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NH농협은행이 이석용 행장 주재 일요일 임원 회의를 재개하면서 임원들이 사실상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다. 각 사업 부문과 경영 상황을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비상경영위원회' 일환이다. 타 은행에서는 회사 차원의 주말 회의나 주 6일제는 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5월 중순부터 일요일 비상경영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석용 행장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로 부행장들이 매주 참석한다. 사안에 따라 본부장과 부장 등 간부급도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리스크와 환경 변화에 따라 각 사업 부문과 경영 전반을 점검하는 차원"이라며 "비상경영위원회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이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임원 주말 회의를 재개한 것은 2016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농협은행은 당시 조선·해운업 대출 부실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했었다. 최근 농협은행에서는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는 악재가 겹쳤다. 지난 5월 22일 농협은행은 각각 53억원, 11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를 공시했다. 영업점 직원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부동산 감정가격을 부풀려 적정한도 이상으로 대출을 내준 '과당대출' 사고다.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유형의 109억원 과당대출 사고가 적발된 바 있다. 아울러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농협의 특수한 지배구조에 따른 내부통제 취약성 문제도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에서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농협은행이 자체적으로 내부 단속과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농협은행 관계자는 "목표손익 달성을 위한 비상경영위원회"라며 "과당대출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지난 4월부터 삼성그룹 임원진이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를 선택해 주말 출근을 하면서 민간에 '주 6일제'가 확산되는 영향도 없지 않다. 회사 상황이 어려워져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인데, 다른 업계의 일하는 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다른 은행들은 농협은행과 같은 임원 회의나 주 6일 근무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일찍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선포한 KB국민은행뿐 아니라 신한, 하나, 우리은행에서는 "주말 임원 회의 개최, 임원 주 6일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4-06-06 10:06:42미중 패권전쟁 격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경기회복 둔화 등 글로벌 경영환경 악재들이 겹치면서 대기업 전반에 비상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해외전시회 불참, 이사 보수한도 축소, 임원 주말출근 등 경상비 축소부터 경영진의 '정신 재무장'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올해 경영 불확실성의 대비태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모멘텀부문은 지난달 참가하려던 미국 배터리 전시회 '인터내셔널 배터리 세미나&이그지빗 2024'에 최종 불참했다. 이 전시회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배터리 전시회다. ㈜한화 모멘텀부문은 지난해 부스를 차리고 소재 공정부터 배터리 전체 제조 공정까지 다양한 기술을 소개한 바 있다. ㈜한화 모멘텀부문이 전시회 불참을 결정한 것은 올해 2월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판매·관리비(판관비)를 기존 계획 대비 30% 삭감했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전사 접대비, 출장비 등 소모성 경비도 30% 줄었다"고 전했다. ㈜한화는 지난해 5월과 9월 각각 참가했던 미국 '더 배터리 쇼 USA' '더 배터리 쇼 유럽' 참가도 보류하기로 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화의 설명이다. 앞서 LS그룹 지주사 ㈜LS는 올해 초 긴축경영을 선포했다.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 초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경제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서 긴장감을 가지고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구체적인 예산감축 수치를 담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 배포를 검토할 정도로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4대 그룹도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다. 삼성은 주6일근무 권고대상을 기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임원에서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 임원들은 지난주부터 주6일근무에 들어갔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도 조만간 주6일제 선언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SK그룹은 올해 1월 말부터 격주 토요일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재하는 핵심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있다. 재계는 기존 한 달에 한 번 평일 개최하던 회의를 한 달에 두 번 주말에 할 만큼 그룹 내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올해 6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그룹 전체 상황을 점검하고, 10월 CEO 세미나를 통해 경영 방향성을 확정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사 보수한도를 줄이며 비용절감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이 대표이사인 지주사 ㈜LG는 지난해 180억원에서 올해 170억원으로, LG전자는 90억원에서 80억원으로, LG화학은 80억원에서 70억원으로, LG생활건강은 80억원에서 60억원으로 각각 이사 보수총액 한도를 줄였다. 재계 관계자는 "비용감축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글로벌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올해 초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예측 자체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김준석 기자
2024-04-21 18:11:56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삼성그룹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주6일제 근무를 전격 시행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19개 계열사 임원들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자발적으로 주6일 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계열사별로 보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원 및 개발부서 임원을 중심으로 절반가량의 임원들이 이미 주6일 근무를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나머지 임원들도 동참한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 임원들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주6일 근무에 들어간다. 앞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E&A 등 설계·조달·시공(EPC) 3사 임원들은 올해 초부터 주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었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도 주6일 근무 동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근무방식은 임원들 사정에 따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근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삼성전자 임원들이 대부분 토요일 근무를 선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임원이 토요일 근무를 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 악화에 따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주6일 근무에) 나섰다"며 "재계 1위인 삼성이 임원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을 강화하는 만큼 다른 기업들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임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임원 출근과 무관하게 팀장 이하 직원들은 주6일 근무를 엄격히 금지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전적으로 임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취지인 만큼 직원들의 근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의 비상경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월 1회 평일에 개최하던 '전략글로벌위원회'를 지난 2월부터는 격주 토요일마다 개최하고 있다. 전략글로벌위원회는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경영현안을 공유하는 SK그룹의 정례회의다. SK그룹이 경영진 회의를 토요일에 연 것은 2004년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4-04-17 18: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