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국민이 57만명을 넘어서고 8만 5000명이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하는 등 제도 이용이 증가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 2년 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57만 7600명이었다. 전체 작성자 중 성별로는 여성이 40만 8108명(70.7%)으로, 남성 16만 9492명(29.3%)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51만 1500명으로 대다수(88.6%)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43만 2138명으로, 제도 시행 첫해인 2018년의 10만 529명에 비해 약 330% 증가했다. 담당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3만 7321명이었다. 전체 대상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2만 3294명(62.4%)으로, 여성 1만 4027명(37.6%)에 비해 1.6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2만 6783명으로 상당수(71.8%)를 차지했다. 2019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1만 7818명으로, 2018년의 1만 7615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경우는 8만 5076명이었다. 전체 대상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5만 1016명(60.0%)으로, 여성 3만 4060명(40.0%)에 비해 1.5배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6만 8058명으로 상당수(80.0%)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에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환자가 4만 8238명으로, 2018년의 3만 1765명에 비해 약 52%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하태길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국민의 존엄하고 편안한 생애말기 보장을 위해 제도의 정착 및 활성화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2020-02-04 11:15:48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가 아내와 함께 '한날 한시'에 손 잡고 세상을 떠났다. 둘은 93세 동갑 부부로 학생 때부터 만나 70년 해로했다.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지탄 받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조건은 있다. 환자가 참을 수 없는 큰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고, 치료 가능성이 희박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당사자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8720명이다. 이 나라 전체 사망자의 5%다. 안락사는 문자 그대로 '편안한 죽음'이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다시 국내에서도 불붙을 조짐이 보인다. ■'죽을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국내 중증 척수염 환자가 지난해 12월 안락사 관련 2023년 12월 안락사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10조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킬 권리를 명문화 하고 있다. 청구인은 죽을 권리에 대해 제한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불치병이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감하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죽을 권리'를 외치고 있다. 한국은 2017년에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담당의사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중단을 하는 것만 합법화하고 있다. 즉, 의사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 합법이고, 연명치료중단 외에 조력사(의사가 약물을 이용해 환자 자살을 돕는 행위)나 안락사는 위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에선 죽기 직전까지 가야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안락사 논쟁 불붙나해외에선 안락사가 합법인 국가들이 있다. 1940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콜롬비아, 미국 일부 주 등에서 안락사를 허용했다. 특히 스위스는 외국인의 안락사도 허용되고 있는데, 스위스의 한 조력 사망 단체의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4명이 조력 사망했고, 현재 117명이 대기중이라고 알려졌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국존엄사협회 가입자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가족을 간병하던 사람이 환자를 살해하는 사례나 중병의 고통을 참지 못해 비참한 자살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면 안락사 제도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면서 "반면, 스스로 생명을 끊을 권리를 제도화 하는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윤리적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wschoi@fnnews.com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024-02-14 18:21:44[파이낸셜뉴스]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가 아내와 함께 ‘한날 한시’에 손 잡고 세상을 떠났다. 둘은 93세 동갑 부부로 학생 때부터 만나 70년 해로했다.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지탄 받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조건은 있다. 환자가 참을 수 없는 큰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고, 치료 가능성이 희박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당사자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8720명이다. 이 나라 전체 사망자의 5%다. 안락사는 문자 그대로 '편안한 죽음'이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다시 국내에서도 불붙을 조짐이 보인다. ‘죽을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국내 중증 척수염 환자가 지난해 12월 안락사 관련 2023년 12월 안락사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10조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킬 권리를 명문화 하고 있다. 청구인은 죽을 권리에 대해 제한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불치병이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감하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죽을 권리’를 외치고 있다. 한국은 2017년에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담당의사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중단을 하는 것만 합법화하고 있다. 즉, 의사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 합법이고, 연명치료중단 외에 조력사(의사가 약물을 이용해 환자 자살을 돕는 행위)나 안락사는 위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에선 죽기 직전까지 가야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안락사 논쟁 불붙나해외에선 안락사가 합법인 국가들이 있다. 1940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콜롬비아, 미국 일부 주 등에서 안락사를 허용했다. 특히 스위스는 외국인의 안락사도 허용되고 있는데, 스위스의 한 조력 사망 단체의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4명이 조력 사망했고, 현재 117명이 대기중이라고 알려졌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국존엄사협회 가입자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가족을 간병하던 사람이 환자를 살해하는 사례나 중병의 고통을 참지 못해 비참한 자살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면 안락사 제도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면서 "반면, 스스로 생명을 끊을 권리를 제도화 하는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윤리적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024-02-14 16:07:52[파이낸셜뉴스]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등록한 국민이 180만명을 넘었다. 보건복지부는 관련 기록 열람 범위와 보관 방식을 명확히 하고자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환자 가족에게 제공할 연명의료 중단 관련 기록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보관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환자 가족은 환자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연명의료중단 이행서 등 연명의료 중단 기록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나 해당 의료기관에 요청해 열람할 수 있다. 두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록의 범위가 다른데, 지금까지는 그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탓에 열람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개정에 따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과 의료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기록 범위가 각각 명확히 규정돼 환자 가족이 해당 기관에 바로 요청할 수 있게 됐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또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LIS)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보관하게 하는 내용도 개정 시행규칙에 포함됐다. 한편,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 이래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등록할 수 있다. 2018년 10만건이었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는 2019년 53만건, 2020년 79만건, 2021년 115만건, 2022년 157만건, 2023년 6월 184만건으로 점차 늘어났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3-07-31 13:31:45[파이낸셜뉴스] 지난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5주년을 맞았다. 지난 5년 동안 사전에 연명의료 중단 의향을 밝힌 인원은 164만명에 달한다. 31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 5주년 기념 행사를 갖고, 존엄한 생애 마무리를 위한 제도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자리를 가졌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되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사업의 수행을 맡는다. 현재 의료기관에는 375개의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626개소다. 제도 시행 5년 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64만명,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 이행 건수는 26만건이 넘어서는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복지부는 제도 시행 이후 연명의료중단 이행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정규수가 신설, 의료질평가 및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관련 지표 도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유형에 노인복지관 추가 등의 정책을 통해 제도 기반을 넓혀 왔다. 또 내년에 수립 예정인 제2차 연명의료 종합계획을 통해 그간의 실적과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추진 방향, 과제별 이행 계획을 마련해 제도를 추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과 국회 최재형 의원, 서영석 의원, 김봉옥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남충희 대한요양병원협회장, 정유석 한국의료윤리학회장 등도 참석했다. 박 차관은 "존엄한 생애 마무리를 위한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건전한 확산과 더불어 호스피스·완화의료 등 생애말기 돌봄체계 확충 등의 국가적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에서 복지부는 연명의료 분야에 공로가 큰 종사자 9명과 유공기관 5개소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또 지난 5년 동안 제도 정착을 위해 애쓴 종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상 2명, 국회 웰다잉연구회장상 2명,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상 5명에 대한 시상도 함께 진행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3-03-31 14:57:13[파이낸셜뉴스] "아무것도 못하고, 가족도 못 알아보고 그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만 붙어있는게 사는 걸까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이고, 자식들은 죄책감 때문에 호흡기를 떼라고 할 수 없겠죠. 저와 제 아내는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을 인정한 이후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140만명 넘는 인원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법이 존재하는지 모르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어디에서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근 국내에서도 말기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명의료중단, 말기환자까지 확대? 1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11일까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에서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설문은 특히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임종기 환자 외에 말기 환자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우리나라에선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구분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대상자로 규정한다. 말기환자는 사망에 임박한 임종기와는 달리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 19세 이상 누구나…'연명거부' 어떻게?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남기는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하며,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작성해 둘 수 있다. 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으며, 언제든 철회도 가능하다. 작성 가능 기관을 찾고 싶다면 국립연명의료기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사는 곳과 가까운 의료기관들이 나온다. 비용은 무료다. 142만명 "연명치료 안 할래요" 국민 의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기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42만2434명이다. 연령별로 70~79세(61만5906명)가 가장 많고 이어 80세 이상 26만3961명, 60~69세 22만3417명, 60~64세 14만2794명 순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등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30~39세 8239명, 30세 미만은 3876명이 등록했다. 40~49세는 38만105명, 50~59세는 12만6136명 등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 등록자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남성은 44만2915명, 여성은 97만9519명으로 조사됐다. 실제 연명의료 중단 등이 이행된 사례는 8월까지 총 23만4292건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지난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설문 대상자들은 '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받을지'에 대한 질문에 81.7%가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중 45%는 '절대 받지 않겠다', 36.7%가 '받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 임종 과정에는 있지 않지만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 의사로 삶을 종결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조력 존엄사다. 난치병 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6월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예외를 두는 법안이어서 윤리적 논란 소지가 크고 입법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호스피스 등 인프라도 아직 충분치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2-09-28 15:59:20[파이낸셜뉴스]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 달리 '조력 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사로부터 약물을 받아 스스로 주입해 삶을 마무리하는 형태의 죽음을 말한다. 다만 의료계는 해당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극히 일부인 데다 우리 사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서둘러 도입을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은 80%가 "찬성".. 의료계는 "시기상조"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하면서 불을 지폈다. 법안은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 중 스스로의 의사로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경우 결정기구를 거쳐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의사는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적용이 배제된다. 일단 대중들은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높다. 개정안 발의 후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000명에게 조력존엄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이 여론조사에서 조력존엄사 입법화를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이 20%, '찬성한다'는 의견이 61%였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도 ‘좋은 죽음’을 위한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법안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법안이 발의되자 지난 6월 입장문을 내고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도 조력 존엄사 도입이 너무 이르다고 보는 입장이다. 양 연구원은 "괴롭고 아픈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조력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과연 '존엄한 죽음'이라고 볼 수 있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살률 1위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조력 존엄사를 통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5년... 윤리위 있는 병원만 선택권 현장에서 많은 임종 환자를 지켜본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 2018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현장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도 지난달 기준 누적 14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현실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먼저 현행법상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이 이뤄질 수 있는데 전체 병원의 10.5%에만 설치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어도 병원에 윤리위가 구성돼 있지 않으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릴 수 없다. 28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3226개 병원 중 상급 종합 병원을 위주로 338개 병원에만 윤리위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의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약 5%에만 윤리위가 설치된 상태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등에서 행하고 있는 연명 의료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작정 윤리위 설치를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임종 상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법이 '임종 상태'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유 교수는 "현장의 의료진은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의료진도 제도에 숙달된 것이 아니라 '임종 상태인지 아닌지' 등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을 살펴보면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임종 상태 환자를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 의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여,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자'라고 명시돼 있다. 유 교수는 "좋은 죽음은 모두에게 다르지만 피하고 싶은 죽음의 형태는 대부분 비슷하다"며 "내가 어떤 죽음을 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의료적·사회적 측면에서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8 09:49:14#.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조모(62·여성)씨는 지난 7월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사전연명치료중단서'를 작성했다. 그는 30대때 자궁경부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했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이 뭔지 경험한 그는 죽음이라는 말의 무게를 남다르게 받아들였다. [파이낸셜뉴스] 그는 완치 후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병에 걸려 긴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지인들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서 '존엄한 죽음'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한 지인의 남편은 당뇨 합병증을 앓다 패혈증으로 의식 불명 상태가 됐다. 의료진이 갈비뼈가 부서질 정도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는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으니 그만해라"는 가족들의 말을 듣고서야 멈췄다. 또 다른 한 지인의 조카는 원인 모를 고열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윤리위원회를 거쳐 연명의료 중단까지 두 달이 걸렸다. 그동안 고액의 치료비는 모두 남겨진 가족들의 몫이었다. 사전의료연명 의향서 작성 4년새 15배 늘어 최근 한국 사회에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살아날 가능성이 낮고 생명 연장에 초점을 두는 연명치료가 환자를 오히려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제정돼 5년째를 맞은 사전연명의료결정제도는 19살 이상이면 누구나 자신이 임종을 앞둘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서명할 수 있다. 연명의료 중단에 서명하면 임종 과정에 놓였을 때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중단할 수 있다. 27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은 지난달 기준 누적 142만2434명에 달했다. 올 연말이면 약 150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첫 해인 지난 2018년 10만529명과 비교할 때 4년새 약 15배나 늘어난 수치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이들은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작성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직장인 박모(51)씨의 아버지는 최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폐렴으로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동안 의식이 없었다. 가족구성원들은 논의 끝에 "아버지에게 힘든 치료보다 자연스럽게 보내드리는게 낫겠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미리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에 박씨는 아버지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후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이게 가족들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었다”며 "나에게 있어 좋은 죽음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일단 미리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사전연명치료의향서 작성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안티 에이징'에서 '웰다잉'으로 '웰다잉'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죽음은 늘 두려운 존재다. 이들은 두려움을 딛고 어떻게 죽음의 순간을 편안하고 의미있게 맞이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한다. 그래서 이들이 찾는 대상은 이른바 '죽음 교육'이다. 강원남 웰다잉연구소장은 지자체 복지관이나 노인회관 등에서 지난 2014년부터 죽음에 대한 강연을 해오고 있다. 교육 내용은 주로 △유언장 작성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이뤄져 있다. 강 소장이 처음 교육을 시작할 당시에는 '죽음 교육'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면박을 받는 가 하면 교육 30분만에 쫓겨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동사무소로 ‘왜 재수없게 죽는 얘기를 하냐’고 자녀들의 항의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한다. 죽음을 터부시해 엘리베이터 4층도 'F'로 표기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강 소장은 "최근에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계기로 '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진지하게 임하거나 관심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삶을 성찰해보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죽음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등의 후기를 남기는 일도 많아졌다. 높아진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죽음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도 있다. 10년 전 설립된 한림대학교 생사학 연구소도 그 중 하나다.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양준석 연구원은 '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 상황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빠르게 발전하며 초고도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초고령 사회로 진입을 목전에 앞두는 등 각종 부작용을 겪으며 '죽음의 질'이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양 연구원은 "안티 에이징을 말하며 죽음을 꺼리던 사회에서 암울한 사회상과 펜데믹 등을 겪으며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의료적 측면 뿐만 아니라 문화·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논의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7 14:01:01[파이낸셜뉴스]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셀프 보상' 논란을 딛고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0년 9월 우원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주유공자법을 재추진키로 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셀프 보상법', '공정성 훼손'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법안을 수정할 수 있다"며 '독소조항 해소'까지 불사하고 나서면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 175명 의원 동의한 '민주유공자법' 21대 국회 문턱 넘나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유공자법이 정무위원회 쟁점 법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정안은 기존 법이 예우하는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뿐 아니라 이한열, 박종철, 전태일 열사 등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한 민주 유공자와 가족을 예우한다는 취지다.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망·행방불명·상이를 입은 민주 유공자와 그 유가족을 대상으로 교육·취업·의료·대부(저리대출)·양로·양육 지원을 하는 게 핵심이다. △수업료·입학금 면제 및 학습보조비 지원 등 교육 지원 △취업지원·채용시험 가산점 등 취업 지원 △ 보훈병원 및 위탁병원 의료지원 △300~6000만원 저리대출 대부지원 △무의탁자 및 유족 양로지원 △민영·공공주택 등 주택 우선공급 지원 등이다.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예산정책처 비용 추계서를 종합하면 유공자는 800명, 유가족은 3000명 정도로 연간 지원 비용은 11억~21억원으로 추산된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원식 의원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공개적으로 약속,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법안 통과에 동의하는 175명의 연명서를 받아 국회 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우원식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는 등 설득하고 있다. 우 의원의 설명을 듣고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민주당 의원도 있다. ■ 국힘에선 "운동권 셀프 특혜법안" 반대 기류 하지만 국민의힘 분위기는 다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운동권 셀프 특혜 법안’을 또다시 들고나왔다”며 '셀프 특혜법'이라고 규정했다. 권 대행은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을 하면서 민생이 시급하다더니 국회가 열리자마자 소속 의원 164명이 법안에 찬성을 표했다. 입으로는 민생을 구한다면서 손으로는 특혜 법안 연판장을 돌린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권 대행은 “이 법안에는 유족과 가족에게 의료와 교육, 취업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있다”며 “특히 민주 유공자 대입 특별전형 신설과 정부 공공기관 취직 10% 가산점 부분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 혜택을 입법 당사자 자녀가 얻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셀프 특혜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예우와 특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우는 국민적 합의의 결과고 특혜는 국민적 합의의 결핍”이라며 “대선 이후 민주당은 ‘조국 사태’를 반성한다고 했는데, 아예 특혜를 법으로 만들어버리자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이와 같은 논란으로 법안 통과가 줄줄이 좌초됐다. 지난 16대~20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공정성·형평성 및 역차별 논란', '옥석 가리기가 힘든 선별의 문제', '과도한 보상' 등의 이유로 통과가 불발됐다. 호국 유공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에 학생 운동 출신 의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셀프 보상법'이라는 비판도 나왔었다. ■ 민주 '쟁점조항 수정'까지 불사.. 관건은 법사위 통과 실제 우원식 의원안에 따르면 지원 대상자는 공공기관과 200명 이상 사기업 채용 시 만점의 5~10% 가량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 의원 측은 "모든 유공자법과 동일한 내용의 취업 가산점 제도를 담고 있다", "가산점에 따른 합격자 수가 전체 30%를 초과할 수 없어 일반 응시생 TO를 줄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민주 열사들이 청년 시절에 사망한 경우가 많아서 가산점을 받는 자녀 수도 '극소수'라는 주장이다. '운동권 자녀가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간다'는 특혜 논란을 두고는 "명백한 사실왜곡"이라고 반박한다. 우 의원은 페이스북 팩트체크 글을 통해 "민주유공자법에도 다른 유공자법과 마찬가지로 대입 특별전형 의무화 조항이 없다. 다만 초중등 교육기관, 대학교 입학에 따른 수업료 면제, 학습보조비 지급 등을 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우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죽은 민주 열사들이 살아 돌아와서 이 법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이 셀프 보상법이라고 하는 건 사실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한열, 박종철, 전태일 열사처럼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하다 목숨을 잃은 민주 열사 이런 분들이 유공자가 아니다"라며 "우리 민주화 역사가 갖고 있는 남은 숙제를 이제는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운동했던 사람들을 전부 다 유공자로 만드는 것처럼 국민의힘에서 자꾸 왜곡하는데 그건 정말 왜곡이고 거짓말"이라며 "민주유공자법의 대상자는 830명이며 여기에는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취업과 교육 지원과 같이 젊은 세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들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논란이 되는 쟁점 조항을 해소해서라도 정기국회 내 통과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우상호 위원장이 법안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우원식 의원 또한 "국민들께서 '그건 좀 과한 혜택 아니냐'고 제기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빼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쟁점 조항 수정까지 불사하면서 법안 통과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관건은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로 꼽힌다. 소관 상임위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맡고 있어 민주당이 밀어붙일 수 있지만,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거쳐야 하는 법사위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서다. 여야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가 민주유공자법 통과를 결정지을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지윤 기자
2022-07-25 22:28:13[파이낸셜뉴스] 2018년 5월,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호주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의사 조력 자살을 통해 사망했다. 그는 의료진이 마련한 신경안정제가 들어 있는 주사액이 정맥으로 주입되도록 하는 밸브를 스스로 열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세기의 미남’이라고 불리는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76.3%가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했다. 2025년 35만 명, 2040년 50만 명, 2050년 70만 명 등 향후 대한민국의 사망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락사의 입법화에 대한 입김 또한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은 2021년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24일 밝혔다. 조사 결과, 찬성 비율이 76.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찬성의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인권보호에 위배되지 않음(3.1%) 등이 있었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44.4%)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의 위험(13.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윤영호 교수팀은 지난 2008년과 2016년에도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약 50% 정도의 국민들이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해 찬성한 데 비해 이번 연구에서는 약 1.5배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안락사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 환자들이 ‘안락사를 원하게 되는 상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락사를 원하는 상황은 크게 △신체적 고통 △정신적 우울감 △사회·경제적 부담 △남아있는 삶의 무의미함으로 나눠진다. 이러한 분류는 안락사의 입법화 논의 이전에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의학적 조치 혹은 의료비 지원, 그리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또한 ‘광의(廣義)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와 전문성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약 85.9%가 찬성했다. 광의의 웰다잉은 협의(俠義)의 웰다잉(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을 넘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 확대와 함께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광의의 웰다잉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약 85.3%가 동의했다.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호스피스 및 사회복지 제도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마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광의의 웰다잉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지 못한다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러운 흐름 없이 급격하게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정한 생명 존중의 의미로 안락사가 논의되려면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존재적 고통의 해소’라는 선행조건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웰다잉 문화 조성 및 제도화를 위한 기금과 재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국제 환경연구 보건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2-05-24 09:3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