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신중론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금리를 낮추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미국과 글로벌 주요국 간 통화정책 탈동조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미 연준에 앞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환율이 안정돼있고 물가 목표에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한은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준 통화정책과 차별화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인 '10월' 금리 인하설이 나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언제 내리나" '금리인하 눈치작전' 25일 증권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리는 가운데 ECB는 다음 달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RTE One 방송 인터뷰에서 "지표가 중기 인플레이션 2% 달성 확신을 강화한다면 다음 달 6일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6월 0.25% 포인트(p) 금리인하를 시작해 9월과 12월에도 인하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스위스 중앙은행도 시장 예상을 깨고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8일에는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가 8년3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 두 나라를 포함해 지금까지 헝가리, 칠레, 브라질 등 11개국이 미 연준에 앞서 금리를 내렸다. 이처럼 금리 인하를 단행한 국가들은 △환율 안정세 △물가 목표치 근접 △지난해보다 부진한 경제 등의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에 나설 조짐을 보이는 국가들의 특징은 (팬데믹 이전 대비) 환율이 절상되었거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환율 절하 폭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며 "또한 디스인플레이션 속도가 조금 더 빨라서 올해 중에 물가 목표치에 도달하거나 안착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로존은 물가 목표 달성에 상당 부분 근접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4%, 근원물가 상승률은 2.7%로 나란히 2%대를 기록했다. 스위스와 스웨덴도 물가상승률이 1%대 떨어졌거나 역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스위스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1%, 4월 1.2%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 전년동기 대비 0.6%로 6분기 연속 0%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3월 물가상승률이 4.1%로 물가목표치(2%)보다 높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올해 1·4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1.1%로 4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전문가들 "환율변동성·성장세에 韓 탈동조화 쉽지 않아"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통화정책과 탈동조화 하기 어려운 국가에 해당된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환율이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7.1원 오른 1369.5원에 마감했다. 올들어 5% 넘게 절하됐다. 경제성장률도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물가상승률 둔화세는 아직 미약하다. 실제 한은은 지난 2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2월 대비 0.4%p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월과 같은 2.6%로 제시했다. 정용택 연구원은 "원화는 일본보다는 절하 폭이 낮지만 올해 가장 많이 절하된 통화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한 부담도 크게 늘어나 한국은행이 당연히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은 미국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변화(둔화) 폭이 상당히 완만하고 성장률은 다른 지역 대비 지난해보다 상향 폭이 큰 나라에 속한다"며 "한은 금리 인하에 대한 갑론을박이 향후 더 거세지겠지만 금리인하가 미 연준보다 앞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준과 차별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기계적으로 미국에 따라서 간다는 얘기를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미국 통화정책이 변함에 따라서 환율시장에 주는 영향, 자본 이동성에 주는 영향 또 그로 인해서 우리 국내 시장이 받는 영향을 고민하면서 통화정책을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짙어질 때 한은이 금리 인하에 즉각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페드워치(CME)에 따르면 현재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은 절반보다 조금 높은 60% 전후다. 시장에서는 고환율과 자본 유출 우려에 연준의 금리 인하 후인 4·4분기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미국은 9월과 12월 금리를 낮추고, 한은은 연내 1회로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면서 10월 인하를 전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5-25 17:43:38[파이낸셜뉴스]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스웨덴,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 가운데 영국도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도에 나설 전망이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끈적한 물가에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면서 향후 원·달러 환율은 강달러에 따른 상방 압력에 놓일 전망이다. ■유럽은행 금리인하 준비...“인플레 압력 줄어”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6월 6일(현지시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CB의 4월 통화정책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ECB 정책위원들은 "3월 전망에 포함된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확인된다면 6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귄도스 ECB 부총재도 “6월 회의에서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는 매우 명확하고 투명하다”고 발혔다.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영란은행(BOE)은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BOE 통화정책위원회서 기준금리를 6차례 연속 연 5.25%로 동결하면서 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에 대한 고무적인 소식이 있었다"며 "물가상승률이 향후 두 달 내로 우리의 목표치인 2% 부근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물가 하락세를 낙관했다. 금리 인하 의견을 낸 위원도 2명으로 직전 회의보다 1명 늘었다. 금리 인하에 투표한 위원들은 "통화정책 결정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시차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 있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2년 10월 11.1%에서 올해 3월 3.2%까지 내려왔다. 물가목표치(2%)보다는 높지만 추세적인 둔화 흐름이 뚜렷한 상태다. 근원물가도 지난해 5월 7.1%에서 지난 3월 4.2%까지 둔화됐다. 이미 선제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 유럽 국가들도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지난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0%에서 연 3.75%로 내리며 8년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섰다. 릭스방크는 물가 하락에 따라 하반기에 2차례 가량 금리를 더 내릴 계획이다. 앞서 스위스도 2월 물가 상승률이 1.2%를 기록하며 목표치에 들어오자 9년 만에 기준 금리를 내렸다. ■물가 안 잡히는 美...“원·달러 환율 재상승 위험”이같이 유럽국가들의 탈동조화가 시작된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는 여전히 끈적한 상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상승하며 시장예상치(0.3%)을 상회했고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2.2%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4% 상승해 시장예상치(0.2%)을 넘어섰다. 연준 위원들도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보우먼 연준 이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올해 첫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을 지적하면서 "금리를 조금 더 오래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와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물가상승률이 3%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증거는 많지않다”며 "더 많은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상방 압력에 놓이게 됐다. 유럽의 기준금리 인하가 유럽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을 견인해 상대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견고하게 하는 가운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밀리고 있어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No cut)과 ECB의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지속돼 유로화 반등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재상승 위험이 있고 안정되더라도 1300원 중반~1400원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5-12 12:36:51[파이낸셜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을 주면서 탈동조화 여건이 마련됐다”며 “국내 물가 지표 등을 중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수도, 늦게 내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이 총재는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 동결(3.50%)로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우리 자료도 보지만 환율 등에 끼칠 미국의 통화정책을 많이 고려했다면 지금은 통화정책이 주는 영향이 이전과는 달라지면서 금리 정책이 탈동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4-12 11:38:41[파이낸셜뉴스]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이 16년 만에 5%대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대'에 사실상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이제 고금리가 어디까지 가서 머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韓 국채 4% 대 진입...'비정상(초저금리)의 정상화일까'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연중 최고치인 연 4.070%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5%대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금리도 동조화 현상을 보인 영향이다. 지난 20일 연 4.044%로 상승분을 소폭 반납했지만 여전치 최고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금리인상 종료설에 힘이 실리면서 지난 2월 연 3.1%까지 떨어졌던 3년물 금리는 금리인상 종료설이 힘을 잃으면서 점차 올라 4%를 넘어섰다. 10년물도 이달 19일 연 4.362%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대표적이 단기물인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20일 연 환산 기준 4.20%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는 미국의 국채 금리와 동조화를 이루는 만큼, 미국 국채 금리의 움직임은 우리나라 채권 시장의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미국 국채 금리의 5%대 진입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 영향이 컸다. 지난 19일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그 여파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선을 돌파했고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연준 의장은 매파적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파월의 발언에서 금리 하락 재료를 찾지 못했다"면서 "시장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까지 상승한 점에 충분히 (낮은 가격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겠지만 통화정책의 여전히 높은 만큼 섣부르게 매수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시대가 본격화 했다는 점에서 시장 경계감이 커진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11년 이전 연 4%대 수준이었다. 지난 2004~2005년 국고채 금리가 연 4% 수준에서 소폭 떨어졌지만 연 3~4%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았다. 이에 최근 국고채 상승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정상(초저금리 시대)의 정상화'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미 국채 발행 확대+전쟁리스크, 韓·美 금리 상승 재료 또 미국 재무부의 국채발행 확대도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는 재료로 꼽힌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지역에서도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의 전쟁 지원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가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19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를 나타냈다. 이번 동결은 6회 연속 동결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세계경제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전쟁에 따른) 경기 및 물가 모두에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가 향후 물가목표 도달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했다. 그는 "6명 금통위원 중에서 5명 금통위원은 물가가 전망 경로를 이탈할 경우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러나 이 총재는 아직 이스라엘 사태에 따른 세계경제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2024년 주인공은 나야 나 "부채"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의 시선이 '물가'보다 '부채'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시장과 통화정책의 지배적인 화두였다면 2024년에는 부채가 주인공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 관련 확장 정책을 되돌리려는 움직임(디레버리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급과 시장 우려를 생각해 보면 부채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면서 "부채는 채권을 의미하고 부채가 증가했다는 것은 채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이 많아지면)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가격하락, 금리상승)"면서 "시장은 지금부터 부채 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투자 심리 위축도 시장을 약세로 이끈다"고 말했다. 특히 부채규모보다 이자 부담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자 부담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라며 "급격하게 상승한 시장 금리와 긴축 통화정책, 국채 발행 급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물가 안정, 완전 고용 모두 연준의 최우선적인 통화정책 목표"라며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재정 시스템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방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물가 문제에 있어 한숨을 돌린 만큼 부채도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고려사항이 될 수 있는 시기"라면서 "긴축의 완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3-10-22 16:21:35[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지난 2월부터 5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음에도 차주들의 대출금리 부담은 여전하다.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성이 강한 장기물(5년물 이상)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은행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상승해 차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은행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 및 평가'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5년물 이상의 국내 장기금리는 여전히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성이 높다. 이와 연계된 일부 대출금리, 은행채 및 회사채 금리 등이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우리나라 대출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8월 25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4.32~6.95%, 고정(혼합)형은 연 3.90~6.30%로 나타났다. 상단 7%를 목전에 둔 것으로, 지난 7월 14일 변동형이 연 4.21~6.19%, 고정형이 연 4.06~6.00%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올랐다. 은행권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가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더불어 동반 상승하고 있어서다. 고정형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달 말 4.39% 수준까지 올랐다. 변동형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또한 채권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오른다. 한은이 미국 금리의 한국 금리에 대한 영향력을 자체 추정한 결과 올해 5년물 금리에 대한 미국 금리의 영향력은 51%, 10년물에 대한 영향력은 56%에 달했다. 지난해 각각 55%, 59%보다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금리 등락에 영향이 큰 것이다. 올해 기준 1년물, 3년물 금리에 대한 영향은 각각 14%, 39%에 그친다. 한은은 "최근 한·미 금리 동조화 지속에도 중·단기물의 경우에는 그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라며 "다만 국내 장기금리는 여전히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가계·기업 대출금리의 경우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은의 견해다. 한은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도 국내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는 대체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미국 국채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미국 국채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9-11 11:49:02[파이낸셜뉴스] 미국 기준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달러의 국제적 약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달러 강세국면이 막을 내리고 완만한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0.8원 오른 1266.6원에 거래 마감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에 불과했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시장의 전망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달러인덱스 100선 무너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든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존 시사한 연내 기준금리 2회 인상이 아닌 1회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고점 부근까지 도달했다는 분석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99.98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100선이 무너진 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100 미만을 유지하는 것은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후 15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는 완만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완만한 달러 약세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긴축 기조 통화 정책이 정점을 향했다”며 “달러 강세가 마무리되고 약세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 선임은 이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400원을 넘겼던 것은 달러가 과대평가됐던 부분과 서울외환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지난해 9월 최고점 대비 13% 가량 환율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하락세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올해 하반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단, 현 시점의 달러 약세는 Fed의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CPI가 전망보다 낮게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며 “달러 약세는 완만하게 조정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위안화 고려해야...中 부양책 효과 주목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위안화 약세도 환율에 영향을 끼쳤다. 원화가 위원화와 다시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선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올해 4·4분기 현시점 대비 5%가량 더 떨어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며 “중국 경기가 원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큰만큼 주목해야한다”고 첨언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실효적 효과가 언제, 얼마나 있을지 지켜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도 “원화-위안화의 재동조화 현상은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07-17 15:32:22올해 각국의 통화정책과 성장 흐름이 차별화되면서 한국·중국·일본 통화의 움직임도 '기존의 문법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펀더멘털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 위안화는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지표 등으로 최근 약세다. 아시아 최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는 주요국 중 유일한 통화완화 정책 영향으로 원화 대비 약세를 키웠다. '함께 움직였던' 원화와 위안화 동조화 수준이 낮아지고 엔화, 위안화가 원화 대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등 3개국 통화가 새 역학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외환시장에서 한·중·일 3개국 통화가 각국의 통화정책과 경제 흐름에 따라 차별화되면서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우선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을 살펴보면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290.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후 16일엔 전일 종가 대비 8.6원 하락한 1271.9원에 거래를 마치며 1270원대에 안착했다. 반면 위안화는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15일 종가(140.26엔)에서 일본은행(BOJ) 금융정책회의 후 141엔대까지 오르는 등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아울러 원화 대비 엔화는 8년 만에 가장 낮았다. 16일 오전 9시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906.50원(하나은행 고시), 오후 3시30분 기준 903.82를 기록하며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위안화 간 높은 수준의 동조화(커플링)가 깨진 것에는 한중 경기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화는 한국 반도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받아 강세를 보이는 반면, 위안화는 기대보다 저조한 중국 경제지표에 경기회복 기대감을 되돌리고 있다. 우리나라 5월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로 지난 1월(125억3000만달러 적자) 정점을 찍은 후 적자 폭을 줄이고 있다. 반면 중국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 49.2에서 5월 48.8로 2개월 연속 하락해 시장예상치를 밑도는 등 경제지표가 저조한 상황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부터 원화와 위안화 커플링 고리가 약해졌다"며 "아직까지 양국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를 시도하고, 한국도 메모리반도체를 중국에 의존하며 수출할 사이클은 지났기 때문에 양국 통화 간 동조화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엔저 현상의 원인은 일본이 주요국 중 유일하게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6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대규모 완화정책을 유지키로 했다. 채권을 사들여 금리가 오르지 못하도록 막는 수익률곡선통제정책(YCC)도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3국 3색 통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이 주요국과 달리 통화완화책을 오래 가져가고, 한국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역학관계에도 과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통화긴축 쪽으로 가게 되면 당연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 달러화 대비 원화, 엔화가 동반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수준에는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기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 되돌림 현상이 어느 정도 균형점에 도달했을 때 다시 커플링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현기 흥국증권 수석연구원은 "예전 같았으면 중국 경기가 회복됐을 때 우리나라에서 중국 관련 수출이 잘 됐었는데, 지금은 많이 분절화됐다"면서 "위안화가 강세로 갈 경우 원화도 강세 압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2023-06-18 19:13:56[파이낸셜뉴스] 세계 경제가 탈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 3월 강력한 금리인상을 시작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 모두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했지만 14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이 금리인상을 생략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올렸지만, 중국인민은행(PBOC)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분석기사에서 이번주 14일 전후한 24시간 동안 세계 경제의 핵심인 이들 세 중앙은행의 행보가 서로 엇갈렸다면서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동네 별로 흐름 달라 팬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과 역내 공급망 구축이 새 흐름으로 자리를 잡는 가운데 각 주요국 경제 흐름 역시 제각각이다. 유럽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일반적인 의미의 경기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ECB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금리인상을 지속했다. 중국은 세계 대부분 나라들이 겪는 인플레이션 문제에서는 지금 자유로운 상태다. 그러나 제로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거품 후유증을 심각히 겪고 있다. 금리를 내린 배경이다. 미 경제는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연초 전망이 뒤집어졌다. 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탄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고, 경기침체 전망은 거의 들어갔다. 연준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인플레이션 역시 주요국들과 달리 급락세를 타면서 연준의 숨통을 터주고 있다. 다만 월별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잘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골치거리이다. 외환시장에서도 탈동조화 서로 다른 경제상황으로 인해 외환시장에서도 각국 통화 흐름이 큰 흐름을 벗어나 동네 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은 금리인하와 저조한 경제흐름 속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이와함께 여전히 중국이 자본 통제를 하고 있고, 외화반출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어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완전히 통합되지 않고 있다. 위안 가치를 압박하는 요인들이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과 영국은 통화가 강세다. 다음주 금리인상이 유력한 영국은행(BOE), 연준 금리 동결 속에서도 금리를 더 올린 ECB 등 유럽 중앙은행들은 연준보다 더 매파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약달러 이같은 탈동조화 속에서도 세계 경제를 하나로 묶는 끈은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달러다.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누그러지면서 달러 가치는 올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이같은 달러 약세가 유럽,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시장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닥스지수는 올들어 17.5% 상승했고,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29% 급등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17% 뛰었다. 그러나 홍콩 항성지수는 1%, 중국 상하이지수는 6% 오르는데 그쳤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 올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6-17 05:03:00[파이낸셜뉴스] 미국 증시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동안 미국 증시와 동조화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27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02% 상승한 1만9772.40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61% 상승한 2831만8000원에 거래됐다.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대체 가상자산) 대장 이더리움 역시 상승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같은 시간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5.75% 오른 1372.61달러에 거래됐다. 업비트에서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2.64% 상승한 196만6500원에 거래됐다. 올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주식시장과 동조화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연초 대비 23.80%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60% 가까이 추락했다. 26일(현지시간) 다우지수와 S&P500가 각각 1.11%, 1.03% 하락하고 나스닥은 0.60% 떨어졌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상승세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미 증시가 연일 급락하자 일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피난처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암호화 알고리즘 거래 회사인 이피션트 프론티어의 성장 책임자인 앤드류 투는 "여전히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많은 플레이어가 더 강한 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장기보유자(호들러)의 수가 최근 몇 개월 동안 증가했으며 이는 과거의 약세장과 반대되는 추세라고 비트파이넥스는 전했다. 비트파이넥스는 최근 메모에서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가상자산 가격 상승에 매료된 많은 투자자들이 제자리를 지키면서 상당한 규모의 돈을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현재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매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뀔 수 있다"며 "이들이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FRNT 파이낸셜의 스테판 오엘렛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에 대한 오랜 믿음을 가진 커뮤니티와 비트코인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통제될 것"이라며 "후자가 시장을 통제하게 될 경우 비트코인과 위험자산간 상관관계가 무너지면서 비트코인이 자체 세계에서 거래를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2-09-27 11:02:30[파이낸셜뉴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의 여파로 가상자산 시세가 급락하며 주식과 동조화된 가운데, 한 때 인플레이션 위험회피(헤지) 기능에 따라 '디지털 금'으로 추앙받던 비트코인(BTC)이 위험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던 올 초부터 달러, 금 등 안전자산의 시세는 지속 오른 반면 비트코인은 시세가 급락했다. ■"비트코인 이제 '디지털 금' 아냐" CNN은 10일(현지시간) "가상자산이 주식만큼 위험하고 다우지수, S&P500, 나스닥처럼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어, 비트코인도 더이상 '디지털 금'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총 공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금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근엔 비트코인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가상자산은 위험자산인 주식의 동조화는 더욱 강화됐다. 지난 1월 31일 기준 180일 동안의 비트코인과 S&P500지수의 상관관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과 나스닥100 지수의 상관관계도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BofA는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는 지난 해 6월 21일 이후 0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며 "특히 최근 2개월 간 더욱 낮아졌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도 지난 1월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의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엔 가상자산과 주요 주가지수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초기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금·달러는↑ 가상자산·주식은↓가상자산이 안전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에 분류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헤지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달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한때 104.2로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는 5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금시세도 6개월 전인 지난 해 11월엔 g당 7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7만5000원 대에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더 하락하거나, 보합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최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면서 가상자산 급락이 본격화됐는데, 매달 있을 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불안감을 가중해, 실제 정책 집행은 이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세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3만달러(약 3800만원) 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돼 있다. 반등할 경우 3만3000달러(약 4200만원) 선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마이디지털머니(My Digital Money)의 콜린 플럼 최고경영자(CEO) 겸 설립자는 포브스에 "연준의 의사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트코인 시세는 상당한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2-05-11 16: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