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계획했지만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혼식 장소를 옮겼다. 26일 CNN 등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약혼녀 로렌 산체스와 26일부터 28일까지(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한 홀에서 결혼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시 혼잡을 우려한 베니스 시민들 등이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라는 이름의 단체를 조직하고 시위에 나섰다. 결혼식 당일에는 하객 진입 저지 시위까지 예고해 베이조스 측은 베니스 외각의 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결혼식 장소를 옮겼다. 장소는 베네치아 외곽 카스텔로 동부 지구에 위치한 14세기 건물 아르세날레의 홀이었다. 아르세날레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연결 다리를 들어 올리면 외부 접근이 차단된다. 이곳에서 베이조스는 약 3일간의 결혼식 피로연을 치를 예정이다. 킴 카다시안, 오프라 윈프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등 연예계, 정치계, 금융계 등 약 200~250명의 손님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조스는 지난 2019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 방송기자 출신인 산체스와 약혼했다. 결혼식에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킴 카다시안, 가수 케이티 페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 이방카 부부 등 약 200여 명의 유명 인사들이 초대됐다. 최근 베니스 곳곳에는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 포스터가 붙었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산 마르코 광장에 "베네치아를 빌릴 돈이 있다면 세금을 더 내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베니스는 최근 몇 년간 관광객 급증에 따른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6-26 18:59:04[파이낸셜뉴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에서 선보일 '한국관의 전시 계획안'을 발표했다. 13일 예술위에 따르면 이번 한국 전시는 한국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박경, 정소익 두 사람의 공동 예술감독 체제로 준비했다. 특히 '2086 : 우리는 어떻게?'라는 주제로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2086년에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 지에 관한 질문과 탐구를 보여준다. '2086 : 우리는 어떻게?'는 환경 위기가 우리의 공동체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인류 문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가정한다. 또 진정한 환경 위기는 단지 해수면 상승과 지구 온난화, 대기 오염물질의 문제만이 아닌 사실 우리의 신체와 정신 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우리가 산업화와 도시화, 현대화, 식민지화, 세계화를 통해서 무한한 물질적 쾌락을 좇는 파우스트적 이데올로기에 편승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건축과 도시는 이데올로기와 욕망을 드러내는 인류의 수단이자 표현이며 기록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에 대한 철저한 재평가를 통해서 위기를 해결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생활과 사고의 전반적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관 전시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인지할 것을 촉구하고자 크게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와 관람객 참여형 게임으로 구성했다. 한국의 국제도시 동인천, 소도시 군산, 경기도 마을 등 세 커뮤니티에 관한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미래에 우리가 살아갈 새로운 생태계에서 더 공감하고 성찰하는 삶을 상상한다. 커뮤니티별로 건축가와 지역사회 연구자로 이뤄진 프로젝트팀은 함께 작업하며 도시화와 현대화, 서구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탐색하며 변증법적 과정에 비추어 2086년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는 세 개의 도시 건축적 미래 시나리오와 한 개의 영상 작업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은 ‘미래의 실험실’이라는 주제로 5월 20일부터 11월 26일까지 약 6개월 간 이탈리아 베니스 현지 카스텔로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개최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4-13 12:19:38【 베니스(이탈리아)=박지현 기자】 지난 23일(현지시간) 3년 만에 열린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개막식과 시상식에서 한국관과 본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의 수상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미술 평론가와 해외 매체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이전과 다른 한국 미술의 위상을 다시 확인케끔 했다. 한국 미술에 대한 큰 관심은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장 밖 시내 곳곳에서 열린 병행 전시와 개인전 등으로도 이어졌는데 특히 올해는 유독 한국 현대미술을 이끈 단색화 거장들과 실험미술을 이끈 대가들의 전시가 베니스 곳곳에서 펼쳐졌다.■베니스의 눈을 사로잡은 단색화 거장들 베니스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국 작가는 하종현(87)이었다. 베니스 시내 중서부에 위치한 팔라제토 티토에서 23일 개막한 그의 개인전에선 그의 화업인생 60년 중 주요 지점들을 관통하는 구작 및 신작 20여점이 전시됐다. 그의 생애와 미술사적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해놓은 1층의 약간 좁은 복도를 지나 작품이 전시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하종현이 2017년 마포 뒷면에 녹진하게 밀어넣은 붉은 '접합 17-09'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1600년대 풍의 오래된 집을 개조한 전시장의 거실과 같은 공간에서 그의 1998년작 검푸른 '접합 98-203'이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간 속에 1960년대 앵포르멜 회화 작업을 비롯해 1967년부터 1968년 사이의 '탄생' 연작과 '도시계획백서' 연작뿐 아니라 1960년대 후반 그가 결성한 한국아방가르드협회 시절의 작품, 그의 대표 시리즈인 '접합'과 '이후 접합' 시리즈, 또 이번 전시를 위해 그가 새로이 그려낸 신작까지 조화롭게 배치됐다.베니스비엔날레 사무국이 승인한 병행 전시로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은 한국의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가 이탈리아 비영리 문화재단 '베비라콰 라 마사 재단'과 공동 주최했다. 특이점은 전시의 기획자가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란 점이다. 김선정 감독은 "하종현 선생님의 작품 세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이번 전시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손을 번쩍 들고 참여하게 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베니스의 중심지인 산마르코의 동쪽에 위치한 폰타지오네 퀘리니 스탐팔리아에서는 하종현과 더불어 여전히 단색화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박서보(90)의 작품들이 일본계 미국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 베트남계 덴마크 설치작가 얀 보의 작품들과 함께 3인전으로 개최됐다. 영국의 대형 갤러리 화이트큐브가 주최하는 이 전시는 고미술품이 가득한 바로크 스타일의 방과 모던한 현대식 공간이 뒤섞인 가운데 노구치가 한지로 만든 아카리 전등 작품과 박서보의 은은한 '묘법' 회화가 조화를 이루며 감탄을 자아냈다. 20일부터 열린 이 전시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이사회 멤버인 세계적 컬렉터 론티 이버스 아만트재단 대표가 찾아와 작품을 살펴보기도 했다. ■한국 실험미술의 대가 베니스를 찾다 비엔날레 본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사이 길목에 위치한 유서깊은 건물 팔라초 카보토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의 대가 이건용(80)의 개인전 '바디 스케이프'가 20일부터 문을 열고 베니스를 찾은 전세계 미술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종현의 전시와 달리 이건용의 전시는 회고전이 아닌 작가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바디 스케이프' 신작 회화 20점으로만 구성됐다. 이건용의 '바디 스케이프' 시리즈는 1976년 처음 시작된 이래 무수한 회화적 실험을 거듭해왔고 50여년이 다 된 최근 정수에 다다랐다. 이건용은 독재 등 암울함으로 가득한 한국의 역사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신체를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만든 후 캔버스를 향해 옆 또는 뒤에서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흔적을 남기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신작으로만 가득한 이번 전시에는 베니스의 하늘과 바다의 색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개막 당일부터 많은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또 도르소도르구의 아카데미 미술관 근처에 자리잡은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에는 전광영의 개인전 '전광영의 재창조된 시간들' 특별전이 열렸다.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개최된 이 전시에는 전광영 작가가 꾸준히 선보여온 한지 조각 작품이 어두운 조명 속에서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과 같은 형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시대 속 지구 생태계 파괴와 환경보호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jhpark@fnnews.com
2022-04-25 18:04:16【베니스(이탈리아)=박지현 기자】 코로나가 점차 물러가고 엔데믹을 마주한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는 전세계 미술인들이 오랜 시간 고대했던 '미술 올림픽'이 다시 열린다. 1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미술축제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가 23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있다. 1895년 처음 개최돼 매년 미술전과 건축전을 번갈아 개최해왔던 베니스비엔날레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건축전이 1년 순연되면서 덩달아 미술전도 연기, 3년만에 개막하게 됐다. 공식 개막에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베니스 동쪽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에는 미술계 관계자 및 전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프리뷰가 시작됐다. 최근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K컬처의 바람이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불어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예술총감독이 여는 본전시와 각 나라에서 파견한 기획자와 작가들이 각각 따로 여는 국가관 전시로 나뉜다. 본전시가 그해의 주제를 제시한 총감독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행사의 주제와 성격을 대표한다면 국가관 전시는 사전에 제시된 주제를 각국이 어떻게 해석해냈는지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다. 올해 비엔날레 총감독은 미국 뉴욕 하이라인파크의 예술총괄 큐레이터인 세실리아 알레마니로 역대 최초 이탈리아 출신의 여성기획자다. 그가 제시한 주제는 '꿈의 우유'로 이는 상상의 세계에 사는 동물 이미지를 그린 초현실주의 여성화가 리어노라 캐링턴이 자신의 아이를 위해 쓴 그림책의 제목에서 따왔다. 알레마니 감독은 이를 '신체의 변형'과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의 연결'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특히 올해 본전시는 그간 100명 미만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던 관행에서 벗어나 213명이라는 사상 최다 작가들이 초청됐다. 이 가운데 84.5%에 달하는 180명의 작가가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했고, 여성 작가는 192명이 참가해 90%를 넘는다. 이러한 특징에 걸맞게 본전시의 작품 1433점은 '여성', '공예', '환경', '비주류의 주류화'라는 네 가지 특성이 두드러졌다. 한편 이번 본전시에는 정금형(42)과 이미래(34), 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초대돼 아르세날레 전시장 내 다섯번째 주제전 '사이보그의 유혹'전에 설치됐다. 저 이미래의 설치 작품 '엔드리스 하우스(Endless House : Holds and Drips)'를 만나볼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동물의 내장을 방금 꺼내 비계 또는 금속 배수판에 얹어놓은 것 같은 그의 작품은 마지막 몸부림을 치듯 점액질을 쏟아내고 다시 빨아들이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역겨운 느낌이 들면서도 강렬하다. 이미래의 이번 작품은 해외 유력 미술전문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본전시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해 공식 개막일인 23일에 예정된 시상식에서 최고작가상 혹은 은사자상 수상 후보권에 들어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다음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한 가운데 정금형의 '토이 프로토타입(Toy Prototype)'이 놓여 있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에 대한 관심을 담은 작품으로 해체된 마네킹과 전동 바퀴 기구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본 전시장에서 벗어나 국가관이 몰려있는 자르디니 공원으로 향하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관에서 진행중인 김윤철 작가의 전시 '나선'을 만날 수 있다. 미술뿐 아니라 전자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하며 국내 과학의 최고 연구기관 중 하나인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의 연구책임자로도 활동한 바 있는 김윤철 작가는 이번 전시의 모티프를 윌리엄 예이츠의 시 '재림'의 첫 구절에서 찾아냈다. 김 작가는 "나선은 일종의 회오리와 같은 것으로 쉬지 않고 원운동을 하며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는데 팬데믹 등 작금의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우주의 움직임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지붕을 뜯어내고 하얀 콘크리트 벽을 걷어낸 후 유리벽으로 둘러싼 한국관 건물의 정중앙에 거대한 금속 매듭 또는 뱀이 또아리를 튼 형상의 작품이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인 '채도 V'다. 비늘같은 382개의 몰드 안에는 특수 실리콘 물질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무작위적인 기계 신호에 따라 위 아래로 구부러지며 기온과 명암에 따라 다채로운 색의 프리즘을 드러낸다. 사실 이 작품의 움직임은 옆방에 놓인 작품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부풀은 태양들'에 의해 컨트롤되고 있는데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은 우주를 구성하는 소립자 '뮤온'을 검출하는 스틱 246개로 구성돼 있다. 이 거대한 검출기는 대기 중에 떠 있는 뮤온 입자를 인지할 때마다 빛과 소리를 내고 이러한 신호는 알고리즘 계산을 거쳐 '채도 V'의 움직임을 관장한다. 이밖에 이번 전시에는 광물 용액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태양들의 먼지' 등 총 7점의 설치 작품이 공개됐다. 전시를 앞두고 예술감독 선정 논란·작가와 갈등 등 우려가 가득했지만 세계적인 미술 매체 '아트뉴스페이퍼'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꼭 봐야할 국가관 전시 7개 중 하나로 선정하는 등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4-21 19:13:22【베니스(이탈리아)=박지현 기자】 코로나가 점차 물러가고 엔데믹을 마주한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는 전세계 미술인들이 오랜 시간 고대했던 '미술 올림픽'이 다시 열린다. 1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미술축제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가 23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있다. 1895년 처음 개최돼 매년 미술전과 건축전을 번갈아 개최해왔던 베니스비엔날레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건축전이 1년 순연되면서 덩달아 미술전도 연기, 3년만에 개막하게 됐다. 공식 개막에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베니스 동쪽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에는 미술계 관계자 및 전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프리뷰가 시작됐다. 최근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K컬처의 바람이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불어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본전시..이미래 작품 주목 베니스비엔날레는 예술총감독이 여는 본전시와 각 나라에서 파견한 기획자와 작가들이 각각 따로 여는 국가관 전시로 나뉜다. 본전시가 그해의 주제를 제시한 총감독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행사의 주제와 성격을 대표한다면 국가관 전시는 사전에 제시된 주제를 각국이 어떻게 해석해냈는지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다. 올해 비엔날레 총감독은 미국 뉴욕 하이라인파크의 예술총괄 큐레이터인 세실리아 알레마니로 역대 최초 이탈리아 출신의 여성기획자다. 그가 제시한 주제는 '꿈의 우유'로 이는 상상의 세계에 사는 동물 이미지를 그린 초현실주의 여성화가 리어노라 캐링턴이 자신의 아이를 위해 쓴 그림책의 제목에서 따왔다. 알레마니 감독은 이를 '신체의 변형'과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의 연결'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특히 올해 본전시는 그간 100명 미만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던 관행에서 벗어나 213명이라는 사상 최다 작가들이 초청됐다. 이 가운데 84.5%에 달하는 180명의 작가가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했고, 여성 작가는 192명이 참가해 90%를 넘는다. 이러한 특징에 걸맞게 본전시의 작품 1433점은 '여성', '공예', '환경', '비주류의 주류화'라는 네 가지 특성이 두드러졌다. 한편 이번 본전시에는 정금형(42)과 이미래(34), 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초대돼 아르세날레 전시장 내 다섯번째 주제전 '사이보그의 유혹'전에 설치됐다. 먼저 이미래의 설치 작품 '엔드리스 하우스(Endless House : Holds and Drips)'를 만나볼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동물의 내장을 방금 꺼내 비계 또는 금속 배수판에 얹어놓은 것 같은 그의 작품은 마지막 몸부림을 치듯 점액질을 쏟아내고 다시 빨아들이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역겨운 느낌이 들면서도 강렬하다. 이미래의 이번 작품은 해외 유력 미술전문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본전시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해 공식 개막일인 23일에 예정된 시상식에서 최고작가상 혹은 은사자상 수상 후보권에 들어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다음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한 가운데 정금형의 '토이 프로토타입(Toy Prototype)'이 놓여 있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에 대한 관심을 담은 작품으로 해체된 마네킹과 전동 바퀴 기구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베스트7에 포함된 한국관 전시 '나선'본전시장에서 벗어나 국가관이 몰려있는 자르디니 공원으로 향하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관에서 진행중인 김윤철 작가의 전시 '나선'을 만날 수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제도는 20세기 민족주의와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시절에 만들어졌는데 김윤철 작가는 한국의 미술을 대표하는 격으로 이번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미술뿐 아니라 전자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하며 국내 과학의 최고 연구기관 중 하나인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의 연구책임자로도 활동한 바 있는 김윤철 작가는 이번 전시의 모티프를 윌리엄 예이츠의 시 '재림'의 첫 구절에서 찾아냈다.김 작가는 "나선은 일종의 회오리와 같은 것으로 쉬지 않고 원운동을 하며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는데 팬데믹 등 작금의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우주의 움직임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지붕을 뜯어내고 하얀 콘크리트 벽을 걷어낸 후 유리벽으로 둘러싼 한국관 건물의 정중앙에 거대한 금속 매듭 또는 뱀이 또아리를 튼 형상의 작품이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인 '채도 V'다. 비늘같은 382개의 몰드 안에는 특수 실리콘 물질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무작위적인 기계 신호에 따라 위 아래로 구부러지며 기온과 명암에 따라 다채로운 색의 프리즘을 드러낸다.사실 이 작품의 움직임은 옆방에 놓인 작품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부풀은 태양들'에 의해 컨트롤되고 있는데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은 우주를 구성하는 소립자 '뮤온'을 검출하는 스틱 246개로 구성돼 있다. 이 거대한 검출기는 대기 중에 떠 있는 뮤온 입자를 인지할 때마다 빛과 소리를 내고 이러한 신호는 알고리즘 계산을 거쳐 '채도 V'의 움직임을 관장한다. 이밖에 이번 전시에는 광물 용액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태양들의 먼지' 등 총 7점의 설치 작품이 공개됐다. 전시를 앞두고 예술감독 선정 논란을 비롯해 막판 작가와 예술감독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과연 전시를 개최할 수 있을까 우려가 가득했지만 공개 이후 세계적인 미술 매체 '아트뉴스페이퍼'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꼭 봐야할 국가관 전시 7개 중 하나로 선정하는 등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4-21 12:35:51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7일과 8일(현지 시각)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미술 팝업전 ‘기울어진 풍경들-우리는 무엇을 보는가?’와 ‘윤형근’ 회고전을 각각 성황리에 개막했다고 9일 밝혔다. 현지시각 5월 7일 진행된 ‘기울어진 풍경들-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개막식에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해 김선정(광주비엔날레 대표,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심사위원),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지티시 칼라트(작가), 수퍼플렉스(작가), 다프네 아야스(광주비엔날레 총감독, 58회 베니스비엔날레 심사위원), 파토스 우스텍(리버풀비엔날레 총감독), 에미 유(STPI 디렉터)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동시대 한국미술의 역동성을 선보이고자 마련된 한국미술 팝업전 ‘기울어진 풍경들-우리는 무엇을 보는가?’는 비엔날레 개막주간인 5월 7일부터 11일까지 비엔날레 본전시관인 아르세날레 입구 해군장교클럽의 ‘베니스 미팅 포인트’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오인환, 문경원.전준호, 함양아, 노순택, 송상희, 임민욱, 백승우, 나현, 믹스라이스 등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 9명(팀)이 참여했다. 현지시각 5월 8일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진행된 ‘윤형근’개막식에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다니엘라 페라티 포르투니 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 각국 미술관 관계자 등 약 800명이 참석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홍콩 M+미술관, 벨기에 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이 전시장을 찾았고, 르 피가로, 뉴욕타임즈, 아트인아메리카, 보그, 아트 아시아 퍼시픽 등 주요 외신 기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MMCA서울에서 지난해 8월 개최되었던 윤형근 회고전을 중심으로 하되, 달라진 공간에 맞추어 작품을 추가 전시했다. 작가의 전시기 작품 60점과 자료 40여 점을 포함, 미술관 공간 4개 층 중 3개 층 규모의 공간을 활용했다. 포르투니 미술관은 비엔날레 기간 중 가장 주목 받는 시립미술관 중 하나다. 지난해 ‘윤형근’전의 MMCA서울 개막식에 참석했던 다니엘라 페라티 포르투니 미술관장은 즉석해서 서울 전시의 베니스 순회를 결정하고, 전시의 개최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윤형근’전은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내내 진행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19-05-09 12:54:18“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2019년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의 전시 제목이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2017)의 첫 문장에서 빌려왔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오는 5월 11일 공식 개막해 약 200일간 펼쳐진다. 한국관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를 주제로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화의 역사와 현재를 젠더 복합적 시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한국관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지난해 6월에 선정된 김현진 예술감독(KADIST 아시아 지역 수석 큐레이터)이 전시를 총괄하며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등 세 작가가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김현진 예술감독은 5일 오후 2시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움직이는 신체와 소리, 빛의 향연이 촉발하는 감각적인 오디오비주얼 설치들이 매혹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각예술의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근대화의 역사를 다시 읽고 쓰고 상상하는 영역이 확장되어 왔는데, 이것을 더욱 혁신적으로 견인할 주요한 동력은 바로 젠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 세기의 역사들을 규정해온 서구중심, 남성중심 등의 범주를 더욱 더 반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비판적 젠더의식을 통해 한층 역동적이고 풍요로운 시각서사를 제공할 것이다.” 전시는 과거 역사의 범주로부터 추방되고, 감춰지거나 잊히고, 버림받거나 비난당했던 이들을 새로운 서사의 주체로 조명한다. 전시 주제는 각 작품의 맥락과 더불어 ‘역사(History)’의 억압이나 시련에 상관없이 세상과 당당히 마주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자기 확신을 함축한다. 참여작가 3인은 춤, 안무, 소리, 리듬, 제례의식 등의 다양한 퍼포먼스적 요소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시청각적 구현이 돋보이는 전시를 준비 중이다. 작가 남화연은 식민, 냉전 속 국가주의와 갈등하고 탈주하는 근대 여성 예술가, 최승희의 춤과 남다른 파격적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신작 ‘반도의 무희’ ‘이태리의 정원’(2019)을 선보인다. 다큐멘터리 형식이 아니라, 아카이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기반으로 고유한 안무적 리듬을 지닌 비디오 작업이다. 정은영은 생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국극 남역배우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공연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2019)을 내놓는다. 이 작품은 한국관의 초입에 배치, 그동안 주변화된 퀴어들을 전면에 전폭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한국관 전시 서사의 처음을 담당한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계 덴마크인 제인 진 카이젠은 버려진 딸의 이야기인 바리설화를 근대화 과정의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적극 해석, 분리와 경계의 문제를 사유하는 신작 ‘이별의 공동체’(2019)를 선보인다. 김현진 미술감독은 “우연찮게 세 작가 모두 비디오 작업이라 극장 속 세 개의 극장 개념으로 공간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전시공간의 높고 낮음, 밝음과 어두움, 안과 밖 등의 양가성이 존재하게 꾸며진다”고 설명했다. 곡선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국관이 설치될 건축물 자체가 복잡한 선으로 이뤄져 있어서 복잡한 곡선을 더 부여해 중층적 의미를 부여할 예정이다. 그는 또 올해 전시의 차별점으로 "한국관을 작가 프로모션의 용기로 활용하기보다 개별 작품 및 전시 제작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9년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개최된다. 한국관은 5월 9일 오전 11시에 국내 기자를 대상으로, 오후 1시 30분에는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스 오프닝을 진행하며, 오후 3시 30분에 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19-03-05 21:38:27【 베니스(이탈리아)=박지현 기자】 "공간에 축적된 사람의 흔적, 그 속에 담긴 에너지와 히스토리에 관심이 많습니다."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개막에 맞춰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인근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에서 한국 설치미술가 서도호(56)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도호는 공간과 개인의 관계를 다루는 작가로 이를 조각과 설치, 영상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 명성도 높다. 그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대됐다. 아르세날레에 위치한 '어플라이드 아트 파빌리온'에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이 의뢰해 만든 영상 작품 '로빈 후드 가든'이 전시됐다. '로빈 후드 가든'은 1970년대 영국 정부가 지은 공공 임대주택 건물로 현재 지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중이다. 근현대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이 건물의 몇 개 층을 보존해 레이저로 잘라서 보존하기로 했고, 그 전에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서도호 작가의 작품과 함께 선보이게 됐다."사실 예전부터 베니스에서 전시를 하기로 계획은 돼 있었어요. 근데 마침 이번 비엔날레 건축전에 참여하면서 일정을 조정해 같이 전시하게 됐죠."산마르코 광장 서쪽에 위치한 갤러리에는 그가 10여년 전 시작했던 '러빙/러빙(Rubbing/Loving) 프로젝트'의 최근작들이 전시됐다. 액자 속에 들어있는 밸브와 헤어드라이어, 전화기, 소화기의 형상. 가까이 들여다 보니 얇은 종이들이 물에 젖었다가 마르면서 굳어진 형태다. 사람들이 오랜 기간 써서 손때가 묻고 닳고 닳은 소품들이 그의 작품 소재다."손때를 타 변화한 물건 속에는 모두 사람의 흔적이 담겨있죠. 이걸 보존하고 싶었어요. 보존의 방식은 다양하죠. 때로는 실, 천이 될 수 있고 이번 전시에서는 종이로 탁본하는 것이 됐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영상 작업을 잘 보여드리지 못했었는데 이번 비엔날레 건축전에 나온 것은 곧 철거될 집에 대한 기록물이죠. 주택 역시 거기 살았던 사람들 흔적이 모두 담겨져 있는 곳입니다. 그 흔적들을 통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과거 우리나라의 세운상가처럼 런던의 외딴섬이 되어버린 '로빈 후드 가든'은 주변 지역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 2개 동 중 한 채는 이미 완전 철거됐다. 서 작가는 철거를 앞둔 나머지 건물에 이미 비어있는 집 한 가구와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세 가구의 내부 풍경을 수직과 수평으로 이어지는 타임랩스 영상으로 제작했다. 흔히 사용되는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하면 한 가구 당 2시간이면 촬영을 끝낼 수 있었지만 서도호는 스틸 사진으로 가구당 8시간에 걸쳐 촬영한 후 프레임을 합쳐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작가의 노력은 가로 13m의 거대한 스크린에 담겼다. 전시장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그 공간 속에 머무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올초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런던만의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갑작스레 철거하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 터전을 파괴하고 삶을 뚝 잘라내는 과정은 비인간적"이라고 했다. 베니스에서의 전시는 내년에도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내년 2월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에서의 전시가 그 출발점이다.
2018-05-28 17:18:31【 베니스(이탈리아)=박지현 기자】 1년 전 '예술 만세(Viva Arte Viva)' 외침으로 가득했던 이탈리아 베니스는 올해 '자유공간(Freespace)'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전세계 건축가들의 상상력 넘치는 답변들로 가득찼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6일 개막한 제16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얘기다.아일랜드 여성건축가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가 총감독을 맡아 열리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본전시 71개팀, 스페셜 섹션 29개팀, 국가관 전시에 65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오는 11월 25일까지 6개월간 진행된다. 한국 작가로는 서도호 작가가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과 함께 아르세날레의 본전시장 내 '어플라이드 아트 파빌리온'에 영상 작업물 및 설치 작품을 출품했다.■올해 주제 '자유공간' 황금사자상은 스위스가 차지 이번 건축전의 총감독 파렐과 맥나마라에 따르면 '자유공간'은 건축의 핵심 아젠다인 '관용과 인간애를 구현하는 공간'을 의미하지만, 각 국가관들은 '프리'라는 단어가 주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에 근거해 전시를 통해 각각의 답을 내놨다.올해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스위스는 '스비체라 240:하우스 투어'(사진)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다. 어른과 어린이, 동물 등 제각각 다른 눈높이에서 바라본 공간은 각자에게 다른 크기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스위스는 국가관 내부를 여러 크기의 방으로 나눠 그 안에 문과 주방 가구, 콘센트 모형 등을 설치하고 방문객들이 각각의 문을 통과하며 지나가는 동안 다양한 시선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마치 미로 게임을 하는 듯 공간과 공간 사이를 드나들면서 관람객은 아이가 되거나 거인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섬'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영국관은 전시를 국가관 내부가 아닌 옥상에 비계를 설치해 구성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임시로 만들어진 난간을 따라 옥상 위로 올라가면 비계 가운데 작은 섬처럼 뾰족하게 솟아있는 지붕 꼭대기를 볼 수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세계의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언젠가 베니스도 물에 잠길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수선(Repair)'라는 주제를 제시한 호주관은 전시장 내부를 초원과 숲으로 만들었다. 전시관 일부 바닥에 흙을 깔고 여러 종류의 식물을 심었다. 건축물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회, 경제, 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처음 건축전에 참가한 교황청은 본 전시장에서 좀 떨어진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섬 남쪽에 '홀리 씨(Holy See)'를 주제로 전세계 11명의 건축가를 초청해 11개의 '바티칸 성당'을 지었다. 교황청관은 이번 건축전의 주제를 가장 잘 구현한 관으로 평가를 받았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노먼 포스터, 에두아르두 소투 드 모라 등이 참여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묵상을 할 수 있는 성당 공간을 각각 구현했다. ■한국관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 주제로 전시한국관은 올해 국내 건축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의 시기에 주목해 당시 한국 최고 건축가들이 모여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기공)'의 주요 활약상 4가지를 현대 건축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Spectres of the State Avant-garde)' 주제전을 선보였다.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서울의 도시개발 역시 중앙정부의 지시 하에 이뤄지던 시절, 통제와 규제 속에서도 아방가르드적 상상력을 발현했던 당대의 한국 건축가들의 활약상을 담아냈다.시민사회의 힘이 미약하고 시민 공간이라는 개념이 부재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당시 건축가 김석철이 이끌었던 기공의 도시계획부와 건축부는 당시의 미래적 건물인 '세운상가'를 비롯해 '구로 무역박람회'를 기획하고 한국전쟁 당시 비행장이었던 여의도를 지금의 형태와 같은 도시공간으로 만든 '여의도 마스터플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엑스포70 한국관' 등을 디자인하고 건설했다. 이번 건축전에서 한국관은 지금은 오래전 낡은 시대의 유적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당대에는 파격적인 형태의 도시 디자인과 건축물을 선보였던 기공의 활동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게 구성했다. 공간 디자이너 김용주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fnt가 전시 디자인을 맡은 한국관은 기공의 건축가이자 한국관의 설계자인 김석철이 1995년 설립한 한국관 건축물의 초기 설계 의도를 되살린다. 또 반사, 증폭, 확장 등의 상황적 연출을 통해 윤승중, 김원 등이 참여한 기공의 마지막 작업이었던 '엑스포 70 한국관'을 오마주한다.'부재하는 아카이브'와 '도래하는 아카이브'로 이름붙인 아카이브는 전시의 배경과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위한 맥락을 제공한다. 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의 김성우 소장은 1967년 세워진 세운상가를 대상으로 '급진적 변화의 도시'를 선보이고, 전진홍과 최윤희는 1968년 기공이 진행한 구로 산업박람회를 모티브로 '꿈 세포(Dream Cell)'를, 강현석과 김건호는 1970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엑스포70'의 한국관을 대상으로 '빌딩 스테이츠'를, 최춘웅은 1969년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모티브로 '미래의 부검'을 선보인다. 또 미디어 아티스트 서현석의 '환상도시', 사진가 김경태의 '참조점' 등의 작품도 한국관에 전시됐다.박성태 예술감독은 "한국의 독재 개발 체제 하에서도 기공의 프로젝트를 통해 아름다움과 미래 청사진을 그렸던 당대 건축가들의 모습을 돌아보는 전시를 기획했다"며 "사료가 부족해 온전한 역사 서술이 어려운 시기의 작업을 돌아보고 빈틈을 메우는 작업을 통해 기존의 것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더하는 당시와 현대의 건축가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jhpark@fnnews.com
2018-05-28 17: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