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좋아요’ 를 받은 10대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이 초콜릿을 먹거나 돈을 땄을 때 활성화 되는 부위와 동일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과학 정보 매체 사이언스데일리는 31일(현지시간) UCLA에서 13세에서 18세 청소년 32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험에서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에게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소규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게 했다. 이들이 제출한 40개의 사진을 포함, 총 148개의 사진을 컴퓨터로 12분간 보여주고 뇌 영상을 찍었다. 각 사진엔 다른 청소년 참가자들로부터의 ‘좋아요’ 수가 표시된다고 공지됐지만 사실은 연구진들에 의해 할당됐다. 주요 연구자인 UCLA 아동 디지털 미디어 센터의 로렌 셔먼 연구원은 “청소년들은 자신이 제출한 사진이 ‘좋아요’ 를 많이 받았을 때 뇌의 영역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뇌의 중격핵 부분 중 보상과 관련된 영역이 특히 활성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상 영역은 특히 청소년기에 민감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각적 주의력과 사회성을 담당다흔 뇌의 영역이 활성화 되는 것도 관찰됐다. 셔먼 교수는 "동일한 사진을 청소년 절반에게는 ‘좋아요’ 수가 많은 것처럼, 다른 절반에게는 ‘좋아요’를 별로 받지 못한 것처럼 꾸며 보여줬다"며 “청소년들은 ’좋아요’가 많은 사진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은 해당 사진이 다른 친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는지 아닌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심리 과학 저널에 실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djkim@fnnews.com 김동진 기자
2016-06-01 15:09:41인천, 대구, 대전 등 주요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우리나라의 뇌과학 발전을 책임질 ‘한국뇌연구원(가칭)’ 유치에 본격 뛰어들었다. 뇌 분야 연구가 21세기 마지막 미지의 영역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연구원 유치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3월까지 뇌연구원의 설립·운영계획을 확정하고 5월엔 연구원이 들어설 입지 및 유치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뇌’에 미래가 있다 교과부 박항식 기초연구정책관은 12일 “뇌 연구는 21세기 인류가 극복해야 할 최후의 연구 영역으로 꼽힌다”며 “삶의 질 향상과 인간의 능력 개발을 위한 핵심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뇌 분야 국내 총 연구비는 411억원 규모로 일본의 17분의 1, 미국의 164분의 1 수준”이라면서 “국가 차원에서 뇌 연구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선진국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뇌 연구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90년에 ‘뇌 연구 10년’을 선언한 미국은 2007년 총 6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했다. 일본은 연간 1000억엔 이상의 예산을 뇌과학에 투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각국에 뇌 연구의 거점을 확보하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한편 뇌 분야의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난 2007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17%를 차지한 뇌 신경 치료제 시장 규모는 938억달러에 이르며 연간 5%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3조4000억∼7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뇌과학 현황은 최근 우리나라의 뇌 연구 역량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논문 수는 연평균 4∼5% 증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32%가 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뇌 관련 논문 수는 중국, 스웨덴에 이어 세계 13위 수준이다. 투자 효율도 높다. 정부 투자 1억원당 국내 뇌 연구 논문 수는 1.4편으로 일본의 0.7편, 미국의 0.25편을 훨씬 앞질렀다. 하지만 논문인용지수(IF)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또 뇌 관련 특허의 경우 미국이 4876건(50%), 일본이 1476건(17%)을 보유한 반면 우리나라는 89건에 불과하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3년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 기술개발연구 사업단’을 출범시켜 10년 동안 13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등 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자체 유치전 불꽃 현재 한국뇌연구원 유치를 위해 출사표를 던진 곳은 인천과 대전시다. 대구시도 곧 유치전에 가세한다. 인천은 국내 최고의 연구역량을 보유한 서울대와 세계적 뇌과학자인 조장희 박사가 이끌고 있는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인천시 임병익 의료바이오팀장은 “연구역량은 물론이고 입지조건도 인천이 가장 앞서 있다”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바이오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데다 외국 병원도 설립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도 KAIST 등 5개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 유치에 나섰다. 이들은 KAIST의 기초신경과학 및 뇌공학 연구를 비롯해 서울아산병원의 뇌신경 연구와 임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뇌신경 및 영장류 연구, SK의 신약개발 등 역량과 기술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대전시 과학산업과 김영빈 사무관은 “장기적으로 뇌연구원은 ‘융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다양한 연구소가 집중돼 있는 대덕특구에 자리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선택과 집중’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대구시 신기술산업본부 과학기술팀 최운백 팀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뇌과학 분야의 특화된 전문 연구기관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경상북도 및 포스텍과도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2009-02-12 22:34:09인천, 대구, 대전 등 주요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우리나라의 뇌과학 발전을 책임질 ‘한국뇌연구원(가칭)’ 유치에 본격 뛰어들었다. 뇌 분야 연구가 21세기 마지막 미지의 영역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연구원 유치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3월까지 뇌연구원의 설립·운영계획을 확정하고 5월엔 연구원이 들어설 입지 및 유치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뇌’에 미래가 있다 교과부 박항식 기초연구정책관은 12일 “뇌 연구는 21세기 인류가 극복해야 할 최후의 연구 영역으로 꼽힌다”며 “삶의 질 향상과 인간의 능력 개발을 위한 핵심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뇌 분야 국내 총 연구비는 411억원 규모로 일본의 17분의 1, 미국의 164분의 1 수준”이라면서 “국가 차원에서 뇌 연구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선진국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뇌 연구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90년에 ‘뇌 연구 10년’을 선언한 미국은 2007년 총 6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했다. 일본은 연간 1000억엔 이상의 예산을 뇌과학에 투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각국에 뇌 연구의 거점을 확보하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한편 뇌 분야의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난 2007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17%를 차지한 뇌 신경 치료제 시장 규모는 938억달러에 이르며 연간 5%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3조4000억∼7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뇌과학 현황은 최근 우리나라의 뇌 연구 역량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논문 수는 연평균 4∼5% 증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32%가 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뇌 관련 논문 수는 중국, 스웨덴에 이어 세계 13위 수준이다. 투자 효율도 높다. 정부 투자 1억원당 국내 뇌 연구 논문 수는 1.4편으로 일본의 0.7편, 미국의 0.25편을 훨씬 앞질렀다. 하지만 논문인용지수(IF)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또 뇌 관련 특허의 경우 미국이 4876건(50%), 일본이 1476건(17%)을 보유한 반면 우리나라는 89건에 불과하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3년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 기술개발연구 사업단’을 출범시켜 10년 동안 13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등 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자체 유치전 불꽃 현재 한국뇌연구원 유치를 위해 출사표를 던진 곳은 인천과 대전시다. 대구시도 곧 유치전에 가세한다. 인천은 국내 최고의 연구역량을 보유한 서울대와 세계적 뇌과학자인 조장희 박사가 이끌고 있는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인천시 임병익 의료바이오팀장은 “연구역량은 물론이고 입지조건도 인천이 가장 앞서 있다”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바이오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데다 외국 병원도 설립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도 KAIST 등 5개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 유치에 나섰다. 이들은 KAIST의 기초신경과학 및 뇌공학 연구를 비롯해 서울아산병원의 뇌신경 연구와 임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뇌신경 및 영장류 연구, SK의 신약개발 등 역량과 기술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대전시 과학산업과 김영빈 사무관은 “장기적으로 뇌연구원은 ‘융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다양한 연구소가 집중돼 있는 대덕특구에 자리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선택과 집중’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대구시 신기술산업본부 과학기술팀 최운백 팀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뇌과학 분야의 특화된 전문 연구기관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경상북도 및 포스텍과도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2009-02-12 18:34:08사모운용사들과 자문사들이 최근 색다른 분야에 잇따라 투자해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이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달 초 TS트릴리온 지분 11만5000주(0.63%)를 취득키로 했다. 취득규모는 7억7600만원이며, 아이파트너스운용의 자기자본 대비 34.50%에 이른다. TS트릴리온은 지난해 말 상장한 코넥스기업이다. 주력제품은 프리미엄 탈모샴푸로 유명한 'TS샴푸'이며, 홈쇼핑에서 주문량 1위를 기록랄 만큼 입소문이 났다. TS트릴리온의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1억원, 2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58억원, 29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상장 당시 시초가가 660원이었던 TS트릴리온 주가는 최근 7000원선까지 올라 10배가 넘는 상승 폭을 보였다. Pre-IPO(상장전 지분투자)를 진행 중인 이색 비상장사에 눈독을 들이는 자문사와 사모운용사도 눈에 띈다.길투자자문은 최근 파멥신의 지분 1만3153주(6억1800만원 규모)를 사들였다. 길투자자문 자기자본의 12.7%에 해당한다. 악성 뇌종양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인 파멥신은 조만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상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2008년 설립 이후 누적 투자자금이 500억원을 웃돌고,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를 비롯해 녹십자, 유한양행 등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업계에서는 길투자자문이 파멥신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디에스(DS)자산운용도 뇌 재활공학 치료기 연구와 개발, 생산을 담당하는 비상장업체 리메드에 5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이 회사는 경두개 자기장 자극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뇌자극 치료기기 개발이 핵심사업이다. 리메드가 개발한 경두개 자기장 자극기는 뇌졸중이나 치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유럽 등지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아 실제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앞서 리메드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과 기업공개(IPO) 주관계약을 체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투자 노하우가 뛰어난 자문사들이나 사모운용사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색 섹터가 추후 얼마나 성장을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18-06-18 17:04:05공상과학영화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제목 몇 개만 나열해 보겠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토탈 리콜'. 이들은 모두 필립 K 딕이라는 소설가의 책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그중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으로 유명한 토탈 리콜은 필립 딕의 '기억을 도매가로 팝니다'(원제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를 각색한 영화이다. 기억을 편집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숨막히게 전개되는 사건의 밑바탕에는 "인간의 기억을 따로 저장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인간을 정의하는가?"라는 느리고 묵직한 질문이 깔려 있다. 이 두 질문을 연결하기 위해 간단한 사고실험을 해 보자. 기억을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의 함축된 기록으로 본다면 '기억=현실'이라는 명제를 세울 수 있다. 이 명제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을 현실 세계로부터 분리하는 첫번째 질문에 답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경험이 제거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두번째 질문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이 질문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을까. 과거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첫번째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불행히도 긴 대화나 현실 세계의 복잡한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만큼의 기억력을 얻지 못했다. 2022년 언어 인공지능의 대명사인 챗GPT가 등장하니 비로소 필립 K 딕의 첫번째 질문이 민망하지 않다. 최근 공개된 GPT-4o나 구글의 제미나이를 보면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소리의 경계가 없는 기억의 협주다. 이렇게 GPT는 인류의 방대한 지식을 학습함으로써 현실 세계로부터 인간의 기억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다. 인간과 닮은 인공지능이라는 타이틀이 그럴듯하다. 그런데 인공지능 속 기억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이 타이틀이 벌거벗은 임금님의 왕관임을 알 수 있다. GPT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기억방식을 닮아야 한다는 집착을 버림으로써 인간의 기억을 얻는 데 성공했다. GPT의 기본적인 빌딩 블록인 자기 주의집중(Self-attention)은 과거 사건들을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로 맥락 기억을 형성한다. 영화 '컨택트'의 원작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원제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에서는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외계인이 등장하는데-그들의 언어는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없는 원형으로 표현된다-이 외계인의 사고방식이 GPT를 닮았다. 마스킹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지만, GPT의 기억 속에서는 현재 사건이 과거 사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정신 나간 해석일 수 있지만 인공지능에는 신의 한 수다. GPT의 기억은 반도체를 만나 실체화된다. GPT에서는 하나의 빌딩 블록이 헤드(Head)라는 기억의 기본단위가 된다. 이 기억의 조각들에 대한 다양한 연산을 병렬로,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그래픽 처리장치인 GPU이다. 전통적 폰 노이만 방식의 컴퓨터는 연산과 메모리가 분리되어 거대 인공지능에 적합하지 않은 데 비해, GPU는 인공지능의 핵심 연산과 메모리가 고도로 집적화되어 있어 GPT를 초거대 인공지능으로 만든 성장판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GPU는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과 기타 인지기능의 영역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는 인간의 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을 얻은 GPT는 필립 K 딕이 쏘아올린 첫번째 공을 멋지게 받아내었다. 그런데 인간과 다른 기억의 씨앗들을 인간과 다른 기억의 배양판에서 길러낸 GPT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두번째 질문은 다소 모순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GPT에 인간다움을 기대하는 우리는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과 닮은 구석이 있다. 이상완 KAIST 뇌인지과학과 부교수·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2024-11-21 18:01:14브레인유(대표 홍승균)가 CES 2025에서 반려동물 뇌파 기반 마취심도 측정기 ‘VET CAI’로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은 반려동물의 의료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마취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평가받았다. VET CAI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반려동물 마취심도 측정기로, 뇌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반려동물의 마취 상태를 정확히 모니터링하며, 기존에 동물병원에서 활용되던 혈압, 심박수 등의 간접적 지표와 달리, 비침습적이며 무제모 방식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 밝혔다. 브레인유는 인간 뇌파 기반 의료기기 개발을 시작으로 반려동물 헬스케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뇌파 기술의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 입주 이후, 홍릉강소연구특구 및 전문 자문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승균 대표는 “VET CAI는 반려동물의 의료 안전성을 위해 연구해온 결과물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며, “앞으로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동물 의료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브레인유는 2018년 설립 이후 뇌과학 연구 및 의료기기 개발에 집중하며, VET CAI와 같은 혁신적인 헬스케어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2024-11-19 16:22:44[파이낸셜뉴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장경인 교수팀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영전 박사팀과 함께 세계 세번째로 '완전 매립형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배터리 없이도 무선으로 전력과 통신을 전송해 영장류의 본능적 행동에서 발생하는 뇌신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실제로 이 무선 뇌신경 기록기를 원숭이의 뇌에 이식 후, 한달 동안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사료나 간식을 섭취하는 행동 중 뇌신경 신호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장경인 교수는 "영장류가 신경 신호 기록기 이식 여부를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무선으로 뇌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전임상 시험과 임상 시험에도 범용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현재 의공학 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난치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19일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뇌신경 기록기는 영장류의 본능적 행동 연구를 위한 뇌공학 플랫폼 기술중 하나다. 이 장치는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의 뇌와 행동간 관계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한 번의 뇌신경 전극 삽입 수술로 지속적인 신경 신호 기록이 가능하도록 무선 전력 전송과 통신 기술이 적용됐으며, 인공지능 기반의 신경 신호 분석 기술도 함께 접목됐다. 이 기술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난치성 및 퇴행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전자약 기술의 전임상 시험에도 활용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치료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이 기술은 미국의 뉴럴링크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등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뉴럴링크가 영장류가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게 하고, 로잔연방공대가 하반신 마비 영장류를 걷게 한 것처럼, 영장류 실험에서 뇌신경 기록과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뇌 깊숙한 영역의 신경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3차원 다공성 전극과 유연한 신경 탐침, 생분해성 삽입 셔틀 등을 통해 안전하게 뇌에 이식할 수 있어, 뇌신경 회로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를 바이오메디컬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11월 호에 발표했다. 또한 장 교수는 교원 창업 기업인 '엔사이드'를 통해 신규 브레인 칩의 기술 사업화를 추진 중이며, 미국 하버드 대학 및 MIT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해당 기술의 국제화를 진행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11-19 10:37:08[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에 항상 멍하게 앉아 있는 부인이 있었다. 매사에 하는 일이 두렵고 누군가 잡으러 오는 듯한 불안감도 느꼈다. 부인은 어떤 일을 해도 즐겁지가 않았고 가슴이 답답했다. 걷거나 서 있는 것도 힘들어서 항상 앉아만 있었다. 남편이 “도대체 어디가 불편한 것이요?”라고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마치 넋이 나간 것 같았다. 남편은 부인을 데리고 약방을 찾았다. 의원이 진찰을 해 보더니 “이것은 심(心)의 병이요. 제가 약을 처방하고 침치료를 해 볼텐데, 그럼 좋아질 수 있을 것이요.”라고 하면서 환약을 물과 함께 마시게 하고 더불어서 소부혈과 신문혈 그리고 내관혈과 간사혈에 침을 놓았다. 그랬더니 부인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부인은 “눈이 밝아지고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는 것 같습니다. 답답했던 가슴도 시원해졌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은 “앞으로 이 환약을 복용하면서 침치료를 계속하시면 좋아지실 겁니다.”라고 안심을 시켰다. 부인과 남편이 되돌아가자 약방에서 의술을 배우는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원래 심(心)은 군주(君主)와 같은 장기라 병들지 않고 만약 병이 든다 할지라도 약이 없다고 했는데, 스승님은 심병이라고 하면서 치료를 하시니 어떻게 된 겁니까?”라고 질문이었다. 그러자 의원은 “우리 몸의 심(心)에는 2개가 있다. 바로 눈에 보이는 심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심이다. 눈에 보이는 심을 혈육지심(血肉之心)이라고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심은 신명지심(神明之心)이라고 한다. 나는 부인의 신명지심을 치료한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제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신명의 심장이 있다니요?”하고 말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의원들은 유형의 물질에만 집착하고 무형의 기(氣)를 알지 못한다. 유형이란 형이 쌓인 것으로 허하고 실함이 분명히 드러나서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지만, 신(神)은 무형으로 순식간에 변화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무시된다. 그래서 내경에서는 ‘조잡한 의사는 형(形)에 집착하고, 훌륭한 의사는 신(神)을 고수한다’고 한 것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옛날에는 오장은 각기 정신기능이 있다고 여겼다. 특히 심(心)에는 신(神, 정신의 추진)이 깃들여 있다. 심 이외의 다른 장부에도 정신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간(肝)은 혼(魂, 정신의 발동), 비(脾)는 의(意, 정신의 통합), 폐(肺)는 백(魄, 정신의 억제), 신(腎)은 지(志, 정신의 안정)가 깃들여 있다. 이처럼 모든 장기에 정신기능이 있지만 심을 제외하고 다른 장기를 유형(有形)의 장기와 무형(無形)으로 구분하여 설명한 바는 없다. 오직 심만이 유형의 심장과 무형의 신명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때 신(神, 신명)은 심의 정신이면서 나머지 모든 정신활동의 중심이 된다. 제자는 잠자코 듣고 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더니 다시 “그렇다면 신명(神明)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심장의 어디에 있다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의원은 “의서에 보면 심(心)은 신명의 집이라고 했다. 신명이 심에 머문다는 것은 정신과 기억, 감정 등이 모두 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심 중에서도 심을 감싸고 있는 포락(胞絡)에 모인 정화(精華)로운 기운이 바로 신명(神明)이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제자는 “그래서 침치료를 할 때 정신과 관련된 증상은 주로 심포경(心包經)에 있는 혈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의원은 “네가 이제 좀 의안(醫眼)이 생기려나 보구나. 심경(心經) 또한 정신과 관련된 증상을 치료하지만, 여기에는 심포경(心包經)이 주로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부인에게 놓은 침자리인 소부와 신문은 심경에 있고 내관혈과 간사혈은 심포경에 있다. 이들 혈자리는 모두 신명(神明)을 통(通)하게 하는 혈들이다.”라고 했다. 제자가 다시 물었다. “신명을 통하게 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입니까?” 그러자 의원이 답하기를 “신명이 통하면 매사에 신이 난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마치 어지럽게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이 매끄러워진다. 또한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 창밖을 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道)를 아는 것과 같다. 세상만사가 마치 깨끗한 강바닥을 보듯이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신명이 통하는 것이다. 신명이 통하면 한마디로 지혜로워진다.”라고 했다. 신명(神明)이란 한 마디로 말하면 정신이 밝고 맑아 기운이 온 천지에 퍼지는 기운이다. 천지간에 퍼져 있는 신명을 천지신명(天地神明)이라고 해서 소원을 빌기도 했다. 우리는 신나게 일을 할 때 그리고 일이 잘 될 때 ‘신명난다’고 한다. 신명이 나면 자신의 신명을 천지신명이 돕는다. 그래서 안되는 일도 되는 것이다. 제자가 잠자코 있다가 용기를 내더니 “스승님, 얼마 전 서역을 다녀온 의원의 말을 들으니 서역 의원들은 정신이 니환궁(泥丸宮, 머리)의 수해뇌(髓海腦, 뇌)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자 스승은 “서역인들이 인간의 신체를 논함에 뇌수(腦髓)에 신이 깃들여 있다고 하는데, 만약 전적으로 그렇다면 우울하거나 불안이 심하고 잠을 오래도록 자지 못하면 왜 뇌수보다 심장에 먼저 병이 들겠느냐? 반대로 이러한 정신질환을 치료하면 심장이 다시 건강해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 이것을 보면 심장이 바로 신명의 집이요 일신의 주인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제자는 끄덕이더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심에 깃들여 있는 신명(神明)이란 감정과 기억이다. 전통적인 서양의학에서는 감정과 기억을 전적으로 뇌의 영역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에는 뇌와 심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심장은 감정과 함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을 담당하고, 실제 뇌는 논리적 사고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포기억설이 관여하는데, 세포기억설은 우리 몸의 모든 개별 세포에는 그 사람의 과거의 경험과 학습이 모두 기억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세포기억설은 장기이식 이식자가 이식 후 공여자의 성격, 습관을 그대로 닮고 심지어 능력까지 나타낸다는 가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장기이식을 하는 경우, 특히 심장이식 후에 이식을 받은 이식자에게 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고 전에 없었던 언어능력과 그리기 능력, 음악적 재능이 나타내는 것이다. 이 기억과 능력들은 심장을 이식해 준 공여자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장기이식보다는 특히 심장이식 때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가설들을 보면 눈에 보이는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육지심(血肉之心)이라는 가시적인 심장에 신명지심(神明之心)이라는 비가시적인 감정과 기억이 내포되어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몸에는 두 개의 심장이 있다. * 제목의 ○○은 ‘심장’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의학입문> 心, 君臟也, 神明居焉. 心者 一身之主, 君主之官. 有血肉之心, 形如未開蓮花, 居肺下肝上是也. 有神明之心, 神者, 氣血所化, 生之本也. 萬物由之盛長, 不著色象, 謂有何有? 謂無復存, 主宰萬事萬物, 虛靈不昧者是也. 然形神亦恒相因. (심은 군주의 장기니 신명이 거처한다. 심은 한 몸의 주인이요 군주의 관직이다. 혈육의 심이 있으니 형체가 아직 피지 못한 연꽃과 같고 폐의 아래 간의 위에 거처한 것이 바로 심이다. 신명의 심이 있으니 신은 기혈이 화생한 근본이다. 만물이 심으로 말미암아 성장하고 색상을 드러내지 않으니라. 심이 있다면 어디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흔적이 없다는 것을 일컫는다. 만사와 만물을 주재하여 허령하여 어둡지 않은 것이 이 심이니라. 그래서 형체와 정신이 또한 항상 서로 원인이 된다.) <동의보감> 回春曰, 心者一身之主, 淸淨之府, 外有包絡以羅之. 其中精華之聚萃者, 名之曰神, 通陰陽, 察纖毫, 無所紊亂. (회춘에 “심은 우리 몸의 주인이고 청정한 곳인데 밖으로는 포락이 감싸고 있다. 그 중에서 정화가 모인 것을 신이라 한다. 신은 음양을 통하고 아주 미세한 것까지 살피면서도 혼란함이 없다”고 하였다.) <경악전서> 凡 經曰: “得神者昌, 失神者亡”, 卽此之謂. 今之人, 多以後天勞慾, 戕及先天, 今之醫, 只知有形邪氣, 不知無形元氣. 夫有形者, 迹也, 盛衰昭著, 體認無難, 無形者, 神也, 變幻倏忽, 挽回非易. 故經曰: “麤守形, 上守神”. 嗟呼! 又安得有通神明而見無形者, 與之共談斯道哉? (내경에서 말한 “신을 얻으면 번창하고, 신을 잃으면 망한다”가 바로 이를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후천의 노욕으로 선천까지 손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의사들은 무형의 원기를 알지 못하고 유형의 사기만을 알 뿐이다. 유형이란 형이 쌓인 적이니 왕성과 쇠약이 분명히 드러나서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지만, 무형이란 신으로 순식간에 변화하여 한번 손상되면 만회가 쉽지 않다. 따라서 내경에서는 “조공은 형을 고수하고, 상공은 신을 고수한다”고 하였다. 아! 어떻게 신명을 통하여 무형의 원기를 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이 도를 함께 이야기하겠는가?)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11-13 17:00:02[파이낸셜뉴스] 최근 의학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문제의 '근본'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동서양 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참다참다 아파서 가는 병원'이 아닌,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으러 가는 병원'이 되도록 '기능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최근 소설가 '한강' 작가가 선정되어 많은 화제가 된 노벨상은 각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 중, '의학' 분야에서 노벨상 다음가는 권위를 자랑하는 것이 '래스커 상'이다. 노벨상 탄생으로부터 정확히 50년 후 생긴 래스커상은 기초의학, 임상의학, 의학 특별 공적 등의 분야로 이뤄진다. 최근 20년간 '노벨상을 받은 래스커상 수상자'가 32명이나 되어 '노벨상의 전 단계'라고도 불린다. 지난 19일, 2024 래스커상 '임상의학' 부문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무려 3명이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성과는 동일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의 개발이 그것이다. GLP-1은 사람의 장에서 분비되는 음식물 소화 호르몬으로,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한다. 별도의 음식물 섭취 없이 이 호르몬이 들어오면, 식욕을 줄여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가 크다. GLP-1의 본래 목적은 인슐린 분비 촉진을 위한 당뇨병 치료제였으나, 다른 효과들이 발견되며 위고비(Wegovy)라는 이름의 비만치료제로 재탄생했다. 흔히들 '씹는 유산균'으로 불리는 위스콘신 유산균이 체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없애는 플란타룬 균주가 다량 함유되어 뒤늦게 각광을 받은 상황과 비슷한 셈이다. 피하주사 형태로 나온 위고비는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3곳에서 핵심 작용을 한다. 위에서는 음식물이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이 증가해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고, 혈관에서는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끝으로,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데, 지난 2월 소개한 '다이어트도 경영이다' 칼럼을 통해 밝힌 펜타민(나비약)과는 다르다.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뇌의 중추를 억제하는 형식의 펜타민은 항정신상 의약품에 속하며 감정변화, 불면증, 대사체계 붕괴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하는데, 위고비의 경우에는 위장관 호르몬(인크레틴, Incretin)을 통한 조절이기에 이같은 부작용이 없다. 최근, 세계 10번째로 한국에서 위고비 판매가 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국내 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 중 3분의 2가 위고비 처방을 원한다 하고,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유사 가품(짝퉁) 사례들까지 나올 정도다. 식약처에서도 위고비 해외 직구를 단속한다는 지침까지 발표했다. 위고비를 맞으면 모든 비만이 치료될까?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은 당연히 "NO"다.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비만 경험자들이 느끼겠지만, 비만 치료는 결코 획일적인 처방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 상태에 가장 맞는 약을 선택해야 하고, 용량 부분에서도 시기와 효과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식단과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은 당연한 영역이다. 실제로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며 만난 환자들은 너무도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잘못된 식습관, 수면문제, 장건강문제, 갱년기, 소아비만,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 제각각의 원인이 있고, 이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지 않으면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이 계속 반복될 뿐이다. 오히려 평소보다 부족한 영양섭취로 건강만 악화될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위고비는 비만환자의 절대적인 '치료제'는 아니지만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의사를 통해 약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는 처방을 받으며, 지속적인 밀착관리를 받아야 위고비는 '솔루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구매'가 아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 이것이 한국 시장에 상륙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정의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10-25 16:37:50[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의료 국내 1호 상장기업 제이엘케이는 자사의 뇌졸중 MR 기반 솔루션 'JLK-PWI(Perfusion Weighted Imaging)'가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Pharmaceuticals and Medical Devices Agency)의 인허가를 획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JLK-PWI는 뇌 MR 관류 영상에서 비가역적 뇌손상이 발생한 영역과 혈액 공급이 지연돼 있는 영역을 자동으로 분석해 뇌혈관 재개통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다.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의 인허가를 획득한 JLK-CTP(뇌 CT 관류 영상 분석 솔루션)와 함께 급성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혈관 재개통으로 살릴 수 있는 뇌영역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위급한 뇌졸중 환자 치료 방침 결정을 위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초급성기 뇌경색 환자의 혈전제거술(EVT)을 포함해 응급 수술(시술)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어 급성 뇌경색 환자의 예후 개선에 도움을 준다. JLK-PWI 지난 8월 FDA 인허가 신청도 완료한 바 있다. 회사는 이번 PMDA 인허가 획득이 FDA 승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의 인허가 획득을 바탕으로 유럽, 동남아, 남미 등 글로벌 주요 시장으로의 확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JLK-PWI 인허가 획득은 최근 미국, 일본 인허가를 동시에 획득한 JLK-CTP 솔루션에 이은 두 번째 뇌졸중 솔루션 일본 인허가 획득”이라면서 “이번 승인으로 제이엘케이의 글로벌 시장 확장이 한층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뇌관류 CT와 MR 솔루션 인허가를 모두 획득한 제이엘케이가 일본 의료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완벽히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본 시장 진입이 한걸음 빨라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잠재력이 풍부한 일본 시장에서 관련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갈 방침이다. 일본 보건당국에 따르면 일본은 7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 전체 의료비의 39.8%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적 의료 보험으로만 사상 최대인 연간 약 47조3000억엔(약 437조원)에 달하는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으며, 뇌졸중과 같은 고비용 질환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 등 첨단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AI 의료시장은 2030년까지 89억달러(약 1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관련 산업 역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어 의료진이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술인 의료 AI가 일본 의료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제이엘케이 김동민 대표이사는 “세계 3위의 의료시장을 가진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로 뇌졸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한국과 유사하게 MRI에 대한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CT와 MRI 모두 대응이 가능한 솔루션 구성으로 제이엘케이 의료 AI 솔루션이 일본 의료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일본 시장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와 같은 다른 주요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중요한 관문이 된다”라면서 “미국,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인허가와 시장 진입은 제이엘케이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4-10-24 11:4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