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남 순천 도심 길거리서 일면식도 없던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10대 소녀를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순천시는 숨진 A양(18)의 추모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29일 조례동 사건 현장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 시민들은 사건 현장에도 국화꽃 등을 놓고 추모글을 남기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아울러 천막으로 설치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국화꽃과 분향대가 마련됐다. 추모 현장에는 "하나뿐이었던 내 친구.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정말 아팠을 텐데 너무 미안해. 잊지 않고 지내며 항상 그리워할게"라는 글이 적힌 작은 팻말이 놓였다. 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를 부추긴다" 등이 적힌 팻말도 놓여 있었다. 또 생전 고인이 좋아하던 것으로 보이는 딸기우유, 과자가 놓여 있었다. A양은 지난 26일 오전 0시43분께 순천시 조례동 길거리에서 만취 상태의 B씨(30)에게 흉기로 수차례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B씨는 범행 직전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배달전문 식당에서 혼자 소주 4병을 마신 뒤 맨발로 흉기를 들고 나와 A양을 800m 가량 뒤에서 따라간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범으로 긴급체포된 B씨는 지구대에서도 형사들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으며 난동을 피우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을 살해한 B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자세한 범행 동기 등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정희영 부장판사는 전날 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주거부정 및 도주우려가 있다”며 영장실질심사 20분 만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B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를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30일 오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개가 결정되면 B씨의 얼굴, 성명, 나이 등이 전남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9-30 05:49:14[파이낸셜뉴스]#. 서울에 사는 30대 이모씨는 최근 저녁식사 후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면서 자신을 질책했다.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배달 주문했던 계란찜이 상했는데, 이를 모르고 먹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황스런 상황은 이어졌다. 이씨가 배달 플랫폼에 관련 리뷰를 달자, 업주는 명예훼손이라며 댓글을 블라인드 처리했다. 플랫폼 업체는 "시스템 문제로 30일 이후에 (블라인드가) 풀린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배달 플랫폼의 댓글 블라인드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음식점을 선택을 위한 알권리"를 비판하는 반면 배달 업주는 "업주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배달 플랫폼 업체는 '중재'만 고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업체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장치 마련을 제안했다. 25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 접수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34건에서 2021년 103건, 2022년 111건, 2023년 229건 등 증가 추세다. 지난 7월까지 208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플랫폼의 댓글 블라인드를 사용 하는 것에 대해 '알권리'를 침해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대 박모씨는 "가게와 메뉴를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리뷰"라며 "가끔 좋지 않은 리뷰를 볼 때면 주문하지 않기 때문에 댓글을 가리면 알권리를 침해당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플랫폼 업체에 항의했던 이씨는 한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달 업주들은 평점 테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권이라고 반박했다. 악의적 댓글에 대해 '블라인드' 신청시 소명에서 결과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하소연도 한다.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매니저를 하고 있는 30대 A씨는 "댓글과 평점 테러는 어이없지만 어쩔 수 없다"며 "플랫폼들이 독과점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이용하지 않으면 장사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달 플랫폼들은 모든 사안을 확인할 수 없어도 중재에는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모기업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악성 리뷰의 경우에 대해선 명백히 조치가 되지만, 맛이나 음식 및 포장상태 등에 대해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것들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중재하는 방안으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기요 관계자는 "업주분들이 댓글 게시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며 "'음식이 식어서' 등의 리뷰는 권리 침해에 대해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스템 구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와 업주 모두 배드 플레이어가 문제"라며 "블라인드 처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4-09-25 14:39:28【 베이징·서울=이석우 특파원 박종원 기자】 중국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베이징의 주요 상점가와 거리는 예전 같지 않았다. 빈 상점과 사무실, 텅 빈 거리가 현재 중국 내수시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내수침체는 주요 원자재 가격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추석 명절 '중국의 이태원' 베이징 차오양구 싼리툰의 상점가와 식당들. 이곳은 랑콤, 로레알, 에스티로더, 퓨마, 나이키, 아디다스, 구찌, 루이비통 등 외제 화장품과 신발 및 명품매장, 가전제품점에 벤츠 등 외국산 자동차 매장까지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휴일을 맞아 젊은이 등 방문객들로 모처럼 활기가 돌았지만 업주들은 판매액이 별로 늘지 않았다고 아우성이었다. ■왕징 소호 사무실도 30% 비어 젊은이의 명소로 꼽히는 싼리툰 소호에서 제법 잘나가는 식당인 '레스토랑 화뉴'의 한 관계자는 "손님이 30%가량 줄었고, 판매되는 메뉴도 예전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200~300위안(3만7510~5만6265원)대를 찾는 등 절약소비가 두드러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싼리툰 소호 빌딩1의 3~4층은 절반 가까이 비어서 대낮에도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젊은 여성들이 즐겨 찾던 네일숍, 피부관리센터, 안마숍, 잡화점 등은 문을 굳게 닫은 채 잠겨 있었다.지갑을 닫은 소비자와 줄어든 매출 속에 베이징 대부분 지역의 사무실 건물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베이징본부, 배달운송 앱 운영사인 메이퇀, 부동산대기업 녹지그룹, 중국 항텐그룹 등 중국의 대표적 플랫폼기업과 대기업 및 벤처들이 몰려 있는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중심부. 이 지역 시그니처 건물 격인 왕징 소호 역시 비어있는 사무실이 30%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 정부, 소비진작 안간힘 내수부진이 계속 깊어지자 만두와 면 종류로 유명한 대만계 음식체인 딘타이이펑도 10월 31일까지 베이징의 대표적인 플래그십 궈마오 매장을 비롯, 중국 내 14곳 매장의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영업허가를 취소하고 문을 닫은 국수 가게만도 2만9000개를 넘었다. 소매정보 플랫폼 링크숍 최근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최소 74개 식음료 브랜드의 매장 400여개가 문을 닫았다. 경제둔화 속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고가 식당일수록 생존과 가격경쟁에 내몰렸다. 베이징시 당국에 따르면 연 매출이 200만위안(약 3억8000만원)을 넘는 요식업체들의 올 상반기 이익은 1억8000만위안(약 3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8% 줄었다. 팅위엔자런, 칭화이옌 등 고급 식당들도 자존심을 접고 다중덴핑과 같은 식당 소개 앱에 50~70% 가격을 인하한 세일식단을 선보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석유·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하락 1992년 이후 30년 넘게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아 주요 원자재를 빨아들였던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갈 곳 잃은 원자재들이 시장에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락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려면 중국 경제가 나아져야 한다며 앞으로 원자재 시장의 핵심 고객이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배럴당 71.95달러로 장을 마쳐 연초와 비슷한 가격을 나타냈다. 유가는 중동의 전면전 가능성이 불거진 지난 4월과 7월에 일시적으로 80달러 초중반에 이르렀으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19일 시세는 올해 들어 약 1.6% 상승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약 11% 내려간 수준이다.다른 산업용 원자재 가격 역시 시세가 밀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보도에서 미국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을 인용해 국제 철광석 시세가 전날 기준 t당 90.25달러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june@fnnews.com
2024-09-22 18:14:35물건을 원하는 가까운 곳까지 배달해 주는 택배는 원래는 일본 용어라고 한다. 영어로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바로 고객의 문 앞에서 받아 문 앞으로 가져다준다는 의미다. 배달은 택배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우체국 소포는 배달을 원하는 사람이 우체국에 직접 가서 접수해야 하는 점이 다르다. 판매자가 우편이나 소포 등의 방법으로 물건을 먼 곳의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돈을 송금받는 판매방식은 구한말 때부터 있었다. 주로 학습지나 책을 우편으로 보내는 통신판매다. 집으로 갖다주는 화물운송 서비스는 일제강점기인 1938년에 시작된 철도 택급제가 효시라고 한다. 호구(戶口)에서 호구까지, 즉 문 앞에서 문 앞까지 수하물을 배달하는 택급(宅扱)은 택배와 거의 같은 개념이다. 1930년 설립된 조선미곡창고(미창)는 대표적 종합물류기업 CJ대한통운의 전신이다. 조선미창은 창고 보관과 하역업에 운송업을 겸업하다 1950년 한국미창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미창은 1962년 1월 중단됐던 택급 업무를 재개했다. 이듬해 대한통운으로 다시 사명을 변경, 운송업을 주업으로 삼으며 94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택배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1990년대부터 택배산업은 규모가 커졌다. 정부는 1991년 9월 택배 서비스 관련 법률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라 사실상의 국내 최초 택배 서비스인 ㈜한진의 '파발마'가 이듬해 6월 서비스를 시작했다(조선일보 1993년 4월 21일자·사진). 당시만 해도 문 앞까지 상품을 배달해주는 택배는 신종 서비스였다. 본격적인 택배 시대가 열리기 전에 일부 업체들은 새로운 배달 판매방식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서울 종로구에 있던 한 스테이크 식당은 전화 주문만 하면 사대문 안에 있는 가정으로 배달해 주었다. 도시락 전문 배달업체가 등장해 당뇨환자를 위한 맞춤형 도시락을 배송해 주는 택배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베이커리 업체도 택배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활어회와 참치, 오징어 등 싱싱한 생선회를 냉장 상태로 배달해 주는 업체도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부터 택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배송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홈쇼핑, 인터넷 쇼핑, 카탈로그 쇼핑 등 비대면 판매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1995년 삼구홈쇼핑(현 CJ오쇼핑)과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이 방송을 시작하면서 택배 시장은 초고속 성장기에 접어든다. 한진택배에 이어 대한통운과 현대택배도 가정 택배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삼구홈쇼핑을 인수한 CJ그룹의 CJ GLS와 전국 유통망을 가진 우체국택배도 합류했다. 택배 시장은 외환위기의 영향도 받지 않고 성장을 거듭했다. 인터넷 보급으로 온라인 판매가 폭증하고 홈쇼핑 방송 채널도 더 늘었다. 대형마트와 서점도 택배로 고객이 편하게 제품을 받아보는 서비스에 참여했다. 현재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우체국택배를 5대 택배기업이라고 한다. 택배산업 규모는 지난해 8조8000억원에 이르렀고 수년 안에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경제활동인구 기준으로 1인당 연간 평균 택배 이용횟수는 131회다. '로켓택배'를 내건 쿠팡의 등장으로 택배산업은 경쟁이 더 격화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규모는 현재 230조원가량인데 더 커질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업체의 가세로 택배산업의 미래는 밝다. 온라인 택배업과는 별도로 중국집 '철가방'식의 음식배달을 체계화·기업화한 앱을 통한 배달 서비스업 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일반 택배보다 시장규모가 훨씬 크다. 국내에 처음 들어온 외국 특송업체는 DHL코리아로 1977년의 일이었다. 국내 택배 업체들도 외국으로 시선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를 필두로 유럽과 미국, 중남미까지 진출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8-22 18:33:39#. 경기도 부천에서 배달대행 업체 만나플러스 지사(대리점)를 운영하는 정채명씨(45)는 지난 6월부터 배달기사가 받아야 할 배달비를 대출을 받아 지급했다. 배달기사는 하루 100만원씩 출금이 가능했지만 지난 5월부터 지급 불능 상태가 발생하다가 6월부터 30만원, 10만원으로 출금 가능액이 쪼그라들었다. 결국 정씨는 본사 대신 지급한 배달비와 지사 수수료 등 1억8000만원을 떠안은 채 다른 배달대행 업체로 회사를 옮겨야 했다. 배달대행업체인 만나플러스가 배달기사에게 지급해야 할 배달비 정산을 하지 못하면서 배달기사와 대리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티메프)'가 야기한 대금 미정산 사태가 배달업계에서도 현실화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만나플러스는 지난 6월 중순부터 배달기사와 지사의 대금 출금을 막고 있다. 만나플러스 소속 배달기사와 지사는 하루 한 시간 동안 각각 100만원, 1000만원씩 출금이 가능했다. 식당 등 배달을 요청하는 가맹점이 지급한 배달비는 건당 지사 수수료 200~400원을 제외하고 배달기사에게 지급되는 구조다. 대신 지사는 건당 88원씩 프로그램 사용료를 낸다. 4년� 배달대행 대리점을 운영하는 정씨는 만나플러스 정산이 막히자 지난 9일부터 다른 배달대행 업체인 생각대로로 옮겨가는 결정을 했다. 대신 만나플러스로부터 받지 못한 지사 수수료와 배달기사 배달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식당 등이 미리 예치해둔 배달비 6000여만원도 정씨가 새로운 업체에 대신 충전해줬다. 정씨는 "배달비를 받지 못하면 배달기사가 떠나기 때문에 대출로 배달비를 주고 지사를 유지했다"며 "배달기사 수는 80명에서 25명까지 줄었다"고 토로했다. 피해 대리점들은 배달기사가 받아야 할 배달비뿐 아니라 가맹점 부가세 등 각종 비용을 떠안았다고 했다.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영세 업체의 경우 상당수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실정이다. 관련해 정씨는 "식당에서 부담하는 배달비에 붙는 10% 부가세를 배달대행 프로그램으로 내는 경우가 많다"며 "부가세마저 처리가 안되고 있어 부가세까지 지급했다"고 했다. 현재 만나플러스 대리점이 회사를 옮기면서 식당들이 미리 입금한 배달비 역시 묶여 있는 상태다. 서울에서 배달전문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배달 대리점이 회사를 옮기면서 같이 옮겼는데 만나플러스에 미리 100만원 정도 입금해둔 돈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나플러스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대리점과 가맹점 등이 받지 못한 돈은 85억원에서 13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조만간 단체소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은 비대위원장은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대리점 대부분이 회사를 옮겼다. 하지만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대부분 수억원의 돈이 묶여 있다. 티메프 사태가 다른 업종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플랫폼 업체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제도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8-21 18:13:53[파이낸셜뉴스] #. 경기도 부천에서 배달대행 업체 만나플러스 지사(대리점)를 운영하는 정채명씨(45)는 지난 6월부터 배달기사가 받아야 할 배달비를 대출을 받아 지급했다. 배달기사는 하루 100만원씩 출금이 가능했지만 지난 5월부터 지급 불능 상태가 발생하다가 6월부터 30만원, 10만원으로 출금 가능액이 쪼그라들었다. 결국 정씨는 본사 대신 지급한 배달비와 지사 수수료 등 1억8000만원을 떠안은 채 다른 배달대행 업체로 회사를 옮겨야 했다. 배달대행업체인 만나플러스가 배달기사에게 지급해야 할 배달비 정산을 하지 못하면서 배달기사와 대리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티메프)'가 야기한 대금 미정산 사태가 배달업계에서도 현실화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만나플러스는 지난 6월 중순부터 배달기사와 지사의 대금 출금을 막고 있다. 만나플러스 소속 배달기사와 지사는 하루 한 시간 동안 각각 100만원, 1000만원씩 출금이 가능했다. 식당 등 배달을 요청하는 가맹점이 지급한 배달비는 건당 지사 수수료 200~400원을 제외하고 배달기사에게 지급되는 구조다. 대신 지사는 건당 88원씩 프로그램 사용료를 낸다. 4년쨰 배달대행 대리점을 운영하는 정씨는 만나플러스 정산이 막히자 지난 9일부터 다른 배달대행 업체인 생각대로로 옮겨가는 결정을 했다. 대신 만나플러스로부터 받지 못한 지사 수수료와 배달기사 배달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식당 등이 미리 예치해둔 배달비 6000여만원도 정씨가 새로운 업체에 대신 충전해줬다. 정씨는 "배달비를 받지 못하면 배달기사가 떠나기 때문에 대출로 배달비를 주고 지사를 유지했다"며 "배달기사 수는 80명에서 25명까지 줄었다"고 토로했다. 피해 대리점들은 배달기사가 받아야 할 배달비뿐 아니라 가맹점 부가세 등 각종 비용을 떠안았다고 했다.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영세 업체의 경우 상당수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실정이다. 관련해 정씨는 "식당에서 부담하는 배달비에 붙는 10% 부가세를 배달대행 프로그램으로 내는 경우가 많다"며 "부가세마저 처리가 안되고 있어 부가세까지 지급했다"고 했다. 현재 만나플러스 대리점이 회사를 옮기면서 식당들이 미리 입금한 배달비 역시 묶여 있는 상태다. 서울에서 배달전문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배달 대리점이 회사를 옮기면서 같이 옮겼는데 만나플러스에 미리 100만원 정도 입금해둔 돈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나플러스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대리점과 가맹점 등이 받지 못한 돈은 85억원에서 13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조만간 단체소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은 비대위원장은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대리점 대부분이 회사를 옮겼다. 하지만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대부분 수억원의 돈이 묶여 있다. 티메프 사태가 다른 업종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플랫폼 업체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제도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8-21 15:45:49[파이낸셜뉴스] #은퇴를 앞둔 50대 A씨는 모임이 있는 날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을 때마다 놀란다. 웬만한 음식은 거의 1인분에 1만원이 넘어가는 데다가 후식을 먹으러 카페에 가도 커피값과 빵값이 밥값을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장바구니 물가 대비 외식 물가가 지나치게 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식당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개인카드 평균승인금액도 줄어들면서 내수경제가 위축되는 가운데, 서민들의 외식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점심·외식할인 카드'가 인기다. 4일 통계청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서비스 물가 중 외식 물가는 지난해보다 3.0% 올랐다. 5월(2.8%)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았다. BC카드가 낸 ABC 리포트를 살펴봐도 지난 1월부터 5월 사이에 식당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최대 11.2%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카드 승인 실적 측면에서도 절약 기조가 두드러졌다. 여신금융연구소의 '2024년 5월 카드승인실적'을 보면 지난 5월 개인카드 평균 승인금액은 3만5449원으로 전년 동월(3만5712원) 대비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카드 승인건수는 23억7000만건으로 전년 동월(22억7000만건)보다 늘었다. 소비에 들이는 금액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자연스럽게 직장인을 위한 점심·외식할인 카드 쪽으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 아이디 온(iD ON)' 카드가 대표적이다. 해당 카드는 △커피전문점, 배달앱, 델리 중 매월 가장 많이 쓴 영역 30% 할인 △교통, 이동통신, 스트리밍 10% 할인 △온라인 간편결제, 해외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3%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하나카드의 '비바 G 플래티늄 체크카드'도 외식 특화 할인 카드다. 국내 5대 업종(요식, 마트 등)에서 0.5~1.0% 캐시백 혜택을 준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원더프리플러스(+)' 카드의 경우에도 외식, 식음료 등에 직접적인 할인은 없지만 전 가맹점 0.8% 할인 혜택을 제공해 직장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카드도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와 'KB국민 위시 데일리 카드'로 직장인들의 '유리지갑' 사수에 나섰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의 경우 전월 실적 조건 없이 푸딘코 선정(전국맛집) 건당 2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할인혜택(월 1회, 월 5000원 이내)와 전월 이용실적 20만원 충족·빵집 건당 1만원 이상 결제시 2000원 할인(월 1회, 월 2000원 이내)혜택, 카페 건당 5000원 이상 결제시 1000원 할인(월 1회, 월 1000원 이내) 혜택을 보유하고 있다. '위시 데일리 카드'는 선택 서비스 중 '먹빵' 선택 시 제과·아이스크림, 패스트푸드 업종에서 10%를 할인해준다(건별 최대 5000원까지, 월 최대 1만2000원 할인). IBK 기업은행의 ‘이지캐시백’과 MG새마을금고의 ‘다원 체크카드’도 고물가 시대 '슬기로운 점심시간'을 보내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지캐시백 카드'의 가장 큰 특징은 타임 캐시백 0.6% 혜택으로, 점심(낮 12시~오후 2시), 저녁(오후 6시~8시)시간 국내 전 가맹점에 3배(0.6%) 캐시백을 해준다. 전월 이용금액 30만원 이상 시 제공하며 캐시백 한도 제한은 없다. '다원 체크카드'는 평일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30분 사이에 음식점 업종 이용 시 1000원을 할인해준다. 일반한식, 갈비전문점, 한정식, 횟집, 중국·서양음식점에 걸쳐 폭넓은 할인을 제공해 새마을금고의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07-03 15:42:54[파이낸셜뉴스] 부산의 한 음식점 사장이 상습적으로 환불을 요구한 커플을 경찰에 고소했다. 1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A씨가 다른 식당의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 한 손님으로부터 "음식에서 실이 나왔다"며 환불 요청을 받았다. 식당 측은 사진을 받은 뒤 손님에게 음식값을 환불해 줬다. 이후 A씨는 배달 전문 음식점을 개업했고, 두 달이 지난 시점 한 손님에게서 "아침부터 음식에 실이 나와 기분이 나쁘다"는 환불 요구 전화를 받았다. 이에 그는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손님 계좌로 음식 가격 1만2900원을 환불해 줬다. 이때 A씨는 과거 기억이 떠올랐다. 확인해 보니 직원 시절에 환불해 줬던 배달지와 같았다. 결국 A씨는 해당 사연을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렸다. 그러자 "나도 똑같이 당했다"는 사장들이 20명 넘게 나타났다. A씨는 피해 사장들의 연락을 바탕으로 해당 손님의 정보를 취합했다. 그 결과 A씨는 배달지에 커플이 산다는 점과 이들이 상습적으로 '실이 나왔다'며 주변 식당에 환불 요구한 것을 알아냈다. 이에 피해 사장들은 해당 커플을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피해 업주만 5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6-12 07:03:00[파이낸셜뉴스] 최근 배달업계에 '무료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11일 JTBC에 따르면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매출 3000만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배달 플랫폼 몫으로 냈다. 배달 플랫폼 간의 무료배달 경쟁이 시작된 이후 부담은 더욱 커졌다. 다른 가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죽집을 운영하는 B씨는 "건당 (배달비가) 2900원이다. 카드 수수료 3%에 자기네(쿠팡이츠) 주문 중개 수수료가 9.8%다"라고 전했다. 만원짜리 죽을 팔면 고작 81원이 남는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광고를 줄였고, 그러자 배달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다 보니 결국 죽 한 그릇 값을 500원 올렸다. 배달 플랫폼이 배달비를 인상하면 서울 시내 식당 10곳 중 6곳은 음식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였다. 반면 플랫폼 업체들은 무료배달 부담을 점주들에게 전가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구조에 전문가들은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해질수록 결국 부담은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6-12 06:34:08[파이낸셜뉴스] 지난달 12일, 서울 성수동 짜파게티 팝업스토어의 플레이존. 키오스크형 기계에 내가 좋아하는 짜파게티 취향을 입력했다. 딱딱한 면과 부드러운 면에 대한 선호, 국물의 양, 요리하는 방식 등을 입력하자 1만8097명 중 상위 34%에 속하는 '수석요리사'라는 결과 표가 나왔다. 잠깐 기다리자 주민등록증처럼 생긴 '짜파게티 요리사 자격증' 카드도 나왔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2017년 처음으로 치킨 감별 능력을 겨루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진행했다. 치믈리에는 '치킨의 소믈리에'라는 뜻으로 필기시험, 실기시험 2차에 걸쳐 나름 진지하게 진행됐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모양혹은 맛을 보고 어느 브랜드의 치킨인지를 맞춰야 하는 지는 물론, 광고 음악을 듣고 어떤 브랜드의 로고송인지 맞추는 문제 등도 포함됐다. 치믈리에 자격증은 '민간 자격증'으로 까지 등록됐다.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소맥자격증'을 발급해 주기도 했다. 나만의 소맥 레시피 공모를 진행하고 소주와 맥주의 황금 비율을 찾아낸 소비자에게 소맥 제조 전문가 자격증을 준 것이다. 짜파게티 요리사 자격증, 치믈리에 자격증, 소맥자격증까지는 풍자와 해학의 민족의 재치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주 한 한식 글로벌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과 세계 최고의 미식 전문가, 다양한 업계의 프로들이 모여 '한국식 고기구이(BBQ)의 프로'를 양성하고, 표준화된 자격기준을 마련, 이를 통해 세계에 '프로 고기굽러'를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강연을 듣기 시작했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고기굽기에 대한 '궁서체 강연'을 듣다보니 윤종신의 노래 '오르막길'의 첫 구절이 생각났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고기구이=침대', 둘 모두 '과학'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배재환 난로랩 헤드셰프는 "한식의 유행으로 세계에 코리안 BBQ라는 장르가 생겼다"며 "하지만 우리 구이 문화의 치명적인 약점은 '기준'과 '표준'이 없어 그 역할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배 헤드셰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난로랩은 한국식 BBQ의 '실증연구→인재양성→국제연대' 강화를 이룩하고 △과학 △기술 △비즈니스의 삼각 성공을 이뤄나갈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4월 29~30일 열린 '난로 인사이트'는 최정윤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헤드셰프가 이사장인 '난로학원'의 첫 대중 행사다.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즐겼다는 고기구이 풍습 ‘난로회’에서 착안한 동명의 커뮤니티로 2022년부터 시작했다. 대중 심포지엄은 이번이 최초였다. 배 헤드셰프와 함께 강연 무대에 선 이유진 난로랩 수석연구원은 '한국 고기구기의 과학 연구'를 주제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최상, 최적의 고기구이를 위해서는 △불판 △열원 △구이 도구(가위 집게 등) △배기 △굽기 등의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 물론 가장 기본은 좋은 재료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소를 120개 부위로 세분화 했는데 지역 마다 서로 다른 한우 부위별 명칭 사전을 만들고 소부위를 다시 해부학적으로 수분, 단백질, 지방 분포 등에 따라 나눌 수 있다"며 "연구에서는 안심, 채끝, 꽃갈비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기를 굽는 불판에도 기하학이 숨어 있는데 불판의 재질, 두께, 열원의 높이, 기울기 등이 불판에 영향을 준다"며 "배기(환기)도 위치에 따라 상향식 배기와 하향식 배기로 나뉘는데 전도열, 복사열 등등에 따라 고기의 맛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갈비'의 경우 해부학적으로 소의 장기 보호를 위해 근막과 결합조직이 많아 질긴 질감을 갖고, 소의 내장과 가까워 육항과 내장냄새가 난다. 또 지방함량이 많은 특징이 있는데 해당 특징에 따라 구이의 방향성을 잡고, 공식에 따라 최적의 구이법을 과학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고기로 시작해 향후 돼지, 오리 등 각 재료에 맞는 구이법도 창안할 계획이다. 최적의 고기를 굽는 '공식'은 난로 마스터 클래스(교육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난로학원은 '프로 고기굽러' 양성을 통해 한식의 세계화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 헤드셰프는 "'구이 마스터' 자격증을 민간 자격증으로 확대해 교육, 창업, 관광, 유통, 엔터테인먼트, 제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이 마스터를 통해 접객 고도화, 고객 만족도 상승, 브랜드 이윤 성장, 관련 산업의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는 예술인가, 기술인가 요리는 예술인가 기술인가. 현재 예술과 기술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지만 과거에 이 둘은 같은 뜻이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 말은 과거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 말을 한정된 인생에 비해 예술의 생명은 영원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해석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사실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죽어가는 사람은 많은데 의학 기술(ART)을 익히기엔 인생이 짧다는 의미로 이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난로랩 첫 날의 한 세션에서 송길영 작가(마인드마이너)는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스페인 미쉐린 3스타 식당 '디스프루타르'의 셰프 오리올 카스트로에게 물었다.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인데, 예술가로 불리는 감독과 셰프는 어떻게 다른가?" 그러자 오리올 카스트로는 답한다. "나는 요리사지 예술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리올 카스트로의 대답이 시사하는 것은 이날의 심포지엄에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만약 요리가 기술이 아닌 예술의 영역이라면 '구이 마스터'라는 직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레시피나 교본을 보고 그것의 재현이 가능해야 직업이 될 수 있다. 과학실에서 실험을 하는 것처럼 같은 조건에서 같은 결과물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밥 장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밥을 만드는 법을 배웠더라도 제자의 손 감각이 밥알 280개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 장인들의 기술도 예술에 근접한다. 오랜 시간 훈련과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몸을 움직여 실제로 부딪쳐 가며 터득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을 '암묵지' 혹은 '신체지'라고 한다. 암묵지는 다시 말해 개인의 기술이나 경험속에 숨어 있지만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이나 능력이다. 난로학원은 전국 각지, 숨은 고기굽러의 노하우를 상향 평준화해 퍼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고기굽기의 장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표준화, 매뉴얼화해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5-05 14:2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