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하대는 최동완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원하는 ‘사람중심 인공지능 핵심원천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사람중심 인공지능 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은 기존 딥러닝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개발 사업이다. 앞으로 5년간 총사업비 3018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이중 인하대는 총 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연구팀은 ‘인간처럼 회상이 가능한 인공신경망 지속학습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과제를 수행한다. 인공신경망에서 기존에 학습된 통합지식을 재생성할 수 있도록 딥 토탈 리콜(Deep Total Recall) 플랫폼을 개발해 인간의 뇌와 같은 프로세스를 구축하려는 연구다. 인간의 뇌는 회상을 할 때 완벽하게 저장된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재창조한다. 그러나 인공신경망은 새로운 지식을 추가 학습할 때마다 기존 지식을 완전히 망각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받아들인 지식을 현재의 관점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는 신경망 지속학습 기술을 개발한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기계학습의 오랜 난제인 안정성-가소성 딜레마(기존 내용을 잘 유지하는 안정성을 강조하면 새로운 지식 학습이 어렵고, 새로운 지식을 잘 학습하는 가소성에 중점을 두면 기존 지식을 망각하는 현상)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간이 기억을 떠올리듯 자연스러운 인공지능이 가능해져 인간과 더욱 비슷한 로봇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딥 토탈 리콜 플랫폼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4족 보행로봇과 치매노인 반려로봇 등에 적용해 실증할 예정이다. 최동완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04-28 10:07:00[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현미경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쥐의 두개골 훼손 없이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가시의 고해상도 형광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최원식 부연구단장팀이 쥐의 두개골을 관통해 신경망 구조를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반사행렬 현미경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은 '반사행렬 현미경'을 새롭게 개발해 기존 현미경의 한계를 개선했다. 이 현미경으로 기존 공초점 현미경으로는 전혀 관찰할 수 없었던 약 1 마이크로미터 굵기의 가는 뇌 속의 미엘린 신경섬유들을 볼 수 있었다.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가시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그 구조가 미세해 기존 현미경 기술로는 두개골을 제거해야만 관찰 가능했다. 연구진은 이 현미경의 성능을 더 높여 질병의 실시간 조기 진단 등 의생명 분야 활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현미경을 소형화하고, 이미징 속도를 증가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빛이 몸을 투과할 때 직진광과 산란광이라는 두 종류의 빛이 생겨난다. 직진광은 생체 조직의 영향 없이 직진하는 빛이며, 이를 이용해 물체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산란광은 생체 조직 내 세포나 세포소기관에 의해 굴절돼 이미지 획득을 방해한다. 또한 뼈 조직은 내부에 미세한 구조들이 많아 빛의 산란이 심하다. 이 때문에 광학 현미경으로 두개골 아래의 뇌 조직을 관찰하면, 이미지가 크게 왜곡되고 노이즈가 심해 물체의 구조를 알아보기조차 어려웠다. 지금까지는 두개골을 제거하거나 얇게 갈아내야만 뇌 조직의 신경망을 볼 수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반사행렬 현미경은 빛의 초점에서만 신호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초점으로부터 산란된 모든 빛을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직진광만을 선택적으로 추출했다. 공동 제1저자인 이호준 학생연구원은 "생명과학 분야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공초점 현미경이나 이광자 현미경에 반사행렬 현미경 시스템을 접목하면 광학 수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공초점 현미경으로는 전혀 관찰할 수 없었던 약 1 마이크로미터 굵기의 가는 뇌 속의 미엘린 신경섬유들을 볼 수 있었다. 공동 제1저자인 윤석찬 연구교수는 "기존에는 관찰이 힘들었던 생체 조직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연구할 수 있어 신경과학 연구의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1월 12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0-12-03 11:01:15[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포유류 종마다 시각 뇌신경망 구조가 서로 다르게 형성되는 원리를 밝혔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시스템 뇌신경과학 분야에서 수십 년간 설명되지 못했던 문제를 이론적 접근과 계산적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답을 제시한 계산뇌과학 연구의 성공적 예시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다양한 종들에 대한 망막 및 시각피질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시각피질이 클수록, 또 망막이 작을수록 연속적 방향성 지도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기존의 연구에서 확인된 포유류 여덟 종의 시각피질-망막 크기 비율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정량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이 결과가 실험에서 관측된 것과 같이 방향성 지도 존재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명확히 나눠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두뇌의 시각피질과 망막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들 간의 정보 추출 비율을 분석함해 특정 포유류 종이 갖는 시각피질의 기능적 구조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다른 종으로 진화가 이뤄질 때, 감각기관의 크기와 같은 지극히 단순한 물리적 조건의 차이에 의해서도 뇌신경망의 구조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다양한 생물학적 구조가 기존의 생각보다 훨씬 단순한 물리적 요소들의 차이에 의해 예측되거나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크기의 망막과 시각피질 사이의 신경망 연결 모델을 시뮬레이션 했다. 두 정보 처리 영역 사이에 대응되는 신경세포의 비율이 달라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두 가지 구조의 기능성 뇌지도가 형성됨을 보이고, 이 결과가 실제 실험에서 관측되는 신경망 구조와 일치함을 증명했다. 백세범 교수는 "뇌 과학뿐만 아니라 계통분류학, 진화생물학 등 생물의 기능적 구조와 관련된 다양한 생물학 분야에서 이론적 모델 연구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재선, 송민 박사과정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의 온라인 자매지 '셀 리포츠' 10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0-03-11 11:22:27[파이낸셜뉴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지난 28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국제 시냅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 대표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두 학교가 서로 긴밀한 연구 협력을 약속하며, 향후 국제적으로 진행될 인간 뇌 신경망 지도 구축 연구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국제 시냅스 프로젝트는 아시아태평양 6개국(한국, 대만, 일본, 중국, 싱가포르, 호주)으로 구성된 연구단이 함께 인간 뇌 신경망 지도 구축을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다. 개별 국가들이 진행할 경우 30년이 걸릴 연구를 공동 협력을 통해 5년 안에 진행해 인간의 뇌질환 및 인지, 행동, 정신을 이해하고 규명할 수 있는 연구혁신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MOU를 통해 DGIST는 슈퍼컴퓨팅·빅데이터센터의 슈퍼컴퓨터, POSTECH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를 연구에 활용하게 된다. 먼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인간의 뇌 신경망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저장·분석한다. 이후 결과를 활용해 뇌의 시냅스간 상호작용 계산 및 관련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DGIST와 POSTECH이 신경과학 및 뇌과학 발전에 이정표를 제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무환 POSTECH 총장은 "지금 시대의 연구는 기관을 넘어 국가간의 협력을 통해 세상을 진일보시키기 위한 더 큰 연구를 시도해야 하는 만큼, POSTECH과 DGIST가 주축이 돼 아태 6개국이 가장 큰 미지의 분야로 남아 있는 신경과학과 뇌과학 분야에서 큰 혁신을 이뤄주길 기대한다"며 "특히 POSTECH에 위치한 3,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획득한 고해상도 뇌 이미지는 인간의 뇌 신경망 회로 구축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DGIST 국양 총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DGIST의 우수한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토대로 창출되는 연구결과들의 확산을 통해서 아태 6개국이 신경과학 및 뇌과학 분야를 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연구성과 창출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가속기연구소는 1994년 한국 최초로 포항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한 이래로 약 6000편의 SCI 논문을 발표하는 등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방사광 연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주도해왔다. 현재 3세대 방사광가속기인 포항방사광가속기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인 PAL-XFEL를 운영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0-01-29 09:16:01한·미 공동 연구진이 만성요통 환자와 정상인의 뇌신경망 차이를 새롭게 밝혀냈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은 임상의학부 김지은 박사와 미국 하버드 의대 비탈리 내퍼도(Vitaly Napadow) 교수 공동 연구팀이 뇌 신경영상(fMRI) 분석을 통해 정상인과 만성요통 환자 간 뇌 신경망 차이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허리의 근육 손상이나 척추관 협착과 같은 직접적·물리적 원인이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요통은 신경병성 만성 통증질환으로 정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 선행연구에서는 말초부터 뇌에 이르는 신경로의 이상이 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됐으나 신뢰할 만한 수준의 대규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한의학연 김지은 박사와 미국 하버드 의대 비탈리 내퍼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통증이 없는 성인(정상군) 54명과 만성요통 환자(실험군) 127명을 대상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 뇌의 기능적 연결망*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분석했다. 또 허리 통증을 조절하는 실험방법을 통해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증감에 따른 뇌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연구팀은 먼저 만성요통 환자의 통증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과 기능적 연결망을 탐색했다. 분석결과, 만성요통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현출성 네트워크와 허리의 감각을 처리하는 일차체성감각피질*간의 연결상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능적 연결상태는 요통 환자의 허리통증이 심해졌을 때 더욱 크게 증가했다. 특히 통증이 심한 요통 환자일수록 현출성 네트워크의 대표적 영역인 앞뇌섬 피질*과 일차체성감각피질 간의 연결상태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만성요통 환자가 평상시 겪는 지속적 통증 상태로 인해 외부자극(통증)을 선별하는 현출성 네트워크*와 허리부위의 통증 감각을 처리하는 피질간 기능적 연결상태가 증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연구팀이 통증에 대한 공포감(pain catatrophyzing)이 큰 만성요통 환자군을 분류해 관찰한 결과, 허리통증이 심한 만성요통 환자일수록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와 앞뇌섬 피질간의 연결상태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통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환자군에서 통증상태를 내재화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통증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페인(Pain)’(피인용지수 6.03) 최신호(7월)에 게재됐으며, 편집자가 뽑은 논문(editor's choice)으로 선정됐다. 한의학연 김지은 박사는 “대표적 한의치료기술인 침 치료를 통해 만성요통 환자의 뇌 기능적 연결상태 변화를 관찰하는 후속연구가 현재 진행중”이라며, “객관적 평가도구인 뇌영상을 활용해 침 치료의 유효성과 기전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의학연 김종열 원장은“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미국 하버드 의대와 지난 2012년부터 공동연구를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며, “미국, 중국 등과 국제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한의학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학연은 최근 미국을 기반으로한 침 연구 분야 최대 국제학회인 미국 침연구학회(The Society for Acupuncture Research, SAR) 연례학술대회의 한국 유치에 성공했으며, 2020년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용어설명 ※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피험자가 원통형의 자기장 안에 들어가 누운 상태로 스크린에 제시된 이미지나 글자를 보면서 어떤 인지 과제를 수행하거나 감정을 느낄 때의 뇌 활성과 그렇지 않을 때의 뇌 활성을 비교함으로써 특정한 행위나 감정과 연관된 뇌 부위를 찾고, 주로 이를 뇌 단면의 해부 구조를 나타내는 영상 위에 색채로 표시해 보여주는 기법 ※ 뇌의 기능적 연결망(functional brain connectivity): 뇌의 각 영역 간 기능적 관계(네트워크, network)를 뜻하는 것으로, 뇌의 기능적 연결망 관찰은 연결망의 형태 및 활성 정도를 관찰해 동시에 일어나는 뇌의 여러 영역간의 기능적 소통을 평가하는 방법임 ※ 일차체성감각피질(primary somatosensory cortex): 대뇌에 있는 영역으로 온몸에서 감각 자극을 일차적으로 처리해 다음 단계로 전달하는 역할을 함. ※ 앞뇌섬 피질(anterior insula): 뇌의 측두엽에 위치한 삼각형 형태의 뇌 부분 중 앞쪽 영역으로 다양한 감정과 관계한 기능을 담당하며 통증자각 및 자율신경 조절에 관여함. ※ 현출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 외부 환경으로부터 들어온 자극·통증에 대한 정보를 감지해 신체적 반응을 나타낼 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선별하는 신경망. ※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활동적인 두뇌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멍한 상태이거나 몽상에 빠졌을 때)에서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으로 내측전전두엽피질, 후대상피질, 두정엽피질에 퍼져 있는 신경망이 이에 해당하며, 주로 자전적 기억, 자기인식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짐.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2019-07-29 10:20:32국내 연구진이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의 복잡한 뇌 신경망을 지도화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뇌 신경 네트워크 연구의 난제를 해결한 이번 성과는 자폐증 등 신경계 질환의 원인과 치료방법 연구에 기여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기능커넥토믹스 세계수준연구센터(WCI) 김진현 박사팀이 미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뇌 속 신경세포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 감정, 학습, 기억, 행동, 판단 등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성은 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다. 기존 두 신경세포간 전기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수천 개에서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얽힌 뇌 신경망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세포를 동시에 관찰하는 영상기술도 동원됐지만 물리적 해상도가 떨어지고 시간과 노력이 지나치게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시드니 브래너 박사는 300여개의 신경세포 지닌 선충의 신경망을 전자현미경으로 지도화하는 데 20년을 투자할 정도였다. 김 박사팀은 20㎚(1㎚는 10억분의 1m) 간격의 시냅스를 광학 현미경으로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는 mGRASP 기술을 개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mGRASP 기술은 최근 생명공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녹색형광물질(GFP)을 두 분자로 쪼개 나뉜 분자(split-GFP)를 이용한다. 일단 쪼갠 분자들은 형광성을 띠지 않는데 두 분자가 공간적으로 가까워지면 다시 형광성을 띠게 된다. 김 박사팀은 'split-GFP' 분자 두 개를 포유동물에서 신호를 주고 받는 각각의 신경세포에 선택적으로 붙여 20㎚의 시냅스(신경세포 접합부)에서만 다시 녹색형광을 띠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시냅스를 찾아내 종전 기술로 거의 불가능했던 복잡한 뇌 신경네트워크 연구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폐증과 같이 신경망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질환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4일 네이처 메서드(Nature Methods)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네이처 편집위원회로부터 "앞으로 가장 많이 인용될 논문들 중 하나"라는 호평을 받았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2011-12-06 17:01:22주식 투자도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같은 흥분을 자아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이런 연구 결과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종종 말도 안되는 투자 행태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된다고 시사했다. 스탠퍼드대 정신신경과 교수인 브라이언 커슨이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측정한 결과 모의 주식?채권 투자를 하는 동안에 피실험자의 뇌혈류가 뇌에서 기쁨을 느끼는 곳으로 몰렸다. 커슨 교수는 “주식을 살 때 뇌를 관장하는 신경망이 성적 오르가슴, 코카인 같은 마약 복용 때 흥분을 관장하는 신경망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게다가 이처럼 흥분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는 이성이 자리잡고 있는 전두피질까지 장악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다른 말로 하면 주식도 섹스처럼 때때로 우리를 미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자들은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한다’는 주류 경제학·재무학 이론인 ‘합리적 기대가설’과는 전혀 다른 설명이다. 이처럼 주식 투자를 할 때 냉철한 이성이 아닌 감정이 지배한다는 가설은 이른바 최근 대두하고 있는 ‘신경재무학’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신경재무학은 뇌의 의사결정 구조를 파악해야 현실 세계의 투자 행태를 알아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신경재무학의 주장은 아직 월가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지만 그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2-03 14:19:45[파이낸셜뉴스] 빅테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디지털 헬스 등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확대되면서 AI 전용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8일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헬스케어, 자동차, 가전 등 AI 서비스 구현에 대한 수요로 오는 2033년 3410억 달러(약 474조원)로 매년 32.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AI 시스템 구현 단계와 서비스 플랫폼은 ‘학습용’, ‘서버용’에 머물러 있다"며 "다음 단계인 ‘추론용’과 ‘엣지 디바이스용’이 본격화되면, AI 반도체 수요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문 연구원은 추론 및 엣지 디바이스용 AI 시스템에 활용되는 2세대, 3세대 반도체의 역할에 주목했다. 특히 프로세싱인메모리(PIM)와 뉴로모픽 등 3세대 반도체는 AI 학습 시 연산처리와 저장장치간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기업도 관련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PIM은 메모리 반도체 내부에 연산 기능을 넣어 데이터 이동 최소화, 연산 속도를 높이는 기술로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해당된다"며 "뉴로모픽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와 동작방식을 모방하여 저전력·고효율 AI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IBM을 포함해 퀄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10-27 19:50:45그는 캐나다 토론토 시내에서 미국 타호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2012년 12월이다. 버스 뒷좌석에 누운 상태로 뉴욕까지 갔다. 거기서 캘리포니아 트러키까지는 기차를 이용했다. 다시 택시 뒷좌석에 드러누워 30분 동안 산길을 올랐다. 그렇게 시에라네바다산맥 북쪽에 있는 타호에 다다랐다. 당시 만난 뉴욕타임스 기자(케이드 메츠)에게 말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앉았던 때가 2005년이었어요. 그것도 실수로 말이죠." 그는 10대 때 어머니를 대신해 실내 난방기를 들어 올리다가 허리를 다쳤는데 그 탓에 50대 후반부터 말할 수 없는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그는 아예 앉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으로 파란을 일으킨 인공지능(AI) 대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77)의 이야기다. 2012년 그 험난한 과정을 감수하고 타호로 간 이유는 컴퓨터과학자들의 연례행사(NIPS) 참석을 위해서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해 가을 제자 두명과 창업한 스타트업 DNN리서치에 관심을 표명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그곳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였다. 백발에 울 스웨터를 즐겨 입고 유머감각이 남달랐던 힌턴은 학자의 삶에 더없이 만족했으나 두 제자의 끈질긴 설득에 거기까지 갔다. 힌턴과 두 제자는 그해 봄 학계와 업계를 발칵 뒤집는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깨고 기계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신경망을 공개한 것이다. 인간 두뇌 속 신경세포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모방한 신경망으로,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이것이 지금 AI 업계를 평정한 딥러닝 기술이다. 힌턴의 딥러닝은 인고의 시간 끝에 나왔다. 그는 쟁쟁한 학자를 대거 배출한 영국 명문가 출신이다. 부친은 곤충학자로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었으며, 팔 하나로 턱걸이가 거뜬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부친의 길을 따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그의 청년기는 방황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물리학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으나 자신의 수학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철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뒤 철학을 포기하고 실험심리학으로 옮겼다가 결국 학계를 떠났다. 졸업 후 부친을 피해 런던으로 가 목수 일까지 했다. 그 생활 속에서도 붙잡고 있었던 주제가 다름 아닌 인간의 뇌였다. "기억의 조각들을 신경세포망을 통해 저장하는 뇌의 활동이 3차원 이미지 조각들을 필름에 저장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10대 때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에 끌려 뇌 연구에 빠졌고, 결국 이것이 평생의 과업이 된 것이다. 그는 언젠가 인간지능 수준으로 생각하고 대화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연구가 인공지능 겨울로 분류되는 1970~1980년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비슷한 지능의 기계 가설은 1950년대에 나왔으나 기술의 벽에 막혀 진전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힌턴이 주목한 신경망 연결주의는 주류였던 마빈 민스키의 기호주의 추종자들에 의해 철저히 배척당했다. 미치광이, 이단아 연구자로 변방의 세월을 보내면서 그가 즐겨 한 말은 따로 있었다. "오래된 생각이 가장 새로운 것이다." 과학자는 누군가 틀렸음을 입증하지 않는 한 생각을 절대로 포기해선 안된다는 의미였다. 결국 힌턴은 역전파 알고리즘을 활용한 딥러닝 기술을 완성해 AI 혹한기를 끝장낸 주역이 됐다. 다시 2012년으로 가보자. 타호에서 그의 DNN리서치를 인수한 곳은 구글이다. 그 후 AI 경쟁은 테크기업을 넘어 국가 간 전쟁으로 판이 극대화됐다. 힌턴은 구글에서 10년을 보낸 뒤 2022년 전격 사퇴했다. 시대를 바꾼 뇌과학자의 오랜 생각과 연구에 파열을 낸 것은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날 수 있는 AI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AI가 가져올 모든 위험을 대비하라고 그는 지금 외치고 있다. 노벨상 수상 회견 때도 했던 말이다. 메아리는 계속 커질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기술의 진보도, 윤리의 고민도 둘 다 한참 아래다. AI기본법도 하세월이다. 그러고도 AI 강국만 외치고 있다. jins@fnnews.com
2024-10-21 18:35:41웹서핑을 하다 보면 종종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다. "저는 로봇이 아닙니다(I'm not a robot)." 이 문장 옆의 박스를 클릭해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까지는 기꺼이 감내하겠는데, 이제 내가 인간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세상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언도 더 이상 명제가 아니라는 것일까. 사실 이는 구글의 봇 방지 서비스로 잘 알려진 리캡차(reCAPTCHA)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클릭 한 번으로 어떻게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마우스 움직임과 쿠키 등 기타 다양한 웹 정보를 종합해 판별한다고 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얼마나 구분하기 어려운지를 판단하기 위해 앨런 튜링이 고안한 튜링 테스트를 인간에게 적용한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 모델은 인간이 만든 튜링 테스트를 통과해야 쓸 만한 인공지능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인공지능의 튜링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인간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클릭하기 귀찮은 마음 한 공기 배부른데 서글픔 한 스푼 추가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보면 마치 튜링 테스트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이미지, 목소리, 글, 비디오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만들어 내고 인간이 만들어 낸 것과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에 튜링 테스트란 마치 "저는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문장을 클릭하는 것처럼 너무나 쉬운 일이 되었다. 그럼 인공지능은 어떻게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었을까. 오늘은 튜링 테스트를 처음 통과한 생성형 인공지능 1세대 이야기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튜링 테스트의 수준을 넘어서기까지 몇 차례 탈피를 거쳤다. 우선 데이터 분산을 바탕으로 한 통계학의 문제 중 하나인 주성분 분석(Principle component analysis)을 인공신경망으로 풀어내는 방식(Autoencoder)이 주목을 받았다. 이때의 인공지능은 그럴듯한 데이터를 만들어 내지만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조금 부족했다. 그 이후로 변곡점 없이 발전을 거듭하던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사건이 발생했으니, 이름하여 적대적 생성형 인공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이라는 기술이다. 이때부터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는 인간이 만든 결과물과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이 기술은 이후 수년간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를 주도했다. 그 어렵다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생성형 인공지능만의 비법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이 고안한 튜링 테스트를 인공지능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튜링 테스트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분하는 평가자의 역할을 하지만, 인공지능의 튜링 테스트에서 평가자는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세상 속 시험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인간인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의 튜링 테스트"라는 문제집을 공부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인터넷과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개체가 대결하는 경제학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개념을 이용해 적대적 생성형 인공신경망 기술을 소개하지만, 사실 인간의 튜링 테스트를 거꾸로 읽어내는 발상의 전환이 깔려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내가 인간임을 증명하고, 인공지능은 이를 자양분 삼아 그들이 더욱 쓸모 있는 존재임을 증명할 것이다. 튜링 테스트를 제안한 앨런 튜링이 살아 있다면 이런 아이러니한 세상을 상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약력 △KAIST 전기전자공학 박사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및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 박사후연구원 △KAIST 뇌인지과학과·바이오및뇌공학과·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AI대학원 교수 △KAIST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저서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상완 KAIST 뇌인지과학과 부교수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2024-10-10 18:2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