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소믈리에' 이재술씨(66)는 나훈아의 열혈팬이다. 은퇴를 앞두고 '라스트 콘서트'를 펼치고 있는 나훈아를 지켜보는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가황(歌皇)' 나훈아는 지난 4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은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천안, 원주, 전주 등 7월까지 공연 일정은 이미 다 잡혀있고, 하반기엔 서울, 대구, 부산 등 비교적 큰 도시에서의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론 무대에서 나훈아를 영영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요계에서도 그의 은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테스형' 나훈아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는 '자타공인 찐팬' 이재술씨를 만나 '나훈아의 라스트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의 깊은 뜻은?" 먼저, 지금 펼치고 있는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를 끝으로 나훈아가 진짜 은퇴할 것으로 보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씨는 이렇게 답했다.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나는 훈아형(이씨는 나훈아를 그렇게 불렀다)이 이번에 진짜로 무대를 내려올 걸로 봅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가장 그 다운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나훈아는 떠날 때를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지난 2020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KBS 추석 공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나훈아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나'라는 질문에 '우리는 흐를 유(流), 행할 행(行), 노래 가(歌), 즉 흘러가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일 뿐'이라며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거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이번 공연에 앞서 공개한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의 손편지에선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뜻을 따르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여기에 비밀의 열쇠가 숨어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그는 노자(老子)의 '도덕경' 중 한 구절을 인용했다.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즉,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분에 맞게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도덕경 제44장의 말씀을 거론하면서, 아마도 나훈아가 이 경구를 가슴에 새기면서 지금 은퇴 공연을 펼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늘의 반짝이는 별은 높이, 그리고 멀리 있기 때문에 그 만큼 더 아름다운 것이듯이, 진정한 스타는 대중에 너무 가까이 있어선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나훈아는 진정한 스타입니다." 나훈아의 라스트 댄스를 점쳐볼 수 있는 단서는 노래 속에도 있다는 것이 이씨의 분석이다. 많은 연구자들에 따르면 30대 때부터 노장(老莊)사상에 심취한 나훈아는 자신이 공부하고 깨달은 바를 노래에 담곤 했는데, 지난 2003년 발표한 '공(空)'이 그런 경우다. "살다 보면 알게 돼/일러주지 않아도/너나 나나 모두다 어리석다는 것을/살다 보면 알게 돼/알면 웃음이 나지/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잠시 왔다가는 인생/잠시 머물다 갈 세상/백 년도 힘든 것을/천 년을 살 것처럼/살다 보면 알게 돼/버린다는 의미를/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세상엔 영생불멸이 없으며, 모든 것은 변화하고, 궁극에는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걸 '테스형'은 그때도 알았고, 지금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10대 때부터 '광팬'...나훈아 LP만 197장 소장 호텔신라, 삼성에버랜드, 서원밸리골프클럽 등을 거치며 평생을 소믈리에로 살아온 이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훈아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다른 또래 친구들은 남진을 좋아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자신은 나훈아에게 더 끌렸다고 한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그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훈아형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어린 시절 스피커에서 나훈아 노래가 흘러나오면 전파상 앞에 멍하게 서서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다 듣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첫 노래가, 지금은 그의 최애곡이 된 '잊을 수가 있을까'다. "잊을 수가 있을까 잊을 수가 있을까/이 한밤이 새고 나면 떠나갈 사람/기나긴 세월 속에 짧았던 행복/서로가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이별이 서러워서 우는 두 연인…" 나훈아가 1969년 발표한 이 노래는 1970년 개봉한 신성일·문희 주연의 동명 영화 주제곡으로도 사용됐고, 가수 조미미와 함께 부른 듀엣 버전도 남아있다. 이별을 슬퍼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가슴 절절하게 부른 이 노래를 솜털 보송보송한 10대 소년이 얼마나 이해했을까만 그는 이 노래를 따라 불렀고, 지금도 이런저런 모임에서 곧잘 부르곤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나훈아 광팬인 이씨는 LP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의 집 거실과 서재에는 모두 1만여장의 LP판이 있는데, 그중 70% 가까이가 한국 가요 음반이다. 197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를 양분했던 나훈아, 남진을 비롯해 신중현, 김추자, 송창식 등 지금은 구하기 힘든 앨범도 여러 장 보유하고 있다. 나훈아가 지금까지 발매한 200여장에 달하는 음반 중에서도 단 3장을 빼곤 모두 수집에 성공했다. 이사 다닐 때마다 이 '오래된 물건'들이 애를 먹이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이 보물단지를 애지중지한다. LP는 CD나 디지털 음원으로 듣는 노래와는 소리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마지막 직장인 서원밸리골프클럽을 그만두고 지금은 와인바 '와인 & 아날로그' 오픈을 준비 중인데, 가게가 문을 열게 되면 거기서 손님들에게 나훈아 노래를 LP로 들려줄까 합니다. 와인을 마시며 아날로그 감성 물씬한 LP로 나훈아의 명곡을 듣다 보면 아마도 인생 공부가 저절로 될 겁니다." ■소믈리에 이재술이 뽑은 나훈아 톱5는? 그렇다면 그 많은 음반 중에 소믈리에 이재술씨가 가장 아끼는 앨범 또는 나훈아의 노래는 어떤 것일까? 이름하여 '소믈리에 이재술이 뽑은 나훈아 톱5'를 선택해 달라고 주문하자 이씨는 머리를 감싸 쥐며 한참 동안 고민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나훈아가 발표한 앨범 수만 해도 200장이 넘고 1200곡 이상의 자작곡을 포함해 총 3000여곡의 노래를 발표했으니 그중에서 딱 5곡을 고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장고 끝에 이씨가 처음 내놓은 노래는 앞서도 언급한 '잊을 수가 있을까'였다. 자신을 '나훈아 유니버스'로 이끈 노래가 '잊을 수가 있을까' 였으니 이 노래를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4곡을 더 골라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라는 익숙한 가사로 시작하는 히트곡 '고향역'을 비롯해 '울긴 왜 울어', '잡초', 그리고 지난 2020년 KBS 추석 공연에 맞춰 발표한 '테스형'을 손가락에 꼽았다. 특히 이씨는 '잡초'와 '울긴 왜 울어'가 실린 1982년 나훈아 3집 앨범을 매우 중요하게 봤다. "나훈아가 1970년대부터 자작곡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직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이미지가 좀 약했다"면서다. "한동안 노래를 하지 않고 있던 나훈아가 1982년 영화배우 김지미와 헤어진 후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인생과 철학의 깊이가 있는 노래들이 탄생했습니다. '울지 마, 울긴 왜 울어/그까짓 것 사랑 때문에'라고 노래한 '울긴 왜 울어'나,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이름 모를 잡초야/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라고 노래한 '잡초'가 모두 이 시기 발표된 노래들입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나훈아의 닉네임이 되어버린 '테스형'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의 하나로 꼽혔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왜 이렇게 힘들어/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세월은 또 왜 저래/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소환해 천연덕스럽게 '테스형'이라고 부른 것도 놀랍지만,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세태를 풍자한 노랫말이 무릎을 치게 한다는 것이 나훈아 열혈팬 이재술씨의 해석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라는 말이 있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했다는 이 말은 '가황' 나훈아에게도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노래를 사람들 가슴 속에 남긴 나훈아는 이번 은퇴 공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오겠지만 영원할 것입니다.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6-09 18:10:42[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어느 한 선비가 병에 걸렸다. 선비는 욕심이 많아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았고 항상 노심초사하며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골치 아픈 일이 있으면 술로 잊으려고 하는 통에 술에 취해 잠들지 않는 날이 없었다. 가슴은 답답하면서 갈증도 심하게 났다. 간혹 기침과 가래도 올라왔다. 그리고 얼굴은 초췌해지고 피부는 메말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픈 든 안 아픈 듯 피곤함도 심했다. 견디다 못한 선비는 마을의 의원을 찾았다. 의원이 진찰을 해 보더니 “당신은 지금 열증(熱症)이 극심하고 이미 기혈(氣血)까지 쇠해 있으니 3년 뒤에 저(疽)에 걸려 죽을 것이요.”라고 하였다. 저(疽)는 악성 종기인 옹저(癰疽)를 말하는 것으로 사실 당시 옹저에 걸리면 죽는 사람이 많았다. 선비는 걱정스러워하며 “그럼 처방을 좀 해 주시구려.”라고 했다. 그러자 의원은 의서만을 이곳저곳 뒤적거리더니 결국 의서를 덮고서는 “당신의 병에는 약이 없소.”라고 했다. 아마도 처방을 해 봤자 효과가 나지 않아 책망을 들을 것을 두려워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약방을 가 봐도 마찬가지 소리를 들을 것이요.”라는 것이었다. 의원은 선비가 마치 불치병에 걸린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선비는 슬퍼하면서 약방을 떠났다. ‘내가 죽을 병에 걸린 것이 분명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밥 생각은 전혀 없었고 글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느 날 대청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선비를 보고서는, 부인이 “서방님, 제가 듣기로 저기 모산(茅山)에 한 도사님의 의술이 신통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도사님은 자신의 의술을 자랑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 또한 믿을 만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혹시 압니까. 도사님이 살 수 있는 좋은 처방을 알려주실지 말입니다.”하는 것이다. 선비는 부인의 말을 듣고서는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도사가 있다는 모산으로 향했다. 사서삼경 등 책도 없이 그냥 옷가지 몇 개만 챙겨서 떠났다. 생각에 한 1년 정도 요양도 할 생각이었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싱숭생숭해서 모든 것을 잊고 속세를 잠시 떠나 있어야겠다고 여긴 것이다. 모산에 도착한 선비는 깊은 산속의 작은 오두막집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누가 봐도 도사처럼 보였다. 선비는 노인에게 대뜸 큰 절을 하고서는 “어르신, 저는 잠시 세속의 욕심을 버리고 이곳에 왔습니다. 잠시 머물게 해 주시면 제가 나무도 하고 물도 길어 오는 것으로 삯을 지불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선비는 자신의 몸이 병들어 왔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노인은 선비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올 사람이 왔구나’하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하게나. 구름처럼 머물다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떠나가면 될 걸세.”라면서 허락했다. 선비는 아침 일찍 일어나 오두막 마당을 쓸고 아침 밥을 먹은 후 오전에는 땔감을 구해오고 오후에는 계곡까지 가서 물을 길어 왔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멍하니 앉아 명상도 했다. 마치 수행을 하듯이 하루 하루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이렇게 1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처음 왔을 때에 비해서 많이 편해졌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여전히 예전의 증세가 불현듯 나타나기에 ‘3년 뒤에 저(疽)에 걸러 죽을 것이다’라는 의원이 말이 귓가에 맴돌아 그 불안한 잡념은 떠나지 않아 잠을 자는데 뒤척이는 시간이 많았다. 어느 날 노인이 물었다. “자네는 무엇이 그렇게 불안하기에 오매불망하는가? 아직도 세속의 욕심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선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원래 병자입니다. 그런데 제 병이 불치병인 것을 알고 이렇게 어르신을 찾아뵌 것입니다. 그런데 차마 제 병을 말씀드리지 못했을 뿐입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증상과 함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노인은 진맥을 해 보고서는 웃으며 말하기를 “자네는 당장 하산하도록 하게나. 그리고 집에 가거든 날마다 크고 단 좋은 생 배 1개씩 먹도록 하게. 그리고 생 배를 잘라서 잘 말려 놓도록 하게나. 생 배를 다 먹어서 없으면 말린 배를 뜨거운 물에 불렸다가 짜내어 찌꺼기를 먹고 즙을 마시면 자네의 병은 저절로 회복될 것이네”라고 하는 것이다. 선비는 자신의 병이 회복될 것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그깟 배를 먹어서 좋아질 것이라니 어이도 없고 허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산에서의 생활이 한 달 남짓이지만 노인의 행동이나 면모를 보아서 그 말은 허튼소리가 아님을 직감했다. 선비는 노인의 말대로 하겠다고 하면서 하산을 했다. 사실 1년을 요양할 요량으로 왔지만 원래의 목적인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자 했던 것이기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선비는 노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산을 내려왔다. 선비는 노인의 말대로 날마다 생 배를 한 개씩 정성껏 챙겨 먹었다. 또한 욕심을 버리고 무념무상하게 하루 하루를 지내려고 노력했다. 너무 맵거나 기름진 음식도 줄였다. 노인의 말대로 1년 정도 시간이 흘렀다. 몸은 점차 좋아지는 듯했고 열감과 피로감도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3년 뒤에 죽을 거라는 의원이 생각났다. 아직도 자신의 병이 심각한지 다시 진찰을 받아 볼 생각이었다. 선비는 약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선비의 얼굴을 본 의원은 깜짝 놀랐다. 선비의 얼굴은 살이 찌고 초췌함이 사라지고 윤택해졌기 때문이었다. 의원은 놀람을 뒤로 하고 진맥을 했다. 맥 또한 완맥(緩脈)으로 화평했다. 완전하게 건강을 회복한 듯 했다. 의원은 놀라며 물었다. “자네는 반드시 불세출의 명의(名醫)을 만난 것이 분명하네. 그렇지 않고서는 어찌 이렇게 빨리 병세가 나아질 수 있단 말인가?”하고 놀랐다. 의원은 이 선비가 필시 누군가로부터 비방(祕方)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선비는 자신의 병이 모두 회복이 되었다는 말에 기뻐하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고서는 “그 모산의 도사가 저에게 먹으라고 했던 것은 한낱 하루 생 배 한 개뿐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화들짝 놀라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자신은 의서를 여기저기 뒤적거려도 적절한 처방을 찾지 못했는데, 그리고 그 비방이 단지 배라니. 배만으로 이렇게 치료했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의서에서는 ‘배는 약에 넣지 않는다’고 나와 있기도 해서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배 이외에 선비가 눈치채지 못했던 특별한 비법이 더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선비가 떠난 후, 의원은 자신의 의술이 미천함을 원통해 하며 옷과 의관을 챙겨 입고 선비가 말한 모산을 찾았다. 노인을 발견한 의원은 큰 절을 올리며 “저는 일찍이 도사님께서 비방(祕方)을 전해주셨던 한 선비에게서 듣고서 이렇게 무례함을 무릅쓰고 도사님을 찾아뵀습니다. 그 선비에게 저는 불치라고 했거늘 벌써 이렇게 건강을 모두 회복한 것을 보면 도사님이 알려 주신 비법(秘法)이 약이 된 듯합니다. 부디 의술이 미천한 의생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했다. 의원이 ‘배’라는 단어는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의원의 얼굴을 한참 보고서는 절실함이 느껴졌는지 노인은 말을 꺼냈다. “대체로 옛사람들은 병을 논할 때 외감(外感)으로는 주로 풍한(風寒)을 논하기 때문에 계지나 마황과 같은 신랄(辛辣)한 약들과 냉(冷)을 제거하고 몸을 보한다고 해서 부자나 인삼과 같은 열한 약들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병이 아니라 도리어 약 때문에 몸에 열독이 쌓이는 것이 문제요. 그래서 요즘 옹저나 등창 환자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지요. 세속의 의원들은 모든 문제를 약으로만 해결하려고 하지만, 주위에 보면 약이 되는 식품도 많이 있소이다. 생 배 또한 풍열을 치료하고 폐를 촉촉하게 하면서 심화(心火)를 서늘하게 하고 담(痰)을 삭이고 화(火)를 내리며 독(毒)을 풀어주는 효능에 있지만 의원들은 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소이다. 지난번의 선비처럼 요즘 사람들의 병의 원인을 보면 잘 먹고 신경을 쓰는 일들이 많아 담병(痰病)과 화병(火病)이 열에 예닐곱이니 이때는 생 배가 약이 아니고 무엇이겠소.”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 노인은 대뜸 “혹시 배를 한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시오?”하고 물었다. 의원은 다 아는 걸 물어본다는 투로 “배는 한자로 이자(梨子)라고 하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그렇다면 과거 선인들은 왜 배를 이자(梨子)라고 이름 지었겠습니까?”하고 다시 물었다. 의원은 당황해하며 답을 못했다. 노인은 “이(梨)에는 ‘소통하고 이롭다’는 리(利) 자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만, 배의 이로움이 적지 않지만 성질이 서늘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할 따름이요.”라고 했다.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혹시 배 이외에 다른 비법은 없었습니까?”하고 물었다. 노인은 “껄껄껄~” 웃으며 “의원양반, 당신도 하산하면 오늘부터 생 배를 먹어야 하겠소. 당신의 의구심이 화병(火病)으로 바뀔까 걱정이요.”하는 것이다. 의원은 얼굴이 붉어졌다 ‘오로지 배 뿐이었구나.’ 환자를 진찰할 때면 낫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어떻게든지 약성이 강하고 독한 처방만을 찾고 오랫동안 복용해야 한다고만 강조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의원은 오늘에서야 ‘아무리 심한 중병이라도 병증에만 적중한다면 하찮은 배조차도 선약(仙藥)이 될 수도 있구나.’하고 깨달았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 별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제목의 ○○는 ‘생배’입니다. ■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본초강목> ○ 按類編云, 一士人狀若有疾, 厭厭無聊, 往謁楊吉老診之. 楊曰, 君熱證已極, 氣血消鑠, 此去三年, 當以疽死. 士人不樂而去. 聞茅山有道士醫術通神, 而不欲自鳴. 乃衣仆衣, 詣山拜之, 願執薪水之役. 道士留置弟子中. 久之以實白道士. 道士診之, 笑曰, 汝便下山, 但日日吃好梨一顆. 如生梨已盡, 則取乾者泡湯, 食滓飮汁, 疾自當平. 士人如其戒, 經一歲復見吉老. 見其顔貌腴澤, 脈息和平, 驚曰, 君必遇異人, 不然豈有痊理? 士人備告吉老. 吉老具衣冠望茅山設拜, 自咎其學之未至. (유편에 이르기를 어떤 선비가 질병에 걸린 듯이 매우 피곤하여 양길로를 찾아가 진찰을 받았다. 양길로가 말하기를 “그대는 열증이 이미 극심하여 기혈이 사그라들었으니, 3년 뒤에는 저에 걸려 죽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선비는 슬퍼하며 떠났다. 모산에 있는 어떤 도사가 의술이 신통하지만 스스로 자랑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었다. 곧 옷을 바꿔 입고 산에 가서 도사에게 절을 하고는 땔감을 메고 물을 길어 오는 일을 하겠다고 청하였다. 도사는 제자를 사는 곳에 머물게 하였다. 시간이 지나자 선비가 도사에게 사실대로 말하였고, 도사가 진찰하고는 웃으며 이르기를 “너는 당장 하산하라. 다만 날마다 좋은 배 1개씩 먹으라. 생 배를 다 먹어서 없으면 마른 것을 뜨거운 물에 불렸다가 짜내어 찌꺼기를 먹고 즙을 마시면 병은 저절로 회복된다.”라고 하였다. 선비가 그 경계하는 말을 지키고서 1년이 지나 다시 양길로에게 찾아갔다. 선비의 얼굴이 살찌고 윤택한 것을 보고 맥이 화평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놀라서 말하기를 “그대는 반드시 기이한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병이 나아질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하자, 선비는 양길로에게 내용을 갖추어 말하였다. 양길로가 옷과 의관을 입고 모산을 향해 절하고는 학문이 이르지 못함을 스스로 꾸짖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 時珍曰 別錄著梨, 只言其害, 不著其功. 陶隱居言梨不入藥. 蓋古人論病多主風寒, 用藥皆是桂ㆍ附, 故不知梨有治風熱ㆍ潤肺涼心ㆍ消痰降火ㆍ解毒之功也. 今人痰病ㆍ火病, 十居六七. 梨之有益, 蓋不爲少, 但不宜過食爾. (이시진이 말하기를 “명의별록에 기록된 배는 그 해로움만 말하였지 효능은 기록하지 않았다. 도홍경은 ‘배는 약에 넣지 않는다.’라고 말하였다. 대체로 옛사람들은 병을 논할 때 풍한을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쓰는 약은 모두 계지와 부자였으므로 배가 풍열을 치료하고, 페를 자윤하고 심을 서늘하게 하며, 담을 삭이고 화를 내리며, 독을 풀어 주는 효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다. 지금 사람들은 담병과 화병이 열에 예닐곱이다. 배의 유익함은 적지 않지만 많이 먹지 말아야 할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2-08 17:39:39[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닥터 카’에 탑승해 현장을 방문한 신현영 의원이 현장에 15분 가량 머물다 보건복지부 장관 관용차를 함께 타고 현장을 떠났다는 의혹이 제기돼 거센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신 의원이 장관 관용차에 탑승하느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향하려던 복지부 관계자가 이 차에 탑승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기일 1차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복지부 고위 관계자들은 장관 관용차를 타고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이 마련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신 의원이 장관 관용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언으로 함께 이동하게 되는 바람에 이 1차관이 관용차에 타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신 의원이 관용차에 타면서 자리가 부족해 이 1차관은 내려야 했다”며 “이 1차관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신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는 “저로 인해 10.29 이태원 국정조사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본질이 흐려지고 정쟁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합류로 인해 재난대응에 불편함이 있었다면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며 “재난현장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의료진 개인이 아닌 팀별로 들어가야 '국회의원이'아닌 '의사'로서 수습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2-12-22 08:18:09[파이낸셜뉴스] 축구선수 기성용(32)에게 학창시절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들이 오히려 성폭행 가해자로 처벌 받았던 전력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4일 스포츠니어스는 초등학생 때 기성용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C, D씨가 중학교 진학 후 후배들에게 강압적 성행위를 시켰다는 과거 팀 동료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동료는 “C와 D가 유소년팀인 광양제철중학교 3학년 시절 후배들에게 강압적인 성행위를 시켜 일이 커졌었다”면서 “당시 해당 지역에서 꽤 유명한 일이었다. 학교 축구부에서 이 성폭력으로 피바람이 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포츠니어스는 C와 D가 후배들을 상대로 자신의 성기를 만지라고 하고,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강요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금품 갈취, 유사성행위 강요 혐의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으로 유소년 팀장이 보직 해임되고 유소년 감독, 팀닥터 등은 직무정지 조치를 당했다. 당시 해당 지역 프로축구단 임원이던 D의 아버지는 직장에서 해고됐으며 C, D는 강제 전학 조치되고 계열 고등학교 입학이 무산됐다. 스포츠니어스는 C가 K리그에서 뛰다가 현재는 은퇴했으며, D는 해외에 머물다 현재는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기성용을 둘러싼 성폭력 의혹은 지난 24일 오전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내 국가대표 출신 프로축구 A선수와 선수 출신 외래교수 B씨의 성폭력 의혹을 내놓으면서 불이 붙었다. A씨와 B씨가 2000년 1월~6월 한 초등학교에서 후배 C씨와 D씨를 상대로 구강성교를 강요하는 등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누리꾼 사이에서 기성용이 가해자 A씨로 지목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에 기성용 측은 “추후 이와 관련된 오명으로 입은 피해와 발생 가능한 피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1-02-25 08:23:01[파이낸셜뉴스]노원달빛 축제가 오는 23일부터 당현천에서 열린다. 이 축제 이름은 노원달빛산책이다. 서울 노원구는 "노원달빛산책은 노원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라며 오는 23일부터 11월15일까지 24일간 당현천 일대에서 펼쳐진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달빛산책은 코로나19로 지친 구민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생활 속 문화 향유를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당현3교 어린이교통공원에서 수학문화관까지 2㎞구간에서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200여점의 예술 등(燈)과 빛 조각 작품이 밤하늘을 밝힌다. 특히 올해 축제는 작품 전시 기간과 행사구간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풍성한 볼거리와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해 거리두기 관람을 위해서다. □ 50여점의 등(燈) 전시 이번 축제의 메인 테마는 '달빛'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 되어준 '보름달'은 코로나19로 고단해진 삶과 문화적 갈증을 겪고 있는 구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이번 축제의 의도와 잘 어우러진다. '빛에 머물다', '보름달', '소원', '달항아리' '지구를 잡은 소녀'등은 축제의 대표 작품이다. 특히 '지구를 잡은 소녀'는 올해초 화제가 됐던 마스크 의병단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 연대와 협력이 빛을 발했던 것처럼 코로나 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사운드와 스모그 등을 활용해 우주 왕복선의 생생한 발사장면을 묘사한 '콜롬비아 우주선'도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돌고래, 기린, 코끼리, 캥거루 모형의 '동물농장'과 중장년층과 어르신의 향수를 자극할 '쥐불놀이', '초가집', '가야금 키는 남자, 부채를 든 여자'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별작가 7인 작품 전시 특별작가 7인의 작품은 달빛이 갖는 의미를 개성있게 표현해 이번 축제의 예술적 깊이를 더한다. 살아 흔들리는 듯한 빛의 물결을 담은 서성봉 작가의 '달춤', 당현천 바람에 맞추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소재의 질감을 살린 보라리 작가의 '달 그림자', 작은 직육면체 아크릴로 둥근달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한 박민섭 작가의 '만월'은 다양한 방식으로 달빛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검푸른 달빛에 투영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한 인송자 작가의 '푸른 달의 노래', 12개의 달빛을 눈물 조각으로 형상화한 박건재 작가의 '월강 소나타'는 각박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안고 위안과 감동을 선사한다. 또 부드러운 구름이 초승달을 감싸안고 있는 김권룡 작가의 '결월', 달빛과 함께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이미지를 결합한 송필 작가의 '길'은 자연의 소재인 달을 통해 인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환상적인 입체 영상과 경관조명 등(燈) 작품 이외에도 산책로를 따라 펼쳐지는 입체 영상과 경관조명도 주목할 만하다. 먼저 무한한 우주의 신비로움을 LED 미디어파사드 기술로 구현해 낸 '우주의 탄생'과 RGB 레이저와 음향효과로 반딧불이를 표현한 '반딧불이 밤마실', 하늘에서 당현천으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와이어로 연출한 '유성우'는 축제 관람에 역동성을 더해준다. 또 색바랜 벽화를 빛으로 재탄생시킨 '달빛 미술관', 물 위에 뜬 달과 별을 빛으로 형상화한 '당현천 추억의 달'도 전시 작품과 어우러져 한층 몰입감 있는 관람을 유도한다. 이 외에도 노원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3D 홀로그램으로 생동감 있게 구현해 낸 '노원 타임 슬립'까지 놓치기 아까운 관람 포인트가 곳곳에 배치된다. 축제 해설도 해준다. 월요일~목요일은 저녁 7시, 금요일~일요일은 저녁 7시와 8시 2차례 진행한다. 회당 인원은 10명으로 한정해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노원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오승록 구청장은 "축제는 달이 가진 소원,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며 "늦가을 정취를 당현천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즐기며 힐링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2020-10-20 14:32:06[파이낸셜뉴스] 마포문화재단이 디지털 컨택트 제5회 마포 M 클래식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포6경 클래식' 영상 시리즈 8편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6일부터 온라인으로 공개된 난지천공원편, 월드컵공원편, 마포아트센터편 3편의 영상은 회당 평균 조회수 2300회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3편의 영상이 일상 공간에 스며든 클래식을 그려냈다면 이번주 공개 예정인 하늘공원편, 홍대거리편, 광흥당편은 이번 '마포6경 클래식'의 하이라이트로 시네마틱 클래식의 절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영상은 화, 수,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마포문화재단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공개되며 지난 영상은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설 자리를 잃은 연주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관객에게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는 클래식 영상화 프로젝트로 기획부터 화제를 모았던 '마포6경 클래식'은 큰 관심과 호응에 보답하고자 스페셜 2경인 마포음악창작소편, 경의선 책거리편을 추가 제작해 총 8개의 영상을 오는 22일까지 선보인다. '마포6경 클래식'은 드론, 360도 VR카메라, 시네마 카메라, 지미집 등 영화와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촬영 장비들이 총출동해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연주자의 표정, 호흡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극강의 영상미는 물론 음향도 놓치지 않았다.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동시 녹음은 물론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비하여 예비 녹음을 진행하였다.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풀벌레 소리,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도 함께 담아냈다. 오는 13일 공개 예정인 자유의 고개, 환상을 그리다-하늘공원편은 '마포6경 클래식'의 가장 대표적인 영상으로 손꼽힌다.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출연한다. 하늘과 맞닿아 서울의 풍경이 한 눈에 담기는 하늘공원의 낮과 해질녘, 그리고 밤의 전경을 드론과 360도 VR 카메라로 담았다. 문지영이 연주하는 슈만에 더해진 풀벌레 소리,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모두 음악이 되어 특별함을 더한다. 하늘공원편과 월드컵공원편, 마포음악창작소편과 경의선 책거리편은 스탠다드 버전과 360도 VR 버전 2가지 버전으로 제작돼 골라볼 수 있다. 이어서 14일에 공개되는 평화의 도시, 일상을 담다-홍대거리편은 젊음의 거리이자 인디 아티스트의 요람인 홍대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1년 365일 유행가가 울려 퍼지고 최신 트렌드가 빠르게 소비되는 홍대 한복판에 첼리스트 임희영, 하피스트 피여나, 피아니스트 노예진이 드레스를 입고 나섰다. 홍대 거리와 거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루프탑, 두 장소에서 촬영되었으며 생상스의 백조,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 등을 연주한다. 15일 목요일에 공개되는 전통의 숨 안에 머물다-광흥당편은 대한민국 첼리스트의 자존심, 첼리스트 양성원이 장식한다. 조선시대 서강 항구의 수호신을 받들어 선원들의 안전한 귀향을 빌던 공민왕 사당, 그 사당을 품은 광흥당에서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과 함께 전통의 숨 안에 머문다. 300년 된 느티나무가 우거진 광흥당에서 300여 년 전부터 불멸의 명곡으로 자리 잡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여기에 더해 공개되는 첫 번째 스페셜 영상은 마포 아현동 지하에 만들어진 창작 음악인들의 산실 서울마포음악창작소편으로 한국오페라단의 소프라노 손정윤, 소프라노 이윤경, 테너 정의근, 베이스 손철호, 바이올린 고소현, 피아노 최유리, 장구 정서희가 출연해 100년 역사의 독창적인 한국가곡을 들려준다. 두번째 스페셜 영상은 경의선 책거리편으로 마포의 대표적도시 재생 공간인 경의선 책거리를 찾는다. 더 이상 기적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 여운이 남아있는 낭만의 철길, 나무, 그리고 책이 어우러진 곳에서 아벨 콰르텟의 완벽한 하모니를 들을 수 있다. 마포문화재단 송제용 대표이사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코로나 상황에 태풍, 장마까지 이어져 '마포6경 클래식' 제작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무대가 절실했기에 아티스트와 제작진이 한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내리는 비를 피하면서도 더 나은 결과물을 선보이고자 최선을 다한 아티스트와 제작진에게 감사하다"며 "무대가 사라졌다는 불안 대신 자연과 일상이 무대가 되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마포6경 클래식'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두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은 유튜브, 네이버TV 마포문화재단 채널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10-12 09:07:36[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내에서 29일 하루에만 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로써 지역 내 누진 확진자는 42명으로 늘어났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오후 11시10분쯤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코로나19 확진 환자 4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역학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9번째 확진자 A씨는 서울 노원구 가주 확진자의 가족이다. 지난 29일 오후 3시10분 김포발 에어서울 RS923편으로 제주에 왔으며, 이날 가족의 코로나19 양성 판정 소식을 접하고 시설에서 격리를 진행하다 낮 12시30분 제주보건소에서 검체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40번째 확진자 B씨와 42번째 확진자 D씨는 지난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소재 산방산탄산온천을 방문했다. 앞서 이곳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개신교 목사 부부(제주 29번·33번)가 지난 23일 오후 2시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다녀간 곳이다. 이들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온천 방문 사실을 숨겼다가 28일 뒤늦게 방역당국에 의해 발각됐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이동 동선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진술한 이들의 휴대전화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를 추적해 온천 방문 이력을 확인했다. 41번째 확진자인 C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루프탑정원’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했던 서울 강동구 138번 확진자의 접촉자다. C씨는 제주시 애월읍 소재 ‘바람이 머물다’ 게스트하우스 직원이며, 강동구 138번 확진자가 26~27일 이곳에 숙박하면서 밀접 접촉했다. 강동구 138번 확진자는 ‘바람이 머물다’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기 전날인 25일 서귀포시 남원읍 소재 루프탑정원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저녁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이들 4명의 동선이 파악되는 즉시 정보를 공개하고, 접촉자를 확인하는 한편 방문지에 대해 방역 조치할 방침이다. 한편 서귀포시 ‘루프탑정원‘ 게스트하우스발 확진자는 이날까지 총 4명으로 늘어났다. 방역당국은 제주여행 중 지난 25일 이곳에 머물렀던 서울 강동구 138번 확진자가 당일 해당 숙소에서 주최한 저녁 파티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제주 36번)·직원(제주 37번)과 접촉이 있었다고 도는 밝혔다. 또 다른 확진자인 제주 38번은 서귀포시 서호동에 있는 호텔 수습생이며, 지난 22~23일 양일간 ’루프탑정원‘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파티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08-30 03:34:07[파이낸셜뉴스]대우건설은 오는 10일 ‘김해 푸르지오 하이엔드’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경남 김해시 안동 360-32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대 47층, 7개동, 전용면적 59~84㎡에 이르는 총 14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특별공급 물량 591가구를 제외한 809가구를 일반분양하며 평균 분양가는 1000만원 초반대다. 김해 푸르지오 하이엔드는 동김해 IC를 통해 부산, 창원, 양산 등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단지 옆 버스 정류장이 위치해 부산김해경전철 인제대역을 이용할 수 있어 김해와 타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김해시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안동공단 재개발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김해시는 향후 낙후된 안동공단을 새로운 여가휴식 공간과 주거가 공존하는 명품지역으로 재탄생 시키는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주변에 동김해 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주거환경 및 교통망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에는 신어천 하천정비 복합사업, 활천동체육관 건립공사, 동김해 IC~식만 JCT간 광역도로 건설사업 등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신설사업 역시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김해 푸르지오 하이엔드는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지며, 전매 제한기간이 없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최대 70%까지 적용된다. 김해 푸르지오 하이엔드는 최고층수 47층의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선보이는 등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는 조망과 채광, 통풍을 극대화한 전 세대 남향 위주로 배치됐으며 3베이와 4베이 구조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아파트, 바람이 머물다 가는 쉼이 있는 아파트’라는 조경 콘셉트로 자연친화적인 설계를 선보인다. 단지 중앙에 펼쳐진 대형 광장에는 산책과 다채로운 이벤트,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전체 지하주차장 구성으로 지상층은 공원화할 계획이며 지상에는 다양한 테마 놀이터와 주민 운동시설을 배치한다. 피트니스클럽, 골프클럽, 푸른도서관, 독서실, 그리너리카페, 시니어클럽 등 다양한 연령대에 적합한 주민편의시설도 배치된다.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과 에너지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일괄제어 스위치, 절수기 일체형 싱크수전, 절수형 양변기 등의 친환경 그린시스템 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설비 등도 갖춰질 예정이다. 대우건설 분양 관계자는 “동김해 지역에 10년 만에 들어오는 1군 브랜드 아파트”라며 “비규제지역에 들어서는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인데다 최근에 발표된 전매제한 강화관련 이슈로 인해 부산, 창원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 예정일은 2023년 7월이며, 견본주택은 경상남도 김해시 안동 360-32에 마련된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2020-07-08 14:22:32[파이낸셜뉴스] "단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백신이 개발됐다는 뉴스죠.” 전세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2020시즌 세계 남녀 골프투어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국내외 프로 골프 선수들 또한 큰 혼란에 빠진 가운데 '매일 희망하는 최고의 뉴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 소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볼빅(회장 문경안)이 ‘팀볼빅’ 소속 선수 중 투어 프로 7명을 대상으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뉴스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 모두가 최우선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협회로부터) 투어가 다시 정상화됐다는 연락을 받는 것이다”고 답했다. 지난 3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에 체류하다 급거 귀국해 현재 경기도 용인 집에 머물고 있는 2019 시즌 KLPGA 투어 신인왕 출신인 조아연(20·볼빅)은 "만약 지금 당장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코로나가 없어지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일상과 관련해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며, 집 가까이에 있는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컨디션 관리를 위해 짧은 시간 스윙 연습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체력 훈련을 하며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연은 지난해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이었던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해 올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첫 타이틀 방어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대회가 취소되면서 무산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팀볼빅의 '맏언니' 최운정(30·볼빅)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자택에 머물고 있는데 "투어 동료 선수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코로나와 대회 일정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동료들로부터 (집주변) 골프장과 식당이 영업을 중지했다거나 생필품을 살 수 없다는 어려움 등 평소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현지 실상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고 겪어보지 않은 생활과 문제에 스스로 답을 구해야 하는 게 어렵다”며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에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다"고 했다.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거주하고 있는 LPGA투어 통산 2승의 이미향(27·볼빅)은 “대회가 취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선수로서 헬스장이나 골프장 등의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조금은 답답한 부분이 있다”며 “밖에 나가지 않고 최대한 집에 머물다 보니 요리가 새로운 취미가 됐다”고 근황을 전했다. 올해 LPGA 투어 루키 시즌을 맞았지만 아직 데뷔 전을 치르지 못하고 있는 손유정(19·볼빅)은 "코로나 종식과 함께 다시 시즌이 시작된다는 LPGA 커미셔너의 이메일이 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새내기다운 바람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트에 마스크나 손 세정제가 계속 품절인 상황이라 시간 나는 대로 재고가 있는지를 알아보는데 구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손유정은 현재 자택이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머물고 있다. KPGA 코리안 투어 통산 2승을 기록하고 있는 전가람(25)과 한창원(29), 김홍택(27·이상 볼빅) 등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상적인 생활을 180도 바꿔놓았다고 했다. 지난겨울 동계훈련을 마치고 국내에 머물고 있는 이들 또한 "요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선수로서 운동 능력 유지를 위해 훈련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코로나 사태로) 대회 개최 수가 줄지 않을까 우려하는 동료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전가람은 "올해 개인적으로 작은 목표는 군대 갈 나이가 돼 우승을 한번 더 하고 가던가, 아니면 그렇지 못하더라도 잘 마무리하고 입대할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정상적인) 투어 일정을 가늠할 수가 없어 걱정이 앞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밖에 한창원은 '요즘 평상심을 유지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현재 노력하는 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노력을 하고 보상받길 바라면 마음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보다는 그 노력하는 시간을 즐기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2020-04-01 17:50:26【 제주=조용철 기자】 4월의 제주는 꽃의 정원이다. 형형색색 화려한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향기로운 내음이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봄이면 제주에는 샛노란 바다가 물결친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은 바닷바람을 파도삼아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추위에 강한 유채는 초봄부터 늦봄까지 노란 얼굴을 보여주면서 잠시 머물다 가는 봄을 길고 진하게 만끽하도록 만든다. 문을 열고 나가면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샛노란 유채꽃은 황금빛 바다를 이룬다. 눈이 시릴 만큼 샛노란 유채꽃과 벚꽃 등이 앞다퉈 모습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제주의 봄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유채꽃의 노란 빛깔과 함께 명시성을 가장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은 검정색이다. 그래서 노란 유채꽃과 검은 돌담길이 어우러진 이맘때의 제주 풍경은 이방인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제주에는 노란 유채꽃 내음이 못내 그리워 찾아오는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다. 드넓은 부지에 펼쳐진 유채꽃밭의 향연. 4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제주 유채꽃 축제는 봄꽃들의 향연 속 단연 으뜸이다. 녹산로를 따라 이어진 유채꽃길 드라이브뿐 아니라 제주 곳곳에선 유채꽃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새파란 제주도의 하늘 아래 노랗게 물들이며 봄 소식을 전하는 유채꽃은 제주 곳곳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맘때면 해안가뿐 아니라 제주 어디를 가든 유채꽃이 서로 경쟁하듯 꽃망울을 터트린다. '녹산로'는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이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관통하는 길이다. 제주시 서진승마장에서 정석항공관을 지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로 이어지는 10㎞의 도로를 말한다. 녹산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벚꽃과 유채꽃이 만개하는 매년 봄이면 나들이 온 여행객과 도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갑마장이 위치한 가시리 마을에는 유채꽃 플라자와 조랑말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풍력발전을 위한 풍차와 어우러진 가시리 조랑말 체험공원 유채꽃밭 풍경이 일품이다. 중문관광단지 내 중앙에는 엉덩물계곡이 있다.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준해 물을 찾는 짐승들조차 접근은 못하고 엉덩이를 들이밀고 볼일만 보고 돌아갔다고 해서 엉덩물계곡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봄이면 계곡 경사면을 따라 유채꽃이 만발해 장관이다. 입장료를 받는 대부분의 다른 유채꽃 단지와는 달리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평지보다 유채꽃 풍경이 입체적인 특징이 있다. 올레 8코스에 포함돼 있으며 중문달빛걷기공원으로도 불린다. 중문해수욕장 주차장에 주차 후 접근할 수 있다. 유채꽃길을 따라 걷다보면 미라지 연못이 나온다. 좌측으로 올라가면 롯데호텔 산책로와 이어져있다.한라산 너머 남촌마을에 위치한 머체왓숲길은 목장길, 편백림길, 숲 터널과 꽃길 등 총 6.7㎞에 걸쳐 다양한 테마가 어우러진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꽃밭에서는 유채꽃으로 넘쳐난다. 이 꽃밭에선 계절마다 다른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꽃밭을 지나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목장과 다양한 수종이 있는 숲길이 나온다. 특히 삼나무 숲길에는 40~ 50년 전 마을 주민들이 실제 거주했던 머쳇골의 흔적을 고스란히 복원해 놓은 옛 집터, 그리고 그곳으로 향하는 돌담 올레 등이 있어 옛 제주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숲길을 완주하면 그동안의 쌓인 피로를 날릴 수 있는 족욕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머체왓에서는 해먹 카페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피크닉 세트를 빌려서 소풍 기분을 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유채꽃을 감상했다면 제주 해안의 풍경을 감상할 때다. 도두동은 용천수가 솟은 오래물이 있는 장소다. 오래물이란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해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해왔다. 이곳 도두동 해안가를 따라 무지개 빛깔로 방호벽이 조성돼 있는 도로가 있다. 이른바 '무지개도로'다. 방호벽의 경우 일반적으로 노란색과 검은색 빗살무늬로 도색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방호벽은 무지개색으로 칠해져 있어 주변 해변과 어우러져 훌륭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공공시설의 미술작품화는 환경을 개선하고 공공영역을 활성화하기 때문해 도시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도두 무지개도로는 공공 기반시설의 문화시설화의 또다른 모범사례가 됐다.제주에서 가장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으로 유명한 신창리부터 용수리까지 약 6㎞ 구간에 조성된 풍력발전 풍차들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풍력발전단지 인근 싱계물공원과 해안도로는 광고 속 배경으로도 많이 나오는 명소로 알려지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특히 자전거 동호회가 제주 해안도로 하이킹 코스로 선호하는 도로다. 일몰시간이 되면 바다풍차와 어우러진 낙조를 감상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성황을 이룬다. 산방산 서쪽 바위산인 단산, 이른바 '바굼지오름'에서 바라보는 해안 풍경도 일품이다. 바굼지오름은 침식에 의해 분화구 일부만 남아 있으며 형태가 거대한 박쥐가 날개를 편 모습을 연상케 한다. 바굼지오름인 단산 응회구는 제주도의 지질학적 층서구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쇄설성 퇴적층으로 구분된다. 이는 주변 산방산 용암돔과 용머리 응회암층의 형성 연대와 직접 대비되는 것으로서 제주 화산도의 기반 형성과 고지리 복원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같은 기생화산체의 위치결정과 함께 오름의 노두는 오랜 세월 파식과 풍식에 의해 지금은 골격만 남아 있다. 바굼지오름 정상에 오르면 인근 산방산 및 용머리해안과 함께 드넓은 바다풍경이 펼쳐지면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이에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오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열리는 봄여행주간 동안 지역특화프로그램 사업으로 '제주에서 봄빛 담아가기'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제주의 봄사진여행을 테마로 가시리 녹산로, 신양리 섭지코지, 국립제주박물관, 오라동 청보리밭, 함덕리 함덕서우봉해변, 고성리 광치기해변, 신창리 풍차해안도로, 가파도 청보리밭 등에서 장소별 운영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사진 전문가와 함께하는 사진명소 여행과 봄 사진명소 내 포토존 운영 및 룰렛이벤트, 캘리프레임 체험, 인증샷 콘테스트 등 제주의 봄으로 떠나는 사진여행 이벤트 행사로 진행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9-04-04 16: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