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로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을 청구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지난해 2200개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을 청구하지 않은 의료기관의 대부분이 일반의와 성형외과로, 수도권과 서울 강남구, 서초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의료 인력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은 1851개였지만 지난해 2221개소를 기록해 4년새 20%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1778개로 80.1%로 가장 많았다. 한의원은 271개로 12.2%를 차지했고 치과는 151개소로 6.8%로 나타났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 일반의가 996개소, 성형외과는 690개였다. 건강보험을 청구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수도권에 편중되는 뚜렷한 경향성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에는 미청구 의료기관 628개가 몰려 전국 의료기관의 4분의 1을 이상을 차지했고 서초구는 168개소 7.6%, 부산진구는 87개로 3.9%를 기록했다. #OBJECT0#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건강보험 코드가 있는 급여 질환에 대한 진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급여 진료를 했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청구하지 않은 것이다. 미용이나 성형, 피부과 시술, 도수치료, 다이어트 관련 진료 등은 대표적이 비급여 진료로 꼽힌다. 비급여 진료의 팽창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8월 말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비급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료 선택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처럼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가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현재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 수를 대폭 늘리는 의료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 추진은 과학적 합리성이 부족하고, 의사 수를 늘리는 의대 증원 정책이이 결과적으로 한국의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면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의원은 "필수의료는 만성적 인력난이지만 비급여 중심의 의료기관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되고, 의료 인력의 불균형적 분포는 국민의 기본적 의료 접근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기관이 인력이 적절히 배치될 수 있도록 의료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며 "또 비급여 의료기관의 수도권 편중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4-10-07 15:04:03[파이낸셜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우리 의료 상황이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일각에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의료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며 "정부가 꼼꼼히 돌아보고 점검한 우리 의료 체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아직 단단하게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 연휴 응급의료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설 연휴에는 하루 평균 3600여개의 당직 병·의원이 문을 열었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하루 평균 약 8000개의 당직 병·의원이 환자들을 맞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이는 정부의 독려로 억지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실력 있고 심지 굳은 의료인들이 곳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전국 150여개 분만병원이 모든 분만은 응급이라면서 이번 추석 연휴에 병원 문을 열고 환자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국민 여러분의 불편과 불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중증응급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의 3.5배로 인상하고, 신속한 입원과 전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급실 진료 후, 수술, 처치, 마취 등 행위에 대한 수가도 높이다"며 말했다. 이어 "권역,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충분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력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응급의료센터에 신규 채용 인건비도 빠르고 충분하게 지원하다"며 "중증응급질환 중 빈도는 낮지만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나 시술은 순환당직제를 통해 공동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연휴 기간 편찮으실 때는 꼭 큰 병원에 가시기보다 중증도에 따라 적정한 의료기관을 찾아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한다"며 "큰 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연락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가까운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방문하여 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은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상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이어갈 전공의들에게 보다 나은 수련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개혁이자, 전국 어느 곳에 살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개혁"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의료계에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해 의대 정원과 정책 내용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한 총리는 의료진 블랙리스트에 대해선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복귀 전공의에게 "여러분은 국민을, 환자를, 생명을 선택했다"며 정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자와 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09-12 10:23:13[파이낸셜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결국 정부가 3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하고 총궐기대회를 갖겠다고 17일 밝혔다. 의협은 이날 대국민호소문에서 "의협과 범의료계는 지난 2월 정부의 망국적 의대정원 증원 강행 발표 이후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을 바로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전문가로서의 의견과 대안을 제시했다"며 "또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절박한 요구를 수용해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거듭되는 의료계의 호소와 요구를 묵살하고 끝까지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을 멈추지 않고,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로 사직 전공의들과 휴학 의대생들을 농락했다"며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노력과 정당한 투쟁을 일부 언론을 통해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협은 집단 행동만큼은 피하기 위해, 지난 16일 의대정원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 소급 취소 등 3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끝내 이를 외면하고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에 의협을 비롯한 범의료계는 불가피하게 예고했던 18일 집단휴진을 하고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엄청난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리겠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번 휴진과 궐기대회 개최는 의사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며 "국가 기초 안전망인 의료체계가 붕괴하면 나라 전체가 회복될 수 없는 혼란과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국민들에게 "이번 집단행동은 패망 직전인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지난 4개월 동안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 휴진 외 모든 노력을 외면했고, 이제 정부의 폭정을 막을 방법은 단체 행동 밖에 없음을 국민들도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향후 의료 정상화 방안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4-06-17 16:53:33[파이낸셜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의대증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연간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은 공공복리의 근간인, 의학교육 현장을 붕괴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의협과 전의교협은 27일 오전 10시부터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의학교육 파국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후 성명서를 내고 "32개 대학 총장은 3개의 고등법원 항고심과 1개의 대법원 재항고심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대학 입시요강 발표를 중지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단체들은 "정부 회의에서는 ‘다수가 내린 결론’의 맹점을 찾기 위해 ‘용감하게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 즉, ‘10번째 사람’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국가의 존망을 가를 수 있는 일이 흔하고, 절대 권력에 의해 비판 없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는 그 폐해가 전 국가에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의 위기 관리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소수의견을 경청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농단, 교육농단’은 생산적인 비판 과정 없이 일사불란하게 도미노처럼 붕괴되는 맹목적인 결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사태를 해결해 국가를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국가안전보장회의의 10번째 사람 규칙’을 우리 의료계가 따라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라고 부연했다. 단체들은 "2025학년도 대학입시모집요강은 입시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예방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령에 기재된 ‘사전예고제’에 따라 2023년 5월에 이미 확정∙발표됐다"며 "정부는 천재지변이나 대학구조조정도 아닌 상황에 입시 8개월도 남지 않았을때 의대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해 2025학년도 입시 현장을 대 혼돈의 장으로 바꿔놨고, 입시생과 학부모를 큰 혼란에 빠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도권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적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처럼, 현재 무너진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원인이 전체 의사 수가 모자라 발생된 일은 아니다"라며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회생 즉,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는 의사를 양성하는 기관, 의과대학 교육현장이 붕괴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0명 학생을 정원의 학교에 130명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마치 ‘40명 정원인 버스에 40명의 325%에 해당하는 승객 130명을 태워라’고 하는 버스회사 사장의 명령과 유사하다"며 "이 상황에 승객의 생명은 아무도 담보하지 못하고 버스는 그대로 고장나 버리고 말 것"이라고 비유했다. 의협과 전의교협은 "의학교육 현장의 붕괴는 그 여파가 십년 넘게 지속되기 때문에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도 20년~21년에 걸쳐 5700명~1만명을 늘렸고 이는 연간 정원의 10% 이하인 2.6~8%만 증원한 셈"이라며 "32개 대학 총장들은 이미 2023년 5월에 확정발표했던 2025학년도 대학입시요강을 수정해 발표하는 것을 지금 당장 중지해 달라"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5-27 14:26:52[파이낸셜뉴스]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되자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24일 의대 증원이 확정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 추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의대 증원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학입학전형 시행 계획을 심사숙고 없이 확정해버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무지성에 분노한다"며 "구체적 계획 없이 의대 정원을 급격히 늘리면 교육 현장은 급속히 무너지고, 세계적 수준으로 칭송받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붕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시스템을 공기와도 같이 당연하게 생각했을 우리 국민들이 이 모든 후폭풍을 감당해야 돼 참담할 뿐"이라며 "온 의료계를 외면하고 끝내 망국적 의대 증원을 강행한 정부의 폭정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철저히 외면한 데 따른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증원 원점 재논의를 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교협은 이날 제2차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내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5-24 22:52:34의정갈등으로 대학병원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수리 기한이 다가오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4월 말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수리가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집단사직을 결의했는데,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자는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사직 효력이 생긴다. 사직서는 학교 또는 병원으로부터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의대 소속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과는 별개로 병원을 지키며 진료업무를 하고 있으나 이달 말 사직 효력이 생기면 현장을 떠날 가능성도 있다. 교수들이 현장을 떠나면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증진료를 도맡는 상급병원들은 경영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500병상 이상 전국 수련병원 50곳의 최근 경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의료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38억원 줄어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0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 의료수입은 전년 대비 19.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병원 규모가 클수록 수입액 감소율이 컸다. 전공의 의존도가 컸던 만큼 대형 수련병원들은 진료와 입원, 수술 등을 축소했다. 당직으로 인한 번아웃과 그로 인한 환자 위험을 우려한 교수협의회의 결의로 이미 3월과 4월 연속근무시간과 수술도 단축된 상태다.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서울아산병원은 19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신청 대상자는 올해 12월 31일 기준으로 50세 이상이면서 근속기간이 20년 이상인 일반직 직원이다. 서울대병원도 이달 초부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올해 배정예산을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이며, 세브란스병원도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온라인 총회를 열고 "병원을 지키는 교수들의 정신적·육체적 한계와 25일로 예정된 대규모 사직은 현재의 의료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시급히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들이 학생들의 휴학계를 수리해야 할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이번주 수업을 재개하는 의대 16곳을 포함해 총 32곳이 이미 개강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아 이들의 집단유급 우려가 남아있다. 통상 의대는 학칙에 따라 수업 3분의 1 혹은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고 유급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각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내달 초를 유급 기한으로 정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4-16 18:29:21[파이낸셜뉴스] 의정갈등이 8주차에 접어들면서 응급의료 현장이 한계에 직면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이 번아웃을 호소하는 가운데,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대부분은 진료 차질을 빚으며 환자를 가려 받는 중이다. 현 의료 사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사직을 포함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기준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7곳 중 6곳은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란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거점 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 또는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중에서 지정된다. 지난해 5월 기준 전국에 44곳이 있다. 서울에는 서북권에 서울대병원, 동북권에 고려대안암병원·서울의료원, 서남권에 고려대구로병원·이대목동병원, 동남권에 한양대병원·강동경희대병원 등 7곳이 있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6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일부 진료를 제한 중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오후 6시 이후 안과와 이비인후과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도 인력 부재로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이비인후과, 이대목동병원은 성형외과 진료가 일부 제한되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응급실 인력 부재로 비응급·경증 환자는 물론 중증외상 환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아 환자의 진료도 불가능하고, 정신과 입원환자도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성형외과와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의 응급실 진료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최후 보루인 응급의료체계도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에서 "남아 있는 의료진들의 피로와 탈진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교수들의 업무 단축은 앞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인 행동을 준비할 것이고, 이미 이와 별개로 수많은 전공의가 자발적으로 현장을 떠났다”며 “지난 30년간 피땀 흘려 지켜온 응급의료 체계는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2차병원 응급실 의사들도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전망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4-09 10:10:28한덕수 국무총리(사진)는 의사 정원 확대 없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 의료 체계에서 생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집단 행동을 앞두고 있는 의료계에 대해서는 강한 경고를 보냈다. 한 총리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자 필수과제로, 국민들도 그 필요성을 체감하고 정부의 계획을 지지해주고 있다"며 "정부는 오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 증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한 총리는 "의료 인력 부족은 국민의 단순 불편을 넘어 수시로 생명과 건강을 위협 받는 상황이 됐다"며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 진료 등 모두 의사 부족으로 인해 필수·지역 의료가 붕괴하여 발생한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대 입학 정원은 지난 1998년 증원 이후 27년 간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의약 분업으로 정원을 줄인 후 지난 2006년부터 19년간 감소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 상태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35년이 되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1만 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 증원이 모든 난제를 푸는 단 하나의 해법은 아니라고 했다. 한 총리는 "필수 의료인력 부족, 지역간 의료 격차 등과 같은 문제는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정부도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는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 인력 확충 뿐만 아니라, 지역 의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필수 의료 분야에서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등 폭넓은 의료계 지원책이 망라돼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은 이런 큰 그림의 한 부분이지, 의사에게 모든 짐을 지우려는 단견의 소산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의료계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 증권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의료계에도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부의 계획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02-13 18:28:14정부가 의대정원을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2000명 더 늘리기로 했다. 이로써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고정됐던 의대정원은 19년 만에 5058명으로 확대된다. 6일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했다. 이번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사 수 부족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오직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증원 규모는 정부가 지난해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수요를 조사한 결과인 최대 3000명보다는 적지만 1000명 수준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전망에 비하면 상당한 규모다.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 등 의료현안 해결책으로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동안 의료계와 의대 증원 문제를 협의했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와 지난해 1월 이후 이날까지 28차례나 '의료현안협의체'를 가동했지만 의대 증원에 대한 상호 견해차를 줄이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정책 강행 시 즉각 총파업 절차에 나서겠다는 의협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사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의사인력 확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어 "급속한 고령화와 보건산업 수요에 대응할 의료인력까지 포함하면 2035년까지 약 1만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협이 첨예하게 대립한 의대정원 확대가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일단락되면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4대 개혁 패키지'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등 개혁안을 중심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개혁에 속도가 붙게 됐다. 정부는 의사 수를 늘리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필수의료 문제의 해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정심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돼 2035년까지 5년간 최대 1만명의 의사가 확충된다"며 "고령화 추이, 감염병 상황, 의료기술 발전동향 등 의료환경 변화, 국민의 의료 이용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인력 수급현황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의대정원의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고 각 대학의 수요와 교육역량,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또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의협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면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즉각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학재 기자
2024-02-06 18:07:22소아청소년과 의사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아 의료 인프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방 의료인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효과적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할 통합 컨트롤 타워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9월에 걸쳐 일부 수가 인상 등 소아청소년과 지원 대책을 내놨으며 향후에도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종합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현상과 관련해 의료계와 정부, 노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지상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은병욱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 임혜성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가나다순)이 응했다. ―최근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혜성=소아환자의 특성상 야간휴일, 응급진료 수요가 많고, 현장에서는 보호자 교육과 민원 대응의 어려움도 호소한다. 성인 진료 대비 근무강도가 높고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 등이 큰 것도 요인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은병욱=소아 질환은 성인과 다르게 만성 질환보다는 급성기 질환이 많다. 질환에 따라 짧은 시간에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보호자들이 납득하지 못해 의료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처럼 전공의가 구속되면 잘잘못을 떠나 의료계에도 충격이 온다. 젊은 의사나 학생들은 응급환자나 중증질환이 비교적 적은 진료과목을 선호하게 됐다.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수가, 급여 등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왜 나오나 ▲은병욱=국민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연도별 전체 요양급여비용을 보면 대부분의 전문과목들이 전체 요양급여의 증가와 같이 증가한 통계를 보이는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현저한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수익에 있어서 건강보험 요양급여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예방접종이었다. 그런데 국가 예방접종 제도가 도입되면서 접종 수수료만을 지급받게 돼 진료 수익의 상당 부분에 대한 삭감 효과가 발생했다. ▲최용재=택시 기본료가 4800원인 시대에 소아청소년과 진료비는 2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공의 미달사태를 이해할 만 하다. 소아건강 관련 약가나 수가는 종사자 입장에선 여전히 지나치게 낮은 상황이라고 본다. ―소아청소년들이 응급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어떤 위험이 발생하나. ▲은병욱=소아청소년 진료는 전문성 및 높은 숙련도가 필수적이다. 정확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소아청소년 환자의 질환이 더 심각해질 수 있고 만성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도 커진다. ▲최용재=대동맥 박리 같은 흉부외과 질환은 드물지만 소아에게 발생하면 사망하기 쉽다. 이 경우 응급실이 필요하다. 열성경련을 일으켜도 뇌손상이 오는 아이들도 있다. 성인을 보는 의사는 구별하기 어렵고 처지도 못한다. 소아의료체계 붕괴는 응급상황시 소아사망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행해야할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임혜성=소아청소년과가 어려워진 요인은 복합적이다. 대안도 종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중증·응급 인프라는 안정적인 유지를 뒷받침해야 한다. 소아진료의 특성에 맞는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도 살피고 있다. 정부는 의료인력 확충 및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 등 인력양성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노력도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2월, 9월에도 일부 수가 인상 등의 대책을 발표했는데, 정책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대책을 고려중이다. ▲최용재=소아필수의약품, 소아진료수가를 포함한 소아의료체계를 통합적,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 내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과 의료과가 그것이다. 신설 조직에 재정과 전문 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붕괴된 소아진료체계를 살리는 제도 설계가 쉽지 않다. ―의료계 내부에서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은병욱=소아청소년과 의사 중에서 여의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여의사 상당 수가 육아와 가사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임상 현장을 떠난다. 육아로 인한 휴직 또는 경력 단절을 마친 뒤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지장 없이 복귀하도록 해야한다. ▲최희선=의료계에서 필수의료인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소명감과 사회적 책임감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대 정원 증원,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등 붕괴위기로 치닫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핵심정책을 더 이상 거부하지 말고 적극 수용해야 한다. ▲최용재=아동병원협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학술위원회 등 학술적 재무적 역량을 총동원해 취급가능한 질환 중증도를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복지부에 제도개선을 계속 요구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진료역량을 보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도권-비수도권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 차이가 큰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임혜성=지역의 소아진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안정적 유지를 지원하고 있다.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을 대상으로 우선 확충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소아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등중 환자(경증과 중증 사이에 있는 환자)'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소아과 병의원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희선=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을 높이고, 지역의사제 도입도 필요하다. ▲최용재=격외지에서 활동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에 대한 대담한 재무적, 제도적, 법적 지원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의사 사택, 간호사, 방사선사 기숙사 기본제공, 의료원의 상당 부분을 아동병원에 맞게 개보수하고 진료장비를 공급해 그 동네 의사 선생님들로 운영 컨소시움을 만들어서 진행한다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강명연 김동규 주원규 기자
2024-01-21 19: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