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결손 재원 대책을 놓고 정부와 야당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강하게 부딪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세수 결손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대책 발표를 국감 이후로 미루고 있다며 "꼼수"라고 비판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수 펑크'에 기금 여유 재원 등으로 대응한 대책에 대해 '임시변통'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정부 내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답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기재부 국감 쟁점은 세수결손 책임문제와 대응책이었다. 국감에 참석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예상되는 국세수입의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 내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기금 수지상황, 지자체 부담 최소화 방안 등을 협의하고, 특히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는 이번 달 내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에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세수 결손 대책"이라며 "구체적 재원 대책을 국감 이후로 정무적으로 유리한 시점에 발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소통하면서 가용재원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수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는 본예산(367조3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 적은 337조7000억 걷힐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국세에 연동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세수가 줄면서 지자체의 부담을 커진다.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지자체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선 이번 달 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대응책에 대해 야당은 임시변통식 대책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정부가 대규모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을 남용하고 있다고 했다. 임시변통식 대책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하석상대' 행태라고도 말했다. 같은 당 최기상 의원도 "기재부 장관 등이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해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미교부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과 지자체장의 자치재정권 행사를 방해한 행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세수결손이 있는 상황에서 국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기금의 여유재원을 활용하는 것은 차선책이었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감세 정책으로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 부총리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책적으로 추진 중인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화폐 문제 역시 쟁점이 됐다. 최 부총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 중이며 지역화폐나 지원금의 효과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10-10 18:06:29세수가 2년 연속 대규모 결손이 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대응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이은 '세수펑크'에다 재원대책도 수립되지 않으면서 재정건전성도 흔들릴 수 있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 경기낙관론에 대한 비판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감소 '직격탄' 26일 공개된 정부의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30조원의 세수결손은 법인세 감소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예산 편성 때 잡았던 법인세수보다 14조5000억원이 덜 걷힌다는 게 재추계 결과다. 고물가 지속으로 민생지원을 위한 유류세율 인하 등도 세수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교통·에너지세 등이 6조원가량 감소가 예측돼서다. 문제는 정부가 세수부족을 메울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56조4000억원의 세수결손을 낸 지난해에는 외국환평형기금 20조원가량 등을 여유재원으로 활용했지만 올해는 여의치 않다. 외평기금은 환율변동 대응기금이다. 또 끌어다 쓸 경우 '외환방파제'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대외신인도에도 부담이다. 지난해와 달리 정부가 결손을 메울 구체적인 재원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일부 사업의 사실상 강제불용 가능성까기 거론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서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기금 등 가용재원을 체크해 보고 대응책을 내놓겠다"며 "인위적 불용(강제불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약해지는 경기대응력세수감소로 정부의 재정기반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약한 재정기반은 재정의 부실한 경기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수출이 11개월 연속 플러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대표적 내수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4분기 이후 9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전년동기 대비 2.1% 줄었다.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중물로서 재정투입 확대가 필요하지만 세수결손으로 한계에 내몰린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다 증가세를 지속 중인 수출 또한 정점을 지났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기 냉각 가능성, 중국 성장둔화 우려에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수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런 상황에도 세수부족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올해와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모두 3% 안팎으로 묶었다. 긴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긴축이 지속되면 세수는 나빠진다. 현 정부가 최우선으로 강조했던 재정건전성도 흔들 수 있다. 실효성 있는 세입확충 방안을 요구하는 야당과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면 감세정책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내년 세수도 결손(?)대규모 세수결손은 세수추계 방식도 문제지만 정부의 낙관적 경제전망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책임론의 근거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뎠음에도 정부는 '상저하고(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나아진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장밋빛 경기전망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세수결손 가능성이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는 내년 국세수입을 올해 예산 대비 15조원 이상 증가한 382조4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결산 대비 45조원 이상 늘어나야 달성 가능하다. 내년 법인세는 올해 대비 10조8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예측이 잇따라 실패하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에 대해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현재로선 내년 세입예산을 382조4000억원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9~11월 경제여건이 얼마나 변동되느냐 등에 따라 11월 세수를 재추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4-09-26 18:08:40[파이낸셜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세수 부족 해결과 관련해 "최대한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 내 가용재원을 활용해서 내부 거래로 조정해서 대응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이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 부족 해결을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활용했느냐'고 질의하자 "그렇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정부가 기금 돌려막기를 하다가 추가 이자가 6600억원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다'는 질의에 "6600억원의 공자 기금이 이자가 발생했지만 또 다른 기금으로부터 조기 상환을 받아서 이자 지급액이 감소됐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가에 새로운 이자 부담이 증가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는 감세 기조와 관련해 "부자들을 위해서 감세하는 일은 당연히 없다"면서 "세제 인센티브를 줬을 때 1차적으로 귀착하는 것이 대기업이나 소득이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의 선순환을 통해서 경제에 활력을 미칠 것"이라며 "어려운 부분들,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방법은 재정지출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해선 "부자 감세가 아니고 투자자 감세"라며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을 통해서 세원을 확충하기 위한 그런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간에는 서로 경쟁 상대가 아니다"라면서 "(금투세로) 1400만 투자자들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09-02 13:55:30[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 전면 폐지 및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의지를 밝히자 국민의힘도 방향성에 공감하면서 정부와의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에게도 과도한 세금을 매기는 현행 조세 제도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다만 종부세 및 상속세 개편은 법 개정 사안이라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정은 더불어민주당이 지적하는 세수 부족 문제와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뛰어넘기 위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번 22대 정기국회에서 종부세와 상속세를 개편하겠다는 목표로 당정 협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당 소속 민생특위 중 하나인 재정·세제개편특위는 지난 12일 종부세 개편 당정 협의를 진행한 데 이어 오는 20일에는 상속세와 증여세 개편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종부세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에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는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종부세 전면 폐지까지 힘을 실어줄 지는 미지수다. 종부세 세수는 지방 재정인 부동산교부세 재원으로 쓰여 전면 폐지될 경우 지자체 간 재정력 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수 부족 문제는 법안 개정의 키를 가진 민주당이 종부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내부에선 1주택자에 한정해 종부세를 면제해주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종부세 개편 논의는 재산세 통합 문제와 엮여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22년 보고서를 통해 "단순히 국세를 지방세로 환원하여 재산세와 다시 통합하는 방안은 그 실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지방재정 체계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상속세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적극적인 상황이지만 이 또한 '세수 확충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지적에 답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30~31일 양일간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을 진행한 후 주요 입법 과제와 관련해 "상속세제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만큼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고, 대주주의 할증과세를 폐지하겠다"며 "상속세율은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감안하여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 등을 정부와 추가 협의해, 상속세 개편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서울 아파트를 한 채만 물려받아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등 중산층도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속세 정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주장처럼 상속세율을 30%로 인하할지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자칫 종부세 및 상속세 개편이 '부자 감세'라는 민주당의 프레임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중산층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먼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를 주장한 만큼 여론전에서 승리할 경우 민주당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6-17 16:57:56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30조원+α'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관련예산 홀대 논란이 커진 데다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라도 해당 예산의 최소한도를 30조원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늦어도 6월 중에는 R&D예산 수준의 대략적인 윤곽을 잡는다는 계획 아래 관련업계 동향 파악과 소통 강화를 토대로 해당 예산 규모의 얼개를 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본지와 통화에서 "R&D예산 규모 등 대체적인 내용은 6월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최대 규모를 주문한 만큼 상징성을 고려해서 30조원 이상을 편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규모가 컸던 R&D예산은 2023년도 31조1000억원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역대 최대 R&D예산을 약속했음에도 30조원을 넘길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는데 이는 R&D예산의 모호한 구분 때문이었다. 전적으로 R&D에 투입되는 '순수 R&D예산'과 대학 운영이나 인프라 투자에 쓰이는 '비R&D예산'이 그것이다. 올해 R&D예산은 비R&D예산 1조8000억원을 일반재정사업으로 이관하면서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내년 R&D예산도 추가로 이관할 비R&D예산을 덜어낼 예정이라 총액이 불분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내년 R&D예산 총액이 30조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순수 R&D예산은 2023년도보다 늘리면서도 비R&D예산 규모는 올해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관건은 내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밝힐 주요 R&D예산 규모다. 과학기술기본법상 R&D예산은 6월 30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변수는 있다. 장기간 경기침체 등으로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국가재정의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R&D예산 개혁을 완결하고 검증한 뒤에 늘리게 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어렵다는 걸 재정당국을 포함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5-07 18:16:51[파이낸셜뉴스]정부가 올해 1·4분기에만 세수 부족으로 구멍 난 재정 45조원을 한국은행에게 빌려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부동산 시장 불황 여파로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힌 상태에서 연초 재정 집행이 집중됐다. 정부는 한은의 일시 대출 제도(마이너스 통장)를 활용했다. 지난 1·4분기 정부의 한은 마통 이용액은 통계가 존재하는 지난 2011년 이래 가장 큰 일시 대출 규모다. 1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정부가 한은에게 일시 대출한 뒤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3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1·4분기 대출 잔액이다. 전년 동기(31조원)보다 1조5000억원 많고, 코로나19 유행으로 재정 투입이 확대된 지난 2020년 1·4분기(14조9130억원)의 두 배를 넘겼다. 특히 올해 3월 일시 대출액(35조2000억원)은 관련 통계를 기록한 지난 14년동안 월별 역대 최대 대출 기록이다. 1∼3월 누적 대출액은 45조1000억원이다. 이중 12조6000억원을 갚은 것이다. 이런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63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은은 정부로부터 해당 이자를 2·4분기에 받을 예정이다.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많이 이용할수록, 결국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1월 기획재정부는 복지·일자리·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중 역대 최대 비중(65% 이상)의 재정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마이너스통장과 마찬가지로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정해진 한도와 상환 기한, 이자율이 있다. 지난 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정부 일시 대출금 한도·대출 조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한도는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그리고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을 더해 최대 50조원이다. 상환 기한은 통합계정이 내년 1월 20일, 양곡관리특별회계가 대출일로부터 1년(단 2025년 9월 30일 초과 불가), 공공자금관리기금이 올해 12월 31일이다. 올해 일시 대출 이자율로는 '(대출) 직전분기 마지막 달 중 91일물 한은 통화안정증권의 일평균 유통수익률에 0.10%포인트(p)를 더한 수준'이 적용된다. 이런 한도·상환 기한·이자율은 지난해와 같지만, 금통위는 올해 일시 대출의 부대조건을 대거 추가했다. 지난해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마통 사용 규모가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때문이다. 기존 부대조건 '가' 항에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차입에 앞서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와 '일시차입금 평잔이 재정증권 평잔을 상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기준을 더했다. '나' 항에도 '정부는 한은 일시 차입이 기조적 부족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에 '정부는 평균 차입 일수 및 차입누계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다' 항에는 '정부는 차입하고자 하는 경우 차입 시기, 규모, 기간 등에 관해 사전에 한은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에 구체적 협의 주기 등을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는 한은 일시 차입과 관련해 매주 차입·상환 일정, 규모, 기간 등에 관해 사전에 한은과 정기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수정됐다.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난다. 풀린 돈이 시중에 오래 머물면 유동성이 늘고 한은의 제1과제인 물가 관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4-14 12:03:15[파이낸셜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를 한 적이 없다"며 "내수 촉진을 위해 '내수촉진 감세'를 하고 투자자를 위해 '투자자 감세'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최 부총리는 최근 정부의 '감세카드'가 대기업과 슈퍼 부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야당의원들의 지적에 이같이 언급하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 부총리는 "대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라고 세제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대기업 투자가 늘고 수출이 늘면 고용이 창출되면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수 부족 사태에 대해서도 "감세 효과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세입 결과 예상 대비 56조4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최 부총리는 "세수 예측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세수 감소는 예상보다 자산시장과 기업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감세한 제도 개선 효과는 10%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4%에 그친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초 2%대에서 출발한 경제 성장 전망은 지난해 지속 하향 조정을 당하며 1% 중반대까지 낮아졌다. 최 부총리는 "대외여건을 말하면 핑계를 댄다고 하겠지만, 지난 2년은 글로벌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그런 것(위기)"라며 "올해부터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보다 성장률 전망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2%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성장률 지표보다는 국민 삶, 민생이 체감할 수 있도록 물가 안정 기조를 확실히 하고 내수 활력을 위한 여러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02-23 16:18:03'세수쇼크' 후폭풍이 거세다. 올 세수가 예측보다 60조원 가까이 비면서다. 국세 감소는 재정축소로 연결됐다. 정부는 재정투입을 줄였고 지방으로 이전되는 교부금 등은 자동 삭감됐다. 살림살이가 힘들어지자 '건전재정' 자랑은 중앙정부가 다 하고 부담은 지방이 진다는 비아냥도 속출하고 있다. 기금 여유재원이 적고 지난해 남긴 돈을 끌어다 메워도 올해 쓸 예산을 다 못 채우면서 중단되는 사업도 많다. 내년 예산도 영향권이다. 축소가 대세다.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서울시도 13년 만에 감액예산을 편성했다.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례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돌발변수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는 급변하는 경제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전망이 빗나갔다"고 한 언급은 일면 타당하다. 경기흐름이 급변하는 요즘, 1년 뒤 세수상황을 정확히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이어 큰 폭의 세수오차를 낼 정도로 정부 실력이 변변찮다고 믿지는 않는다. 다만 '세수감소가 과연 일회성 쇼크일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세수 상황을 어둡게 보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에도 법인세가 정부 예산안보다 2조7000억원 덜 걷히면서 연간 세수부족액을 6조원으로 내다봤다. 법인세 외에 부동산 세수도 정부 예측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5년간 세수도 31조원 적은 예측치를 내놨다. 예정처 신뢰도는 상당하다. 추 부총리도 "상당한 전문기관"으로 인정한다. 앞서 정부도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5년간 60조원 넘는 세수감소를 예측했고 올해도 5년간 3조원 넘는 감세안을 추진 중이다.정부의 세수예측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다. 수치가 좋아야 예산편성액이 커진다. 성장률 등 기초자료는 유리한 수치를 반영할 개연성이 높다. 선거 영향도 받는다. 세금을 더 걷는 것보다 감세가 표를 얻기 쉽다. 감세로 선순환을 하면 추후 세수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민간투자와 소비여력 확대 등을 내세우면서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가업상속공제 등의 세율을 낮춘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의 근거다. '세수펑크' 원인을 감세로 지적하는 야당에 맞서 예상 밖 경기침체와 부동산 위축 때문이라는 정부의 날 선 반박을 "틀렸다"고 단정 짓긴 이르다. 그렇지만 세수가 더 많이 감소할 것이란 전문기관들의 전망은 경고음이다.1990년대 중반, 10년에 걸쳐 감세정책을 폈지만 실패한 일본의 사례를 주목한다.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정책 시행에도 투자와 소비심리는 살아나지 못했다. 세수감소로 되레 국가부채만 늘었다. 안정적 세수기반은 경제발전의 핵심동력이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상 복지 등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 재정 역할을 외면한 채 감세만 고집하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퇴보시킬 수 있다. R&D 예산처럼 써야 할 곳에 곳간이 비어 못 쓰는 경우가 빈번해지면 어쩔 것인가. 증세를 하라는 게 아니다. '감세=경제살리기' 프레임에 갇히면 표심은 얻겠지만 미래엔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실패 사례가 있다. 세수부족 만성화 대비가 필요하다.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세종본부장
2023-11-07 18:15:57유사시 환율 대응에 필요한 기금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데 동원되자 국회 예산정책처가 '신중론'을 제기했다. 올해 59조1000억원의 세수결손 가운데 20조원가량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충당될 전망이다. 그간의 저환율 흐름 속에서 쌓아둔 원화를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최근의 대외 불확실성 증가와 더불어 잇따른 외환보유액 감소가 제동을 걸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28억7000만달러다. 최근 1년 가운데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 9월보다 12억4000만달러를 더 줄였다. 연속 석달째 감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달러 감소는 원화 증가와 맞물려야 한다. 달러를 다시 채워야 할 때 외평기금의 원화를 써야 해서다. 예정처가 지적한 부분도 세수결손을 메우며 발생하는 원화 재원의 감소다. 예정처는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기획재정위원회' 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는 2023년 세수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외평기금의 여유재원 20조원 내외를 활용할 계획이며 이는 외평기금의 원화재원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평기금은 외환 시장의 수급안정을 위해 원화와 외환을 동시에 보유하는 기금이다. 고금리 통화인 원화는 장기로 차입하고 저금리 통화인 달러는 안전자산 개념으로 단기 운용하는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원화에 대한 채무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수결손 대응이 더해지면 재원 감소는 자연스럽게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재부는 공자기금 예수와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통해 기금의 충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예정처는 세수결손 대응, 공자기금 조기상환 등으로 인해 감소하는 원화재원은 2023∼2024년 2년간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환율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할 때 원화재원의 보유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간 쌓아둔 원화재원 역시 2020년부터 올해 2·4분기까지 이뤄진 적극적인 환율방어가 배경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4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는 627억2300만달러를 팔아 치웠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으로 환율이 1445원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 동안에만 330억달러가 원화로 탈바꿈했다. 원화를 키웠던 환율 변동이 반대로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정처는 특히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성이 선진국 및 신흥국 대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2023년 1∼4월 기준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성은 0.7%p로 34개국(선진국 10개국, 신흥국 24개국) 전체 평균(0.6%p)이나 선진국(0.65%p), 신흥국(0.58%p) 모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다만 현재의 기조적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부의 예측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적정 외화보유액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단기외채, 최근 3개월 평균 수입액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4200억달러 수준은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환율 흐름 역시 "3·4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급격하게 환율이 오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다"고 말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역시 "외평기금의 역할은 추세를 거스르기보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침체와 우리나라의 반등 신호가 서로 상쇄하는 모양새로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동이 일어날 요인이 적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3-11-05 19:35:51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법인세가 덜 걷히면서 세수부족이 6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향후 5년간 정부 예상치보다 세수가 31조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예측됐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2024년 중기 국세수입 전망' '2023~2032년 예정처 중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국세가 361조4000억원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361조4000억원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367조4000억원) 대비 6조원 적다. 예정처 전망이 맞다면 올해 세수가 예산 대비 59조1000억원 덜 걷히는 세수결손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부족을 겪는다는 의미다. 세목별로 법인세가 정부 예산안보다 적은 75조원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 제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기재부는 법인세수를 올해(세수 재추계 기준 79조6000억원)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 77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법인세수는) 최근 기업들의 영업실적 부진 흐름과 내년도 경기여건, 세율인하 등 제도 변화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양 기관의 전망수치 차이는 기재부의 내년 경제전망이 예정처보다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예정처는 법인세수는 2024년까지 감소한 후 2025년부터 회복, 2024년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8.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도 정부 예상치보다 각각 1조3000억원, 6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및 거래량을 완만한 회복세로 전망했다. 반면, 예정처는 부동산 거래량의 경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국세수입도 예정처 예상치는 정부보다 총 30조7000억원 낮다. 정부는 같은 기간 국세수입이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정처는 6.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봐서다. 내년 이후 재정적자 수준에 대해서도 예정처 전망이 기재부보다 더 어둡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내년 3.9%, 2025년 2.9%를 지나 2027년에는 2.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내년 4.3%, 2025년 3.5%, 2027년 3.0%를 예상했다. 내년은 물론이고 2027년까지도 재정적자 비율이 기재부 목표치(적자 비율 3% 이내)를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예정처는 기재부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 둘 다 과소 추계함으로써 재정적자 규모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고 지적했다. 의무지출 영역에선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의료급여 등 일부 복지분야 의무지출 항목에 대해 자연 증가분을 반영하지 않고, 2024~2027년 동일한 금액 지출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정부는 지출증가율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해 2025년부터 재정준칙안을 준수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립했지만 추가적인 재정건전성 개선 노력을 해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3-11-01 18: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