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키티 사랑 (사진=tvN) 최홍만 키티 사랑 모습이 공개돼 화제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enews 월요일 코너 ‘현장취재! 스타워즈’에서는 첫 번째 주인공으로 최홍만이 초대돼 자신만의 특별한 취미와 생활을 공개했다. 앞서 ‘현장취재! 스타워즈’는 enews의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로 이색취미나 수집품,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스타의 특별한 일상을 공개한다. 이날 방송에서 최홍만은 그 동안 모아온 헬로키티 인형들을 일일이 설명해주며 자신의 소중한 취미 생활을 공개했다. 더불어 제작진과 함께 헬로키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평소 단골인 헬로키티 매장을 찾은 최홍만은 “어릴 때부터 꿈꿨던 소망이 헬로키티 매장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헬로키티와 함께 하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이에 제작진은 “최홍만 키티 사랑은 ‘화성인 바이러스’ 출연자 중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페이트’와 사랑에 빠져 ‘십덕후’라는 별명을 가진 이진규를 능가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최홍만은 자신을 둘러싼 구설과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최홍만의 여자친구는 인터넷 상에서도 한 차례 화제가 된 인물로 훤칠한 키에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새침한 외모를 가진 미모의 여성. 최홍만은 여자 친구에 대해 “내 이상형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이라며, 인터뷰 내내 미소를 멈추지 않아 지켜보던 이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최홍만이 이사한지 일주일 가량 된 새 집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oarhi@starnnews.com강혜인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관련기사 ▶ 홍인규 개콘 서열, “나는 4위, 아기목소리로 후배 혼 못내” ▶ 화성인 모태곱슬녀 "사춘기 때 심한 곱슬 때문에 외면 당해" ▶ ‘불후의 명작’ 이하늬 “악역 캐릭터, 몇 배 더 힘들다” ▶ 김나윤 엄마, “엄마도 케이팝스타” 연예인급 미모 인증 ▶ ‘K팝스타’ TOP9, 생방송 무대 적응완료 '성숙한 무대'
2012-03-13 15:27:58단돈 10만원만 있으면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2001 아울렛과 뉴코아 등에서 매장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랜드 그룹은 건국대 평생교육원과 공동으로 다음달 3일부터 4주 과정의 ‘패션창업 아카데미’를 신설, 수료자들에게 2001 아울렛과 뉴코아 등 그룹이 운영하는 유통매장의 PB(자체브랜드) 패션 코너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26일 밝혔다. 패션에 대한 경험이 없어도 4주간의 과정을 통해 패션 관련 전문 지식과 매장운영 노하우 등을 전수받을 수 있다. 과정 수료후 매장을 오픈할 경우 보증금 500만원을 내야 하지만 10만원 가량의 사업자 보증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어 창업비용은 10만원선에 그친다. 이랜드 관계자는 “매장 수입이 월평균 200만원 안팎이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 그 이상의 소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창업에 뜻을 갖고 있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scoopkoh@fnnews.com고은경기자
2008-11-26 16:27:40[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29>] 조지아 '바투미'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트빌리시에서 여러나라 친구들과 함께 맞은 새해 이벤트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역시 우리는 큰도시와 안 친하다. 흑해 연안의 소도시 바투미에 가서 넉넉히 머무르며 쉬고 밀린 영상작업도 하기로 하고 트빌리시를 떠난다. 트빌리시에서 바투미까지는 자동차로 6시간 거리이다. 아침일찍 출발했는데 다행히 휴일이어서인지 교통체증없이 빠져나왔다. 도로상태도 좋고 날씨도 좋다. 지금껏 다녔던 스탄국가와 뭔가 분위기가 다른 느낌이다. 길가에 멋진 휴게소와 주유소도 보이고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긴 시간을 이동하던 중 나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탄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10년전 아메리카 장기여행을 할때말야 캐나다, 미국같이 잘사는 나라에서 멕시코-과테말라 등 점점 못사는 나라로 이동했었잖아. 그때는 사회 인프라며 치안 등이 점점 안좋은 나라로 이동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가난한 나라에서 점점 잘사는 나라로 이동 중이라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물가가 점점 비싸지는 것이 힘드네. 디젤가격, 식비, 숙박비가 점점 더 들고 어려워지니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 그러자 탄이 이야기했다. "맞아, 그래서 긍정의 힘이 중요한 것 같아. 힘들고 어려운 것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모든 일에 부정적이 될 수 밖에 없어. 어떤 일이라도 긍정적인 면을 찾고 감사할 것에 생각을 집중하면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될거야." 참으로 그랬다. 길옆에 지나가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중앙아시아의 황량함에 익숙해있다가 물도 많고 푸르른 들판을 보니 마냥 좋았다. 사방을 둘러보다보면 산이 보이는 것도 너무 반가왔다. 한참을 달려와서 드디어 바투미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바다, 흑해다.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카스피해를 만나고 이제 흑해에 왔다. 바투미는 조지아 최대의 항구도시라더니 과연 커다란 컨테이너선들과 대형 크레인이 많아 무척 활기차 보였다. 이곳은 유럽풍의 예쁜 건물들과 현대적인 고층빌딩들이 조화를 이루며 있었다. 머리위로 케이블카도 다닌다. 잘 정돈된 깨끗한 거리와 가로수가 야자수인 이국적인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Orbi city라는 거대한 3개 동의 빌딩이었다. 현지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라기보다는 개인들이 사서 공유숙소로 대여를 해주는 분위기였다. 프론트에서 키를 받으려는데 집주인과 소통이 잘 안되었는지 문제가 있어서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한시간반을 기다려 겨우 카드키를 받을 수 있었다. 한쪽은 바다가, 다른 쪽은 바투미 시내가 보이는 베란다가 있는 원룸이었는데 간단한 주방도 있고 둘이 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하루 18달러로 가격이 매우 좋아서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된다. 이곳에서 예약한 것보다 열흘정도 더 머물기로 결정하고 집주인에게 연장요청을 했다. 오랜만에 집같은 곳에 머물게 되어 너무 좋았다. 저녁때 베란다에 나와 바다를 보면 석양이 아름답게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는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3분만 걸어가면 바닷가이다. 흑해의 모래사장은 곱고 보드라운 까만 모래와 동글동글 귀여운 자갈로 이루어져있다. 여행지에서 돌이나 모래를 가져오는 것이 금지된 경우가 많아서 참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갈이 너무나 희고 동그란 찹쌀떡같이 예쁘게 보여서 참지 못하고 결국 대여섯개나 줍고 말았다. 하지만 이성을 되찾고 바닷가를 떠날때 모두 놓아두었다. 그래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으니 됐다.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와 공원이 잘 꾸며져 있어서 걸어다니기에 참 좋았다. 바투미에서 머무는 동안 탄의 생일이 되었다. 아침에 생일기념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미역으로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스팸과 계란후라이까지 그럴듯한 한상차림으로 잘 먹고 어떤 선물을 원하냐고 탄에게 물어보니 즐겨입던 옷에 구멍이 났다며 보여주는데 깜짝 놀랄만큼 커다란 구멍들이 양쪽 겨드랑이에 난리도 아니다. 탄이 그동안 이런 옷을 입고 다녔다니, 내가 너무 무심했나 보다. 시내에 바투미 몰이라는 곳에 가서 탄의 옷을 골라주었다. 가로줄무늬가 있는 긴팔 니트였는데 탄이 입어보고는 매우 좋아한다. 점심에는 탄의 생일을 기념으로 맥도날드 매장에 갔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 신기한 건물이다. 키오스크에서 영어로 주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조지아 글자는 예쁘긴 하나 절대 읽을 수가 없다. 2층의 야외 좌석에서 식사를 했는데 우리가 본 중 시설이 가장 멋진 맥도날드 매장이었다. 케찹은 안주지만 자리로 서빙을 해준다. 이럴줄 알고 가방에 쭉 가지고 다녔던 케찹을 꺼냈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버거킹과 KFC 케찹이다. 역시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어디서건 맛있었다. 촛불도 케잌도 없지만 조촐한 우리끼리의 생일파티를 했다. 맥도날드에서 꺼낸 한국발 '버거킹, KFC케챱'...케챱을 돈주고 사먹는건 사치다! 이슬람 국가를 벗어났으니 이제 돼지고기를 마음껏 살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마트에서 계란과 고기와 과일등을 잔뜩 사와서 하루는 돼지고기를 구워 고추와 마늘과 함께 상추쌈을 먹고, 또 하루는 스파게티면으로 자장면을 해먹고 냉동 오징어 등 해물도 사서 짬뽕도 해먹었다. 하루는 탄이 카우치서핑을 통해 알게된 프랑스의 Yon이라는 친구가 추천해준 레스토랑에 가보자고 한다. 그 친구도 장기여행 중인데 얼마전 바투미에서 6개월간 살았다고 한다.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었다니 기대가 된다. 길가에 위치한 'Leuville' 라는 레스토랑은 인도 한쪽을 막고 야외좌석을 만들어놨는데 여기는 이런 것도 가능한가 싶었다. 들어가는 문이 희안한 방식으로 열린다. 힌지가 가운데 있어 문을 90도 돌리면 양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힙한 분위기가 멋스러웠고 주문은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방식이라 익숙하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잘 했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하차푸리, 그리고 새우튀김 샐러드 등을 먹었는데 간도 잘 맞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며칠 후 1월 14일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밖에서 심상치않은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점점 커져서 대체 뭔가 싶어 베란다로 나가보니 바투미 시내쪽에서 폭죽이 엄청나게 터지고 있었다. 조지아는 정교회의 율리우스력 새해를 축하하는 풍습이 있어 우리의 신-구정처럼 새해를 두번 축하한다고 들었었는데 오늘이 그날인가보다. 휘파람소리등 환호성같은 소리도 계속해서 들리고 온 도시에서 쉴새없이 폭죽이 난리였다. 이미 1월 1일에 트빌리시에서 엄청난 새해축하 이벤트를 경험한 우리는 이번에는 숙소 베란다에서 맥주 한캔을 마시며 불꽃놀이가 정신없이 계속되는 야경을 편안하게 감상했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조지아가 새해를 맞기 가장 멋진 나라라며 이런 불꽃놀이를 2번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 것이 생각났다. 트빌리시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우리가 머물고있는 Orbi city는 가격과 시설 위치 등 다 좋은데 하나 아쉬운 것은 까브리 주차할 곳이 마땅치않아 한참 떨어진 길가에 세워두어야 했다. 짐을 가지러 가거나 할 때면 꽤 먼 거리를 왕복해야했다. 캥핑카의 앞유리 금이 어느새 20cm 정도로 길어졌다 여러날을 숙소에만 있다가 까브리에 가보니 앞유리의 금이 확 길어져있었다. 우즈벡에서 적은 돈으로 대충 때운 것이 아무래도 미봉책이었나보다. 계속 금이 커지고 위험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어 대형 정비센터를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도 여럿이고 무척 크고 제대로된 정비센터같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유리를 팔 뿐 교체는 다른 곳에서 해야한다고 해서 물어물어 10분 거리의 차량 유리교체 전문점을 찾아갔다. 넓은 주차장에 대형트럭들이 서있는 끝에 까브리가 서있는데 트럭들에 비해 매우 앙증맞아 귀여워 보였다. 대형차량 위주로 서비스를 하는 곳인가 하며 사장님께 유리교체에 대해 물어보려는데 영어를 못하셔서 스마트폰의 번역앱으로 어렵게 소통을 시도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손님이 우리를 보고 영어를 할 수 있다며 통역을 자처해주셨다. 덕분에 필요한 것을 물어볼 수 있었고 사장님은 까브리로 와서 유리 크기도 재고 부품이 있는지도 이곳저곳에 전화하며 알아봐주셨는데 우리가 곧 튀르키예로 갈거라는 이야기를 듣자 이곳에는 까브리 차종인 포터2의 유리가 없어 튀르키예에서 주문해 와야하는데 5일이 걸린다며 그곳에 가서 고치는 것이 나을거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튀르키예의 트라브존에 가면 바로 고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해외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가 어려워 긴장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 최선의 선택지를 알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우리는 보름간 바투미에서 잘 쉬고 흑해를 원없이 즐기고 밀린 작업도 잘 할 수 있었다. 여행을 계속할 새 힘을 얻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rc_87hS1vqI?si=_OEjakcEGe2UyKDy>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2 10:32:35<27> 카자흐스탄 악타우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오후 5~6시쯤 베뉴에 도착했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더 늦기전에 정비소를 찾아 차를 고치고 싶었다. 도로변 정비소를 발견하고 번역기로 시동이 안걸린다고 이야기했는데 기술자가 없다고 한다. 경정비만 하는 곳인가 싶어 다른 곳을 찾아갔다. 여기도 안된다고 해서 이 차를 고칠 수 있는 곳이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어떤 주소를 알려주어 다시 찾아갔다. 가보니 해가 져서 어두운데다 다니는 사람도 없고 주소의 집에는 초인종도 없어 망설이다 문을 두드려보았으나 답이 없다. 결국 베뉴에서 차를 고칠 수가 없었던 우리는 들개와 술취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또 숙소를 잡아도 차시동을 켜둔 채로 들어가 자야하는 것이 불안해서 차라리 이곳을 떠나 길가에서 차박을 하기로 했다. 나는 어제부터 험로의 긴 이동과 추위와 스트레스에 지쳐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만 겨우 쉬고 앉아있었고 운전하느라 더 힘들었을 탄이는 가까스로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하며 몇시간을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앞차들을 의지해 달리다가 새벽 2~3시쯤 트럭들이 많이 서있는 공터에서 차를 대고 잤다. 악타우까지 가는 동안 주유할 때면 습관처럼 시동을 끌까봐 계속 긴장하며 서로 이야기해주고 밥먹거나 화장실을 위해 차를 세울 때마다 "시동!"하며 잊지않고 켜두려고 노력했다. 다음날 오전 악타우에 도착했다. 도시가 제법 크고 활기가 넘친다. 일요일인데도 문 연 상점들이 많이 보인다. 정비소 문 연 곳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잘되었다. 눈에 띈 정비소에 들어갔는데 안된다고 한다. 캠핑카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소 10여곳을 수소문했지만 허탕이었다 서너군데를 더 찾아가보았지만 모두 차를 고칠 수가 없다는 대답에 답답하기만 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네비에서 현대자동차 매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을 보고 찾아갔다. 차량판매와 정비를 같이 하는 곳 같다. 직원에게 번역앱으로 우리 차 상태를 이야기하니 차를 정비센터로 옮기라고 한다.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보자고 했다. 20시간 이상 켜두었던 시동을 끄는 것이 매우 불안했지만 정비사도 있고 하니 꺼보기로 했다. 중앙아시아의 현대차 전시장은 한국과 달리 매우 넓고 시설도 좋다.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주셔서 의지가 되고 신뢰가 간다. 정비센터에서 까브리의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어보니 이게 웬일, 시동이 걸린다. 너무 좋아서 박수가 절로 나온다. 여러차례 껐다 켜기를 반복했는데 이상없이 잘 작동한다. 정말 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었다. 심지어 차를 못고쳐서 여행이 중단되어 돌아갈 것까지 각오를 했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몰랐다. 사실 우리는 십년 전 아메리카 장기여행에서 차가 고장이 난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온두라스에서 두달간 차에서 자며 차를 고치려고 애쓰다 끝내 돌아와야했었기 때문에 감사가 더 컸다. 이왕 정비소에 온 김에 엔진오일과 필터 등을 교환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곳은 큰 리프트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가능한 정비소를 알려주셨다. 현지 직원분은 끝까지 시동을 확인을 하며 안심시켜 주셨다.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악타우 시내로 돌아왔다. 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니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 같다. 반가운 버거킹에서 시로의 소울푸드인 햄버거를 먹고 와이파이로 숙소도 예약을 했다. 슈퍼마켓에서 장도 보고 숙소를 찾아갔다. 주소를 보고 찾아갔는데 이곳이 아닌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 찬스를 또 써서 주인과 전화를 해서 한참 떨어진 다른 아파트로 안내를 받았다. 처음 보는 여행자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고 도와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구글 내비가 잘못된건지 주인이 주소를 잘못 적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제대로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찾아간 곳은 마치 성처럼 보인다며 신기해했던 우리가 지나쳐온 곳이었다.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여러채가 단지를 이루고 있고 정원도 매우 훌륭하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인지 커다란 트리도 있고 황금말 장식에 어린이 놀이터도 잘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차를 안에 가지고 갈 수가 없어 아파트 밖 상가주차장에 세우고 왔다갔다 하며 짐을 옮겨야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건물 내부도 거울과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돼있었고 고마운 현대식 엘리베이터도 두대나 된다. 주인은 동양계 부부였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은 듯 한국드라마와 배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파트는 깨끗하고 주방도 좋고 편안해보여서 처음엔 3일 예약을 했었는데 더 길게 머물어도 되냐고 묻고 기간을 연장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편히 푹 쉬고 밀린 작업도 하고 싶었다. 지독한 강행군으로 탄이 병이 나버렸다 숙소에 짐을 풀자 탄이가 몸져 누웠다. 긴장이 풀어지며 몸살이 났나보다. 몇일간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렇게 탄이는 2~3일을 침대에서 꼼짝을 못하고 누워서 약을 먹으며 쉬어야 했다. 밤이 되면 아파트 건물과 광장의 트리에 조명이 아름답게 들어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아픈 탄이랑 오붓하게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근처 상점에서 조각케이크와 생강빵과자를 살 수 있어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몇일 푹 쉬고난 탄은 잘 회복해서 같이 고깃국도 끓여먹고 소소하게 작업도 하며 휴식의 시간을 갖었다. 탄이가 기운을 차린 후 우리는 악타우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영사관을 찾아갔다. 구글 네비에 번번히 골탕을 먹어왔는데 이번도 역시 이상한 가정주택들이 즐비한 동네로 안내를 하기에 의심스러웠는데 해당주소의 집을 두드려 물어보니 이곳은 아니고 골목따라 조금 더 가면 있다고 알려주셨다. 역시 러시아권쪽에서 구글 네비게이션은 믿을 것이 못된다. 알려주신대로 가보았더니 정말 영사관이 있을 것 같지 않던 동네에 떡하니 아제르바이잔 국기가 나부끼는 영사관이 있었다. 입구에 경비원께 바쿠로 가기 위해 비자신청을 하러 왔다고 하니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 후 안으로 안내해주셨다. 영사관 내부는 멋지게 잘 꾸며져있었고 직원들 두세분이 나오더니 우리에게 친절하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다. 결론적으로 페리는 코로나 이후로 여객(사람)운송을 안해서 바쿠로 가려면 차는 배로, 사람은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한다. 배도 비정기적으로 운항해서 언제 출항하는지 선사를 찾아가 알아봐야한다고 했으며 코로나 음성확인서, 백신접종증명서등 각종 서류도 필요하다고 한다. 악타우에서 바쿠가는 페리 탑승이 '동해-블라디보스톡 구간' 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하다. 둘이 긴 의논끝에 말도 잘 안통하는 곳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복잡한 서류를 다 준비하는 것 보다 좀 돌더라도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악타우에서 다시 베뉴를 지나 러시아의 아티라우, 아스트라한을 거쳐 조지아에 가는 경로로 정했다. 이쪽 길도 베뉴-아스트라한 사이의 길이 악명이 높다고 들어서 차를 제대로 정비하고 가고싶었다. 현대차 매니저님께 소개받은 정비소에 가서 엔진오일과 한국에서 가져온 연료필터를 교체했다. 타이어 공기압도 체크하고나니 마음이 든든하다. 체력과 자동차 관리를 받고 잘 쉬고 또 다음 길을 나설 수 있게 해준 악타우가 좋은 느낌으로 남았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RxgG4EeEtF0?si=yj5jzbQcD6g7lAbV>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22 10:42:09대한민국은 가히 카페 공화국이다. 다방, 커피숍에서 변화해 온 커피 전문점 카페는 커피를 비롯한 식음료를 파는 휴식공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카페는 1927년 영화감독 이경손이 서울 종로 관훈동에 개업한 '카카듀'라고 한다. 거의 100년이 흐른 지금 전국 카페 수는 10만개를 넘어섰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선두주자인 스타벅스 매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93개에 이른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하는데 일본과는 불과 8개 차다. 카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집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문화가 사라지고 1인가구가 늘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얘기할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대화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의 공부공간, 직장인들의 작업공간으로 카페의 쓰임새는 넓어지고 있다. 분위기가 조금 다른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던 1960년대만 해도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는 위스키처럼 사치품 취급을 받을 정도로 귀했다. 외제품 단속의 표적으로 삼으며 당국은 커피를 강제로 팔지 못하도록 했다. 어기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다방 업주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가 졌다. 법원은 "커피를 판다는 것은 좋은 풍속은 아니며 따라서 풍속을 문란케 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국무총리가 공무원들에게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당시 시중 커피의 90%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마저 물량이 적어 이미 커피 맛을 알아버린 소비자들은 안달을 냈다. 이러다 보니 가짜 커피가 나돌았다. 커피 찌꺼기를 사용한 가짜는 그나마 양반이고 썩은 콩가루에 엿과 설탕을 섞거나 심지어 톱밥에 물을 들여 제조한 가짜 커피도 있었다. 국산 커피를 최초로 생산한 기업은 동서식품이다. 1968년에 서정귀와 신원희, 윤봉기 등이 설립했다. 처음에는 이스라엘과 합작하려 했다가 여의치 않아 '맥스웰'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 제너럴푸드로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1970년부터 커피를 생산했다(조선일보 1970년 12월 22일자·사진). 구한말 국내로 들어와 고종이 '양탕국'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던 커피를 순 우리 기술은 아니지만, 드디어 가정에서도 쉽게 즐기게 된 것이다. 광복 후 한국인들이 처음 맛본 커피는 미국산이었다. 미국 본토에서 직접 가져온 고급 커피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입맛은 기술제휴로 만든 커피를 단박에 알아차렸다고 한다. 당시 우리 국민은 한 해에 고작 커피 26잔을 마셨지만, 입맛만은 고급이었던 것이다. 처음에 나온 합작 제품을 선호하지 않아 오리지널 미국 제품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는 말도 있었다.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동서식품은 1975년 최초로 호주에 인스턴트 커피 50t을 수출하는 등 빠르게 국내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키워갔다. 이듬해 커피믹스를 개발했는데 이는 세계 최초였다. 맥스웰 커피를 담은 유리병은 그 자체로 품질이 좋아 도시락 반찬, 특히 국물이 흐르기 쉬운 김치를 담는 용도로 인기였다. 그런데 사실은 1968년에 나온 국산 커피의 효시는 동서식품이 아닌 미주산업의 'MJC 커피'라고 한다. 판매량에서 동서식품에 이은 제2의 커피기업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서울 압구정동을 필두로 'MJC카페'를 열며 사업을 이어갔지만, 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극히 드물다. 1980년대 말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국내 최초의 캔커피는 1977년의 씨스코에서 내놓은 '타임커피'다. 우유를 반을 섞은 '카페오레'라는 밀크 캔커피도 함께 출시했는데 시기가 일러 사라지고 말았다. 캔커피 시장은 동서식품이 1986년에 첫 제품을 내놓으며 활성화됐다. 동서식품은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1991년 롯데칠성음료가 '레쓰비'를 내놓으면서 시장 판도가 뒤집혔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8-08 18:08:15[파이낸셜뉴스] 불륜 커플을 환영한다는 한 자영업자의 글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일었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륜 커플이 매장에 방문하면 너무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예전 이자카야 운영했을 때 일이다. 이자카야는 분위기 때문인지 (손님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게 좋아서 그런지 불륜으로 보이는 분들이 유독 많이 방문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불륜 커플이 매장에 오면 행복해 보인다. 그들이 등장하면 매장 분위기마저 바뀌는 것 같다"며 "평소에 잘 나가지 않던 먼지 쌓인 고급술이 그들 덕분에 팔려 나간다. 고급 심해 요리들마저도 그들이 오면 모처럼 빛을 본다"고 적었다. A씨는 "여자는 마음껏 주문하고, 남자는 뭐든 시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며 "이 순간만큼은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행복한 사람들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린 그냥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줘야 한다. 그들이 윤리를 어기든 말든 우린 돈을 벌어야 한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든 장사꾼은 그저 우리의 역할을 다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틀린 말은 없는 듯" "가게 주인은 매출만 올리면 됩니다" "불륜이 문제지 사장이 문제는 아니잖아"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A씨가 불륜을 정당화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불륜인 거 알면서 환영한다고? 충격이다" "불륜이고 뭐고 돈만 벌면 상관없다는 건가" "나라면 안 받을 것 같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7-31 06:35:12[파이낸셜뉴스] 아이스크림 5개를 구매하면서 1개만 계산한 노인의 모습이 공개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8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부산 사상구 한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노인 A씨가 아이스크림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함께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아이스크림 판매점으로 들어오는 A씨의 모습이 담겼다. 냉장고 문을 연 그는 검은색 봉지에 아이스크림 4개를 넣었다. 이어 한 개를 더 집어 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손에 든 아이스크림 한 개 값 800원만 지불하고 유유히 가게를 나섰다. 찜찜한 마음에 CCTV를 다시 돌려본 업주는 A씨가 검은 봉투에 아이스크림 4개를 몰래 넣는 모습을 확인했다. 업주는 "유인 매장인데도 절도를 벌이는데 무인 매장은 얼마나 도둑이 많겠나"라며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세상에 부끄럽다"고 분노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주인이 있는데 저렇게 가져간다고?" "얼마나 어이없을까" "너무 뻔뻔하다" "진짜 나잇값 좀 하고 사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7-28 11:53:22대만의 겨울은 습도가 높아서 춥다. 타이베이의 중앙연구원 아파트에서 겨울 한 달을 지내는 동안 벽에서 흘러내리는 곰팡이가 무서워 남쪽의 핑동현 우타이향(屛東縣 霧台鄕) 루카이(魯凱)족 지대로 피신하였다. 대만의 선주민들은 남쪽으로부터 올라온 오스트로네시안이다. 10여종의 선주민들 중에서도 루카이의 인구수가 가장 적고(약 2만명), 목자르기(馘首)로 이름난 종족이었다. 해발 1000m의 산으로 오르자 선주민들이 산에서 거주하는 이유를 알았다.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을 맞이하였다. 곳곳에 지진으로 무너진 산사태가 심각하였고, 동네 전체가 무너지기도 했다. 찾아간 우타이촌도 산비탈에 제비집처럼 대롱거린다고나 할까. 지붕부터 벽채와 바닥까지 몽땅 산에서 채취한 석판을 이용하였다. 돌집의 처마 밑 장식은 사람 얼굴로 둘렀다. 1897년 대만을 찾았던 동경제국대학의 인류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藏)의 보고서에는 잘라 온 사람의 산발머리를 마당의 거치대에 올려두고 입에 밥을 넣은 사진이 선명하다. 수호신을 모시는 방법으로 동네 입구에는 해골들을 가득히 진열한 두골가(頭骨架) 사진도 있었다. 불과 백 년 전까지도 이러한 관습은 지속되었다. 방바닥은 한 장의 크기가 50×30㎝ 정도의 직사각형 석판으로 정교하게 짜여져 장기판처럼 반들거린다. 루카이족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실내장(室內葬)을 하던 사람들이다. 조상 시신 한 분 한 분이 석판 한 장 밑에 굴신으로 매장되었다. 과거에는 동네 하나의 규모가 작았다. 산비탈의 손바닥만 한 땅에서 화전을 일구어 조와 고구마를 심었기 때문에, 사자 공간의 별도 마련은 상상도 못했다. 멧돼지로부터 보호를 위해서도 실내장이 안성맞춤이다. 과거에는 수십년 또는 백년에 한 번씩 동네 전체가 이동하였다. 방바닥의 무덤이 꽉 차는 시기가 도래하기 때문이었다. 선교사들과 일치기(日治期)의 위생정책이 그 풍습을 정지시켰고, 모두 기독교도가 된 루카이 사람들은 교회 옆에 방바닥처럼 조성한 공동묘지를 이용한다. 그림을 그리는 아내가 옆에서 몸서리를 친다. 한쪽 벽에는 멧돼지의 해골을 진열한 수골가(獸骨架)가 자리하는 게 현재진행형이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 해골이 집의 안팎과 동네에 가득하다. 수령(獸靈)에 의지하는 토템신앙이다. 집주인은 평생 동안 120여마리밖에 잡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한다. 루카이족 내에서 으뜸 사냥꾼은 사십대 중반인데, 평생 천마리를 잡았고, 최근 사냥 중 맷돼지의 공격으로 사망하였다. 남자들의 위세는 잡은 멧돼지의 숫자로 가름된다. 집주인의 루카이 이름은 띠부랑안느(1927년 8월 10일생)인데 일치기에는 기도 코지(木藤宏二)로, 1946년 대륙으로부터 국민당이 온 후 커어꽝얼(柯廣二)로 변하였다. 전동 휠체어를 탄 84세의 혼다 아키코가 다가와서 자신의 일본어 실력을 뽐낸다. 아키코의 남편이 토무(頭目)였다고.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가 집집마다 외벽 처마에는 사람 얼굴 부조와 벽채에는 멧돼지 해골을 가득하게 걸어 두었다. 그녀의 마당에는 내 키보다도 훨씬 큰 석판에 무장한 루카이 남성이, 옆으로는 백보사(百步蛇)와 항아리의 부조로 장식하였다. 결혼식으로 동네 전체가 들썩거린다. 한족의 친영(親迎) 흉내도 내고, 신부를 가마에 태운 신랑친구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축하연의 군무는 거룩하다 못해 성스럽다. 남녀노소가 하나의 커다란 동그라미를 형성하고, 서로의 팔을 겹쳐 잡아서 연결된 원무(圓舞)다. 미끄러지듯이 사뿐히 내딛는 두 발의 박자와 율동에 감동한다. 여성들의 옷장식에 달린 조개들의 살랑거리는 소리뿐 아니라 멧돼지 상아들을 걸어올린 남성용 장식모자의 모습은 위엄스럽다. 전문외식업체가 음식을 대접하고, 한쪽에서는 돼지 멱따는 소리도 혼례 축원의 연출로 전해진다. 13마리의 돼지가 이미 분배되었고, 두 마리가 철망에 갇혀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하객들을 위한 빈랑과 생고기를 담은 비닐주머니가 즐비하다. 동네 전체가 결혼식으로 들썩거림에는 이유가 있다. 인구가 늘어갈 계기를 축원함이다. 잠자리에 누웠더니, 지붕을 마당 삼은 쥐들의 축제가 벌어졌는지 요란스럽기 이를 데 없다. 다음날 아침 띠부랑안느에게 불평하였더니, 그날 저녁 주메뉴로 잘 구운 고기가 꼬리를 매단 채 통으로 나왔다! 루카이족의 인구수는 지난 백년 동안 거의 변함없이 일정하다. 동네의 규모와 숫자는 크게 줄었지만, 전체 인구수는 그대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호미오스테시스(항상성)를 유지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상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루카이족 내부에서는 여태까지 인구수가 준다고 걱정해본 적이 없다. 숫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위험수위에 달했다. 임계치를 모르기 때문에 더욱 아슬아슬하다. 과거 타스마니아의 경험이 떠오른다. 인구절멸 위기를 처음 감지했던 1824년에 340명, 1834년에 111명, 그리고 1942년에 51명, 현재 타스마니아 섬에는 소위 '순종' 타스마니아 사람은 없다. 백년 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알프레드 크로버 교수가 마지막 남은 인디언 집단의 '이시(Ishi)'에 대한 기록은 인류학 교과서의 한 페이지다. 마지막 남았던 청년 남녀 한 쌍을 매개로 재생산을 시도하였지만, 두 사람은 한마디의 교환으로 서로는 결혼할 수 없는 구조적 관계임을 알았다. 세상의 인구절멸사(人口絶滅史)를 들여다보면 외부든 내부든 외세 간섭이 관건이었고, 그 외세는 근대국가란 괴물의 권력을 말한다. "저출산 저주" "인구절벽" "돈은 있는 대로 부어라". 호들갑 짱이다. 1970년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캠페인은 정부의 창작이었다. 그 여파로 아이가 셋이면 셋방 얻기가 어려웠다. 임신을 두려워해야 하는 부부 잠자리의 왜곡도 국가권력 개입 때문이다. 우리 세대가 체험한 바다. 40년 만에 정부가 앞장서서 돈다발을 흔든다. 언제는 "낳지 마라" 했다가, 이제 와서는 "낳으라"고 한다. 사람이 기계인가? 국민이 졸인가? 국권만능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중독된 어리석음이렷다. 대자연의 섭리를 거역하고 혈세 낭비의 방자함이 드러났는데, 이 방자함의 입증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 결자해지라고 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민 앞에 석고대죄 의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이 첫 단추다. 감히 '자연을 거스르고 사람을 농락한 죄'임을 고해야 저출산망국 문제의 물꼬가 트일 것 같다. 부분적 선택과 집중의 기능적 사고가 아니라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7-08 18:47:40[파이낸셜뉴스] #. 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부서진 가드레일 인근에 국화가 놓였다. 출근 중이었던 직장인은 물론이고 시청역 인근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 인근을 지나던 사람, 시간을 내 찾아온 시민들까지 쉽사리 가드레일을 지나치지 못했다. 빗속에도 잠시 앞에 서서 애도를 표했다. 부서진 가드레일은 지난 1일 15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참사'의 현장이다. #. 장대비가 쏟아진 이날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장례식장 앞에서 한 부부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새벽 3시에 춘천에서 장례식장까지 달려왔다고 했다. 옛날 함께 살기도 했던 조카의 예상하지 못한 사망 소식 때문이었다. 조카는 지난 1일 발생한 '시청역 참사'의 희생자 중 한명인 50대 이모씨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9시 27분께 A씨가 모는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200m가량 역주행했다. A씨의 차량은 이 과정에서 차량 2대를 들이받고 인도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날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가해자 A씨도 갈비뼈 골절 등으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2일 시민들은 아침부터 내린 장대비에도 사고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최조 사망자 6명이 이송됐던 영등포병원장례식장에 모인 유족과 지인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당할 수 있는 일, 처참해"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이날 사고 차량에 의해 떨어져 나간 가드레일 대신 임시 칸막이가 설치됐다. 주변에는 추모의 글을 담은 메모와 함께 흰색 국화 꽃다발도 놓였다.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거나 한동안 멈춰 추모의 글이 담긴 메모를 읽었다. 메모에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현장을 자주 지난다는 김모씨(71)는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9명이나 죽을 수 있나"며 "너무 놀랬다"고 언급했다. 인근 회사로 출퇴근한다는 최모씨(41)는 "불의의 사고라서 예방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안타깝다"며 "여기서 저녁 먹고 가는 내 직장 동료도 당할 수 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처참하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사고로 여러 피해를 본 상황이었다. 특히 가드레일 조각이 날아와 가게 전면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난 음식점도 있었다. 가게 주인 이모씨(64)는 "직원이 3명이나 있었는데 사람이 다치지 않아 그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거의 퇴근 시간이었는데 그 찰나에 가게를 나서지 않아 사고를 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 중에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있는데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아빠, 아니라고 해줘!" 탄식과 울음영등포병원장례식장에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유족들이 찾아와 오열했다. 한 유족은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아빠 어떡해. 싫어. 아빠 아니라고 해줘"라며 목 놓아 울었다. 사망자의 지인은 구급대원으로부터 사망자가 맞다는 말을 듣자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희생자의 직장 동료들은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죽은 은행 직원의 동료라는 A씨는 "동료를 조문하러 왔다"며 "처참한 기분이다"라고 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은행 직원 4명은 승진 등 인사 발령을 기념해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인도에 모여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4명 중 3명의 시신은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블랙박스 확보·구속영장 검토"경찰은 이날 가해 차량 운전자 A씨(68)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사고 당시 A씨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차로 치면서 9명이 사망했다. 이외에 보행자 2명과 피해 차량 운전자 2명, A씨와 A씨의 동승자 등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급발진 가능성까지 수사 선상으로 놓고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사를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면서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일차적으로 사고 원인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전자 A씨는 사고에 대해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 등이 아닌 급발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운전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할 수 있는 버스 운전사라는 사실이 전해졌고 음주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경찰은 "엄정하고 정확하게 수사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주원규 김동규 기자
2024-07-02 15:28:53[파이낸셜뉴스] 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부서진 가드레일 인근에 국화가 놓였다. 출근 중이었던 직장인은 물론이고 시청역 인근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 인근을 지나던 사람, 짬을 내 찾아온 시민들까지 쉽사리 가드레일을 지나치지 못했다. 빗속에도 잠시 앞에 서서 애도를 표했다. 또 "무슨 날벼락이지 뭐야. 여기인지는 몰랐어"라며 놀라기도 했다. 부서진 가드레일은 지난 1일 15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참사'의 현장이다. 이날 사고 차량에 의해 떨어져 나간 가드레일 대신 임시 칸막이가 설치됐다. 주변에는 추모의 글을 담은 메모와 함께 조화도 놓였다. 갑작스런 사고에 전면 유리가 완전히 박살난 음식점의 복구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피해 가게 "안 다친 것만으로 감사"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엔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거나 한동안 멈춰 추모의 글이 담긴 메모를 읽었다. 메모에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흰색 국화 꽃다발도 놓였다. 해당 지역을 자주 지난다는 김모씨(71)는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10명이나 죽을 수 있나"며 "너무 놀랬다"고 언급했다. 인근 회사로 출퇴근한다는 최모씨(41)는 "불의의 사고라서 예방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안타깝다"며 "여기서 저녁 먹고 가는 내 직장 동료도 당할 수 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처참하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사고로 여러 피해를 본 상황이었다. 특히 가드레일 조각이 날아와 가게 전면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난 음식점도 있었다. 가게 주인 이모씨(64)는 "어제 직원이 3명이나 있었는데 사람이 다치지 않아 그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거의 퇴근 시간이었는데 그 찰나에 가게를 나서지 않아 사고를 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 중에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있는데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씨는 내리는 비를 보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고로 인해 예약 손님이 취소를 했다. 가게에 진열된 인삼주도 3병이나 깨져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20년 이상 된 담금주로 1병에 100만원을 준다고 해도 팔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깨진 유리를 복구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유리는 갈아끼웠으나 비 때문에 창틀과 유리 사이를 합착시켜주는 실리콘 마감재를 바를 수 없어서다. 비가 오는데 실리콘을 바르면 마르지 않는다. "블랙박스 확보·구속영장 검토" 이날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A씨(68)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6분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출차한 뒤 일방 통행로를 역주행하며 BMW·소나타 등 차량 2대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차로 치면서 9명이 사망했다. 이외에 보행자 2명과 피해 차량 운전자 2명, A씨와 A씨의 동승자 등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급발진 가능성까지 수사 선상으로 놓고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피의자가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취재진이 '피의자의 급발진 주장 근거'를 묻자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 뿐"이라고 했다. 다만 "(피의자가) 정식으로 경찰에 급발진이라든지 진술한 적 없다"며 "운전자가 다쳐서 진술을 들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피의자가 경찰이 아닌 소방이나 목격자 등에게 이같은 진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나중에 참고인 조사하면 나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사를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면서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일차적으로 사고 원인 규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추후 수사에 대해선 "가해자가 갈비뼈 골절이 있어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회복상태를 보고 출장 조사하든 경찰서로 부르든 신속히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A씨에게 음주 검사 및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드러났다. 이어 구속영장 청구 계획에 대해선 "사건 조사 진행하면서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다. 엄정하고 정확하게 수사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가해 차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7-02 14: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