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등록한 국민이 180만명을 넘었다. 보건복지부는 관련 기록 열람 범위와 보관 방식을 명확히 하고자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환자 가족에게 제공할 연명의료 중단 관련 기록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보관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환자 가족은 환자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연명의료중단 이행서 등 연명의료 중단 기록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나 해당 의료기관에 요청해 열람할 수 있다. 두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록의 범위가 다른데, 지금까지는 그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탓에 열람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개정에 따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과 의료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기록 범위가 각각 명확히 규정돼 환자 가족이 해당 기관에 바로 요청할 수 있게 됐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또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LIS)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보관하게 하는 내용도 개정 시행규칙에 포함됐다. 한편,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 이래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등록할 수 있다. 2018년 10만건이었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는 2019년 53만건, 2020년 79만건, 2021년 115만건, 2022년 157만건, 2023년 6월 184만건으로 점차 늘어났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3-07-31 13:31:45[파이낸셜뉴스]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의료기관의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에 의뢰된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는 의료 현장에서 임상윤리 지원이 필요한 영역을 파악해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일률적인 법제에 국한되지 않는 확대된 시각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임재준·유신혜 교수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년간 서울대병원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에 의뢰된 총 60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2018년 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의 유보·중단의 결정 및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3년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발생한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에 의뢰된 총 60건의 특성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윤리적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했다. 분석 결과, 전체 표본 중 60세 이상 고령 환자가 56.1%로 고령 환자의 의뢰율이 높았다. 사회경제적 수준에서는 저소득층이 47.4%, 의료급여 환자가 21.1%의 비율을 차지했다. 의뢰 당시 임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암 질환과 뇌혈관질환이 각각 2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호흡기질환(11.7%), 신경퇴행성질환(8.3%), 심장질환(8.3%)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사례의 80%는 중환자실에서 의뢰됐다. 연명의료결정법 상에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서만 연명의료를 유보 혹은 중단하는 결정이 가능한데, 의뢰 환자의 66.7%가 임종과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다수의 사례에서 임종과정 판단 기준 모호 및 의학적 불확실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의사결정 관련 특성에서는 의뢰 환자 90% 이상이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였으며, 그중 26.7% 환자들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 등 문서나 구두로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첫해인 2018년에는 ‘치료 거부’와 ‘연명의료의 유보 및 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이슈의 비중은 감소하고 △의사결정 능력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 △최선의 이익 등 다양하고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이 나타났다. 이는 임상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해석하는 능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으며 윤리적 문제 인식과 다양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임재준 공공부원장(전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의 체계화와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대리의사결정자가 없는 무연고자 등에서 환자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모여 고민한 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저자인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으나 임상 현장에는 적절한 가족이 부재해 대리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윤리적 의사결정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결정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3-06-27 09:50:28[파이낸셜뉴스] 지난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5주년을 맞았다. 지난 5년 동안 사전에 연명의료 중단 의향을 밝힌 인원은 164만명에 달한다. 31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 5주년 기념 행사를 갖고, 존엄한 생애 마무리를 위한 제도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자리를 가졌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되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사업의 수행을 맡는다. 현재 의료기관에는 375개의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626개소다. 제도 시행 5년 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64만명,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 이행 건수는 26만건이 넘어서는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복지부는 제도 시행 이후 연명의료중단 이행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정규수가 신설, 의료질평가 및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관련 지표 도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유형에 노인복지관 추가 등의 정책을 통해 제도 기반을 넓혀 왔다. 또 내년에 수립 예정인 제2차 연명의료 종합계획을 통해 그간의 실적과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추진 방향, 과제별 이행 계획을 마련해 제도를 추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과 국회 최재형 의원, 서영석 의원, 김봉옥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남충희 대한요양병원협회장, 정유석 한국의료윤리학회장 등도 참석했다. 박 차관은 "존엄한 생애 마무리를 위한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건전한 확산과 더불어 호스피스·완화의료 등 생애말기 돌봄체계 확충 등의 국가적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에서 복지부는 연명의료 분야에 공로가 큰 종사자 9명과 유공기관 5개소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또 지난 5년 동안 제도 정착을 위해 애쓴 종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상 2명, 국회 웰다잉연구회장상 2명,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상 5명에 대한 시상도 함께 진행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3-03-31 14:57:13[파이낸셜뉴스] "아무것도 못하고, 가족도 못 알아보고 그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만 붙어있는게 사는 걸까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이고, 자식들은 죄책감 때문에 호흡기를 떼라고 할 수 없겠죠. 저와 제 아내는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을 인정한 이후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140만명 넘는 인원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법이 존재하는지 모르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어디에서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근 국내에서도 말기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명의료중단, 말기환자까지 확대? 1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11일까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에서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설문은 특히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임종기 환자 외에 말기 환자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우리나라에선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구분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대상자로 규정한다. 말기환자는 사망에 임박한 임종기와는 달리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 19세 이상 누구나…'연명거부' 어떻게?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남기는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하며,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작성해 둘 수 있다. 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으며, 언제든 철회도 가능하다. 작성 가능 기관을 찾고 싶다면 국립연명의료기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사는 곳과 가까운 의료기관들이 나온다. 비용은 무료다. 142만명 "연명치료 안 할래요" 국민 의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기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42만2434명이다. 연령별로 70~79세(61만5906명)가 가장 많고 이어 80세 이상 26만3961명, 60~69세 22만3417명, 60~64세 14만2794명 순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등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30~39세 8239명, 30세 미만은 3876명이 등록했다. 40~49세는 38만105명, 50~59세는 12만6136명 등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 등록자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남성은 44만2915명, 여성은 97만9519명으로 조사됐다. 실제 연명의료 중단 등이 이행된 사례는 8월까지 총 23만4292건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지난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설문 대상자들은 '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받을지'에 대한 질문에 81.7%가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중 45%는 '절대 받지 않겠다', 36.7%가 '받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 임종 과정에는 있지 않지만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 의사로 삶을 종결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조력 존엄사다. 난치병 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6월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예외를 두는 법안이어서 윤리적 논란 소지가 크고 입법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호스피스 등 인프라도 아직 충분치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2-09-28 15:59:20[파이낸셜뉴스]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 달리 '조력 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사로부터 약물을 받아 스스로 주입해 삶을 마무리하는 형태의 죽음을 말한다. 다만 의료계는 해당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극히 일부인 데다 우리 사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서둘러 도입을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은 80%가 "찬성".. 의료계는 "시기상조"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하면서 불을 지폈다. 법안은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 중 스스로의 의사로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경우 결정기구를 거쳐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의사는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적용이 배제된다. 일단 대중들은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높다. 개정안 발의 후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000명에게 조력존엄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이 여론조사에서 조력존엄사 입법화를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이 20%, '찬성한다'는 의견이 61%였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도 ‘좋은 죽음’을 위한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법안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법안이 발의되자 지난 6월 입장문을 내고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도 조력 존엄사 도입이 너무 이르다고 보는 입장이다. 양 연구원은 "괴롭고 아픈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조력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과연 '존엄한 죽음'이라고 볼 수 있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살률 1위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조력 존엄사를 통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5년... 윤리위 있는 병원만 선택권 현장에서 많은 임종 환자를 지켜본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 2018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현장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도 지난달 기준 누적 14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현실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먼저 현행법상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이 이뤄질 수 있는데 전체 병원의 10.5%에만 설치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어도 병원에 윤리위가 구성돼 있지 않으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릴 수 없다. 28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3226개 병원 중 상급 종합 병원을 위주로 338개 병원에만 윤리위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의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약 5%에만 윤리위가 설치된 상태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등에서 행하고 있는 연명 의료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작정 윤리위 설치를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임종 상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법이 '임종 상태'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유 교수는 "현장의 의료진은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의료진도 제도에 숙달된 것이 아니라 '임종 상태인지 아닌지' 등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을 살펴보면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임종 상태 환자를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 의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여,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자'라고 명시돼 있다. 유 교수는 "좋은 죽음은 모두에게 다르지만 피하고 싶은 죽음의 형태는 대부분 비슷하다"며 "내가 어떤 죽음을 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의료적·사회적 측면에서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8 09:49:14#.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조모(62·여성)씨는 지난 7월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사전연명치료중단서'를 작성했다. 그는 30대때 자궁경부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했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이 뭔지 경험한 그는 죽음이라는 말의 무게를 남다르게 받아들였다. [파이낸셜뉴스] 그는 완치 후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병에 걸려 긴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지인들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서 '존엄한 죽음'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한 지인의 남편은 당뇨 합병증을 앓다 패혈증으로 의식 불명 상태가 됐다. 의료진이 갈비뼈가 부서질 정도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는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으니 그만해라"는 가족들의 말을 듣고서야 멈췄다. 또 다른 한 지인의 조카는 원인 모를 고열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윤리위원회를 거쳐 연명의료 중단까지 두 달이 걸렸다. 그동안 고액의 치료비는 모두 남겨진 가족들의 몫이었다. 사전의료연명 의향서 작성 4년새 15배 늘어 최근 한국 사회에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살아날 가능성이 낮고 생명 연장에 초점을 두는 연명치료가 환자를 오히려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제정돼 5년째를 맞은 사전연명의료결정제도는 19살 이상이면 누구나 자신이 임종을 앞둘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서명할 수 있다. 연명의료 중단에 서명하면 임종 과정에 놓였을 때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중단할 수 있다. 27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은 지난달 기준 누적 142만2434명에 달했다. 올 연말이면 약 150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첫 해인 지난 2018년 10만529명과 비교할 때 4년새 약 15배나 늘어난 수치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이들은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작성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직장인 박모(51)씨의 아버지는 최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폐렴으로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동안 의식이 없었다. 가족구성원들은 논의 끝에 "아버지에게 힘든 치료보다 자연스럽게 보내드리는게 낫겠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미리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에 박씨는 아버지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후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이게 가족들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었다”며 "나에게 있어 좋은 죽음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일단 미리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사전연명치료의향서 작성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안티 에이징'에서 '웰다잉'으로 '웰다잉'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죽음은 늘 두려운 존재다. 이들은 두려움을 딛고 어떻게 죽음의 순간을 편안하고 의미있게 맞이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한다. 그래서 이들이 찾는 대상은 이른바 '죽음 교육'이다. 강원남 웰다잉연구소장은 지자체 복지관이나 노인회관 등에서 지난 2014년부터 죽음에 대한 강연을 해오고 있다. 교육 내용은 주로 △유언장 작성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이뤄져 있다. 강 소장이 처음 교육을 시작할 당시에는 '죽음 교육'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면박을 받는 가 하면 교육 30분만에 쫓겨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동사무소로 ‘왜 재수없게 죽는 얘기를 하냐’고 자녀들의 항의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한다. 죽음을 터부시해 엘리베이터 4층도 'F'로 표기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강 소장은 "최근에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계기로 '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진지하게 임하거나 관심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삶을 성찰해보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죽음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등의 후기를 남기는 일도 많아졌다. 높아진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죽음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도 있다. 10년 전 설립된 한림대학교 생사학 연구소도 그 중 하나다.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양준석 연구원은 '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 상황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빠르게 발전하며 초고도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초고령 사회로 진입을 목전에 앞두는 등 각종 부작용을 겪으며 '죽음의 질'이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양 연구원은 "안티 에이징을 말하며 죽음을 꺼리던 사회에서 암울한 사회상과 펜데믹 등을 겪으며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의료적 측면 뿐만 아니라 문화·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논의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7 14:01:01호주의 최고령 과학자였던 104세의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지난 2018년 고향을 떠나 존엄사가 허용된 스위스를 찾아가 약물주사를 맞고 생을 마감했다. 구달 박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선택할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마지막 부분 환희의 송가일 것이다"라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국내에서 연명의료 결정제도(존엄사)가 시행된 지 3년이 훌쩍 지났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18일 공개한 지난해 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 숫자는 거의 80만명에 달했다. 실제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한 임종기 환자도 13만5000명에 이르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는 "나의 건강이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게 되면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를 거절하여 주기 바랍니다"라고 기술돼 있다. 설령 이 같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노인들이 마지막을 맞이하는 요양시설 중에는 윤리위가 없는 곳이 대다수다.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더라도 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연명의료 중단을 강제할 방도가 없다. 당사자의 의사가 시스템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경직된 우리의 임종문화 현주소다. 이른바 '웰다잉'(Well Dying)이 화두다. 온몸에 줄과 관을 달고 버티는 게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고통의 연장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죽을 권리가 먼저냐, 생명윤리가 먼저냐는 묵은 논쟁보다 잘 죽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의료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인간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춘 임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말을 곱씹어본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2021-01-18 17:45:38[하남=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하남시 미사2동 행정복지센터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통해 고독사 위기에 놓인 저소득층 독거노인이 존엄사를 택할 수 있도록 임종을 지원했다고 19일 밝혔다. 미사2동은 올해 7월 거동을 못하는 수급자 노인이 가족도 없이 혼자서 있다는 민원 제보에 따라 독거노인 A씨(남/75세)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는 대장암과 간암 말기 상태로 장기요양등급 시설 2등급 판정에 따른 요양원 입소 권유와 병원치료를 거부하고 혼자서 식사조차 하지 못해 극도로 여윈 상태였다. 가족은 장기간 관계단절로 돌봄을 거부했고 대상자는 시설 입소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심각한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그대로 방치하면 고독사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미사2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긴급 사례회의를 열고 119를 통해 관내 병원에 입원 조치했고 미사1동 소재 아모시니어스센터 요양원 협조를 구해 병원 퇴원 후 입소를 진행했다. A씨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미사2동 직원들 설득 끝에 결국 요양원 입소를 선택해 요양원에서 안정된 생활을 했고 입소 26일차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입소 28일 뒤 지병인 암으로 사망했다. 조지선 미사2동 행복센터 사례관리사는 A씨 사례를 돌아보며“설득해도 듣지 않을 것 같아서 답답했는데 끈질긴 설득 끝에 진심을 받아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다경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장은 “빈곤한 독거노인의 경우 임종조차 책임져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A씨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셨다”고 말했다. 미사2동 행정복지센터는 A씨 사망 이후 고인의 유족에게 유품을 전달하고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유족이 죄책감을 덜고 고인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깊이 위로했다. 주해연 미사2동장은 19일 “우리 미사2동은 복지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발로 복지현장을 부지런히 뛰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을 발굴하고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0-08-19 13:25:15[파이낸셜뉴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국민이 57만명을 넘어서고 8만 5000명이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하는 등 제도 이용이 증가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 2년 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57만 7600명이었다. 전체 작성자 중 성별로는 여성이 40만 8108명(70.7%)으로, 남성 16만 9492명(29.3%)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51만 1500명으로 대다수(88.6%)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43만 2138명으로, 제도 시행 첫해인 2018년의 10만 529명에 비해 약 330% 증가했다. 담당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3만 7321명이었다. 전체 대상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2만 3294명(62.4%)으로, 여성 1만 4027명(37.6%)에 비해 1.6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2만 6783명으로 상당수(71.8%)를 차지했다. 2019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1만 7818명으로, 2018년의 1만 7615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경우는 8만 5076명이었다. 전체 대상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5만 1016명(60.0%)으로, 여성 3만 4060명(40.0%)에 비해 1.5배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6만 8058명으로 상당수(80.0%)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에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환자가 4만 8238명으로, 2018년의 3만 1765명에 비해 약 52%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하태길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국민의 존엄하고 편안한 생애말기 보장을 위해 제도의 정착 및 활성화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2020-02-04 11:15:48[파이낸셜뉴스] 앞으로는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등록하는 사전연명의료 거부신청을 전국 보건소에서 할 수 있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8일 사전 연명의료 거부신청 이용절차 접근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내년 3월까지 제도개선을 하도록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에 제도개선을 각각 권고했다. 연명의료는 치료효과가 없으며 단지 임종시간만 연장시킬 수 있는 인공호흡기, 항암제, 수혈 등의 의료행위를 말한다. 사전연명의료 거부신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야 한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보건복지부가 지역별로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신청서를 등록할 수 있다. 올해 7월까지 약 30만명이 신청했고 이용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신청서를 등록할 수 있는 기관이 기초지자체별로 평균 1.6개소에 불과하다. 특히 지역 공공의료 수행기관인 보건소의 운영이 저조해 지역주민들이 멀리 있는 신청접수기관을 이용하는 불편민원이 늘고 있다. 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시 의무적 절차인 상담원과의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데 일부 기관의 경우 상담시간을 사전에 예약할 수 없어 방문 후 장시간 대기해야 한다. 기존 등록된 신청서를 철회할 때도 다시 신청기관을 방문해야만 철회가 가능하다. 권익위는 사전연명의료 거부신청 등록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191개 지자체 소속 보건소를 등록기관으로 지정·운영 하도록 지자체에 권고했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 시 상담시간의 사전예약제 시행으로 신청자의 대기시간을 단축하도록 하고, 기존 등록을 철회 시 방문신청 외에도 온라인으로 철회하는 방식을 도입 하도록 했다. 국민들이 관련정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건소 등에 관련 자료를 비치하고 정부24와 연계한 홈페이지 정보 안내 등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안준호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사전 연명의료 거부신청 이용절차가 더욱 편리하게 운영되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19-10-08 15: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