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120원 커피 원가’ 발언을 겨냥한 현수막 게시를 허용하면서 민주당 등이 지난해 총선 당시 문제가 된 ‘875원 대파’ 사례를 가져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문제 제기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3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120원 커피 원가’ 문구가 담긴 현수막에 대해 “누가 봐도 특정 후보를 연상케 하는 후보자 비방 현수막이다. 심지어 누가 건 것인지 명의도 없는 현수막”이라며 “그런데도 선관위는 이 현수막이 ‘특정 후보를 연상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현수막 게첩을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행안위원들은 “이 현수막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게 분명하다. 공직선거법 제90조 1항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 현수막을 일반적인 투표 독려 활동으로 판단한 선관위의 자의적 해석을 어느 누가 상식적이라 볼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875원 대파'를 거론했다. 행안위원들은 “‘커피원가 120원’이라는 문구는 가능하다고 한 선관위는 지난해 총선에서는 ‘875원 대파’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찾은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는 발언을 한 뒤 "물가를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기 위한 소품으로 대파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펼쳤다. 당시 선관위는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유권자 질의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하는 정치적 행위를 할 경우 다른 선거인에게 심적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밀 투표 원칙도 깨질 수 있는 만큼 공직선거법에 따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후 유권자 안내 내부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행안위원들은 “그때는 불가능했던 일이 지금은 가능한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선관위가 말하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선거 관리인가”라며 “상식에 기반한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는다면 행안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커피 120원’ 문구 사용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5-27 15:01:00[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커피 한 잔 원가는 120원, 판매가는 8000~1만원”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5만원 받고 땀 뻘뻘 흘리며 한 시간 (닭을) 고아서 팔아봐야 3만원밖에 안 남지 않냐. 그런데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알아보니 원가가 120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발언 확산되며 거센 반발 이 후보의 발언은 주말 사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177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이날 “커피 원가에 임대료, 인건비, 전기세, 수도세 등등 비용이 포함되는 것도 모르면서 경제를 운운할 수 있나”, “저게 진짜면 망하는 카페가 나오겠느냐”, “정몽준(전 의원)이 버스비 70원이라고 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등의 비판이 줄이어 올라왔다. 국민의힘도 "시장 경제에 대한 무지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이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자신의SNS를 통해 “커피믹스 한 봉지도 120원이 넘는 시대인데 인건비, 임대료, 카드 수수료에 시달리며 하루 12시간씩 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폭리 취하는 장사꾼처럼 몰아갔다”며 “이 후보의 발언에 커피로 생계를 이어가는 수많은 자영업자가 가슴을 쳤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자영업자 표적으로 포퓰리즘 공격하는 걸 보니, 이제 곧 이재명 민주당은 ‘커피 특검’하고 ‘자영업자 줄탄핵’하겠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민주당 이건태 선대위 법률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은 명백히 후보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이날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5년 전 계곡 정비하면서 발생했던 상황에 대한 설명을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비방하는 것은 말 그대로 낙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이자 후보자 비방"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역시 “어렵게 하루하루 생업을 유지하는 자영업자들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발언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하면 안 된다”며 “이재명이 집권한다면 만들어질 세상은 그렇게 무서운 곡학아세의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파 한 단에 875원 합리적" 윤석열 전 대통령 발언 재소환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주당이 지난해 4ㆍ10 총선을 앞두고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던 것처럼 대선 기간 동안 이 발언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인 만큼 문제 제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비판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이 후보를 무고 및 허위사실 유포로 맞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 대선 캠프 최기식·주진우 네거티브 공동대응단장은 "상처 입은 국민들께 사과하기는커녕 문제를 제기한 김 비대위원장을 고발했다"며 "국민을 윽박질러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5-18 22:21:46[파이낸셜뉴스] 경기 수원정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발언에 대해 “875원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하는 것”이라며 “한 봉다리(봉지)에 세 뿌리냐 다섯 뿌리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데 대한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현실 물가에 무지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파 발언의 파장이 이어지자 이 후보가 윤 대통령 변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최근 재래시장을 많이 돌아보고 있다며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주장에 대한 야권의 지적도 이어졌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들이 대파 한 단과 한 뿌리도 구분 못 한다고 생각하나”라며 “파를 뿌리 단위로 구입하기도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방송에서 “대파 한 봉다리(봉지)에 몇 개가 있느냐에 따라 대파 한 줄기에 얼마냐는 액수가 달라진다”며 “단위가 무엇이냐를 따지지 아니한 채 그것만 가지고 챌린지(도전)를 하신다면 저하고 챌린지를 해보시자, 저는 매일매일 마트로 가니까”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현장에서 (윤 대통령이) 1kg 한 단에 875원이라고 지칭하셨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아마 그건 언급에 혼란이 있었다”라며 “시장에 가서 한 단이라고 얘기할 땐 그 안에 수십 뿌리가 들어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875원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한 봉다리에 세 뿌리냐 다섯 뿌리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고물가 현상에 대해 “수원 물가가 재래시장에 갈 때랑 마트, 조그만 가게에서 파는 것과 굉장히 물가가 다르다”며 “재래시장은 그래도 아직은 싸다. 가능하면 재래시장을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3-26 08:48:52[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농협 하나로 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두고 진실 공방이 불거졌다. 유통업계 가격 구조에 따르면 '대파 한 단 값 875원'은 정상 판매가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민주당은 "세상물정 모르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네티즌들 또한 "부적절한 할인 행사와 대통령 발언"이라고 양측을 질타했다. 일주일 전 2760원 하던 대파값, 대통령 방문하는 날은 875원 19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따르면 이 매장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하루 1000단 한정으로 대파 한 단을 875원에 판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30% 할인 지원이 들어간 가격으로, 할인 전 가격은 1250원이다. 해당 매장은 일주일 전인 지난 11~13일 할인 행사에선 대파를 한 단에 2760원에 팔았다. 당시 매장은 이 가격이 농식품부 지원 20% 할인 가격이라고 광고했다. 이후 대통령 방문 전에 1000원으로 가격을 낮췄고, 대통령 방문 당일 875원으로 더 내렸다. 현재 대파 한 단의 도매 시세는 3300원, 대형마트 권장 판매가는 4250원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산지 납품단가 지원) 2000원에 농협 자체 할인 1000원, 그리고 정부 할인(30%) 쿠폰 375원을 더하면 판매가 875원 책정이 가능하다. 당시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는 "농협에서 자체 예산을 투입해 판매 가격을 낮춰 다를 수 있으나, 정부 할인 지원 제도는 재래시장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네티즌 "합리적 가격? 국민 체감물가 모르나" 여론은 좋지 않다. 온라인 등에서는 "어느 마트가 대파 1단을 875원에 파는가", "그렇다면 하나로 마트는 이제까지 폭리를 취했다는 말인가", "요즘 세일해도 3000원인데 대통령 온다고 875원?" 등 가격 책정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농민을 무시한 가격이다", "인건비만 따져도 가격이 저렇게 나올 수는 없다"는 반응도 줄을 이었다. 또 "합리적인 대파 가격을 모르는 대통령이 문제"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대파 한 단에 9000원, 배추 한 포기에 5000원이 넘는다"며 "국민께서 느끼는 체감경기를 안다면 다른 나라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소리는 못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농협 하나로마트의 대파 가격은 18일에만 특별히 낮춘 가격이 아니다"라며 "최근 발표된 정부 물가 안정 정책이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반영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3-20 07:57:42[파이낸셜뉴스] 30일 오후 6시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오는 6월 3일 본투표를 앞두고 '투표소에 젓가락 가져가자'는 독려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성희롱 표현 된 '젓가락'.. 투표소 가져가자는 목소리 온라인 커뮤니티엔 29, 30일 사전투표와 6월 3일 본투표에 맞춰 "투표장 갈 때 젓가락 가져가려고 하는데 추천해 달라"거나 "투표 용지 주면 젓가락으로 잡아야 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대선 선거판에 젓가락이라는 단어가 나온 건 지난 27일 마지막 대선 TV토론 직후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젓가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성희롱 표현을 언급한 데서 비롯했다. 어느새 젓가락은 대선의 이슈를 끌고 가는 단어가 됐고 '투표소에 젓가락을 들고 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제22대 총선 때 불거진 대파 이슈가 재소환됐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찾은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는 발언을 한 뒤 "물가를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기 위한 소품으로 대파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펼쳤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선관위로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유권자 질문이 다수 들어왔다. 논의 끝에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66조(투표소내외에서의 소란언동금지 등) 등에 근거해 이를 제한하기로 했다. 당시 선관위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하는 정치적 행위를 할 경우 다른 선거인에게 심적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밀 투표 원칙도 깨질 수 있는 만큼 공직선거법에 따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선관위 결정에 대파를 들고 투표소에 가는 장면은 볼 수 없게 됐지만, 그때의 경험은 이번 대선으로 연결됐다. 실제 사전투표 첫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유권자가 투표소 안에서 젓가락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도장을 집는 사진을 올렸다. 젓가락 대신 커피를 가져갔다는 글도 올라왔다. 또 다른 유권자는 "출근길에 (젓가락을) 미처 챙겨나오지 못했다. 투표장 앞 무인카페가 있어서 커피 한잔 뽑아서 들어가 기표 도장을 찍었다"며 도장이 찍힌 커피 컵 사진을 올렸다. 이재명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라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킨 걸 떠올리게 하는 투표 인증 퍼포먼스였다. 누구를 위한 젓가락 퍼포먼스 이번 젓가락 퍼포먼스를 주장하는 쪽이 타깃으로 삼은 건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기호 4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 보인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쪽 후보자를 저격하려는 게 목적이다. 이준석 후보는 다양한 성별과 연령의 사람들이 보는 TV토론에서 여과없이 '젓가락' 발언을 한 뒤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으로 그의 장남이 과거 온라인에 작성한 부적절한 댓글이 다시 거론됐다. 결국 30일 이재명 후보는 "자식 잘못 키운 제 잘못"이라며 사과했고 같은 날 이준석 후보도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많은 분에게 실망과 상심을 안겨드렸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사안에 비껴나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젓가락' 이슈는 호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표소로 가져가자'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국민의힘 유제홍 부평구갑 당협위원장이 '투표소에 나무 젓가락 가지고 투표하기'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모임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투표소에 젓가락을 가져가자"는 글이 다양한 형태로 올라오고 있다. 대파처럼 반입제한 될까 현재 선관위는 지난해 '대파'와 달리 젓가락, 커피 등의 투표소 반입 제한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소 반입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파처럼 유권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논의의 과정을 거쳐 반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대파'를 들고 가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숙의 끝에 반입 제한을 결정한 것"이라며 "투표소를 소란스럽게 하거나 특정 후보 또는 정당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면 제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다수의 질문이나 요청이 온다면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5-30 20:46:34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12월 동탄의 임대주택을 방문했다. 44㎡(13평) 주택을 둘러본 문 전 대통령은 "부부와 아이 둘도 가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13평에 4인 가족이 살 수 있는가'라는 비판을 받은 사건(?)이다. 문 전 대통령이 "진짜 아늑하다"고 칭찬했던 해당 주택은 대통령 방문 직전 4290만원을 들여 보수했고, 행사용역 비용으로 4억1000만원을 지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마디로 의전용 '쇼룸'을 급조한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서민주거 안정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대통령 현장방문 행사'가 역효과를 낸 경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했다. 대파 매대에 표시된 가격은 한 단에 875원.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당 2000원)과 농산물 할인(30%), 자체 할인(1000원)을 적용해서 원래 4250원짜리 대파 한 단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다. "다른 데는 이렇게 사기 어려울 것 같다"는 발언도 있었지만 '합리적 가격'이라는 윤 대통령의 언급만 부각되었다. 물가현장 점검 취지는 사라지고 '대파 총선'으로 여당 패배의 한 요인이 되었다. 맥락을 거두절미한 선동이 문제이지만 빌미를 준 건 사실이다. 역시 어설픈 민심탐방이 부른 역풍이다. 임대주택과 대파 논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형적인 관료식 포장술에 넘어간 것이다. 대통령 방문에 맞추어 모든 임대주택이 그토록 '아늑한 곳'인 양, 전국 마트에서 대파를 대폭 할인하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다. 이를 알 리 없는 대통령은 생색내기 이벤트에 출연했다가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비난받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은 물론 좋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 현장방문으로는 민심의 속살을 알 수 없다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 해프닝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은 국가정책 실패로 귀결될 수도 있다. 부동산 생태계가 무너지는데도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만은 자신 있다"고 공언했다. 아늑한 임대주택을 '구경'한 게 근거는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현장방문 결과 이런저런 보조금을 더하면 물가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윤 대통령이 믿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부동산정책 실패는 정권교체를, 물가관리 실패는 총선 패배를 불렀다. 정권 입맛에 맞게 상황을 만들고 보고서를 가공하는 관료들의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조선의 암행어사나 정보기관, 검찰, 경찰, 군 등 여러 경로로 정보를 교차검증한 과거 대통령들의 국정운영 방식은 이유가 있었다.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신설(부활)했다.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검사 출신 김주현 수석을 두고 사정기능 강화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운영을 보고 판단할 일이다. 중요한 건 원인진단이다. 그동안 민정수석 부재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가. 과거처럼 언로가 막힌 시대가 아니다. '땡X뉴스'처럼 일방적 홍보만 횡행하는 것도 아니다. 기자회견을 촉구하고, 이재명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지적은 수도 없이 있었다. 민정수석 보고가 없어서 이런 민심을 외면했던 것인가. 영수회담과 기자회견을 보고 주위에서 한숨 쉬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신년회견만 했어도, 2월 대담에서 진솔한 사과만 했어도, 4월 의대 증원 담화에서 훈계조가 아니라 이번처럼만 했어도 총선 참패는 없었을 거라는 만시지탄이었다. 진작 이 대표와 회담을 했다면 대통령이 갑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는 탄식도 나왔다. 중요한 건 민정수석 같은 제도가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민정수석이 건재했지만 민심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불편한 말을 들으면 얼굴이 굳어지고 말문을 닫는다는 전언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격노' 메시지가 수시로 흘러나온다. 임대주택이나 대파 논란도 민심 대신 대통령 심기에만 관심 있는 아랫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지도자가 민심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도 들을 귀 있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법이다. dinoh7869@fnnews.com
2024-05-15 19:57:00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난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첫 회동이다. 우여곡절은 많았다. 야당 대표가 재판 중이라는 특수상황도 있었다. 늦은 감은 있다. 그럼에도 대내외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난국에서 만남 자체는 바람직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장기화 조짐은 확연하다. 북핵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지정학적 위험은 확대 일로다. 경제 전반의 불안지수도 급등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이 정도 원화 값 급락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이어 4번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외환변동에 취약하다. 위기의 전조일 수 있다. 안전자산인 금(金)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일평균 금 거래대금은 지난 2014년 KRX 금시장 개장 이후 최대라고 한다. 국제유가는 중동발 전운에 출렁이고 있다. 중장기적 위기론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사에서 대기업과 제조업에 기댄 기존 한국식 성장모델이 더 이상 혁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저출산, 신기술 부문 취약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불안 해소다. "각자도생에 내몰렸다"는 선거구호 등장은 안 좋은 징조다. '정권심판론'과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이번 총선에서 우리 사회 주요 의제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국가소멸론까지 제기되는 저출산 상황이다. 여야는 저출산 극복방안을 '1호 공약'으로 발표만 했을 뿐이다. 물가대책 또한 미흡했다.'대파 875원' 사태가 블랙홀처럼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표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만 난무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도, 공통분모를 잡아내지도 못한 총선이었다. 미래도 없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비전 제시는 듣기 힘들었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의 만남은 담판 성격이 짙다. 교착상태 정국을 뚫는 주요 통로로 활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문재인 당시 새정치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을 만나 주요 정치 현안이었던 연금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공통된 의견을 모은 선례도 있다. 이번 만남에서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파행 사태부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민생대책에 대한 의견도 나눠야 한다. 경제난국을 타개하고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한 큰 틀의 합의도 필요하다.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관련 법안 처리도 논의돼야 한다. 공매도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안, 제조업 기피현상 해결을 위한 외국인고용법 개정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투자세액공제를 직접 환급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대상이다. 총선 때 내세웠던 공약 중 접점이 많은 정책은 과감하게 추진하자는 포괄적 합의도 필요하다. 예컨대 자영업자에게도 육아휴직을 쓰게 하자는 국민의힘 공약은 민주당의 '전 국민 고용보험'과 맥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정 최우선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다. 민생을 잘하려면 입법을 잘해야 한다. 입법을 잘하려면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정치가 곧 민생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협치는 곧 책임이다. 유권자가 다수 의석을 준 것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입법에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의석을 주는 대신 국정도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일시적·정치적 이득에 치중해 정책정당으로서 신뢰를 쌓는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공약이 국가재정 상황과 물가여건을 감안했을 때 최선의 정책인지 고심해봐야 한다. 이번 만남이 경제가 정치 걱정을 하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한탄이 잦아들게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FT의 진단이 오보가 되길 기대한다. mirror@fnnews.com
2024-04-23 19:26:07[파이낸셜뉴스] 22대 총선 투표 당일이었던 지난 10일 대구의 투표소 인근에서 포착된 유권자의 독특한 의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표소 용지'라는 제목의 사진이 확산했다. 사진은 전날 대구 달서구의 한 투표소 인근에서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을 보면 머리에 식빵 모양 탈을 쓴 한 여성이 파란색 야구점퍼와 파란색 치마, 파란색 하이힐을 착용했다. 그는 왼쪽 어깨에 'DIOR'이라고 적은 쇼핑백을 메고 있는데, 쇼핑백 안에 대파가 꽂혀 있다. 오른손에는 파란색 풍선도 들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엽기 투표룩" "왜 저러냐" "병이다"라며 비난하는 한편, 일부는 "오죽하면 이러겠냐" "센스 있다"라며 사진 속 여성을 옹호하기도 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내부지침에서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해 투표소 반입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지침은 최근 유권자로부터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문의가 들어오자 미리 대응책을 안내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른바 '대파 논란'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 하나로마트에 방문했을 때 불거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폭 할인된 대파 가격을 두고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 발표 이후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일부 유권자들이 디올백이라고 쓴 종이가방을 들고 투표소에 등장한 사진이 올라왔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을 연상케 하는 아이템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공직선거법 166조에 따르면 사전투표소 또는 투표소 안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언동을 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표지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4-11 10:10:144·10 총선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9일로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28일부터 시작된 13일간의 공식 선거전은 마지막까지 막말과 고소·고발이 난무하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네거티브가 판치는 자리에 민생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수십년째 이어져 오는 네거티브 정치 문화를 끊어내야 한다며 건강한 선거 문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다. ■막말 쏟아내는 여야 지도부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월 28일부터 이날까지 '깡패' '계모' '개' 등 막말을 쏟아 냈다. 여야는 선거 초반 후보들에게 설화를 조심하라며 리스크 차단에 나섰지만, 정작 지도부가 입에 담지 못할 발언을 경쟁하듯 쏟아내면서 '막말'이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지원유세에서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며 "범죄자들을 치워버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의 공세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경기 하남 유세에서 "여러분, 징징대는 정치인을 믿지 말라"며 "(조국이나 이재명) 남자들이 뭐가 그렇게 징징대는 것이 많냐"고 꼬집었다. 지난 2일 충북 유세 현장에서는 "죄를 지었지만 복수하게 해달라는 게 어떻게 정치의 명분일 수 있냐"며 "깡패들도 그따위 명분은 내세우지 않는다"고 비난했으며, 지난 3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출신이라고 맹공을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도 이에 못지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매만 때리고 사랑이 없는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며 "국가나 정부라고 하는 것이 든든한 아버지, 포근한 어머니 같은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고 말해 재혼가정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일 인천에서는 "여기 남성분들이 조금 억울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살림은 역시 여성들이 잘한다"고 말해 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일 부산 사상 유세 현장에서는 대파 한단 875원 논란을 언급하며 "국민을 조작하면 조작되는 그런 소위 엑스엑스(XX)로 아는 거냐"고 발언했고, 지난 7일 강남 유세 현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귀한 자식에 빗대 "나쁜 짓 하는 자식에게 귀하다고 괜찮아하면 살인범이 된다"고 비난했다. 지역구 후보들의 막말도 도마에 올랐다. 경남 양산갑에 출마한 윤영석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사저 인근에서 유세를 하던 중 육성으로 "문재인 죽여(야 돼)"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과거 발언들이 발목을 잡았다.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해 사퇴 요구가 터지기도 했다.■후보, 당 구별 없이 고소·고발 잇따라 고소·고발전도 난무했다. 지난 8일 경기 부천을에 출마한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성중 국민의힘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충남 보령·서천에서는 나소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장동혁 국민의힘 후보 간의 맞고발전이 벌어졌다. 서로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는 주장이다. 당 차원의 고소·고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한 비대위원장의 아들에게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한 강민정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이조심판특별위원회는 박은정 조국혁신당 바례대표 후보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은 지난 1일 새마을금고 편법대출 의혹을 받는 양문석 민주당 후보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2일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했다. 또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공영운 후보의 딸 주택 매입과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정치혐오·선거무관심으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여야가 선거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의 표심을 빠르게 가져오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정책 경쟁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또 네거티브의 경우 피로감이 높아 정치 혐오와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거 문화가 본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네거티브는 선거 교과서에도 나오듯 선거 2주 전 상대방이 반박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시기에 적극적으로 펼치는 전략"이라며 "특히 지지층 결집과 더불어 중도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네거티브 전략은 역대 선거부터 수없이 이어져왔다"며 "정치 혐오로 이어지거나 투표의 참여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에 좋은 정치 문화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평론가는 "최근에는 젊은 세대에게 포토부스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등 선거를 축제로 즐기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네거티브 후보에게 페널티를 주는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보다 건강한 선거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2024-04-09 18:10:50[파이낸셜뉴스] 4·10 총선을 위한 공식선거운동이 9일로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28일부터 시작된 13일간의 공식 선거전은 마지막까지 막말과 고소·고발이 난무하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네거티브가 판치는 자리에 민생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째 이어져 오는 네거티브 정치 문화를 끊어내야 한다며 건강한 선거 문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다. ■ 막말 쏟아내는 여야 지도부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3월 28일부터 이날까지 ‘깡패’, 계모‘, ’개‘ 등 막말을 쏟아 냈다. 여야는 선거 초반 후보들에게 설화를 조심하라며 리스크 차단에 나섰지만, 정작 지도부가 입에 담지 못할 발언을 경쟁하듯 쏟아내면서 ’막말‘이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지원 유세에서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며 “범죄자들을 치워버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의 공세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 3월 31일 경기 하남 유세에서 “여러분, 징징대는 정치인을 믿지말라”며 “(조국이나 이재명) 남자들이 뭐가 그렇게 징징대는 것이 많냐”고 꼬집었다. 지난 2일 충북 유세 현장에서는 “죄를 지었지만 복수하게 해달라는 게 어떻게 정치의 명분일 수 있냐”며 “깡패들도 그따위 명분은 내세우지 않는다”고 비난했으며, 지난 3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일베(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출신이라고 맹공을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도 이에 못지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매만 때리고 사랑이 없는 계모 같다. 팥쥐 엄마같다”며 “국가나 정부라고 하는 것이 든든한 아버지, 포근한 어머니 같은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고 말해 재혼가정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일 인천에서는 "여기 남성분들이 조금 억울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살림은 역시 여성들이 잘한다”고 말해 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일 부산 사상 유세 현장에서는 대파 한단 875원 논란을 언급하며 “국민을 조작하면 조작되는 그런 소위 엑스엑스(XX)로 아는거냐”고 발언했고, 지난 7일 강남 유세 현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귀한 자식에 빗대 “나쁜 짓 하는 자식에게 귀하다고 괜찮아하면 살인범이 된다”고 비난했다. 지역구 후보들의 막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남 양산갑에 출마한 윤영석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사저 인근에서 유세를 하던 중 육성으로 "문재인 죽여(야 돼)"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과거 발언들이 발목을 잡았다.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한 유튜브에 출연해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해 사퇴 요구가 터지기도 했다.. ■ 후보, 당 구별 없이 고소·고발 잇따라 고소·고발전도 난무했다. 지난 8일 경기 부천을에 출마한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성중 국민의힘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충남 보령·서천에서는 나소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장동혁 국민의힘 후보 간의 맞고발전이 벌어졌다. 서로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는 주장이다. 당 차원의 고소·고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한 비대위원장의 아들에게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한 강민정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이조심판특별위원회는 박은정 조국혁신당 바례대표 후보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은 지난 1일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을 받는 양문석 민주당 후보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2일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했다. 또 화성을에 출마한 공영운 후보의 딸 주택 매입과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 " 네거티브, 정치 혐오·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여야가 선거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의 표심을 빠르게 가져오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정책 경쟁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또 네거티브의 경우 피로감이 높아 정치 혐오와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거 문화가 본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네거티브는 선거 교과서에도 나오듯 선거 2주 전 상대방이 반박할 시간이 충분하기 않은 시기에 적극적으로 펼치는 전략”이라며 “특히 지지층 결집과 더불어 중도층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네거티브 전략은 역대 선거부터 수없이 이어져왔다"며 "정치 혐오로 이어지거나 투표의 참여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에 좋은 정치 문화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평론가는 “최근에는 젊은 세대에게 포토부스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등 선거를 축제로 즐기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거티브 후보에게 페널티를 주는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보다 건강한 선거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2024-04-09 1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