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강원 춘천시 가리산에서 맹독성 식물 뿌리를 먹은 등산객이 마비와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다 구조됐다. 6일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48분께 춘천시 동면 품걸리 가리산에서 A씨(51)가 독초를 섭취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동갑인 남성 B씨, 60대 남성 C씨와 등반했는데, 그 과정에서 A씨는 B씨와 맹독성 식물인 투구꽃 뿌리를 섭취했다. 이후 A씨는 마비와 호흡 곤란, 시력 저하 증세를 보였고, 소방 헬기로 원주시 소재의 대형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투구꽃은 신경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식물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함께 섭취한 B씨는 증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와 투구꽃을 섭취하지 않은 C씨는 스스로 산을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방에서 부자, 초오라고 불리는 투구꽃은 관절염이나 중풍, 당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뿌리에는 과거 사약의 원료로 쓰일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 관계자는 "A씨가 섭취한 투구꽃이 호흡곤란과 더불어 구토, 부정맥, 신경발작과 같은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맹독성 식물"이라고 설명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10-07 08:02:58[파이낸셜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년 봄나물과 유사한 독초를 잘못 채취·섭취해 발생하는 식중독이 줄지 않고 있다며 봄나물의 채취 및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15일 안내했다. 지난 10년 동안 독초를 산나물로 오인·섭취해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25건(86명)으로 이 중에는 사망사례(3명)까지 있었으며 사고는 주로 봄철인 2월에서 5월 사이에 많이 발생했다. 이처럼 봄철에 독초로 인한 식중독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봄에는 꽃이 피기 전 싹이 돋아나는 시기이므로 봄나물과 독초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봄나물로 오인·혼동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독초들과 그 구별법 등은 다음과 같다. 보드랍고 담백한 맛이 나는 '원추리'는 '여로'라는 독초와 오인·혼동하기 쉬운데 '여로'는 잎에 털과 깊은 주름이 있는 반면 '원추리'는 잎에 털과 주름이 없다. 또 주로 '명이나물'로 불리고 마늘향이 나는 '산마늘'은 '박새'라는 독초와 오인·혼동하기 쉬운데 '산마늘'은 마늘냄새가 강하면서 한 줄기에 2~3장의 잎이 달리는 반면에 '박새'는 잎이 여러 장 촘촘히 어긋나게 달려있고 주름이 뚜렷한 특징이 있다. 쌉싸름한 맛이 특징인 '곰취'는 '동의나물'이라는 독초와 오인·혼동하기 쉬운데, '곰취'는 향이 좋으면서 잎의 끝이 뾰족한 반면 '동의나물'은 향이 없고 잎의 끝이 둥그스름하고 무딘 형태를 하고 있다. 씹히는 맛이 연하고 독특한 향기가 나는 '우산나물'은 '삿갓나물'이라는 독초와 오인·혼동하기 쉬운데, '우산나물'은 잎의 가장자리가 깊게 2열로 갈라지는 반면, '삿갓나물'은 가장자리가 갈라지지 않은 잎이 6~8장 돌려나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봄나물은 먹을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소량의 독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지식 없이 야생식물을 함부로 채취·섭취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봄나물 채취 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봄나물의 구분이 쉽지 않으므로 가급적 채취하지 말고 △채취 할 때는 봄나물에 대한 지식을 사전에 충분히 익혀야 하며 △그럼에도 봄나물인지 확실하지 않다면 채취하지 말아야 한다. 흔히 먹는 고사리, 두릅, 냉이 등도 반드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쳐서 먹어야 하며 주로 날로 먹는 달래, 참나물, 돌나물, 씀바귀 등도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세척하여 식중독균 및 잔류농약 등 유해 성분을 제거해야 한다. 만약 봄나물 섭취 후 마비, 복통 등 이상증세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야 하며 이때 남은 독초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약처는 "일반인은 봄나물과 독초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지나가다가 보더라도 채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전문가가 채취한 봄나물을 섭취하는 것이 독초로 인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2021-03-15 09:17:24독성이 강한 '초오'(草烏)를 끓여 마신 80대 노인이 목숨을 잃었다. 19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7시경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A(81·여)씨가 어지럼증과 구토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A씨는 독초인 '초오'를 달여 먹었다가 이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허리디스크 수술 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던 A씨는 시장에서 초오를 구입했다. 그는 가족들이 독초를 이용한 민간요법을 만류할 것이라 생각해 가족들 몰래 이를 달여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몇차례 초오를 끓여 마셨지만 아무 이상이 없자 점차 복용량을 늘렸다가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뿌리에 강한 독이 있는 '초오'는 조선시대에 사약재료로 사용됐다. 아주 소량으로 먹었을 때 신경통과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식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마비,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 부작용이 심해 의학계에서도 사용을 자제하는 재료다. 경찰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위험하다"면서 "독초를 잘못 복용하면 생명을 위협하고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당부했다. #독초 #초오 #민간요법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2019-08-19 14:17:12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일 남북관계 개선으로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 남북이 합의한 '력사적 선언'의 이행에 반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민심에 도전해 나선 천만부당한 행태'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기사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보수패거리', '천하역적', '통일방해군', '암적 존재', '독초'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하면서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이 매체는 "보수패거리(자유한국당)들은 력사적인 평양공동선언과 그 부속합의서인 '판문점선언 군사분야리행합의서'에 대해 조목조목 헐뜯다못해 이를 '북에 대한 무장해제 합의서', '항복문서'라는 악담을 줴쳐대며 련일 '수용할 수 없다'고 고아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패거리들은 선언의 이행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과속'이니 '대북제재 유지' 등 망발을 내뱉으면서도 자주적·평화적 발전을 가로막아보려는 외세의 강도적 행위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서 너무 앞서나간 탓'이라고 비호두둔하며 삽살개처럼 놀아대고 있다"고 썼다. 미국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이끈 것은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고 검증 가능한 전향적 비핵화 조치가 없다면 제재 완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미국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데, 이는 북한 매체로부터 '사대주의자' '매국역도'로 매도당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 매체는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은 민족의 운명과 밝은 전도를 담보하는 사활적인 문제이며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역적패당은 지난 시기에도 발전하는 북남관계를 동강내고 통일에 대한 겨레의 욕구를 악랄하게 가로막아서는 발악적 망동을 벌여 동족사이에 불신과 대결을 시키고 전쟁위험을 고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북남화해와 단합을 방해하고 분열을 꾀한 보수역적패당의 망동은 천추에 용납 못할 반민족적·반통일적 범죄"라면서 "남조선 각계각층은 민족의 운명과 리익은 안중에도 없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역적패당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18-11-02 09:02:46기원전 323년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뒤 32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알렉산더 대왕의 사인은 독초로 만들어진 와인을 마셨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보도에 의하면 최근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국립유독물센터의 독물학자 레오 쉐프 박사는 알렉산더 대왕이 말을 못하고 걷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 12일간 고통받다가 숨진 사실을 지적하면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 처럼 비소와 같은 독이 사인이라면 대왕은 훨씬 빨리 사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알렉산더 대왕의 사인은 백합과의 일종인 '베라트룸 알붐'(Veratrum album) 독초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베라트룸 알붐은 독성이 있는 와인으로 발효시킬수 있으며 그리스인들에게 치료용으로 쓰였다고 쉐프 박사는 설명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디오도로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에 관해 헤라클레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큰 그릇에 담긴 와인을 마신 뒤 고통스러워했다고 기록해 쉐프 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쉐프 박사는 베라트룸 알붐 독이 체내에 유입되면 상복부의 통증과 함께 메스꺼움과 구토가 동반되며 이어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근력이 약화된다면서 알렉산더 대왕이 이와 유사한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2003년 영국 BBC방송 다큐팀의 요청으로 10년간 알렉산더 대왕의 사인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처음에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게 놀랍게도 실마리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새로운 논거에도 불구, 알렉산더 대왕의 정확한 사인은 입증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렉산더 대왕의 사인은 2천여년이 넘도록 역사학자와 과학자들이 규명하지 못한 가운데 자연사했을 것이라는 주장, 축하연에서 독살당했다는 주장 등 여러 추측들이 제기됐다. onnews@fnnews.com 온라인뉴스팀
2014-01-13 13:12:06이희준이 성동일에게 누명을 씌웠다. 22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전우치’에서 강림(이희준 분)은 봉구(성동일 분)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강림은 폐주의 유모에게 독초인 마전자 연기를 피워 왕실의 소식을 알아낸 뒤 살해했다. 이때, 노름판 빚을 갚기 위해 도둑질을 하려던 사복시 관노인 봉구가 목격, 강림도 봉구가 목격한 사실을 알았다. 봉구는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소리 지르며 달아나 이를 알렸지만 오히려 봉구가 죄를 뒤집어 쓰게 됐고 결국 봉구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강림은 현장을 목격한 봉구를 찾아갔고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봉구에게 “살려줄거다”라고 말한 뒤 마전자 연기를 피웠다. 이어 그는 연기에 취한 봉구에게 “누가 여자를 죽였지?”라고 물었고 이에 봉구는 “내가 목 졸라 죽였다”고 답하며 강림의 죄를 뒤집어쓰게 됐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차태현이 ‘조선시대 CSI 수사관’의 면모를 과시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u3ulove@starnnews.com손진아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2-11-22 23:50:27식품의약품안전청은 독초를 산나물로 오인해 섭취하다 식중독이 발생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4일 식약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독초인 초오로 술을 담궈 나눠 먹은 사람들이 구토, 의식불명 증세로 병원치료를 받았으며 앞선 22일에는 등산객들이 독초인 자리공 잎을 산나물로 오인해 먹는 사고가 발생했다. 식약청은 △야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산나물과 독초의 구별법 △독초 섭취시 응급처치 요령 △산나물의 올바른 섭취방법 등의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산나물과 혼동하기 쉬운 독초, 여로는 잎에 털이 많고 나란히 뻗은 잎맥 사이에 깊은 주름이 있어 잎에 털과 주름이 없는 봄나물 원추리와 구별할 수 있다. 독초인 박새는 여러 장의 잎이 촘촘히 어긋나 있으며 잎맥이 많고 주름이 뚜렷해 줄기 하나에 2∼3장의 잎이 달리는 산마늘과는 다르다. 독초인 동의나물은 잎이 두껍고 표면에 광택이 있어 부드러운 털로 덮혀있는 곰취잎과 구별된다. 독초를 섭취하면 설사나 복통, 구토, 어지러움, 경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생긴다.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손가락을 목에 넣어 먹은 내용물을 토해낸 후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토한 후에는 뜨거운 물을 마시고 병원으로 이동할 때에는 먹고 남은 독초가 있다면 가져가는 것이 좋다. 식약청은 또 원추리, 두릅, 다래순, 고사리 등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식물 고유의 독성분을 미량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 독성분을 제거한 후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원추리에는 성장할수록 콜히친이라는 물질이 많아져 독성이 강하게 나타나므로 어린순만 채취해 충분히 익혀 섭취해야 한다. /seilee@fnnews.com이세경기자
2010-06-04 11:09:38봄철 나들이가 잦아지는 가운데 야생 독초를 나물로 혼동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2일 독초를 나물로 오인해 섭취하거나 익혀서 독을 제거하고 먹어야 하는 봄나물을 충분히 익히지 않을 경우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봄철 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독미나리와 박새는 나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독을 함유하고 있어 구토, 설사, 마비 등을 유발한다. 또 원추리나물은 식용이지만 고사리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데치지 않고 섭취할경우 독 성분으로 인해 식중독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한편 식약청은 개학철 집단식중독 예방을 위해 학교급식소, 식재료 공급업소,교내 매점 등 전국 1593개 업체를 대상으로 위생지도·점검을 실시한 결과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고 식자재를 공급한 동부산농협 등 11곳을 적발했다. 특히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경안고등학교는 위탁 급식업체와 매점이 각각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식중독 사고가 나지않도록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적발된 위탁급식업체와 매점, 식자재공급업체 등의 명단은 식약청 홈페이지 www.kfd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talk@fnnews.com조성진기자
2009-03-12 15:09:3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어느 여름날, 중앙 관리 중 승상이 두통을 앓았다. 뇌가 울리면서 아팠기에 엄밀하게 말하면 뇌통(腦痛)이라 할 만했다. 많은 의원들이 승상의 뇌통을 치료하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사실 무엇 때문에 생긴 뇌통인지 알 수 없었다. 태의 중의 한 명이 진료를 맡았다. 태의 또한 진맥을 해 봤지만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고민을 해도 도대체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대부분 음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태의는 승상에게 “승상께서는 평소에 어떤 음식을 많이 드십니까?” 그러자 승상은 “요즘 들판에 꿩과 자고새가 많아서 꿩과 자고새를 사냥해서 즐겨 구워 먹었소. 그 이외에 특별하게 먹는 별다른 음식은 없었소.”라고 대답했다. 자고새는 꿩과에 속한 야생 새다. 태의는 ‘꿩과 자고새를 먹었다고 해서 뇌통이 생기지는 않을 터인데...’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태의는 다음 날 우연히 들에 나갈 일이 있었다. 들에는 정말 꿩과 자고새가 많아서 인기척을 느끼면 푸드덕하고 여기저기서 날아올랐다. 그런데 꿩과 자고새가 들판에서 무언가를 캐 먹고 있는 것이다. 자세하게 보니 바로 오두(烏頭)와 반하(半夏)의 싹을 뜯어 먹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새들은 뿌리까지 캐 먹었다. 태의는 ‘승상의 뇌통의 원인은 바로 오두와 반하독이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오두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 투구꽃이고, 반하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끼무릇으로 모두 독초다. 오두 뿌리에는 아코니틴이라는 독이 있어서 생으로 해서 과량을 섭취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반하 또한 옥살산 칼슘의 바늘 결정의 독성이 있어서 생으로 먹으면 목이 아려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태의는 강두탕(薑豆湯)을 올렸다. 강두탕은 생강(生薑)과 검은콩인 흑두(黑豆)로 만든 해독제였는데, 오두는 검은콩이 해독하고, 반하는 생강이 해독하는 것이다. 승상은 강두탕을 한 두차례 복용하고 나서는 지긋지긋한 뇌통이 사라졌다. 태의는 승상에게 “이제부터 야생에서 꿩과 자고새를 잡아먹는 일을 그만 두셔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많은 의원들이 “뇌통에는 강두탕이로구나!”하고 외웠다. 그래서 뇌통이 있다는 환자들에게 강두탕을 처방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뇌통에 제아무리 강두탕을 처방해도 효과가 없었다. 어떤 한 의원이 “아니 태의께서는 승상의 뇌통에 강두탕 한 두첩만으로 완치가 되더니, 왜 우리는 효과가 없는 것입니까?”하고 그 까닭을 묻자, 태의는 껄껄껄 웃으면서 “강두탕은 뇌통을 치료하는 처방이 아닙니다. 저는 강두탕으로 뇌통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오두독과 반하독을 해독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태의는 이어서 “승상은 평소 꿩과 자고새를 많이 구워 드셨는데, 이들 새들은 오두와 반하를 잘 먹지요. 그래서 해독제로 강두탕을 처방한 것입니다. 검은콩인 흑두는 오두나 초오, 부자독을 해독하는데 최고이고, 반하독에는 생강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오두 독에는 흑두와 감초로 만들어진 감두탕(甘豆湯)이 좋을 것이고, 반하독에는 생강탕(生薑湯)이 좋은 것이요. 생강탕에 흑두와 감초를 추가해도 좋소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태의의 설명을 들은 여러 의사들은 크게 탄복하였다. 실제로 감두탕은 의서에도 백약(百藥)과 백물(百物)의 독을 해독하는 최고의 해독제로 기록되어 있다. 감초와 검은콩은 각각 20그램씩을 한꺼번에 달여서 복용하는 것이다. 지금도 오두(초오, 부자)독을 제거할 때는 감두탕에 넣어 끓여서 사용하고, 반하독을 제거할 때 생반하를 생강즙에 버무려 말려서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흘렀다. 한 마을에 대감이 있었다. 어느 해 여름, 그 대감은 목구멍에 옹저(癰疽)가 생겼고 심지어 심한 곳은 터져서 피고름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물과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고 고통스러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이미 많은 의원들에게 치료를 했지만 치료가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대감의 가족은 수소문해서 명의로 소문이 난 한 의원을 집으로 불렀다. 그 의원은 이전에 태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의원이었다. 의원이 보기에 목에 생긴 옹저는 언뜻 보기에 음식독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서 묻기를 “평소에 어떤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가족 중 아들이 “아버님은 자고새를 많이 구워 먹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의원은 “자고새를 왜 그리 많이 복용하신 거요?”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대감의 부인이 “자고새가 버섯독이나 풍토병에 걸려 죽으려고 할 때 털째로 구워서 복용하면 좋다고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한 자고새가 오장(五臟)을 보해 주고, 심(心)과 기력을 보익하며, 총명하게 한다고 소문이 나 있잖소. 자고새가 하도 몸에 좋다고 하기에 저절로 죽은 것까지 구워 드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독을 제거하고 몸을 보하기 위해서 먹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구려. 지금 보니 대감마님의 증상은 반하독 때문입니다. 자고새가 반하를 많이 먹기 때문에 자고새를 먹고서도 반하독으로 목에 옹저가 생긴 것입니다. 특히 저절로 죽은 자고새는 독성이 있어서 먹으면 안됩니다. 우선 급하게 생강 1근을 드셔야만 약을 투여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의원은 대감에게 급히 생강을 달여서 먹였다. 대감이 진하게 다린 생강을 처음 먹자 처음에는 단맛과 향이 느껴졌고, 반 근쯤 먹자 조금 숨이 트였으며, 1근을 다 먹자 비로소 생강의 매운맛이 느껴졌다. 대감은 “바늘 만개로 목을 찌르는 것 같아 아프고 부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더니 이제는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소.”라고 다행스러워 했다. 이어서 죽을 쒀서 입속에 넣어 주자 막힘없이 삼킬 수 있었다. 의원은 대감이 죽을 먹을 수 있게 되자 이어서 감길탕(甘桔湯)과 선방활명음(仙方活命飮) 등을 처방해서 며칠만에 옹저를 완치했다. 독성이 있는 먹이를 먹는다면 그 독성은 먹이를 먹은 동물에게 어느 정도 남아 있을 수 있다. 과거 지네를 많이 잡아먹은 닭을 먹고 지네독이 올랐다는 말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또한 유황을 먹인 유황오리는 열체질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유황은 대열(大熱)한 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먹는 소나 돼지, 그리고 닭이나 오리 등에게 어떤 사료를 먹이는지가 중요하다. 사료에 따라서 동물이나 가금류의 건강상태도 달라지고 고기의 맛도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먹는 음식이 무척 중요하다. * 제목의 ○○은 ‘생강’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고금도서집성 의부전록> 按南唐書本傳 : 吳廷紹爲太醫令, 不甚知名. 烈袓喉中癢濇, 進藥無驗, 廷紹進楮實湯, 服之頓愈. 宰相馮延巳嘗病腦痛, 醫工旁午累日不痊. 紹至, 先詰其家人曰 : “相公酷嗜何物?” 對曰 : “每食山鷄, 鷓鴣.” 廷紹進薑豆湯, 一服立差. 羣醫默志其方, 他日以楮實治喉癢, 以薑豆治腦痛, 皆無效. 或問其故, 廷紹曰 : “烈袓常服餌金石, 吾故以木之陽實勝之, 木王則金絕矣. 馮公嗜山鷄, 鷓鴣, 二鳥皆食鳥頭, 半夏, 薑豆乃解其毒爾.” 羣醫大服. 按 : 薑豆湯, 查江南通志, 江寧府志, 上元縣志, 俱作甘豆湯, 未知孰是. (남당서의 본전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오정소는 태의령을 지냈으나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열조의 목구멍 속이 가렵고 껄끄러워 약을 먹어도 효험이 없다가, 오정소가 저실탕을 올리자 복용하고 금세 나았다. 재상 풍연사는 일찍이 뇌통을 앓았는데, 의사들이 다방면으로 치료해도 여러 날 동안 낫지 않았다. 오정소가 와서 먼저 그 집안사람들에게 “재상께서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십니까?”라고 질문하니, “늘 꿩과 자고를 드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오정소는 강두탕을 올렸는데, 한 번 복용하고 즉시 나았다. 여러의사들이 그 처방을 외워 두었다가 나중에 저실탕으로 후양을 치료하고 강두탕으로 뇌통을 치료했으나 모두 효과가 없었다. 어떤 이가 그 까닭을 묻자 오정소는 이렇게 말했다. “열조께서는 늘 금석으로 복이하셨기 때문에 저는 나무 가운데 양실로써 그것을 제압하였으니, 목이 왕성하면 금이 제어됩니다. 풍공은 꿩과 자고를 즐겨 드셨는데 두 새는 모두 오두와 반하를 먹으니, 강두탕으로 그 독을 해독했을 뿐입니다.” 여러 의사들은 크게 탄복하였다. 살펴보니, 강두탕은 강남통지, 강녕부지, 상원현지를 보면 모두 감두탕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본초강목> 時珍曰︰按南唐書云, 丞相馮延已, 苦腦痛不已. 太醫吳廷詔曰, 公多食山雞ㆍ鷓鴣, 其毒發也. 投以甘草湯而愈. 此物多食烏頭, 半夏苗, 故以此解其毒爾. 又類說云, 楊玄之通判廣州, 歸楚州. 因多食鷓鴣, 遂病咽喉間生癰, 潰而膿血不止, 寢食俱廢. 醫者束手. 適楊吉老赴郡, 邀診之, 曰, 但先啖生薑一斤, 乃可投藥. 初食覺甘香, 至半斤覺稍寬, 盡一斤覺辛辣, 粥食入口, 了無滯礙. 此鳥好啖半夏, 毒發耳, 故以薑制之也. 觀此二說, 則鷓鴣多食, 亦有微毒矣 ; 而其功用又能解毒解蠱, 功過不相掩也. 凡鳥獸自死者, 皆有毒, 不可食, 爲其受厲氣也, 何獨鷓鴣卽神取饗帝乎? 鄙哉其言也! (이시진은 “남당서에서는 ‘승상 풍연사는 머릿속이 아픈 증상이 멎지 않아 고통스러워하였다. 태의 오정소가 공께서 산닭과 자고를 많이 먹어서 그 독이 발생한 것이라고 하고는, 감두탕을 투여하자 나았다. 이 새는 오두와 반하의 싹을 많이 먹으므로 이것으로 독을 풀어 주었을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또 유설에서는 ‘양입지가 통판으로 광주에 있다가 초주로 돌아왔다. 자고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마침내 목구멍에 옹저가 생겼고, 옹저가 터지자 피고름이 끊이지 않고 나왔으므로 침수와 식음 모두 전폐하였다. 의원을 불러도 속수무책이었다. 마침 양길로가 그 고을을 지나가므로 진찰하도록 초청하였다. 양길로가 말하기를 우선 생강 1근을 드셔야만 약을 투여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처음 먹을 때는 단맛과 향이 느껴졌는데, 반 근쯤 먹자 조금 숨이 트였으며, 1근을 다 먹자 비로소 매운맛이 느껴졌고, 죽이 입속으로 들어가도 마침내 막히는 것이 없었다. 이 새는 반하를 잘 먹으므로 오래되면 독이 발생할 따름이므로 생강으로 제어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두 가지 설을 살펴보면 자고를 많이 먹었는데, 또한 약간의 독이 있으나 그 효능과 쓰임 또한 독과 고독을 풀어 줄 수 있으니, 공과 허물이 서로 가리지를 않는다. 저절로 죽은 날짐승과 들짐승은 모두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는데, 전염병을 얻기 때문이니, 어찌 자고만 신령스러워서 상제게 바치겠는가. 그 말이 참 미련하구나!”라고 하였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5-14 18:01:39[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에 사대부 집안에 외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과거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과(文科)에 응시하고자 사서오경(四書五經)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갖춰야 했다. 그래서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서는 책만을 읽는데 시간을 보냈다. 사내는 하루종일 앉아서 사서와 오경을 읽었다. <맹자>를 펼쳐 놓고는 “맹자견양혜왕(孟子見梁惠王)하신대 왕왈수불원천리이래(王曰叟不遠千里而來)하시니 역장유이리오국호(亦將有以利吾國乎)잇가....” <대학>을 펼쳐 놓고는 “대학지도(大學之道)는 재명명덕(在明明德)하고 재신민(在新民)하고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이거늘...”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촛불을 켜 놓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책을 읽는 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들리는 듯했다. 집안 가득 울려 퍼지는 책 읽는 소리를 들고서 사내의 부모는 “우리 아들이 저렇게 열심히 사서사경을 암송(暗誦)하고 있으니 장원급제를 할 모양이요.”하면서 대견스러워했다. 사내의 아버지도 글공부를 많이 해서 높은 관직에 머무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자식이 자신보다 더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인지상정일 것이다. 사내는 작년부터 과거시험 준비를 했지만 갑자기 곽란(癨亂)이 와서 작년 생진시(生進試)에는 응시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 올해 더더욱 기대가 컸다. 그런데 사내는 이전에 읽었던 내용을 기억할 수 없었다. 암송했던 내용을 떠올려 보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논어>를 암송하고 나서 <맹자>를 암송하기 시작하면 <논어>를 잊고, <맹자>를 암송하고 <대학>을 암송하기 시작하면 <맹자>를 잊었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심지어 전날 암송했던 내용도 기억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사내의 아버지는 마루에 <논어>가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온 책장에 손때가 가득했다. 사내의 아버지는 대견하게 여기면서 무심코 눈에 들어오는 대로 위정편에 있는 문구인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하고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하니 시지야(是知也)니라.”라고 소리내어 읽어 내려갔다. 이 내용은 논어의 가장 대표적인 문구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는 의미의 문구다. 그런데 방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아들이 나왔다. 아버지는 ‘아, 이제 드디어 네가 나와 함께 사서삼경의 내용으로 강론(講論)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방에서 나온 아들은 “아버님 어떤 책을 읽으셨기에 ‘지지지지’하십니까? 소자가 듣기에 좋은 말처럼 느껴지나 그 내용을 모르니 궁금하옵니다.”하는 것이다. 사내의 아버지는 아들놈이 논어의 이 유명한 문구를 듣고서도 한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사내의 아버지는 아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사서삼경을 암송하고 있었으면서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혹시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나 여겨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의원을 찾았다. 의원이 사내를 진찰해 보더니 “아드님이 앓고 있는 병증은 바로 건망(健忘)입니다. 건망이란 갑자기 무언가를 잊어버린 뒤 애써 생각하여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주로 심(心)과 비(脾, 췌장)의 문제이지요. 심과 비는 모두 생각을 주관하는데, 너무 근심걱정이 많으면 심과 비가 상하여 건망이 생깁니다. 그래서 갑자기 이전 것을 모두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아드님은 과거시험에 합격을 해야 한다는 불안한 마음이 근심걱정이 되어 심과 비를 상하게 해서 건망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사실 사내의 아버지는 장원급제까지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너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원급제를 해야 한다. 네가 장원급제를 해야 우리 집안의 명성이 자자손손 뒤따를 것이다. 이 말을 명심하거라.”라고 눈만 마주치면 주지를 시켜왔던 것이다. 그래서 사내는 항상 근심걱정이 있었다. 장원급제는커녕 과거시험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마음은 항상 불안했고, 심장은 벌렁거렸으며 입맛도 없고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근심걱정 때문에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었지만 부모들은 먹고 자는 시간을 아껴서 공부를 한다고 칭찬했기에 더욱더 난감했다. 그래서 책을 읽고는 있지만 그 내용이 머릿속에 머무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내는 자신의 심정을 아버지에게 말했다. “너무 불안합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원급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대체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책을 읽고 있어도 시험에 떨어져서 모두들 저에게 손가락질하는 장면이 떠올라 견디기 힘듭니다. 사실 작년 과거시험 직전에 제가 곽란에 걸려서 시험을 보지 못한 것도 떨어질 것이 뻔해서 일부러 독초를 먹고서 배앓이를 한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의원은 사내의 아버지를 밖으로 불러냈다. 잠시 후 아버지가 들어오더니 아들을 안고 “미안하구나. 네가 이렇게 부담감을 느끼는지 몰랐다. 관직이 무슨 소용이냐.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과거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단지 이 아비와 함께 건강하게 생활하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등을 토닥거렸다. 절반은 진심이었지만, 사실 절반은 포기였다. 그랬더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사내의 부담감과 불안감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가슴이 벌렁거림이 없어지고 입안에 침이 돌았다. 한동안 차마 쳐다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눈동자를 참으로 오랜만에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사내는 갑자기 “의원님, 저한테 건망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것을 치료하는 처방도 있을 것 아닙니까? 저에게 처방을 해 주십시오. 이제 떨어져도 좋은 과거시험에 마음 편히 한번 응시해 보렵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아버지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그럼 내가 자네에게 처방을 해 주겠네. 총명해진다고 해서 총명탕(聰明湯)이네. 총명탕은 복신(茯神), 원지(遠志) 그리고 석창포(石菖蒲)로 구성된 처방으로 집중력을 높이는데 최고의 처방이네. 의서에 보면 오랫동안 다려 마시면 하루에 천 마디 단어를 외울 수 있다고 했다네. 그 밖에 과거시험을 보면 장원급제를 한다고 해서 장원환(壯元丸)도 있고, 송나라때 최고의 학자인 주자(朱子)가 복용하면서 책을 암송했다고 해서 주자독서환(朱子讀書丸)이 있고, 공자가 전해 주었다고 해서 공자대성침중방(孔子大聖枕中方) 등도 있는데, 여기에도 모두 복신, 원지와 석창포가 포함되어 있어 총명탕의 약재가 가장 핵심적인 약재들임을 일 수 있네. 먼저 불안초조로 인한 건망에 좋은 귀비탕(歸脾湯)과 함께 처방해 줄 테니 귀비탕을 먼저 복용하고 나서 총명탕을 꾸준하게 복용해 보게나.”라고 했다. 사내는 의원의 말을 들으니 정말 그러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그러면서 의원은 “너무 배불리 먹어도 머리가 멍해지면서 건망이 나타나니 식사를 골고루 잘하되 소식을 하도록 하게나. 밤에 잠이 쏟아지면 박하잎을 씹어 먹으면 잠을 줄일 수 있고, 반대로 불안하면서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대추를 씹어 먹으면 좋네. 그리고 암송을 하면서도 집중이 안되고 머리가 멍할 때는 손가락을 모아서 손가락 끝으로 정수리 백회 부위를 톡톡톡하고 자주 두드려 주면 일시적으로 각성이 될 걸세.”라고 일러주었다. 사내의 부모도 “공부도 좋지만 무엇보다 건강을 해치지 말거라.”하면서 격려해 줬다. 진료를 마치고 난 후, 그날 밤 사내는 <대학>의 한 구절을 읽게 되었다. “욕수기신자(欲修其身者)는 선정기심(先正其心)하고 욕정기심자(欲正其心者)는 선성기의(先誠其意)하나니...” 직역을 하면 ‘자신의 몸을 닦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내는 이 문구를 읽으면서 ‘네가 과거시험 합격으로 명예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마음을 정직하게 써야 하고, 마음을 정직하게 하고자 한다면 먼저 과거시험에 합격하고자 하는 절실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라고 책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사내는 눈을 감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사내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논어>의 첫 구절이 떠 올랐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悅乎)아,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면 불역락호(不亦樂乎)아, 인부지불온(人不知不慍)이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아.’ 이 문구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의미였다. 사내는 무언가 깨달았다. 공부의 목적이 단지 한낱 과거시험의 합격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내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사서오경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공부의 목표가 뚜렷해졌고, 과거시험 또한 부담이 없어지니 집중도 잘 됐다. 게다가 건망에 좋다는 총명탕까지 꾸준하게 복용하니 정말 하룻밤에 천자, 만자가 암송되는 듯했다. * 제목의 ○○○은 ‘총명탕’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 ○ 健忘者, 陟然而忘其事, 盡心力思量不來也. 主心脾二經. 盖心之官則思, 脾之官亦主思. 此由思慮過多, 心傷則血耗散, 神不守舍, 脾傷則胃氣衰憊, 而慮愈深. 二者皆令人事, 卒然而忘也. 治法, 必先養其心血, 理其脾土, 以凝神定智之劑, 調理之. 亦當以幽閑之處, 安樂之中, 使其絶於憂慮, 遠其六淫七情, 如此則日漸以安矣. (건망이란 갑자기 무언가를 잊어버린 뒤 애써 생각하여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주로 심과 비의 문제이다. 심은 생각하는 것을 주관하고 비도 생각하는 것을 주관한다. 생각을 많이 하여 심이 상하면 혈이 소모되고 흩어져서 정신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비가 상하면 위기가 쇠약해져도 더욱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2가지 경우는 모두 갑자기 잊어버리게 된다. 치료법은 반드시 먼저 심혈을 기르고 비토를 다스리는 것이므로 정신을 모으고 뜻을 안정시키는 약으로 조리해야 한다. 또한 조용한 곳에서 편안하게 즐기며 근심걱정을 끊고 육음과 칠정을 멀리하면 날로 편안해질 것이다.) ○ 聰明湯. 治多忘, 久服能日誦千言. 白茯神, 遠志:以甘草水泡去骨薑汁製, 石菖蒲 各等分. 右剉, 每三錢, 水煎服. 或爲末, 每二錢, 茶湯點服, 日三. (총명탕. 잘 잊어버리는 것을 치료한다. 오래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외울 수 있다. 백복신, 원지:감초 달인 물에 담갔다 심을 빼고 생강즙으로 법제한 것, 석창포 모두 같은 양. 이 약들을 썰어 3돈씩 물에 달여 먹는다. 또는 가루내어 2돈씩, 하루에 3번 차를 끓인 물에 타서 먹는다.) ○ 歸脾湯. 治憂思勞傷心脾, 健忘怔忡. 當歸, 龍眼肉, 酸棗仁(炒), 遠志(製), 人參, 黃芪, 白朮, 茯神 各一錢, 木香 五分, 甘草 三分. 右剉, 作一貼, 薑 五片, 棗 二枚, 水煎服. (귀비탕. 근심과 생각으로 심비를 상하여 건망과 정충이 있는 것을 치료한다. 당귀, 용안육, 산조인:볶은 것, 원지:법제한 것, 인삼, 황기, 백출, 복신 각 1돈, 목향 5푼, 감초 3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5쪽, 대추 2개와 함께 물에 달여 먹는다.) ○ 壯元丸. 補心生血, 寧神定志. 且臺閣勤政勞心, 燈窓讀書辛苦, 幷健忘, 怔忡, 不寐, 及不善記而多忘者, 服之能日誦千言, 胸藏萬卷. 遠志(薑製), 龍眼肉, 生乾地黃(酒洗), 玄參, 朱砂, 石菖蒲 各三錢, 人參, 白茯神, 當歸(酒洗), 酸棗仁(炒), 麥門冬, 柏子仁(去油) 各二錢. 右爲末, 獖猪心血和丸菉豆大, 金箔爲衣, 糯米湯下二三十丸. (장원환. 심을 보하고 혈을 만들며 신을 편안히 하고 뜻을 안정시킨다. 관청에서 정사에 매달려 마음을 쓰거나 등불 아래나 불빛이 있는 창가에서 힘들게 책을 읽거나, 건망ㆍ정충ㆍ불면이 있고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 먹으면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외울 수 있고 가슴에 만 권의 책을 간직할 수 있다. 원지:생강즙에 담갔다 말린 것, 용안육, 생건지황:술로 씻은 것, 현삼, 주사, 석창포 각 3돈, 인삼, 백복신, 당귀:술로 씻은 것, 산조인:볶은 것, 맥문동, 백자인:기름을 짜낸 것. 각 2돈. 이 약들을 가루내어 돼지염통의 피로 반죽하여 녹두대로 환을 만들고 금박으로 겉을 입힌다. 찹쌀을 끓인 물에 20~30알씩 먹는다.) ○ 朱子讀書丸. 治健忘. 茯神, 遠志(薑製) 各一兩, 人參, 陳皮 各七錢, 石菖蒲, 當歸 各五錢, 甘草 二錢半. 右爲末, 麪糊和丸菉豆大, 朱砂爲衣, 臨臥以燈心煎湯, 下五七十丸. (주자독서환. 건망을 치료한다. 복신, 원지:생강즙에 담갔다 말린 것. 각 1냥, 인삼, 진피 각 7돈, 석창포, 당귀 각 5돈, 감초 2.5돈. 이 약들을 가루내어 밀가루 풀로 반죽하여 녹두대로 환을 만들고 주사로 겉을 입힌다. 잘 때 등심 달인 물로 50~70알씩 먹는다.) ○ 孔子大聖枕中方. 服之令人聰明. 龜板ㆍ龍骨ㆍ遠志(薑製)ㆍ石菖蒲 各等分. 右爲末, 酒調下二錢, 日三服. (공자대성침중방. 먹으면 총명해진다. 구판, 용골, 원지: 생강즙에 담갔다 말린 것, 석창포 모두 같은 양. 이 약들을 가루내어 하루에 3번, 술에 2돈씩 타서 먹는다.) <광제비급> ○ 宣聖枕中方, 黽板自敗者, 龍骨, 遠志去心, 石菖浦去毛, 四味等分, 爲末, 酒調方寸匙, 日三服, 令人聰明, 皇明孔仲平, 孔子七十二代孫, 此藥宣聖所傳云. (선성침중방에는 구판, 용골, 원지:거심, 석창포. 이 네 가지를 각각 같은 양으로 가루 내어 술에다 한 숟가락씩 타서 하루에 3회씩 먹으면 사람이 총명해진다. 명나라 중평은 공자의 72대 손인데 이 약을 공자가 전한 처방이라고 하였다.) ○ 人多忘事, 遠志, 石菖浦, 每日煎湯, 服, 心通萬卷書. (사람이 잘 잊어버리는 데는 원지, 석창포를 매일 달여서 먹으면 만 권의 글을 통달할 수 있다.) <비급천금요방> 好忘. 孔子大聖知枕中方. 鼈甲, 龍骨, 遠志, 昌蒲. 右四味. 等分. 治下篩. 酒服方寸匕. 日三. 常服令人大聰. 翼云食後水服 (잘 잊어 버리는 것. 공자대성치침중방. 별갑, 용골, 원지, 석창포. 이상 4가지를 동일한 등분으로 해서 가루내서 곱게 체로 쳐서 술로 일방촌시씩 하루 3회 복용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아주 총명해지게 한다. 천금익방에는 식후에 물로 복용한다고 했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0-05 18: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