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빙 'Book from the ground'(9월 28일까지 서울 왕십리로 더페이지 갤러리) 알 듯 모를 듯한 이 암호들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오는 9월 28일까지 서울 왕십리로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리는 '노 모어 아트(No More Art)'전에 내걸린 중국 작가 쉬빙(59)의 작품은 '현대판 상형문자'라고 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언어와 소통의 문제를 제시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쉬빙의 작품 첫 부분은 이런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아침 7시, 알람이 귀를 울리지만 꿈결 사이로 스며드는 빗줄기 소리에 눈을 다시 지그시 감고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긴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잠이 깬 고양이가 이불 속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작가가 캔버스 위에 촘촘히 그려넣은 이모티콘을 따라가며 의미를 따지다보면 나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터져나온다. 한자(漢字)를 바탕으로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문자를 만들어 'Book from the sky(天書)'라고 명명하기도 했던 쉬빙은 이번 작업에 그 반대 개념인 'Book from the ground(地書)'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의 문자를 닮았지만 전혀 해석할 수 없는 '천서'와 달리 '지서'는 동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문자라는 점에서 남다르다. 독특한 방식으로 근·현대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서체예술의 신기원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쉬빙 외에도 백남준, 샘 프란시스, 데미안 허스트, 리처드 페티본, 르 코르뷔지에 등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려고 했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출품돼 흥미롭다. (02)3447-0049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2014-07-14 17:15:06미필은 이해 못하는 상형문자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미필은 이해 못하는 상형문자'가 화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필은 이해 못하는 상형문자'라는 제목으로 하나의 그림이 게재돼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공개된 사진에는 사각형, 동그라미, 별, 엑스표 등 다양한 모양들이 일사분란하게 그려져 있다. 이는 사병, 분대장, 부분대장, 주임원사, 작전장교, 소대장, 부소대장이고, 오른쪽은 통신병, 사단장, 중대장을 뜻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무슨 그림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 이에 ‘미필은 이해 못하는 상형문자’를 접한 네티즌들은 “남자친구 테스트하기에 딱이다”, “이게 대체 뭔가 했다”, “진짜 미필은 이해 못하는 상형문자다”, “여자들도 대부분 모를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jypark@starnnews.com박주연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2-11-28 18:36:43울랄라세션의 의미를 알 수없는 미확인 문자와 숫자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로 가득한 대학가를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는 미확인 상형문자와 6개의 숫자가 등장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숫자 06 08 10 12 20 25 와 상형문자의 의미를 알기 위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유명 SNS를 통해 글이 올라오는 등 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것은 마치 외계인들의 언어처럼 판독이 어렵고, 6개의 숫자도 어떤 의미인지 전혀 설명이 없어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울랄라세션 측은 “상형문자와 숫자는 울랄라세션과 깊은 연관이 있다” 라며 “모든 것은 7월11일 대 공개하겠다. 정성껏 준비한 이벤트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victory@starnnews.com김지이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관련기사 ▶ 제국의아이들, ‘후유증’ 티저영상 공개 ‘시크 댄디남 변신’ ▶ 디유닛, 전국 핫 플레이스서 티저 공개 ‘대형 신인’ 예고 ▶ 슈퍼주니어, ‘섹시, 프리&싱글’ 티저 공개 ‘신곡 기대↑’ ▶ ‘태티서부터 버스커버스커까지’ 상반기 누가 누가 잘 나갔나? ▶ 비오비포, ‘미스터리걸’ 발매..해외반응 후끈! ‘슈퍼루키 탄생’
2012-06-29 18:16:11그룹 아이콘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출국했다. /totopurdy_star@fnnews.com fn스타 이승훈 기자
2019-08-16 20:05:33도서관 암호문 미스터리 도서관 암호문 미스터리가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 런던에 있는 웨스턴 대학교 마이크 모패트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암호문을 게재했다. 이 암호문은 모패트 교수가 학교 도서관에서 국제 경제학 관련 책 안에 있던 이상한 봉투에서 발견한 것으로 플라스틱 잎으로 봉인된 봉투에는 알 수 없는 이미지가 빼곡하게 인쇄되어 있다. 이후 10개가 넘는 암호문이 도서관에서 연속되어 발견됐지만 현재로서는 암호문의 뜻이 해독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암호문은 총 15개로 대부분이 책의 16~17 페이지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또 암호문이 들어있는 책은 다른 책보다 약간 앞으로 나와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과 누리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암호문의 의미나 작성자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어 마이크 모패트 교수는 캐나다 달러 100달러(약 9만6000원)의 현상금까지 걸어놓은 상태다. 도서관 암호문 미스터리에 대해 누리꾼들은 "무슨 의미일까?", "연애편지 같기도 한데..", "추리소설 보다 더 흥미진진해", "뭔가 모양 하나마다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onnews@fnnews.com 온라인뉴스팀
2014-03-28 14:35:12<37> 이집트 '룩소르②' - 나일강 야경과 카르나크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나에게는 이집트에 가게되면 꼭 하고싶은 로망이 몇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발코니가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에어비앤비를 들여다보며 정말 가보고 싶은 멋진 숙소를 점찍어 놨었는데 정작 숙소예약을 해야할 때 보니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손님이 있는건지 예약이 안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일강이 보이는 멋진 호텔을 찾으러 룩소르 근처를 돌아다녔다. 졸리 빌 리조트며 룩소르의 고급 호텔들을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아쉽게도 나의 맘에 딱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무함맛이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한 날이다. 늦은 오후 무함맛과 만나서 무얼할까 하다가 나일강에서 배를 타고 일몰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잘 아는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우리끼리였다면 어디에서 어떤 배를 타야할지, 가격은 어느 정도를 내야 사기를 안 당하는지 모든 것이 어려웠을텐데 친구와 함께 오니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얀 깔라베야(이집트 남자들이 입는 원피스)를 입은 선장님을 만났다. 뱃삯은 인당 10달러. 안내해준 친구 것도 우리가 함께 계산했다. 작은 부두를 걸어들어가니 하얀 작은 보트가 우리가 탈 배라고 한다. 사실 천으로 된 돗이 멋있게 펼쳐진 낭만적이고 옛스러운 보트를 기대했지만 뭐 이것도 감지덕지다. 배이름이 Aswan Moon(아스완 달)이다. 웬지 정감이 가서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스무명은 족히 탈수있을 만한 크기의 배였는데 우리가 전세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거 리얼? 이게 웬 호사인가 싶다. 배가 출발한다. 나일강에서 여유롭게 배를 타는 것이 오랜 소망이었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 28년전에도 나일강에 온적이 있긴 하지만 단체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큰 배로 이동을 한 적은 있지만 뱃놀이할 기회는 없었다. 우리만 탄 배에서 고대 이집트를 상상하며 나일의 풍경에 흠뻑 빠지고 싶었다. 몇 천년전 이 강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배들이 물건을 싣고 오가고 있었겠지. 그리스, 시리아 등 주변 나라에서 배에 공물을 싣고 이곳에 도착하면 강에서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신전들의 위용에 역시 이집트는 대단한 대국이구나 하며 감탄했겠지. 나일에 석양이 진다... 석양은 하늘과 강을 온통 물들여놓아 보는 이에게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정신없이 강과 노을을 보고 있는데 무함맛이 배 지붕으로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어? 그래도 되나?" 사다리가 있어 올라가도 되는 것 같아 조심조심 올라갔다. 와, 사방에 아무것도 거칠게 없이 그야말로 강과 하늘이 다 보인다. 우리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눈이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적인 풍경을 이렇게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순간은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커다란 유람선들이 강가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가에 유람선과 건물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이 땅, 이 강 자체가 그냥 역사이고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일강에서 석양과 일몰, 그리고 야경까지 모든 것을 가득히 기억 속에 담았다. 뱃놀이 후 날이 꽤 어두워져서 무함맛의 추천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시내에는 차를 세우기가 힘들다며 걸어가자고 해서 함께 걸었는데 거리는 꽤 되었지만 룩소르를 걸어다녀보니 차타고 다닐때에는 미쳐 볼 수 없던 거리의 풍경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다. 관광지답게 마차꾼도 다니고 걷다보면 도로 옆에 신전이 그냥 다 보인다. 한참 걷던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 무함맛은 다리아래를 가리켰다. 타일로 된 길 양옆에 수많은 스핑크스들이 도열해있는 스핑크스 길이었다. 룩소르 신전에서부터 약 3km 떨어진 카르낙 신전까지 이어져있다고 한다. 역시 룩소르는 입장료를 내고 신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에도 이렇게 볼 것이 많다. 스핑크스마다 조명이 밝혀져있는 광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하려다 거의 1시간 거리라는 소리에 말이 쏙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건물이 통채로 한 식당인 곳에 들어갔다. 딱 봐도 현지인, 외국인들이 자리에 가득가득 찬 것이 맛집포스가 느껴진다. 3층으로 올라가 겨우 자리를 잡고 마흐맛이 시켜주는 대로 음식을 받았다. 병아리콩과 마카로니, 면, 그리고 잡곡인듯한 곡물들을 한그릇 가득 받았고 그 위에 따뜻한 토마토소스인 듯한 것을 부어 섞어 먹는 음식으로 이름은 "쿠사리"라고 한다. 탄이 우리 말에 '핀잔을 듣다'의 의미인 '쿠사리 먹었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떠올리며 이 음식 이름은 절대 안잊어버리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함맛이 매운 소스도 추가해줄까 묻자 한국인의 맵부심을 부리며 한숟갈 가득 넣었다. 역시 그다지 맵지 않았다. 냄새도 좋고 입맛에 잘 맞아 좋았다. 식사 후 우리가 돈을 내려하자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는다며 무함맛이 계산을 했다. 얼핏 들었는데 한그릇에 1000원도 안하는 황당하게 저렴한 가격이었던것 같다. 날씨도 기온도 타이밍도 시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나일강 뱃놀이와 처음 먹어본 쿠사리를 알게해준 무함맛에게 감사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룩소르를 30년만에 다시 찾은 가장 큰 이유인 카르나크 신전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곳의 거대한 기둥들과 아름다운 고대의 상형문자 부조들의 강렬한 느낌을 잊지못해 꼭 다시 오고 싶었고 탄에게도 몇천년전의 인류의 작품을 마주하는 감동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카르나크는 옛 테베의 북쪽 절반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그곳에 아몬 대신전을 중심으로 몬트, 무트 신전 등 세 신전으로 구성된 신전군을 통틀어 카르나크 신전이라 한다. 다만 몬트 신전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무트 신전 역시 일부만 잔존한다. 1월은 이집트 관광 성수기여서 사람들이 붐비기전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려고 인터넷으로 오픈시간을 확인해보니 웬걸, 새벽 6시에 연다고 한다. 낮이 뜨거운 이집트라 새벽과 저녁에 관광객을 많이 받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오픈시간 즈음해서 카르나크신전에 도착했다. 엄청 넓은 주차장에 차가 두어대밖에 없다. 기념품가게들도 아직 문을 열기 전 조용한 분위기에 새벽공기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카르나크 신전 방향이 밝아지는 것이 해가 뜨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서둘러 표를 사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망자의 배와 카르나크신전의 축소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전 모형을 구경하던 중 탄이의 한국말이 들려온다. 사람좋은 탄이는 또 현지인에게 붙잡혀 유료가이드를 쓰라는 권유에 한국말 회피스킬을 시전하고있다. "하하, 그냥 우리끼리 보고싶어요~" 입장권의 QR코드를 찍고 검사대를 들어가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 지하철 봉같은 것을 밀고 들어가 광장으로 나오니 저멀리 카르나크신전 너머로 해가 뜨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넓은 광장을 지나 신전이 가까와지자 또 한번 검사대를 거친다. 중요유산이라 그런지 다른 곳 보다 검색이 매우 삼엄하다. 신전앞의 길에 늘어선 염소머리의 스핑크스들을 보니 어젯밤에 본 룩소신전과 카르나크신전을 잇는 스핑크스 길이 생각났다.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룩소신전이 나온다는 거지' 야외에 설치된 안내지도는 낡아서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입장료 받아 이런거나 깨끗하게 고쳐놓지. 아쉽지만 뭐 직접 다녀보면 되지 하며 들어간다. 첫번째 안뜰의 옆쪽 건물로 들어가니 벽마다 부조가 보였다. 앞서 방문한 신전들에서도 많이 본 부조이지만 왠지모르게 카르나크의 것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몇천년전의 사람이 손수 조각하고 정성스레 채색한 그 손길이 느껴지고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관심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 내가 보고있다는 사실이 강하게 다가온다. 신전을 관통하는 중앙 통로를 통해 해가 찬란하게 뜨고 있는 모습이 정말 장엄하고도 환상적이었다. 수천년전에도 해는 이렇게 떴을테니 당시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 당시엔 화려한 채색으로 완성된 모습이었을테니 더 웅장하고 멋있었을것이다. 찬란한 고대 이집트의 기술이라면 분명 이런것을 다 고려해서 위치를 잡고 신전을 건설했을것 같다. 두번째 큰 탑문에 다가가니 양옆에 커다란 석상이 서있다. 람세스2세와 네페르타리의 석상이라고 한다. 문을 지나 드디어 카르나크 최고의 장관, 대열주전에 들어섰다. 134개의 거대한 기둥들이 주는 위압감이 대단하다. 기둥하나가 사람 여러명이 팔을 벌리고 둘러싸야할 정도로 크다. 기둥사이를 거닐며 내 오랜 지독한 그리움을 달래고 드디어 다시 이곳에 왔음을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그림과 문자들을 통해 몇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기둥들의 상형문자와 그림을 천천히 관찰하다보니 조각되어있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섬세하고 세련되게 양각부조로 조각되어 있는 것도 있고 투박하고 깊게 심조로 판것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러 파라오를 거쳐 긴세월동안 지어진 것이라 시대별로 방식과 솜씨가 달라졌다고 한다.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많이 소실되고 무너졌던 기둥들이 잘 복원된 것이 감사했다. 하지만 고대의 기둥들은 아마도 완벽한 곡률을 가지고 자로 잰듯 똑같은 모양으로 서있었을텐데 소실된 부분을 새로 만들어 채워놓은 곳은 좀 울퉁불퉁 일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기둥의 방을 지나니 중간크기의 오벨리스크 두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보니 저멀리 또 커다란 탑문이 보인다. 또다른 새로운 신전으로 가는 길이다. 거의 무너져내린 탑문이 있는 신전은 아직 복원중인지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나온 탑문앞에 거대한 석상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원래는 4개의 석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탑문앞에 자리하고 있었을것같았는데 현재는 2개만 있었다. 그래도 그 크기와 형상이 무척 멋있고 당대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신전 안쪽에는 커다란 호수같은 것이 있었는데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궁처럼 연못을 만들어 놓았나보다. 가장 안쪽에는 미로같은 작은 방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보려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보고있는데 유니폼을 입은 한 경비원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무로된 문이 있는 곳을 열어주더니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일반 관광객은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곳 인 듯 싶었지만 호기심에 따라 들어갔다. 콘도르의 방으로 안내해준다고 한다. 요리조리 복원이 덜 된 유적 사이를 지나 깊숙히 들어갔다. 천장에 햇빛구멍이 하나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는데 방안에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이 훼손된 돌덩이가 하나 놓여져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콘도르 석상인가 싶었는데 여기가 코브라이고 이것은 뭐고 설명을 해주는데 듣고 봐도 잘 모르겠다. 한쪽 벽에는 사람들 손때가 타서 까맣게 된 곳이 있는데 탄이에게도 손을 대보라고 한다. 풍뎅이 문양이다. 아마도 이걸 만지면 뭐 재물이 들어온다는 등 그런 의미 같다. 아무튼 남들은 못보는 것을 보았다는 묘한 만족감에 좋았다. 아직 안끝났다. 또 따라오라며 앞장서는 경비원. 아마도 딱히 할게 없는 경비원들이 이런식으로 부수입을 올리려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맨 마지막에는 좀 위험한 돌 위를 올라가 아래는 동물을 키우는 곳이고 위는 사람이 사는 방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채색이 많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방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못본 벽화를 좋은 기회에 많이 봐두어야겠다 싶은 생각에 열심히 감상했다. 신전의 일하는 사람들이 지냈던 방이라고 하는 듯하다. 안내가 끝나니 역시 자기에게 프레젠트를 하라고 한다. 성의표시는 해야겠지 싶어 천원이 안되는 작은 돈을 팁으로 드렸다. 30년전과는 달리 복원도 많이 되어있고 장애인을 위한 통로 등 여러가지 신경을 쓴 것들이 보였다. 안쪽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들어가고나서야 카르나크 신전관광을 마쳤다. 내가 사랑하는 기둥들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올지 기약이 없는 발걸음을 돌렸다.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는데 서점이 보였다. 혹시 이집트에 관련된 서적이 있을까싶어 들렸는데 상형문자 해석집이며 고대유물의 화보집 등 탐나는 책들이 한가득이다. 특히 책 전체를 오려서 접고 붙이면 신전이 되는 종이공작책이 있어서 한국에 가져가면 만들어보려고 샀다. 서점을 나와 또 걷는데 작은 은세공 전문점이 보였다. 전에 왔을때 이집트 상형문자로 엄마이름을 새겨넣은 금목걸이를 선물해드렸었는데 무척 좋아하시며 아직도 가지고 계신다. 내 이름으로 된 것도 하나 갖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세공사아저씨가 우리 둘의 이니셜을 즉석에서 상형문자로 번역해 써주신 것을 보니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아버지부터 2대째 이 일을 하고있는 장인이라고 한다. 내 이름을 상형문자로 조각한 은목걸이를 주문해서 받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않고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이라 무척 만족스러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DrSSwCBnpg?si=FAJJfJx3G1ASoTZ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31 17:51:56<36> 이집트 '룩소르'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덴데라의 하토르 신전을 출발하여 한시간 거리의 룩소르에 도착했다. 룩소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굉장한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도시이지만 길거리 풍경은 따스하고 정겹다. 우리는 카우치서핑을 통해 우릴 초대해준 무함맛을 만나기 위해 그의 직장이라는 병원을 찾아갔다. 번화가에 있는 큰 종합병원인듯한 곳 앞에서 조금 기다리자 큰 키의 무함맛이 손을 흔들며 나왔다. 서로 인사를 하고 그는 곧 다시 병원에 들어가봐야 한다며 우리를 집으로 데려갔다. 우리는 당연히 그의 집에 묵으며 교제를 나눌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희안하게도 데려다준 곳은 그의 친구네 집이라고 했다. 작은 마당이 있는 2층 주택이었는데 1층을 우리가 사용해도 좋다고 한다. 무척 이례적인 카우치 제공이었지만 자세한 것을 물어볼 새도 없이 우리만 남겨두고 가버렸다. 친구라고하는 사람도 첫날 잠깐 인사를 한 후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넓은 거실에 부엌도 있고 침실도 잘만하고 씻을 수 있는 화장실도 있음에 감사히 머물렀다. 다음날 무함맛에게 우리는 이스트뱅크의 유적들에 갈 예정이라고 문자를 남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나일강을 기준으로 해가 뜨는 동쪽-이스트뱅크는 산자의 땅, 주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고 서쪽은 웨스트뱅크라고 부르는데 해가 지는쪽이라해서 죽은 자의 땅이라 생각되며 무덤이나 신전들이 주로 위치하고 있다. 동쪽에 있는 숙소를 출발해서 다리를 건너 서쪽 웨스트뱅크로 넘어왔다. 날씨가 매우 좋다. 나일강을 지나 좀 더 들어가자 누런 모래사막이 나온다. 하늘에는 벌룬이 떠있다. "와, 여기 열기구를 타고 웨스트 뱅크를 관광할 수도 있나 봐." 표를 사서 나오니 놀이공원에 흔히 있는 전기카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매표소에서 장제전까지 거리가 조금 있는데 더운 날이나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은 타고가면 좋을 것 같았다. 탄이는 공짜면 타고가지 뭐 하며 혹시나 하며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10파운드(200원)란다. 해는 내리쬐었지만 아직 더울 때가 아니어서 우리는 그냥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느리게 걸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유적의 모습을 충분히 감상하고 싶었다. 핫셉수트 장제전은 천혜의 위치와 풍경이 말문을 막히게 했다 누런 사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싼 아래 포근하게 감싸여진 핫셉수트 장제전은 풍경부터 장관이었다. 3층의 테라스식 신전으로 수많은 열주식 기둥마다 파라오석상이 늘어서있는 모습이 고대 이집트 건출의 최고 걸작으로 불릴만큼 장엄하고 멋있었다. 개장시간에 맞춰 일찍 왔는데 우리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꽤 많다. 거의가 가이드를 동반한 단체 관광객들이다. 중앙도로 양 옆으로 스핑크스 조각상들이 도열해 있는데 개중 이목구비가 잘 남아 있는 것들도 있었다. 중앙계단을 다 오르자 기둥마다 서있는 석상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핫셉수트는 여왕이지만 자신의 석상에 턱수염을 만들었다. 남자 파라오 못지않게 위엄 있게 보이고 싶어서였을까. 기록에 따르면 파라오인 남편이 죽은 후 아들을 섭정하다가 스스로 파라오가 되었다고 한다. 이집트 최초의 여성 파라오로 힘있게 이집트를 다스린 여장부인 것 같다.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은 확실히 다른 종류의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예전에는 거의 다 무너졌던 벽들을 잘 복원해놓아 벽화들을 볼 수 있었는데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 이집트 아저씨가 신전입구부터 우리에게 말을 걸더니 코리안이냐고 하며 계속 따라다닌다. 이곳저곳 다니는 곳마다 부탁하지 않은 안내를 하는데 같은 관광객 같지는 않고 팁을 바라는 비공식 가이드인 듯. 다행히 우리가 별로 흥미있어 하지 않자 귀찮게 하지는 않고 금새 떨어져 다른 사람을 찾아 갔다. 신전 내부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아크릴로 보호판을 만든 것이 너무 반갑다. 사람들이 만지지 못하도록 덴데라신전에도 이런것을 설치해두어야 할텐데. 아크릴 너머의 호루스와 파라오 그림이 매우 아름다왔다. 신전의 가장 안쪽 방은 바위산인 절벽을 파낸 동굴이라고 한다. 위층 신전을 나와 우리가 걸어온 넓은 길을 내려다보자 멕시코에서 본 테오티우아칸(피라미드)이 떠올랐다. 먼 옛날 고대 파라오들이 이곳에서 백성들을 내려다보며 위엄을 떨쳤겠지. 아래로 내려와 둘러본다. 확실히 위층보다는 벽화가 많이 남아있다. 천장에는 남색으로 바탕을 칠하고 노란색으로 팔이 5개 달린 불가사리같은 모양으로 별을 형상화 해놓았다. 홍천에 있는 워터파크에 가면 슬라이드 타는 곳의 천장을 바로 이것과 똑같이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기원전 1500년, 그러니까 3500년도 더된 채색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당시에 사용하던 여러가지 모양의 토기며 식물들을 참 구체적으로 자세하게도 그려놓았다. 이집트 벽화가 비슷비슷한것 같지만 만들어진 시대별로 또 장소의 중요성이나 특성별로 조금씩 다르다. 어제 보았던 덴데라 신전의 화려함과 섬세함의 극치였다면 핫셉수트 장제전은 천혜의 위치와 풍경이 말문을 막히게하는 아름다운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신전을 바라보고 왼쪽끝에는 하토르 여신을 위한 장소가 있다. 덴데라신전에서 본것과 비슷한 커다란 여자머리가 있는 기둥들과 하토르 여신의 상징인 소가 많이 새겨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람세스 3세의 신전 '메디넷 하부(Medinet Habu)' 실컷 여유있게 구경을 하고 공원입구로 걸어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7분 거리의 메디넷 하부. 메디넷 하부에 도착해서 왼편의 주차장에 차를 잘 세워두고 신전으로 걸어갔다. 단체관광객들 사이에 함께 줄을서서 들어가려다 티켓을 사오라며 쫓겨났다. 매표소가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머쓱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매표소 같은 곳이 없다. 지키는 경찰 같은 분에게 물어보니 저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알려준다. '매표소가 그렇게 멀리 따로 있다고?', 이해가 안되서 진짜인가 의아했지만 일단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입구가 몇개 되나? 그러면 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고. 암튼 알려준 대로 가는 수 밖에. 사람들이 별로 안다닐 것 같은 흙길을 한 5~6분 걷다보니 현지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가봤자 매표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인데 이게 맞나 싶어 머뭇대다가 탄이 마을사람에게 매표소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가라고 한다. 많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다들 저쪽으로 가라고 하니 더 가보자. 그렇게 허허벌판 500미터를 더 걸어가서야 매표소가 진짜 있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하며 표를 구입했다. 빠른 걸음으로 왕복 20분거리. 단체여행객들은 아마 가이드가 미리 표를 구해와서 매표소에 들릴 필요가 없으니 바로 입장하는 것 같다. 우리처럼 개인적으로 오는 경우는 이렇게 멀리 떨어진 매표소를 먼저 들러 표를 구입해오거나 이집트정부에서 판매하는 "룩소르 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룩소르 패스는 5일간 룩소르의 주요 관광지를 제한없이 입장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 같은 것이다. 가격은 100달러이고 적용이 안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3일간 룩소르에서 낸 입장료는 인당 4만원 정도였어서 룩소르 패스는 패스했다. 어렵게 표를 사서 다시 왔던길로 돌아와 겨우겨우 메디넷 하부 신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메디넷 하부는 상부, 하부가 아니고 Medinet Habu라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매우 무안했다. 이곳은 람세스3세의 장제전으로 알려져있는데 람세스 3세는 카이로 문명박물관 지하 미이라실에서 본적이 있던 분으로 고대 이집트가 더 이상 세계 제일의 국가가 아닌 시대에 왕이 되어 마지막 불꽃을 태운 최후의 위대한 파라오로 불리는 왕이다. 장제전의 크기와 규모를 보면 과연 그러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벽에는 람세스 3세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내용의 벽화가 많았는데 당시 북쪽바다와 중동민족, 남쪽의 누비아, 사막민족등 사방에서 외세의 침략이 매우 잦아 많은 전쟁을 치러야 했었다고 한다. 메디넷 하부는 람세스 3세의 장례신전 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쳐 증축이 되어 다양한 기능의 여러 건축물들로 구성된 복합신전이라고 한다. 높이 쌓은 탑같은 문을 지나니 안뜰이 나왔다. 건물들이 웅장하고 규모가 굵직한 것이 지금까지 본 여자 파라오들이 만든 두개의 신전과 확연히 비교가 된다. 덴데라와 핫셉수트신전은 섬세하고 화려한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압도하는 장엄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두번째 문을 지나 두번째 안뜰에 들어서자 양옆에 높은 기둥들과 그 앞에 선 석상들이 보인다. 핫셉수트 장제전의 석상에 다섯배는 되보이는 커다란 석상들이 열을 지어 서있다. 석상들 옆에는 종아리까지 오는 작은 여자석상들도 있는데 아내인지 딸인지 아니면 하녀인건지 궁금했다. 이곳의 상형문자는 웬만해서는 지워지지 않도록 매우 깊게 조각되어있는 것이 특이했다. 후대의 파라오들이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많아 고치지 못하도록 깊이 새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번째 문까지 들어가자 아직 복원이 덜된것인지 기둥들도 밑둥만 남아있고 천장도 훤히 뚫려있었다. 미로처럼 여러개의 방이 있어 하나도 빠짐없이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VR로라도 옛날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구현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9CWNcgV0IFg?si=zgvtiY47CN33zlX8>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24 19:12:55<35> 이집트 '덴데라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룩소르 가는 길에 덴데라 신전을 먼저 들렀다. 넓은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없다.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아 느낌이 좋다. 입장료는 약 5000원 정도. 돈을 건네기도 전에 매표소에서 표부터 주자 탄이 당황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중정을 지나니 넓은 광장이 펼쳐졌다. 자연과 잘 어울리는 타일 바닥에 조경이 잘 조성되어 있었고, 야자수가 서 있는 모습이 매우 이국적으로 보였다. 이곳 덴데라신전은 '미와 사랑의 여신' 하토르의 신전으로 클레오파트라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미와 사랑의 여신' 하토르를 위한 '덴데라 신전'.. 들어서자마자 "대박" 감탄 높은 구조물이 가까워지자 신전이라 생각한 것은 커다란 정문이었고 양옆으로 길게 군데군데 무너진 성벽이 보였다. 옛날에는 튼튼한 성벽이 신전을 둘러싸며 세워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문 앞 기둥은 코린트양식이었는데 이집트와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보였지만 클레오파트라 시절은 로마, 그리스와 활발한 교류를 해서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 이곳까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높이 솟은 정문에는 아름다운 부조가 가득 조각되어 있었다. 마치 교과서에서 본듯한, 이집트 하면 딱 생각나는 바로 그런 부조들이다. 안쪽 뜰에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유물들이 놓여있었다. 덴데라 신전은 정면에서 보면 좌측 3개, 우측 3개 총 6개의 거대한 기둥이 보이는데 기둥 상단에는 4면을 돌아가며 여자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토르 여신이겠지만 클레오파트라를 형상화한 건 아닐까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높고 굵은 기둥들이 늘어서 있고 모든 벽과 천장까지 아름다운 벽화와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조각되고 채색되어 있었다. "대단하다.", '대박~!"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클레오파트라가 걷던 그 통로를 내가 걷고 있구나 하는 묘한 신비감에 푹 빠져본다.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자 벽과 기둥에 검은 얼룩이 잔뜩 있는 것이 곰팡이가 생긴건가 안타까웠다. 습할리가 없는 기후인데 웬 곰팡이일까. 뭔가 다른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오자 매우 높고 꽤 넓은 방이 나왔다. 벽에는 빈틈없이 매우 수준 높은 솜씨의 장인이 새긴듯한 벽화와 상형문자가 부조로 조각되어 있었다. 다만 군데군데 이집트 신의 부조를 송곳같은 것으로 의도적으로 열심히 찍어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훼손된 것을 볼 때마다 너무 속상했다. 군데군데 채색이 남아있는 곳이 있는 것을 볼 때 아마 처음에는 이 신전 전체가 다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져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었다. 신전이 가장 아름다웠을 원래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상상해보았다. 신전 안쪽에는 작은 방들이 여러개가 있었다.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가보고 싶어 열심히 돌아다녔다. 방의 천장마다 햇빛이 들어오도록 구멍이 나있는 것이 신기했다.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한 구석에 지하로 가는 계단으로 사람들이 막 내려가고 있었다. "와, 우리도 따라가자!" 옆에서 현지 아저씨가 머리를 조심하라고 알려주신다. 아래에 뭐가 있다고 하는데 잘 못 알아듣겠다. 좁은 계단을 쪼그리며 내려가자 아래층에는 사람이 설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좁고 긴 복도처럼 있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만졌는지 벽에 까맣게 손때가 빈틈없이 묻어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하의 복도에도 빈틈없이 온통 섬세한 벽화와 상형문자가 조각돼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뭘 위한 공간인지 특별한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그저 한번 내려와 본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올라갔다. 돌아다니다가 이번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입장할때 기본 입장권 외 추가로 50파운드(2000원)정도를 더 내야 갈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뭔지 몰라 그냥 기본으로 사서 들어왔는데 혹시 여기가 그곳이 아닐까?", "올라갔다가 돈내라고 하면 그냥 내지 뭐." 하면서 계단을 쭈욱 올라갔다. 몇 천년전 만든 계단 그대로인지 바닥이 많이 닳아있다. 계단에도 발딛는 곳외에는 전부 부조가 조각되어 있었다. 중간에 작은 방이 있어 잠시 들렀는데 창문으로 우리가 지나온 아래층이 보인다. 다시 끝까지 올라가자 신전 옥상이 나왔다. 옥상에는 천정이 뚫린 방같은 곳도 있었고 반대편으로 걸어가자 신전을 둘러싼 성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대단한 크기의 신전이었음이 실감이 된다. 옥상 끝에 작은 방같은 공간이 있었다. 넋을 잃고 벽에 조각된 상형문자들을 보고 있는데 누가 말을 걸었다. "How would you like it?"(어때요?), "아 정말 멋져요.", "디테일이 엄청나죠.", "네 정말 놀랍습니다.", "중국에서 왔나요?", "아뇨, 한국에서 왔어요. 저는 이집트를 사랑해요. 우리는 무척 즐겁게 구경하고 있어요." 이집트 사람인 듯한 남자분이 영어를 꽤 잘하셨다. 천장에 아름다운 별자리.. 알고보니 모조금, 원본은 프랑스가 뜯어가 루브르박물관에 그분은 우리를 안쪽으로 데려가 조디악에 대해 물어보고 특별한 천장문양을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알고보니 그 방은 이집트 신전에서 보기 매우 드문 황도12궁, 즉 별자리와 동물들을 정교하게 부조로 조각해놓은 천정이 있는 곳이었다. 그분 덕분에 우리는 자기의 별자리 동물을 찾아보며 매우 기억에 남는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안타깝게도 우리 덴데라신전에서 본 것은 모조품이고 원본은 프랑스인들이 뜯어가 루브르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있다고 한다. 신나게 설명해주신 아저씨는 우리가 이집트에 와서 좋다며 환영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뜻밖의 설명과 환대의 말에 우리는 무척 행복해졌다. 이야기를 들으며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니 너무 재미있었다. '돈만 밝히는 이집트 사람들'이라는 선입견, 와사삭 깨져버렸다 이집트 사람들은 돈만 밝히고 외국인은 호구로만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경찰들과의 에피소드와 오늘 이렇게 친절한 분을 만나니 우리 선입견이 와사삭 깨져버렸다. 내려가다 또 만난 아저씨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모하멧씨였다. 우리가 올라온 반대편에도 계단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올라온 곳과 다른길로 내려갈 수 있었다. 올라온 계단은 빙글빙글 돌며 올라와야했는데 이쪽 계단은 1층까지 일직선으로 쭉 내려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먼저 1층에 가서 내려오는 탄이를 바라보았다. 탄은 넘어질게 걱정되었는지 땅만 보고 내려오고 있다. "밑에만 보지 말고 벽을 좀 봐바~" 그러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더니 눈앞의 벽화가 신기한 듯 만지려고 손을 든다. "만지지는 말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만져 맨들맨들해졌지만 그래도 우리 한명이라도 더 보태지는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신전 내부를 다 둘러보고 성벽과 외부 조각들도 빠짐없이 구경했다. 고대 이집트 유물과 그래픽이 너무너무 좋아서 우리집 벽을 이렇게 해놓고 살고싶다고 했더니 탄이 "하면 되지."란다. 웃을 수 밖에ㅎㅎ 과일, 동물, 식물등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조각들을 보아도 보아도 지겹지 않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마음껏 구경을 잘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덴데라신전 관람 후 다시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룩소르로 간다. 아침에만해도 그 난리를 치고 걱정과 불안에 떨었는데 이제 이집트는 좋은 곳이라며 생전 받을일 없던 경찰 에스코트를 호사스럽다며 즐기면서 갔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vvGcaA2XK0Y?si=LR7yj2KqwaAltpET>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16 10:42:19<33> 이집트 '카이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마흐멧 가족은 늦은 밤 도착한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마흐멧의 가족은 아파트의 3층에 살고 있었고, 우리에게는 6층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선 우리는 3층 마흐멧의 집으로 가서 거실에서 차를 대접받고 소개를 하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태어난지 6개월 되었다는 누나의 아들인 아기 모하메드가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잘 안기고 무척 순한 아기였다. 눈이 신기할 정도로 크고 까매서 정말 인형같았다. 물고기 니모인형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친구와 길게 이야기도 못하고 곧 6층으로 가서 잠자리를 안내받았다. 사람이 사용한지 좀 되보이는 공간인 듯해서 치우고 정리한 후 대충 이부자리를 깔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해서 바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 조심조심 집을 나섰다. 카우치서핑에서 함께 피라미드를 보자고 제안한 미국친구들과의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6시반에 출발했는데 동네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어젯밤 무서워하며 찾아온 동네가 밝을 때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혀 정비라고는 안되있는 맨 흙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낡은 아파트 건물들이 황량하게 서있는 모습에 이곳이 우범지역은 아닐까 싶어 어젯밤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우리는 멘붕상태였다. 그래도 친구가 생겼고 하룻밤 잘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며 피라미드를 향해 갔다. 친구의 집은 카이로 북쪽이고 남쪽의 피라미드를 가기 위해서는 카이로를 관통해서 2시간 반 가량 가야한다. 카이로에 가까이 가자 집이나 사람들이 잘 안보일 정도로 뿌옇게 보이는 것이 안개라기보다는 스모그가 아닐까 싶었다. 운전도 쉽지 않았던 것이 왕복 8차로의 도로 갓길에 사람들이 태연하게 걸어다니고, 차선이 없는 길도 많았으며 차선이 있어도 다들 별로 신경을 안쓰고 자기 가고싶은 대로 차선을 무시해 달리고 있었다. 카이로의 건물들은 누런 흙색으로 거의 다 비슷비슷하게 보였는데 매우 낡아서 지은지 30~40년은 되보였다. 이와중에 탄이는 "지은지 3천년된 아파트는 아니겠지 뭐."라며 농담을 한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저 멀리 피라미드의 실루엣이 동트는 여명 속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차를 가져온 경우에는 일단 표를 먼저 구입하고 동승자는 내려서 도보로 입장하고 운전자는 따로 주차권과 함께 본인표를 가지고 주차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무래도 피라미드를 처음 보는 탄은 많이 신난 모습이다. 사실 나는 28년 전에 이미 와본적이 있어 크게 오고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탄이 꼭 가보고싶다고 해서 오기로 했다. 당시 카이로 시내의 호텔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피라미드에 간다며 출발했는데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얼마 안가 피라미드에 금방 도착한 것이 무척 이상했었는데 이제 카이로시가 점점 커져서 아예 피라미드는 시내 번화가 안에 있게 되었다. 탄은 이런저런 포즈를 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른다. 주차장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데 스모그에 덮여 뿌옇기는 했지만 지대가 높아 카이로가 잘 보였다. 우리는 약속시간인 9시를 맞추기 위해 6시에 일어나 2시간반 전에 출발했는데 미국부부인 타냐와 존은 약속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조금 늦겠다고 왓앱으로 연락을 하더니 10시 30분이 지나서 나타났다. 와서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인사하는게 끝이었다. 뭐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우리도 그냥 웃으며 지금부터의 시간이라도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근데 오자마자 사전에 이야기가 없던 이집트여성 가이드를 소개하며 20달러를 줘야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녀가 피라미드를 안내하며 유적에 대한 설명을 해줄거라고 했다. 우리랑 사귀고 함께 여행을 즐기려는 것 보다는 가이드비 나눠 낼 사람이 필요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많이 찜찜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 한시간 반만에 비로소 입구를 벗어나 피라미드 가까이 이동을 했는데 중간에 이 부부는 또 사라져버렸다. 늦게와서 입구며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을 느긋하게 찍고 한참 뒤에 합류했다. 가이드분이 우리에게 이 사람들 어디갔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겨우 다 모여서 드디어 가이드분이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상한 영어 발음을 탄이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고 나는 웬만한 이집트에 대한 것은 다큐멘터리며 책 등을 통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녀의 이야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시간만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잠시 끊겼을 때 사정을 이야기하고 당신께 사례를 하고 우리는 따로 다니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타냐가 말한 20달러를 줘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양심적인 가이드는 자기가 한 것이 없다며 받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약간의 사례를 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오전에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그런 일로 오늘 전체의 기분을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평생 다시오기 힘든 이집트 피라미드인데, 저 사람들 따라다니며 계속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결단을 내리기 잘했다고 생각하며 우리끼리 기분좋게 피라미드를 구경하며 즐기기로 했다. 제일 큰 푸쿠왕의 피라미드에는 돈을 추가로 더 내면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 들어가본적이 있는 나는 탄에게 "들어가봤자 안에 유물이라곤 다 가져가서 볼거 하나도 없고 무지 낮은 통로를 생고생하며 들어가야해."라고 얘기해주었더니 미련없이 포기한다. 두번째 피라미드로 가는 길에 있는 낮은 건물유적이며 길가에 쌓여있는 돌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게 보인다. 피라미드 공원에는 큰 피라미드가 3개, 스핑크스가 하나 있는데 조금 힘들긴 하지만 걸어서 찾아가보기로 했다. 도보가 어려운 사람들은 낙타나 마차를 타기도 했다. 날씨가 매우 맑고 겨울이라 낮에도 햇빛아래에서 걸을 만 한 기온이라 피라미드 사이를 산책하는 것은 매우 기분 좋고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졌다. 한참 걷다가 언덕위에 뭔가 현대적인 건물과 광장같은 것이 있어 궁금해서 가보았다. 피라미드와 잘 어울리는 멋진 석조건물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었다. 많이 걸어서 피곤하던 차에 커피한잔 하며 쉬기 좋겠다 싶어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인테리어가 너무 예쁘고 메뉴를 보자 가격이 예상보다 그리 비싸지 않아 우리는 아예 점심식사를 이곳에서 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안내된 자리는 피라미드 3개가 한눈에 보이는 야외테라스였다. 날씨도 좋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의자에 앉아 편안히 피라미드를 보며 이집트 음식을 먹다니 이거야말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최고의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주문한 이집트 정식은 빵을 주식으로 하고 콩과 감자, 계란등으로 간단하게 요리한 것들이었는데 아주 맛있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에 취해 먹을만 했다. 손님도 많지 않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종업원들도 모두 매우 친절해서 오전에 상했던 기분이 모두 날아가버리는 듯 했다. 이곳에서의 식사와 피라미드를 앉아서 편히 구경한 기억은 평생 남을 것 같다. 식사 후에는 공원이 생각보다 많이 넓어 계속 걸어다닐 엄두가 안나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오기로 했다. 도로도 있고 군데군데 주차할 곳도 있어 차를 가져온 사람들은 공원 내부를 차로 타고 다니는 것을 파악했다. 피라미드를 실컷 구경했으니 이제 스핑크스를 찾아볼 차례. 조금 헤메다가 드디어 어떤 언덕을 내려가는 중 스핑크스 뒤통수를 발견했다. 스핑크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마무리를 했다. 다음 목적지는 어젯밤 마흐멧이 반드시 가보라고 추천해준 2017년 개관한 이집트국립문명박물관이다. 이곳은 나도 한번도 안가본 곳이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지하 주차장이 잘 되어있다. 이집트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현대적인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검색대를 통과해서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오자 조형물이며 조경이 너무너무 이집트스럽고 멋지게 잘 되어있는 박물관 광장이 나왔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기프트샵 앞의 파라오 상이 나를 유혹했지만 나올때 가기로하고 일단 전시를 구경하러 들어갔다. 내국인과 외국인 표값이 많이 차이가 난다. 외국인은 약 1만원 정도 했고 이집트사람들은 4분의 1가격이었다. 주차비도 함께 계산했다. 터널같은 복도를 지나 드디어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박물관에 들어가면 촬영을 못하게 하겠지 싶었는데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 "이야, 개꿀!"하며 마음껏 촬영을 했다. 매우 깨끗하고 훌륭한 전시장에는 내가 정신못차릴 정도로 아름답고 역사적인 고대 이집트 유물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무덤에서 나온 각종 인형, 장신구, 토기 등 하루종일 보라고 해도 질리지 않을 흥미진진한 물건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구경했다. BC1000년경의 어떤 공주의 천 발다킨(제단이나 왕좌 위에 덮어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데 사용되는 독립형 캐노피)은 그 색과 질감이 크게 삭지 않고 남아있어 당시의 화려함에 감탄이 나왔고, 나무관, 석상, 부장품등에 섬세하게 조각되고 채색된 그림과 상형문자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문명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지하의 미이라관이었다. 인기 장소답게 줄을 서서 천천히 들어갔는데 어두운 전시실에 유리관에 누워있는 실제 파라오와 왕비들의 미이라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책으로 영상으로 들어온 유명한 몇천년전 이집트왕들의 미이라를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니 놀랍고 신기한 한편, 영원한 생명을 꿈꾸며 최고의 기술로 미이라로 만들어져 오랜 세월을 지나왔는데 결국은 전세계 사람들의 구경거리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착잡했다. 카이로 관광을 마치고 다시 마흐멧네로 돌아왔다. 저녁에 친구와 함께 외출을 했다. 마흐멧의 핸드폰을 우리 렌트카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그가 좋아하는 이집트 음악을 함께 들었다. 내가 영화에서 본 이집트 옷을 사고싶다고 말하자 마흐멧은 우리를 옷가게 있는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몇군데를 가보았지만 내가 보았던 옷위에 걸칠만한 샤방샤방 얇은 천으로 된 아랍식 드레스는 찾을 수 없고 매우 두껍고 무거워보이는 긴 원피스만 보였다. 마흐멧에게 이야기하니 보통 아랍여자들은 절대 그런 샤방한 옷을 안입는단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판타지같은거라며 그런 것을 일반적으로 사기는 힘들거라고 했다. 옷구입은 포기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 마흐멧은 어디서 배웠는지 "환.영.하.다."라는 한국말을 우리에게 자꾸 한다. 스마트 폰 번역기를 활용한 듯 하다. 이집트 시골동네에서도 한국말을 한마디라도 아는 사람이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우리는 타진(작은 도기그릇에 고기, 야채, 소스등을 넣고 오븐에 구운 음식)과 마흐멧의 추천음식 몇가지를 시켰다. 현지친구가 있으면 식당에서 헤메지 않아 너무 좋다. 끈적끈적한 초록색 스프가 나왔는데 공중에서 길게 늘이며 섞는다. 이렇게 하면 더 맛있어진다고 한다. 뭔가 메생이같기도 하고 좀 생소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꽤 입맛에 맞았다. 탄은 비둘기요리에 도전했다. 통째로 들고 망설임없이 중간을 '앙' 뜯어먹는 모습이 산적같다. 한입 뜯으니 속이 노란 밥알로 채워져있는 것이 보였다. 맛있게 잘 먹고 근처 카페로 이동해서 차와 흘러내리는 듯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었다. 너무 달지않을까 걱정했지만 따뜻하고 찬 온도차와 크게 달지 않은 맛이 조화롭게 느껴져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희안한 담배같은 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우리가 궁금해하자 마흐멧은 주문을 했다. 바로 물담배였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물담배가 좀 두렵기도 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랴 싶어 한모금 훅 들이켰는데 뭔가 희안한 향과 거부감이 들어 두번은 사양했다. 탄이도 별로 안맞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마흐멧 덕분에 현지체험을 제대로 잘한 즐거운 저녁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AcZAm4-qGqI?si=tWg9xvjqo3vg2O9K>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03 16:44:22[파이낸셜뉴스] "잘가. 여수가 말혔지. 내 특벨헌 비밀을 알려주께. 무진 간단헌 겨. 맘이루 보야 혀. 중헌 건 눈이 뵈덜 않거든."(어린왕자 충남도 사투리편 중에서) 충남도 독일사무소가 독일 현지에서 한글로 된 '어린왕자 충남도 사투리'편 책자를 펴내 화제다. 충남도는 도 독일사무소와 독일 틴텐파스 출판사가 협업을 통해 독일 아마존 온라인 서점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충남도 사투리(한글)편’을 출간했다고 2일 밝혔다. 번역은 예산군 기반 충청말 연구가이자 문인인 이명재씨가 참여해 어린왕자 초판이 발행된 1943년께 충남 지역 아동의 말과 정서를 담아냈다. 독일 틴텐파스 출판사는 언어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토착문화를 보존하기위해 전세계의 독특한 언어로 번역된 어린왕자를 출간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 지역 방언은 물론 이집트 상형문자, 모스부호 등 모두 219편의 에디션을 소개했다. 틴텐파스사 대표인 발터 자워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와의 협업으로 이뤄진 의미 있는 사례"라며 "전 세계 어린왕자 도서 수집가는 물론 한글과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충남 사투리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 책을 활용해 독일한국어교육원 및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독일의 5개 대학과 협업 사업을 구상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는 오는 11월 열리는 사투리 경연대회에서 백일장 주제 도서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4-10-02 08: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