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증빙서류를 위조하거나 차명 계좌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하게 국가 보조금을 받은 보육시설들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5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영유아 보육·교육 분야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접수된 181건의 분석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중 어린이집 관련 신고는 140건, 유치원 관련 신고가 41건으로 나타났다. 신고 내용에는 ‘보조금 부정수급’이 67건(33.3%)으로 가장 많았다. ‘부적정한 회계처리’가 47건(23.4%), ‘급식 부적정 운영’이 19건(9.5%)으로 뒤를 이었다. 논란이 됐던 ‘운영비 사적 사용’에 대한 신고도 14건(6.9%)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발표문에는 적발된 보육시설 부패행위의 구체적인 사례도 함께 제시됐다. A어린이집 원장은 신입생 입학금을 어린이집 통장이 아닌 타인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했고, 학부모들에게 제공한 식단표와 다른 음식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했다. B어린이집 원장은 하루 3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보조교사를 정교사로 허위 등록하고 지원금을 받았다. C어린이집 원장은 차명 통장을 개설해 어린이집 국가보조금을 받고 지출내역서를 허위 작성하거나 지출증빙서류를 위조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는 접수된 신고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쳐 수사기관으로 넘겼다고 전했다. 그 결과 혐의가 적발된 21건의 어린이집·유치원에 시정명령 및 행정지도 등 행정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처리가 이루어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권익위 임윤주 심사보호국장 직무대리는 “영유아 보육·교육 분야에서 일어나는 부패행위는 미래세대 보육의 질과 직결되고 국가재정을 침해하는 문제”라면서, “이와 같은 행위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분석결과를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불량원장 #유치원 #보조금 김홍범 인턴기자
2019-02-26 10:58:09앞으로 같은 신용불량자라 하더라도 변제능력에 따라 금융거래 제한정도가 달라진다. 연체금액이 적고 상환능력이 입증될 경우 금융거래가 일부 허용될 전망이다. 이같은 조치는 현재 일단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대출·신용카드 사용 등 모든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오히려 신용회복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정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정학연구소 조찬 특강에서 ‘가계부채와 신용회복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위원장은 “신용정보 집중 방식과 CB 기능의 활성화 등 신용정보 인프라 확충을 위해 특별대책반을 운영중”이라며 “금융회사들의 개인신용평가 능력을 향상시켜 중장기적으로는 일률적 신용불량자 등록·관리제도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이어 “현재는 일단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금융기관 대출이나 카드사용 등이 불가능해져 오히려 신용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변제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린 후 차별적 금융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우선 신용불량자들을 금융회사 지원이나 신용회복협약을 통해 지원하고, 법적 중재를 통해 채무를 분할 상환할 수 있는 개인회생절차가 통합도산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위원장은 최근 각종 기관들의 채무감면 조치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조장한다는 지적과 관련, “신용회복 지원이 신용불량자에 대한 일률적 기록삭제나 신용사면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pdhis959@fnnews.com 박대한기자
2003-11-13 10:21:44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매서운 추위가 동반될 것이다. 계절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대선 이후 숨 가쁘게 돌아갈 국제정치를 비유하는 이야기다. 혹한은 국제질서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심화시킬 것이다. 투·개표도 하기 전에 사전투표함에 불이 나는 소동이 벌어지고, 트럼프 후보는 개표 완료 전에 선거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 등 극단적 대립으로 후유증이 심상치 않을 조짐이다. 미국 대선은 패자가 선거 패배를 선언함으로써 승자가 결정되나,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아름다운 전통조차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이 칭송했던 미국의 선한 민주주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나토(NATO) 등 서방과 한일 양국 등 전통적 우방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는 북한도 숨죽이며 5일 밤잠을 설치며 개표를 지켜볼 것이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전방위적이고,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의 공약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탈냉전 이후 가장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지만 해법은 극과 극으로 세계 경제와 안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5년부터 4년간이 바이든 행정부의 2.0 시대가 될지, 아니면 트럼프의 ABB(Anything but Biden·바이든 지우기) 정책이 추진될지 주목되는 이유는 한국은 물론 각국의 국익이 첨예하게 걸려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 다음의 경제적 압박 타깃으로 한국을 선택하고 '그들은 머니머신(They are Money Machin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과거 서울 여의도에 건설한 '대우트럼프 타워' 건설사업에서 한국이 부자라는 돈냄새를 맡았다. 대통령 시절 헬기로 경기 평택 미군기지에서 서울로 오면서 삼성 반도체 공장을 보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대한 압박을 결심했다. 그는 자신이 재임 중이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지불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방위비 협상은 일차 시련이고, 전기차 등 미국 현지 한국 투자사업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와 함께 보편적 관세 인상 등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이자 제일 좋아하는 단어"라고 했다. 북한과의 쇼맨십 정상회담 등 변칙적인 국제 안보거래도 예상된다. 북핵 인정 등 전대미문의 난제를 연속해서 치고 나올 것이다. 한미동맹보다는 불량국가들과 금기시되었던 거래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3%까지 인상하라고 동맹국들을 압박할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가치에 입각한 동맹(deep alliance)은 없다. 한국은 러북 군사밀착 속에서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기존 한미동맹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흐름이 예상된다. 선거 과정에서 심화한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갈등의 골이 환경, 노동, 인권 및 낙태권 등 전 분야로 확대되어 단기에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양극화로 미국 국내정치의 성공이 불투명해질 경우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 외교 분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분쟁 불개입과 자국 우선주의, 극단적 보호무역과 미국 내 생산 압박 이슈가 커지면서 심각한 파장이 한반도에 밀려올 수 있다. 한미동맹 71년 만에 동맹의 뿌리가 흔들리는 돌연변이 검은 백조인 '블랙 스완(black swan)'이 나타날 수 있다. 18세기 호주 남부에서 발견된 흑고니는 백조는 무조건 하얀색이라는 기존 관념을 바꾸어 놓았다. 한미동맹을 수호하면서 우리의 국익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 북서풍이 불어오는 계절, 미국 선거 결과는 냉엄한 국제정치 흐름하에서 우리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세심하고 노련한 '스마트 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24-11-03 18:34:38[파이낸셜뉴스] 가을철 소화 불량으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별한 질환을 우려해 내과 검진을 함께 받는 경우도 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특별한 원인 없이 상부 위장관 증상이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이진혁 함소아한의원 울산분원 대표원장은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않고 소화제만 반복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한의학에서는 소화불량 증상을 타고난 체질과 연관해서 이해할 때가 많아 한방치료를 받으면 개선될 수 있다"라고 28일 조언했다. 한의학에서는 소화기 체질의 강약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본다. 속이 찬 사람과 따뜻한 사람은 소화되는 능력이 다르고 신경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또한 가족력으로 인한 문제도 있다. 통상적인 원인은 생활 환경에 있는 경우가 많다. 소화력이 좋았던 사람도 급하게 식사를 하거나 억지로 먹는 경우 식후에 소화를 시킬 시간 없이 오래 앉아 있거나 하게 되면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럴 때는 반복되는 환경적 원인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는 생활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소화 불량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 근본적인 치료에 대해 집중을 한다. 위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법을 같이 병행한다. 소화기 증상을 ‘기’의 문제로 본다. ‘기’는 위장의 움직이는 모습을 전 체적으로 말하는 용어다. 음식이 들어오면 위장이 움직여야 한다. 이때 막혔다면 막힌 길을 뚫어준다. 관련 혈자리를 따주기도 하고 침뜸 및 한약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 원장은 “위장이 덜 움직이면 기가 모자른다고 보고 위장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치료를 한다”며 “ 환자들은 소화가 안되면 무조건 따거나 소화제를 자주 먹지만 이런 방법은 소화력을 근본적으로 도 와주는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자주 하면 더 자주 따고 더 자주 소화제를 찾게 된다. 그럴 때는 소화력을 높여주는 치료를 병행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10-28 16:22:50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대규모 특수부대 병력 등을 파병하면서 유라시아 및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적 및 군사학적 구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에 따르면 현재 3000명의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에서 전투 투입을 위한 군사훈련에 들어갔고, 다음 달 중 총 1만2000명이 우크라 전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 파병은 단순히 우크라 전쟁을 연장시키는 것을 넘어 유라시아 등 국제정세에 미치는 지정학적·군사학적 의미가 크다. 아시아와 유럽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연계시킨 사태이기도 하고, 러시아가 파병의 대가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전을 할 경우 북핵이 급속히 고도화되면서 국제사회가 감당할 핵 위기가 가중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큰 안보위협을 받는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핵이 고도화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북러가 단순한 무기거래를 넘어 함께 참전하면서 명실상부한 군사동맹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북러가 지난 6월 체결한 조약상 '유사시 상호 지원'이 실체를 가지게 되면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도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개입 공산이 커진 것을 가장 큰 우려사안이라고 봤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남 원장과 긴급 특별대담을 갖고 북한군 우크라 파병 사태가 국제정세에 미치는 다양한 파급력과 한국과 한미일의 대북공조 강화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북한군 우크라 파병으로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에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계절도 겨울이 오고, 국제정치도 겨울이 오고 있는 것 같다. 북한 정권 수립 이래 대규모 파병은 초유의 일이라 한반도가 국제정치 전면에 부상했다. 굉장히 큰 위험과 여러 변화가 야기될 것이라 노심초사하며 바라보고 있다. ―북한군이 단계적으로 1만2000명까지 파병할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 국가정보원이 우크라 정보당국과 함께 최초로 사진과 숫자를 발표했다. 3장의 사진 중 한 장이 제주도 국제위성센터에서 우리 위성으로 찍은 사진이다. 나머지 2장은 유럽의 민간위성 사진이다. 러시아 군함이 1991년 이후 34년 만에 북한 항구에 정박한 사진이다. 거기에서 병력을 단계적으로 실어 나르고 있는데 3000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속도라면 1만2000명이 다음 달이면 넘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해 어떤 전략적 대가를 기대하는 것인지. ▲가장 우려스러운 건 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는데, 조약 4조가 자위권과 관련된 유엔헌장 51조를 넣고 일방이 전쟁이 벌어지면 지체 없이 타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러시아를 돕는 것이 한반도에 가져오는 가장 큰 함의는 한반도에 분쟁이 났을 때 러시아가 참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요청하면 러시아 군대가 언제든 한반도에 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점이다. 또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해서 50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핵무기는 전투기에 실어 떨어뜨리려고 하면 요격이 되니까 결국 미국을 타격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야 한다. 북한의 ICBM 개발은 2% 부족한 것으로 보는데, 대기권 바깥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 6000도 고열을 견디는 재진입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눈이 될 정찰위성도 필요하다. 북한은 핵무기를 쏘아 올릴 핵추진잠수함도 개발하고 싶어 한다. 파병이 북한에 러시아의 첨단무기 기술이 넘어오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거기다 파병된 북한군들이 용병으로서 한 달에 2000달러 정도를 받으면 1만2000명을 보내면 1년에 4000억원 정도가 나온다. 10만명의 북한 근로자가 중국에서 쫓겨나는 상황이니 상당한 경제적 도움도 될 것이다. ―북한군 파병으로 우크라 전쟁의 전세가 역전될까. 일각에선 '총알받이' 얘기도 나온다. ▲러시아의 상황이 복잡하다. 우크라 정부가 밝힌 러시아 측 사상자가 70만명에 폭파된 탱크가 9000여대이다. 러시아는 고위층과 상류층이 입대를 피해 민심을 관리하려고 부분징집을 하고 있다. 그래서 70만명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한계가 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격전지에 어떤 병력이든 일단 세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전세를 바꾸진 못하더라도 우크라군이 본토에 밀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시키려는 것이다. ―인간방패 정도로 쓰인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이나 ICBM 등 첨단무기 기술을 이전할까. ▲그건 앞으로의 상황에 달려 있다. 파병된 북한군의 피해가 늘어날수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선 러시아에 대한 채권이 생기는 것이다. 북한군 사망자가 늘면 더 충원이 될 것이고, 김 위원장이 사상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를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것을 거부할 수 있을까. 다만 우리가 그것을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ICBM이나 핵잠수함 기술이 넘어간다면 우크라가 요청하는 첨단 공격용 무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K2 전차는 최고이고, K9 자주포는 폴란드 대통령이 방한해서 연속적으로 구매하는 정도이다. ―한국이 국제정세에서 주시해야 할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세계에서 큰 전쟁이 2개 정도는 동시에 일어나기도 했지만 3개나 발생하는 건 이례적이다. 우크라 전쟁과 중동 분쟁의 파편이 아시아로 넘어오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데 그 키를 쥔 게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이 대선 국면이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우리 국정원이 치고 나가서 북한군 파병 사실을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정치는 자국 중심이라 중동 분쟁 휴전이 급한 미국이 남의 나라 일을 자기 일처럼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미국은 타국 정보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해 판단하지 않는다. 국정원은 이달 초에 우크라 현지를 가서 직접 파악했는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아직 직접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모든 정보역량을 중동에 쏟고 있어서 늦어졌던 것이다. ―북한군의 우크라 파병을 계기로 한국이 유럽, 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연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나. ▲한 가지 변수는 우크라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이 무기는 지원하지만 직접 파병은 안하고 있는 것이다. 나토가 우리나라에 무기를 지원해달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이를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크라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게 현명한 걸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무기지원에 대해 러시아의 반응은 한러 관계만 파탄 나고 우크라 전쟁 전황은 바뀌지 않으니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러시아에 레드라인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북한에 첨단무기 기술을 지원해 우리 안보를 위협하면 좌시할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다. 한러가 서로의 국익을 갖고 기싸움을 하는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결정되면 우크라 전쟁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을 것이고, 그에 따라 상황도 달라지면서 우리나라도 여러 변수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유사시 한반도에 러시아 군의 파병 가능성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 이야기로는 우리가 북한을 공격하지 않으면 러시아 군대가 북한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묘한 발언을 했다. 북한이 도발해 우리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확전이 될 경우 러시아가 남측이 공격했다면서 병력을 보낼 수도 있다. 우리로선 고통스러운 시나리오다. 그래서 한러 관계도 우크라 전쟁이 끝나면 관리를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는 중국의 시선이 미묘한 것 같다. ▲불편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한 지분은 러시아보다 중국이 훨씬 많다. 6·25전쟁 때 중공군이 30만명 이상 사망했다고 하지 않나. 그런 나라를 물리치고 그 옆에 있는 나라에 파병해 아시아에 긴장을 가져오는 건 중국의 국익에 맞지는 않는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우방인 북러가 손을 잡고 화약 냄새를 피우는 건 맞지 않다고 볼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러시아에 비군수용 물자만 무역거래를 하고 무기를 지원하거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진 않고 있는 것이다. 또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내년에 경북 경주에서 열려서 시 주석 방한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으로선 불량국가 취급을 받는 북러 쪽에 발을 딛지 않으려 한다. ■ 남성욱 원장 약력 ▲고려대 경제학과 ▲미주리주립대 대학원 ▲남북경제연구소장 ▲KBS·CBS 북한문제 객원해설위원 ▲경기도 남북관계 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부회장▲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고려대 교수 전체 대담 내용은 10월 29일(화) 오후 8시부터 파이낸셜뉴스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10-27 18:11:25[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대규모 특수부대 병력 등을 파병하면서 유라시아 및 인도·태평양 지정학적 및 군사학적 구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에 따르면 현재 3000명의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에서 전투 투입을 위한 군사 훈련에 들어갔고, 내달 중 총 1만2000명이 우크라 전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 파병은 단순히 우크라 전쟁을 연장시키는 것을 넘어 유라시아 등 국제정세에 미치는 지정학적, 군사학적 의미가 크다. 아시아와 유럽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연계시킨 사태이기도 하고, 러시아가 파병의 대가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전을 할 경우 북핵이 급속히 고도화되면서 국제사회가 감당할 핵 위기가 가중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큰 안보 위협을 받는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핵이 고도화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북러가 단순한 무기거래를 넘어 함께 참전하면서 명실상부한 군사동맹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북러가 지난 6월 체결한 조약상 ‘유사시 상호 지원’이 실체를 가지게 되면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도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공산이 커진 것을 가장 큰 우려 사안이라고 봤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남 원장과 긴급 특별대담을 갖고 북한군 우크라 파병 사태가 국제정세에 미치는 다양한 파급력과 한국과 한미일의 대북 공조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대담=노동일 주필 다음은 남 원장의 일문일답. ―북한군 우크라 파병으로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에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계절도 겨울이 오고, 국제정치도 겨울이 오고 있는 것 같다. 북한 정권 수립 이래 대규모 파병은 초유의 일이라 한반도가 국제정치 전면에 부상했다. 굉장히 큰 위험과 여러 변화가 야기될 것이라 노심초사하며 바라보고 있다. ―북한군이 단계적으로 1만2000명까지 파병할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 국가정보원이 우크라 정보당국과 함께 최초로 사진과 숫자를 발표했다. 3장의 사진 중 한 장이 제주도 국제위성센터에서 우리 위성으로 찍은 사진이다. 나머지 2장은 유럽의 민간 위성 사진이다. 러시아 군함이 1991년 이후 34년 만에 북한 항구에 정박한 사진이다. 거기에서 병력을 단계적으로 실어 나르고 있는데 3000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속도라면 1만2000명이 다음 달이면 넘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해 어떤 전략적 댓가를 기대하는 것인지. ▲가장 우려스러운 건 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는데, 조약 4조가 자위권과 관련된 유엔헌장 51조를 넣고 일방이 전쟁이 벌어지면 지체 없이 타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러시아를 돕는 것이 한반도에 가져오는 가장 큰 함의는 한반도에 분쟁이 났을 때 러시아가 참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요청하면 러시아 군대가 언제든 한반도에 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점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1945년 8월 15일에 항복을 선언했는데, 그로부터 열흘 정도 전에 소련이 참전 선언을 하고 북한 쪽에 주둔하면서 한반도 분단의 씨앗이 뿌려진 바 있다. 또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해서 50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핵무기는 전투기에 실어 떨어뜨리려고 하면 요격이 되니까 결국 미국을 타격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야 한다. 북한의 ICBM 개발은 2% 부족한 것으로 보는데, 대기권 바깥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 6000도 고열을 견디는 재진입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눈이 될 정찰위성도 필요하다. 북한은 핵무기를 쏘아 올릴 핵추진잠수함도 개발하고 싶어 한다. 파병이 북한에 러시아의 첨단무기 기술이 넘어오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로선 이것을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도 이럴 경우 우크라에 공격용 무기를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기다 파병된 북한군들이 용병으로서 한 달에 2000불 정도를 받으면 1만2000명을 보내면 1년에 4000억원 정도가 나온다. 10만명의 북한 근로자가 중국에서 쫓겨나는 상황이니 상당한 경제적 도움도 될 것이다. ―파병 북한군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 아주 어리다. 한국 문화에 노출된 세대라서 자칫 탈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군은 17세에 입대해 10년을 근무한다. 우리가 보기엔 아주 어린 병사들로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폭풍군단으로 우리나라의 특전사와 같다. 그래서 군기와 군사력 측면에선 상당히 강하다. 문제는 어느 지역에 배치되느냐이다. 파병되면 위험한 지역으로 가게 마련이니 우크라가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최전방인 쿠르스크로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바로 타깃이 될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 정보당국에서 따뜻한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 좋은 옷을 줄 테니 빨리 투항하라고 선무공작을 하고 있다. 본격 배치가 된 후 한 달 정도 지나보면 이들이 탈출할지, 죽음으로 갈지 양상이 나올 것이다. ―북한군 파병으로 우크라 전쟁의 전세가 역전될까. 일각에선 '총알받이' 얘기도 나온다. ▲러시아의 상황이 복잡하다. 우크라 정부가 밝힌 러시아 측 사상자가 70만명에 폭파된 탱크가 9000여대이다. 러시아는 고위층과 상류층 입대를 피해 민심을 관리하려고 부분징집을 하고 있다. 그래서 70만명 사상자가 나오면서 한계가 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격전지에 어떤 병력이든 일단 세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전세를 바꾸진 못하더라도 우크라 군이 본토에 밀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시키려는 것이다. ―인간방패 정도로 쓰인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이나 ICBM 등 첨단무기 기술을 이전할까. ▲그건 앞으로의 상황에 달려있다. 파병된 북한군의 피해가 늘어날수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선 러시아에 대한 채권이 생기는 것이다. 북한군 사망자가 늘면 더 충원이 될 것이고, 김 위원장이 사상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를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것을 거부할 수 있을까. 다만 우리가 그것을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ICBM이나 핵잠수함 기술이 넘어간다면 우크라가 요청하는 첨단 공격용 무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K2 전차는 최고이고 K9 자주포는 폴란드 대통령이 방한해서 연속적으로 구매하는 정도이다. ―한국이 이 시점에 국제정세에서 주시해야 할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세계에서 큰 전쟁이 2개 정도는 동시에 일어나기도 했지만 3개나 발생하는 건 이례적이다. 우크라 전쟁과 중동 분쟁의 파편이 아시아로 넘어오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데 그 키를 쥔 게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이 대선 국면이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우리 국정원이 치고 나가서 북한군 파병 사실을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정치는 자국 중심이라 중동 분쟁 휴전이 급한 미국이 남의 나라 일을 자기 일처럼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미국은 타국 정보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해 판단하지 않는다. 국정원은 이달 초에 우크라 현지를 가서 직접 파악했는데 CIA(미 중앙정보국)는 아직 직접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모든 정보 역량을 중동에 쏟고 있어서 늦어졌던 것이다. ―북한군의 우크라 파병을 계기로 한국이 유럽, 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과 연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나. ▲한 가지 변수는 우크라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유럽국가들이 무기는 지원하지만 직접 파병은 안 하고 있는 것이다. 나토가 우리나라에 무기를 지원해달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이를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크라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게 현명한 걸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무기지원에 대해 러시아의 반응은 한러관계만 파탄 나고 우크라 전쟁 전황은 바뀌지 않으니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러시아에 레드라인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북한에 첨단무기 기술을 지원해 우리 안보를 위협하면 좌시할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다. 한러가 서로의 국익을 갖고 기싸움을 하는 것이다. 미 대선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미 대통령이 결정되면 우크라 전쟁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을 것이고, 그에 따라 상황도 달라지면서 우리나라도 여러 변수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유사시 한반도에 러시아 군의 파병 가능성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 이야기로는 우리가 북한을 공격하지 않으면 러시아 군대가 북한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묘한 발언을 했다. 북한이 도발해 우리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확전이 될 경우 러시아가 남측이 공격했다면서 병력을 보낼 수도 있다. 우리로선 고통스러운 시나리오다. 그래서 한러관계도 우크라 전쟁이 끝나면 관리를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는 중국의 시선이 미묘한 것 같다. ▲불편해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한 지분은 러시아보다 중국이 훨씬 많다. 6·25전쟁 때 중공군이 30만명 이상 사망했다고 하지 않나. 그런 나라를 물리치고 그 옆에 있는 나라에 파병해 아시아에 긴장을 가져오는 건 중국의 국익에 맞지는 않는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우방인 북러가 손을 잡고 화약 냄새를 피우는 건 맞지 않다고 볼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러시아에 비군수용 물자만 무역거래를 하고 무기를 지원하거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진 않고 있는 것이다. 또 한중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시 주석이 참석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내년에 경북 경주에서 열려서 시 주석 방한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으로선 불량국가 취급을 받는 북러 쪽에 발을 딛지 않으려 한다. 남성욱 원장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 졸업 ▲미주리주립대 대학원 ▲남북경제연구소장 ▲KBS·CBS 북한문제 객원해설위원 ▲경기도 남북관계 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부회장▲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고려대 교수 정리=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10-26 03:17:39[파이낸셜뉴스] 최근 의학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문제의 '근본'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동서양 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참다참다 아파서 가는 병원'이 아닌,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으러 가는 병원'이 되도록 '기능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아직도 계속되는 늦더위를 실감하는 9월 초, 갑작스레 내리는 가을비를 보며 문득 달력을 보니 빨간 날이 가득하다.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의 2대 명절로 꼽히는 '추석'이 예년보다 일찍 다가왔다.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날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은 물론, 안부와 덕담 역시 나누며 괜스레 들뜨는 시간이다. 어린 시절에는 용돈을 받는 재미도 쏠쏠했으나, 이제는 내 지갑이 가벼워진다. 그래도 좋은 날이 추석이다. 마음은 좋지만, 과연 몸도 그와 같을까. 생각보다 명절이 지나며 우리 몸의 점수는 떨어지게 된다. 마음 상태와 몸 상태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완벽한 '반비례' 그래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시작 시점부터 문제점은 디폴트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장시간 차안에 있기 마련인데, 이때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기에 허리 쪽에 무리가 가기 쉽다. 또한 이동 과정에서의 식사/간식 이후 운동량이 전혀 없기에, 소화 불량과 혈액순환 장애 역시 문제요소다. 휴게소/졸음쉼터 등에서 최소한의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것이 답이다. 명절을 가장 기분좋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인 '음식'에서 반비례 그래프는 더욱 가팔라진다.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특정 자세를 오래 취하기 마련인데, 앞서 언급했던 이동 과정에서부터의 혈액순환 문제가 쌓여 하지 정맥류 등 관련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마사지를 통한 근막 자극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가족끼리 모여있는 명절 자리에서 이런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는 어렵다. 통상 1주일 이내 전문적인 근막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흔히들 근막 치료를 통증을 줄여주는 물리치료 정도로 생각하는데, 근본적으로 보면 순환과 대사를 촉진시켜주는 아주 전문적인 치료 영역이다. 음식 섭취에 따른 문제점은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 것이다. 기름지고 당분이 높은 음식들로 가득한 명절음식들의 칼로리량은 계산해보기에도 아찔한 수준이다. 특히 송편, 약식 등 정제된 곡물로 만든 떡 종류는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혈당 스파이크'를 맞기 위한 최적의 재료랄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평소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들을 먹지 못했기에 명절에 몰아서 섭취했지만,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평소에도 이런 음식들을 접하기가 어렵지 않기에, 사실 이 시대의 명절 음식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명절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당연히 체중도 늘어나지만, 낙심하기엔 이르다. 당연하게도 잉여로 남은 영양소들은 '글리코겐'으로 간과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데, 이 저장기한이 2주 정도다. 저장 기한이 지난 글리코겐들은 지방으로 전환되는데, 2주 이내로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 글리코겐을 사용하면, 소위 말하는 '명절 살'이 빠지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운동만으로 급찐급빠(급하게 찐 살 급하게 빠진다) 효과를 만들기는 어렵다. 개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처방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혈액순환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운동을 할 시에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뿐더러, 대사량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피로감만 유발할 뿐이다. 몸의 근막들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주는 전문적인 치료와 대사량을 개선시킬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앞선 과정들을 돌이켜 보면, '명절 증후군'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내 몸의 상태를 알고, 알맞은 처방을 내려주는 '나만의 주치의'와 함께라면, 명절 한 켠에 자리잡은 불안요소들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닐 것이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9-13 16:32:3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한 여자아이가 할머니의 상을 당하고 상복으로 갈아입고 난 후부터 할머니 꿈을 꾸었다. 아이는 할머니 꿈을 꾸고 나면 항상 몸을 덜덜 떨고 머리를 감싸 안으면서 아파했다. 아이의 증상은 할머니 꿈을 꾸고 나서 7~8일 동안 지속되다가 그치기도 하고 혹은 3~4일 후에 그치곤 했다. 아이는 한 달에 1~2번씩, 심하면 3~4번씩 발작한 지 어느덧 3년을 넘기고 있었다. 진찰하는 의원들마다 모두들 사수(邪祟)라고 했다. 사수란 일종의 정신분열병을 일컫는 병명이었다. 아이는 여러 의원에게 그동안 먹은 처방이 많게는 100여 첩에 달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아이가 병든 지 3년이 되던 어느 날, 또다시 진료에 나섰던 한 의원이 있었다. 그 의원은 침법을 대강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정밀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처방이 도움이 될까 하고 고민했다. 그런데 아이의 아비는 “제 여식이 병든 지 벌써 3년째입니다. 탕약은 써볼 만큼 써 봤습니다. 이제 집안에 가진 돈도 넉넉하지 않으니 약 처방 대신 침치료를 좀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의원은 어쩔 수 없이 아이의 고통이 너무 가련하여 5~6일 정도 침을 놓았는데 조금도 효과가 없었다. 의원은 “제 미천한 실력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라면서 침놓기를 그만뒀다. 의원은 아이의 병을 고치지 못한 속상함이 늘 마음 속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의원은 우연히 한 책을 보다가 구석에 ‘몽협팔괘가지병원(夢恊八卦可知病源)’ 8글자를 보았다. 뜻을 보면 ‘꿈은 팔괘에 부합하니 가히 병의 근원을 알 수 있다.’라는 의미였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봤던 8글자가 이상하게도 의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은 ‘몽협팔괘(夢恊八卦)’ 4글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의원은 항상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꿈이 팔괘에 부합한다?’, ‘꿈이 팔괘에 부합한다라?’라는 말을 되뇌었다. 그러던 중 의원은 어느 날 꿈을 꿨다. 의원은 꿈속에서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다행스럽게 빠져나왔는데 다리가 아픈 꿈을 꾸었다. 의원은 꿈속에서 ‘내가 물에 빠졌으니 물은 수(水)이고 감괘(坎卦)다. 그렇다면 수(水)를 사(瀉)하는 통곡(通谷)혈에 침을 놓아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침으로 새끼발가락의 통곡에 침을 놓으려는 순간 잠이 깼다. 꿈에서 깨어난 아침 의원은 머리가 번뜩거렸다. 갑자기 ‘몽협팔괘(夢恊八卦)’라는 의미가 얼음 녹듯 풀렸다. 의원은 ‘그 아이는 할머니 꿈을 꾸면 항상 아팠다. 할머니는 바로 노모(老母)로 순음괘(純陰卦)에 해당한다. 그러니 바로 곤괘(坤卦)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곤(坤)은 토(土)에 속하며 장부 중에는 비위(脾胃)에 속한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의원은 혹시 아이가 비위가 약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했다. 의원은 곧장 그 아이 집에 가 보았다. 때마침 아이의 또다시 병이 발작하여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역질을 했다. 의원은 다시 복진과 진맥을 해보았다. 정말 비위기능에 문제가 있었다. 식욕부진에 소화불량도 겸해서 살이 계속 빠졌다. 의원은 “내가 다시 침치료를 해 보겠습니다.”라고 설득을 했다. 가족들은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침치료를 허락했다. 의원은 가족들과 함께 아이를 일어나 앉도록 부축했다. 그러고 나서 먼저 등에 있는 비수(脾兪)와 위수(胃兪)에 각각 7장씩 뜸을 떴다. 그리고 비경(脾經)의 토혈(土穴)인 태백혈과 위경(胃經)의 토혈인 삼리혈을 보(補)하고, 토(土)를 극(克)하는 목(木)을 사(瀉)하기 위해서 간경(肝經)경의 목혈(木穴)인 대돈혈과 담경(膽經)의 목혈인 임읍혈을 사(瀉)했다. 비위(脾胃)에 해당하는 토(土)의 기운을 보하고 토를 극(克)하는 목(木)의 기운을 깎아 내리는 침법을 구사한 것이다. 그랬더니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면서 머리를 움켜쥐고 있던 아이가 침이 찔리자마자 증상이 사라졌다. 이렇게 침치료를 반복적으로 행하자 아이의 증상은 점차 안정이 되더니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다. 아이의 가족이 “어떻게 치료하신 겁니까?”라고 묻자, 의원은 “꿈이 아이를 살렸습니다.”라고 답했다.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지만 어찌되었든지 감사함을 표했다. 옛날 의원들은 주역(周易)도 함께 공부했다. 그래서 처방이름 중에는 괘가 들어간 처방도 있다. 대표적으로 청리자감탕(淸離滋坎湯)이다. 리(離)는 삼리화(三離火)로 3수이며 화(火)에 속한다. 그리고 감(坎)은 육감수(六坎水)로 6수에 해당하고 수(水)에 속한다. 따라서 청리자감탕이란 심장의 화를 내리고 콩팥의 수를 보충해 준다는 의미다. 비염에 다용하는 여택통기탕(麗澤通氣湯)이란 처방명도 그렇다. 여기서 ‘여택(麗澤)’이란 연접한 두 늪처럼 벗을 만나 함께 공부하니 즐겁다는 뜻을 가진 ‘여택태(麗澤兌) 군자이붕우강습(君子以朋友講習)’에서 따온 말로 주역이 출전이다. 즉. 여택통기탕은 서로 인접해서 도움을 주면서 막힌 기운을 통하게 한다는 의미다. 아이를 치료한 후로 의원은 자신의 치료경험을 의원들에게 들려주었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꿈속에서 치료법을 알게 되었다니 그게 가능이나 하단 말이요?”라고 비웃었다. 심지어 돌팔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의원은 어느 날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의원을 만났다. 의원은 친구의원에게 자신의 치료경험을 자세하게 얘기하면서 다른 의원들이 자신을 비웃어서 속상하다고 했다. 그러나 친구의원은 어릴 적 친구였기에 이 의원의 진솔함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친구의원은 두 눈이 반짝이면서 “요즘 내가 김진사댁에서 3년 동안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보았는데 온갖 치료가 효과가 없었네. 나는 병의 원인을 도대체 짐작할 수 없었다네. 그런데 그 환자가 꿈속에서 항상 말이 나타난다고 했네.”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이 “맞네. 말이라면 이괘(离卦)에 해당하고 화(火)에 속하네. 그렇다면 혹시 심병을 의심해 보게나?”라고 했다. 말은 12간지 중 오(午)에 해당하는데, 오는 오행에 화(火)에 속했다. 그 친구의원은 곧바로 김진사댁으로 가서 진찰을 했다. 그랬더니 환자는 가슴의 정 중앙부위인 전중혈에 압통이 심했고, 혀는 혓바늘이 돋으면서 붉었다. 평소 진찰을 할 때 놓쳤던 부분이었다. 친구의원은 ‘심화(心火)로구나.’라고 생각하고 손바닥의 소부혈과 손목의 신문혈에 침을 놓았다. 그랬더니 환자는 침만 맞고서도 증상이 좋아졌다. 심화가 원인이었던 것이다. 친구의원은 더불어서 심장의 화를 사하는 사심탕(瀉心湯)을 처방해 주었다. 친구의원은 돌아오는 길에 의원을 찾아와 “몽협팔괘. 꿈이 내가 놓쳤던 부분을 살펴보게 해 주다니 신기하네. 정말 신기하네.”라고 하였다. 사실 이러한 인과관계가 현실적으로 전혀 성립하지 않을지언정,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던 것은 이 의원들이 어떻게든지 환자를 치료해야겠다는 절실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병을 낫게 할 수 있을까?’ 혹은 ‘병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날마다 고민한 결과였을 것이다. 몽협팔괘(夢恊八卦)는 어떻게 보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꿈 이야기에까지 귀를 기울인 것이다. 옛날에는 병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절실함에 환자의 꿈 이야기라도 허투루 듣지 않았던 것이다. * 제목의 ○○은 ‘팔괘(八卦)’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명의경험록> 有一家女兒, 遭其祖母喪, 自其成服后, 夢其祖母, 則必發寒戰頭痛, 或七八日而止, 或三四日而止, 或一月一二巡, 或一月三四巡, 如是而奄過三年. 其間服藥, 多至百餘貼而无效. 余於其時, 略知針灸, 糟粕而未嘗下手於人矣. 㦖其痛狀, 治以邪祟, 行針五六日, 小無分效, 因以停針, 而一段憤惜, 恒在方寸矣. 偶見一處方書, 邊地有八字, 曰夢恊八卦可知病源云云, 則暗合此兒之病, 而莫究其夢八卦四字之義, 而念念在玆矣. 一朝忽然氷解, 其義曰, 屬於老母, 而此兒夢其祖母而必病, 祖母卽老母也, 此非恊於坤卦乎, 坤屬土也, 而臟腑中脾胃屬土, 則此非病源乎. 中心欣然, 卽往病家, 則兒病時起, 方在苦劇, 扶以起坐, 先灸脾胃兪各七壯, 針其經, 補土穴瀉木穴, 則其病應手如失. 其後遇鄭萬學者, 乃俗醫中有名也, 備語此方, 則亦心欣聽之曰, 余於光州金進士家, 有三年之病, 百方無效, 而夢中常見白馬云云, 以此解彼耶, 曰然矣, 离屬火而心小腸亦屬火, 則此非病源乎, 以此推之, 安有不應也. 其人去于金家, 以此治之, 亦卽差. 來路訪余曰, 其方妙哉妙哉. 中古羅州安洞鄭醫驗方. (한 여자 아이가 할머니 상을 당하고 성복후부터 할머니 꿈을 꾸면 덜덜 떨고 머리가 아팠는데 7~8일 후에 그치기도 하고 혹은 3~4일 후에 그치곤 했으며, 한 달에 1~2번에서 3~4번씩 발작한지 어느덧 3년을 넘기고 있었다. 그동안 먹은 약이 많게는 100여 첩에 달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나는 그 당시에 침구법을 대강 알았지만 정밀하지 않아서 침을 놓지는 않았다. 그 아이의 고통이 너무 가련하여 사수를 치료하기 위해 5~6일 정도 침을 놓았는데 조금도 효과가 없기에 침 놓기를 멈추었고 한편으로는 고치지 못한 속상함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책을 보다가 구석에 ‘몽협팔괘가지병원’ 8글자를 보았는데 은연중에 그 아이의 병에 맞는 듯하나 ‘몽협팔괘’ 4글자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그 의미가 얼음 녹듯 풀렸다. 그 아이의 병은 노모 때문이다. 할머니 꿈을 꿀 때마다 앓는데 그 할머니가 바로 노모였다. 이는 곤괘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곤은 토에 속하며 장부 중에는 비위가 토에 속한다. 그러므로 이것이 병의 원인이지 않겠는가? 기쁜 마음으로 곧장 그 아이 집에 가니 마침 아이의 병이 발작하여 괴로워하고 있었다. 일어나 앉도록 부축한 후 먼저 비수와 위수에 각각 7장씩 뜸을 뜨고 그 경맥에 침을 놓되 토혈은 보하고 목혈은 사했더니 손길이 닿는 대로 증상이 사라졌다. 그 후로 정만학이란 유명한 의원을 만났는데 치료방법을 자세히 얘기했더니 그도 눈을 반짝이며 듣고는 “내가 광주 김진사댁에서 3년 동안 앓고 있는 환자를 보았는데 온갖 치료가 효과가 없고 꿈속에서 만날 백마를 보았다고 합니다. 같은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하니, 내가 “맞습니다. 이괘는 화에 속하며 심과 소장도 화에 속하니 이것이 병의 원인이 아니겠습니까? 이 방법을 적용해보면 어찌 반응이 없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그 의원이 김진사댁으로 가서 이 방법으로 치료했더니 즉시 나았다. 돌아오는 길에 나를 찾아와 “그 처방 신기합니다. 정말 신기합니다.”라고 하였다. 옛날 나주 안골 정의원의 경험방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9-10 09:38:27【 시흥(경기)=장유하 기자】 지난 8월 28일 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골판지 상자 제조 전문기업 태림포장 본공장. 이곳에선 골판지 상자 제조를 위한 첨단 자동화 설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1976년 설립된 태림포장은 농산물, 식음료를 비롯해 가전제품과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상자를 생산하는 업계 1위 골판지 상자 제조 전문기업이다. 현재 시화공장을 비롯해 청원, 구미 등 전국 9곳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본공장인 시화공장을 중심으로 전국 거점에 있는 공장들과 생산 설비 및 물류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국적으로 24시간 내 현지 생산·공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서비스는 첨단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운영 솔루션들이 바탕이 됐다. 실제 태림포장 시화공장의 골판지 상자 제조를 위한 공정 대다수는 자동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상 골판지 상자 제조는 롤 상태의 원지공급으로 시작해 합지와 인쇄 공정을 거쳐 상자 모형으로 가공되는데, 태림포장은 원지공급 이후 합지, 재단, 인쇄는 물론 적재, 포장 과정까지 모두 자동화했다. 이날 둘러본 공장 한편에는 하나당 2t에 달하는 대형 두루마리 휴지와 같은 원지가 쌓여 있었다. 이 대형 원지들은 '골게터(Corrugator)'라는 골판지 원단 제조 기계로 들어가기 위해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다. 원지가 골게터에 들어가면 표면에 골이 형성되고, 표면지·중심지·이면지로 합지 과정을 거쳐 정해진 규격대로 재단까지 된다. 이 설비를 통해선 1분당 약 300m 원지가 빠르게 재단된다. 재단된 원지들은 무인대차를 통해 인쇄기로 향한다. 인쇄기에선 색을 조합해 원하는 상자 디자인으로 인쇄된다. 이후 풀 접착 등 성형을 통해 상자 모형으로 가공되고, 로봇 팔레타이저가 기본 출하 단위인 팔레트 위에 자동으로 적재한다. 상자 래핑까지도 모두 첨단 설비를 통해 자동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태림포장은 스마트 설비뿐 아니라 스마트 운영 솔루션들도 갖췄다는 게 특징이다. 이복진 태림포장 대표는 "영세한 협력사가 많아 전체적으로 디지털 전환(DX)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자체적으로 구축한 정보화전략계획(ISP)에 더해 지난 2022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 부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디지털 클러스터' 지원사업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태림포장은 협력사 간 상생 기반의 공급망(SCM)중심의 디지털 클러스터를 구축, 제조부터 납품 과정의 주요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는 포장 상자 업계 최초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현했다. 또한 고객 및 외부 시장 변동, 내부 운영 상황 및 협력사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공장들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해 고객 주문에 공동 대응하는 최적화된 생산 운영 체계를 갖췄다. 이 대표는 "전국에 원단을 받아 상자만 만드는 '지함소'들이 많은데 이곳은 인원이나 설비가 없고 워낙 영세한 기업이 많아 상황이 굉장히 열악하다"며 "이런 협력사들과 같이 디지털화해야겠다 싶어 DX 전환을 시작했는데, 추진단에서 협력 네트워트 구현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첨단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운영 솔루션으로 태림포장은 시간당 생산량이 2%가량 증가했다. 또한 공정 불량률은 17% 감소하고 제조 리드타임은 90% 단축됐다. 태림포장은 올해부터 중소벤처기업부와 추진단에서 진행하는 '2024년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에 공급기업으로도 나선다. 중견기업 중 공급기업으로 나서는 기업은 태림포장이 처음이다. 이날 태림포장 스마트공장을 둘러본 김영신 TIPA 원장은 "태림포장은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 주관기관으로서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하며 상생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지능형 공장을 실현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2024-09-02 18:24:01【시흥(경기)=장유하 기자】 지난 8월 28일 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골판지 상자 제조 전문기업 태림포장 본공장. 이곳에선 골판지 상자 제조를 위한 첨단 자동화 설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1976년 설립된 태림포장은 농산물, 식음료를 비롯해 가전제품과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상자를 생산하는 업계 1위 골판지 상자 제조 전문기업이다. 현재 시화공장을 비롯해 청원, 구미 등 전국 9곳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본공장인 시화공장을 중심으로 전국 거점에 있는 공장들과 생산 설비 및 물류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국적으로 24시간 내 현지 생산·공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서비스는 첨단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운영 솔루션들이 바탕이 됐다. 실제 태림포장 시화공장의 골판지 상자 제조를 위한 공정 대다수는 자동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상 골판지 상자 제조는 롤 상태의 원지공급으로 시작해 합지와 인쇄 공정을 거쳐 상자 모형으로 가공되는데, 태림포장은 원지공급 이후 합지, 재단, 인쇄는 물론 적재, 포장 과정까지 모두 자동화했다. 이날 둘러본 공장 한편에는 하나당 2t에 달하는 대형 두루마리 휴지와 같은 원지가 쌓여 있었다. 이 대형 원지들은 '골게터(Corrugator)'라는 골판지 원단 제조 기계로 들어가기 위해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다. 원지가 골게터에 들어가면 표면에 골이 형성되고, 표면지·중심지·이면지로 합지 과정을 거쳐 정해진 규격대로 재단까지 된다. 이 설비를 통해선 1분당 약 300m 원지가 빠르게 재단된다. 재단된 원지들은 무인대차를 통해 인쇄기로 향한다. 인쇄기에선 색을 조합해 원하는 상자 디자인으로 인쇄된다. 이후 풀 접착 등 성형을 통해 상자 모형으로 가공되고, 로봇 팔레타이저가 기본 출하 단위인 팔레트 위에 자동으로 적재한다. 상자 래핑까지도 모두 첨단 설비를 통해 자동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태림포장은 스마트 설비뿐 아니라 스마트 운영 솔루션들도 갖췄다는 게 특징이다. 이복진 태림포장 대표는 "영세한 협력사가 많아 전체적으로 디지털 전환(DX)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자체적으로 구축한 정보화전략계획(ISP)에 더해 지난 2022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 부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디지털 클러스터' 지원사업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태림포장은 협력사 간 상생 기반의 공급망(SCM)중심의 디지털 클러스터를 구축, 제조부터 납품 과정의 주요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는 포장 상자 업계 최초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현했다. 또한 고객 및 외부 시장 변동, 내부 운영 상황 및 협력사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공장들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해 고객 주문에 공동 대응하는 최적화된 생산 운영 체계를 갖췄다. 이 대표는 "전국에 원단을 받아 상자만 만드는 '지함소'들이 많은데 이곳은 인원이나 설비가 없고 워낙 영세한 기업이 많아 상황이 굉장히 열악하다"며 "이런 협력사들과 같이 디지털화해야겠다 싶어 DX 전환을 시작했는데, 추진단에서 협력 네트워트 구현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첨단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운영 솔루션으로 태림포장은 시간당 생산량이 2%가량 증가했다. 또한 공정 불량률은 17% 감소하고 제조 리드타임은 90% 단축됐다. 태림포장은 올해부터 중소벤처기업부와 추진단에서 진행하는 '2024년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에 공급기업으로도 나선다. 중견기업 중 공급기업으로 나서는 기업은 태림포장이 처음이다. 이날 태림포장 스마트공장을 둘러본 김영신 TIPA 원장은 "태림포장은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 주관기관으로서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하며 상생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지능형 공장을 실현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08-30 11:5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