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비금융자산의 약 75%를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국부가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증가율(11.1%)의 5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주택가격 시가총액은 약 343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자산에서 또한 부동산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가계의 순자산도 감소했다. 가구당 순자산은 5억2071만원으로 전년 대비 4.1% 줄었다. 부동산에 자산이 쏠려 있는 만큼 우리나라 국부와 가계자산이 부동산 경기에 따라 좌우된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국민대차대조표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국민순자산은 2경380조원으로 전년 대비 441조5000억원(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 1998조8000억원(11.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했다. 국민대차대조표는 국민경제 전체 및 개별 경제주체가 보유한 자산의 규모 및 변동상황을 기록한 표로, 우리 경제의 생산능력과 국부를 파악할 수 있는 '국가경제 재무제표'다. 국부 증가세가 주춤한 건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김민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 B/S팀장은 "증가폭 둔화는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비금융자산의 명목보유손익 감소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부문 투자 등 '자산 거래'보다는 주택가격 시가총액이 감소하는 등 '자산가격 하락' 영향으로 손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주택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주택시가총액은 1년 새 342조8000억원 증발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였던 2021년 시총이 772조1000억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총은 2021년 13.4%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5.2% 감소, 전체 시총은 6209조원으로 집계됐다. 토지자산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1경489조원으로, 토지와 건물 가격 하락에 부동산자산(토지+건물자산)이 감소(-0.2%) 전환했다. 이에 따라 비금융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감소(77.1%→75.8%)했다. 다만 여전히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 '부동산으로 자산 쏠림'이 계속됐다. 부동산 자산이 전체 자산의 4분의 3에 달하는 가계에서도 순자산은 감소했다. 2008년 제도부문별 순자산 통계 편제를 시작한 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1경1237조원으로 전년 대비 317조8000억원(2.8%) 감소했다. 김민수 팀장은 "주택자산을 중심으로 비금융자산이 감소 전환(-302조7000억원)한 데다 주가 하락에 금융순자산도 소폭 감소(-15조1000억원)한 데 기인하다"고 설명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4.6%로 이 중 주택이 51.0%, 비주택이 23.6%다. 현금 및 예금 비중은 20.4%에 그친다. 가구당 순자산 또한 2021년 5억4301만원에서 지난해 5억2071만원으로 감소한 걸로 추정됐다. 1년 새 4.1% 줄어든 것이다. 부동산에 자산이 편중된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지난해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가구당 순자산은 줄고 국부는 증가세가 큰 폭 둔화됐다. 한편 국제비교를 위해 시장환율로 환산한 결과 우리나라 가구당 순자산은 40만3000달러로 미국(111만1000달러), 호주(99만9000달러), 캐나다(71만4000달러)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2021년 기준 일본의 가구당 순자산(49만2000달러)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구매력평가환율로 환산한 결과 가구당 순자산은 62만6000달러로 2021년 영국(66만1000달러), 프랑스(65만5000달러)와 유사한 수준이었고 일본(52만9000달러)보다 높았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창훈 기자
2023-07-20 18:09:39[파이낸셜뉴스] 근로복지기본법과 시행령에 있는 '대차대조표'라는 용어가 '재무상태표'로 바뀐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다음달 1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복지기본법에서는 기존 '대차대조표' 단어가 '재무상태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시행령도 개정했다. 국어학계는 물론 회계전문가 사이에서도 '대차대조표'라는 용어가 일본식 표현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재무상태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재무·회계와 관련 있는 다른 법에서도 표현이 바뀌는 추세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3-05-23 10:12:30[파이낸셜뉴스] 테슬라의 비트코인(BTC) 투자 발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비트코인 투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책임있는 기업이라면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투자 조언이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러나 업계 전반적으로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 결정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이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인정 받았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비트코인 안하는 기업 무책임"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짐 크래머(Jim Cramer)는 9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서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이 없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재무담당자는 이사회에서 '현금 일부를 비트코인에 넣어야 하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래머는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하는 현금에 대한 좋은 헤지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짐 크래머는 CNBC '매드 머니(Mad Money)'의 진행자로 전 헤지펀드 매니저다. 지난 해 12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바 있다. 현재 그가 어느 정도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필 디지털자산책임자도 지난 3일(현지시간)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2020년에 기관은 비트코인을 물가상승의 헤지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모건스탠리도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CEO도 비트코인 예찬론자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해 8월부터 비트코인 매수를 시작했다. 달러 헤지를 위한 것으로 현재 34억달러(약 3조80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에 대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적극적인 투자는 마이클 세일러 CEO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러 CEO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지분 23.7%를 보유하고 있으며, 72%의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어 회사의 운영과 투자에 비교적 자유롭다. 세일러 CEO는 지난 해 12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비트코인 매입을 권하는 트윗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주주에게 1000억달러(약 110조7000억원)의 혜택을 제공하고 싶다면 대차대조표를 달러에서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라"며 "S&P500에 있는 다른 회사들도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가 그의 조언을 따랐는 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확실한 사실은 그의 트윗이 있은 지 약 한달 반만에 머스크가 이를 따랐다는 것이다. 이더리움도 신고가 기록 테슬라가 15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시장은 요동쳤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8일 3만8000달러(약 4200원)에서 9일 4만8000달러(약 5300만원)로 급등, 신고가를 기록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4만6200달러(약 5100만원)다.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시가총애 1위의 비트코인의 움직임에 다른 코인들이 편승한다는 점에서 전체 시장에 활기가 생겼다. 이더리움(ETH)도 이날 1815.96달러(약 200만원)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이더리움은 1780달러(약 197만원) 선이다. 탈중앙금융(디파이) 프로토콜에 대한 수수료 증가로 이더리움에 대한 수요도 더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최대 가상자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은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를 꺼리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펀드 상품인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트러스트'는 1월 말 현재 관리 자산이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넘는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1-02-10 14:29:20지난해 국민경제 전체 순자산이 약 8% 늘어났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확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가구당 순자산(자산-부채)은 지난해 기준 4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가하락으로 가계의 금융자산이 감소하면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을 넘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18년 국민 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순자산은 1경5511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2%(1174조4000억원) 증가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1893조5000억원) 대비 국민 순자산은 8.2배 수준이다. 지난 2017년 7.8배보다 상승한 것이다. 이는 토지 등 비금융자산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부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 순자산 가운데 비금융자산은 1경5049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늘었다. 비금융자산 중에선 토지자산이 8222조6000억원으로 7.6% 증가했다. 전체 비금융자산 증가율보다 더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이에 따라 토지자산이 전체 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3년 53.1%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지난해 54.6%를 나타냈다. GDP 대비 토지자산 비율은 2015년 407.1%에서 지난해 434.3%로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치(437.6%)에 근접한 것이다. 한은은 "전국적으로 택지개발이나 신도시·혁신도시 개발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토지 가치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비금융자산 가운데 건설자산(5038조6000억원)도 6.8% 증가했다. 국민 순자산 가운데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은 461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1조4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감소세(-59조3000억원)였던 순금융자산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순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지난 2017년 2617억달러에서 지난해 4130억달러로 증가했다. 전체 가계자산을 가늠할 수 있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은 8726조1000억원으로, 전체 국민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57.7%에서 지난해 56.3%로 소폭 줄었다. 주택자산 증가폭이 커졌지만 주가하락 등으로 금융자산 증가폭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가구당 순자산은 4억1596만원으로 추정됐다.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지난해 평균 구매력평가환율(달러당 860.51원)로 보면 가구당 순자산은 48만3000달러, 시장환율(달러당 1100.56원)로는 37만8000달러다. 호주,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가계자산의 부동산 쏠림은 다른 국가보다 큰 편이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 중 비금융자산 비중은 77.8%로 호주 73.7%, 프랑스 66.8%, 영국 55.0%, 캐나다 53.6%, 일본 42.6%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았다. 한편 한은과 통계청은 국민경제 구조변화에 대응해 국민대차대조표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대차대조표 통계의 기준 연도를 2010년에서 2015년으로 개편했다. 개편 결과 지난 2015년 말 우리나라의 국민 순자산은 1경2729조7000억원으로 기존(1경2361조2000억원) 대비 368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09~2017년 중으로는 기존 대비 연평균 312조1000억원(2.9%)이 증가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19-07-17 18:21:46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방지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외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골드만삭스와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가 보도했다. 올해초 연준은 9월까지 대차대조표 축소를 할 것이라고 시사했으나 두 업체의 전략가들은 앞당겨 마무리함으로써 금리 인하와 함께 경제 성장 둔화를 방지해주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거시전략가 조지프 캘리시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면서도 대차대조표를 계속 늘리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으로 대차대조표가 4조5000억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다가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지난 2017년 10월부터 줄이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 금리를 네차례 인상했다. 그러나 미국이 주요 교역상대국인 중국과 멕시코와의 무역 전쟁, 여기에 일부 경제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오자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하는 쪽으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또 지난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당초의 3회 금리 인상 전망을 0으로 재조정하고 회의후 성명에서 앞으로 통화정책과 관련해 ‘인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경제 성장 둔화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적절한 조치를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투자정보업체 비안코리서치의 제임스 비안코 사장은 미국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현재 거의 없는 상태라며 이로인해 연준이 다음달부터 금리를 네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C와 인터뷰에서 그는 연준이 앞으로 1년동안 금리를 4회 인하, 이중 3회는 앞으로 있을 세차례의 FOMC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시장도 금리를 인하해도 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비안코는 연준이 시장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현재 시장은 금리가 인하됐던 1980년대와 1990년대와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금리 인하가 주식 시장에도 호재였다며 이번에도 단행된다면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19-06-23 15:38:5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방대한 액수의 미국 국채(TB)와 주택대출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재난의 벼랑 끝에서 건져 올렸다. 양적완화(QE)로 알려진 그 구조(救助)는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연준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은 전례 없이 큰 규모인 4조5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연준은 2014년 채권매입을 중단했지만,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덜어내는 작업을 미국 경제가 양호하고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비돼 있다고 판단될 때까지 의도적으로 삼가 왔다. 그랬던 연준이 이제 대차대조표 줄일 때가 왔다고 보고 10월 그 작업을 개시키로 했다. ◆ 연준 채권매입의 영향 연준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 4조5000억 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근 4분의 1에 해당한다. TB와 MBS 수익률을 낮춤으로써((채권 가격 상승), 연준은 미국정부가 예산적자를 TB 발행을 통해 메우는 비용을 덜 들이게, 주택 구입자들이 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더 쉽게 만들었다. 연준은 미국 달러로 돈을 빌리는 중국과 여타 신흥시장 국가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낮춰 주었다.연준의 채권매입은 TB 가격을 올려 투자자들이 대신 주식을 사도록 권장했다. 이런 식으로 연준은 2009년 이래 주식 가격의 대폭 상승에 연료를 제공했다. ◆ 긴축의 다른 방식 대차대조표 축소는 긴축의 다른 방식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것이 단기금리 인상보다 심지어 더 큰 영향을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연준이 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한 중요한 버팀목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어서 이에 따른 우려가 만만찮다. ◆ 사상초유의 실험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는 이전에 없었던 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그래서 투자자들과 차입자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섣불리 예상하지 못한다. 2013년 5월 당시 연준 의장 벤 버냉키가 연준이 채권매입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자 금융시장이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금융시장에서는 그 현상을 ‘긴축 발작’이라는 신조어로 불렀다. 그에 이은 장기금리 인상은 미국 주택산업과 신흥시장을 강타했다. “채권을 덜 사들이겠다”가 아니라 “가진 채권을 줄이겠다”고 연준이 나섰으니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 위험을 알면서도 단행하는 자산축소 일부 연준 관리들은 연준의 대규모 채권보유가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해 투자자들이 정상보다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도록 한다고 우려해 왔다. 연준이 MBS를 보유함으로써 경제의 여타 부문들에 비해 주택산업을 선호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이유 외에 정치적 압력이 더 연준을 더 많이 움직였다. 미국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규모 예산적자를 끌고 가는 것을 쉽게 해 주려고 연준이 QE를 동원한다고 비판해 왔다. scottnearing@fnnews.com 송철복 기자
2017-09-21 09:27:54달포 뒤면 한 해가 저무는 세밑. 달력 낱장들이 뜯겨져 나간 탓일까. 너널너덜해진 달력에서 희로애락이 물씬 묻어난다.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세월의 편린들. 세상사가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기에 달력은 그리움이 되고 향수가 된다. 한 해를 되짚게 되는 까닭이다. 회한으로 얼룩지지 않은 세월이 어디 있으랴. 뭉뚱그려 허허롭다. 상실감이랄까. 달랑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처연하다. 종이가 귀한 시절, 달력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다. 달, 날, 요일, 이십사절기, 행사일이 꼼꼼하게 박혔으니 서민들에겐 이만한 수첩도 없었다. 그 위에 생일과 기일, 결혼식 등 가족의 기념일을 얹히면 스마트폰 부럽지 않았다. 공과금 수납일, 빌려준 돈 받는 날, 이자 내는 날도 기록했다. 추억의 여행지는 물론 더러는 연인 이름을 전신부호처럼 표시했다. 달력은 가계부였으며 일기장이었다. 교과서가 닳을세라 겉장을 싸는 데도 그만이었다. 부드럽게 바스락거리는 동네 한의원·금은방 일력(日曆)은 화장지 대용품이었다. 그때 그 시절, 달력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연말연시 달력 구하기 전쟁은 흔한 풍경이었다. '달력 확보 능력=권력'으로 통했기에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동분서주했다. 달력은 한국경제 변천사를 투영하고 있다. 1950∼60년대는 산아제한, 절약 등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계몽운동 문구가 적힌 달력이 주종을 이뤘다. 경제부흥기에 들어선 1970∼80년대는 은막의 스타들이 달력 모델이었다. 달력은 연예인의 등용문이었다. 인테리어 개념으로 바뀐 건 1990년대 이후부터. 유명 화가의 그림을 담은 달력이 인기다. 달력 찍어내는 소리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식이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달력 인심이 박해졌다는 것이다. 한 해 주문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금융권이 대폭 줄였다니 실감 난다. 850만부로 지난해(945만부)에 비해 10%나 줄었다. 경영실적 악화가 이유이긴 해도 스케줄 관리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사용 확대가 결정타다. 시대는 변했지만 또르르 말린 달력을 펼쳐 들면 가슴 설레는 건 변함이 없다. 인류 지혜의 산물 중 하나라는 달력. 영어로는 캘린더(calendar)다.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의미는 대차대조표다. 말하자면 기업의 결산처럼 재정 상태를 도식화한 표, 우리네 삶에 다름 아니다. 삶을 자산에 빗대자면 빚진 부채와 베푼 자본이 있는 것이다. 달력은 어쩌면 지나온 삶을 청산하라는 깊은 뜻을 담고 있음이랴. 지금 당신은 어떤 좌표에 있는가. joosik@fnnews.com 김주식 논설위원
2013-11-21 16:56:07자산가치가 급락하며 대차대조표상 자산과 부채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대차대조표 경기후퇴'에 금융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상임자문위원은 16일 연구보고서 "대차대조표 경기후퇴를 막도록 부실차단, 유동화와 함께 새로운 금융자산 공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자문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80%는 부동산이지만 부동산 경기 위축 심화로 인해 주택가격마저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 빚을 갚아도 자산과 부채의 차이가 오히려 벌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빚이 많은 중산층 이하 계층은 부채 부담이 가중돼 결국 중산층 붕괴라는 파국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속한 정부개입을 통해 민간주체의 채무조정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며 "적극적 채무조정, 유동화와 시장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부실자산 이전, 유동화를 제안했다. 은행의 부실자산을 정부가 사들여 대차대조표상 차이 확대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전된 부실자산은 유동화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처리한다. 금융 취약계층의 부실이 다른 계층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용연계대출 등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안됐다. 그는 담보부 유동화 증권(커버드본드)도 발행해 부동산 경기침체를 막고 자산가격 안정을 도모하며, 각종 민간회사와 연기금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펀드'를 조성해 부실대출을 사들일 필요성도 제기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2012-09-16 15:17:15자산가치 하락과 함께 유동성 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오르고 가계 부실이 가시화되면서 한국판 ‘대차대조표불황(balance sheet recession)’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8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식, 펀드, 부동산 등 1년 전 올랐던 자산가치가 빠르게 붕괴되면서 한국에서도 이미 진행 중인 미국식 ‘가계발 대차대조표불황이 진입 국면에 있다”고 밝혔다. 대차대조표불황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강조해 주목받은 불황 개념으로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기업이나 가계의 부채 부담이 커졌을 경우 발생한다. 즉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경제 주체는 채무 과다 상태를 해소키 위해 차입금을 최우선적으로 상환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풀어도 소비나 투자의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은 해외조사실 정훈식 부국장은 “일본이 기업발 ‘대차대조표불황’으로 장기 침체를 경험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밝혔다. 우리도 ‘재고 증가→소득 하락→소비 위축→경기 침체→재고 감소→경기 반등’ 등의 통상적인 경기순환 패턴이 ‘자산가치 하락→부채 증가→소비 악화→내수 침체→경기 위축→물가 하락’ 등 비정상적인 경기 패턴으로 왜곡돼 대차대조표불황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기업들의 ‘유동성 사재기’만 극심할 뿐 돈이 돌지 않고 고금리로 기업과 가계의 부채만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한국은 가계부채가 워낙 높은 데다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 최근 부동산 버블 붕괴와 맞물려 대차대조표불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가 지난해 1.48배로 지난 97년(0.80배)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해 가계발 대차대조표불황 가능성을 높게 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도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대차대조표불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가계발 대차대조표불황과 함께 유동성 위기로 인해 과거 일본 기업들이 90년대 ‘잃어버린 10년’ 기간에 겪었던 기업발 대차대조표불황이 한꺼번에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는데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오랫동안 잠재된 가계쪽 부실이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로 기업이 타격을 받아 실업이 늘어나면 그 부실고리가 가계로 다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연구원은 또 “우리나라는 유동성위기에 취약해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 등 양쪽에서 모두 부실 위협이 있다”며 “대차대조표불황이 올 경우 가계보다 기업에서 먼저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용어설명//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자산가치 하락으로 부채비중이 커지고 가계와 기업이 채무 초과 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최우선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소비나 투자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음.
2008-12-08 22:25:00자산가치 하락과 함께 유동성 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오르고 가계 부실이 가시화되면서 한국판 ‘대차대조표불황(balance sheet recession)’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8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식, 펀드, 부동산 등 1년 전 올랐던 자산가치가 빠르게 붕괴되면서 한국에서도 이미 진행 중인 미국식 ‘가계발 대차대조표불황이 진입 국면에 있다”고 밝혔다. 대차대조표불황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강조해 주목받은 불황 개념으로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기업이나 가계의 부채 부담이 커졌을 경우 발생한다. 즉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경제 주체는 채무 과다 상태를 해소키 위해 차입금을 최우선적으로 상환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풀어도 소비나 투자의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은 해외조사실 정훈식 부국장은 “일본이 기업발 ‘대차대조표불황’으로 장기 침체를 경험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밝혔다. 우리도 ‘재고 증가→소득 하락→소비 위축→경기 침체→재고 감소→경기 반등’ 등의 통상적인 경기순환 패턴이 ‘자산가치 하락→부채 증가→소비 악화→내수 침체→경기 위축→물가 하락’ 등 비정상적인 경기 패턴으로 왜곡돼 대차대조표불황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기업들의 ‘유동성 사재기’만 극심할 뿐 돈이 돌지 않고 고금리로 기업과 가계의 부채만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한국은 가계부채가 워낙 높은 데다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 최근 부동산 버블 붕괴와 맞물려 대차대조표불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가 지난해 1.48배로 지난 97년(0.80배)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해 가계발 대차대조표불황 가능성을 높게 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도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대차대조표불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가계발 대차대조표불황과 함께 유동성 위기로 인해 과거 일본 기업들이 90년대 ‘잃어버린 10년’ 기간에 겪었던 기업발 대차대조표불황이 한꺼번에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는데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오랫동안 잠재된 가계쪽 부실이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로 기업이 타격을 받아 실업이 늘어나면 그 부실고리가 가계로 다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연구원은 또 “우리나라는 유동성위기에 취약해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 등 양쪽에서 모두 부실 위협이 있다”며 “대차대조표불황이 올 경우 가계보다 기업에서 먼저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용어설명//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자산가치 하락으로 부채비중이 커지고 가계와 기업이 채무 초과 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최우선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소비나 투자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음.
2008-12-08 17:3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