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 면담을 갖고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는 올 들어 양국을 오가는 연쇄 회동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어 건설, 에너지, 5세대(5G) 통신,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의 사우디 사업확대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삼성과 사우디 국영통신사 SPA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을 갖고 폭넓은 사업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는 사우디 국방부장관 등 주요 각료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에서 건설, 에너지, 스마트 시티 분야 등 삼성과 사우디간 광범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인 지난 14일 사우디 출장을 떠나 리야드에서 추진중인 삼성물산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 총수로서 비전자 계열인 삼성물산의 해외 사업 현장까지 챙긴 건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수주경쟁에 힘을 보태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 집권 이후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선도기술 투자를 확대하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사우디에 5000억달러(58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네옴(NEOM)'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말 국내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지 2개월여만에 사우디를 방문하는 '셔틀회동'을 통해 삼성의 사우디 사업확대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이 부회장의 사우디 방문은 지난 6월 방한 당시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첫 회동한 빈 살만 왕세자의 제안이 있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방한 당시 이 부회장은 국내 5대 그룹 총수와의 승지원 만남을 주선했고, 단독 면담 자리에서 AI, 5G,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반도체 등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담까지 올 들어 이 부회장의 '중동 경영행보'도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 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5G 등의 사업협력을 논의하는 단독 회동을 가졌다. 보름 뒤에는 방한한 알 나흐얀 왕세제이 삼성전자 화성반도체공장을 찾아 이 부회장의 안내를 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석유국가에서 탈피해 첨단 국가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막대한 투자사업 기회가 있는 중동에서 삼성의 최근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중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2019-09-18 14:15:11【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 버린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손을 잡았다. 사우디 국영 펀드가 중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4억 달러(약 5540억 원)를 투자한 것이다. 미국이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투자 등을 중단하도록 각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서다. 사우디가 투자한 중국의 AI 스타트업은 오픈AI의 대항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 그룹 아람코의 벤처 캐피털 '프로스퍼리티7'은 중국 AI 스타트업 지푸 AI에 약 4억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프로스퍼리티7의 이번투자는 사우디가 AI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동시에 오픈AI에 대항하는 AI 기업을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사우디가 지원한 셈이다. 포로스퍼리티7을 잘 아는 펀드 관계자는 "사우디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AI를 지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 산하 기업 '알랏' 최고경영자(CEO) 아밋 미다는 "사우디는 AI와 반도체 산업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론 사우디 역시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때문에 프로스퍼리티7는 이번 투자에서 리딩 투자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유망 AI 스타트업들은 미국의 규제로 중국 국내 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이번 투자 유치로 숨통을 트게 됐다. 사우디 프로스퍼리티7의 투자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 후 해외 자금이 중국 4대 AI 스타트업 중 투자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 중국 AI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는 중국 이외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았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사우디에게도 미국은 AI, 칩, 반도체 산업 파트너이면서 최고의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이 압력을 가한다면 사우디도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알랏 CEO 미다는 "미국이 사우디에게 중국 투자 철수를 강요한다면 사우디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veryfirst@fnnews.com
2024-06-02 18:28:25【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 버린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손을 잡았다. 사우디 국영 펀드가 중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4억 달러(약 5540억 원)를 투자한 것이다. 미국이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투자 등을 중단하도록 각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서다. 사우디가 투자한 중국의 AI 스타트업은 오픈AI의 대항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 산업 구축 원하는 사우디 美 눈치보며 中 손잡아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 그룹 아람코의 벤처 캐피털 '프로스퍼리티7'은 중국 AI 스타트업 지푸 AI에 약 4억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프로스퍼리티7의 이번투자는 사우디가 AI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동시에 오픈AI에 대항하는 AI 기업을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사우디가 지원한 셈이다. 포로스퍼리티7을 잘 아는 펀드 관계자는 "사우디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AI를 지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 산하 기업 '알랏' 최고경영자(CEO) 아밋 미다는 "사우디는 AI와 반도체 산업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론 사우디 역시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때문에 프로스퍼리티7는 이번 투자에서 리딩 투자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유망 AI 스타트업들은 미국의 규제로 중국 국내 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이번 투자 유치로 숨통을 트게 됐다. 사우디 프로스퍼리티7의 투자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 후 해외 자금이 중국 4대 AI 스타트업 중 투자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 중국 AI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는 중국 이외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았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투자유치한 中 AI 스타트업 오픈AI 대항마 목표 사우디 프로스퍼리티7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지푸AI는 중국 최대의 AI 스타트업이다. 지푸AI는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텐센트 등 중국을 대표하는 테크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다. 중국의 국민연금인 국가사회보장기금도 지푸 AI에 투자했다. 지푸AI와 같은 중국의 유망 AI 스타트업은 문샷 AI를 비롯해 미니맥스, 01.ai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 정부의 자금에 의존해 왔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기술 컨설턴트는 "중국 AI 생태계에서 사우디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미국의 압박으로 자금이 말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중국의 AI에 대한 미국의 일부 투자를 금지한 것은 물론, AI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사용되는 AI 칩에 대한 수출 통제도 대폭 강화했다. 때문에 사우디와 같은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영 AI기업 G24의 경우 미국의 압력으로 바이트댄스를 포함한 중국 기술 그룹의 지분을 매각했으며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사우디에게도 미국은 AI, 칩, 반도체 산업 파트너이면서 최고의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이 압력을 가한다면 사우디도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알랏 CEO 미다는 "미국이 사우디에게 중국 투자 철수를 강요한다면 사우디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4-06-02 07:26:50[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사우디아람코 주식 일부를 매각해 100억~2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이번 주 주식 매각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가 벌려 놓은 대규모 국책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현재 사막에 거대한 장벽 같은 도시를 짓는 네옴시티 건설, 국제적인 국적 항공사 출범 등 대형 국책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 이후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사우디는 연초 120억달러 채권을 발행했고, 외환보유액 가운데 수십억달러를 국부펀드로 이전하는 등 국책 사업 추진을 위한 자본 조달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결국 사우디 핵심 수입원인 아람코 지분 매각에 나섰다. 현재 아람코 내 사우디 정부 지분은 82%가 넘는다. 당초 뉴욕이나 런던 증시 상장을 추진하던 아람코는 결국 2019년 리야드 증시의 타다울증권거래소에 둥지를 튼 바 있다. 정부 지분 82% 외에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1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만 시장에 매각한 상태다. 아람코는 2019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294억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이번에 당시 IPO 규모에 버금가는 최대 200억달러 주식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주식 매각 규모는 국제 투자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아람코는 지난 수 년 주식 매각 시기를 저울질하다 이 달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자 마침내 주식 매각을 채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아람코 주식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애초에 아람코 주식 매각 규모를 최대 500억달러까지 잡았다. 그러나 사우디 금융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그 정도의 대규모 주식 매각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규모로 주식을 내놓을 경우 아람코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아람코는 현재 시가총액이 약 1조9000억달러 수준이다. 2019년 IPO 당시 시총 1조7000억달러보다 2000억달러 늘었다. 또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희망했던 시총 2조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5-29 06:17:46[파이낸셜뉴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1조7000억원(13억달러) 규모의 중장기 수출 금융을 지원한다고 23일 밝혔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세계적 석유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이 페르시아만 주베일 산업단지에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가 19조원(148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이 가운데 6조5천억원(51억달러) 규모의 에틸렌 생산 시설 및 유틸리티 기반 시설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2023년까지 한국 기업의 사우디 수주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역보험공사는 '중장기 구매자 신용' 상품을 통해 한국 기업의 참여를 조건으로 아람코가 해외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보증을 서 준다. 일차적으로 수출 금융을 제공받는 주체는 아람코이지만, 이를 통해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대규모 플랜트 수출을 하는 현대건설이 수혜를 보게 된다. 무역보험공사는 아미랄 프로젝트 초기부터 사업주인 아람코에 금융 지원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 건설사와 기자재 업체들의 사업 참여 의지를 사업주 측에 적극 피력해 국내 기업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수주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무역보험공사는 사우디의 대규모 경제 건설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작년 10월 아람코와 3조9000억원(30억달러)의 수출 금융 제공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 주도로 에너지원 다각화, 제조업 육성 등 산업 다변화를 통해 경제 구조 틀을 일신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는 2035년까지 공장을 기존 1만여개에서 3만6000개로 확대하고, 국가 프로젝트로 주도하는 신도시 사업인 '네옴시티' 등 인프라 건설 사업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장영진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향후 에너지 전환과 도시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 발주가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우수한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에서 더 많은 수주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5-23 14:57:31우리 기업들이 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9조원대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주역은 삼성E&A와 GS건설이다. 양사는 3일 총 72억2000만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파드힐리 가스 증설사업으로 삼성E&A가 8조원, GS건설이 1조6000억원에 계약했다. 사우디에서 수주한 역대 최고액이자 역대 세번째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다. 이번 수주는 규모도 큰 데다 정부·기업이 한 팀이 되어 공을 들여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대통령실이 "한국·사우디 정상외교의 성과"라고 자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사우디 미래지향적 전략동반자'를 약속한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회담에 이은 지난해 10월의 사우디 국빈방문과 300억달러 투자 약속, 양국 정상의 '건설·인프라 협력 강화' 공동성명 등 여러 노력이 모여 이뤄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사우디의 경제협력 인연은 깊다. 1970년대 현대건설 등 우리 기업들은 사막에 다리를 놓고 항만을 짓는 대형 건설사업으로 '중동 붐'을 일으켰다. 이때 흘린 한국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피땀이 우리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우디는 1000조원을 투입하는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석유·가스, 석유화학 플랜트,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여러 미래사업을 동시다발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전력, 항만 등 인프라와 건설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고의 품질과 혁신적 기술, 정확한 납기·공기로 "한국 기업이면 믿을 수 있다"는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사우디 유력 인사들과 오랜 기간 맺어온 네트워크도 힘을 보탰다. 이번 9조원대 수주 쾌거가 내수부진, 경기위축을 탈출하는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해외 수주 낭보와 달리 국내 건설경기는 고금리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역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도 최근 3년 이래 연간 300억달러대로 소폭 회복됐으나 여전히 침체국면이다. 지난 2010년 716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223억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건설시장의 활성화 가능성은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국제정세 불안 등 복합적 요인으로 석유·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올라 산유국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데, 이를 석유가스 플랜트 증설과 발전시설 건설, 철도·도로 인프라 등에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잇는 제2의 한국형 원전 건설,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항공우주 및 첨단무기 수출 등 우리 기업 앞에 여러 기회가 있다. 기업들도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원천기술을 더 많이 확보해 이익률을 높여야 할 것이다. 올해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목표는 400억달러다. 이번 사우디 수주 건을 포함해 올 들어 현재까지 전년 동기의 배 이상인 127억달러를 넘어섰다니 출발은 순조롭다. 이번 수주가 '제2의 중동 붐' 물꼬가 되기 바란다.대통령실은 정부와 공기업, 금융기업이 원팀으로 전 세계 대형 건설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이 1호 세일즈맨이 되어 '원팀 코리아' 맨 앞에서 뛰어야 한다.
2024-04-03 18:23:27현대차·기아가 도요타 '텃밭'이자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방위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단순히 차만 파는 것이 아닌,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생태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2030년까지 중동시장 55만대 판매 고지에 오르겠다는 구상이다. 중동 시장 강호인 도요타와의 주도권 싸움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빈 살만표' 국책사업 잇단 참여현대차그룹은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홍해 및 서부 해안 지역 개발 주체인 홍해 글로벌(RSG)과 미래 모빌리티 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홍해 연안 개발 사업은 사우디 실권자 겸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의 '사우디 비전 2030'에 따른 '기가 프로젝트' 중 하나다. 기가프로젝트는 네옴시티(미래형 신도시)를 비롯해 홍해 및 서부 해안 개발(고급 리조트), 키디야(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로신(주택개발), 디리야(유적지 개발) 등에서 전개되는 '빈 살만표 국책 사업'이다. MOU 상대방인 사우디 홍해 글로벌 측은 호화 리조트, 자연친화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곳에서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를 실증하고, 홍해 개발 단지 전체에 미래항공교통(AAM),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도입 추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미래 교통 수단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으로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연간 5만대 생산이 가능한 자동차조립(CKD)공장을 착공(2026년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 공장이 향후 중동의 전기차 생산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직접 현지에 날아가 계약건을 총지휘했던 사업이다. 현대차는 사우디에서 수소버스 공급 사업도 추진 중이다. ■'맹주' 도요타와 중동 車 패권 경쟁 사우디는 연간 55만대 수준의 중동 최대 자동차 판매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피치 솔루션은 사우디 자동차 시장이 오는 2032년에는 75만대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사우디 시장 1위는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다. 2위는 현대차다. 현대차, 기아 양사 합산 점유율은 20%가 조금 넘는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을 전후로, 사우디를 포함해 300만대 시장으로 성장할 중동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2030년까지 중동 전체 시장에서 총 55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를 거점으로 점유율이 10% 미만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서 판매를 끌어올려, 중동 평균 점유율 20% 수준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런 점에서 사우디 자동차 공장 설립,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실증사업은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잠재적 카드다. 전기차 판매가 궤도에 오르면 도요타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사우디 정부는 수도 리야드의 전기차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도요타는 과거 2017년 사우디 측과 자동차 생산공장 설립을 논의한 바 있으나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사우디 정부의 자동차 기업 유치 정책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자동차 공장이 없는 점을 약점으로 여긴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22년 대만 폭스콘과 씨어(CEER)라는 전기차 생산 합작법인(연산 18만대)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르노그룹의 내연차 사업에도 자본참여를 단행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4-03-25 18:32:28[파이낸셜뉴스] 음주가 금지되는 이슬람 국가로 순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류 매장이 들어선다. 주류 매장은 수도 리야드에 만들어진다. 다만 술을 살 수 있는 이들은 무슬림이 아닌 외교관들로 제한된다. 24일(이하 현지시가) 파이내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MBS) 왕세자가 사우디의 석유이후 경제동력으로 역내 무역, 금융, 관광허브를 노리는 가운데 주류 매장이 들어서게 됐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좀 더 개방적인 사우디 이웃나라들은 호텔과 주류허가를 받은 식당에서 무슬림이 아닌 이들이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수년 전부터 허용해왔지만 완고한 사우디는 주류금지 정책을 지속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그러나 MBS 집권 이후 경제성장을 위한 개방정책을 확대하면서 이제 주류 판매까지 허용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주류판매점은 외교관들이 외교행낭에 포함해 들여오는 알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와중에 출범하게 됐다. 또 이번 주류판매점 허용이 사우디의 술 판매 규정 완화로 이어지는 시발점인지 여부 역시 불분명하다. 국립 사우디 리서치앤드미디어그룹 산하의 아랍뉴스는 앞서 사우디가 "외교행낭에 섞여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특수 재화와 독주를 억제하기 위한" 규정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교관들은 외교행낭에 넣어 들여온 술을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파티에도 내놔 사우디 무슬림들도 알콜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FT는 전했다. 또 외교관들이 들여온 술은 암시장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는 결국 사우디가 술 판매를 일부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은 개방이라기보다 음주가 암암리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에 가깝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사우디의 주류판매 전면 금지는 70년 전에 시작됐다. 당시 술에 취한 영국 외교관이 사우디 왕족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주류판매 금지 조처가 취해졌다. 그러나 MBS 집권 뒤 사우디가 관광을 차세대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면서 홍해 인근에 리조트 등을 만들고, 새로 만들어지는 식당과 호텔에서 무알콜 주류 판매를 허용하면서 이같은 주류판매 금지 원칙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강화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1-25 03:15:24지난 10월 7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향해 약 50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최소 2000명이 넘는 하마스 무장 병력이 헹글라이더와 불도저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봉쇄선을 뚫고 이스라엘 정착촌과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에서 최소 1200명이 사망하고 약 320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반격에 나서 1500명이 넘는 하마스 병력을 제거했지만 이미 239명의 인질들이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고립' 위기의 하마스, 벼랑 끝 도발17만명의 현역병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도발 직후 36만명의 예비군을 추가로 소집하면서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1987년 창설된 하마스의 전투 병력은 약 3만~4만명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안팎으로 절망적인 처지에 몰려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원인은 외교적 고립이다. 하마스는 이집트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이집트는 하마스가 2007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점령하자 이스라엘과 함께 가자지구 국경을 봉쇄했다. 2013년 무슬림형제단을 축출하고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하마스를 곱게 보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8년 보도에서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이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세력 확장과 튀르키예의 군사 작전에 불안감을 느낀다며 미국 및 이스라엘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팔레스타인 지원에 부담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를 추진 중이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의 경우 가뜩이나 하마스가 이란의 지원으로 활동하는 상황이 거북한 데다 하마스의 도발로 수교 협상이 중단되자 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 사우디는 지난달 24일 카타르와 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을 소집해 하마스 비자금 차단에 합의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지난달 16일 평론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인명 피해가 커지고 아랍 세계에서 이스라엘 비난 정서가 증폭되기를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비난 여론 때문에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포기하는 상황을 바란다고 전했다. ■내부 불만 증폭...이란 눈치도 봐야하마스는 누적되는 내부 불만 때문에라도 행동에 나서야 했다. 가자지구는 이집트 북쪽 국경에서 지중해 연안을 따라 좁고 길게 설정된 구역으로 한국의 세종시와 비슷한 면적(365㎢)이다. 약 230만명의 주민들은 국제사회의 지원 및 이스라엘에서 노동 허가를 받은 가족들의 외화벌이로 연명하고 있다. 무장집단으로 시작한 하마스는 2007년 PA와 결별 이후 외부 지원이 급감하자 가자지구의 경제난에 대처하지 못했고, 지난해 가자지구 실업률은 45%에 달했다. 하마스의 정치국 대표들은 가자지구가 아닌 카타르의 호화 주택에 살고 있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하마스의 부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마스 내부에서도 이스라엘과 정치적 협상을 통한 '2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세력과 무장투쟁을 요구하는 강경파의 반목이 거세졌다. 강경파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가 본격적으로 우파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힘을 얻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21년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고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에 경찰을 보내 신도들을 강제 해산했다. 이에 하마스는 2021년 5월에 '11일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하마스의 레바논 지부를 대표하는 오사마 함단은 8일 미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2021년 충돌이 분기점이었다며, 이스라엘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은 올해 초부터 네타냐후가 사법 개혁을 강행하면서 극심한 내부 혼란에 빠졌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혼란한 시기를 노려 도발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또한 범아랍매체인 알자지라방송은 지난달 11일 보도에서 하마스가 이란 때문에 움직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비록 이란의 지원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수니파 단체다. 하마스는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정부군 대신 수니파 반군의 편을 들어 이란과 사이가 틀어졌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겨우 관계 회복을 시작했으며 하마스는 이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란과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계속 관심 끌며 범아랍 봉기 기대NYT는 8일 하마스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 강경파가 이번 도발로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한 대의를 되살리고 무장 조직으로서 하마스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칼릴 알하이야는 카타르에서 NYT와 만나 "단순 충돌이 아니라 전체 방정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방정식을 바꾸려면 위대한 행동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응이 크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죽지 않았다고 말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알하이야는 "우리는 세계를 깊은 잠에서 깨웠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계속 논의돼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의 목표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며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전투는 연료나 노동자를 얻고 가자지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마스의 언론 고문인 타헤르 엘누누 역시 NYT를 통해 "이스라엘과의 전쟁상태가 국경 전체에서 영구적으로 이어지고 아랍 세계가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란다" 밝혔다. 2명의 아랍 정부 관계자는 NYT에 지난달 7일 공격 당시 하마스의 최우선 목표가 최대한 많은 인질을 납치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006년 갈리드 샬리트 상병이 하마스에 납치되자 그를 구출하기 위해 2011년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죄수들을 석방했다. 현재 하마스 무장 조직의 최고 실권자인 야히아 신와르도 당시 풀려났다. 하마스의 전 수장인 칼레드 메샤알은 지난달 16일 사우디 알아라비야TV를 통해 가자지구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죄수 약 6000명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인이자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아랍어 교수인 야론 프리드먼은 지난달 24일 이스라엘 경제지 글로브에 게재한 칼럼에서 하마스가 1차 목표인 인질 납치에는 성공했지만 2차 목표에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획의 2번째 단계는 모든 팔레스타인 전선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연합 공격을 통해 (1973년) 욤 키푸르 전쟁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프리드먼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아랍인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등 팔레스타인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전투에 참여하면 욤 키푸르 전쟁을 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구상은 헤즈볼라와 이란이 이스라엘과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무산됐다. 헤즈볼라와 이란 관계자들은 지난달 서방 언론들을 통해 레바논과 이란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고 참전 여론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괜히 전선을 확대할 경우 미국이 참전할 구실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11-12 18:59:32[파이낸셜뉴스] 지난 10월 7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향해 약 50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최소 2000명이 넘는 하마스 무장 병력이 헹글라이더와 불도저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봉쇄선을 뚫고 이스라엘 정착촌과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에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약 320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반격에 나서 1500명이 넘는 하마스 병력을 제거했지만 이미 239명의 인질들이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하마스는 7일 공격이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이었다며 이스라엘 전역에서 다른 공격이 이어진다고 예고했다. '고립' 위기의 하마스, 벼랑 끝 도발 17만명의 현역병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도발 직후 36만명의 예비군을 추가로 소집하면서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1987년 창설된 하마스의 전투 병력은 약 3만~4만명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안팎으로 절망적인 처지에 몰려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원인은 외교적 고립이다. 하마스는 이집트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이집트는 하마스가 2007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점령하자 이스라엘과 함께 가자지구 국경을 봉쇄했다. 2013년 무슬림형제단을 축출하고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하마스를 곱게 보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8년 보도에서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이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세력 확장과 튀르키예의 군사 작전에 불안감을 느낀다며 미국 및 이스라엘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팔레스타인 지원에 부담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를 추진 중이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의 경우 가뜩이나 하마스가 이란의 지원으로 활동하는 상황이 거북한 데다 하마스의 도발로 수교 협상이 중단되자 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 사우디는 지난달 24일 카타르와 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을 소집해 하마스 비자금 차단에 합의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지난달 16일 평론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인명 피해가 커지고 아랍 세계에서 이스라엘 비난 정서가 증폭되기를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비난 여론 때문에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포기하는 상황을 바란다고 전했다. 내부 불만 증폭...이란 눈치도 봐야 하마스는 누적되는 내부 불만 때문에라도 행동에 나서야 했다. 가자지구는 이집트 북쪽 국경에서 지중해 연안을 따라 좁고 길게 설정된 구역으로 한국의 세종시와 비슷한 면적(365㎢)이다. 약 230만명의 주민들은 국제사회의 지원 및 이스라엘에서 노동 허가를 받은 가족들의 외화벌이로 연명하고 있다. 무장집단으로 시작한 하마스는 2007년 PA와 결별 이후 외부 지원이 급감하자 가자지구의 경제난에 대처하지 못했고, 지난해 가자지구 실업률은 45%에 달했다. 하마스의 정치국 대표들은 가자지구가 아닌 카타르의 호화 주택에 살고 있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하마스의 부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마스 내부에서도 이스라엘과 정치적 협상을 통한 '2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세력과 무장투쟁을 요구하는 강경파의 반목이 거세졌다. 강경파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가 본격적으로 우파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힘을 얻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21년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고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에 경찰을 보내 신도들을 강제 해산했다. 이에 하마스는 2021년 5월에 '11일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하마스의 레바논 지부를 대표하는 오사마 함단은 8일 미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2021년 충돌이 분기점이었다며, 이스라엘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은 올해 초부터 네타냐후가 사법 개혁을 강행하면서 극심한 내부 혼란에 빠졌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혼란한 시기를 노려 도발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또한 범아랍매체인 알자지라방송은 지난달 11일 보도에서 하마스가 이란 때문에 움직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비록 이란의 지원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수니파 단체다. 하마스는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정부군 대신 수니파 반군의 편을 들어 이란과 사이가 틀어졌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겨우 관계 회복을 시작했으며 하마스는 이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란과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하마스의 대외관계 책임자인 알리 바라카는 지난달 11일 인터뷰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언급했다. 그는 "이란은 우리에게 무기와 자금을 제공했고 헤즈볼라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계속 관심 끌며 범아랍 봉기 기대 NYT는 8일 하마스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 강경파가 이번 도발로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한 대의를 되살리고 무장 조직으로서 하마스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칼릴 알하이야는 카타르에서 NYT와 만나 "단순 충돌이 아니라 전체 방정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방정식을 바꾸려면 위대한 행동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응이 크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죽지 않았다고 말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알하이야는 "우리는 세계를 깊은 잠에서 깨웠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계속 논의돼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의 목표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며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전투는 연료나 노동자를 얻고 가자지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마스의 언론 고문인 타헤르 엘누누 역시 NYT를 통해 "이스라엘과의 전쟁상태가 국경 전체에서 영구적으로 이어지고 아랍 세계가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란다" 밝혔다. 2명의 아랍 정부 관계자는 NYT에 지난달 7일 공격 당시 하마스의 최우선 목표가 최대한 많은 인질을 납치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006년 갈리드 샬리트 상병이 하마스에 납치되자 그를 구출하기 위해 2011년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죄수들을 석방했다. 현재 하마스 무장 조직의 최고 실권자인 야히아 신와르도 당시 풀려났다. 하마스의 전 수장인 칼레드 메샤알은 지난달 16일 사우디 알아라비야TV를 통해 가자지구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죄수 약 6000명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인이자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아랍어 교수인 야론 프리드먼은 지난달 24일 이스라엘 경제지 글로브에 게재한 칼럼에서 하마스가 1차 목표인 인질 납치에는 성공했지만 2차 목표에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획의 2번째 단계는 모든 팔레스타인 전선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연합 공격을 통해 (1973년) 욤 키푸르 전쟁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프리드먼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아랍인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등 팔레스타인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전투에 참여하면 욤 키푸르 전쟁을 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구상은 헤즈볼라와 이란이 이스라엘과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무산됐다. 헤즈볼라와 이란 관계자들은 지난달 서방 언론들을 통해 레바논과 이란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고 참전 여론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괜히 전선을 확대할 경우 미국이 참전할 구실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11-09 10:5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