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울산 산불 현장에서의 김두겸 울산시장 발언을 두고 27일 울산지역 5개 구군 공무원 노조와 울산시청 공무원 노조가 상반된 입장을 내며 노노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는 불필요한 논쟁 대신 신속한 진화에 집중해 줄 것을 호소했고, 울산여성의전화 등 시민사회단체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김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지역사회에도 논란과 갈등에 휩쓸리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이하 공무원노조)는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두겸 울산시장의 막말로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상처를 받았다"라며 "일주일간 산불 진화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모든 공무원이 허탈함을 넘어 자괴감 마저 들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화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잦아들지 않는 강풍이 가장 큰 문제이지 울산시 공무원 중 여성이 많아서가 이유이지는 않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막말 핑계보다는 진화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 장구를 지급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 기울이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에는 지역 5개 구군 공무원과 소방공무원 등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반면 울산시청 근무 공무원들만 가입돼 있는 '울산시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시청 노조)은 이어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김두겸 울산시장의 인터뷰 내용을 곡해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등 모습을 볼 때 공직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맞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전공노 울산지역본부를 비판했다. 시청 노조는 "김두겸 시장의 인터뷰가 산불과 같은 재난상황에서 어떻게 남성과 여성을 차별한 발언이었냐'라며 "산불현장에서 다양한 업무들이 일사불란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성별과 특성을 고려해 인력을 운영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느닷없이 젠더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헛발질할 힘이라도 있으면 지금 당장 산불 진화에나 동참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도 오후 1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이 위협당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논란을 조장하기 보다 시민의 안전과 피해 최소화가 최우선이다"라며 "지금은 성별을 논할 때가 아니라 산불을 조속히 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때인 만큼 불필요한 논쟁을 멈추고 성별을 초월한 협력과 단합을 통해 재난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울산여성의전화, 울산여성연대가 앞장선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노동단체도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김두겸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성차별적 인식이 반영된 성별 갈라치기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공개, 성평등 기반 조직 문화 조성, 재난행정 혁신안 등을 요구했다. 앞서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24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 중 "산불이 발생하면 우리가 투입하는 공무원은 한계가 있고, 특히 요즘은 여직원들이 굉장히 많아서 악산(惡山·험한 산)에 투입하기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시장은 "군에서 병력을 보내줬는데, 우리 젊은 군인들이 잔불 정리하기에는 굉장히 용이할 것 같다"라면서 "동원에 응해준 군부대에 감사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브리핑을 마무리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부연한 대목인데, 이 발언이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젠더 문제를 건드리는 '트리거'로 작용했다. 당시 발언을 담은 동영상이나 관련 보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빠르게 퍼졌고, 해당 게시물에는 성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댓글로 달렸다. 특히 김 시장이 '여성은 투입하기 어렵다'는 발언 뒤에 곧바로 '군부대에 감사하다'고 덧붙인 것이, 남성의 병역의무에 대한 민감한 여론까지 자극한 모양새다. 언론 보도 댓글에는 '시장이나 되는 공직자의 발언이 맞느냐'거나 '각자 위치에서 함께 고생하는데, 저런 식으로 남녀를 갈라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에 '현실의 고충을 있는 대로 얘기한 것뿐인데, 뭐가 문제냐'라거나 '여성 비하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여성들이 나서라'면서 김 시장의 발언에 수긍할만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일부는 '남녀 차별 의도가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한 것인데, 굳이 이상한 의도로 몰고 가느냐'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5-03-27 14:50:04[파이낸셜뉴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이 산불 현장 브리핑에서 여성 공무원 관련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며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시장은 25일 산림재난 지휘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요즘엔 여직원들이 많아 이 악산(험한 산)에 투입하기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같은 경우에는 53사단에 있는 병력, 또 특히 해병대에서도 병력을 500명을 보내주셔서 군민들이 잔불 정리하기에는 굉장히 용이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의 ‘여직원’ 발언은 산불 진압을 도우러 온 장병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지며 여성혐오 발언으로 남녀 갈등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광역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여직원이 많아서 불 끄기 어려우면 시장님이 남자니까 직접 가서 끄셔라”, “능력이 없어서 진화를 못 하는 걸 여직원 핑계를 댄다. 덕분에 울산이 어떤 곳인지 잘 알게 됐다”, “여직원들도 잔불 끄는데 다 투입된다”, “이런 큰일 터지면 남자고 여자고 죄다 밤낮으로 투입된다” 등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형 남초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에서는 “시장이 저런 소리 할 정도면 (여직원) 채용 인원 제한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럴 거면 여직원은 왜 뽑나” 등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경남 산청에서 남성 공무원이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섰다 목숨을 잃은 일이 전해져 비판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고인이 된 30대 공무원 강모씨는 4년차 녹지직 공무원이다. 그의 시신이 안치된 산청군 산청장례식장에서 강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지난 3년간 담당 과에 남성 직원이 적어 산불이 날 때마다 출동했다”며 “이번에는 당직도 아니었는데 당직을 바꿔주고 올라갔다가 이렇게 됐다”며 오열했다. 이어 “소방관도 아니고, 전문 인력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무리하게 투입됐는지에 대해 진상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26 16:45:39[파이낸셜뉴스] 광주 시민단체가 지난 주말 열린 광주지역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상영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 내외의 딥페이크 영상에 대해 "공식 허용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영상은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주관한 광주비상행동의 공식적인 허용 속에서 송출된 것이 아니다"며 "영상을 송출한 단체는 광주비상행동에서 공식적인 초청을 한 단체가 아닌데다 사전에 집회장에 영상 송출 트럭 배치를 조율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체는 차별과 혐오 없는 집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그 대상이 누구라고 할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이나 이미지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배제해왔다"며 "해당 영상은 광주시민의 문제 제기로 곧바로 송출이 중단됐다. 시민들이 나서 영상을 퇴출하고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영상이 공식적으로 송출됐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행위는 광주시민에 대한 모욕적 명예훼손"이라며 "내란 선동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모인 광주시민들의 뜻을 왜곡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180여개 지역시민사회단체가 꾸린 광주비상행동은 지난 15일 오후 4시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흥국화재 건물 일대에서 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17일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굿판을 벌였다는 주장을 하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헐벗은 모습으로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을 유포한 유튜버 3명을 고발 조치했다. 대통령실, 尹부부 딥페이크 배포자 고발 대통령실은 우선 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의 ‘대통령실이 5대 명산에서 동시에 굿을 했다’는 주장을 거론한 유튜버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신 전 교수를 같은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피고발인은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굿판을 벌였다는 허위사실을 언급했으며, 특히 대통령실이 신 전 교수를 고발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또 다시 이를 단정적으로 방영했다”며 “나아가 (굿판) 비용이 특수활동비로 지출됐을 것이라는 음해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해 대통령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실은 한 단체가 15~16일 광주 민주화광장에서 탄핵 찬성 집회에서 여러 차례 송출한 ‘윤석열 계엄령 트라우마 힐링송’ 제하 윤 대통령 부부를 헐벗은 모습으로 합성한 3분 20초 분량의 딥페이크 영상과 관련해서도 추가 고발조치에 나섰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2-17 21:55:05[파이낸셜뉴스]영국 왕립학회(RS)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회원 자격을 재고하는 회의를 오는 3월 3일 연다. 전 세계 학자 2500명의 재고 요청에 따라서다. 이들은 머스크의 행동과 발언 등을 문제삼으며 그의 자격 박탈을 학회에 요청했다. 16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왕립학회가 일론 머스크의 회원 자격을 둘러싼 논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이날 오전까지 전 세계 학자 2500명이 서명했다. 왕립학회는 이와 관련해 머스크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회원의 공개 언행을 둘러싼 원칙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서한에서 머스크가 영국 정부의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 대응과 관련해 제스 필립스 내무부 부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발언,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끈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 대한 비난 등을 지적했다. 서한은 또한 "지난 몇 주간 미국의 과학 연구에 대한 공격에 관여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가 직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성 정책이나 기후 현안과 관련해 자금 삭감이나 검열 제도를 추진했다며 이는 표현과 학문의 자유를 위협한다고도 주장했다. 더타임스는 수년간 인종차별, 성차별적 발언으로 광범위하게 비판받았던 과학자가 여전히 왕립학회 회원으로 있고, 최소 150년간 퇴출당한 회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1660년 설립된 영국 왕립학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학회로,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이 회원이었다. 신규 회원은 기존 회원의 추천과 동의를 거쳐 선발된다. 소수의 외국인을 회원으로 뽑는데 머스크는 2018년 우주 산업과 전기차 분야의 업적과 영향을 평가받아 회원이 됐다. 그러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합류를 전후로 보인 행보에 회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도로시 비숍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앤드루 밀러 에든버러대 교수가 머스크의 자격 유지에 반발해 학회를 탈퇴했다. 왕립학회 대변인은 "개별 회원에 대해 제기된 문제는 엄격하게 기밀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2-17 07:56:30[파이낸셜뉴스] 배우 송강호(57)가 2일 여자배구 비하 논란에 휩싸인 최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송강호는 앞서 여자배구 이야기를 다룬 영화 ‘1승’ 개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자배구에 대해 “여자배구만이 가진 아기자기한 지점이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발언이 성차별적이고 여자배구를 비하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송강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며칠 전 잘못된 단어 선택을 해서 많은 배구 팬분들이 언짢고 불편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더라”며 “사과드린다”고 했다. 송강호는 “배구라는 스포츠가 워낙 스펙트럼이 넓다. 선수들도 파워풀한 플레이어인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나. 그 당연함을 바탕으로 경기를 많이 보다 보니 (여자배구에서) 더 디테일하고 세밀한 작전이 진행되는 부분을 표현한 뜻이었다”며 “언짢고 불편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아 굉장히 송구스럽다. 저의 단어 선택이 잘못됐던 것이고, 이 자리를 빌어 불편함을 드린 것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한 송강호는 자신이 실제로 배구 팬이라며 “남자배구, 여자배구 안 가리고 다 보는 편이지만 ‘1승’이 여자배구단의 이야기다 보니 (여자배구를 많이 봤다)”라며 “어떤 지시가 내려진 후 다음 플레이어를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리듬감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한편 영화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송강호 분)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박정민 분),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2-02 21:07:53트럼트가 백악관을 탈환했다. 그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신화가 성공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슬로건이 선거 압승의 본질적인 에너지였다. 신화 분석의 이론으로 정착한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를 적용해 트럼프의 'MAGA' 신화를 분석함으로써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풀어보자. 심층구조란 현상은 평상시엔 침잠해 있다가 위기 상황에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무의식이 꿈으로 표현되는 것이나, 단층 현상에 의해서 지층구조가 드러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MAGA' 신화를 지탱하는 두 축의 노출 결과가 트럼프의 승리이며,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두 축을 이루는 심층구조다. 마음의 심층구조를 독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본인의 심성을 표현하는 단어로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란 말이 있다. '혼네'가 심층구조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그러한 현상을 두고 '속다르고 겉다른' 일본인이라고 비난한다. 트럼프 당선의 미국식 '혼네'와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 구조(structure)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친척과 가족에 관한 이론을 구축한 레비-스트로스는 아메리칸인디언들의 신화를 대상으로 했다. 그는 이론가이자 철학자이지 현장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에스노그라퍼'(ethnographer)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 1955)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피란지인 브라질의 상파울루대학 시절에 행했던 아마존강 일대의 여행기다. 인간 마음의 저변에 자리한 개념으로서의 구조는 지질학의 지층구조, 마르크스의 하부구조, 심리학의 무의식 차원에 대비된다. 표면적인 사회조직들은 여러가지 조건에 의해서 변하지만, 심층의 사회구조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가 예로 든 것이 '주역'(周易)의 사상인 음양(陰陽)이다. 음과 양의 이분법이 아니라 양자의 변환(transformation), 즉 음의 속에 양의 요소가, 양의 속에 음의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대대(對待, binary opposition)적인 현상을 말한다. 반대이면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인간 현상의 바탕은 남과 여, 상과 하, 좌와 우 등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는 얘기다.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이분된 현상의 변환에 의한 역동성이다. 그것이 세상의 질서를 움직이는 힘이고, 음양 변환의 과정이 오행(五行)이라는 설명이다. 구조변화는 시스템변화이자 혁명이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평상시에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금기인 윤리적 현상을 보여주는 미국사회가 우리의 관심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미국인들은 표면적으로 인종과 성에 관련된 차별의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규범이자 미국문화의 전형성이다. 법적 제재나 도덕적 비난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가 인종과 성에 관련된 차별이다. 따라서 인종주의, 성차별주의와 관련된 불만은 일상생활 속에서 금기가 되고 역차별에 대한 반감이 누적된다. 미국이란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한 두 가지 차별이 미국사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한다. 비밀이 보장된 투표 행위가 억눌렸던 집단 무의식이 발현되는 찬스일 수 있다. 트럼프가 첫번째 승리했던 2016년 선거의 상대는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당시 힐러리는 유권자의 전체 득표수에서는 승리했지만, 선거인단 숫자에서 근소하게 패했다. 성차별이 반영된 선거였다는 명시적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상대는 카멀라 해리스라는 유색인종 여성이었기에,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오바마와 함께 등장한 해리스'의 그림에 대한 역차별의 저항이 움직였다.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미국문화의 구조적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를 읽지 못한 결과다. 투표 직전과 출구조사까지 '박빙'이라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뒤집어진 것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미국인의 심층구조가 노출되는 것을 덮어버렸다. 미국의 위대함(MAGA)을 지탱하는 심층구조에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숨어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현상일 수도 있고, 사람은 자신의 등 뒤를 볼 수 없는 현상의 결과다. 제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1918년 만들어진 워싱턴체제가 지난 100년 동안 지구촌을 쥐락펴락한 미 제국주의의 판도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물론이고, 목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전장도, 대만 사람들이 전쟁 공포에 휩싸여 있는 원인도 미국의 국제정치와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배가 현대 인류사회의 장래를 결정하고 있다. 인간의 문제에 관한 한 어떤 형태라도 답을 내놓아야 하는 인류학자의 입장에서 결코 '패싱'할 수 없는 사건이다. 전체 유권자의 득표수에서뿐만 아니라 선거인단 숫자에서도 트럼프가 압승했다. 해리스가 참패한 원인에 대한 미국 언론의 분석은 치밀하고 사실적이다. 선거 결과의 예측은 여론조사에 근거한 것이고, 여론조사의 방법은 통계 분석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통계 분석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사회과학의 중심적인 방법론으로서 성장해온 통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밝힌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대상이 대규모일 경우에 최적의 방법이 통계라는 점에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그것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는 경향일 뿐 사실이 아니다. 수치로 드러난 경향을 읽어내는 전문가의 역할이 있다. "통계는 미니스커트다." 이것이 나의 오랜 신조였고, 강의시간에도 누누이 강조했던 말이다. 드러난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 그 위의 가려진 부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패션이 미니스커트다. 결코 핵심은 보여주지 않는다. 핵심을 보여주게 되면, 그것은 통념상의 옷도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여론조사라는 것이 나의 통계에 관한 신조를 정확하게 대변했다. 사람은 의사표시와 실질행위 사이에 차이를 낼 수 있는 존재다. 통계는 언행(言行), 즉 말과 행동 사이에 개입되는 생각(思)의 과정을 읽어내지 못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로 영글어진 미국사회의 심층구조가 기반인 'MAGA' 신화가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두고 볼 일이다. 차별 역사가 구조화된 미국문화에서 발현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살얼음판을 디디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거들떠볼 리가 없다. 노골적인 차별의식이 미국의 대외정책으로 횡행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역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심층구조를 감추기 위한 전략성 정책이 표면화할 수도 있다. 전쟁(군사)과 평화(외교)가 교차하는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외줄타기는 미국문화의 심층구조를 읽어야 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2-02 19:21:16트럼트가 백악관을 탈환했다. 그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신화가 성공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슬로건이 선거 압승의 본질적인 에너지였다. 신화 분석의 이론으로 정착한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를 적용해 트럼프의 ‘MAGA’ 신화를 분석함으로써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풀어보자. 심층구조란 현상은 평상시엔 침잠해 있다가 위기 상황에 별안간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무의식이 꿈으로 표현되는 것이나, 단층 현상에 의해서 지층구조가 드러나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MAGA’ 신화를 지탱하는 두 축의 노출 결과가 트럼프의 승리이며,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두 축을 이루는 심층구조다. 마음의 심층구조를 독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본인의 심성을 표현하는 단어로 ‘혼네’(本音)와 ‘타테마에’(建前)란 말이 있다. ‘혼네’가 심층구조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그러한 현상을 두고 ‘속다르고 겉다른’ 일본인이라고 비난한다. 트럼프 당선의 미국식 ‘혼네’와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 구조(structure)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친척과 가족에 관한 이론을 구축한 레비-스트로스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신화를 대상으로 했다. 그는 이론가이자 철학자이지 현장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에스노그라퍼’(ethnographer)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 1955)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피난지인 브라질의 상파울루대학 시절에 행했던 아마존강 일대의 여행기다. 인간 마음의 저변에 자리한 개념으로서의 구조는 지질학의 지층구조, 마르크스의 하부구조, 심리학의 무의식 차원에 대비된다. 표면적인 사회조직들은 여러가지 조건에 의해서 변하지만, 심층의 사회구조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가 예로 든 것이 ‘주역’(周易)의 사상인 음양(陰陽)이다. 음과 양의 이분법이 아니라 양자의 변환(transformation), 즉 음의 속에 양의 요소가, 양의 속에 음의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대대(對待, binary opposition)적인 현상을 말한다. 반대이면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인간 현상의 바탕은 남과 여, 상과 하, 좌와 우 등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는 얘기다.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이분된 현상의 변환에 의한 역동성이다. 그것이 세상의 질서를 움직이는 힘이고, 음양 변환의 과정이 오행(五行)이라는 설명이다. 구조변화는 시스템변화이자 혁명이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평상시에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금기인 윤리적 현상을 보여주는 미국사회가 우리의 관심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미국인들은 표면적으로 인종과 성에 관련된 차별의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규범이자 미국문화의 전형성이다. 법적 제재나 도덕적 비난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가 인종과 성에 관련된 차별이다. 따라서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와 관련된 불만은 일상생활 속에서 금기가 되고 역차별에 대한 반감이 누적된다. 미국이란 국가를 만드는데 기여한 두 가지 차별이 미국사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한다. 비밀이 보장된 투표 행위가 억눌렸던 집단 무의식이 발현되는 찬스일 수 있다. 트럼프가 첫번째 승리했던 2016년 선거의 상대는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당시 힐러리는 유권자의 전체 득표수에서는 승리했지만, 선거인단의 숫자에서 근소하게 패했다. 성차별이 반영된 선거였다는 명시적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상대는 카멀라 해리스라는 유색인종 여성이었기에,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오바마와 함께 등장한 해리스'의 그림에 대한 역차별의 저항이 움직였다.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미국문화의 구조적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를 읽지 못한 결과다. 투표 직전과 출구조사까지 '박빙'이라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뒤집어진 것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미국인의 심층구조가 노출되는 것을 덮어버렸다. 미국의 위대함(MAGA)을 지탱하는 심층구조에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숨어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현상일 수도 있고, 사람은 자신의 등 뒤를 볼 수 없는 현상의 결과다. 제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1918년 만들어진 워싱턴체제가 지난 백 년 동안 지구촌을 쥐락펴락한 미제국주의의 판도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물론이고, 목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전장도, 대만 사람들이 전쟁 공포에 휩싸여 있는 원인도 미국의 국제정치와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배가 현대 인류사회의 장래를 결정하고 있다. 인간의 문제에 관한 한 어떤 형태라도 답을 내놓아야 하는 인류학자의 입장에서 결코 ‘패싱’할 수 없는 사건이다. 전체 유권자의 득표수에서뿐만 아니라 선거인단 숫자에서도 트럼프가 압승했다. 해리스가 참패한 원인에 대한 미국 언론의 분석은 치밀하고 사실적이다. 선거 결과의 예측은 여론조사에 근거한 것이고, 여론조사의 방법은 통계 분석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통계 분석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사회과학의 중심적인 방법론으로서 성장해온 통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밝힌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대상이 대규모일 경우에 최적의 방법이 통계라는 점에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그것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는 경향일뿐 사실이 아니다. 수치로 드러난 경향을 읽어내는 전문가의 역할이 있다. “통계는 미니스커트다”. 이것이 나의 오랜 신조였고, 강의시간에도 누누이 강조했던 말이다. 드러난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 그 위의 가려진 부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패션이 미니스커트다. 결코 핵심은 보여주지 않는다. 핵심을 보여주게 되면, 그것은 통념상의 옷도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여론조사라는 것이 나의 통계에 관한 신조를 정확하게 대변했다. 사람은 의사표시와 실질행위 사이에 차이를 낼 수 있는 존재다. 통계는 언행(言行), 즉 말과 행동 사이에 개입되는 생각(思)의 과정을 읽어내지 못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로 영글어진 미국사회의 심층구조가 기반인 ‘MAGA’ 신화가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두고 볼 일이다. 차별 역사가 구조화된 미국문화에서 발현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살얼음판을 디디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거들떠볼 리가 없다. 노골적인 차별의식이 미국의 대외정책으로 횡행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역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심층구조를 감추기 위한 전략성 정책이 표면화할 수도 있다. 전쟁(군사)과 평화(외교)가 교차하는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외줄타기는 미국문화의 심층구조를 읽어야 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1-23 19:39:04[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뉴욕포스트, CNN 등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 분석 결과 지난 주 X(옛 트위터), 틱톡, 페이스북, 레딧 등 온라인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X에서 '네 몸, 내 선택'(your body, my choice), '부엌으로 돌아가라'(get back to the kitchen) 등 여성 혐오 표현의 언급이 4600%나 증가했다. 여성 참정권을 부여한 수정헌법 19조를 폐지하라는 문구도 1주일새 663% 늘었다. '네 몸, 내 선택'은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면서 썼던 구호('나의 몸은 나의 선택')를 뒤집어 조롱한 것으로 성폭행 위협까지 암시하고 있다. '부엌으로 돌아가라'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담은 표현으로 여성의 위치를 가정 내로 제한하라는 조롱을 담고 있다. 여성 괴롭힘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여성들에 대한 범죄 위협으로도 진화했다. 한 학부모는 페이스북을 통해 딸이 대학 캠퍼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고 토로했다. 한 레딧 이용자도 캠퍼스에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복장의 남성 무리에게 "네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이에 일부 여성 사이에서 여성혐오에 극단적으로 대응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4B 운동에 관심을 가진데 이어 남편을 600명 이상 살해한 여성 연쇄 살인마를 본받자는 섬뜩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여혐(여자혐오) 발언과 성범죄 이력 등으로 비판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자 일부 미국 여성들이 ‘4B’라는 한국의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4B(비·非) 운동은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추구하는 움직임이다.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불법 촬영, 성별 임금 격차 문제 등을 계기로 2010년대 후반 한국에서 시작됐다. 또한 17세기 연쇄 살인범 줄리아 토파나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를 담은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토파나는 이탈리아 여성이다. 학대하는 남편을 쫓아내고 싶어하는 아내들에게 독약을 팔았다. 그 결과 600명 이상의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엑스(X)나 틱톡에서 수백만 회 이상 조회된 영상에는 젊은 여성들이 알 수 없는 물질을 음료에 타면서 의미심장하게 웃는 장면이 담겼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13 08:54:45[파이낸셜뉴스] 박빙의 미국 대선에서 "쓰레기"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차별 논란을 집중 공격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낙태권 보장을 주장하며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모은 해리스는 트럼프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해리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경합주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의 문제 발언을 지적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어제 뭐라고 했는지 들었느냐"고 물은 뒤 "그는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이 사람은 그들의 (낙태) 선택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그는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할 것이며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시험관 시술(IVF)도 위험에 처할 것임이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은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에 의하면 지난달 31일 기준 해리스의 전국 지지율은 49%로 트럼프를 1%p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해리스와 민주당 진영은 지난달 29일 민주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의 지지자를 "쓰레기"로 비유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지난달 30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서 해리스와 바이든을 함께 비난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에 의한 성폭력 등 강력 범죄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신은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대선 캠프 직원들이 '여성 보호' 등과 같은 표현이 부적절하다면서 사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거론한 뒤 당시 "나는 '아니다. 나는 이 나라의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다. 나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9월말에도 여성 유권자에게 "여러분은 더 이상 방기되거나 외롭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여러분은 보호받게 될 것이며 저는 여러분의 보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6월에 미국 연방 전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할 수 없고, 낙태 금지 여부를 주(州)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임명한 우파 대법관 때문에 낙태권이 사라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트럼프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에 명확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고 주정부 재량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해리스는 지난달 31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트럼프의 전날 발언에 대해 "그것은 여성의 주체성, 권위, 권리, 자기 몸을 포함해 삶에 대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트럼프가 여성과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에 불과하다"면서 "그는 현재 미국 여성의 3분의 1일이 '트럼프 낙태금지'가 시행되는 주에 살게 된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해리스는 "우리는 내 경쟁자가 여성의 생식권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강하게 보여주는 징후를 계속 보고 있다"면서 "그는 여성이 자신의 삶과 몸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와 지성을 우선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같은날 보도에서 백인 여성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당락을 가른다고 내다봤다. 미국 유권자를 성별 및 인종으로 나눌 경우 백인 여성의 비중은 전체 약 30%로 가장 큰 그룹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했으며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최근 NYT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근소하게 해리스 쪽으로 기울어 있다. 백인 여성들의 29%는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경제를 꼽았으며 24%는 낙태권 문제, 14%는 이민자 문제를 쟁점으로 꼽았다. NYT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조치였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유명 가상자산 투자자이자 해리스로 지지자로 알려진 미국 프로농구리그(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큐반 구단주는 지난달 31일 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를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가 강하고 지적인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트럼프에게 위협적이며 트럼프는 그들에게 도전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선 캠프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약하고 멍청하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반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1-01 09:02:26[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음식점에서 남성을 폭행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성은 상대방이 자신의 고향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 한 여성이 중국 후난성에 있는 유명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에서 남성을 폭행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여성은 남성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그를 폭행했다. 폭행을 가한 여성은 중국 남부 후난성 출신의 장옌으로, 4만4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온라인 패션·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다. 그는 평소 무술과 스포츠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장옌은 그에게 폭행당한 남성이 후난성 사람들에 대해 “가난하고 못생긴 것들”이라고 비하했고, 휴대전화로 장옌의 머리를 치며 음식과 쓰레기를 던지는 등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이 남성은 홍콩 출신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경찰 조사 결과 남성 또한 중국 후난성에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이 확산하자 현지 누리꾼들은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 “고향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고 응원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폭력을 쓰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장옌은 온라인상에 올린 글을 통해 “그 남자의 발언은 지역 차별을 선동했다. 나는 여성이 됐지만 내 고향을 무시하는 건 참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장옌에게 폭행당한 남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술에 취해 그런 행동을 했다”면서 “지역 차별을 조장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장옌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시 글을 올려서 “우리는 서로에게 사과했고, 더 이상 이 사건에 이목이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장옌과 그에게 폭행당한 남성은 사건이 발생한 하이디라오 측에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보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28 06:4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