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민들의 브렉시트 결정의 파괴력은 컸다.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이란 분석에 걸맞게 시장은 출렁거렸다. 영국 파운드는 투매, 미국 달러와 일본 엔, 금에는 강한 매수세가 몰렸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안전자산을 좇아 투자금이 이동, 글로벌 금융시장은 하루 종일 변동성 큰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영국민들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개표한 24일 금융시장은 하루 종일 요동쳤다. 파운드 가치는 31년 만에 최대 규모로 폭락했다. 파운드는 여론조사 결과 영국의 EU 잔류가 유력하던 2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11시만 해도 달러당 0.673파운드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파운드 가치는 24일 새벽 개표가 이뤄지면서 폭락세로 돌아섰다. 파운드는 개표 초반 혼전이 이어지던 오전 12시20분 달러당 0.692파운드를 나타내며 주저앉았다가 잠시 반등한 뒤 오전 2시 10분에 또 한 번 무너졌다. 파운드화는 EU 잔류 득표율이 탈퇴를 앞서기 시작하자 다시 진정세를 보였으나 오전 3시 이후 급락했다. 달러당 파운드 가치는 오전 5시30분 0.7550파운드로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전일대비 10% 이상 낙폭을 보이다가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달러당 유로화 가치도 이날 오전 6시30분 기준 전일대비 3.41% 떨어졌다. 안전자산은 무서운 속도로 가치가 치솟았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2.4% 올랐다. 엔은 장중 달러당 100엔선이 무너졌다. 달러당 100엔대가 무너진 것은 2013년 11월 이후 2년 7개월만이다. 엔 가치가 그만큼 폭등했다는 의미다. 한국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9.7원 떨어진 117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는 장중 30원 넘게 떨어지는 등 브렉시트 투표 개표 진행 상황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은 최대 33.10원으로 남유럽 재정위기가 있었던 2011년 9월 23일 46.00원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1180원선에서 레벨 부담으로 수차례 꺾인 것을 보면 당국의 변동성 관리(개입)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예상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위원은 "다음 주까지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달러당 1200원선까지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시도 충격을 면치 못했다. 개표와 함께 장을 시작한 아시아 증시는 브렉시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하룻사이에 48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2011년 11월10일 57조 2150억원 감소 이후 최대 폭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떨어진 1925.2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보다 32.36포인트(3.09%) 하락한 647.1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엔 가치 폭등 영향으로 전일대비 7.9% 추락한 1만4952.02에 장을 마쳤다. 같은 날 오사카증권거래소는 닛케이평균 선물 9월물이 장중 청산가치 대비 8% 떨어진 1만4840까지 내려가자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전날보다 1.33%내린 2854.29로 마감했고 선전종합지수도 0.76% 내린 1900.60으로 거래를 끝냈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전일대비 2.3% 하락한 8476.99로 종료됐다. 뒤늦게 장이 선 유럽증시도 아비규환이었다. 영국 FTSE100지수는 24일 전 거래일 대비 7.7% 내린 5849.41로 장을 시작했다. 독일 DAX지수도 전날보다 10% 떨어진 9232.00로 거래에 들어갔다. 원자재 시장도 브렉시트 영향권에 들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 가격은 상승세를 보인 반면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원유 가격은 내렸다. 미국 시장에서 거래된 8월물 금 선물은 브렉시트 투표 종료 직후 31.1g당 1255.60달러였으나 6시간 이후 1354.70달러까지 치솟아 7%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배럴당 50달러에서 배럴당 46.76달러까지 떨어지며 6%에 가까운 낙폭을 나타냈다. pjw@fnnews.com 박종원, 박소연, 윤경현
2016-06-24 16:45:52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독일 동서를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주년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 11월 9일 붕괴됐다. 9일 독일 베를린에는 3.6m 높이로 15km에 이르는 장벽이 있던 길에는 10만 여명의 베를린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모이며 장관을 이뤘다.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에는 하얀 풍선 7000개가 15km 길에 설치돼 있고 장벽이 무너진 시간인 이날 밤 하늘로 날려 보낼 계획이다. 또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필하모닉이 이 시각에 맞춰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연주할 예정이다. '환희의 송가'는 1990년 독일통일 선포 당시 브란덴부르크문 광장과 의사당 앞에서 울려 퍼진 곡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도 중구 청계천 근처에 있는 독일대사관을 주축으로 한국 거주중인 독일인들과 함께하는 25주년 달리기 행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온라인편집부 news@fnnews.com
2014-11-09 21:21:539일 서울 청계천 베를린장벽 앞에서 열린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 기념 달리기·산책 행사에서 독일 어린아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2014-11-09 13:55:349일 서울 청계천 에서 열린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 기념 달리기·산책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청계천을 달리고 있다.사진=김범석기자
2014-11-09 13:55:219일 서울 청계천 에서 열린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 기념 달리기·산책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청계천을 달리고 있다.사진=김범석기자
2014-11-09 13:55:141990년대 초 역사의 종언(End of History)이 이야기되던 시절,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 이은 독일 통일, 우리의 북방외교에 힘입은 중국, 러시아, 옛 동구권 국가들과의 수교 그리고 남북한의 유엔 가입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순간들이 숨 가쁘게 지나갔다. 물론 북핵 문제로 인한 위기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94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통일부는 새로운 시대상황을 반영한 통일담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요포럼, 통일이 있는 저녁, 찾아가는 北 스토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학자, 언론인, 정치인, 법률가, 전현직 관료, 2030청년세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해 오고 있다. 새로운 통일담론 형성에 있어 아래 요소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첫째,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북한과 성급하게 성과를 만들어 내려다가 통일의 지향점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기준점이 있겠지만 우리의 헌법 가치,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이라는 헌법상 소명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담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헌법 가치의 실현이 곧 인류보편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이는 우리가 통일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의 기준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사람, 즉 개인의 가치와 자유가 우선돼야 한다. 통일도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삶의 문제이기에 개인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는 통일 논의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독일 통일을 이룩한 헬무트 콜 총리는 "민족의 통일은 국민의 자유 속에서 성취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의 확장을 통해 모든 국민이 주인인 통일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되고, 아울러 자유를 선택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 지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가 통일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북한은 작년 말 당 전원회의 이후 소위 2국가론을 주장하면서 교전 중인 적대 관계로 남북 관계를 규정하고, 통일 지우기를 진행하는 반역사적·반민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통일 논의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것처럼 남북 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 관계'라는 점에 기초해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견인해야 하며, 국내적으로는 통일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대해야 한다. 넷째,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여건 조성이다. 통일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국제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 8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한 지지가 문서로 이뤄지고 뒤이어 한·영,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지지가 재확인된 것은 통일외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계기에 국제사회로부터 우리의 통일 비전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향후 통일 과정에 큰 힘이 될 것이다.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말처럼 통일은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준비된 자들에게만 허락된 권리이다.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는 결국 우리의 역량에 달려 있다. 현재 남북 관계가 매우 어려운 시기이지만 통일을 위한 국민적 담론을 모아가고, 국민의 힘을 결집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내부 역량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어떤 통일 기회도 우리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순간에 불과할 것이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
2024-05-26 19:19:03[파이낸셜뉴스] “한 쪽이 승자이고, 한 쪽이 굴복하는 형태보다 같은 눈높이에서 통일하는 게 중요하다” 제13차 한독통일자문회의 참석차 방한한 카스텐 슈나이더 연방총리실 정무차관 겸 구동독특임관이 3일 우리나라 취재진들 앞에 서서 남북통일에 관해 내놓은 제언이다. 북한이 스스로 무너지거나, 무력으로 무너뜨려 흡수통일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슈나이더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 직후 약식 인터뷰에 나서 독일 통일 과정을 언급하며 “같은 눈높이에서의 통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적인 건 통일 프로세스에서 동독 사람들의 의견이 많이 대변됐다는 것”이라며 “2국가 체제 공존도 남북이 각자 자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할 일이고, 독일도 주민투표를 통해 스스로 통일을 결정했다. 통일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분단 당시 경제력 우위를 점했던 서독은 통일을 목표로 동독과의 교류를 늘리고 동독의 개혁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애썼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예상치 않게 급속히 통일이 진행됐을 때에도 10단계 통일방안을 바탕으로 여러 조약들을 거치며 동독의 입장을 반영했다. 독일처럼 양측이 함께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선 굳건한 통일 목표, 또 북한 주민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필요하다는 게 슈나이더 차관의 조언이다. 슈나이더 차관은 “북한 주민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통일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고 유지해야 예상치 못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며 “동독에서 살았던 10대 때 폴란드·체코·헝가리 등 주변 공산권 주민들이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걸 느꼈다. 북한 청소년들도 마법의 단어인 자유를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 정권이 제시하는 틀이 아닌 독립적으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선 변경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슈나이더 차관은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를 ‘주적’이라 규정하며 2국가론을 제기한 데 대해 “북한이 대외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지만 내부 문제를 잠재우려는 행동인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슈나이더 차관이 제시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 인권 개선에 힘쓰는 동시에 북한의 2국가론에도 불구하고 ‘한민족’과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슈나이더 차관과 만나 윤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자유통일비전을 소개하며 “독일 통일의 경험과 교훈을 참고해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다. 독일 측의 협조와 지지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차관은 윤 대통령의 비전에 공감하며 남북통일을 위한 양국 간의 연대와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북한 주민 인권 개선 협력에 뜻을 같이 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5-03 18:19:35[파이낸셜뉴스] ‘움직이는 예술공원’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서울숲에서 진행한다. 색다른 겨울의 모습을 만나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재단법인 대림문화재단과 함께 ‘움직이는 예술공원’의 첫 번째 프로젝트 ‘겨울빛, 윈터라이트(WINTERLIGHTS)’를 서울숲에서 선보인다고 15일 밝혔다. 서울시와 대림문화재단은 서울의 공원 여가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위해 지난 9월 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5년간 서울의 공원에서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독일 작가 크리스토퍼 바우더(Christoper Bauder)가 아시아에서 서울숲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다. 거꾸로 매달린 200여개의 크리스마스트리와 8만여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연말을 맞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준다. 빛에 반응하는 음향이 한데 어우러져 전시를 체험하는 30분간 신비로운 크리스마스 숲을 거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날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서울숲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바우더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예술가다. 특히 2014년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형제인 마크 바우더(Mark Bauder)와 함께 제작한 조명 예술 설치물 ‘Lichtgrenze(빛의 경계)’로 국내에도 알려진 바 있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앞으로도 공원이 자연만이 아닌 다양한 체험과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3-12-15 09:29:22【 도쿄=김경민 특파원】 G2(미국·중국)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탈세계화의 패러다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물자가 안보·무기화하면서 각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두꺼운 칸막이를 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탈세계화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의 대결구도가 구축되며 심화됐다. 블록화된 세계는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전망이다. 실제 교역량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어 수출에 기대는 한국엔 치명적이다. 17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4분기 세계 상품교역 수치는 99.1을 기록,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WTO는 수출주문지수가 97.6에 그쳤고, 하반기 이후에도 추가 상승여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이 2%에 그쳐 지난해 성장률 5.2%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수출은 쪼그라들었고, '세계의 시장'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산이 미국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반기 13.3%에 그쳐 20년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최대였던 2017년 21.6%의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미국의 전체 수입은 1년 전보다 4% 감소했고, 수출은 2.6% 증가했다. 특히 6월 수입은 전월비 1% 감소한 3130억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고래싸움'은 장기적으로 교역을 약화시키고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급속하게 추진된 세계화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카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각국이 관세규정을 강화하고 교역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경제대(LSE) 교환교수이자 LC매크로어드바이저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로렌조 코도뇨도 "세계가 2개 블록으로 갈라지는 것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실"이라고 경고했다. km@fnnews.com
2023-09-18 18:12:36세계 교역이 감소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수출은 줄고 있고,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둔화세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더 커다란 흐름, 탈세계화의 징조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탈세계화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 간 블록화가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해 세계 교역 성장률 하락 세계 교역 전망은 우울하다. 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이 2%에 그쳐 지난해 성장률 5.2%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의 전망도 좋지 않다. IMF 전망보다 낮은 1.7%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소비 부문을 담당하는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있다. 8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수입은 1년 전보다 4% 줄었다. 반면 수출은 2.6% 늘었다. 6월 수입은 전월비 1% 감소한 3130억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 경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매튜 마틴은 8일 분석노트에서 "올 후반 쇼핑 시즌을 맞아 교역 지표가 일부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고금리·소비둔화·완만한 침체 등에 따른 거센 역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갈등 전문가들은 내년에 교역이 일부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팬데믹 이전 20년 동안 기록한 연평균 4.9% 교역증가세로 복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F를 비롯한 세계 기구 이코노미스트들은 성장둔화, 특히 선진국 성장률 둔화를 주된 배경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성장둔화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동맹들의 훼방이 세계 교역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장둔화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이지만 지정학적 갈등은 장기적으로 교역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카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각국이 교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면서 "관세·교역제한 규정 등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제한을 받고 있다"면서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첨단 산업 분야에 미 기업과 개인의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독일 자동차 업체들을 비롯해 상당수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과 원료를 의존하고 있어 갈 길은 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급속하게 추진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세계화가 위축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탈세계화가 심각한 경제적 손실과 고물가, 낮은 생산성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런던경제대(LSE) 교환교수이자 LC매크로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조 코도뇨는 "세계가 실질적으로 두 개 블록으로 갈라지는 것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실"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8-10 18:4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