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동산과 주식의 상승 그래프는 닮았다 한 번의 큰 부동산 상승 사이클을 겪고 보니 부동산 시장도 주식 시장과 비슷한 흐름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식 시장의 경우 지난 상승기 때 '태조이방원'이란 말이 유행했다. 태양열,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과 같은 테마를 형성하며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먼저 올랐다. 주도주가 한 차례 오르고 난 뒤 소형 종목이 순차적으로 오르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유동성의 끝물에는 개나 소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상한가를 치는 이상한 장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이상한 장세의 끝물에서 개미(주로 주식을 처음 시작했던 지인)들이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삼성전자 10만원 갈 거 같아서 나도 샀잖아."라고 말했다. 피터 린치가 말한 '칵테일 파티' 그대로 였다. 부동산도 처음에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핵심 아파트들이 먼저 오른다. 이른바 대장 아파트들이다. 이어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 오르고 서울의 주변 지역 아파트들이 들썩인다. 그리고 과천, 경기 등 수도권과 지역 광역시, 대도시인 부산과 대전, 세종 등이 오른다. 마지막으로 지방 구석의 아파트들과 재개발 재건축 가능 단지들이 한 차례 오른다. 뉴스 기사에는 '오늘이 가장 싸다', '집 안 사면 바보'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걸린다. 실수요자인 30대 부부는 불안에 떨며 은행에서 막대한 빚으로 내 집 마련을 한다. 보통 이때가 '꼭지'다. 부동산 투기의 끝물 즈음이었다. B씨는 1억원을 투자해 인천에 있는 아파트 5채를 한 번에 샀다. 매매가 1억원에 전세가 8000만원 정도인 노후 아파트 5채를 전세를 끼고 샀다. 1채당 각 2000만원을 투자해 1억원으로 5채를 샀다. 부동산 규제가 한창이라 1주택 취득세는 1%, 2주택은 8%, 3주택은 15% 세금을 메기던 시절이다. 사실상 3주택을 사는 순간 15%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다주택 구매를 생각도 하지 마라는 정부의 경고였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은 있었다. 공시가격(보통 거래되는 시세의 50~70% 수준) 1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투기 목적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취득세 중과가 되지 않고 동일하게 1%만 적용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들은 1채를 사든 10채를 사든 취득세는 동일하게 1%만 부과됐다. B씨가 1억원에 인천 아파트 5채를 사고 6개월 정도 지나자 투기 세력이 마지막 종착지인 인천 노후 아파트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억원이던 아파트의 가격이 20% 정도 올라 1억원2000만원이 됐다. B씨는 미련 없이 아파트 5채를 1년도 되지 않아 팔아 치웠다. 아파트 한 채당 2000만원 수익, 50%를 세금으로 내도 아파트 1채당 1000만원의 수익이었다. 1억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세금 다 내고 5000만원을 벌어 들여 투자 수익 50%를 거둔 것이다. A씨와 B씨의 사례를 겪으면서 부모님이 떠올랐다. 70평생 살면서 현재 경기도 한 빌라에 살 때까지 등기를 쳐 본 일(내집 마련)은 서 너 번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집을 사고 파는 일이 2년마다 핸드폰을 바꾸는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었다. 실제로 일부 공인중개사(부동산)들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고객의 리스트를 확보해 실수요자들을 위해 집주인이 네이버나, 직방 같은 사이트에 집을 내놓기도 전에 거래를 끝마친다. "투자 가치가 있고 전세를 끼고 사면 투자금이 얼마인데 2년 뒤쯤 팔면 될 것"이라고 조언도 해준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네이버 등에 광고를 올리지 않아 수수료를 아끼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부동산을 선점할 수 있다. 투자자가 바쁘면 계약 당일 부동산에 가지 않고도 계약서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투자금이 소액(몇 천만원)인 경우 투자자는 부동산에 계약 위임장을 써주고 계약금과, 잔금 이체만 하고 거래를 마친다. 계약서와 등기는 카톡이나 등기로 받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투자자가 엉덩이를 깔고 사는 집이 아니라 잠깐만 보유했다 다시 팔 집이기 때문에 집을 실제로 보지도 않는다. 세입자는 자기 집주인이 바뀔 걸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형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주판알을 튕기는 '그들'의 방식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에는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금 등 모든 투자자산의 가격이 오른다. 그리고 '그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대부분 이 같은 투자 자산 모두에 투자한다. 정부의 규제는 언제나 이들보다 느리고, 개미들은 항상 거품의 정점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다. 5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초심자의 행운'도 겪어보고 '나 천재인가'라는 착각에도 빠져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깨닫게 되는 진리는 개미보다 월등하게 정보 접근성이 좋은 '그들'에게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제도를 설계하고, 언제나 한발 앞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김용남 개혁신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경제분야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그가 발표한 정책에는 한국 주식시장의 대부분 문제점이 포함됐다.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후진' 모든 요소를 검토해 최적의 대안을 발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입법과제 8가지로 △하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둘, 경영권 프리미엄 불인정 및 주식 공개매수 의무화 △셋, 물적 분할통한 쪼개기 상장 금지 △넷,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다섯, 상장회사의 전자 투표제 및 전자 위임장 제도 의무화 △여섯, 집단소송 제도 개혁 및 절차 간소화 △일곱, 증거개시 제도 도입 △여덟, 거버넌스 개선 기구 국회 내 설치 등이다. 이 중 '경영권 프리미엄'은 국내 주식 시장에만 있는 이상한 제도로 블록딜 등 대규모 거래시에 대주주의 주식을 20~30% 더 비싸게 사주는 이상한 제도다. 미국에서는 소액투자자에게 매도 우선권 등을 부여해 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있다. 대주주를 우선하는 한국과 반대다. 또 자사주 매입의 경우도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은 곧 소각(주가부양)'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사주 매입 공시를 띄우고 주가만 부양시킨 후 소각을 하지 않아 대주주의 지분만 늘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8가지 입법 과제 외에도 한국 증시 부양 중장기 과제로 3가지를 더 제시했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발행 관련 제도 개혁 △기형적인 한국식 지주회사 제도 개선 △상속세율 인하 검토 등이다. 상속세율 인하의 경우 국내 일부 기업들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오히려 낮추려는 유인이 있어왔다. 주식의 가격이 올라버리면 60%에 달하는 주식 상속세를 낼 수 없어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야한다. 이 경우 자식에게 상속할 지분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상속 절차를 완료하기까지 주가를 눌러 왔던 것이다. 검사출신 김용남 전 의원은 한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었다. 그는 대선 토론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온 것이 비판 받자 “손을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왕자가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민의 힘을 탈당한 뒤 그는 최근 "사실은 (그때) 제 속마음은,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만, 경멸 내지 조소의 의미가 컸던 것”이라며 “이게 논리적으로 설명도 안 되니 ‘아이고 저도 귀찮습니다’ 이런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 역시 당시 그가 속한 위치에서 일종의 '양두구육(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매한다)'을 했던 셈이다. TV속 국회의원 300명은 때로 너무도 우스꽝스럽고 바보처럼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싱크탱그와 정보는 개개의 개미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 불편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번에 개혁신당이 발표한 입법과제만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미들이 어떤 고통과 피해를 받는지 그들은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설령 몰랐다고 해도, 알려고 하는 의지만 있었다면 누구보다 정확하게(당연히 취재 기자보다 훨씬 더)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매 4년마다 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어쩌면 개미들에게는 기회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잠깐이나마 평평해 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대신 지혜를 나누면 힘이 된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양두구육 #부동산 #자사주 소각 #경영권 프리미엄 #주식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19 20:16:23[파이낸셜뉴스]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건에서 새로운 위법행위 사실들이 뒤늦게 발각됐다. 펀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 사익추구 행위 등이 적발됐다. 특정 대상들에게 혜택을 몰아주고,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기는 등 ‘비리 종합판’ 같은 모습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라임, 다선 국회의원 등에 특혜2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 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진행한 이들 3개 운용사에 대한 추가검사를 통해 이 같은 신규 위법혐의가 확인됐다. 우선 지난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은 그보다 앞선 8~9월 중 4개 펀드에서 투자자산 부실, 유동성 부족 등으로 환매 대응 자금이 부족하자 다른 펀드 자금(125억원)과 운용사 고유자금(4억5000만원)을 이용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 손실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가시킨 셈이다. 무엇보다 특혜를 받은 이들 중엔 A중앙회(200억원), B상장사(50억원), 다선 국회의원(2억원) 등 일부 유력인사가 포함돼있었다. 피투자기업에선 횡령 혐의도 있었다. 라임 펀드에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모사채 등에 투자한 5개 회사에서 약 2000억원 규모로 적발됐다. 가령 라임 펀드로부터 사모사채에 300억원을 투자받은 한 비상장사 회장은 해당 자금을 임원 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한 후 276억원은 필리핀 소재 리조트 인수에 쓰는 등 총 299억원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옵티머스, 공공기관 본부장에 금품 제공옵티머스운용에선 금품 수수 사실이 파악됐다. C공공기관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2017년 6월에서 2018년 3월 중 전체 기금 37%에 달하는 106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문제는 옵티머스운용 부문 대표로부터 그보다 앞선 2016년 6월 1000만원을 받았고, 그 자녀는 해당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수령했다는 점이다. 라임과 유사하게 피투자기업 횡령 혐의도 나왔다. 펀드 자금이 투자된 특수목적법인(SPC) 대표이사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 사이 회사가 보관 중이던 펀드자금 등 15억원을 수표로 임의 인출해 그중 12억원을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계좌로 입금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또 옵티머스운용 부문 대표가 투자자를 기망해 펀드 자금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한 임원은 투자제안서와 달리 매출채권 매입이 아닌 비상장사 사모사채에 투자하도록 운용지시를 하고 해당 대표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사례도 있었다. TF는 라임·옵티머스 검사 과정에서 발견한 회수 가능 자산 정보를 가교운용사에 통보해 자금 회수를 지원했다. 라임 펀드의 경우 투자처가 보유한 제3자에 대한 대여금 5건(191억원)을 발견해 웰브릿지자산운용이 채권자 대위를 통해 채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옵티머스는 SPC를 통해 특정 부동산개발 회사에 투자된 사실이 추가로 파악됐고, 이에 리커버리자산운용은 SPC가 보유 중인 수익권(감정평가금액 27억1000만원)을 통한 회수 추진이 가능해졌다. 디스커버리 임직원, 미공개 정보 이용디스커버리 펀드는 2019년 2월 해외 SPC 자금 부족으로 만기 도래 3개 펀드 상환이 어렵게 되자, 또 다른 해외 SPC가 후순위채권 인수를 통해 해당 SPC에 자금을 지원해 펀드 상환(약 272억원)을 도왔다. 후순위채권 원리금은 회수하지 못했다. 디스커버리 임직원 4명이 펀드 운용 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개발 인허가 사항 등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적이익을 취한 사실도 잡혔다. 이들은 2018년 8~10월 중 본인이나 제3자 명의로 관련 시행사 지분을 취득한 후 배당수익 및 지분매각차익으로 4600만원 상당을 얻었다. 특히 해당 시행사에 부동산 펀드 자금으로 총 109억원을 대출해주고 약정 이자 일부(약 5억7000만원)를 면제해주거나, 이자지급 기일을 연기해줌으로써 펀드 이익을 훼손하기도 했다. 한 해외 SPC 자금관리 및 투자 업무 담당자는 2017년 9월 해외 SPC 자금으로 어느 미국 운용사(현재 법정관리) 펀드가 보유한 부실자산을 액면가(5500만달러)로 사들이고, 그 대가로 42만달러(약 6억원)를 받아 챙겼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해외펀드 관련 위법행위 확인 등을 위해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과 협조해왔다. 이번에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된 펀드들에 대해서는 분쟁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8-24 07:40:10금리 부담에 서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걸 막기 위해 최대 100만원 생계비를 대출해주는 '긴급 생계비대출'이 지난해 국회 예산심사에서 뒷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을 개통해서 넘기는 대가로 수십만원을 받는 '휴대폰깡'까지 성행하는 가운데 정작 국회에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증액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사업 예산은 수십억원씩 증액하면서 서민금융 예산에는 손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본예산 미반영된 긴급생계비대출 1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 심사에서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생계비대출 예산안이 여야 정쟁에 밀려 중점논의 안건에서 빠져 있었다. 예결위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민금융 예산을 책정할 때 긴급 생계비대출 증액을 논의한 기억이 없다"며 "대통령실, 공공주택 예산 등으로 워낙 파행이 심한 데다 12월 2일(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로 시한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걸 논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예결위원도 "긴급 생계비대출과 관련해서 증액 질의나 논의가 없었다"며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에서 있었을 수는 있는데 예결위에선 이야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집권여당·정부가 '불법사금융 구제책'으로 약속한 긴급 생계비대출 논의가 여야 정쟁에 '찬밥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당정은 지난해 11월 6일 민생금융점검 협의회를 갖고 불법사금융으로 빠질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긴급 생계비대출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휴대폰깡까지 급하게 쓰면서 사채시장으로 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제도를 새로 만들어서 구제해야겠다고 해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됐다"며 "당에서 정부에 신속하게 해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1개월 내에 제도를 선보이고 3금융권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공공주택, 대통령실·경찰국 예산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이 최대 쟁점이 되면서 원내대표와 여야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가 참여하는 '3+3협의체'에서도 긴급 생계비대출 예산은 주요 안건으로는 다뤄지지 않았다. 3+3협의체에 속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 측이 크게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만 최저신용자의 대출한도를 높여주기 위한 특례보증 예산(280억원), 전월세 세입자를 위한 대환대출 예산(140억원)을 증액했다"고 했다. 불법사금융 구제책 예산 증액에 소극적이었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은 속속 챙겼다. 여당 지도부는 지역구 예산을 정부안과 비교해 300억원 이상 증액했으며, 야당에서도 예결위 핵심인사들과 원내지도부 의원들이 수십억원대 지역구 예산을 증액 편성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일었다. ■은행에 고통분담시키나 이런 상황에 긴급 생계비대출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1000억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서는 당초 1조2000억원까지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예산 미반영으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 마련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출시 전까지는 (1000억원 규모를) 마련할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하는 방안, 은행연합회를 통해 자금을 출자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긴급 생계비대출이 성공하면 내년 본예산에 편성,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예산 미반영으로 은행권에 고통분담을 또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정무위원은 통화에서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들에 자금출자를 할당하는 건 관치"라며 "정부가 근거도 없이 은행에 정책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내구제 대출', 지난해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비롯해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앞선 긴급 자금지원 정책도 효과적 수단이었다는 평가다. 60세 이상 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노후긴급자금(실버론)은 대출금액의 75%가 전월세 보증금을 충당하는 데 쓰이는 등 생계비에 실질적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을 위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서버 접속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1-11 18:28:57[파이낸셜뉴스] 금리 부담에 서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걸 막기 위해 최대 100만원 생계비를 대출해주는 '긴급생계비 대출'이 지난해 국회 예산심사에서 뒷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핸드폰을 개통해서 넘기는 대가로 수십만원을 받는 '핸드폰깡'까지 성행하는 가운데 정작 국회에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증액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사업 예산은 수십억원씩 증액하면서 서민금융 예산에는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본예산 미반영된 긴급생계비대출... 與野 정쟁 '뒷전' 1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 심사에서 1000억 규모의 긴급생계비대출 예산안이 여야 정쟁에 밀려 중점 논의 안건에서 빠져 있었다. 예결위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민금융 예산을 책정할 때 긴급생계비대출 증액을 논의한 기억이 없다"라며 "대통령실, 공공주택 예산 등으로 워낙 파행이 심한 데다 12월 2일(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로 시한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걸 논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예결위원도 "긴급생계비대출과 관련해서 증액 질의나 논의가 없었다"라며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에서 있었을 수는 있는데 예결위에선 이야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집권여당·정부가 "불법사금융 구제책"으로 약속한 긴급생계비대출 논의가 여야 정쟁에 '찬밥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당정은 지난해 11월 6일 민생금융점검 협의회를 갖고 불법사금융으로 빠질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긴급생계비대출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휴대폰깡까지 급하게 쓰면서 사채시장으로 가야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제도를 새로 만들어서 구제해야겠다고 해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됐다"라며 "당에서 정부에 신속하게 해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1개월 내에 제도를 선보이고 3금융권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공공주택, 대통령실·경찰국 예산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이 최대 쟁점이 되면서 원내대표와 여야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가 참여하는 '3+3협의체'에서도 긴급생계비대출 예산은 주요 안건으로는 다뤄지지 않았다. 3+3협의체에 속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측이 크게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만 최저신용자의 대출한도를 높여주기 위한 특례보증 예산(280억원), 전월세 세입자를 위한 대환대출 예산(140억원)을 증액했다"라고 했다. 불법사금융 구체책 예산 증액에 소극적이었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은 속속 챙겼다. 여당 지도부는 지역구 예산을 정부안과 비교해 300억원 이상 증액했으며, 야당에서도 예결위 핵심 인사들과 원내지도부 의원들이 수십억원대 지역구 예산을 증액 편성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일었다. ■ 은행에 고통분담하나...당국, 재원마련방안 검토 중 이런 상황에 긴급생계비대출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1000억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서는 당초 1조 2000억원까지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예산 미반영으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 마련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출시 전까지는 (1000억원 규모를) 마련할 방법이 있다"라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하는 방안, 은행연합회를 통해 자금을 출자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긴급생계비대출이 성공하면 내년 본예산에 편성,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예산 미반영으로 은행권에 고통분담을 또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정무위원은 통화에서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들에 자금출자를 할당하는 건 관치"라며 "정부가 근거도 없이 은행에 정책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내구제 대출', 지난해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비롯해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앞선 긴급 자금지원 정책도 효과적인 수단이었다는 평가다. 60세 이상 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노후긴급자금(실버론)은 대출금액의 75%가 전월세 보증금을 충당하는 데 쓰이는 등 생계비에 실질적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을 위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서버 접속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었다. 개인 대출규제에 막힌 서민들이 법정최고금리 20%에 육박하는 현금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긴급생계비대출 또한 신청자가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1-11 16:02:42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정최고금리를 또 다시 낮추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정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최고금리는 대출상품에 대해 법적으로 허용되는 가장 높은 금리다.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을 통해 법적으로 등록된 금융업이나 대부업, 개인간 대부 거래 등에 적용되며 현재 20%다. 그렇다면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면 취약차주들의 빚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만 사실이다. 법적으로 등록된 금융사에서 대출이 가능한 경우 이자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등록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자의 경우 법정최고이자율이 낮아지면 오히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일단 법정최고금리 제도는 대출시장에서 취약차주를 고금리 부담에서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은 맞다.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10월 당시 법정최고금리는 시행령에 따라 66%로 결정됐고 이후 시행령이 7차례 개정되며 지속적으로 인하됐다. 현행 법정최고금리 20%는 지난해 7월 기존 24%에서 4%p 인하된 것이다. 법적으로 허용된 대부업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을 제한해 제도권 금융내에서는 이자 부담의 상한선이 되고 있다. ■대부이용자 평균 대출금리 하락 정부는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법정최고금리를 낮추고 있다. 지난 2002년 10월 66%로 결정된 법정최고금리는 5년 후에는 49%로 떨어졌고 2011년에는 39.0%로 하락했다. 법정최고금리는 이후 4차례나 낮아졌고 지난 2021년 7월에는 20.0%까지 떨어졌다. 법정최고이자율이 낮아지면서 대부이용자의 평균 신용금리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1.9%이던 평균 대출금리는 2014년 29.8%로 30%를 밑돌았고 지난 2018년에는 19.6%로 20%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는 14.0%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지난 2016년까지만 제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평균 대출금리와 같은 하락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정최고금리가 낮아지자 차주들의 대출이자도 낮아진 것이다. ■서민층 이자부담 경감 위해 "더 낮추자" 현재 국회에는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이자제한법 개정안만 5건이 발의돼 있다. 20% 미만으로 하자는 개정안이 1건, 15%를 주장하는 법안이 2건이고 나머지는 13%, 12%로 낮추자는 내용이다. 서민층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야한다는 게 공통된 취지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자제한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법상 최고이자율은 2021년 5월을 기준으로 예금은행 대출금리 평균치(연 2.78%) 또는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 평균치(10.21%)와 비교해 여전히 높다는 주장이다. 법정 최고금리와 관련한 해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미국 뉴욕주, 텍사스주 등 고정적 이율 상한을 정한 주의 평균 상한이율은 연 15.4%이며 독일의 경우 연 4.17%∼연 8.17%, 일본은 대출액의 크기에 따라 최고이자율을 연 15%∼연 20%의 범위로 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채로 내몰리는 7~10등급 신용등급자 그러나 법정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신용등급 7~10등급 이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106만7005명에 달하던 대부업계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대출자는 지난 9월말에는 96만8688명으로 9만8317명 줄었다. 특히 신용등급 700점 이하 대출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연말 44만2336명이던 신용점수 300점대(300점 이상 400점 미만) 차주는 지난 9월말에는 37만1504명으로 줄었고 신용점수 700점대 차주는 같은기간 27만6521명에서 25만4287명, 600점대는 17만2948명에서 16만4270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용점수 500점대 차주는 3만593명에서 3만3138명으로, 400점대 차주는 1만1989명에서 1만2334명으로 소폭 늘기는 했지만 전체 이용자 수는 93만4387명에서 83만5533명에서 9만8854명 감소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차주들이 대부업계로 넘어오자 기존 저신용자들이 탈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잔액 역시 줄었다. 대부업 신용대출 전체 잔액은 지난 연말 8조4578억원에서 올 9월말 8조373억원으로 감소했다. 신용점수 300점대 구간의 대출 잔액은 3조4352억원에서 2조9276억원으로 줄었다. 제도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취약차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금융권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알려주는 구체적인 수치는 없다. 그러나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986건이던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는 2020년 7351건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9238건으로 급증했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법정금리가 인하될 때 마다 저신용자들의 이탈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법정금리인하에 따른 대출심사 강화로 저신용자들이 합법적인 대출 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불법대출이나 대출사기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예상된 결과? 금융당국은 이런 예상을 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법정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출 경우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2020년3말 기준) 중 약 87%인 208만명의(14조2000억원) 이자부담이 매년 4830억원 경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나머지 약 13%인 31만6000명(2조원)은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며 특히 이들 중 약 3만9000명(2300억원)은 불법사금융 이용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문희 금융위원회 가계금융과장은 "법정최고금리를 낮출 경우 이자 상한선이 낮아져 이자 부담이 경감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서민층 금융접근성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과거 법정 최고금리 인하시에도 이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에도 가계부채는 증가 법정최고금리가 낮아진 시점을 중심으로 최근 5년간 가계부채 관련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최근 5년동안 법정최고금리는 두 차례 인하됐는데 먼저 2018년 2월 기존 27.9%에서 24.0%로 낮아졌고 2021년 7월에 다시 24%에서 현행 20%로 인하됐다. 이 기간을 중심으로 우선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니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법정최고금리를 낮추기 전인 2018년 1·4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6.4%다. 그러나 최고금리를 24%로 낮춘 이후인 같은해 2·4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3%로 오히려 높아졌다. 두번째 인하시점에서도 인하전인 2021년 2·4에는 170.5%에서 인하 이후인 2021년 3·4분기에는 171.8%로 높아졌다. 또 다른 지표인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을 살펴봤다.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기 전인 2018년 1·4분기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46.0%다. 인하후인 2018년 2·4분기에는 46.5%로 소폭 올랐다. 이어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기 전인 2021년 2·4분기 45.1%에서 인하후인 같은해 3·4분기에는 45.6%로 역시 소폭 올랐다. ■금리인하에 금융권 부실은 줄어 금융기관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의 경우 어떨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연체 3개월 이상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저신용 이용자가 많은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를 중심으로 비교하니 저축은행은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기 전인 2018년 1·4분기 5.28%에서 인하 후인 2018년 2·4분기에는 5.08%로 낮아졌다. 최고금리를 낮추니 오히려 부실채권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훼손을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낮추는 것으로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채권이 줄어들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또한 줄일 수 있다. 실제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기 전인 2021년 2·4분기를 보면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3.62%로 인하후인 같은해 3·4분기에는 3.54%로 낮아졌다. 여전사는 이 기간 1.22% 에서 1.19%로 역시 취약 여신이 줄었다. 이호진 금융감독원 여신금융검사국장은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법정최고금리를 시장연동형으로 운용하자는 제안이 언론 등을 통해서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연동형으로 하는 방안은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합리적인 방안인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것인지는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3-01-04 18:00:35[파이낸셜뉴스] 여야가 28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 확대법안, K-칩스법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통과시키로 약속한 △추가연장근로제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 법안 등 쟁점 법안들은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 22일 부랴부랴 법안 처리에 합의했던 여야가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과 함께, 올해 제도가 일몰되면서 각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한전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의 사채발행한도를 합계액(자본금+적립금)의 5배로 상향하는 내용의 한전법, 가스공사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한전법 개정에 따라 한전은 경영위기 상황 등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 합계액의 6배까지 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여야가 상임위원회에서 합의 처리한 'K-칩스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등 비쟁점 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K 칩스법은 신속한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대상지역을 정해 국가산업단지로 우선 추진토록 하는 내용으로, 인·허가 처리 기간을 30일로 줄이고 60일이 지났는데도 처리결과를 통보하지 않을 경우 인·허가를 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스토킹방지법은 '스토킹'의 정의를 분명하게 하고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사실을 신고한 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정무위 법안 중에서는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0억원 미만의 소규모 주권상장법인에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면제해 중소기업 회계 부담을 줄이는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법, 보험사가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파생상품거래 관련 한도규제를 삭제해 리스크관리 수단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외에 비대면 실업신고를 도입하도록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이 가결됐다. 하지만 비쟁점 법안들만 통과되면서 결국 일몰법안 처리 성과는 낙제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내년도 예산안 합의 당시 추가연장근로제, 화물차 안전운임제,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안 등 올해로 일몰되는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합의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약속을 깨면서 향후 처리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주 60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추가연장근로제는 여당에서 신속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다. 화물차 안전운임제의 경우 여당은 지입료 문제를 포함해 제도의 근본적 개선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안 또한 5년을 연장할지, 또 국고지원 비율을 얼마나 할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빚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연초 일몰법안 처리가 가능한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견이 좁혀지는 부분이 없어서 쉽지 않겠지만 추가연장근로제는 1월에 혼란이 생기면 (처리에)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라며 추가연장근로제 처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부와 상의해서 약속한대로, 야당에 '안전운임제 연장'이라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하면 12월 30일이라도 일몰제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어서 처리하면 된다"며 "(처리 여부는) 전적으로 여당에 달려 있다"라고 책임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 오는 1월 9일까지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시한 연장 여부를 두고는 여당은 '연장 반대', 야당은 '필요하다'라는 입장으로 대치 중이다. 한편 뇌물수수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71표 중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의 '동정표'가 나와 부결됐다는 분석이다. 4선 중진인 노 의원이 직접 동료 의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2-12-28 21:18:12[파이낸셜뉴스] 여야가 28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 확대법안, K-칩스법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통과시키로 약속한 △추가연장근로제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 법안 등 쟁점 법안들은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 22일 부랴부랴 법안 처리에 합의했던 여야가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과 함께, 올해 제도가 일몰되면서 각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한전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의 사채발행한도를 합계액(자본금+적립금)의 5배로 상향하는 내용의 한전법, 가스공사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한전법 개정에 따라 한전은 경영위기 상황 등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 합계액의 6배까지 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여야가 상임위원회에서 합의 처리한 'K-칩스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등 비쟁점 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K칩스법은 신속한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대상지역을 정해 국가산업단지로 우선 추진토록 하는 내용으로, 인·허가 처리 기간을 30일로 줄이고 60일이 지났는데도 처리결과를 통보하지 않을 경우 인·허가를 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스토킹방지법은 '스토킹'의 정의를 분명하게 하고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사실을 신고한 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정무위 법안 중에서는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0억원 미만의 소규모 주권상장법인에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면제해 중소기업 회계 부담을 줄이는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법, 보험사가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파생상품거래 관련 한도규제를 삭제해 리스크관리 수단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외에 비대면 실업신고를 도입하도록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이 가결됐다. 하지만 비쟁점 법안들만 통과되면서 결국 일몰법안 처리 성과는 낙제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내년도 예산안 합의 당시 추가연장근로제, 화물차 안전운임제,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안 등 올해로 일몰되는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합의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약속을 깨면서 향후 처리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주 60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추가연장근로제는 여당에서 신속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다. 화물차 안전운임제의 경우 여당은 지입료 문제를 포함해 제도의 근본적 개선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안 또한 5년을 연장할지, 또 국고지원 비율을 얼마나 할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빚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연초 일몰법안 처리가 가능한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견이 좁혀지는 부분이 없어서 쉽지 않겠지만 추가연장근로제는 1월에 혼란이 생기면 (처리에)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라며 추가연장근로제 처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부와 상의해서 약속한대로, 야당에 '안전운임제 연장'이라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하면 12월 30일이라도 일몰제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어서 처리하면 된다"며 "(처리 여부는) 전적으로 여당에 달려 있다"라고 책임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 오는 1월 9일까지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시한 연장 여부를 두고는 여당은 '연장 반대', 야당은 '필요하다'라는 입장으로 대치 중이다. 한편 뇌물수수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71표 중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의 '동정표'가 나와 부결됐다는 분석이다. 4선 중진인 노 의원이 직접 동료 의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2-12-28 20:48:55이상희 전 롯데손해보험 자산운용총괄 상무(사진)가 자본시장 큰 손 중 하나인 군인공제회의 신임 CIO로 낙점됐다. 17일 군인공제회는 신임 금융투자부문이사(CIO)에 이상희 전 롯데손해보험 자산운용총괄 상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CIO는 오는 20일부로 3년 임기를 시작한다. 신임 이 CIO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삼성생명 법인영업부 사원을 시작으로 뉴욕투자법인 미국회사채 분석 차장, 전략투자부장, 주식투자부장, 뉴욕투자법인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후 롯데손해보험으로 자리를 옮겨 자산운용총괄 상무를 지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1-05-17 15:13:01[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은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대선 결과와 경기부양책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김태현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9월 중 회사채와 CP(기업어음)·단기 사채 발행 규모는 전월 대비 각각 12.9%, 12.0% 상승했다. 신용 스프레드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금융위는 "정부가 우리 금융시장의 안정판으로 마련한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저신용 회사채·CP 매입기구'(SPV)가 기업 자금조달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설명했다. 저신용 회사채·CP 매입기구인 SPV는 지난 7월 말 이후 A등급 이하 비우량채를 매입했다. 다만, 미 대선 결과 및 경기부양책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키로 했다. 또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기업의 선제적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지난 7월 '기업자산 매각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9월 8000억원 규모의 두산타워 매각 관련 펀드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LP(펀드지분투자)로 1600억원을 처음으로 투자했다. 11월부터 인수 가격이 결정된 3개 기업에도 자금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위는 "기업의 예방적·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우리 경제의 일자리를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8월부터는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약 70여개 업체에 대해 총 21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프로그램 지원 대상도 기존 2400여개에서 3700여개로 확대했다. 아울러 뉴딜펀드(6000억원), 금융시장 안정화(4843억원) 등 한국판 뉴딜의 성공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내년 금융위원회 예산안을 국회에 충실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20-11-03 12:09:56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23일 "일본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 수출규제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관련 26개 기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 행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일본 거래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히고 "직접 규제는 직접 피해받는 곳이고 간접 규제는 거기에 납품하는 부품·소재 업체들이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복합적으로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수은의 여신 잔액은 3조1400억원이다. 이어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무역분쟁의 장기화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40억 달러 규모의 여유자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 행장은 "향후 차입여건 악화와 수출기업과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에 대비해 여유자금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차입계획 100억 달러 가운데 38억 달러를 조달 완료했고 하반기 중 60억 달러를 추가로 차입할 예정이며 앞으로 차입시장 및 수단다변화를 통해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차입비용절감 노력을 강화해 필요한 정책자금 전환을 적기에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금융기관들이 일본계 금융사로부터 빌린 21조원 중 40% 정도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채인데 이중 수출입은행 비중은 4조원 정도로 이중 13억 달러(약 1조5326억원)가 1년 내 만기가 돌아온다"고 말했다. 은 행장은 또 "일본 쪽에서 특별히 감지되는 변화는 없다"며 "내일 일본 (은행)측에서 오면 만나기로 했는데 아주 우호적인 관계이고 이전부터 정치 상황이 어떻든 간에 은행간 협력은 굳건하게 하자고 여러번 이야기 했기 때문에 갑자기 변화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은 행장은 "CDS프리미엄은 0.33%포인트로 현재까지 변화가 없다"고 답변했다. 일본의 추가 규제 시에는 부품소재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한편 이날 은 행장은 조선업 구조조정 현황에 대해서도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 본계약 체결 도중 수은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전환사채의 금리인하 등 조건변경에 이미 합의했다"며 "현재는 물적기업, 결합시도 등 후속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동조선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이후 법원과 관리인 주도로 세 차례 인수합병(M&A)을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모두 무산됐다"며 "현재 법원은 청산이나 매각 재시도 등의 처리방안을 고심 중이며 수은은 사법부 결정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19-07-23 20: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