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왕립 음악기관인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 악보 등 한국 근대음악의 근간이 된 음악 사료들이 대규모로 전시되고 있다. 선조들이 섬세한 연주를 통해 음악의 영역 넓히고자 했던 만큼 우리 음악의 이해를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국악원은 이왕직아악부 악보(정간보·오선악보) 등 전통음악 사료 93건을 한데 모은 '기록으로 남은 우리 음악'전을 오는 11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왕직아악부 악보는 일제강점기 조선 왕실 음악기구인 장악원을 이왕직아악부로 격하하면서 당시 아악부원들이 기록으로 남긴 악보를 의미한다. 이 악보들은 전통 고유의 방식으로 기록한 '정간보'와 서양식 기보법인 '오선악보'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8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왕직아악부 악보는 정간보 11책과 오선악보 196건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정간보 11책 전권과 오선악보 8건을 전시해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전 기록된 정간보는 모든 악기의 악보를 한 악보에 집약시킨 '총보'였던 반면, 이왕직아악부의 정간보는 악기별 악보로 나눠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악기별로 기록한 악보는 전체 곡의 흐름 속에서 각 악기의 섬세한 연주와 표현을 살펴볼 수 있어 기록의 가치가 크다. 한편 이왕직아악부 오선악보는 정간보 형식으로 전승되던 정악 계통의 음악들을 최초로 서양식 악보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악원 측은 "근현대기 한국의 전통 음악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자 이왕직아악부원들이 직접 오선보로 옮겨 기록해 전통음악의 범위와 생명력을 넓힌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이번 전시는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악학궤범', '삼죽금보', '가곡원류'와 1920년대 녹음된 유성기 음반 '조선아악', '아악정수' 등 29건의 음악 기록물들도 소개한다. 전시에 공개된 '악학궤범'은 1493년(성종 24년) 예조판서 겸 장악원 제조 성현을 비롯해 유자광, 신말평, 박곤, 김복근 등이 왕명에 따라 엮은 조선의 음악 이론서다. 국악기와 국악곡에 대한 설명은 물론, 연주 시의 의례나 법식, 노래의 가사 등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실어 조선 음악을 이해 하는데 귀중한 사료다. 또 '삼죽금보'는 조선 후기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집이며, '가곡원류'는 1876년(고종 13년)에 박효관과 안민영이 편찬한 시조집이다. 특히 '가곡원류'는 '해동가요', '청구영언'과 더불어 한국의 3대 가곡집으로 평가 받으며, 시조·가사 등 800여개가 수록된 방대한 양을 지니고 있다. 이밖에 전축기의 근간이 된 '유성기' 등 관련 유물들도 우리 근대음악 역사를 돋보이게 한다. 유성기는 소리가 녹음된 원반(SP)을 재생하는 장치로 19세기 전후 조선에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당시 유성기가 있는 집에 삼삼오오 모여 소리를 듣던 곳을 '유성기 처소'라고 불렀던 기록이 남아 있다. 궁중음악 기록을 담은 음반인 '조선아악'(1928)과 제5대 아악사장 함화진이 저술한 조선음악에 대한 음반 해설 책자 '아악정수'(1943)의 해설집 등도 이번 전시에 출품됐다. 국립국악원 측은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기념해 기획한 이번 전시를 통해 궁중·풍류 음악이 전승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선조들의 자료를 돌아볼 수 있다"며 "우리 음악 기록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8-15 18:32:07일제시대 왕립 음악기관인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 악보 등 한국 근대음악의 근간이 된 음악 사료들이 대규모로 전시되고 있다. 선조들이 섬세한 연주를 통해 음악의 영역 넓히고자 했던 만큼 우리 음악의 이해를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국악원은 이왕직아악부 악보(정간보·오선악보) 등 전통음악 사료 93건을 한데 모은 '기록으로 남은 우리 음악'전을 오는 11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왕직아악부 악보는 일제강점기 조선 왕실 음악기구인 장악원을 이왕직아악부로 격하하면서 당시 아악부원들이 기록으로 남긴 악보를 의미한다. 이 악보들은 전통 고유의 방식으로 기록한 '정간보'와 서양식 기보법인 '오선악보'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8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왕직아악부 악보는 정간보 11책과 오선악보 196건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정간보 11책 전권과 오선악보 8건을 전시해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전 기록된 정간보는 모든 악기의 악보를 한 악보에 집약시킨 '총보'였던 반면, 이왕직아악부의 정간보는 악기별 악보로 나눠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악기별로 기록한 악보는 전체 곡의 흐름 속에서 각 악기의 섬세한 연주와 표현을 살펴볼 수 있어 기록의 가치가 크다. 한편 이왕직아악부 오선악보는 정간보 형식으로 전승되던 정악 계통의 음악들을 최초로 서양식 악보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악원 측은 "근현대기 한국의 전통 음악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자 이왕직아악부원들이 직접 오선보로 옮겨 기록해 전통음악의 범위와 생명력을 넓힌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이번 전시는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악학궤범', '삼죽금보', '가곡원류'와 1920년대 녹음된 유성기 음반 '조선아악', '아악정수' 등 29건의 음악 기록물들도 소개한다. 전시에 공개된 '악학궤범'은 1493년(성종 24년) 예조판서 겸 장악원 제조 성현을 비롯해 유자광, 신말평, 박곤, 김복근 등이 왕명에 따라 엮은 조선의 음악 이론서다. 국악기와 국악곡에 대한 설명은 물론, 연주 시의 의례나 법식, 노래의 가사 등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실어 조선 음악을 이해 하는데 귀중한 사료다. 또 '삼죽금보'는 조선 후기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집이며, '가곡원류'는 1876년(고종 13년)에 박효관과 안민영이 편찬한 시조집이다. 특히 '가곡원류'는 '해동가요', '청구영언'과 더불어 한국의 3대 가곡집으로 평가 받으며, 시조·가사 등 800여개가 수록된 방대한 양을 지니고 있다. 이밖에 전축기의 근간이 된 '유성기' 등 관련 유물들도 우리 근대음악 역사를 돋보이게 한다. 유성기는 소리가 녹음된 원반(SP)을 재생하는 장치로 19세기 전후 조선에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당시 유성기가 있는 집에 삼삼오오 모여 소리를 듣던 곳을 '유성기 처소'라고 불렀던 기록이 남아 있다. 궁중음악 기록을 담은 음반인 '조선아악'(1928)과 제5대 아악사장 함화진이 저술한 조선음악에 대한 음반 해설 책자 '아악정수'(1943)의 해설집 등도 이번 전시에 출품됐다. 국립국악원 측은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기념해 기획한 이번 전시를 통해 궁중·풍류 음악이 전승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선조들의 자료를 돌아볼 수 있다"며 "우리 음악 기록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8-15 09:23:00서울의 한여름 밤이 문화체험 꿈 터로 변신한다. 역대 최고 6월 기온을 기록한 올 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한 밤의 문화활동이 매주 금요일 서울에서 이어진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매주 금요일 시립문화시설 9곳을 오후 9시까지 개방하고 특별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 문화의 밤'이 진행된다. 퇴근 후 야간에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기고 싶어 하는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야간 행사가 이어지는 박물관·미술관·전통문화공간·도서관 등은 △서울역사박물관·한성백제박물관·서울공예박물관·서울우리소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산골한옥마을·운현궁·세종충무공이야기 △서울도서관 등이다. 박물관·미술관은 도슨트투어 및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도서관은 작가와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북토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남산골한옥마을·운현궁 등 전통문화공간에서는 한옥콘서트, 다도체험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 마술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서울 문화의 밤'은 지난 4월 19일 첫 행사 후 매주 참여 시민들이 늘어 일 평균 3000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지난 7일 서울공예박물관 야외 영화 상영회에 참여한 시민 정미경(33)씨는 "평일 퇴근 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는데, '서울 문화의 밤' 덕분에 이른 주말을 맞이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오는 7월 4일에는 실내 위주의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서 은하수밴드가 재즈공연을 하고, 한성백제박물관 로비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참여하는 '세종문화회관 예술로 동행 - 렉쳐콘서트'가 열린다. 운현궁 앞마당에서 여름 밤 고즈넉한 티타임을 가져보는 '구름재 다실', 서울도서관이 준비한 '니키포르 - 나이브아트의 거장' 책을 쓴 마리아 스트셸레츠카 작가와의 만남 등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각 문화시설에서 운영 중인 자체 프로그램도 밤 9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한성백제박물관 앞마당에서는 우리 가족만의 텐트를 꾸며보는 '백제왕성 달빛캠프'를 운영하고, 서울공예박물관은 기획전 '장식 너머 발언'을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는 어린이 뮤지컬 '똥돼지 왕방귀'를 무대에 올린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상설전시 '한옥에서 듣는 우리소리'도 밤 9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한편 정가 3만~5만원의 대학로 연극, 무용, 뮤지컬 등을 매주 1편씩 선정해 1만원에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는 '야간공연 관람권'도 운영 중이다. 7월 5일 '달빛 간이역', 7월 12일 '가족의 탄생', 7월 19일' 빵야', 7월 26일 뮤지컬 '사의 찬미'를 1만원만 내고 관람할 수 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06-27 17:59:59[파이낸셜뉴스] 120년 전 봄이 나리던 어느 날, 덕수궁 돌담길에서 마주친 배재학당, 이화학당 학생들의 청춘과 로망은 어떠했을까? 서울 중구는 오는 24~25일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정동야행(貞洞夜行)’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로맨틱 정동, 봄으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봄밤의 낭만을 상춘객과 나눈다. 정동야행은 정동 곳곳에 자리한 근대 문화시설이 동시에 문을 열고 근대 문화의 멋과 낭만, 역사를 시민과 나누는 중구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축제다. 24일 오후 6시부터 행사 시작24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25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덕수궁과 정동 곳곳에서 정동야행 행사를 진행한다. 7개의 테마로 구성한 이번 행사는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 및 문화공연인 야화(夜花) △정동길 체험프로그램인 야사(夜史) △거리 공연인 야설(夜設) △역사해설투어인 야로(夜路) △야간경관인 야경(夜景 △먹거리인 야식(夜食) △예술장터 및 공방인 야시(夜市)로 꾸몄다. 특히 올해 행사엔 중구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 ‘미리 정동야행’을 개최, 중구민들에게 정동야행 코스를 미리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7일엔 중구민 18명을 초대해 ‘미리 정동야행 주한영국대사관 사전 투어’를 진행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투어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대사관 내부를 직접 설명했다. 13일에는 ‘아이와 함께, 가족들과 미리 정동야행’을 진행했다. 홈즈리더와 입주민, 아이들 등 15명이 문화해설사와 함께 봄날 정동길의 낭만을 만끽했다. 17일에는 덕수궁 석조전에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협의회를 초대해 ‘덕수궁 석조전 특별 해설 투어’를 진행했다. 36개 시설 야간개방...다채로운 공연도이번 정동야행에는 공공기관, 문화재, 박물관, 전시관, 대사관, 미술관, 종교시설, 공연장 등 36개 시설이 참여해 야간 개방과 공연, 전시, 특강 등을 선보인다. 지난해보다 3개 시설이 더 참여했다. 추가로 합류한 곳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트조선스페이스, 스페이스 소포라다. 축제의 막은 고궁 음악회가 올린다. 24일 오후 7시 덕수궁 중화전 앞 무대에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 클래식 연주자들로 구성된 클럽M이 올라 전통음악과 클래식의 조화로운 선율을 선보인다. 청소년 가족 대상 역사 강연도 마련했다. 25일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정동이 품은 우리역사’를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 지하1층 세마홀에서 강의한다. 국토발전전시관에서도 24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5일 오후 3시부터 오후 9시 사이 매시 정각, 매시 30분마다 해설이 이뤄진다. 현장에서 접수 후 참여하면 된다. 25일 오후 4히 30분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정동야행의 스테디 셀러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과 영국에서 만든 각각 다른 소리의 파이프오르간 선율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24일 오후 7시30분과 8시30분, 25일 오후 4시와 5시에 오르간 연주회가 열린다. 연주가 끝나면 로마네스크 양식과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성당 내부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중명전 앞마당에서는 25일 오후 4시 배우 이광기의 진행으로 서도소리를, 오후 7시에는 가야금 공연단 ‘누룽지’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광화문연가'의 '눈 덮인 교회당' 그곳정동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작해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국립정동극장, 이화여고, 경향신문사 빌딩에 이르는 길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근대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자 나라 잃은 아픔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이국적인 정취로 인해 연인들이 데이트를 나누는 낭만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가수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연가‘의 가사 중 ‘눈 덮인 교회당‘이 바로 정동제일교회다. 근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역시 정동이다. 고종이 일제의 눈을 피해 덕수궁에서 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 갔던 ‘고종의 길’이 복원돼 비운의 역사를 곱씹게 한다.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에서 1년간 머물다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독립의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서구열강의 공사관이 정동에 모여들었다. 미국, 영국, 러시아공사관이 차례로 들어오고 다른 나라들도 정동 일대에 외교공관을 잇달아 설치해 정동 일대는 ‘공사관 거리‘로 불렸다. 지금도 정동에 미국과 영국, 캐나다 대사관 등이 남아 있는 이유다.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의 파이프 오르간 뒤에는 송풍실로 불리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와 학우들이 일본 경찰들의 눈을 피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등사했다고 한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05-21 15:21:06[파이낸셜뉴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서울곳곳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축제와 행사가 열린다. 서울시는 5월에 공원·박물관·서울광장 등에서 100여개의 가족 축제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우선 연휴를 2일 월드컵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동행가든 맹꽁이정원에서 꽃으로 명화만들기, 곤충과 꽃 생태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나는 꽃'을 진행한다. 정원을 상상하며 그린 어린이 그림 30여점도 전시한다. 3일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야간 문화예술프로그램 '서울 문화의밤-어린이날 특별행사'를 개최한다. 서울역사박물관·한성백제박물관·서울공예박물관·서울우리소리박물관 등 박물관 4곳,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서관, 남산골한옥마을·운현궁·세종충무공이야기 등 9곳에서 진행한다. 3 올림픽공원 내 몽촌토성에 어린이박물관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도 개소한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백제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연휴 기간인 4~6일에는 서울 곳곳이 축제로 가득 찬다. 4~5일 노들섬에서는 국내 유일 서커스전문축제 '서울서커스페스티벌'을 개최해 전통 연희부터 현대 작품까지 국내외 서커스 공연 17편과 서커스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책읽는 서울광장'은 4~5일 거대한 동화마을로 변신한다. 아이들이 직접 동화 속 주인공이 돼보는 '의상 체험존'을 비롯해 마임, 아카펠라, 창작동화 연극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는 새롭게 조성된 후문 문화의거리, 매력가든, 숲속의무대, 열린무대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쳐지는 '2024년 서울어린이 대공원 GO!페스티벌'을 연휴 3일간 진행한다. 청소년을 위한 행사도 있다. 5일 어린이대공원 포시즌가든에서는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와 함께하는 ‘미지, 세계와의 만남, 글로벌 부루마블 in 어린이대공원’이 열린다. 전 세계 20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이번 행사는 100여명으로 이뤄진 국내외 청소년 자원봉사자가 직접 운영과 진행에 참여했다. 북서울꿈의숲에서 4일에는 '가족과 함께! 강북구 어린이 놀이터!'가 열린다. 마칭밴드의 오프닝 퍼레이드부터 뽀로로 친구들 싱어롱 쇼, 동요 디제잉 등 다채로운 쇼를 진행한다. 5일에는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정원을 가꾸는 '어린이 동행정원학교'를 운영한다. 문화비축기지 야외무대에서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 '길동무 북두칠성 그림자극'를 상영한다. 이야기꾼과 놀이꾼이 객석과 무대를 넘나드는 그림자극이다. 4~5일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돈의문 골목시장 펀 마켓'이 열린다. 어린이가 직접 판매자로 참여하는 '어린이 중고마켓'을 비롯해 마을 도슨트와 함께 미션을 수행하며 마을 곳곳을 여행하는 '마을 이야기 투어'도 운영한다. 서울공예박물관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가 함께 공예품을 만들어보는 세대 화합 프로그램인 '대대손손 공예'를 6일 개최한다. 서울식물원에서도 4~5일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 대표 나들이 명소인 남산공원·낙산공원·용산가족공원에서도 4~5일 다양한 체험, 놀이 등 어린이날 특별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편 어린이날 문화예술 프로그램 세부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 또는 서울문화포털,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05-01 14:31:25문화정책이 주업인 장관이 순천만국가정원을 보고 '화난' 민심을 들먹였다. 정확한 진단이다. 개인의 '화'는 집단의 '성'으로 진화한다. 모두 '성난' 민심에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정치집단의 성난 민심 달래기란 제 몫 챙기는 목소리만 겨냥할 뿐 진정으로 성난 민심의 실체는 내팽개친 상태다. 성난 민심의 과거는 들불 같은 민란으로 번졌던 기억이 새롭다. '지방소멸'이 키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었다. '폐촌'이란 말도 있다. 조어에 능란한 일본인들이 회자하였던 '지방소멸'과 '폐촌'의 결과, 일본의 지방은 소멸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1990년 여름방학을 보냈던 일본의 산촌마을 '유스하라'는 아직도 건재하다. 주민들은 조용히 건강장수를 실천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모든 면에서 속도가 느려진 사람들의 숫자는 그대로이고, 이른바 '슬로 라이프'가 안착하였다. 행정의 노력으로 의료 서비스가 정비되었고, 합병된 학교의 통합 운영으로 교육 서비스도 안정되었다. 의사들은 산골에서 왕진을 다니고, 교사들은 벽지로 전출한다. 의사 한 명에 배당된 환자 숫자와 교사 한 명이 감당하는 학생 숫자가 소수이기 때문에 파생되는 서비스의 질이 상승하였고, 산골에서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이어지고, 벽지로 유입되는 젊은이의 숫자가 노인 사망의 공간을 메운다. 선행 사례로부터 인구과소화가 결코 나쁜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을 학습해야 한다. 도시의 최첨단 의료, 교육과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슬로 라이프'의 안정에서 얻어낸 삶의 질이 도시의 소란스러움에서 빚어지는 악질 삶을 능가하는 만족감을 제공한다. '지방소멸'과 '폐촌'이라는 얘기를 꺼낸 이유는 후발주자의 대표 격인 한국 사회도 '슬로 라이프'를 구가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서다. '하면 된다'는 방식으로 '잘 살게 된' 순풍을 지탱해온 자신감이 있다. 전제조건은 '행/정'의 줄서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간사한 무리들에 대한 심판이다. 미국 농촌과 일본 산촌에 산재한 학교들과 공공건물들은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행사의 거점 역할을 한다. 음악회와 미술전람회가 상시 개최되고, 주민들은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여 행사를 준비하는 주인공들로 참여한다. 축제라는 것이 가수 초빙의 '덩그런' 행사로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이 없다. 시집갔던 새댁이 친정 동네의 축제 참가를 위해 자녀들을 데리고 일시 귀향한다. 향토의 과거와 현재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박물관들은 주민의 살림살이를 온전히 보전하고 과거의 삶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보잘것없는 과거라고 살림살이를 내팽개치는 법이 없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안착한 대한민국에서 의료와 교육의 서비스 질은 궁극적으로 행정과 정치의 몫이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토착정치와 과잉토목의 결탁으로 줄줄 새는 세금을 생각하면 '행/정' 시스템의 문제일 뿐 경제 문제는 아니다. 현재 한국 농촌의 어디를 가나 허물어져가는 농가들이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자리한다. 수도권 일극화 발전을 추구한 '행/정'의 결과다. 석양에 연기가 피어오르던 굴뚝은 사라진 지 오래고, 푸근하게 다가오던 둥그런 초가와 기왓장 추녀에서 낙숫물 떨어지던 로망스가 자취를 감춘 지는 기억에도 가물거린다. 할머니로부터 물려진 반닫이를 마르고 닳도록 닦던 어머니의 손길은 온데간데없다. 허물어진 농가와 스러져가는 흙담 사이로 어슬렁거리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지방소멸'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폐가의 구석에 자리한 뒤웅박과 깨어진 옹기, 다 뜯겨 나간 봉창이 어머니가 애지중지하시던 살림살이가 아니었던가. 빛바랜 교과서와 아이들의 공책이 찢겨나간 모습으로 뒹구는 마당에 정 붙일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 조부모, 내 부모가 만들어왔던 고향의 살림살이! 그것이 이 땅의 근대화와 10대 강국의 밑거름이 된 역사라고 구가하는 사람들이 바로 뒤돌아서 우리의 살림살이를 내팽개친 결과가 '지방소멸'이다. 전라도 고흥 땅에서 대대로 팔영산을 바라보며 울릉도까지 노를 저었던 흥양어부의 살림살이가 있었다. 충청도 내포 들녘의 마을에서는 초상집에 동원된 개의 마릿수가 장례 행렬의 규모를 가늠케 했다. 경상도 산골짜기 영양에는 동학의 기운이 일월산 줄기에서 흘러내리는 정기를 보여준다. 지방마다 가지가지 아름답던 우리네의 살림살이가 획일적인 토목공사와 아파트 건설로 무너져간 역사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라. 따뜻하던 손길의 살림살이가 내팽개쳐지는 상황을 초래하는 '행/정'이 '지방소멸'의 원인이다. 박물관이다, 미술관이다 그런 이름의 시설들이 생기는 족족 고대광실에서 배불리 먹고 기름지게 살던 흔적만을 보여준다. 왕후장상의 살림만 문화유산이라고 세금을 들인 국립박물관만 13개나 된다. 내팽개쳐진 서민의 살람살이를 돌보는 국립박물관은 달랑 한 군데 경복궁에 자리잡았다. 그것도 어느 지방으로 쫓겨갈 운명이란다. 황금만능주의가 정확하게 실천된 곳이 한국이라는 외국 학자의 비판에 부끄러움만 축적된다. 그것이 한국문화라고, 그래서 K팝 문화의 '원형'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자랑한다. 자위 추구의 문화정책은 이제 그만해라. 그만큼 했으면 자위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자위 끝에는 허탈이 있고, 허탈 너머에는 허약이 온다. '금준미주'의 모습만을 유산이라고 생색 내는 거창한 국립박물관들이 스러져가는 살림살이가 내팽개쳐진 모습과 대각점에 있음을 잊지 말라. 일극체제 일변도가 '지방소멸'의 원흉이다. 다극체제가 해결방안의 시동 걸기 역할을 한다. 최소한도 광역지자체에는 한 군데씩 그 지방을 지켜온 서민 대중의 토속적인 살림살이를 보살피고 섬기는 국립박물관으로 보답해라. 주민 중심의 '행/정'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정신으로, 내팽개쳐진 우리네의 소박한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수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농어촌과 산골의 살림살이가 돌아올 수 있기를 기다려야 한다. 인간만사와 살림살이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이 모여야 따뜻한 지방이 만들어진다. 차가운 돈잔치로 해결하려는 의료와 교육 서비스만으로는 지방소멸의 추세를 멈출 수가 없다. 주민 중심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살려야 한다. 내팽개쳐진 우리네 살림살이가 '성난 민심'의 씨앗으로 자라고 있음을 직시하라. 고향의 따뜻함이 노인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불러온다. 아름다운 살림살이가 안착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조성하자.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 전경수 교수 약력 △1949년 출생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졸업 △미국 미네소타대 인류학 박사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중국 윈난대 객좌교수 △일본 규슈대 객원교수 △대표 저서 '문화의 이해' '환경친화의 인류학' '한국인류학 백년'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4-15 18:34:53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차에서만 지내기 5일째, 러시아 카우치 서핑 친구 문코네서 겨우 샤워는 한번 했지만 제대로 된 숙소에서 건강도 회복하고 쉬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다음 도시에서는 꼭 편히 쉴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치타를 떠나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라는 울란우데를 향해 간다. 넓은 초원에 풀 뜯는 말들.. "여기는 몽골 같네" 울란우데가 가까와지자 도로옆을 따라 "셀렝가"라는 예쁜 강이 흐른다. 넓은 초원에 풀을 뜯는 말들도 여러마리 보인다. 도로면도 좋아져 운전하기가 한결 편해졌고 지금껏 보아온 작은 마을들과는 다르게 잘 사는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울란우데에 들어서니 과연 큰 도시였다. 중심가에는 꽤 높은 빌딩도 여럿 보이고 몽골풍의 건물과 육교, 벽화 등이 무척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길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 같아보여 여기가 러시아라는 사실이 잘 안 믿겨질 정도였다. 오랜만에 도시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제대로 된 숙소를 잡아 하루이틀 푹 쉬어보기 위해 검색을 했다. 러시아에서는 에어비앤비나 구글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대신 슈퍼스타의 장사장님이 알려준 "오스트로복(Ostrovok)"이라는 숙박앱으로 주차가능, 와이파이, 주방이 있는 숙소를 찾았다. 러시아에서 우리끼리 숙소를 예약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앱을 통해 숙박비까지 지불하고 나니 달랑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준다. "헉, 상세주소도 없이 전화번호만 나오네?" 좀 당황했지만 제발 주인이 영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화를 해보니 자동응답 러시아어만 반복해서 나온다. 아마도 없는 번호라는 듯하다. 돈은 이미 지불되었는데 날린걸까, 여기서도 못쉬고 또 차에서 자야하나 낙심해서 어쩔줄 몰랐다. 한참을 고민하다 하바롭스크의 이반이 생각났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메신저 '왓츠앱(whats)으로 예약한 스샷과 전화번호를 보내며 "이게 어떻게 된건지 좀 알아봐달라"고 도움을 청해보았다. 고맙게도 이반이 바로 답을 보내주었다. 역시나 잘못된 번호란다. 아마도 집주인이 숙소등록을 할때 번호를 잘못 입력한게 아닐까 싶었다. 기다리라고 한 후 한참을 알아봐주더니 너무 반가운 답이 왔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과 연락이 닿았고 예약은 잘되서 주인이 우리 문자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반의 도움으로 체크인시간보다 이른시간에 잘 안내받아 숙소에 찾아갈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8층 높이의 아파트였는데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러시아식 에어비앤비인듯 일반 아파트에 주방, 테이블, 소파, 침대, 넓은 방과 거실,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멋진 욕조까지!!! 아파트의 넓은 발코니에서는 울란우데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바로 옆에는 1965년에 지어진듯한 전차 종점이 있었는데 아직도 사용되는듯 전차들이 오가는 모습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러시아식 에어비앤비에서 '풀충전' 새 길을 갈 힘을 얻었다 꽤 큰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니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는듯 행복했다. 이틀간 잘 쉬고 풀충전을 하고 새 길을 갈 힘을 얻었다. 카우치 친구네집에 묵는 것이 좋은 경험과 인연을 만들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쁜일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문화차이가 큰, 처음만난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서로 마냥 쉬운일은 아니다. 매사에 조심하고 배려하느라 신경쓸 일이 아주 많은 편이다. 그래서 숙소를 잡는 것은 누구 눈치볼 것 없이 우리끼리 편안하게 쉬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이튿날 낮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한국식당을 찾아 오랜만에 비빔밥과 국수로 기분좋게 배를 채웠다. 무엇하나 부족함 없고 오히려 넘쳤던 울란우데에서 잘 먹고 잘 쉬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한다. 시간변경선을 두세개 지나온 듯하다. 한참 이동하다보면 스마트폰 시간이 자동차의 시계와 다른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비행기여행과는 달리 이동하며 한시간씩 시간이 빨라지는 경험이 희안하다. 시차는 걱정할 일이 없다. 바이칼 호수가 점점 가까워 온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바이칼. 유명한 이름만큼 기대가 컸다. 드디어 나타난 바다같은 커다란 호수를 발견하고 "와!"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절대 호수라는 상상도 못할듯한 끝없는 수평선. 우리가 바이칼에 왔구나! 이것이 세계 최대호수 바이칼! 우리는 바이칼 호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싶어 호수 남쪽에 있는 "바이칼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다. 시간변경선 덕으로 한시간을 벌었고 꽤 늦은 7시까지 한다고 해서 여유있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이곳은 아마도 우리가 러시아를 여행중에 방문하게 될 유일한 관광지일듯 싶었다. 입장료는 인당 200루블(약 4000원). 박물관에는 바이칼에 사는 동-식물들, 구전되는 이야기들, 환경생태등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고 특히 안쪽에 '사람들과 바이칼(People and Baikal)'이라는 전시공간에는 바이칼의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하는 콘텐츠가 있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안내하는 직원분이 본인 휴대폰으로 영어번역을 해가며 열심히 시범도 보이고 우리가 그곳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도와주셨다. 사람이 살게되면 자연은 오염될 수밖에 없는걸까? 깨끗하다고만 알고있던 바이칼이 이렇게 심각한 오염이 진행중이고 수중생물들이 위협을 받고있다니 마음이 착잡했다. 한가지 놀랐던 것은 박물관 시설이 여태껏 우리가 러시아에서 봐온 모든 것과 너무도 수준차이가 났던 것이었다. 서울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의 최첨단 관람시설에 화장실도 고급스럽고 청결하고 휴지와 비누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박물관 2층에 쇼파와 로비공간이 있어서 엄청난 바람에 거센 파도가 치는 바이칼호를 한동안 편하게 바라보았다. 야외에도 어린이들이 놀수있는 시설들이 공원처럼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다. 관람을 마친 우리는 그곳의 시설수준에 반해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하루 머물 생각으로 멋진 주차장에서 차박준비를 다 하고 저녁을 먹고있는데 누가 차를 두드린다. 관리하시는 직원이 이곳에서 차박은 안된다고 하시는듯ㅠㅠ... 서둘러 먹던것을 정리하고 차를 이동하니 마지막으로 나가는 우리차 뒤에서 주차장 차단기가 내려간다. 쫓겨나 풀이 죽은 나는 여기서 멀리 도망가고 싶었는데 탄이 나가자마자 있는 호수옆 작은 공터에 차를대면 어떻겠냐고 한다.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고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어 그러기로 했다. 그날밤 거센 바람에 차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장대비와 호수의 파도소리는 귓가를 때렸고 그 와중에 또 누가 여기서도 자면 안된다며 차를 두드리는 건 아닌가 신경이 곤두서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 죽은듯 잠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최고의 뷰라는게 바로 이런거구나." 다음날 깨어보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어있었다. 바다같은 호수에 아침해가 떠서 구름사이로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박의 진수를 맛보았다. 바이칼 호수위를 해리포터처럼 빗자루를 타고 날고싶은 내마음을 담아 드론을 띄웠다. 최대한 낮게 띄워달라고 탄에게 부탁했다. 대리만족이었지만 찍힌 영상을 보니 어떤 느낌일지 생생히 상상이 되어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이칼호수의 두번째 목적지인 레드샌드를 향해 출발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0PgyJHksakw>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4-15 10:14:33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설 연휴 때 가족·친척과 함께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장을 찾는 것도 좋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해 추억 쌓기에 안성맞춤이다.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은 9~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남산골 설 축제 '청룡이 복 나르샤'를 개최한다. 소원 쓰기와 새해 윷점, 전통놀이, 떡메치기 등을 민속놀이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은 9∼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청룡이 설레는 설 이벤트' 행사를 운영한다. 마을 곳곳에 있는 '갑진'과 '청룡 그림' 등을 찾아 홈페이지에서 퀴즈를 풀면 선물을 증정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1일 박물관 야외광장에서 '2024 설맞이 한마당' 행사를 연다.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 정각에 풍물놀이와 봉산탈춤 공연이 1시간씩 번갈아 열린다. 활쏘기와 투호 던지기, 말뚝이 떡 먹이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한성백제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연마당·참여마당·놀이마당으로 구성된 '설날 박물관 큰잔치'를 연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도 '2024년 다복다복 설날' 행사를 9∼12일 선보인다. 9일 낮 12시와 오후 2시에는 가야금 앙상블 '아랑'의 공연이 펼쳐진다. 같은 날 오후 1시와 3시에는 민요를 들으며 한 해의 길운을 기원하는 복주머니 손거울 만들기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운현궁은 9∼1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현궁 설맞이 민속 한마당' 행사를 연다. 10일 낮 12시에는 '떡국 나눔 마당'을 열고 선착순 300명에게 떡국을 나눠준다. 운현궁 마당에서는 제기차기·윷놀이·투호·고무줄 놀이 등 전통 놀이를 경험해 가족과 화합하는 장이 마련된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기관들도 설 연휴 기간 개관한다. 서울시 박물관과 미술관은 평소 월요일에 휴관하나 연휴 기간에는 월요일인 12일에도 문을 연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구본창 개인전: 구본창의 항해'가,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2023 KZ 프로젝트 만년사물'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오사카 파노라마전' 등이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전시관 뿐만 아닌, 한가로이 산책할 공간을 갖췄다. 전시장을 연결하는 게이트와 뒤편 언덕, 보물로 지정된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까지 거닐며 사색에 잠기거나 '인생샷'을 남기에 어울린다. 경복궁, 인사동, 북촌한옥마을도 가까워 이곳들과 연계해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삼아도 좋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정연두 작가의 '백년 여행기'는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어울린다. 정 작가는 퍼포먼스와 연출 중심의 사진과 영상, 설치 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멕시코 거주 한인 이민 후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들의 서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12일까지 열린다. 장욱진(1917~1990) 작가는 재료를 가리지 않는 자유로움, 끊임 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태도로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유화, 먹그림, 매직펜,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270여 점이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은 현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어 버전이 공연 중이며, 연중 다양한 전시도 선보인다. 그림자 회화(카게에) 거장 일본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오사카 파노라마 전(展)'이 진행 중이다. 세종 라운지는 다양한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이밖에 지방의 경우 경기도는 '화성 행궁'과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 충청도는 '반기문 평화 기념관'과 '아산 공세리 성당', 전라도는 '전주 한옥마을'과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경상도는 '부산 근현대역사관'과 '부산현대미술관', 강원도는 '국립춘천박물관'과 '강릉 오죽헌' 등이 설 연휴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됐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2-08 12:39:33"문화유산 긴급 보수공사,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담벼락 약 40m를 가리고 있는 초록색 가림막 틈새로 '드르륵'하는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에 한복을 입고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폭 2m가 채 안 되는 좁은 가림막 안에는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의 흔적이 있었다. 하얀색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들은 가림막 안과 밖에서 테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에어프레셔, 레이저 세척기, 화학 약품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된 상태였다. 추운 날씨에도 작업자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었다. 지나던 시민들은 경복궁의 현재 상황에 안타까워하며 피의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나 걸릴지 예측 힘들어"이날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흔적을 지우기 위한 복구 작업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큰 글자는 거의 다 지워진 상태였다. 다만 오염 물질이 남은 상황에서 강추위 여파까지 겹쳐 작업이 얼마나 이어질지, 완벽한 복구가 가능할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이날 복구 작업에 참여한 대부분 작업자들은 영추문 인근이 아닌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쪽에 투입됐다. 낙서가 오래될수록 오염물질이 석재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40여명의 작업자들이 교대로 복구 작업에 서두르는 이유다. 현장에서 만난 정소영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은 "현재 영추문 쪽은 색을 빼놓는 1차 작업이 마무리돼서 이날 쪽문 인근 쪽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당초 복구 작업을 약 1주일 정도로 예상했지만, 담벼락 부위마다 사용할 수 있는 복원 방법이 다르고 진척도가 제각각이라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이제 1차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다시 가림막을 제거한 뒤 햇빛을 보면서 세부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력 처벌로 본보기"경복궁 담벼락 낙서가 발견된 것은 지난 16일 새벽이었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장에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문구 등이 빨간색·파란색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낙서로 훼손된 가로 길이만 44m에 이른다. 지난 17일에는 모방 범행까지 일어났다. 경복궁 영추문 좌측 담벼락이 새로운 낙서로 또다시 훼손됐다. 길이 3m, 높이 1.8m의 규모로 붉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쓴 것이다. 먼저 피의자가 확인된 사건은 두번째 낙서였다. 두번째 낙서를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는 지난 18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더구나 그는 범행 후 자신의 블로그에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안죄송해요. 예술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어 확인된 첫번째 낙서 피의자는 10대 남녀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이들은 경기도 수원시에서 검거됐으며 경찰 조사에서 "지인이 돈을 준다고 해서 범행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조선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 담장 훼손된 데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컸다. 이날 경복궁 인근을 지나던 직장인 강모씨(43)는 "잡힌 범인들이 10대·20대라고 하던데, 제발 어리다고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우리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게 얼마나 큰 범죄인지 강력한 처벌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3-12-20 18:12:12[파이낸셜뉴스] "문화유산 긴급 보수공사,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담벼락 약 40m를 가리고 있는 초록색 가림막 틈새로 '드르륵'하는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에 한복을 입고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폭 2m가 채 안 되는 좁은 가림막 안에는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의 흔적이 있었다. 하얀색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들은 가림막 안과 밖에서 테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에어프레셔, 레이저 세척기, 화학 약품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된 상태였다. 추운 날씨에도 작업자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었다. 지나던 시민들은 경복궁의 현재 상황에 안타까워하며 피의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나 걸릴지 예측 힘들어"이날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흔적을 지우기 위한 복구 작업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큰 글자는 거의 다 지워진 상태였다. 다만 오염 물질이 남은 상황에서 강추위 여파까지 겹쳐 작업이 얼마나 이어질지, 완벽한 복구가 가능할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이날 복구 작업에 참여한 대부분 작업자들은 영추문 인근이 아닌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쪽에 투입됐다. 낙서가 오래될수록 오염물질이 석재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40여명의 작업자들이 교대로 복구 작업에 서두르는 이유다. 현장에서 만난 정소영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은 "현재 영추문 쪽은 색을 빼놓는 1차 작업이 마무리돼서 이날 쪽문 인근 쪽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당초 복구 작업을 약 1주일 정도로 예상했지만, 담벼락 부위마다 사용할 수 있는 복원 방법이 다르고 진척도가 제각각이라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이제 1차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다시 가림막을 제거한 뒤 햇빛을 보면서 세부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력 처벌로 본보기"경복궁 담벼락 낙서가 발견된 것은 지난 16일 새벽이었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장에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문구 등이 빨간색·파란색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낙서로 훼손된 가로 길이만 44m에 이른다. 지난 17일에는 모방 범행까지 일어났다. 경복궁 영추문 좌측 담벼락이 새로운 낙서로 또다시 훼손됐다. 길이 3m, 높이 1.8m의 규모로 붉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쓴 것이다. 먼저 피의자가 확인된 사건은 두번째 낙서였다. 두번째 낙서를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는 지난 18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더구나 그는 범행 후 자신의 블로그에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안죄송해요. 예술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어 확인된 첫번째 낙서 피의자는 10대 남녀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이들은 경기도 수원시에서 검거됐으며 경찰 조사에서 "지인이 돈을 준다고 해서 범행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조선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 담장 훼손된 데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컸다. 이날 경복궁 인근을 지나던 직장인 강모씨(43)는 "잡힌 범인들이 10대·20대라고 하던데, 제발 어리다고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우리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게 얼마나 큰 범죄인지 강력한 처벌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3-12-20 13:3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