내놓았다"며 "영부인이 무슨 정보기관원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김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은 데 대해 "팔짱은 외교 결례"라며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영부인에 대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너무나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며 "장 의원은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민주당은 장 의원을 당헌당규에 따라 조속히 징계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라디오에서 "김혜자 선생도, 오드리 헵번도 그런 활동을 많이 했다"며 "(이들이 한 것도) 전부 빈곤 포르노인가"라고 했고, 이용호 의원은 "민주당이 정치를 너무 무례하고 더티하게(더럽게)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장 의원의 최고위원직 박탈과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장 의원을 제소하기로 했다. 유상범 의원은 "김 여사가 찍힌 사진이 오드리 헵번 (봉사활동) 사진과 유사하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 타지마할에서 찍은 사진은 영국 다이애나비를 따라 한 게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비난하려면 끝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번에 미·중 정상이 만나고 우리가 인도·태평양 전략과 경제·안보를 이야기하는데 정치권은 영부인한테 '빈곤 포르노'라고 논평한다. 일의 경중에 대한 판단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 "민주당이 김 여사가 낮은 곳에서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에 저급한 비난을 퍼붓고 시샘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스토킹'을 중단하고, '이유 없는 어깃장'을 그만 놓아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장 최고위원의 '성인지 감수성'이 어떤지 진단해보길 권한다"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변인은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순방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은 일을 비난한 점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녀도 노 전 대통령 10주기 행사 때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끼고 걸었다. 김정숙 여사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팔짱을 낀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 여사의 외국 정상에 대한 단순한 친밀감의 표시가 유독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것까지 내로남불인가"라며 "누구든 '비판할 자유'는 있지만, 그 자유에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이와 관련, 당사자인 장경태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빈곤 포르노는 빈곤 마케팅에 대한 문제 지적 표현으로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에도 있는 내용이다"며 "이상하게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용어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김 여사가) 외교의 가장 기본 원칙인 주최국 명예를 실추시키면 안 된다는 원칙을 훼손했다"며 "캄보디아 입장에서 개최국으로써 본인의 나라가 가난하거나 병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앙코르와트 등 관광지에 초대한 건데 그 일정에 응하지 않고 아픈 환자의 집을 방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에 정상회담을 하러 간 것이지, 자선 봉사 활동을 하러 간 게 아니다"라며 "캄보디아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가난하고 병든 국가란 이미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고도 쏘아붙였다. 그는 또 김 여사가 비공개로 일정을 진행하고 사후 보도자료로 행보를 공개해온 것을 놓고 "'셀프 미담'이 어디에 있느냐"며 "미담은 목격자가 '여사님이 오셨는데 이렇게 열심히 하시더라' 이런 식으로 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께 출연한 허 의원은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2-11-16 07:21:51[파이낸셜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녀인 노서은(18)양이 서울대 새내기가 된다. 9일 중국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베이징의 미국계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노서은양은 서울대의 '2022학년도 후기 글로벌인재 특별전형'을 통해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했다. 서울대는 보통 3월(전기) 신입생을 모집하지만, 9월 학기제를 채택한 해외학교 출신 등을 대상으로 후기 신입생 모집도 하고 있다. 후기 전형 합격자는 9월에 입학한다. 서은양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의 장녀다. 건호씨는 LG경영연구원 소속으로 현재 베이징에서 근무 중으로, 서은양은 아버지와 함께 베이징에 머물며 현지 국제학교에 다녔다. 서은양은 노 전 대통령의 일상생활 사진에 자주 등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전거 뒷자리에 서은양을 태우고 달리는 사진이 가장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의 목마를 탄 채 만세를 부르는 장면,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사진도 화제를 모았다. 201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안내한 모습이 공개돼 주목받았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2-06-10 02:43:01[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당권도전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이 1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봉하마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와 묘역이 있는 곳이다.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내던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김 전 의원은 대구에서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힘겨운 정치적 도전을 기꺼이 감당했다. 이날 김 전 의원은 지지자들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노 대통령님, 정말 열심히 해서 나라와 당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저의 정치적 사표(師表)인 노 전 대통령을 다시 생각하면서 나라와 당이 이렇게 어려울 때 어떻게 하셨을지 그분의 뜻을 다시 묻고 싶어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이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고 권 여사는 김 전 의원에서 곰국과 담양 죽순 요리를 대접했다. 두 사람은 김 전 의원의 행전안전부장관 시절 이야기와 노 전 대통령 손녀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엔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도 동석했다. 김 전 의원은 권 여사 예방 후 경남도청으로 자리를 옮겨 김경수 경남지사와 40분간 면담을 진행했다. 한편 김 의원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영남연대설'에 대해 "이런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2020-07-18 22:34:54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부지매입과 함께 역대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낸 '사저(私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취임 전 지내던 집으로 돌아가거나 지방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는 등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퇴임 후 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집'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저는 그 자체로 한국 정치사가 담긴 상징적 공간인 것이다. ■현실정치 '거리두기'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에 거주할 계획이다. '현실정치'와는 확실히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의미가 강하게 읽힌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이후 구상을 묻는 질문에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며 "대통령 이후에 현실정치와 계속 연관을 가지거나 그런 것을 일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5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붓고 퇴임 이후에는 철저하게 잊혀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열린 사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당될지는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과는 크게 다르다"고 귀띔했다. 다만 현실정치 이외 영역의 역할론은 유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K방역'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문제 등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특히 퇴임 후의 행보가 친구이자 정치적 선배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많이 닮아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퇴임 후 낙향을 선택했다.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고 싶어했던 노 전 대통령은 사저 지붕을 주변 산맥과 어울리도록 낮고 평평하게 지었다. 사저 이름을 '지붕 낮은 집'이라고 지었다. 문 대통령이 양산 사저부지 이전 결정을 하면서 "새 부지를 마련하더라도 (기존) 매곡동 자택 규모보다는 크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노 전 대통령은 사저를 통해 자신의 정치이념을 실천했다. 퇴임 후 낙향을 선택한 것 자체가 지방분권을 강하게 추진했던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을 직접 이행한다는 의미였다. 사저 곳곳에 평생의 좌우명이었던 '우공이산'과 그가 꿈꿨던 '사람사는세상' 글씨를 걸어 놨다. 벽에 남겨진 손녀의 낙서는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보여준다.틈날 때마다 사저 앞 언덕에 올라 시민들과 가벼운 이야기도 나눴다. 때로는 무거운 주제로 즉석 강연도 펼쳤다. 사저가 '시민 노무현'과 세상의 소통창구가 된 것이다.■"국정운영 경험 살려야"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은 임기를 마친 후에도 모두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 전남 신안이 고향인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머물렀다. 생애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숙원 중 하나인 한반도 평화를 통한 동북아 평화구상의 완성을 위해서다.김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정기적으로 신장투석을 받으면서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적 지도자로서 활발한 대외활동을 전개했다. 국내외의 각종 언론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동북아 및 세계 평화를 위한 각종 구상을 발표했다. 국내외 대학과 주요 단체 등의 강연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전 살았던 서울 논현동 자택을 재건축해 퇴임 후 돌아갔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녹색성장 전파 △4대강사업 연구 △전직 대통령으로서 '민간외교' 모색 등 임기 내 강한 애착을 보였던 분야와 관련한 활동을 지속하고자 했다. MB정부 시절 한 참모진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특히 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등을 통해 외국 정상들과 관계가 좋았고 외교적 성과가 크다고 자부했다. 이에 퇴임 후에도 해외 초청 및 강연이 잦았다"고 설명했다.경남 거제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도 취임 전 살던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정치행보를 이어갔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을 만날 때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거침없이 밝혔지만 이로 인한 논란도 작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원로가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헌법에는 전직 대통령 등을 포함한 국가원로자문회의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이런 점에서 퇴임 후 대통령들이 국정 경험을 살려 다양한 분야의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은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국가적 어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송주용 기자
2020-06-07 18:08:18[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부지 매입과 함께 역대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낸 '사저(私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취임 전 지내던 집으로 돌아가거나 지방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는 등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퇴임 후 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집'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저는 그 자체로 한국 정치사가 담긴 상징적 공간인 것이다. ■현실정치 '거리두기' 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거주 할 계획이다. '현실 정치'와는 확실히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의미가 강하게 읽힌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이후 구상을 묻는 질문에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며 "대통령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가지거나 그런 것을 일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5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붓고 퇴임 이후에는 철저하게 잊혀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다만, 현실정치 이외 영역에서의 역할론은 유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K-방역'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문제 등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특히, 퇴임 후의 행보가 친구이자 정치적 선배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많이 닮아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퇴임 후 낙향을 선택했다.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고 싶어 했던 노 전 대통령은 사저의 지붕을 주변 산맥과 어울리도록 낮고 평평하게 지었다. 사저 이름을 '지붕 낮은 집'이라고 지었다. 문 대통령이 양산 사저 부지 이전 결정을 하면서 "새 부지를 마련하더라도 (기존)매곡동 자택 규모보다는 크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 전 대통령은 사저를 통해 자신의 정치이념을 실천했다. 퇴임 후 낙향을 선택한 것 자체가 지방분권을 강하게 추진했던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을 직접 이행한다는 의미였다. 사저 곳곳에 평생의 좌우명이었던 '우공이산'과 그가 꿈꿨던 '사람사는세상' 글씨를 걸어 놨다. 벽에 남겨진 손녀의 낙서는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보여준다. 틈날 때 마다 사저 앞 언덕위에 올라 시민들과 가벼운 이야기도 나눴다. 때로는 무거운 주제로 즉석 강연도 펼쳤다. 사저가 '시민 노무현'과 세상의 소통 창구가 된 것이다. ■"국정 운영 경험 살려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은 임기를 마친 후에도 모두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 전남 신안군이 고향인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머물렀다. 생애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숙원 중의 하나인 한반도 평화를 통한 동북아 평화 구상의 완성을 위해서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정기적으로 신장투석을 받으면서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적인 지도자로서 활발한 대외 활동을 전개했다. 국내외의 각종 언론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동북아 및 세계 평화를 위한 각종 구상을 발표했다. 국내외 대학과 주요 단체 등의 강연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포항에서 태어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전에 살았던 서울 논현동 자택을 재건축해 퇴임 후 돌아갔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녹색성장 전파 △4대강 사업 연구 △전직 대통령으로서 '민간외교' 모색 등 임기내 강한 애착을 보였던 분야와 관련한 활동을 지속하고자 했다. MB정부 시절 한 참모진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특히 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등을 통해 외국 정상들과 관계가 좋았고 외교적 성과가 크다고 자부했다. 이에 퇴임 후에도 해외 초청 및 강연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경남 거제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도 취임 전 살던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정치행보를 이어갔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과 만날 때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거침없이 밝혔지만 이로 인한 논란도 작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 원로가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헌법에는 전직 대통령 등을 포함한 국가원로자문회의를 구성할 수 있도록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이런 점에서 퇴임 후 대통령들이 국정 경험을 살려 다양한 분야의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은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국가적 어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송주용 기자
2020-06-07 16:06:44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경상북도지사, 대구시장, 제주도지사를 제외한 14곳을 석권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4명의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은 모두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방권력의 전면적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들이 지방권력의 정점으로 돌아오면서 친노 세력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 김경수 전 의원은 최초의 민주당 출신 경남도지사가 됐다. '뼈노'로 일컬어 지는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은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냈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과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은 각각 참여정부 인사수석실 행정관과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사실 지방권력에서 친노의 부활은 오래 전 싹트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치뤄진 제5회 지방선거는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실시된 첫번째 지방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당선되며 '친노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친노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및 '친노' 간판으로 경남, 울산, 부산, 대전, 인천 등에서 지방정권 교체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에선 이번 지방선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시 돌아보고 연구할 계기가 될 것으란 분석이 나온다. 다시 노무현의 바람, 노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자가 기억하는 '정치인 노무현'을 기록하기로 한 이유다. ■첫 번째 이야기. 인기없는 대통령, 인기많은 대통령 2007년 12월 19일, 1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역사상 가장 큰 득표율 차이로 정권이 바꼈다. 정권을 내준 노 전 대통령에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임기 중 널뛰듯 뛰어오른 부동산 가격과 심화된 빈부격차,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한 저성장 국면은 그가 갖는 정치적 상징을 흔들었다. 임기 내내 고졸 대통령,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등 많은 비판을 견뎌야 했던 국가 최고 권력자의 뒷모습은 작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말 스스로를 "인기없는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는 평화로웠다.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가 오리농사를 짓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리던 그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노 전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시대적 과제로 생각했던 인물이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방분권의 시대를 꿈꿨다. 임기 중 수도 서울을 지방으로 옮기는 '천도'를 꿈꿨지만 위헌 판결을 받았다. 대신 세종시를 비롯한 지방 거점 도시로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을 옮겨 행정 권력을 이양했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엔 인터넷 공간에서 조직된 시민의 힘이 컸다. 퇴임 후 그는 인터넷을 높은 수준의 토론이 오가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했다.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렸고 인터넷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도 개설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실패했다. '진보의 미래'와 같은 민주주의에 대한 책도 쓰기 시작했다.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온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듯했다. 그의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모습을 좋아했다. 특히 서울을 떠나 낙향한 것을 노 전 대통령이 주장해온 지방 분권을 스스로 실천하는 동시에 모든 '정치적 지분'을 끊어 버린 것으로 받아 들였다. 인터넷에선 손녀에게 아이스크림을 녹여주는 그의 모습과 막걸리 잔을 들고 들판에 주저 앉아 있는 일상의 사진들이 올라왔다. 사저 앞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노 전 대통령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인사를 나왔다. 짧은 인사를 하기도 했고 소소한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긴 시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강의를 열기도 했다. 퇴임 후 그의 국민적 인기와 정치적 영향력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예상치 못한 국민적 관심에 당황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시기부터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당시 집권 세력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회상하고 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2018-06-16 09:12:43【김해=오성택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전기자전거가 달린다. 김해시는 오는 14일부터 봉하마을 ‘대통령의 자전거길’에 전기자전거를 도입하는 전기자전거 대여사업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2016년 처음 운영에 들어간 '대통령의 자전거길'은 봉하마을에서 화포천습지생태공원까지 총 7.03km 구간에 1·2인용 및 트레일러 등 자전거 29대를 갖추고 저소득층 일자리 제공을 위한 자활근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난달 22일부터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전기자전거 18대를 도입,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봉하마을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대통령의 자전거길'을 따라 묘역과 생가에서 화포천생태공원까지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자전거 대여사업은 전기자전거의 경우 1시간 6000원, 2시간 10000원이다. 또 일반자전거는 1인용의 경우 1시간 3000원, 2시간 5000원이며, 2인용의 경우 1시간 5000원, 2시간 8000원, 트레일러 부착 시 별도 이용료가 부과된다. 조강숙 시 관광과장은 “봉하마을은 연간 100백만 명 이상 찾아오는 김해의 대표적 관광지로 인근에 위치한 화포천습지생태공원과 연계한 '대통령의 자전거길'에 전기자전거를 도입해 누구나 편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생태관광 1번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8년 봉하마을로 귀향한 고(故) 노 전 대통령은 자전거에 유모차 트레일러를 부착해 손녀를 태우고 주민들과 함께 자전거 산책을 자주 즐겨 '대통령의 자전거길'로 불리게 됐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2018-04-11 15:15:18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다”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모든 것을 결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고조시킨 미국에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해선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하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의 시대가 열리고 첫 번째 맞는 광복절입니다. 오늘, 그 의미가 유달리 깊게 다가옵니다. 국민주권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처음 사용한 말이 아닙니다. 백 년 전인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에서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했습니다. 경술국치는 국권을 상실한 날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주권이 발생한 날이라고 선언하며, 국민주권에 입각한 임시정부 수립을 제창했습니다. 마침내 1919년 3월, 이념과 계급과 지역을 초월한 전 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이 선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들의 염원은 백 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드디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되었습니다. 광복은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름 석 자까지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자유와 독립의 열망을 지켜낸 삼천만이 되찾은 것입니다. 민족의 자주독립에 생을 바친 선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자식의 옷을 기운 어머니도, 일제의 눈을 피해 야학에서 모국어를 가르친 선생님도, 우리의 전통을 지켜내고 쌈짓돈을 보탠 분들도, 모두가 광복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습니다. 직업도, 성별도, 나이의 구분도 없었습니다. 의열단원이며 몽골의 전염병을 근절시킨 의사 이태준 선생, 간도참변 취재 중 실종된 동아일보 기자 장덕준 선생,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과학으로 민족의 힘을 키우고자 했던 과학자 김용관 선생, 독립군 결사대 단원이었던 영화감독 나운규 선생, 우리에게는 너무도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습니다. 독립운동의 무대도 한반도만이 아니었습니다. 1919년 3월 1일 연해주와 만주, 미주와 아시아 곳곳에서도 한 목소리로 대한독립의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항일독립운동의 이 모든 빛나는 장면들이 지난 겨울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리고 우리 동포들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촛불로 살아났습니다. 우리 국민이 높이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입니다. 위대한 독립운동의 정신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으로 되살아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하고 땀 흘린 모든 분들, 그 한 분 한 분 모두가 오늘 이 나라를 세운 공헌자입니다. 오늘 저는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저마다의 항일로 암흑의 시대를 이겨낸 모든 분들께, 또 촛불로 새 시대를 열어주신 국민들께, 다시금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저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이 날이 민족과 나라 앞에 닥친 어려움과 위기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를 되새기는 날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경북 안동에 임청각이라는 유서 깊은 집이 있습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입니다.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습니다. 아흔 아홉 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합니다. 명예뿐인 보훈에 머물지도 말아야 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합니다.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습니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습니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습니다. 독립운동의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겠습니다.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습니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나라의 이름을 지키고, 나라를 되찾고,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습니다. 그 희생과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젊음을 나라에 바치고 이제 고령이 되신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습니다. 살아계시는 동안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참전명예수당도 인상하겠습니다. 유공자 어르신 마지막 한 분까지 대한민국의 품이 따뜻하고 영광스러웠다고 느끼시게 하겠습니다. 순직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자긍심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겠습니다.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역사에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국민들이 감수해야 했던 고통과도 마주해야 합니다. 광복 70년이 지나도록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고통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강제동원의 실상이 부분적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그 피해의 규모가 다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밝혀진 사실들은 그것대로 풀어나가고, 미흡한 부분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마저 해결해야 합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남북이 공동으로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검토할 것입니다.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이 많습니다. 재일동포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정상화할 것입니다. 지금도 시베리아와 사할린 등 곳곳에 강제이주와 동원이 남긴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그 분들과도 동포의 정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오늘 광복절을 맞아 한반도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의 고조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분단은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힘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없었던 식민지시대가 남긴 불행한 유산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스스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커졌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 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 할 것 없이 평화입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입니다. 평화는 또한 당면한 우리의 생존 전략입니다. 안보도, 경제도, 성장도, 번영도 평화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지 못합니다. 평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없으면 동북아에 평화가 없고, 동북아에 평화가 없으면 세계의 평화가 깨집니다. 지금 세계는 두려움 속에서 그 분명한 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합니다. 전 세계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입니다. 정부는 현재의 안보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의 원칙은 확고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정의입니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입니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적 해결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입니다. 국방력이 뒷받침되는 굳건한 평화를 위해 우리 군을 더 강하게, 더 믿음직스럽게 혁신하여 강한 방위력을 구축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놓을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핵문제의 역사는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해결의 단초가 열렸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유예하거나 핵실험 중단을 천명했던 시기는 예외 없이 남북관계가 좋은 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럴 때 북미, 북일 간 대화도 촉진되었고, 동북아 다자외교도 활발했습니다. 제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점에서도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에 촉구합니다. 국제적인 협력과 상생 없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북한에게는 국제적 고립과 어두운 미래가 있을 뿐입니다. 수많은 주민들의 생존과 한반도 전체를 어려움에 빠뜨리게 됩니다. 우리 역시 원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핵 없이도 북한의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돕고 만들어 가겠습니다. 미국과 주변 국가들도 도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천명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습니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북한이 기존의 남북합의의 상호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의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은 남북공동의 번영을 가져오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킬 것입니다. 경제협력의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아도 자신들의 안보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쉬운 일부터 시작할 것을 다시 한 번 북한에 제안합니다.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협력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합니다. 이 분들의 한을 풀어드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에 대한 조속한 호응을 촉구합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남북이 평화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연이어 개최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의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한반도와 함께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저는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이 기회를 살려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을 제안합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은 역내 안보와 경제협력을 제도화하면서 공동의 책임을 나누는 노력을 함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뜻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우리는 한일관계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일관계도 이제 양자관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 갈 것입니다. 당면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서도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그동안 일본의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양국 간의 과거와 일본의 책임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노력들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인식이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은, 외세에 의해 분단된 민족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보훈은, 선열들이 건국의 이념으로 삼은 국민주권을 실현하여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합시다. 그 과정에서, 치유와 화해, 통합을 향해 지난 한 세기의 역사를 결산하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 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역사의 유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든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며, 이 점에서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 없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치유와 화해, 통합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의 가치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제 지난 백년의 역사를 결산하고, 새로운 백년을 위해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정립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기조도 여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보수나 진보 또는 정파의 시각을 넘어서 새로운 100년의 준비에 다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 다함께 선언합시다. 우리 앞에 수많은 도전이 밀려오고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헤쳐 나가는 일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당당히 외칩시다. 담대하게, 자신 있게 새로운 도전을 맞이합시다. 언제나 그랬듯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이겨 나갑시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완성합시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저력을 확인합시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독립유공자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17-08-15 10:49:15아빠어디가2 (사진=MBC) 방송 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아빠어디가 시즌2’가 우려를 뒤로한 채 선전하고 있어 시즌1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MBC 일요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 시즌1(이하 아빠어디가1)’의 종영 소식에 매주 일요일마다 손녀, 손자 기다리듯 TV앞을 지키던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전에 ‘아빠어디가1’ 종영 한 주 뒤에 ‘아빠어디가2’가 시청자들을 찾아왔고 어느새 3회 방송을 마쳤다. ‘아빠어디가2’는 방송 전부터 ‘아빠어디가1’의 엄청난 사랑으로 인해 어떤 가족이 하차하고 어떤 가족이 투입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굉장했다. 이에 이른바 ‘김진표 캐스팅 논란’까지 생겨 시청자들과 제작진과의 신경전 아닌 신경전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김진표가 논란이 된 이유는 지난 2012년 6월 XTM ‘탑기어 코리아’ 방송 중 추락하는 헬기를 향해 “운지를 하고 만다”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운지’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26일 ‘아빠어디가2’ 1회는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시청률 13%(닐슨코리아, 이하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경쾌한 출발을 알렸다. 이어 ‘아빠어디가2’ 2회는 13.5%, 3회는 12.5%를 기록하며 소폭 하락했지만 일시적인지 지속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캐스팅 논란이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가운데 ‘아빠어디가2’가 관심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아빠어디가2 (사진=방송캡처) 우선 ‘아빠어디가1’의 주역 윤민수와 윤후 부자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윤후는 매회 따뜻한 마음 씀씀이와 다소 엉뚱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 윤후가 ‘아빠어디가2’에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낯익은 목소리. ‘아빠어디가1’의 준수아빠 이종혁이 내레이션을 맡아 마치 화면 어딘가에서 이준수와 이종혁 부자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에 ‘아빠어디가1’ 첫 방송에서 자신의 아들 성준과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던 아빠 성동일이 그동안의 여행을 통해 변화 된 모습을 보이며 성준에게 주지 못했던 사랑을 딸 빈이에게 사랑을 주고 있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빠어디가1 형제특집’의 소중한 김민율이 형 김민국을 대신해 아빠 김성주와 함께 돌아왔다. 그러나 단지 ‘아빠어디가1’의 향수를 남겨뒀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아빠어디가2’의 안정환 아들 안리환, 김진표의 딸 김규원, 류진의 아들 임찬형 세 아이들만의 매력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아빠어디가1, 아빠어디가2 (사진=방송캡처) ‘아빠어디가1’의 애청자였다면 이준수와 송지욱의 무인카메라 체험기를 명장면으로 빼놓지 않을 터. 역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은 다르지 않았다. 안리환과 임찬형 역시 무인카메라를 보고 신기해하며 카메라를 향해 개구진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하며 한껏 들떠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덩실덩실 춤도 춘다. 뿐만 아니라 안리환은 여행 중 가래떡을 먹으면서도 집에있는 엄마와 누나, 이모 것까지 챙기는 속 깊은 마음씨를 드러내는가 하면 임찬형은 깨진 달걀을 보고도 걱정하기 보단 마셔버리는 긍정에너지를 발산하며 눈길을 끌었다. 유독 낯을 가리는 성격을 가진 김규원도 아빠 김진표 앞에서 만큼은 개다리춤을 추며 애교를 부리고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윤후앓이’에 빠져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그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이렇듯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논란에 중심에 섰던 김진표가 아직 아빠로서의 진정성을 담은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걸까. ‘아빠어디가2’의 김진표는 아직 조심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김유곤PD가 ‘아빠어디가2’ 기자간담회에서 “아빠 김진표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졌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던 것처럼 이제 김진표가 시청자들에게도 그 진정성을 보여 줄 때가 됐다. 엄마 없이 보내는 48시간의 여정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 안에서 생생하게 보여 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성장스토리를 담아내겠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다시 한 번 ‘아빠어디가2’를 통해 전달되길 기대해 본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hyein4027@starnnews.com김혜인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4-02-16 13:59:45덴마크 코펜하겐 시내를 걸으며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었다.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원색 옷에 알록달록 모자를 쓴 이 아이들은 방금 막 안데르센 동화에서 튀어나온 듯했다. 아버지가 끄는 '자전거 수레' 속 아이들은 장난기가 넘쳤다. 우리나라에선 '자전거 수레'라고 하면 고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 들판에서 손녀를 태우고 다녔던 빨간 수레를 떠올릴 것이다. 덴마크의 수레는 이보다 훨씬 압축형이다. 대체로 자전거 한쪽 바퀴 위에 수레가 얹혀 있는 스타일이다. 시내 곳곳을 이 '자전거 수레'는 종횡무진 다닌다. 하루 통근자 중 37%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도시이니 오죽하겠나. 자전거 전용도로는 거미줄처럼 잘 짜여 있다. 광장마다 주차 중인 자전거는 산을 이룬다. 여성들은 자전거와 어울리는 패션을 고민한다. 덴마크의 또 다른 아이콘은 흰색 바람개비였다. 시내만 벗어나면 여기저기서 거대한 '윈드 터번(풍력발전기)'이 날개짓을 했다. 이 터번은 지나가는 바람의 97%를 빨아들인다. 현재 덴마크 전역에 설치된 터번은 5000여대. 덴마크는 전력의 20%를 풍력으로 조달하고 있었다. 덴마크 정부는 이 풍력 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에다 2050년엔 화석연료를 아예 쓰지 않을 작정이다. 야심찬 이 계획 뒤엔 세계 1위 풍력설비 제조회사 베스타스가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별볼일 없던 농기구 제조사에 불과했지만,1979년 세계 첫 터번을 만들어내면서 지금은 전세계 풍력발전기의 23%를 조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올해 넘보는 매출액이 10조원이다. 가난한 구두수선공 아들 안데르센이 유년시절을 보낸 오덴세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의 란데르스에 베스타스 본사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페테르 벤젤 크루세 부사장의 명함엔 '바람, 그것은 우리에게 세계 자체입니다'라는 글귀가 박혀 있었다. 그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2015년쯤이면 풍력 발전에 필요한 비용이 화석연료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꿈 같은 에너지 미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변화의 물결은 옆나라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EU)이 '2011년 유럽환경수도'로 선정한 '운하의 도시' 함부르크. 여기서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40%로 늘리는 게 목표다. 함부르크 주정부 예니퍼 베시 환경개발부 부팀장은 "함부르크는 인구수(180만명)만큼 나무가 있는 도시"라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2050년까지 80%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함부르크의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매력적이다. 2001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오염된 엘베강 인근 부지를 재개발, 2030년까지 완벽한 환경 지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골자다. 실제 이곳을 가보니 다양한 신재생에너지가 실험되고 있었다. 건물들에 수소연료를 이용한 중앙난방식 시스템, 태양열, 지열 등을 적극 활용했다. 입주를 앞둔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신사옥은 지하 100m에서 끌어올린 지열을 사용하고 빗물도 재활용하는 시설을 갖췄다. 이달 초 1주일 남짓 환경 저널리즘 연수차 들른 코펜하겐과 함부르크는 이렇게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변혁기를 맞고 있었다. 이제 고개를 우리쪽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의 환경 시계는 지금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09년 현재 1.6%다. 이중 풍력은 0.06%. 물론 덴마크의 세찬 바람과 한반도의 평온한 바람이 같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유럽 선진국의 발빠른 행보를 그저 구경만 할 순 없지 않을까. /jins@fnnews.com
2011-06-17 17:4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