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사는 아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 경호원을 붙이자는 제안도 했다.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13일 오스카 시상식 참석차 출국한 배우 윤여정이 앞서 미국 매체 포브스와 한 인터뷰 내용이다. 대낮에도 아시아 대상 혐오범죄가 자행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해보다 여성과 아시안 등 유색인종을 대거 후보에 올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1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26일(한국시간) 전세계 225개국에 생중계되는 올해 시상식은 역사상 가장 많은 70명의 여성 감독·배우·제작진을 후보로 지명했고 전체 20명의 연기상 후보 중 9명이 유색인종이다. ■할리우드 내 '아시아 물결' 주목 지난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을 정점으로 할리우드의 아시아 물결은 올해도 계속된다. 봉준호 감독의 존재감을 이어받을 주인공은 중국 출신인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다. 오스카 예측 전문매체 골드더비가 예상한 작품상·감독상 유력 후보인 그는 영국·미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영화학을 전공한 39세의 여성 감독이다. 지난해 ‘섬웨어’의 소피아 코폴라 이후 여성감독 사상 두번째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장을 수상한 뒤 아시아계 여성감독 최초로 제78회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 제74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에 이어 두번째로 제73회 미국감독조합 감독상도 받았다. '노매드랜드'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색상·여우주연상·촬영상·편집상 6개 부문에 호명됐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도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음악상 등 6개 부문에 지명됐다. 정 감독은 클로이 자오 등과 감독상을 놓고 경합하는데, 봉준호 감독이 예상대로 감독상 시상자로 나서고 만약 둘 중 한 명이 수상한다면, 미국 내 아시아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배우론 네번째이자 한국배우론 첫번째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의 수상도 유력한 분위기다. 특히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고상한 영국인'의 허를 찌른 윤여정의 강력한 입담에 세계 영화팬들이 매료된 상태다. 한 해외 누리꾼은 "윤여정이 진심으로 오스카를 타길 원한다"며 "그녀가 미국인들에게 뭐라고 한방 날릴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미나리’의 스티브 연 역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 등과 경합한다. 이밖에 올해 한국 작품으론 유일하게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 감독의 ‘오페라’가 최우수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에 올랐다. ■미국의 정체성과 현실을 담은 두 아시아 감독 두 아시아인 감독이 만든 '미나리'와 ‘노매드랜드’가 역설적이게도 가장 미국적인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포브스는 앞서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가족 이야기이지만, 이민자들이 어떻게 미국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라며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특히 이 영화는 인종차별적 경험보다 바퀴 달린 집에 살면서 미국땅에 뿌리내려려고 고군분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국 이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앞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과거 아시아계 영화인들은 우리의 얼굴을 스크린에 비추기 위해 투쟁했다면, 지금은 한 '사람’으로서 우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며 변화를 짚었다. ‘노매드랜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몰락한 중산층이 ‘하우스리스’로 사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로 옮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극영화로 21세기 미국사회의 새로운 유랑(nomad)족의 사연을 생생히 전한다. 직장과 남편을 잃은 한 중년여성이 낡은 차에 몸을 싣고 일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떠다니는 모습은 사회급변에 따른 미국의 실업문제 등을 엿보게 한다. ‘노매드랜드’는 또한 자오 감독을 바라보는 미·중 양국의 서로 다른 시선이 마치 현실의 미·중 갈등을 보는 듯하다. 타임지는 올해 자오 감독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100인’ 중 한명으로 꼽으며 ‘혁신가’로 명명했다면, 중국은 이 여성감독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자오 감독이 과거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린 곳”이라고 인터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여파다. 인종차별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활약은 계속된다. 자오 감독은 마블 히어로 영화 최초로 성소수자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이터널스’의 연출을 맡으며 할리우드 주류에 진입했다. 스티븐 연은 내년 여름 개봉하는 ‘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의 차기작 합류 소식을 전했다. 연은 중국계 미국인 앨리 웡과 함께 코미디 연기를 선보일 TV시리즈 '비프'의 주역도 맡았다. 윤여정 역시 재미 한인작가 이민진 원작의 재일 한인 가족 3대 이야기인 애플TV플러스의 ‘파친코’에 출연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미국사회 내 아시아인의 약진은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를 국가적 관심사로 확장하는데 기여했다”며 “특히 윤여정은 범죄의 우려 속에서 아카데미에 용기 있게 참석하며 연기뿐 아니라 삶의 태도 역시 큰 주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 집권 당시 오스카는 오히려 반트럼프 영화에 작품상을 안겼다"며 "미국의 극우는 아시아인의 수상을 여전히 못마땅해 하겠지만, 오스카 내 아시아 물결은 미국을 좀 더 건전한 사회로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1-04-19 12:08:59[파이낸셜뉴스] 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벌어진 아시안 혐오 사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3월31일 연예계 등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공식 트위터에 한국어와 영어로 된 입장문을 게재했다. 방탄소년단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낍니다. 저희는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보았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저희의 경험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합니다. 하지만, 그때 겪은 일들은 저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하물며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건 저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시안으로서 저희의 정체성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놓기까지, 또 저희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할지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합니다"라며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topAsianHate'(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 '#StopAAPIHate'(아시아·태평양계를 향한 혐오를 멈춰라)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방탄소년단은 이전에도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눌러 숨지게 한 사건 당시에도 방탄소년단은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주에서 한 테러리스트가 총기사고를 자행했다. 이때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어서 아시안을 겨냥한 혐오 범죄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이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와 독일 베를린 등에서 증오 범죄 규탄 집회가 열렸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1-03-30 23:04:56[파이낸셜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지역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백인'으로 보고 성폭행을 시도한 아시아계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마이클 상봉 리(37)는 지난 9일 오후 1시 30분쯤 어바인주 하버드-코로나도 지역 아파트 인근에서 문을 열고 앉아 있던 아시아계 미국인 피해자 A씨에게 총을 겨누며 "살고 싶으면 차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협박했다. 이어 리는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긴 A씨에게 다가갔다. 겁에 질린 A씨가 리에게 자신의 지갑을 건넸지만 리는 "그건 나중에"라며 A씨를 향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A씨는 탈출하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근처에 있던 정비공에게 총을 가진 남자가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리는 차량을 빠져나와 아파트 인근에 주차돼 있던 자신의 차량에 올라타 그대로 도주했다. 다행히 당시 CCTV에 리의 차량이 찍혀 번호판을 포착할 수 있었다. 리는 같은 날 밤 경찰에 체포됐다. 어바인 경찰은 "수사와 용의자 진술을 종합해볼 때, 리는 피해자가 백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범행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범죄가 아시아 공동체를 상대로 저지른 백인들의 증오범죄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리에게 증오범죄 혐의를 추가할 계획이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도시 16곳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범죄는 무려 150% 가까이 증가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의 순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 증오 범죄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1-04-14 07:15:32[파이낸셜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요르단에 2 대 2 무승부로 끝난 가운데, 스트라이커로 나선 조규성 (미트윌란)의 SNS가 악플로 도배됐다. 이날 4-2-3-1 포메이션으로 선발 출전한 조규성은 바레인전과 비슷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득점을 하지 못했다. 바레인전 부진을 씻기 위해 의욕적으로 나선 조규성은 슈팅 기회가 오면 바로 슈팅을 시도했는데, 안타깝게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특히 전반 55분 이기제의 중거리 슛이 골키퍼에게 막히자 조규성이 재차 슈팅했는데, 공이 골대 위로 빗나가면서 골 결정력 논란이 일었다. 결국 그는 후반 24분 오현규(셀틱)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이후 조규성 인스타그램에는 그의 경기력을 비판하는 댓글이 쇄도했다. 실망한 팬들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출연과 긴 머리카락 등 외모까지 문제 삼으며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은 “헤어밴드 신경쓰느라 축구에 집중을 못하는데 머리 좀 잘라라” “유튜브에 조규성 치면 나혼자산다 나온다. 예능인이냐” “축구는 멋부리는 게 아니다 멋 좀 그만 부려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들은 “마녀사냥 그만해라” “적당히 하고 응원 좀 해주자” “국가대표 선수에게 욕부터 하는 거는 아니라고 본다” 등 조규성을 향한 도 넘는 악플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 후 조규성은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 찬스가 온 걸 내가 잘 살려야 한다”며 “매번 말하지만 나만 잘하면 된다. 남은 경기는 잘해서 꼭 골을 넣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운동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인 비난은 이전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 또는 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악플이 달리면 고발하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는 선수를 향한 차별과 혐오로 선수들이 위협에 놓이지 않고 경기장 위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1-21 18:19:11독일 교환학생 시절 차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눈을 찢으며 '칭챙총' 하는 인종차별은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수준 낮은 액션들은 상대방이 못 배운 '모지리'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애매하게 나를 배제한다는 느낌이 들 때였다. 당시 자매대학에서는 현지 학생들과 교환학생을 일대일로 매칭해줬다. 서툰 독일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는 내 파트너를 첫날 이후로 만날 수가 없었다. 나와 매칭된 독일 학생은 나를 보자마자 내가 아시안이라는 것에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언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더욱 싸늘해졌다. 결국 나는 그가 원하는 조건의 외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이 끊겼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이나 영어권 교환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누리며 많은 모임을 만들고 어울렸지만 나를 비롯한 아시안 학생들은 그곳에 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당찬 여대생으로 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웃사이더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최근에 기시감을 종종 느낀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면서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호텔을 알아보다 몇 차례 포기를 해야 했다. 이전부터 가고 싶었던 1순위 호텔은 숲캉스가 콘셉트였는데 알고 보니 '노키즈존'이어서 아예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다. 2순위 호텔은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노키즈존'이었다.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보면 이용은 가능했겠지만 이 역시 뭔가 유쾌하지는 않아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이 많다는 것에 놀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노시니어존'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매장을 오래 이용한 노인에게 퇴장을 요구, 논란이 커지자 본사가 직접 사과까지 했다.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아재존 등 다양한 노○○존은 이제 유머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맘충, 틀딱, 급식충 등의 혐오표현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사회에서 배제와 혐오가 희화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결국 분노를 낳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차별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도 기억하자.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박지영 생활경제부 차장 aber@fnnews.com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3-09-27 23:01:07[파이낸셜뉴스] 독일 교환학생 시절 차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눈을 찢으며 칭챙총하는 인종차별은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수준 낮은 액션들은 상대방이 못배운 '모지리'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애매하게 나를 배제한다는 느낌이 들 때였다. 당시 자매대학에서는 현지학생들과 교환학생을 일대일로 매칭해줬다. 서툰 독일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는 내 파트너를 첫날 이후로 만날 수가 없었다. 나와 매칭된 독일 학생은 나를 보자마자 내가 아시안이라는 것에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언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더욱 싸늘해졌다. 결국 나는 그가 원한 조건의 외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이 끊겼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이나 영어권 교환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누리며 많은 모임을 만들고 어울렸지만 나를 비롯한 아시안 학생들은 그곳에 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당찬 여대생으로 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웃사이더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최근에 기시감을 종종 느낀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면서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호텔을 알아보다 몇 차례 포기를 해야했다. 이전부터 가고싶었던 1순위 호텔은 숲캉스가 컨셉이었는데 알고보니 '노키즈존'이어서 아예 입장자체가 불가능했다. 2순위 호텔은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노키즈존'이었다.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보면 이용은 가능했겠지만 이 역시 뭔가 유쾌하지는 않아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이 많다는 것에 놀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노시니어존'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매장을 오래 이용한 노인에게 퇴장을 요구해 논란이 커지자 본사가 직접 사과까지 했다.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아재존 등 다양한 노00존은 이제 유머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맘충, 틀딱, 급식충 등의 혐오표현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사회에 배제와 혐오가 희화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이는 결국 분노를 낳고, 불특정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차별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도 기억하자.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3-09-27 11:49:06[파이낸셜뉴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한 여대생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버스에서 흉기 공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15일 NBC 등 외신들은 "지난 11일 인디애나주 블루밍턴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 안에서 용의자 빌리 데이비스(56)가 인디애나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18)의 머리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및 가중폭행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버스 내부 CC(폐쇄회로)TV에 담긴 영상을 확인한 결과 데이비스와 피해 학생 사이에는 별다른 접촉이나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현지 사법 당국은 피해 학생이 머리에 자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데이비스가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우리나라를 날려버릴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고"라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인디애나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주 블루밍턴은 슬프게도 아시안 혐오가 실재한다는 점을 일깨웠다"라며 "그 누구도 배경과 민족, 소속 등을 이유로 괴롭힘이나 폭력을 당해선 안 된다"고 13일 입장을 밝혔다. 존 해밀턴 블루밍턴 시장도 이날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규탄한다"며 아시아 지역사회를 향한 연대를 표명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차별을 막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인권 단체 '스톱 에이에이피아이 헤이트'(STOP AAPI HATE)는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1만 건 이상의 증오 범죄가 발생했으며, 보고된 사건의 절반가량은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1-15 23:36:25선플재단(이사장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은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미주위원회' 및 '선플운동 미국 워싱턴지구'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공식 출범했다고 15일 밝혔다. 한국과 미국 워싱턴을 잇는 온라인 화상시스템으로 이뤄진 이날 출범식에서 선플재단 민병철 이사장은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위원회' 미주 지구위원장과 선플재단 워싱턴 지구위원장으로 박대원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법률수석을 위촉하고,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에 이리아 타이드워터 한인회장, 페인 윌리엄 변호사를 각각 위촉했다. 또한 박상원 세계한인재단 총회장과 양성전 국회조찬기도회 협력위원도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됐다.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위원회 미주지구'는 미국에서 아시안과 소수민족에 대한 혐오표현·혐오행동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통해 편견을 없애는 인식개선 운동과 인권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캠페인'을 최초로 시작한 민병철 교수는 "처음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과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차별행위와 증오범죄를 멈추기 위한 캠페인으로 시작되었지만, 아시안에 소수민족(Ethnic)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아시안에 소수민족을 추가한 이유로는 "모든 국가의 국민이 일단 자국을 떠나면 소수민족이 되므로 전 인류를 대상으로 서로 편견과 혐오표현, 증오행동을 하지 말자는 새로운 의미의 인식개선 인권운동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2-11-15 18:03:08[파이낸셜뉴스] 선플재단(이사장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은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미주위원회’ 및 ‘선플운동 미국 워싱턴지구’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공식 출범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과 미국 워싱턴을 잇는 온라인 화상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이날 출범식에서 선플재단 민병철 이사장은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위원회’ 미주 지구 위원장과 선플재단 워싱턴 지구위원장으로 박대원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법률수석을 위촉하고,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에 이리아 타이드워터(Tidewater) 한인회장, 페인 윌리엄(Payne William) 변호사를 각각 위촉했다. 또한, 박상원 세계한인재단 총회장과 양성전 국회조찬기도회 협력위원도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됐다.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위원회 미주지구’는 미국에서 아시안과 소수민족에 대한 혐오표현·혐오행동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통해 편견을 없애는 인식개선 운동과 인권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STOP 아시안·소수민족 헤이트 캠페인’을 최초로 시작한 민병철 교수는 “처음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과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차별 행위와 증오범죄를 멈추기 위한 캠페인으로 시작되었지만, 아시안에 소수민족(Ethnic)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아시안에 소수민족을 추가한 이유로 “모든 국가의 국민이 일단 자국을 떠나면 소수 민족이 되므로, 전 인류를 대상으로 서로 편견과 혐오표현, 증오행동을 하지 말자는 새로운 의미의 인식개선 인권운동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2-11-14 10:30:35[파이낸셜뉴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나, 올 가을은 다큐의 계절이라 할만하다. 주목할만한 다큐가 10월 잇따라 개봉한다. 칸영화제 초청작이자 홍콩민주화 시위를 다룬 ‘시대혁명’과 ‘가족의 나라’ 양영희 감독의 신작 ‘수프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美이민사와 정치사를 바꾼 5명의 한인의 이야기를 그린 ‘초선 CHOSEN’이다. 먼저 오는 13일 개봉하는 ‘시대혁명’은 중국의 범죄인인도법안 일명 송환법에 맞선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된 ‘범죄인 인도법’은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해당 법안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700만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국제적으로 커다란 화제와 지지를 얻어냈고 그 과정이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완성됐지만 중국의 상영 불허로 홍콩에서는 상영금지되고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가족의 나라’를 선보인 양영희 감독이 자신의 어머니와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재일조선인 부모는 평소 딸에게 결혼 상대로 미국인과 일본인은 절대 안된다고 했으나,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엄마는 예비 사위를 위해 닭 수프(삼계탕)를 끓인다. 더불어 건강이 약해진 엄마는 평생 숨겨왔던 비밀을 터놓는다. 모녀와 한 가족의 사적인 대화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며,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한국의 근현대사의 고찰로 드라마가 확장된다. 제주4.3과 한국전쟁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남북이 분단된 지금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인 흰기러기상, 제47회 서울 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오래도록 곱씹어야 할 생각거리를 제공한다”(박찬욱 감독), “바로 옆에 살면서 나와는 다른 것을 믿고 사는 사람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 사이 그어진 선은 가늘고 얇아진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영화계 인사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美 이민사와 정치사를 바꾼 5명의 한인의 이야기를 그린 ‘초선 CHOSEN’은 11월 3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은 2020년, 미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동시에 도전한 5명의 한인 동포를 통해 이들이 이민자로서 어떻게 성장하고 미국 정치계에 왜 뛰어들었는지, 1992년 LA 폭동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그린다. 특히 후보들 중 데이비드 김은 기업체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응원을 이끌어 내어 세력을 키워가는 과정과 성 정체성으로 인한 목사 아버지와의 갈등, 기성 세대에게 호소하는 노력 등의 성장기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더불어 5인의 한인 정치인은 LA폭동 이후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지도자의 부재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각종 아시안 혐오범죄 등으로부터 한인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 지도자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초선’을 연출한 전후석 감독은 재외동포 변호사 출신으로, 전작 ‘헤로니모’에 이어 두 번째로 재외동포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전후석 감독은 “다름 속에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무슨 뜻일까”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며 “다큐를 통해서 세대간, 인종적, 이념적, 성소수자들의 갈등을 다방면에서 묵묵히 들여다보고, 중립적으로 모든 후보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자 했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10-12 09:4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