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충남 서산에서 도박 빚 때문에 렌터카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를 살해하고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40대 A씨가 훔친 현금으로 가장 먼저 로또복권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서산경찰서는 전날 오후 4시께 강도살인 혐의로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일 오후 10시께 서산 동문동의 한 식당 주차장에 있던 차에 들어가 40대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현금 12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이후 A씨는 B씨의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 시신과 휴대전화기를 유기한 뒤 범행 현장에서 1.3㎞ 떨어진 서산의 한 아파트단지 뒤편 야산 인근 공터에서 차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지난 9일 B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10일 오후 충남 서산시 모처에서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훔친 돈 12만원으로 로또 복권을 구입하고 식사를 한 나머지 5만7000원을 압수했다. A씨는 자녀를 두고 있으며 현재 이혼 상태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도박 빚 등 채무로 생활비가 없어서 저질렀다. A씨의 지갑에서 10만 원을 훔쳤고 이 돈으로 로또 구입과 식사를 했다”라며 제네시스 고급 차를 타고 있는 운전자가 현찰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B씨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12 07:05:17[파이낸셜뉴스] 렌터카를 운전했던 40대 남성이 차량 화재 뒤 실종된 ‘서산 렌터카 미스터리’의 전말은 살인사건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충남경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강도살인 혐의로 A씨(40대)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일 오후 10시께 충남 서산시 동문동의 한 식당 주차장에 있던 차에 들어가 B씨(40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그대로 B씨의 차를 몰고 이 주차장을 빠져나간 뒤, 인적이 드문 수로 변과 공터에 B씨의 시신과 휴대전화기 등을 잇달아 유기했다. 이후 서산시의 한 아파트단지 뒤편 야산 인근 공터에서 B씨의 차에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B씨는 사건 직전인 오후 9시39분께 가족과의 전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으며, 이로부터 40여분 뒤 서산시의 한 아파트단지 뒤편 야산 인근 공터에서 그가 몰던 렌터카가 불에 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아파트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을 때 차 안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차적조회 등을 통해 B씨의 신원을 파악하던 경찰은 지난 9일 오후 B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 10일 오후 충남 서산시 모처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범행을 시인하면서 "도박 빚 등 채무로 생활비가 없어서 그랬다"라며 "B씨의 지갑에서 10만원 상당을 훔쳤다"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11 06:23:28【파이낸셜뉴스 고양=노진균 기자】 경기 고양시의 한 식당에서 만취 상태로 아침 식사를 하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수 시간 전 노래방 업주를 살해하려 했던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23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경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노래방에서 70대 여성 업주 B씨를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의 지인이 오전 4시 5분경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B씨가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며, 일부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전기포트와 술병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즉시 강력팀 형사들을 총동원해 용의자의 위치를 추적하고 주변 지역을 수색했다. 약 3시간 후인 오전 7시 30분경, A씨는 인근 식당에서 만취 상태로 순대국밥을 먹고 있다가 체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고시원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지인과 함께 식당에서 술을 마시며 식사를 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가 소지하고 있던 B씨의 신용카드 2장과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강도 및 성폭행 등의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한편, B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완전한 의식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술이 깨는 대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10-23 15:00:46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마흐멧네서 이틀을 묵고 또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기상시간이 안맞아 마흐멧과의 작별인사는 어제 저녁에 했고 집을 나가기 전 테이블 위에 한국전통 컵받침과 내가 뜬 레이스를 선물로 남겨놓았다. 마흐멧의 동네 자가직은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100km나 떨어져있다. 사실 위치를 미리 알았다면 우리의 동선과 많이 어긋나서 고민했을텐데 카우치서핑에는 친구의 집이 "카이로"라고만 나와서 그런줄로만 알고 간 것이었다. 이틀간 왔다갔다 거리와 시간 손실은 꽤 있었지만 그래도 현지 친구를 만나고 현지문화를 체험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자가직을 출발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곳의 첫 인상은 공포스러우리만큼 두렵고 위험해 보였지만 그 안에 들어가 지내보니 사는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기만 했다. 십여년 전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 갔었을 때 생각이 났다. 그곳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오후 6시만 지나도 길거리에 사람이며 차가 마법같이 싹 사라진다. 밤에는 엄청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겉보기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젯밤 우리가 환전을 걱정하자 마흐멧이 굉장히 반가워하며 자기가 바꿔주겠다고 해서 달러와 이집트 돈을 인터넷의 환율로 바꿨다. 카우치서핑 친구와 돈거래는 안하는 것이 불문율인데 국제 환율에 따라 돈을 교환하는 정도는 괜찮겠지 싶었다. 제안을 받았을 때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서로 만족하는 좋은 거래였다. 이로써 새로운 나라에 오면 해결해야 하는 3가지가 다 풀렸다. 공항에서 산 유심, 친구에게 환전한 현지돈, 그리고 그 돈으로 휘발유도 어렵지 않게 빵빵하게 주유할 수 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남쪽으로 향한다. 자욱한 안개가 낀 길을 지나자 도로 옆으로 푸른 밭과 저멀리 야자수들이 안개속에 환상적인 풍경으로 나타났다. 오늘 우리 목적지는 지방의 작은 도시 미냐(Minya)이다. 그곳에는 딱히 볼일이 없지만 룩소르까지 하루에 가기는 힘들어 중간에 하루 묵고 갈 생각이다. 도시의 도로는 운전문화가 엉망이라 운전이 쉽지 않지만 도시밖 고속도로를 타면 노면상태가 매우 훌륭해서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시베리아나 스탄국가들을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르다. 도로는 이제 사막을 지나고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모래사막에 난 도로를 달리다니 기분이 묘하다. 차량이 지나며 모래먼지가 날린다 신기하다 하늘에 구름이 적당히 있고, 길도 널찍하니 좋고, 통행량도 별로 없고. 드라이브하기에 너무 좋았다. 아스팔트위에 모래들이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이 장관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겨울에 산을 넘을 때에는 눈보라가 아스팔트에 신기한 무늬를 만들며 휘날렸었는데 모래로 바뀌었을 뿐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사막을 지나자 다시 초원이 나타난다. 그리고 곧 미냐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KFC. 오래간만에 먹는 치킨과 코울슬로가 너무 맛있다. 관광지가 아닌 미냐에는 숙소의 선택지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두세군데 중 가장 저렴한 곳으로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에어컨도 있는 방이 깨끗하고 편했고 저녁은 룸서비스로 타진을 주문했는데 빵과 야채샐러드도 같이 와서 매우 맛있게 먹었다. 가격도 착하다. 이집트니까 호텔 룸서비스가 가능하지 한국에선 엄두도 못낸다. 다음날 아침 1층 로비의 조식식당에 갔다. 약 6만원의 저렴한 숙박비에 아침도 포함이다. 후무스, 계란, 스프, 치즈 등등 좋은 음식으로 충분히 요기할 수 있었다. 아침도 맛나게 잘 먹고 기분좋게 호텔을 나섰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짐을 들고 차로 걸어가는데 호텔로비에 있던 이집트 남자가 따라오며 말을 건다. 줄무늬 니트를 입고 있던 남자는 호텔에서 주는 커피를 들고 "Good morning. Are you Kim?"(좋은 아침, 너 이름이 김 맞지?)라고 했다. 이집트 도착하자마자 수없이 만난 또다른 호객꾼인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최대한 좋게좋게 보내려고 미소를 띈 얼굴로 최소한의 대답만 하며 차로 갔다. 남자는 계속 따라오며 어디로 가냐, 이 근처의 말라우 박물관은 안가냐, 왜 안가냐, 얼마 안걸린다 등 전형적인 호객꾼 투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역시나 외국인을 상대로 관광지를 안내하며 돈버는 현지인인가 보다. 차에 타려고하자 계속해서 말을 거는 그를 떼놓기위해 탄이 한국말신공을 시전했다. "저희가 시간이 없어서 못가요." 우리가 주차한 곳에서 차를 빼자 그는 갑자기 우리차 뒷문을 열고 타려고 했다. 탄이 놀라서 밖으로 나와 뭐하는 거냐고 그를 막았다. 차에 타는 것을 저지당하자 그는 우리 차가 나가지 못하도록 뒤에 서서 막았다. 그 호텔은 막다른 골목 끝에 있어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후진으로 골목을 빠져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잠시 후 한패인 듯한 또다른 남자가 어깨에 총을 메고 나타나 뒤에서 길을 함께 막았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 두려웠다. 그때 호텔 직원이 우리차에 다가왔다. 우리는 구세주를 만난듯 그에게 사정을 했다. "우리 빨리 가야해요. 가게 해주세요. 저 사람들 상대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호텔 직원도 그 사람들에게 가더니 무언가 이야기만 하는 모양새가 한패인가 싶었다. 우리를 도와 그들을 내쫓아줄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사람이 점점 늘어나 4~5명이 되었다. 단단히 잘못 걸렸다 싶다. 호텔 직원도 우리를 막는다. 아주 위험한 사람들이다. 대체 얼마를 원하는 걸까? 우리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나 있는 걸까? 어디로 납치되거나 저 총으로 해를 입게 되는건 아닌지 너무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한없이 초긴장 상태로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드디어 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 골목 끝에서 호텔 직원이 불러준 건지 제복을 입은 경찰이 와서 말을 건다. 어디로 가냐고 물어 룩소르로 간다고 대답했다. 뒤에 경찰차도 보인다. 경찰이 상황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경찰차가 에스코트 해준다고 하는 듯했다. 골목을 빠져나와 한시름 놓긴 했지만 그렇게 경찰차를 따라가자니 경찰도 돈을 요구하는게 아닌가 불안해졌다. 이곳 사람들이 워낙 가난해서 외국인이 돈주머니로 보이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식으로 위력을 가하는 것이 알려지면 누가 이집트로 관광 오려할까 싶었다. 갑자기 경찰차가 비상등을 켜며 길가에 차를 세웠다. 우리를 쳐다보며 우리도 차를 세우라고 하는 듯했지만 탄은 이때다 싶었는지 그대로 차를 지나쳐 달렸다. "우리는 그냥 갈길을 갈뿐이야. 경찰이 쫓아오고 싶으면 쫓아오겠지. 우리가 굳이 기다릴 것까지는 없지." "비상등을 켜고 굿바이 하는 것 같아서 나도 비상등을 켜고 '안녕' 했어." 우리 마음대로 해석하고 경찰을 떼어놓고 싶어 달려갔지만 하필 기름이 떨어져가고 있었다. 탄이 차를 길옆에 세우고 주유소를 찾아야 겠다고 하고 있을때 경찰이 다시 우리를 따라잡았다. 아예 차를 우리앞에 세워 우리가 못 움직이게 또 막아섰다.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화난 목소리로 자기가 "Genaral police"라고 한다. 무슨 X소리인가 싶었다. 우리는 못알아듣는 척하며 계기판을 가리키며 주유소에 가야한다고 딴청을 피웠다. 서로 자기 할말만 했다. 우리가 먼저 가버려서 화가 몹시 난듯해서 무서웠다. 탄은 분위기를 바꾸려고 스마트폰으로 지도에서 주유소를 찾아 보여주고 우리가 주유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조금 있자 경찰차 한대가 더 나타났다. 이제 경찰차 2대의 뒤를 따라간다.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너무 불안했다. 어차피 잡힌거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에 집중했다. 계기판에 주행가능 거리 표시가 꺼지고 이제 차가 언제 서버릴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가까스로 주유소에 도착, 하지만 휘발유가 없다고 하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다른 곳을 찾는다. 경찰이 앞서가건말건 70km 연비효율 운전을 하며 갔다. 주유소로 가려면 우측으로 꺾어야 하는데 경찰이 못가게 막고 있다. 이 주유소를 지나치면 정말 차가 서버릴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차에서 내려 저 경찰차를 타고 어디로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까지 들었다. 탄은 과감하게 유턴을 해서 경찰차를 무시하고 주유소로 내달렸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은 대사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이 주유하는 동안 내가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우리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지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연료가 소진되기 직전 가까스로 주유소에 도착 다행히 더이상의 방해 없이, 연료가 거의 소진된 상태에서 간신히 주유소에 도착했다. 나는 대사관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한국에서 이집트에 가면 연락해보라고 소개 받았던 현지교포분께 우선 전화를 했다. 만난적도 없는데 갑작스럽게 전화를 드리게 되어 송구스러웠지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우리 사정을 말씀드리자 그분은 경찰을 바꿔달라고 하셨다. 아랍어를 하실 수 있으니 우리를 놔달라 안그러면 큰코다칠 것이다 하며 혼구녕을 내주기를 은근 바랬다. 경찰과 아랍어로 통화를 하고 다시 전화를 돌려받자 교포분은 놀라운 이야기를 하셨다. "이 경찰들을 따라가셔야 할거에요." "네?" 놀라서 반문했다. 교포분은 "이집트는 공산국가처럼 통제가 심한 나라인데 외국인이 단체관광이 아니고 렌트를 해서 관광지가 아닌 곳을 맘대로 마구 돌아다니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관광경찰'이라는 사람들을 두어 그런 외국인을 보면 안전한 고속도로로 에스코트하면서 감시와 보호를 하고 있는 거에요."라고 하셨다. 깡패같던 사람들이 우릴 에스코트 해주는 사복경찰이라니... 세상에. 완전 깡패처럼 보이던 저 사람이 진짜 사복경찰이라니. 지금 상황이 비정상적인 납치나 강탈이 아니었다니. 너무너무 안도가 되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 이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끝까지 이들을 날강도 무리로 생각했을테고 이집트를 다니는 내내 긴장하며 불편한 기분으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분의 자세한 설명으로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한 우리는 그동안의 불안과 걱정을 털어내고 비로소 경찰들을 웃으며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우리 돈을 노리는 강도들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고속도로가 나오자 그들의 관할구역이 끝났는지 차를 세우고 우리에게 와서 잘가라고 인사를 하며 보내주었다. 그들에게 큰 오해를 한것이 미안한 마음에 우리는 그들이 알아듣건말건 사과를 하고 감사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다시 우리끼리 홀가분하게 드라이브를 하게되니 너무 기쁘고 시원했다. 이 나라의 상황과 관습을 몰라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평화롭게 잘 끝나 정말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낯선 나라로 이동할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 사건이 되었다. 무조건 의심하고 넘겨짚지 말고 가능한 도움을 청해 현지의 상식을 알아내자. 미냐를 나와 룩소르를 향해 가는 도중 만난 작은 도시 입구에서 또 경찰차를 만났다. 이제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당연한 듯 경찰차를 뒤따라간다. 관할구역이 끝난 곳에서 다른 경찰차에게 우리를 인계하기도 한다. 다들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맞아주시니 너무 좋았다. 처음과 달리 여유롭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찰의 에스코트를 오히려 즐기기까지 할 수 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_ufYXwYzqZs?si=NcQ5JOHxrciAv4tC>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10 10:27:43가족들과 함께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만큼 모처럼 좋은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몇 차례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했는데 내심 실망했다. 돈이 아까웠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한 식당은 테이블마다 테이블오더 기기와 서빙로봇이 배치되어 있었다. 중간에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태블릿에서 직원호출 버튼을 찾아 눌러야 해 성가셨다. 요즘 많은 음식점에서 도입해 익숙하긴 하지만, 서비스의 정점에 있다는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놀라웠다. 또 다른 날 방문한 곳은 스마트폰 NFC 접촉을 통해 주문하는 시스템인데 외식을 자주하는 나도 처음 접해본 방식이었다. 기기에 바로 스마트폰을 접촉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 설정을 몇 가지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친정엄마는 이제 이런 것도 나왔냐며 "나 혼자 오면 주문을 못해서 쫄쫄 굶어야겠다"며 새로운 주문방식을 몇 차례 집중해서 학습하셨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비싼 금액을 지불하면서도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것은 사실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기대해서인데 이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친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용에 불편함은 없어야 하는데, 주문부터 불편했다. '서비스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호텔에도 무인화 바람이 부는 것은 비용절감과 구인난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지방의 호텔뿐만 아니라 서울시내에 있는 특급호텔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호텔리어'가 선망의 직업이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호텔이란 곳은 매력적인 일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임금인 데다 노동 강도는 높고, 팬데믹 등 외부 환경변수로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인난에 호텔들도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을 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무인화'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호텔을 이용하는 데는 그만한 서비스를 기대하고 오는 것인데, 그에 걸맞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결국은 소비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호텔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서비스'인데 이를 자체적으로 포기하는 셈이다. 무인화 바람이 우리 생활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지만 호텔업계 역시 무인화 카드를 구인난의 해법으로 쉽게 선택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이유다. 구인난 해결을 위해 보다 깊은 고민을 해야할 시간임이 분명해 보인다. aber@fnnews.com
2024-07-03 18:30:36[파이낸셜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소방서의 열악한 급식 환경에 속상함을 드러냈다. 지난 6월 30일 방송된 tvN ‘백패커2′에선 경기 화성소방서를 찾아 소방대원 약 110명을 위한 출장 요리를 선보이는 백종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경기 화성소방서는 대한민국 소방서 241곳 중 가장 바쁜 소방서로, 화재 출동 건수가 전국 1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종원은 ‘식어도 맛있는 보양식’을 의뢰받았다. 의뢰인인 정기종 센터장은 “조금 있으면 폭염이 온다. 그런데 대원들은 (25kg의) 진압복을 입고 활동해 땀을 엄청 흘린다”며 소방관들을 위한 보양식을 부탁했다. 소방관들은 한 번 출동하면 언제 복귀할 지 기약이 없는데다, 식사 중에도 출동 알림음이 울리면 먹던 걸 내려놓고 출동해야 했다. 직업 특성상 마음 편히 제때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구내식당을 둘러보던 백종원은 “죄송하면서도 찡한 게, 여기는 식단이 정말 일반 급식 식단이다”라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5월 29일 수요일 중식(점심)으로는 닭고구마조림에 혼합 잡곡밥, 오징어 뭇국, 계란찜, 콩나물김가루무침, 포기김치가 제공됐다. 활동량이 많은 소방대원들이 먹기엔 다소 일반적인 식단이었다. 이에 백종원은 “사실 이런 분(소방대원)들은 조금 더 드셔야 하는데 급식비 책정이 약하냐”라고 물었고, 영양사는 “대원들의 급식비가 (나라에서) 나오는데 한 끼 4000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더 올려야 하는데 보조는 안 되나”라고 재차 물었고, 영양사는 “보조는 따로 안 된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제작진에게 “급식이 너무 열악하다”며 “저 일반 급식이라는 건 사실 점심만 먹고 아침, 저녁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일반 급식인데 여기처럼 노동 강도가 센 분들이 드시기엔 부족하다. 이런 건 보조해줘야 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소방관들의 한 끼 급식 단가가 낮다는 점은 과거 국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2020년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국 소방관의 한 끼 평균단가는 4187원이었다. 지자체별로 소방관들의 급식단가가 최대 4310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지역은 3500원이었다. 이날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어떻게 교도소 급식보다도 못하나" "국회의원들 세금으로 해외여행 다니지 말고 이런데 지원해라" "식어도 맛있는 거라... 마음이 찡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7-01 10:56:53[파이낸셜뉴스] 튀르키예의 하이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재확인됐다. 튀르키예 통계청은 3일(현지시간) 튀르키예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9.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70%에 육박하는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에 기록한 8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부문 별로는 교육부문 물가가 103.86% 폭등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또 호텔, 카페, 식당 등 접객업 부문 물가가 95.82% 치솟아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전월비로도 상승 폭이 작지 않았다. 튀르키예 CPI는 3월에 비해 3.18% 상승했다. 술, 담배 가격 인상과 접객업 부문 물가 상승이 흐름을 주도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물가 상승률이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보다는 낮았다. CNBC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튀르키예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런던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시장 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 리암 피치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예상을 살짝 밑도는 4월 전년동월비 69.8% 인플레이션은 물가 압력이 다시 누그러지고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피치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70.3% 상승률을 예상했다. 비록 물가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금리 인하는 여전히 먼 얘기라는 점 역시 확인됐다. 튀르키예 중앙은행(TCMB)의 기준 금리는 현재 50%에 이른다.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의 고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TCMB는 3월 "팍팍한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상당한 정도의, 또 지속적인 월간 인플레이션 하강 흐름이 확인될 때까지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못 박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5-04 06:59:45[파이낸셜뉴스] SKC의 생분해 소재사업 투자사 SK리비오가 종합제지업체 깨끗한나라와 생분해 소재 기반의 위생용품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SK리비오는 깨끗한나라, 깨끗한나라의 자회사인 보노아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SKC 본사에서 ‘생분해 친환경 위생재 상업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SK리비오와 깨끗한나라는 이번 협약을 통해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수지(PBAT)와 생분해 라이멕스(LIMEX) 소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위생제품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계획이다. 또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순환 시스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별도의 공동 연구도 추진하기로 했다. 첫 번째 협력 아이템은 물티슈다. 기존 물티슈는 종이로 만드는 일반 휴지와 달리 폴리에스터 등 플라스틱 소재가 섞인 혼방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반 가정 및 식당 등에서 쓰이는 물티슈의 총량은 연간 160만t에 이른다. 폴리에스터 특성상 매립해도 잘 분해되지 않고, 소각하면 유해물질을 내뿜을 수 있어 '일상 속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SK리비오와 깨끗한나라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존 폴리에스터 물티슈와 같은 강도, 가격 경쟁력을 가지면서도 자연에서 분해되는 고강도 PBAT 및 생분해 라이멕스 기반 물티슈 신제품을 올해 3·4분기 내 출시할 계획이다. 또 플라스틱 소재의 비닐이나 부직포 등을 사용해 물티슈와 유사한 환경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저귀, 여성용품으로 생분해 소재 기반 제품화를 위한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한편 SK리비오는 올해 상반기 중 베트남 하이퐁시에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7만t 규모의 PBAT 생산공장을 착공한다. SKC의 생분해 라이멕스(LIMEX) 소재 사업 투자사인 SK티비엠지오스톤의 생산 시설도 이 곳에 함께 들어서 시너지를 도모한다. SK리비오 관계자는 "깨끗한나라와의 협력으로 생분해 소재의 활용도를 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는 위생용품으로 빠르게 확장하게 됐다"며 "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부가 생분해 소재 제품을 꾸준히 양산하겠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4-04-24 09:05:11[파이낸셜뉴스] 경기도 수원시 한 식당에서 4만원어치 닭갈비 2인분을 주문했다가 충격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닭갈비 2인분 얼마로 보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이 가격이 맞나 싶어서 의견 여쭤본다"며 사진을 공유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파, 양배추, 양파, 깻잎, 고구마 등 각종 야채에 빨갛게 양념된 닭갈비가 올라가 있는 모습이 담겼다. 2인분이라고 하기엔 누가 봐도 적은 양. 이에 A씨는 "부가세 포함해 4만원을 결제했다"며 "사장님 속상하실까 봐 같은 자영업자라 말도 못 하고 꾹 참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희가) 채식주의자 같아 보였나 보다. 2번은 못 갈 집이다"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맛보기인가요?" "닭갈비가 아니라 야채볶음인 줄" "아무리 그래도 기본 먹을 양은 줘야지 양심 무엇" "심하긴 하네요" "야챗값이 비싸면 좀 줄이고 고기는 원래 양대로 줘야죠"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제주도 횟집에서 바가지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해당 횟집이 고등어회 20점을 3만원에 팔았다는 것.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또 최근 봄 축제 시즌을 맞아 전국에서 열린 벚꽃축제 등에서 바가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바가지 상술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자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하반기부터 강도 높은 대책이 실행에 들어갔지만 올해도 바가지 논란은 반복되는 양상이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4-18 06:38:59[파이낸셜뉴스]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총 3편이 나왔다. 1997년, 1994년, 1988년이다. 10년 쯤 더 지나 2000년 대를 다룬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온다면 어떨까. 대학 신입생이던 2004년을 돌이켜 보면 떠오르는 기억의 단편들로는 PC방 카트라이더, 보드게임, 불닭, 민들레영토(카페), 캔모아와 아이스베리(빙수) 등등이 있다. 학교 앞 백반집의 가격은 4000원, 학식의 가격은 1500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다. 현재는 대부분 사람들이 라면의 수프로 알고 있는 '불닭'도 2000년대에 유행했었다. 숯불에 직화로 구운 닭에 매운 양념을 입힌 요리였다. 캡사이신을 많이 써 먹는 순간 화학적인 매운 맛이 느껴지는 그런 음식이었다. 불닭 식당들은 현재의 탕후루 가게처럼 당시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이후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불닭의 매운맛은 일부 닭발집이 이어 받아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 근처에는 틈새라면(빨계떡)이라는 매운 라면 가게도 있었다. 1981년 김복현 창업주가 '김복현의 명동 빨계떡 틈새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매운 라면 가게였다. 식당 벽면에는 형광색의 포스트잇을 가득 채운 메모가 붙어있었다. 틈새라면은 이후 팔도가 제품화를 통해 2006년 봉지라면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K-라면계의 매운맛 혁명은 2012년 발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회사였지만 '우지 파동'으로 쇠락해 가던 삼양에 해성처럼 등장한 '불닭볶음면' 때문이었다. 당시 라면업계 전문가들조차도 '불닭볶음면'의 히트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매운맛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불닭볶음면은 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편의점에서 불닭을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SNS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불닭볶음면은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 채널에 소개된 뒤 SNS를 통해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며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2011년 2987억원이던 삼양식품의 매출은 2023년 1조1929억원으로 약 4배 가량 늘었다. 히트 상품은 '천운'..매운맛 성공의 비결은 라면 업계에서만 20년 이상 종사해 온 김영종 팔도 연구1팀 팀장(수석)은 "히트제품은 맛있다고 되는 것도, 광고비를 맛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천운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이든 노래든 선거든 새로운 돌풍은 한 가지 요소가 아니라 여러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한류 그룹을 키워낸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박진영은 K팝의 인기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심지어 음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K팝의 글로벌적인 인기에 대해 궁금해 한다"며 "이에 대해 나는 K팝은 이전까지 유행해 왔던 레게, 락, 힙합 같은 음악스타일을 칭하는 말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들이 맺는 특별한 '관계의 이름'이다. 음악의 장르가 아니라 관계성이 K팝이 히트한 이유다." K팝 성공의 이유가 노래나, 춤, 가수의 매력 등이 아닌 관계라는 그의 설명은 명쾌하진 않지만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그만큼 이유를 분석하기 어렵고 한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을 선두로 한 K 매운맛의 성공 비결도 어쩌면 '중독성 있는 제품'과 'SNS'라는 단순한 요인으로 분석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2012년 불닭볶음면이 나오기 10년 전 2002년 서울동대문 시장의 작은 매장에서는 '동대문엽기떡볶이'라는 매장이 문을 열었다. 사실 시작은 '땡초 불닭발'이었다. 하지만 2003년 조류 독감으로 불닭발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줄어든 매출을 사이드 메뉴인 '엽기떡볶이'가 채웠고 이후 엽기떡볶이는 10대~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유튜버 먹방의 대표 음식이 된 '엽떡'은 배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또 한번 급성장했다. 불닭볶음면 이전 매운맛이 서서히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스트레스가 매운맛 찾게 하는 이유? 또 2010년 즈음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유뷰트, TV 등에서도 매운맛에 대한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기였다. 매운 맛은 '스코빌지수'를 통해 수치화가 가능했다. 스코빌지수를 통해 매운맛 단계를 설정하고 이를 참고 견디며 먹는 '챌린지'가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를 통한 '도전 먹방'의 유행에 따라 '신길동 매운짬뽕', '신대방 온정돈가스의 디진다 돈가스', '선화동 매운실비김치', 마라탕 등의 유행도 이어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음식이 매워지기 시작한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추의 매운 맛이 확산된 것은 1950년대로 추정되는데 6·25 전쟁 빈곤과 기아의 스트레스가 매운맛을 찾게 했다는 것이다. 고추장을 사용한 신당동 떡볶이 역시 1953년 처음 나왔다고 한다. 해당 내용은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연구원의 2009년 논문 '고추, 그 매운맛에 대한 역사민속학적 시론-한국 사회는 왜 고추의 매운맛에 열광하는가'에 나온다. 안 연구원은 "고추의 매운맛은 중독 증세와 엔도르핀 효과에 힘입어 상업성을 띠었다”며 “이에 따라 1960년대 무교동 낙지볶음, 경기 연천의 망향비빔국수, 대구의 매운 갈비찜 등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1위 국가다. 스트레스 강도와 자살률을 단순히 인과관계로 놓을 순 없지만 '스트레스가 매운 맛을 찾게 만든다'는 가설이 맞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매운맛 사랑도 납득이 간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3-31 16: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