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만큼 모처럼 좋은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몇 차례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했는데 내심 실망했다. 돈이 아까웠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한 식당은 테이블마다 테이블오더 기기와 서빙로봇이 배치되어 있었다. 중간에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태블릿에서 직원호출 버튼을 찾아 눌러야 해 성가셨다. 요즘 많은 음식점에서 도입해 익숙하긴 하지만, 서비스의 정점에 있다는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놀라웠다. 또 다른 날 방문한 곳은 스마트폰 NFC 접촉을 통해 주문하는 시스템인데 외식을 자주하는 나도 처음 접해본 방식이었다. 기기에 바로 스마트폰을 접촉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 설정을 몇 가지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친정엄마는 이제 이런 것도 나왔냐며 "나 혼자 오면 주문을 못해서 쫄쫄 굶어야겠다"며 새로운 주문방식을 몇 차례 집중해서 학습하셨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비싼 금액을 지불하면서도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것은 사실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기대해서인데 이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친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용에 불편함은 없어야 하는데, 주문부터 불편했다. '서비스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호텔에도 무인화 바람이 부는 것은 비용절감과 구인난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지방의 호텔뿐만 아니라 서울시내에 있는 특급호텔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호텔리어'가 선망의 직업이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호텔이란 곳은 매력적인 일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임금인 데다 노동 강도는 높고, 팬데믹 등 외부 환경변수로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인난에 호텔들도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을 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무인화'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호텔을 이용하는 데는 그만한 서비스를 기대하고 오는 것인데, 그에 걸맞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결국은 소비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호텔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서비스'인데 이를 자체적으로 포기하는 셈이다. 무인화 바람이 우리 생활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지만 호텔업계 역시 무인화 카드를 구인난의 해법으로 쉽게 선택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이유다. 구인난 해결을 위해 보다 깊은 고민을 해야할 시간임이 분명해 보인다. aber@fnnews.com
2024-07-03 18:30:36[파이낸셜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소방서의 열악한 급식 환경에 속상함을 드러냈다. 지난 6월 30일 방송된 tvN ‘백패커2′에선 경기 화성소방서를 찾아 소방대원 약 110명을 위한 출장 요리를 선보이는 백종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경기 화성소방서는 대한민국 소방서 241곳 중 가장 바쁜 소방서로, 화재 출동 건수가 전국 1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종원은 ‘식어도 맛있는 보양식’을 의뢰받았다. 의뢰인인 정기종 센터장은 “조금 있으면 폭염이 온다. 그런데 대원들은 (25kg의) 진압복을 입고 활동해 땀을 엄청 흘린다”며 소방관들을 위한 보양식을 부탁했다. 소방관들은 한 번 출동하면 언제 복귀할 지 기약이 없는데다, 식사 중에도 출동 알림음이 울리면 먹던 걸 내려놓고 출동해야 했다. 직업 특성상 마음 편히 제때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구내식당을 둘러보던 백종원은 “죄송하면서도 찡한 게, 여기는 식단이 정말 일반 급식 식단이다”라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5월 29일 수요일 중식(점심)으로는 닭고구마조림에 혼합 잡곡밥, 오징어 뭇국, 계란찜, 콩나물김가루무침, 포기김치가 제공됐다. 활동량이 많은 소방대원들이 먹기엔 다소 일반적인 식단이었다. 이에 백종원은 “사실 이런 분(소방대원)들은 조금 더 드셔야 하는데 급식비 책정이 약하냐”라고 물었고, 영양사는 “대원들의 급식비가 (나라에서) 나오는데 한 끼 4000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더 올려야 하는데 보조는 안 되나”라고 재차 물었고, 영양사는 “보조는 따로 안 된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제작진에게 “급식이 너무 열악하다”며 “저 일반 급식이라는 건 사실 점심만 먹고 아침, 저녁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일반 급식인데 여기처럼 노동 강도가 센 분들이 드시기엔 부족하다. 이런 건 보조해줘야 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소방관들의 한 끼 급식 단가가 낮다는 점은 과거 국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2020년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국 소방관의 한 끼 평균단가는 4187원이었다. 지자체별로 소방관들의 급식단가가 최대 4310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지역은 3500원이었다. 이날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어떻게 교도소 급식보다도 못하나" "국회의원들 세금으로 해외여행 다니지 말고 이런데 지원해라" "식어도 맛있는 거라... 마음이 찡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7-01 10:56:53[파이낸셜뉴스] 튀르키예의 하이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재확인됐다. 튀르키예 통계청은 3일(현지시간) 튀르키예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9.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70%에 육박하는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에 기록한 8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부문 별로는 교육부문 물가가 103.86% 폭등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또 호텔, 카페, 식당 등 접객업 부문 물가가 95.82% 치솟아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전월비로도 상승 폭이 작지 않았다. 튀르키예 CPI는 3월에 비해 3.18% 상승했다. 술, 담배 가격 인상과 접객업 부문 물가 상승이 흐름을 주도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물가 상승률이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보다는 낮았다. CNBC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튀르키예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런던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시장 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 리암 피치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예상을 살짝 밑도는 4월 전년동월비 69.8% 인플레이션은 물가 압력이 다시 누그러지고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피치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70.3% 상승률을 예상했다. 비록 물가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금리 인하는 여전히 먼 얘기라는 점 역시 확인됐다. 튀르키예 중앙은행(TCMB)의 기준 금리는 현재 50%에 이른다.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의 고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TCMB는 3월 "팍팍한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상당한 정도의, 또 지속적인 월간 인플레이션 하강 흐름이 확인될 때까지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못 박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5-04 06:59:45[파이낸셜뉴스] SKC의 생분해 소재사업 투자사 SK리비오가 종합제지업체 깨끗한나라와 생분해 소재 기반의 위생용품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SK리비오는 깨끗한나라, 깨끗한나라의 자회사인 보노아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SKC 본사에서 ‘생분해 친환경 위생재 상업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SK리비오와 깨끗한나라는 이번 협약을 통해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수지(PBAT)와 생분해 라이멕스(LIMEX) 소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위생제품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계획이다. 또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순환 시스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별도의 공동 연구도 추진하기로 했다. 첫 번째 협력 아이템은 물티슈다. 기존 물티슈는 종이로 만드는 일반 휴지와 달리 폴리에스터 등 플라스틱 소재가 섞인 혼방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반 가정 및 식당 등에서 쓰이는 물티슈의 총량은 연간 160만t에 이른다. 폴리에스터 특성상 매립해도 잘 분해되지 않고, 소각하면 유해물질을 내뿜을 수 있어 '일상 속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SK리비오와 깨끗한나라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존 폴리에스터 물티슈와 같은 강도, 가격 경쟁력을 가지면서도 자연에서 분해되는 고강도 PBAT 및 생분해 라이멕스 기반 물티슈 신제품을 올해 3·4분기 내 출시할 계획이다. 또 플라스틱 소재의 비닐이나 부직포 등을 사용해 물티슈와 유사한 환경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저귀, 여성용품으로 생분해 소재 기반 제품화를 위한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한편 SK리비오는 올해 상반기 중 베트남 하이퐁시에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7만t 규모의 PBAT 생산공장을 착공한다. SKC의 생분해 라이멕스(LIMEX) 소재 사업 투자사인 SK티비엠지오스톤의 생산 시설도 이 곳에 함께 들어서 시너지를 도모한다. SK리비오 관계자는 "깨끗한나라와의 협력으로 생분해 소재의 활용도를 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는 위생용품으로 빠르게 확장하게 됐다"며 "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부가 생분해 소재 제품을 꾸준히 양산하겠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4-04-24 09:05:11[파이낸셜뉴스] 경기도 수원시 한 식당에서 4만원어치 닭갈비 2인분을 주문했다가 충격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닭갈비 2인분 얼마로 보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이 가격이 맞나 싶어서 의견 여쭤본다"며 사진을 공유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파, 양배추, 양파, 깻잎, 고구마 등 각종 야채에 빨갛게 양념된 닭갈비가 올라가 있는 모습이 담겼다. 2인분이라고 하기엔 누가 봐도 적은 양. 이에 A씨는 "부가세 포함해 4만원을 결제했다"며 "사장님 속상하실까 봐 같은 자영업자라 말도 못 하고 꾹 참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희가) 채식주의자 같아 보였나 보다. 2번은 못 갈 집이다"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맛보기인가요?" "닭갈비가 아니라 야채볶음인 줄" "아무리 그래도 기본 먹을 양은 줘야지 양심 무엇" "심하긴 하네요" "야챗값이 비싸면 좀 줄이고 고기는 원래 양대로 줘야죠"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제주도 횟집에서 바가지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해당 횟집이 고등어회 20점을 3만원에 팔았다는 것.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또 최근 봄 축제 시즌을 맞아 전국에서 열린 벚꽃축제 등에서 바가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바가지 상술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자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하반기부터 강도 높은 대책이 실행에 들어갔지만 올해도 바가지 논란은 반복되는 양상이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4-18 06:38:59[파이낸셜뉴스]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총 3편이 나왔다. 1997년, 1994년, 1988년이다. 10년 쯤 더 지나 2000년 대를 다룬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온다면 어떨까. 대학 신입생이던 2004년을 돌이켜 보면 떠오르는 기억의 단편들로는 PC방 카트라이더, 보드게임, 불닭, 민들레영토(카페), 캔모아와 아이스베리(빙수) 등등이 있다. 학교 앞 백반집의 가격은 4000원, 학식의 가격은 1500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다. 현재는 대부분 사람들이 라면의 수프로 알고 있는 '불닭'도 2000년대에 유행했었다. 숯불에 직화로 구운 닭에 매운 양념을 입힌 요리였다. 캡사이신을 많이 써 먹는 순간 화학적인 매운 맛이 느껴지는 그런 음식이었다. 불닭 식당들은 현재의 탕후루 가게처럼 당시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이후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불닭의 매운맛은 일부 닭발집이 이어 받아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 근처에는 틈새라면(빨계떡)이라는 매운 라면 가게도 있었다. 1981년 김복현 창업주가 '김복현의 명동 빨계떡 틈새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매운 라면 가게였다. 식당 벽면에는 형광색의 포스트잇을 가득 채운 메모가 붙어있었다. 틈새라면은 이후 팔도가 제품화를 통해 2006년 봉지라면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K-라면계의 매운맛 혁명은 2012년 발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회사였지만 '우지 파동'으로 쇠락해 가던 삼양에 해성처럼 등장한 '불닭볶음면' 때문이었다. 당시 라면업계 전문가들조차도 '불닭볶음면'의 히트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매운맛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불닭볶음면은 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편의점에서 불닭을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SNS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불닭볶음면은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 채널에 소개된 뒤 SNS를 통해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며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2011년 2987억원이던 삼양식품의 매출은 2023년 1조1929억원으로 약 4배 가량 늘었다. 히트 상품은 '천운'..매운맛 성공의 비결은 라면 업계에서만 20년 이상 종사해 온 김영종 팔도 연구1팀 팀장(수석)은 "히트제품은 맛있다고 되는 것도, 광고비를 맛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천운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이든 노래든 선거든 새로운 돌풍은 한 가지 요소가 아니라 여러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한류 그룹을 키워낸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박진영은 K팝의 인기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심지어 음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K팝의 글로벌적인 인기에 대해 궁금해 한다"며 "이에 대해 나는 K팝은 이전까지 유행해 왔던 레게, 락, 힙합 같은 음악스타일을 칭하는 말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들이 맺는 특별한 '관계의 이름'이다. 음악의 장르가 아니라 관계성이 K팝이 히트한 이유다." K팝 성공의 이유가 노래나, 춤, 가수의 매력 등이 아닌 관계라는 그의 설명은 명쾌하진 않지만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그만큼 이유를 분석하기 어렵고 한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을 선두로 한 K 매운맛의 성공 비결도 어쩌면 '중독성 있는 제품'과 'SNS'라는 단순한 요인으로 분석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2012년 불닭볶음면이 나오기 10년 전 2002년 서울동대문 시장의 작은 매장에서는 '동대문엽기떡볶이'라는 매장이 문을 열었다. 사실 시작은 '땡초 불닭발'이었다. 하지만 2003년 조류 독감으로 불닭발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줄어든 매출을 사이드 메뉴인 '엽기떡볶이'가 채웠고 이후 엽기떡볶이는 10대~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유튜버 먹방의 대표 음식이 된 '엽떡'은 배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또 한번 급성장했다. 불닭볶음면 이전 매운맛이 서서히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스트레스가 매운맛 찾게 하는 이유? 또 2010년 즈음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유뷰트, TV 등에서도 매운맛에 대한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기였다. 매운 맛은 '스코빌지수'를 통해 수치화가 가능했다. 스코빌지수를 통해 매운맛 단계를 설정하고 이를 참고 견디며 먹는 '챌린지'가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를 통한 '도전 먹방'의 유행에 따라 '신길동 매운짬뽕', '신대방 온정돈가스의 디진다 돈가스', '선화동 매운실비김치', 마라탕 등의 유행도 이어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음식이 매워지기 시작한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추의 매운 맛이 확산된 것은 1950년대로 추정되는데 6·25 전쟁 빈곤과 기아의 스트레스가 매운맛을 찾게 했다는 것이다. 고추장을 사용한 신당동 떡볶이 역시 1953년 처음 나왔다고 한다. 해당 내용은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연구원의 2009년 논문 '고추, 그 매운맛에 대한 역사민속학적 시론-한국 사회는 왜 고추의 매운맛에 열광하는가'에 나온다. 안 연구원은 "고추의 매운맛은 중독 증세와 엔도르핀 효과에 힘입어 상업성을 띠었다”며 “이에 따라 1960년대 무교동 낙지볶음, 경기 연천의 망향비빔국수, 대구의 매운 갈비찜 등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1위 국가다. 스트레스 강도와 자살률을 단순히 인과관계로 놓을 순 없지만 '스트레스가 매운 맛을 찾게 만든다'는 가설이 맞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매운맛 사랑도 납득이 간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3-31 16:01:35[파이낸셜뉴스] 식당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가게 문제 해결에 나선 배달의민족이 참여업체 매출 증가 등의 성과를 거뒀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간 경영 비효율 문제를 겪고있는 외식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배민은 엔데믹 이후 금리, 원자재, 인건비 등 비용 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게에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배민은 ▲고강도서빙형 ▲인기맛집형 ▲호출지옥형 ▲주문병목형 ▲나홀로사장님형 등 가게 유형을 5가지로 나누고 5곳의 가게를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가게 5곳에는 무료로 1대1 전문가 현장 컨설팅부터 디지털 기기 도입 및 교육, 메뉴사진 촬영 등이 제공됐다. 서빙로봇, 테이블오더, 키오스크, 디지털 사이니지 등 식당에서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기기 가운데 각 업체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기와 대수를 선별해 적용했다. 약 3개월의 프로젝트 결과, 주문 소화량이 늘고 객단가가 오르는 성과를 얻었다. 우아한형제들 사장님비즈니스성장센터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게 ‘은행나무 풍천장어(경기도 수원)’의 경우 디지털 전환 한 달 만에 월 매출이 64% 늘었다. ‘호출지옥형’ 대표 업체로 선정된 이 가게의 경우 디지털 전환을 통한 반복호출 감소, 주문 소화량 증가가 매출 상승의 주 요인으로 분석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가게들도 실질적인 매출 상승 효과를 체감했다. 참여 가게 5곳의 디지털 전환 적용 이후 월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평균 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게 운영 효율화 및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인 피크타임 회전율 역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가게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주문병목형’ 대표 가게로 선정된 충남 천안의 퓨전양식주점 '프롬홈'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서빙로봇 1대, 테이블오더 8대 등을 도입하면서 1개월 만에 회전율이 67% 높아졌다. 이와 함께 참여 업체들 모두 인건비 절감 및 인력 효율화, 홀 주문 및 서빙 실수 감소 등의 효과를 경험했다. 이는 비용 효율화는 물론 가게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가게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우아한형제들 사장님비즈니스성장센터 권용규센터장은 “엔데믹 이후에도 비용 상승, 경기 악화 등으로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사장님들에게 변화된 환경에 맞춰 가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긍정 인식 확산을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면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4-02-15 14:14:46[파이낸셜뉴스] 제주 유명 음식점 대표 청부 살인 사건을 계획하고 주도한 주범에 대해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8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55)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공범 김모씨(50)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부분도 유지했다. 박씨는 채무 관계로 얽혀 있던 제주도의 한 유명 음식점 대표 A씨의 살해를 김씨와 그의 아내에게 청부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김씨의 아내는 1심 징역 10년이었지만 2심에서 5년으로 감형됐다. 김씨는 지난 2022년 12월 16일 제주시 A씨 주거지에 몰래 숨어 들어간 뒤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하고 고가 가방과 현금 등 1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아내 이씨는 차량으로 A씨를 미행해 위치 정보 등을 남편에게 전달했고, 범행 뒤 차량을 이용해 함께 도주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김씨 부부는 빚 2억3000만 원을 갚아주고, 피해자 소유의 식당 지점 한 곳 운영권 등을 넘겨받는 대가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박씨는 김씨 부부에게 살인을 지시한 적이 없고, 범행을 이들이 주도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 몸싸움 과정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고, 아내 이씨는 남편이 살인까지 저지를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박씨와 김씨에 대해 각각 사형, 김씨의 아내 이씨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2-08 11:47:25[파이낸셜뉴스] 주진우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예비후보는 지난 달 27일부터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전면 확대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여야간 막판 협의를 통해 정부 여당이 지난 2일 민주당이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지원청' 신설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했지만,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결국 수용이 거부돼 법 적용 유예가 무산된 걸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 예비후보는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83만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철퇴를 가한 민주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주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만 챙기느라, 직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주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강행했다"며 "23년차 법조인인 저조차 '영세업자가 어떻게 해야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 예비후보는 이어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아직 확립된 판례나 선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 예비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이 답해 보십시오. 5명을 고용한 영세업자가 평소에 어떻게 대비하면 되나"라고 따져 물으며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을 했는지'의 해석이 아직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 예비후보는"부산만 해도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이 4만1985곳에 이른다. 빵집, 까페, 식당 등 부산에 있는 모든 업장 중에서 25%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서울에 있는 대기업이 컨설팅을 받고 전문 안전인력을 배치해도 처벌되는 실정인데, 지방의 영세 상공인들이 어떻게 감당하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주 예비후보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행태는 결국 5인 이상 고용을 꺼리게 만들어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영세 기업 위주의 지방 경제를 위축시켜 수도권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주 예비후보는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 운운하며, 최저임금을 급속도로 올려 일자리를 빼앗았던 기억을 벌써 잊었나"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2-04 13:36:16각종 규제 등으로 불만이 쌓인 유럽 농민들의 시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농가 시위는 프랑스를 거쳐 벨기에까지 확산됐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형편이 어려워진 유럽 농민들은 공해 배출을 줄인다며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부담이 지나치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1월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농민들은 비용 부담과 줄어드는 이익,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유럽연합(EU)의 규제에 항의해 지난 18일부터 파리 주변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농민들은 세계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렁지스 도매시장으로 연결되는 도로까지 점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파리 시장과 식당들이 농산물을 조달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비료와 에너지, 기타 물자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익마진이 줄어들고 있으며 유행성출혈병으로 가축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농민단체들은 2월 1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EU 정상회의 이전까지는 고속도로 점거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AFP와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벨기에 농민들도 이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고속도로와 도심 도로 위에 트랙터를 몰고 나와 길을 막고 EU의 환경정책과 각종 규제, 급등하는 물가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농민 시위로 벨기에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가 봉쇄되면서 큰 교통혼잡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독일에서는 농가 디젤유 보조금 폐지 여파로 1월 초 트랙터 약 10만대가 1주일동안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나중에 시간을 두고 실시할 것이라고 했으나 시위는 강도가 줄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도 베를린과 기타 대도시의 농민 시위에는 극우정당의 지원 아래로 수공예가들과 중소기업들도 동참하는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EU 회원국 농민들은 EU의 환경 규제 정책과 농산물 수입 계획 등에 항의하며 생산 비용 상승에 대한 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EU가 생물 다양성 등을 위해 더 높은 환경 기준을 농민들에게 요구하면서 농산품 생산에 추가 비용이 든다며 이런 사정이 농산물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벨기에 일반농업인연합(ABS)의 간부인 마크 볼프랑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몇 년 동안 정부에 경고했다"며 "농민들은 정말 절박하다"고 말했다. FT는 EU 회원국 농민들이 자국과 EU의 규제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산 값싼 농산물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는 수입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부과하던 관세를 폐지한 바 있다. 또 EU가 남미 4개국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와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윤재준 기자
2024-01-31 18: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