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권지은 교수와 출강 강사 7인은 7일부터 20일까지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전통회화 작품전시회 '선(線)의 미학'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불화 작품으로 전통 회화의 맥을 잇고 있는 권지은 교수를 비롯해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의 전수교육조교 최문정, 이수자 김석곤 등 모두 8명이 함께 한다. 이들은 전통회화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전통의 재해석과 함께 현대의 감성에 맞게 풀어나가는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전통과 장인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면서 전통미술을 선도하는 다양한 회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회의 주제인 '선(線)'은 미술의 기본요소로 전시 작품들 속 모든 선은 화면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인체의 윤곽선, 옷의 문양선, 장식물의 인공선 등을 작가의 의도대로 명분 있게 쓰임을 다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선은 유려함과 견고함을 널리 보여주며 전통 회화의 새로운 장을 보여준다. 특히 △국보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빛의 형상으로 표현한 '佛금동미륵보살반가상', △와전(瓦甎) 석문(石文)과 종정(鐘鼎) 금문(金文)의 명문을 선별하여 각 화면에 맞게 구성한 '종정와전명임모도(鐘鼎瓦甎銘臨模圖)' 등 총 25점의 작품에서 전통 회화의 맥을 잇는 교수진들의 자긍심과 우수한 기량을 엿볼 수 있다. 학교 전임교수의 개인별 작품 전시회는 꾸준히 개최됐으나 전통 회화 전공 교수와 강사들이 함께 모여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학생들은 전통 회화에 대한 생각과 표현 등을 배우는 기회가 되고, 전통 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은 전통의 현대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6-11-07 09:12:27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오는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제1회 궁중문화축전 행사의 하나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재학생들의 작품전 '5대 궁 이야기(宮 프로젝트)'에 출품된 전통회화를 덕수궁 석조전에서 선보인다고 28일 밝혔다. 품격 높은 조선 시대 궁중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궁중문화축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선 시대 비운의 왕인 순종을 전통인물화 기법으로 표현한 '순종 어진', 고종이 염원했던 대한제국을 불교의 극락정토와 접목한 '덕수궁 만다라', 고종 즉위 40년을 기리고 황제권을 강화하고자 덕수궁에서 진연(궁중잔치)을 베푸는 모습을 담은 병풍을 본떠 그린 '임인진연도병', 대한제국의 대표적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의 화려함을 표현한 '석조전' 등 창덕궁과 덕수궁에 얽힌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5-04-28 08:55:33화려한 장식의 봉황과 절제된 다도 그릇, '찰나'라는 순간의 가을 풀 무늬, 삶에 쉼표를 주는 노(能) 가면. 일본 전통 미술은 한국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일본 문화에는 벚꽃이 피고 지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듯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면서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정서 '아와레(あはれ)'가 있다. 한 계절 잠시 꽃을 피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자연에서 느끼는 아와레는 일본 미술 작품들에 오롯이 담긴 듯했다. 일본 전통 미술을 꾸밈·절제·찰나·유희 4가지 주제로 정리한 대규모 전시가 서울 용산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도쿄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특별전을 다음 달 10일까지 상설전시관 3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전시는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한자리에 모았다. 도쿄국립박물관 측은 일본 중요문화재(한국의 '보물'급) 7건을 포함해 40건을 출품했고, 이 중 38건은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출품된 작품들을 △화려한 장식성 △절제된 미 △자연의 섬세한 변화에 대한 감동 △유쾌하고 재치 있는 미적 감각 등 4가지 시선에 주목해 전시에서 풀어냈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에도 시대인 18세기 가노 히데노부의 '봉황공작도병풍', 16~17세기 다도 도구인 '시바노이오리 물항아리', 에도 시대 장식 화풍의 거장 오가타 고린이 그린 '가을풀무늬 고소데(기모노)', 전통 공연 예술인 노(能)에 사용된 '노 가면 샤쿠미' 등이 포함됐다. 1부 '꾸밈의 열정'에서는 장식성에 초점을 맞춰 선사 시대 토기 중 장식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조몬 토기부터 에도 시대 금박 그림 병풍 등을 소개한다. 깊은 바리, 향로 모양 토기, 꽃 새무늬 발, 매화나무무늬 접시, 벚꽃무늬 향 놀이 도구상자, 길상무늬로 장식된 옷 모양 이불, 금박에 화려한 색으로 봉황과 공작을 그린 병풍, 장식 종이에 쓴 와카를 장식적인 서체로 쓴 서예까지 화려한 장식에 열정적인 일본 미의식을 보여준다. 2부 '절제의 추구'는 일본의 다도 문화를 중심에 두고 강조했다. 화려함과 정반대의 '절제미'를 보여준다. 줄무늬, 잔 벚꽃무니만 있는 일본 기모노 복식 고소데를 비롯해 베개 문양 꽃병, 붉은 칠 대접, '아마데라'라 불린 구로라쿠 찻잔, '시바노이오리'라 불린 물항아리 등이 대표적이다. 3부 '찰나의 감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면서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찰나(아와레)' 정서를 조명했다. 대표작인 오가타 고린의 '가을 풀 무늬 고소데' 기모노는 이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어 4부 '삶의 유희'에서는 유쾌하고 명랑한 '유희(아소비)'로서 전통극인 '노'와 교겐 도구들, 풍속화 우키요예 등이 소개됐다. '아소비'는 '노'에 사용된 의상 3점과 '요로보시', '사쿠미', '오지', '오토' 등 가면들에 표현돼 있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그린 병 풍과 꼬리잡기하며 노는 동자들을 그린 병풍은 삶의 유희를 보여주는 미술품이다. 특히 전통 수묵화의 틀에서 벗어나 먹의 번짐과 즉흥성을 활용해 자유로운 회화 세계를 펼친 화가 이토 자쿠추의 '수묵유도권'은 그림 그리는 것을 놀이처럼 여긴 화가의 인식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전시는 일본 미술의 전반적인 성격을 강조하다 보니 시대성이 생략돼 일본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설전시관 3층에 있는 기존 박물관 '일본실'과 함께 참관하면 도움이 된다. 권강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미술품 장르나 시대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닌 미적 감수성과 정서를 다루는 전시"라며 "여기서 다루는 개념은 좁게는 일본 미술이지만, 넓게는 일본 문화 전반의 감성적이고 문화적 맥락을 함께 조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와레 감정도 다루는 만큼 이 전시는 미술품을 다루는 전시 이상으로 전시 내용을 오롯이 이해하려면 문학에서의 '아와레' 개념도 필요하다"며 "전시장 곳곳에 일본 고전 문학이라든지 일본 고유 시가인 '와카'의 내용 등 미술과 문학을 아우르게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평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10 18:15:23[파이낸셜뉴스] 화려한 장식의 봉황과 절제된 다도 그릇, '찰나'라는 순간의 가을 풀 무늬, 삶에 쉼표를 주는 노(能) 가면. 일본 전통 미술은 한국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일본 문화에는 벚꽃이 피고 지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듯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면서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정서 '아와레(あはれ)'가 있다. 한 계절 잠시 꽃을 피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자연에서 느끼는 아와레는 일본 미술 작품들에 오롯이 담긴 듯했다. 일본 전통 미술을 꾸밈·절제·찰나·유희 4가지 주제로 정리한 대규모 전시가 서울 용산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도쿄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특별전을 다음 달 10일까지 상설전시관 3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전시는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한자리에 모았다. 도쿄국립박물관 측은 일본 중요문화재(한국의 '보물'급) 7건을 포함해 40건을 출품했고, 이 중 38건은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출품된 작품들을 △화려한 장식성 △절제된 미 △자연의 섬세한 변화에 대한 감동 △유쾌하고 재치 있는 미적 감각 등 4가지 시선에 주목해 전시에서 풀어냈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에도 시대인 18세기 가노 히데노부의 '봉황공작도병풍', 16~17세기 다도 도구인 '시바노이오리 물항아리', 에도 시대 장식 화풍의 거장 오가타 고린이 그린 '가을풀무늬 고소데(기모노)', 전통 공연 예술인 노(能)에 사용된 '노 가면 샤쿠미' 등이 포함됐다. 1부 '꾸밈의 열정'에서는 장식성에 초점을 맞춰 선사 시대 토기 중 장식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조몬 토기부터 에도 시대 금박 그림 병풍 등을 소개한다. 깊은 바리, 향로 모양 토기, 꽃 새무늬 발, 매화나무무늬 접시, 벚꽃무늬 향 놀이 도구상자, 길상무늬로 장식된 옷 모양 이불, 금박에 화려한 색으로 봉황과 공작을 그린 병풍, 장식 종이에 쓴 와카를 장식적인 서체로 쓴 서예까지 화려한 장식에 열정적인 일본 미의식을 보여준다. 2부 '절제의 추구'는 일본의 다도 문화를 중심에 두고 강조했다. 화려함과 정반대의 '절제미'를 보여준다. 줄무늬, 잔 벚꽃무니만 있는 일본 기모노 복식 고소데를 비롯해 베개 문양 꽃병, 붉은 칠 대접, '아마데라'라 불린 구로라쿠 찻잔, '시바노이오리'라 불린 물항아리 등이 대표적이다. 3부 '찰나의 감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면서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찰나(아와레)' 정서를 조명했다. 대표작인 오가타 고린의 '가을 풀 무늬 고소데' 기모노는 이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어 4부 '삶의 유희'에서는 유쾌하고 명랑한 '유희(아소비)'로서 전통극인 '노'와 교겐 도구들, 풍속화 우키요예 등이 소개됐다. '아소비'는 '노'에 사용된 의상 3점과 '요로보시', '사쿠미', '오지', '오토' 등 가면들에 표현돼 있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그린 병 풍과 꼬리잡기하며 노는 동자들을 그린 병풍은 삶의 유희를 보여주는 미술품이다. 특히 전통 수묵화의 틀에서 벗어나 먹의 번짐과 즉흥성을 활용해 자유로운 회화 세계를 펼친 화가 이토 자쿠추의 '수묵유도권'은 그림 그리는 것을 놀이처럼 여긴 화가의 인식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전시는 일본 미술의 전반적인 성격을 강조하다 보니 시대성이 생략돼 일본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설전시관 3층에 있는 기존 박물관 '일본실'과 함께 참관하면 도움이 된다. 권강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미술품 장르나 시대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닌 미적 감수성과 정서를 다루는 전시"라며 "여기서 다루는 개념은 좁게는 일본 미술이지만, 넓게는 일본 문화 전반의 감성적이고 문화적 맥락을 함께 조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와레 감정도 다루는 만큼 이 전시는 미술품을 다루는 전시 이상으로 전시 내용을 오롯이 이해하려면 문학에서의 '아와레' 개념도 필요하다"며 "전시장 곳곳에 일본 고전 문학이라든지 일본 고유 시가인 '와카'의 내용 등 미술과 문학을 아우르게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평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10 11:16:45[파이낸셜뉴스] 남해의 고즈넉한 섬, 해말도. 그곳에 살던 평범한 소녀 ‘미래’는 어느 날 갑작스레 들이닥친 악령 ‘이매신’과의 대결로 인해 평화롭던 일상을 잃고, 자신이 저주받은 운명을 지닌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의 새 지평을 여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독자를 매 회차마다 예측 불가능한 신비로운 세계로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시즌1에서 시작된 이 대서사는 섬을 떠난 미래가 한반도의 모든 귀혼백의 이름이 적힌 ‘명부록’을 찾기 위해 육지로 향하며 본격화된다. 신비한 골동품 가게 ‘도겁당’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퇴마 활동에 나서는 미래의 이야기는, 선과 악의 대립 너머 인간 본성과 삶의 본질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 장르가 아니다. 바리공주 설화, 십왕경, 천지팔양신주경 등 동양 고전과 무속 신앙을 치밀하게 엮어내며 현대에서 점점 잊혀가는 한국 전통 문화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복원해냈다. 부적, 굿, 주술, 그리고 악귀와 창귀, 그 하나하나가 허구가 아니라 고증된 전통에 기반하고 있어 현실감이 남다르다. 특히 시즌3에서 절정을 이룬 ‘이매신’ 에피소드는 실제 조선 말기의 '진령군 사건'을 재해석해 눈길을 끈다. 역사와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해 "이런 게 진짜 한국형 오컬트”라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2022년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시즌4가 연재 중인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세계관이 정립된 시즌1, 운명과 사명을 깨닫는 시즌2·3을 지나, ‘명부록’을 찾아 나선 미래의 본격적인 행보를 그린다. 수많은 인연과 과거의 그림자가 얽히며,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졌다. 작가 구아진은 이미 전작 '연' 등을 통해 뛰어난 스릴러 감각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선 작가 특유의 감각에 동양적 미감과 철학이 더해졌다. 그림체 역시 극찬을 받는다. 섬세한 펜터치와 한국적 채색감, 그리고 때로는 ‘경고문구’가 붙을 만큼 강렬한 그로테스크한 악귀 묘사는 웹툰의 시각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마치 고전 회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이 웹툰이라는 형식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은 단지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까지 200년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악귀의 배후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과 역사적 비극을 풀어낸다. "죽음은 육신이 겪는 것이다." 주요 인물인 연화 만신의 이 한 마디는, 작품이 가진 철학적 깊이를 대변한다. 네이버웹툰 평점 9.98점에 달하는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수많은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미래는 자신만의 길을 찾고, 우리는 잊고 있던 한국의 정서와 마주하게 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5-06-27 15:36:52[파이낸셜뉴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근현대미술의 역사와 정체성을 조명하는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를 오는 26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지난달 개막한 '한국근현대미술Ⅰ'에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발표된 주요 작품 110여 점을 11개 소주제로 구성해 선보인다. 70여명의 작가를 통해 한국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한다. 과천관에서 공개되는 이건희컬렉션은 총 58점(Ⅰ 41점, Ⅱ 17점)에 달한다. 1부 '정부 수립과 미술'은 해방 이후 국전 수상작을 중심으로 미술 제도와 화단의 흐름을 살펴본다. 류경채, 김형근 등의 작품을 만난다. 2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는 1950년대 후반 모더니즘 회화의 본격화를 조명한다. 문우식, 이봉상, 권옥연, 권진규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3부 '추상미술의 확산'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추상미술의 경향을 다룬다. 박서보, 이승조 등이 대표적 작가다. 4부 '푸른 여백, 마음의 풍경: 김환기(1913-1974)'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시기별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5부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은 한국 추상미술사에서 관심을 덜 받은 여성 미술가들의 실험과 시도를 재조명한다. 이성자, 방혜자 등의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6부 '행위, 사물, 개념: 전위미술의 실험들'은 1960~70년대 새로운 매체와 형식을 실험하며 미술 영역을 확장했던 시기를 조망한다. 이승택, 곽인식, 이건용, 성능경, 박현기 등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7부 '한국적 추상의 모색': 1970년대 단색조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된 한국 고유의 추상미술을 다룬다. 이우환, 이동엽 등을 통해 '한국적 미니멀리즘' 구축 시기를 살펴본다. 8부 '청다색, 천지문: 윤형근(1928-2007)'은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며 침묵과 절제의 회화를 구축한 윤형근을 조명한다. 9부 '한국화의 새로운 전환'은 1980년대 전통과 현대, 수묵과 채색의 이분법을 넘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던 한국화를 소개한다. 박생광, 천경자 등의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10부 '형상의 회복과 현실의 반영'은 1980년대 추상 일변도에서 벗어나 당대 현실을 반영했던 미술을 조망한다. 김강용, 신학철 등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11부 '동시대를 향하여'는 민주화, 세계화 속에서 동시대 미술로 전환된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박이소, 안규철, 육근병, 김수자의 다양한 매체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2025년 신소장품인 이불의 대표작 '스턴바우 No. 23'(2009)이 처음 공개된다. 전시와 연계해 청소년을 위한 'MMCA 하이라이트', 장애통합학급을 위한 '함께 보는 미술관 한 작품', 매월 전시 연계 강연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25 12:48:46[파이낸셜뉴스] 케이옥션은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총 90점, 낮은 추정가 기준 83억원어치의 '6월 경매'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경매는 한국 미술사의 전통과 혁신, 그리고 그 미학적 다양성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마련된다. 대표 출품작은 한국 모더니즘과 추상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1세대 작가 유영국의 작품 '워크'(Work)다. 또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실험정신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그룹) 소속 작가인 하종현, 이건용, 서승원, 이강소, 심문섭, 최명영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구상미술을 이끌었던 주요 작가인 박수근, 천경자, 장욱진, 도상봉, 김인승, 박고석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해외 미술 부문에는 △야요이 쿠사마의 '햇'(4억5000만~8억원) △제프 쿤스의 '인케이스드 파이브 로스'(5억1000만~20억원) △타카시 무라카미의 '언 호미지 투 이브스 클라인'(4억~7억원) △데미안 허스트의 '멜라민'(1억8000만~3억원) △우고 론디노네의 '스몰 블루 화이트 레드 마운틴'(8000만~1억3000만원) △앤디 워홀의 '캠벨스 수프 2'(5500만~1억원) △앙헬레스 아그렐라의 '코넬리아'(1500만~3000만원) △미셸 들루크루아 '뮤지시샹 드 뤼에'(2500만~6000만원) 등이 출품된다. 경매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경매가 열리는 25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며 작품 관람은 예약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16 10:58:44[파이낸셜뉴스] 이민 1세대의 삶과 다문화 정체성을 섬세한 예술 언어로 풀어낸 재독 한인 이주민 2세대 화가 헬레나 파라다 김의 개인전(사진)이 오는 28일까지 서울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한독문화교류협회, 주한 독일대사관, 갤러리 초이앤초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해 한국과 독일, 이주민 세대의 기억과 정체성이 교차하는 뜻깊은 장이 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헬레나 파라다 김은 이민 1세대인 한국인 간호사 어머니와 스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 쾰른에서 자랐다. 다양한 정체성과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장한 파라다 김은 우연히 보게 된 어머니의 옛 앨범 속 파독 간호사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게 됐다. 이후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파독 간호사, 한복, 제사 등의 한국적인 소재들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군가가 입었던 '전통 한복'이 지니는 서정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다양한 연작을 제작했다. 그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한복은 한 개인의 역사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해 집단의 역사로 확장됐던 특정한 시대와 순간의 형상화를 통해 관람객들을 인도한다. 또 몇 년 전부터 베를린 작업실 뒤에 방치된 정원을 우연히 돌보기 시작한 작가는 자연을 다룬 정물화에 심취해 다양한 식물과 꽃이 주는 분위기를 캔버스에 옮긴다. 이 아름다운 정물화들은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그 끝이 존재하는 우리의 삶에 대한 명상을 이끌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구리판 위에 그린 회화 작품들, 한국적인 주제에 서양 기독교 미술 요소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파라다 김은 이 작업을 통해 한국이라는 뿌리와 서구 문화 속에서 자란 성장 배경이 어떻게 충돌하고 공존하며,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 왔는지를 조용히, 그리고 깊이 있게 보여준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된 아티스트 톡은 단연 이번 전시의 백미였다. 지난 5월 16일 서울, 5월 21일에는 작가의 어머니 고향인 부산에서 관객과의 의미 있는 만남이 펼쳐졌다. 부산에서는 장대현학교 탈북 중·고등학생들과 부산 지역 대학에서 독일어와 유럽학을 공부하는 청년들이 다수 참여해 다문화적 환경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오갔다. 작가의 예술적 성취의 원천에 대한 질문에 파라다 김은 "우리는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과 자신의 결핍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려 했어요. 제 예술은 바로 그 질문과 마주한 토양 위에서 자라났어요"라고 솔직히 대답했다. 이는 현장에 있던 많은 청년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겨주었다. 작가는 또한 한복 연작과 관련한 개인의 경험도 공유했다. 본인의 어머니는 물론 이주한 모든 한국 여성이 고국에서 자신의 한복을 만들어 가져왔고, 수많은 이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복을 정성스럽게 간직하시는 모습은 그녀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그 한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잊지 않기 위한 조용한 힘과 같은 존재였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특별히 이번 전시의 한복 연작은 전통 한복 위에 서양 기독교 성인의 이미지와 17세기 이탈리아 여성 화가들의 꽃무늬 패턴을 덧입혔다. 서구 미술의 상징성과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조화롭게 담아낸 이 작업은 이주 여성 부모 세대가 살아 낸 다문화의 삶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탁월한 시도다. 파라다 김은 아티스트 톡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들은 단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척박한 이주 환경 속에서도 삶을 아름답게 채워낸 나의 어머니와 그 시대 이주한 모든 독일 1세대 디아스포라에 대한 기록이자 헌사입니다." 그 말은 예술이 전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형태의 기억으로 현장에 있던 모든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만들어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5-06-12 15:12:29"이번 55주년 특별전 2부 본관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세대에서 시작한다. 인생을 건 모험의 여정을 택했던 작가들의 작품까지 한국 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관에서는 세계 각지를 거주지로 삼으며 현대 미술의 다양한 맥락 안에서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한국 현대미술의 추상화 흐름과 세대 간 미학의 확장을 조망하는 갤러리현대 개관 55주년 기념 특별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펼쳐진다. 갤러리현대는 본관과 신관 전관에서 오는 7월 6일까지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 전(展) 2부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 2부는 지난 4월 열린 1부에 이어,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특히 2부 전시는 1부가 조명했던 구상·반구상 중심의 전통 회화 흐름과 이어지며 본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와 기원, 신관은 오늘의 시각 언어와 작가 지형을 종합적으로 구성했다. 본관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진 추상회화 중심 작가 22인의 대표작 40여점이 전시된다. 이성자, 김창열, 이응노, 남관, 한묵 등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재불 작가들과 완전한 추상 양식을 발전시킨 유영국, 김환기, 곽인식, 이우환 등의 작품이 포함된다. 이성자는 1974년 현대화랑에서 천경자에 이은 여성 작가로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김환기는 뉴욕 시절의 전면점화 작품을 중심으로 1977년 현대화랑 회고전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곽인식과 이우환은 각각 한일 교류의 매개이자 모노하 및 단색화 세대의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추상 회화 외에도 조각·설치·문자추상·기하학적 추상 등 다양한 추상 미학의 스펙트럼이 구성되며 이들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사 내에서 추상이 어떻게 지역성과 실험성을 포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본관 전시 대표작인 유영국의 '산(1974)'은 짙은 파란 하늘 아래 다양한 색채의 산들이 넓게 펼쳐진 풍경을 담고 있다. 색채의 변화와 조화가 자연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유기적이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다른 대표작 김환기의 '무제 15-VII-70 #181(1970)'는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품으로, 코튼에 유채로 그려진 73×36㎝ 크기의 전면 점화(點畵)다. 이 작품은 화면 전체를 촘촘하게 점으로 채우는 김환기 특유의 점화 양식이 잘 드러난다. 김환기는 점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밤하늘의 별과 인간의 삶, 우주적 순환 등 동양적 사유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반복적으로 찍어낸 특징이 있다. 이우환의 'Response(2023)'는 캔버스에 유채와 안료를 사용해 145×112㎝ 크기로 제작된 작품으로, 그의 대표적인 회화 연작 중 하나다. 이 작품은 거대한 캔버스 위에 밀도 높게 축적된 큰 점 형상이 오라를 내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신관 전시는 195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작가 18인의 대표작 50여점을 통해 구상, 추상, 미디어, 사진 등 장르 확장을 보여준다. 김보희, 최민화, 박민준, 이우성, 김성윤 등의 구상 회화는 개별 서사와 형식 실험을 동시에 담아낸다. 도윤희, 정주영, 이진한은 각기 다른 추상어법으로 회화의 감각을 확장하며, 강익중, 김민정, 유근택은 한국적 정신성과 재료 미학을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이명호의 사진 작업은 회화성과 매체성의 경계 지점을 탐색하며, 김아영, 문경원·전준호의 미디어 작업은 글로벌 전시장에서 주목받은 최신작이 포함됐다. 이슬기(프랑스), 이강승(미국), 김 크리스틴 선(독일)은 해외 거주 한국계 작가로서 전시의 국제적 맥락을 확장한다. 이들은 각기 조각, 설치, 비평적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전통과 현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작업을 이어오는 중이다. 신관 전시 대표작인 김민정의 'The Street(2024)'는 한지를 태우고 겹겹이 쌓는 과정을 반복해 불꽃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선과 흔적을 남겼다. 이 과정은 명상과 수행의 행위로, 작가의 내면을 탐구하고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덧없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 다른 대표작 김아영의 '모래 욕조 속에서 발견된 영국인 교사 2007.3.28(2008)'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포토 몽타주 작품인데, 작가는 이 뉴스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닌, 신문 기사와 실제 사건, 허구적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시각 이미지를 창조한다. 이밖에 청각 장애인인 크리스틴 선 킴은 'Two Taps Debt 2(2022)'를 통해 '탭(tap)'이라는 행위로 비가시적인 소리와 신체적 제스처, 그리고 사회적 채무의 개념을 연결한다. 갤러리현대 측은 "이번 특별전 2부 전시는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역사가 된 작가들의 주요한 작품을 소개한다"며 "갤러리현대와 한국 미술사의 지난 55년과 현재, 나아가 미래를 살펴보기 위한 전시"라고 평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05 18:38:15[파이낸셜뉴스] "이번 55주년 특별전 2부 본관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세대에서 시작한다. 인생을 건 모험의 여정을 택했던 작가들의 작품까지 한국 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관에서는 세계 각지를 거주지로 삼으며 현대 미술의 다양한 맥락 안에서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한국 현대미술의 추상화 흐름과 세대 간 미학의 확장을 조망하는 갤러리현대 개관 55주년 기념 특별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펼쳐진다. 갤러리현대는 본관과 신관 전관에서 오는 7월 6일까지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 전(展) 2부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 2부는 지난 4월 열린 1부에 이어,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특히 2부 전시는 1부가 조명했던 구상·반구상 중심의 전통 회화 흐름과 이어지며 본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와 기원, 신관은 오늘의 시각 언어와 작가 지형을 종합적으로 구성했다. 본관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진 추상회화 중심 작가 22인의 대표작 40여점이 전시된다. 이성자, 김창열, 이응노, 남관, 한묵 등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재불 작가들과 완전한 추상 양식을 발전시킨 유영국, 김환기, 곽인식, 이우환 등의 작품이 포함된다. 이성자는 1974년 현대화랑에서 천경자에 이은 여성 작가로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김환기는 뉴욕 시절의 전면점화 작품을 중심으로 1977년 현대화랑 회고전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곽인식과 이우환은 각각 한일 교류의 매개이자 모노하 및 단색화 세대의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추상 회화 외에도 조각·설치·문자추상·기하학적 추상 등 다양한 추상 미학의 스펙트럼이 구성되며 이들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사 내에서 추상이 어떻게 지역성과 실험성을 포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본관 전시 대표작인 유영국의 '산(1974)'은 짙은 파란 하늘 아래 다양한 색채의 산들이 넓게 펼쳐진 풍경을 담고 있다. 색채의 변화와 조화가 자연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유기적이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다른 대표작 김환기의 '무제 15-VII-70 #181(1970)'는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품으로, 코튼에 유채로 그려진 73×36㎝ 크기의 전면 점화(點畵)다. 이 작품은 화면 전체를 촘촘하게 점으로 채우는 김환기 특유의 점화 양식이 잘 드러난다. 김환기는 점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밤하늘의 별과 인간의 삶, 우주적 순환 등 동양적 사유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반복적으로 찍어낸 특징이 있다. 이우환의 'Response(2023)'는 캔버스에 유채와 안료를 사용해 145×112㎝ 크기로 제작된 작품으로, 그의 대표적인 회화 연작 중 하나다. 이 작품은 거대한 캔버스 위에 밀도 높게 축적된 큰 점 형상이 오라를 내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신관 전시는 195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작가 18인의 대표작 50여점을 통해 구상, 추상, 미디어, 사진 등 장르 확장을 보여준다. 김보희, 최민화, 박민준, 이우성, 김성윤 등의 구상 회화는 개별 서사와 형식 실험을 동시에 담아낸다. 도윤희, 정주영, 이진한은 각기 다른 추상어법으로 회화의 감각을 확장하며, 강익중, 김민정, 유근택은 한국적 정신성과 재료 미학을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이명호의 사진 작업은 회화성과 매체성의 경계 지점을 탐색하며, 김아영, 문경원·전준호의 미디어 작업은 글로벌 전시장에서 주목받은 최신작이 포함됐다. 이슬기(프랑스), 이강승(미국), 김 크리스틴 선(독일)은 해외 거주 한국계 작가로서 전시의 국제적 맥락을 확장한다. 이들은 각기 조각, 설치, 비평적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전통과 현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작업을 이어오는 중이다. 신관 전시 대표작인 김민정의 'The Street(2024)'는 한지를 태우고 겹겹이 쌓는 과정을 반복해 불꽃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선과 흔적을 남겼다. 이 과정은 명상과 수행의 행위로, 작가의 내면을 탐구하고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덧없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 다른 대표작 김아영의 '모래 욕조 속에서 발견된 영국인 교사 2007.3.28(2008)'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포토 몽타주 작품인데, 작가는 이 뉴스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닌, 신문 기사와 실제 사건, 허구적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시각 이미지를 창조한다. 이밖에 청각 장애인인 크리스틴 선 킴은 'Two Taps Debt 2(2022)'를 통해 '탭(tap)'이라는 행위로 비가시적인 소리와 신체적 제스처, 그리고 사회적 채무의 개념을 연결한다. 갤러리현대 측은 "이번 특별전 2부 전시는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역사가 된 작가들의 주요한 작품을 소개한다"며 "갤러리현대와 한국 미술사의 지난 55년과 현재, 나아가 미래를 살펴보기 위한 전시"라고 평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05 10:47:49