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산책’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이슈와 투자정보를 엄선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최근 공공기관 및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두바이 해외 연수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두바이는 세계 최고의 관광지를 만들었고, 중동의 물류를 총괄할 수 있는 '제벨알리 경제자유구역'도 건설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는 곳입니다. 또 바다 위에 초대형 인공섬 주거단지인 '팜 주메이라'를 건설, 전세계 부호들에게 이곳의 빌라를 판매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20억 팜 주메이라 빌라...현재 가치 보니 처음에 두바이 나킬사에서 '팜 주메이라'를 공사할 때만 해도 다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왕이 직접 챙기면서 실제 인공섬은 완공 됐고, 그곳에는 최고의 빌라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의 호텔인 '아틀란티스 더 로열(Atlantis The Royal)'도 준공됐습니다. 이 호텔은 국내 건설사인 쌍용건설이 지어 더 유명해졌습니다. ‘팜 주메이라’ 날개 부분에 들어선 빌라는 영국 축구 선수단 11명이 단체로 구매를 했는데요. 특히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베컴이 빌라를 구입해 더 유명해졌습니다. 최근 20억원에 샀던 빌라를 아들에게 물려줬는데 그 가치가 2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10배나 오른 셈입니다. 이미 ‘팜 주메이라’에는 두바이 최고 호텔과 워터파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빌라 단지도 이미 완공돼 최고의 주거단지로 개발이 끝났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부터 세계 최고의 주거단지를 목표로 했고, 20년간 차곡차곡 그 계획을 실현하니까 지금은 세계 최고의 주거단지가 됐습니다. 반면 국내 빌라의 경우 서울에 주거단지가 모자라니까 ‘빨리빨리 대충대충’ 지었고, 지금의 빌라 주거단지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30년이 넘으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고, 그래서 반드시 재개발 해야 하는 단지가 됐습니다. 빌라 설계공모도 한 방법...'내집 빌라' 필요 설상가상으로 빌라가 서민들의 주거단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사기 문제가 터졌습니다. 결국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 아파트의 전세수요는 사라졌습니다. 갭투자도 쉽지 않다 보니 임대사업자들도 외면하고, 건설업체들은 안 팔리니까 공급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11만가구를 사준다고 합니다. 과연 설계, 품질, 가격, 입지 등 모두 만족할 만한 빌라단지나 오피스텔은 얼마나 될까요. 이제는 급하게 빌라단지를 건설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계획과 설계 등으로 ‘내집’이라고 할만한 빌라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유럽의 1000년된 빌라들 대부분은 목조건축에 샷시도 목재입니다. 일본의 오래된 요칸들도 100년 이상된 목재 건축물입니다. 결코 비싼 재료가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도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장수명 빌라가 필요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빌라 설계안을 공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거 같습니다. 필자가 챗GPT4o를 이용해서 멋진 빌라단지를 단 몇분만에 설계해 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내집이라고 사시겠지요.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4-09-20 08:29:24[파이낸셜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는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이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상승세가 경기와 인천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대 0.59% 상승…"매수심리 회복으로 상승폭 확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보다 0.2% 올랐다. 지난주(0.18%)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자치구별로 서초구(0.31%)는 반포·잠원동 등 대단지 위주로, 송파구(0.27%)는 잠실·문정동 등 주요단지 위주로, 영등포구(0.23%)는 여의도·대림동 위주로, 양천구(0.21%)는 목·신정동 등 주요단지 위주로, 강남구(0.19%)는 역삼·개포동 위주로 상승했다. 강북에서는 성동구(0.59%)는 옥수·행당동 등 대단지 위주로, 용산구(0.35%)는 도원·이촌동 위주로, 마포구(0.33%)는 신공덕·염리동 위주로, 서대문구(0.26%)는 남가좌·북아현동 위주로, 은평구(0.21%)는 불광·진관동 등 중소형 규모 위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가격상승 기대감으로 인해 매수심리가 회복됐다"며 "선호단지뿐만 아니라 인근 단지에서도 상승거래가 발생하고 매도희망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등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탈(脫)서울 현상에 수도권 '들썩'…"경기 집값 상승세 확산"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경기도 등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탈(脫)서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인포가 대법원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도권 생애 첫 부동산 구입 8만8780건 중 경기도 내 거래가 총 5만5893건으로 수도권 거래의 6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19.1%(1만6936건), 인천은 18.0%(1만5951건)로 나타났다. 생애 첫 부동산 대상은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 등) 기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 집값과 거래량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아파트 거래량은 1만20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이후인 33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 거래량도 9485건으로, 아직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거래량이 5월 거래량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이번 주 0.05% 올라 지난주(0.02%)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인천은 0.05% 올라 지난주(0.06%)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경기는 과천(0.44%), 성남 분당구(0.32%), 부천 원미구(0.16%), 부천 오정구(0.14%), 군포(0.13%), 시흥(0.13%) 등이 상승세였다. 인천은 중구(0.10%), 남동구(0.07%), 서구(0.07%), 계양구(0.05%), 연수구(0.04%) 등이 상승세였다. 서울 전세평균 6억원..경기 매매평균 5억5천만원 부동산 시장에선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며 주택 실수요자들이 서울과 가까운 경기지역의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경기 집값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에 전셋값마저 급등하자, 무주택자들이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경기지역에서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은 6억47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6억원대에서 2023년 5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6억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6억원대면 경기도 아파트 매매 평균 시세(5억4538만원) 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대출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을 연 1.2~3.3%의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당초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3000만원보다 낮아야 신청할 수 있었지만, 하반기부터 2억원, 내년부터 3년간은 2억5000만원으로 소득 기준이 상향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이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경기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집값 상승세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며 "신생아 대출특례로 정책대출이 지원되면서 임대 수요도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주택 매수세가 회복하면서 당분간 수도권지역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7-11 07:09:04【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국내 출산율이 0.65명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 출산 정책의 기조가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종배 시의원(미추홀구 제4선거구. 국힘)은 인천시 시정질문에서 “2023년 전국 0.72명의 낮은 출산율 중 인천이 0.69명으로 서울, 부산 다음으로 낮았고 2015년 1.21명 정점에서 8년 만에 0.65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고 5일 말했다. 김 의원은 2018~2022년 인천지역 20~44세 혼인 건수는 5만2126건이지만 정작 출산한 신혼부부는 평균 33.9%로 10쌍 중 3쌍만 출산해 결혼이 출산이라는 등식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산하는 신혼부부 중 54%가 고소득층, 37%가 중산층인데 반해 9%는 저소득층으로 나타나 출산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또 2019년 엄마 육아 휴직률은 63.6%인데 비해 아빠 육아 휴직률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직장 내 눈치 보기와 대체 인력 부족 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또 남동구 서구 연수구 동구 계양구가 월 50만원씩 6개월간 아빠 육아휴직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활용은 미미하고 부평, 미추홀구 등 나머지 지자체는 아예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육아 휴직 대체 인력비 지원 및 육아 휴직 장려금, 출산장려금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인천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특별회계로 상설화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김 의원은 출산장려금보다 지속적인 아동 돌봄 인프라 설치, 인천도시공사의 아파트 분양정책의 출산 임대 지원 위주로 전환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정복 시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저출생 특별 기금으로 신설할 것을 정부에 건의 중이며 아동친화 인프라 확대 정책의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4-06-05 18:10:00【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연수구 연수1차·선학 시영아파트 공공 임대주택 170세대의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입주식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노후 공공 임대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으로 공공 임대주택의 품질 향상과 주거 취약계층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준공된지 15년 넘은 공공 임대주택의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는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지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127억원(국비 포함)을 투입해 490세대를 리모델링했다. 연수구 연수1차·선학 시영아파트 170세대는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창호 교체, 발광다이오드(LED) 전등 교체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주거환경 개선 공사를 완료했고 올해 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시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50세대가 늘어난 220세대를 리모델링 할 계획이다. 심일수 시 주택정책과장은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과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4-05-10 14:57:48갭투자 진원지가 경기 화성·평택 등 수도권 남부권에서 지방으로 남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매매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지방에서 전세를 안고 사는 게 더 쉬워진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12일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10월~ 12월 11일) 전국서 갭투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충남 아산시(40건)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남 김해시(39건), 천안 서북구(35건) 등이 각 2·3위를 기록했다.아실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아파트 매매 후 3개월 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 목적으로 전·월세를 놓은 계약'을 갭투자로 분류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아산에서는 전세를 안고 400만원에 집을 산 사례도 있다. 아산시 장존동 '청솔' 전용 39㎡의 경우 5200만원에 매입한 뒤 4800만원에 세를 놓았다. 해당 평형 매매시세는 4500만~5500만원, 전세는 3800만~4500만원이다. 몇 백만원이면 세를 안고 집을 살 수 있다. 김해시에서는 마이너스 갭투자도 눈에 띄었다. 삼문동 젤미마을 1단지 전용 47㎡의 경우 매매는 8000만원, 전세는 96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전셋값이 1600만원 더 비싸게 책정됐다. 이 단지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어 갭투자가 적잖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 주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들 지방의 경우 대부분 매매가와 전새가 갭 차이가 3000만원 이하인 단지가 주요 투자대상이다.갭투자는 올해 들어 상반기 내내 경기 화성·평택·인천 연수 등 수도권 남서부 지역이 상위권을 휩쓸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실제로 올해 들어 12월 11일까지 갭투자 1위는 화성시(695건)였다. 2위는 평택시(466건), 3위는 연수구(453건) 등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전세가율이 높은 지방에서 갭투자가 많이 이뤄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도권 아파트 값이 많이 빠지면서 특히 남부권역에 몰렸다. 최근에는 다시 지방으로 갭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전세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위험이 덜하지만 무분별한 갭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경고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갭투자 대상 대부분이 매매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지"라며 "갭투자의 경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3-12-12 17:56:47[파이낸셜뉴스] 갭투자 진원지가 경기 화성·평택 등 수도권 남부권에서 지방으로 남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매매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지방에서 전세를 안고 사는 게 더 쉬워진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12일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10월~ 12월 11일) 전국서 갭투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충남 아산시(40건)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남 김해시(39건), 천안 서북구(35건) 등이 각 2·3위를 기록했다. 아실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아파트 매매 후 3개월 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 목적으로 전·월세를 놓은 계약'을 갭투자로 분류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아산에서는 전세를 안고 400만원에 집을 산 사례도 있다. 아산시 장존동 ‘청솔’ 전용 39㎡의 경우 5200만원에 매입한 뒤 4800만원에 세를 놓았다. 해당 평형 매매시세는 4500만~5500만원, 전세는 3800만~4500만원이다. 몇 백만원이면 세를 안고 집을 살 수 있다. 김해시에서는 마이너스 갭투자도 눈에 띄었다. 삼문동 젤미마을 1단지 전용 47㎡의 경우 매매는 8000만원, 전세는 96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전셋값이 1600만원 더 비싸게 책정됐다. 이 단지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어 갭투자가 적잖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 주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들 지방의 경우 대부분 매매가와 전새가 갭 차이가 3000만원 이하인 단지가 주요 투자대상이다. 갭투자는 올해 들어 상반기 내내 경기 화성·평택·인천 연수 등 수도권 남서부 지역이 상위권을 휩쓸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실제로 올해 들어 12월 11일까지 갭투자 1위는 화성시(695건)였다. 2위는 평택시(466건), 3위는 연수구(453건) 등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전세가율이 높은 지방에서 갭투자가 많이 이뤄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도권 아파트 값이 많이 빠지면서 특히 남부권역에 몰렸다. 최근에는 다시 지방으로 갭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위험이 덜하지만 무분별한 갭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경고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갭투자 대상 대부분이 매매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지”라며 “갭투자의 경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3-12-11 10:21:20【도쿄=김경민 특파원】 초고령사회 일본이 외국에서 간호 인력을 수혈하기 위해 보조금을 대폭 확대한다. 일본에서 간호 교육을 받는 외국인에게 3년간 최대 170만엔(약 1527만원) 가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전 세계적으로 간호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인재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8일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요양 시설을 대상으로 장학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하고, 내년 예산에 관련 제도의 보조율 인상을 포함시켰다. 일본은 오는 2040년께 간호 인력이 약 69만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유학생을 고용할 계획인 간호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국가와 지자체가 적립한 기금 137억엔(약 1231억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일본어 학교나 개호복지사 양성 시설에서 학비, 거주비, 입학·취업 준비금과 같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경우 일부를 지원한다. 보조율은 현행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인상된다. 일본어학교 학비를 최대 연 20만엔에서 30만엔으로 늘린다. 아파트 임대료 등 거주비는 연 12만엔에서 18만엔으로 인상된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에서 간호 자격을 취득할 경우 일본어 학교에서 1년, 개호복지사 양성 시설에서 2년 등 총 3년을 연수한다. 이에 따른 총 보조금은 3년간 168만엔이 된다. 후생노동성은 내년부터 외국인 간병인을 양성하기 위한 지도자 육성도 시작한다. 간호 업계 종사자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간호서비스직의 구인 대 구직 비율은 3.79 대 1로 전 직종 평균의 1.19 대 1을 크게 웃돈다. 특히 재택 간병인 구인배율은 15.53 대 1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회보장 정책 전문가인 유키 야스히로 슈쿠토쿠대학 교수는 "미국, 유럽에서도 간병인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임금 수준이 낮은 일본 시장은 매력을 잃어 가고 있다"며 "인재 확보를 위한 국가의 환경 정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09-18 09:25:15농어산촌 폐교에 이어 도심 폐교가 진행되고 있다. 도심 폐교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최근 학령인구를 처음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 78만6880명이 1318개 학교에 다니는데 2035년에는42만1000명이 613개 학교에 다니게 된다. 900개 학교가 문을 닫는다. 인구 감소로 문을 닫을 대학까지 합치면 인프라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서울이 이 정도면 다른 6대 도시는 더 심각하다. 이 공간의 활용방안을 두고 학교 아파트(학교에 고층아파트를 지어 학부모가 아이들 졸업할 때까지 저비용의 임대아파트에서 거주), 학교 요양원(운동장이 있는 공간에서 운동을 하고 식물을 키우며 반려동물과 산책도 가능) 등을 제시한 바 있는데 사회적인 반향도 컸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청의 학령인구 추계를 보면 인프라 공급 속도가 엄청나서 더 다양한 활용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고 많은 지방정부에서 도서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도서관의 수준이 차이가 많이 난다. 규모와 건축미, 인테리어, 공간 활용방안 등을 보면 과연 한국이 선진국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 동네 도서관"이라고 했을 정도로 미국은 도서관 인프라가 좋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도 어린 시절, 경성부립도서관(남산도서관)에서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그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꿔본 별천지"였다고 회고했다. 그를 대문호로 만든 것도 도서관이다. 교육부는 현재 16만명가량인 외국인 유학생을 30만명까지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전국 430개 대학이 부족한 학생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결국 한계대학은 문을 닫게 되어 있다. 우리 대학들이 경쟁력을 키워서 더 많은 해외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많은 대학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선을 돌려서 이 시대를 보면 지금은 평생학습자의 시대다. 한국의 숙년(중년부터 노년 사이의 60대와 70대) 인구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인프라는 경로당, 노인대학 등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해외여행이나 골프를 하고, 여유가 없으면 산과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지금 은퇴를 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학력과 자산 그리고 건강 여러 면에서 그 전의 세대와 다르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 할 일이 없고, 나가서는 갈 데가 없으면 개인은 불행하고 사회는 손해다. 이로 인해 생기는 각종 질병과 갈등을 사회가 다 감당해야 한다. 앞으로 쏟아지는 도심 폐교를 시니어 캠퍼스로 활용하자. 캠퍼스에 도서관은 기본이다. 캠퍼스 생활로 돌아가 학교에서 가벼운 운동도 하고, 수업도 듣고,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서 배우고 즐기고 발표하고, 창업·창직도 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다음 세대의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비관적 요소이지만 급격한 도시화로 공원, 도서관, 시민회관, 문화센터 등 공공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기회이다. 아침에 일어나 캠퍼스로 가서 여러 가지 시민활동을 하고 저녁에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하는 행복 인프라를 조성하자. 숙년기 인생의 건강수명, 행복수명이 늘어나면 미래세대의 부담도 줄어든다. 일본의 지방 대학들은 18세 학령인구의 진학에 의존하는 경영체질을 바꾸었다. 대학을 여러 연령층의 세대가 함께 배우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세 번째 인생기를 위한 대학(University of The Third Age)을 반세기 전부터 운영해왔다. 특히 영국에서는 후반 인생의 학습조직운동으로 1000개 이상의 U3A에서 40만명 이상이 공부를 즐기고 있다. 전국의 폐교를 U3A로 만들자.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2023-09-12 18:35:54흔히 갈등과 대립이 일상인 한국정치의 폐단을 일갈할 때 동원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란 고사성어가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상대방 눈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면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다가도 갈등을 풀어낼 묘수가 있다는 말이다. 무릇 정치의 기본은 민생이다. 한꺼풀 더 들어가면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일게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집무실에서 만난 김현기 의장은 '정치의 본령'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단 일초도 망설임없이 '약자와 서민', '돌봄과 섬김'이라고 답했다. 한낱 정치인의 수사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정치 입문 전 이력을 들으면서 역지사지란 단어가 떠올랐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5학년 때, 경북 영주 깡촌 소년의 집은 전기가 안 들어왔다. 어머니가 행상으로 생계를 책임질 만큼 어려워 전기선을 끌어다 쓸 돈이 없었다. "왜 우리집은 전기가 안들어올까?". 소년은 저녁만 되면 호롱불 앞에 앉아 불이 환하게 켜진 다른 집들을 쳐다보며 늘 부러워했다. 그러던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마을 전체가 환해졌다. 어른들 말로는 지역 국회의원이 힘을 썼다고 했다. "아, 정치인이 이런 일을 하는 거구나"하는 생각에 그 때부터 '장래희망'란에 '정치인'이라고 적었다. 김 의장은 "절 정치로 이끈 건 '약자와 서민'"이라며 "세상과 사회를 바꾸는 무언가가 바로 정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의 정치를 향한 갈증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더 커졌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서울 공립고 진학을 포기하고, 장학금을 주는 국립 철도고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정부 산하기관에 취직했지만 늘 가슴 한 켠이 허했다. 첫 직장이 보수나 대우면에서 안정적이긴 했지만, 너무 뻔한 미래라는 생각에 좀 더 진취적인 일이 없을까 고민끝에 사표를 내고 1988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총재인 통일민주당 정책전문위원 공모에 응했다. 그에겐 첫 정치권 입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일반 직장생활을 하다가 얼마가지 않아 '정치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라는 어린 깡촌 소년의 호기로움이 다시 그를 정치권으로 소환했다. 두 번의 국회의원 공천탈락이란 뼈아픈 경험 끝에 드디어 2006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걷게된다. 김 의장은 "정치 입문전 직장인으로 생활전선을 직접 경험한 건 '신의 한수'"라며 "정치의 본령인 '약자 돌봄' '서민 섬김'의 초심을 지탱해주는 최대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서울의 대표적 부자동네인 강남이 지역구(개포, 일원, 수서, 세곡)지만 그에게 강남은 빈부격차로 대변되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는 "부자동네라는 공고한 편견의 틀 안에서 약자와 서민이 역차별 당하거나 방치, 소외되기 쉬운 곳이 제 지역구"라고 말했다. 실제 1만가구가 넘는 국민기초생활수급가구에다 강서, 노원 다음으로 서울에서 영구임대주택(약 2만가구)이 가장 많은 곳이다. 대표적인 판잣촌인 구룡마을도 있다. 구룡마을은 사회적 양극화라는 시대의 아픈 현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김 의장은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이란의 빈민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방한때마다 가장 먼저 구룡마을을 방문한다"며 "12년째 갈등의 매듭을 풀지 못했지만 기존 제도와 관행, 법규정에만 얽매여선 해결할 수 없다"며 앞으로 현실을 감안한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약자와 서민을 위한 의정활동의 성과내기는 철저하게 현장의 디테일에 기반한다. 구체적으로 만성정체 구간인 밤고개로 확장을 비롯해 탄천하수처리장 복개, 5개 생태육교 건설로 대모산과 구룡산 능선 회복, 복도식 임대아파트 방한창문 설치, 초등학교 공기정화기 설치 등 주민에게 절실한 현장 민원 해결에 주안점을 뒀다. 반면 주민 눈높이에선 혈세낭비로 보이는 공무원 보은성 해외연수나 과도한 해외마케팅 예산 등은 과감히 삭감해 세금을 내는 서민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했다. 김 의장은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30년이상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독립의 핵심인 '인사권'과 '조직권', '예산권'에서 아직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예속된 면이 많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아직도 중앙의 권한이 7대3 정도로 많은데 이게 5대5는 돼야 지방자치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권의 경우 "의회와 지자체간 인적 교류의 길이 상당부분 막혀있고, 올 1월부터 조직개편을 했는데 지자체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났다. 그러면서 "예산편성권도 자율적으로 못한다. 서울시 예산을 시의회가 심의, 확정하는데 정작 의회예산은 시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비독립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가 국회법에 따라 모든 규정을 규율하는 데 반해 정작 전국 지방의회 운영 규정을 담은 통일된 '지방의회기본법'이 없다는 걸 문제삼았다. 그는 "말로만 지방자치를 외치지 말고, 지방의회에는 지방의회기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기에 각종 제도를 넣으면 명실공히 지방자치의 완성도가 높아지게 된다"고 제언했다. 또 논란이 됐던 '교통방송(tbs) 지원조례 폐지안' 처리 주도가 결국 보수층을 의식한 게 아니었는 지'라는 질문에는 '원칙주의자로서 소신 의정의 산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장은 "체질상 계산기를 두드리는 정치는 하지 않는다"라며 "자율주행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교통방송은 시대착오적으로 관행적으로 연간 수백억원씩 투입해왔지만 목적이 불분명한 예산은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서울시 예산의 경우 ▲용도가 불요불급한 정책예산 ▲목적이 불분명한 예산 ▲정책효과가 불투명한 예산을 반드시 예산심의과정에서 걸러내야 하는 대표적인 3불(不)예산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만 65세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란과 관련해서도 당초 해당 제도를 만들고 시행한 중앙정부가 결자해지차원에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기준, 서울지하철 운영적자가 약 1조원 안팎 발생한 것을 예로 들면서 "민간기업이면 벌써 도산했다. 서울지하철 운영 주체가 서울시이긴 하나 이용자는 서울시민 뿐 아니라 인천, 경기, 충청권에서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한다"며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영 철도를 운영하는 철도공사의 65세 이상 무임승차는 약 60% 정도를 정부가 보조한다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임승차 연령대 상향 조정여부에 대해선 "이 문제는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점진적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주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집권 2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연착륙을 위한 방안에 대해선, "우선 너무 어려운 여건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어느것 하나 순탄한 게 없다"며 "(전임 정부로부터)빈 곳간 물려받았고, 외교안보면에선 최악의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최근 개최된 중앙·지방 협의회의에 모든 국무위원 참석을 지시한 것을 예로 들고 "대통령이 현장에서 얘기듣고 바로 부처별로 검토하게 하라고 지시했는데 인구감소 등으로 지방소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와중에 획기적이고 지방을 중시하는 발언으로 감동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 "시정에 대해 아주 명쾌하게 잘 파악하고 있고, 서울시가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잘 설정하고 있다. 소통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한 뒤 "앞으로 정치적 확장성을 더해간다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덕담을 건넸다. 오 시장과는 수시로 현안이 있을때마다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고 밥도 가끔 먹는다면서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최근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데 대해선 "서민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등으로 어려울 때 대출을 많이 받고 고금리로 인해 이자부담이 커져 결국 은행권이 폭리를 취한 면이 없지 않다"며 "은행도 민간기업이긴 하나 공적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마음은 초심, 섬김은 무한"이라는 말로 정치인의 숙명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이다. 늘 시민의 입장에서 의회를 운영하려한다. 11대 의회 슬로건이 '현장속으로, 시민곁으로'인데 제가 10년도 넘게 써오던 용어"라며 "이 용어만큼 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더 적절하게 표현한 건 없는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 의장은 "늘 시민과 주민 편에 서서 어떤 고난과 역경이라도 함께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의장은 "같은 배에서 싸우면 서로 자멸하기 마련"이라며 "항상 시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현장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그 의견이 시정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이를 제도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리= haeneni@fnnews.com 정인홍 최아영 기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주요 약력 △경북 영주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업(행정학박사) △서울시의회 7·8·9·11대 의원(4선) △포럼 강남민생함께 대표(현) △제11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장(현) △제18대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현)
2023-02-26 18:33:15[파이낸셜뉴스] 흔히 갈등과 대립이 일상인 한국정치의 폐단을 일갈할 때 동원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란 고사성어가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상대방 눈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면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다가도 갈등을 풀어낼 묘수가 있다는 말이다. 무릇 정치의 기본은 민생이다. 한꺼풀 더 들어가면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일게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집무실에서 만난 김현기 의장은 '정치의 본령'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단 일초도 망설임없이 '약자와 서민', '돌봄과 섬김'이라고 답했다. 한낱 정치인의 수사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정치 입문 전 이력을 들으면서 역지사지란 단어가 떠올랐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5학년 때, 경북 영주 깡촌 소년의 집은 전기가 안 들어왔다. 어머니가 행상으로 생계를 책임질 만큼 어려워 전기선을 끌어다 쓸 돈이 없었다. "왜 우리집은 전기가 안들어올까?". 소년은 저녁만 되면 호롱불 앞에 앉아 불이 환하게 켜진 다른 집들을 쳐다보며 늘 부러워했다. 그러던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마을 전체가 환해졌다. 어른들 말로는 지역 국회의원이 힘을 썼다고 했다. "아, 정치인이 이런 일을 하는 거구나"하는 생각에 그 때부터 '장래희망'란에 '정치인'이라고 적었다. 김 의장은 "절 정치로 이끈 건 '약자와 서민'"이라며 "세상과 사회를 바꾸는 무언가가 바로 정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치가 사회를 바꾼다' 호기로운 결단 그의 정치를 향한 갈증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더 커졌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서울 공립고 진학을 포기하고, 장학금을 주는 국립 철도고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정부 산하기관에 취직했지만 늘 가슴 한 켠이 허했다. 첫 직장이 보수나 대우면에서 안정적이긴 했지만, 너무 뻔한 미래라는 생각에 좀 더 진취적인 일이 없을까 고민끝에 사표를 내고 1988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총재인 통일민주당 정책전문위원 공모에 응했다. 그에겐 첫 정치권 입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일반 직장생활을 하다가 얼마가지 않아 '정치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라는 어린 깡촌 소년의 호기로움이 다시 그를 정치권으로 소환했다. 두 번의 국회의원 공천탈락이란 뼈아픈 경험 끝에 드디어 2006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걷게된다. 김 의장은 "정치 입문전 직장인으로 생활전선을 직접 경험한 건 '신의 한수'"라며 "정치의 본령인 '약자 돌봄' '서민 섬김'의 초심을 지탱해주는 최대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강남 지역구 김 의장은 서울의 대표적 부자동네인 강남이 지역구(개포, 일원, 수서, 세곡)지만 그에게 강남은 빈부격차로 대변되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는 "부자동네라는 공고한 편견의 틀 안에서 약자와 서민이 역차별 당하거나 방치, 소외되기 쉬운 곳이 제 지역구"라고 말했다. 실제 1만가구가 넘는 국민기초생활수급가구에다 강서, 노원 다음으로 서울에서 영구임대주택(약 2만가구)이 가장 많은 곳이다. 대표적인 판잣촌인 구룡마을도 있다. 구룡마을은 사회적 양극화라는 시대의 아픈 현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김 의장은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이란의 빈민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방한때마다 가장 먼저 구룡마을을 방문한다"며 "12년째 갈등의 매듭을 풀지 못했지만 기존 제도와 관행, 법규정에만 얽매여선 해결할 수 없다"며 앞으로 현실을 감안한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약자와 서민을 위한 의정활동의 성과내기는 철저하게 현장의 디테일에 기반한다. 구체적으로 만성정체 구간인 밤고개로 확장을 비롯해 탄천하수처리장 복개, 5개 생태육교 건설로 대모산과 구룡산 능선 회복, 복도식 임대아파트 방한창문 설치, 초등학교 공기정화기 설치 등 주민에게 절실한 현장 민원 해결에 주안점을 뒀다. 반면 주민 눈높이에선 혈세낭비로 보이는 공무원 보은성 해외연수나 과도한 해외마케팅 예산 등은 과감히 삭감해 세금을 내는 서민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했다. 지방자치 도입 30년, 아직 갈 길 멀다 김 의장은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30년이상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독립의 핵심인 '인사권'과 '조직권', '예산권'에서 아직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예속된 면이 많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아직도 중앙의 권한이 7대3 정도로 많은데 이게 5대5는 돼야 지방자치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권의 경우 "의회와 지자체간 인적 교류의 길이 상당부분 막혀있고, 올 1월부터 조직개편을 했는데 지자체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났다. 그러면서 "예산편성권도 자율적으로 못한다. 서울시 예산을 시의회가 심의, 확정하는데 정작 의회예산은 시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비독립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가 국회법에 따라 모든 규정을 규율하는 데 반해 정작 전국 지방의회 운영 규정을 담은 통일된 '지방의회기본법'이 없다는 걸 문제삼았다. 그는 "말로만 지방자치를 외치지 말고, 지방의회에는 지방의회기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기에 각종 제도를 넣으면 명실공히 지방자치의 완성도가 높아지게 된다"고 제언했다. 또 논란이 됐던 '교통방송(tbs) 지원조례 폐지안' 처리 주도가 결국 보수층을 의식한 게 아니었는 지'라는 질문에는 '원칙주의자로서 소신 의정의 산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장은 "체질상 계산기를 두드리는 정치는 하지 않는다"라며 "자율주행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교통방송은 시대착오적으로 관행적으로 연간 수백억원씩 투입해왔지만 목적이 불분명한 예산은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서울시 예산의 경우 ▲용도가 불요불급한 정책예산 ▲목적이 불분명한 예산 ▲정책효과가 불투명한 예산을 반드시 예산심의과정에서 걸러내야 하는 대표적인 3불(不)예산으로 꼽았다. 무임승차 논란, 중앙정부가 대안 내놔야 그는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만 65세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란과 관련해서도 당초 해당 제도를 만들고 시행한 중앙정부가 결자해지차원에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기준, 서울지하철 운영적자가 약 1조원 안팎 발생한 것을 예로 들면서 "민간기업이면 벌써 도산했다. 서울지하철 운영 주체가 서울시이긴 하나 이용자는 서울시민 뿐 아니라 인천, 경기, 충청권에서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한다"며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영 철도를 운영하는 철도공사의 65세 이상 무임승차는 약 60% 정도를 정부가 보조한다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임승차 연령대 상향 조정여부에 대해선 "이 문제는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점진적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주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집권 2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연착륙을 위한 방안에 대해선, "우선 너무 어려운 여건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어느것 하나 순탄한 게 없다"며 "(전임 정부로부터)빈 곳간 물려받았고, 외교안보면에선 최악의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최근 개최된 중앙·지방 협의회의에 모든 국무위원 참석을 지시한 것을 예로 들고 "대통령이 현장에서 얘기듣고 바로 부처별로 검토하게 하라고 지시했는데 인구감소 등으로 지방소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와중에 획기적이고 지방을 중시하는 발언으로 감동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 "시정에 대해 아주 명쾌하게 잘 파악하고 있고, 서울시가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잘 설정하고 있다. 소통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한 뒤 "앞으로 정치적 확장성을 더해간다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덕담을 건넸다. 오 시장과는 수시로 현안이 있을때마다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고 밥도 가끔 먹는다면서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의 입장에서 의회를 운영할 것" 이와함께 최근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데 대해선 "서민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등으로 어려울 때 대출을 많이 받고 고금리로 인해 이자부담이 커져 결국 은행권이 폭리를 취한 면이 없지 않다"며 "은행도 민간기업이긴 하나 공적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마음은 초심, 섬김은 무한"이라는 말로 정치인의 숙명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이다. 늘 시민의 입장에서 의회를 운영하려한다. 11대 의회 슬로건이 '현장속으로, 시민곁으로'인데 제가 10년도 넘게 써오던 용어"라며 "이 용어만큼 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더 적절하게 표현한 건 없는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 의장은 "늘 시민과 주민 편에 서서 어떤 고난과 역경이라도 함께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같은 배에서 싸우면 서로 자멸하기 마련"이라며 "항상 시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현장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그 의견이 시정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이를 제도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현기 의장 주요 약력 ▲경북 영주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업(행정학박사) ▲서울시의회 7·8·9·11대 의원(4선) ▲포럼 강남민생함께 대표(현) ▲제11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장(현) ▲제18대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현) 정리=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2023-02-26 06:4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